[블루레이] 13인의 자객 _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미이케 다카시의 2010년 작 '13인의 자객 (十三人の刺客, 2010)'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특별한 추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지난해 두 번째로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 여행의 목표 중의 하나가 일본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신주쿠의 'WALD 9 CINEMA'이라는 제법 큰 멀티 플렉스 영화 관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작품과 이상일 감독의 '악인' 가운데 어떤 작품을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왕이면 스크린에서 더 볼만한 작품을 선택하자는 생각에 따라 '13인의 자객'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은 터라 거의 모험에 가까운 영화 보기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를 떠올려 보면 눈치와 분위기로 반절 정도 이해했을까 싶은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 탓에 일본 극장에서 본 영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에 어떤 의미에서 누구보다도 반가웠으나 사실상 단관 개봉 (그것도 이 작품의 스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관에서)으로 스치듯 지나쳐버린 현실에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했었다 (또 한 번이라고 한 이유는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장 상영의 기회를 놓쳐버린 후에 사실상 국내에서 정식으로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또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DVD출시도 아닌 블루레이 출시 소식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가움이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고화질과 최고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에도시대 말기. 아카시번(明石藩) 최고 가신인 가로(江戶) 마미야(間宮, 우치노 마사아키)가 로쥬(老中, 국정을 총괄하는 관직) 도이(土井, 히라 미키지로) 가문의 문전에서 할복자살했다. 마미야의 죽음은 타고난 잔혹한 성격으로 죄 없는 민중의 학살을 일삼는 아카시번의 영주 마츠다이라 나리츠구(松平?韶, 이나가키 고로)의 폭정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나리츠구는 쇼군 이에요시(家慶)의 동생으로 내년에 로쥬에 취임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막부를 동요시킨다. 이대로 두면 막부, 나아가 국가의 존망과 관련되리라 직감한 도이는 나리츠구 암살을 결심, 시마다 신자에몬(島田新左衛門, 야쿠쇼 코지)에게 명을 내린다. 그리하여 신자에몬은 이 거사를 치룰 사무라이 자객단을 모집하게 된다.




'13인의 자객'은 에도 말기 폭군이었던 나리츠구를 암살하기 위해 일어난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인을 구성하는 과정은 담고 있으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기 보다는 이렇게 모인 이들이 신자에몬을 중심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무라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시대적으로 의미를 새겨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에도 시대 말기는 이전 과는 다르게 평온한 시기로서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흔들림을 갖게 되었던 때로 그려진다. 극 중 대사로도 등장하는 것처럼 나리츠구의 암살을 위해 모인 정예 사무라이들 조차 사람을 실제로 베어 본 이는 한 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사무라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의식을 갖기 힘든 때에 나리츠구라는 폭군에 대항하기 위해 다름 아닌 사무라이 정신으로서 일어나게 되는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폭군으로부터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해내기 위한 목숨 건 시도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 사무라이의 삶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화두들이 던져져 있는데, 미이케 다카시는 사무라이가 더 이상 본연의 소명을 다하기 힘든 시대를 배경으로 그 속에 남아있는 사무라이들의 마지막 불꽃을 그리는 동시에, 사무라이 라는 계급을 무조건 숭배하기 보다는 살짝 비틀며 고집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여지도 남겨둔다. 이세야 유스케가 연기한 산사람 코야타 캐릭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깨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는 너무 무겁고 사무라이만을 외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과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3인의 자객'을 일반적인 사무라이 클래식으로 부르기가 어려운 것은 코야타 캐릭터도 그러하지만, 사무라이의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마무리하는 또 다른 사무라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앞서 자막도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도 작품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메시지가 반절 정도나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라면, 명배우들의 열연과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만들어 낸 비장함 때문일 것이다. 미이케 다카시는 시종일관 이끌어 가던 비장함을 후반부에 들어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구구절절 말 없이도 더욱 증폭시킨다. 이 13명 대 수백 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전투는 그야말로 혈투로 이어지는데, 단순히 수적으로 열세인 주인공들의 힘에 겨운 결투여서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전투여서 더욱 애절함과 간절함이 칼 끝으로부터 묻어난다.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야 말할 것도 없고, 야마다 타카유키, 타카오카 소스케 등 젊은 배우들도 13인의 1인으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던 이세야 유스케는 작품과는 전체적으로 한 발 떨어져 있는 코야타 라는 캐릭터를 더할 수 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폭군 나리츠쿠는 일본의 유명한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인 이나가키 고로가 연기하고 있는데, 뭐랄까 이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선택이 아주 적절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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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1080p 풀HD 화질은 장면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화질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지글거리는 현상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무엇보다 영상의 질감이 잘 살아있는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좀 더 칼 같은 선예도의 화질이었더라도 좋았을 뻔 했던 영상미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보았던 화질을 비교해보자면 블루레이의 화질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좀 더 나은 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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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비장함을 더하는 영화 음악과 동시에 칼, 활 등 각종 병기들의 부딪힘 소리와 폭발음과 말발굽 소리 그리고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극장에서 느꼈던 사운드적인 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은 큰 비중만큼이나 다양한 사운드적 요소들이 담겨 있는데, 폭발 신에서 우퍼 스피커의 활용도는 물론, 칼이 서로 부딪힐 때의 날카로운 충격음 그리고 화제로 인해 지글거리며 타오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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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자객'은 본편과 간단한 예고편, 특보를 수록한 블루레이 1장과 부가영상을 수록한 DVD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가영상이 BD로 수록되지 않아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가영상의 HD급 소스가 거의 없는 점을 반영했을 때 SE로 출시되는 DVD의 두 번째 디스크를 블루레이에 패키지로 수록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13인의 자객> 메이킹은 근래 보기 드문 메이킹 영상으로서 무려 1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으로 수록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야쿠쇼 코지와 야마다 타카유키 등 몇몇 배우들 위주로만 소개하는 데에 그칠 줄 알았었는데, 13인을 한 명 한 명 모두 자세히 소개하며 캐릭터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모두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작품에 대한 깊이와 미이케 다카시의 면면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운 메이킹 영상이었다.





'완성기념 시사회'는 2010년 8월 18일 감독과 출연진 대부분이 참석한 시사회 현장을 담고 있는데, 약 18분 분량으로서 이 영상에서 역시 어느 한 두 명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 한 명 한 명의 인사말과 후일담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굉장한 작품이 나왔다'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홍보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명 한 명 인터뷰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베네치아 영화제 리포트'에서는 2010년 9월 베네치아 영화제를 찾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야쿠쇼 코지, 야마다 타카유키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 응답에 응하는 모습과 영화제 상영 후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대 받고 해외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한 짧은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공개장면'으로는 영화 초반 등장했던 야쿠쇼 코지의 낚시 시퀀스가 수록되었으며, 이 밖에 예고편과 특보, TV Spots이 담겨있다.





[총평] 미이케 다카시의 '13인의 자객'은 그 해 일본 영화계 및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으나, 국내에서는 작은 전용관에서 단관 개봉한 탓에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더 많은 영화 팬들과 만날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이렇듯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마지막으로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한 편이 그립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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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문화의 퓨전, 아프로 사무라이

'아프로 (Afro)'란 주로 흑인들이 많이 하곤 하는 동그랗게 부풀려진 헤어스타일을 뜻하는 말이고, 사무라이는 일본 전통의 무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두 단어를 얼핏 겹쳐 놓으면 전혀 접점이 보이질 않는다. 사무라이는 가장 일본적인 것 중 하나이고, 아프로 헤어스타일은 흑인들의 힙합 문화로 미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만나면 기가 막힌 퓨전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이가 있었으니, '아프로 사무라이'의 원작자인 타카시 오카자키가 그 주인공이었다. 예전부터 힙합 문화와 음악을 몹시 좋아했던 그는 자신이 생각해오던 이 구상을 간단한 스케치로 처음 표현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만화로 그리고 피규어로 제작되기까지 했는데, 바로 이 피규어에 끌린 제작자가 애니메이션을 제안하게 되었고 TV시리즈를 통해 5화 분량의 1탄이 제작되었으며, 이후 2탄인 '레저렉션 (Resurrection)'까지 제작되게 되었다.




'아프로 사무라이'가 갖는 특별한 위치는 단순한 퓨전이 아니라 (즉, 일방적으로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를 동경하거나 바라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애초부터 동서양 문화의 퓨전이라는 것이 전재된 작품이었으며, 서양의 스텝들이 동양의 것을 동경하여 오마주를 바치곤 하는 일방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퓨전으로 쓰여졌던 원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이들이 만든 그 자체로 퓨전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사실 퓨전을 표방하고 있는 많은 작품들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지점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아프로 사무라이'는 적어도 퓨전 이라는 장르에는 매우 충실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은 아프로 머리를 한 흑인 사무라이의 복수극이라니 이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일단 동양적인 색깔이 가장 많이 묻어나고 있는 면이라면 작품의 핵심적인 이야기 전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프로 사무라이'의 기본 줄거리는 복수극인데, 이 복수극도 매우 클래식한 복수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군더더기를 다 버리고 오로지 복수의 여정에만 집중한 전통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로지 복수 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 '아프로'의 우직한 캐릭터도 그렇고, 그 복수의 여정 가운데 만나게 되는 (그리고 어린 시절 맺게 되는 주변 인물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인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익숙한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런 단순하고 일방적인 복수극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프로 사무라이'는 워낙 이야기 외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 자체는 심플하지만 힘을 실어준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아주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종이 반전 요소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보여지는 세계 외에 존재하는 더 넓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원작자인 오카자키는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마치 '스타워즈'처럼 이 이야기를 단순히 한 두 가지 작품에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기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더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넘버 1, 넘버 2 머리 띠가 처음 생기게 된 유래 라던지, 아프로의 아버지가 넘버 1 머리 띠를 갖게 된 이야기 라던지, 엠티 7의 관한 이야기 등등 이 5편의 이야기와 레저렉션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가득하다. 과장을 보태자면 이 1편과 2편은 '아프로 사무라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처음 소개하는 입문용 과제일 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이 두 편의 이야기는 분명히 성공적인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 문화가 가미된 부분을 들자면 역시 주인공인 아프로가 흑인이라는 점과 힙합 문화가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역시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힙합 음악의 영향을 들 수 있겠다. 흑인문화와 동양문화 (사무라이 문화)에 모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동양적인 배경과 장면에서도 불쑥불쑥 하드한 힙합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소품이나 설정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것들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이 작품 만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작품을 보다 보면 평소 힙합에 관심이 많은 이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힙합 브랜드의 로고가 스쳐 지나간다거나, 캐릭터가 대사를 라임을 맞춰 랩으로 갑자기 뱉는다던가 하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이질감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 기발함에 절로 '씨익'하고 미소 짓게 만든다.


더 스타일리쉬해지고 퓨전의 성격이 짙어진 레저렉션 (Resurrection)

그들 스스로 기존에 선행된 5편의 시리즈를 '아프로 1'이라 불렀다면, '아프로 2'는 바로 '레저렉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레저렉션'은 '아프로 1'보다는 확실히 원작자인 오카자키의 직접적인 영향력에서는 조금 멀어진 작품인 동시에, 오카자키가 처음 보고는 '엇, 키자키 후미노리 감독, 좀 너무 한 것 아닌가?'했을 정도로 더 다양한 퓨전과 스타일이 강화된 작품이다. '레저렉션'은 좀 더 북미 관객들을 겨냥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점과 동시에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둔 작품이었음으로 액션 시퀀스 역시 전편보다는 훨씬 현란한 효과들이 사용되었으며, 영상의 퀄리티 측면에 있어서도 더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극장판'의 성격보다는 '아프로 2'의 성격이 훨씬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의 설명은 과감히 패스하는 것으로 새로운 이야기의 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레저렉션'은 반드시 '아프로 1'을 먼저 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연대기 측면에서 봤을 때 그대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계속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배경 역시 '아프로 1'은 일본에 국한 되었던 것에 반해 '레저렉션'은 마치 서부영화를 연상시키는 장소와 구성이 등장하는 등 좀 더 자유로워진 측면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프로 1'과 마찬가지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역시 간과하지 않고 있다. 잔인함의 측면에서나 섹슈얼리티 적인 측면에서 모두 성인용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사지가 툭툭 절단되어 나가고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이 등장하는 등 자극적인 요소들도 빼놓을 수 없는 '아프로 사무라이'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시리즈를 떠올려 볼 수 있는데(르자 (RZA)가 음악을 맡고 있는 점도 그렇고), 아마도 타란티노의 오마주 가득한 작품들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아프로 사무라이' 역시 비슷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듯 하다.


아프로 사무라이 – 디렉터스 컷 에디션 블루레이

사실 국내에는 정식으로 소개되지도 못했고 (참고로 예전 국내 개봉을 위해 일본의 GDH그룹과 협의를 하기도 했었는데, 열악한 국내 성인 애니메이션 시장 때문에 결국 포기해야만 했었다고 한다. 당시 감독이 직접 극장 판으로 재편집해서 개봉하려고 했었지만 끝내 무산되었다고 한다) 소수의 팬들 만이 열광한 작품이라 국내 BD시장을 역시 감안했을 때 한편으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아프로 1, 2'를 모두 수록한 것은 물론 무 삭제의 감독 판을 수록한 한정 판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럼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아프로 사무라이 – 디렉터스 컷 에디션' 블루레이의 화질 및 사운드, 부가영상에 대해 각각 살펴보자.

Disc 1 : 아프로 사무라이 – 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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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작품임으로 아무래도 최신 극장 판들의 화질과 비교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다. 영상 자체가 칼 같은 선명함을 표현하기 보다는 비교적 부드러운 선을 갖고 있는 영상이었음으로 화질 측면에서 '쨍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색들 역시 선명함 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비교적 최근작인 '레저렉션'과 비교하자면 블루레이 차세대 화질로서의 강점은 조금 덜하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제작연도나 작품 고유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이하 2장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돌비 True-HD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최신작인 '레저렉션'에 비하면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액션 시퀀스에서의 바람을 가르는 효과음이나 시종일관 흐르는 힙합 음악의 전달에 큰 부족함은 없는 편이다. 아무래도 스케일이 큰 극장판을 목표로 한 작품이 아니다 보니 사운드 임팩트 측면에서는 극장용 액션 영화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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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booth'에서는 아프로 사무라이의 시작부터, 다카시 오카자키의 원작 만화가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사무엘 L.잭슨은 주연인 아프로와 닌자닌자의 목소리 연기를 모두 맡고 있는데,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어 제작초기부터 제작과 기획에도 직접 참여했을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도 사무라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사무엘 L.잭슨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된 순간 자신이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두 명의 주요 캐릭터를 모두 연기한 사무엘 잭슨 만큼이나 인상적인 목소리 연기를 펼친 '저스티스' 역의 론 펄먼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론 펄먼이 연기하는 '저스티스'의 목소리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이 끼친다.




'RZA Music Production Tour' 에서는 음악을 맡은 전 우탱 클랜 (Wu-Tang Clan)의 멤버이자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인 르자(RZA)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 만을 맡은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이 퓨전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음악 자체에도 스토리를 부여해 음악과 이야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동양과 서양, 사무라이와 흑인 등 다양한 문화의 퓨전이 존재하는 이 작품에서, 음악 역시 소울과 하드록, 그리고 힙합으로 연결되는 음악적 퓨전과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원작자인 다카시 오카자키와 감독은 탈립과 모스 뎁의 (이 둘의 함께 만든 팀이 바로 블랙스타 (Black Star) 다) 팬이기도 한데, 이 작품의 사운드 트랙에는 탈립이 참여하고 있어 오카자키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고 한다. 새삼스럽지만 '아프로 사무라이'는 마치 누자베스 (Nujabes)가 참여했던 '사무라이 참프루'의 경우처럼,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점을 이 부가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A Charater Commentary' 에는 주인공인 아프로 사무라이를 비롯해, 닌자닌자, 저스티스, 엠티 7, 오키쿠, 쿠마 그리고 사부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각각의 배경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과정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한번 복습하는 느낌으로 감상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Disc 2 : 아프로 사무라이 – 레저렉션 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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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이었던 '아프로 사무라이'에 비해 2009년 작인 '레저렉션'의 화질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전작과 비교를 해보게 되면 이런 우위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첫 액션 시퀀스부터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터라 말 그대로 '쨍한' 화질을 만끽할 수 있다. 선예도도 높은 편이라 확실한 외곽선과 함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색감이나 디테일 모두 차세대다운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 이하 3장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돌비 True-HD 5.1 채널의 사운드는 화질에 비하면 전작에 비해 체감하는 우위가 그린 큰 편은 아니지만, 액션 시퀀스가 화려해 진 만큼 사운드 적인 측면도 조금 더 나아진 면을 체크하기에 용이하다. 닌자닌자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사무엘 L.잭슨의 카랑카랑한 대사 전달도 선명하게 전달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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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에서는 게임 포맷으로 출시된 아프로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게임 아프로 사무라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커팅 시스템'을 들 수 있겠다. 기존의 게임들이 특정한 부분 (정해진 부분)을 잘라야만 액션이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딜 자를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적의 잘린 모습도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것이라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잘려나간다는 점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사무엘 L.잭슨을 비롯한 원작의 성우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Enter the RZA'는 작품의 음악을 맡고 있는 르자 (RZA)의 음악작업을 엿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 담겨 있던 르자에 대한 부가영상과는 달리, 아프로 사무라이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보다는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서 르자가 평소에 어떤 악기들과 어떤 프로그램들로 음악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과정과 소스들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평소 우탱 클랜이나 르자의 팬이었다면 더 흥미진진한 부가영상 아닐 수 없겠다.





'AFRO in Depth' 에서는 심층분석이라는 제목처럼, 처음 아프로 사무라이라는 캐릭터가 만화화되게 된 과정과 그렇게 만들어진 아프로 피규어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의를 받게 된 과정 등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작품 속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머리 띠의 유래와 의미, 힙합 문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녹여낸 과정, 그리고 극장 판인 레저렉션과 아프로 사무라이의 전체적인 연대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만났던 이야기가 극히 일부일 뿐이며, 몇몇 캐릭터의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 있고, 각각 캐릭터의 엔딩들도 이미 정해두었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이후 '아프로 사무라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AFRO Samurai : East Meets West, Part 1' 은 동양에 관한 이야기, 즉 원작자인 오카자키를 비롯한 일본 스텝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극장판을 기획하면서 감독과 제작자들이 이전 아프로 1에서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미처 다 보여줄 수 없던 것을 극장 판에 와서는 북미 관객을 타겟으로 하여 좀 더 도시적이고 힙합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등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제약 없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존 부가영상들이 원작자인 오카자키나 감독에게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이 부가영상은 해당 분야의 스텝들의 인터뷰가 골고루 수록되어 좀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관련 지식들을 전해들을 수 있다.





파트 1에서 동양파트를 주로 다루었다면 파트 2인 'AFRO Samurai : East Meets West, Part 2' 에서는 서양 파트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사무엘 L.잭슨을 비롯해 주요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캐스팅과 관련하여 사무엘 L.잭슨과 루시 리우가 일찌감치 참여를 결정해준 덕에 작품 제작이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Afro Samurai at : San Diego Comic-Con 2008'에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최고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코믹콘 행사에 참여한 아프로 사무라이 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과 더불어 코믹콘을 찾은 아프로 사무라이의 광팬 들의 인터뷰도 담겨 있다.


총 평

사무라이 주인공의 클래식한 복수극에 힙합 문화가 깊게 드리워진 퓨전 애니메이션 '아프로 사무라이'는, 수박 겉핥기 식의 퓨전이 아니라 근본부터 다른 이해 깊은 퓨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삭제, 감독판으로 출시된 블루레이 패키지는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작은 '사건'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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