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The Boy and The Beast, 2015)

'혼자'와 '함께'가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에 대해



갈 곳을 잃고 시부야의 뒷골목을 배회하던 9살 소년 ‘렌’은 인간 세계로 나온 괴물 ‘쿠마테츠’와 마주치게 되고, 그를 쫓다 우연히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쿠마테츠’에게 ‘큐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소년은 그의 스승을 자처한 ‘쿠마테츠’와 함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지만 너무도 다른 그들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변해가고, 진정한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어느 새 훌쩍 커버린 ‘큐타’가 인간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출처 - 다음영화)


전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통해 어머니의 모성에 대한 더 완벽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냈던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The Boy and The Beast, 2015)'는 넓은 의미에서 역시 전작인 '썸머워즈 (サマーウォーズ Summer Wars, 2009)'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늑대아이'의 주제를 또 한 번 확장시킨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판타지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또 한 번 사랑,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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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괴물의 아이'의 플롯은 같지만 다른 두 인물이 서로에게 자극 받아 동시에 성장하는 익숙한 드라마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갈 곳을 잃고 외톨이가 된 소년 렌과 역시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한 편으론 스스로 외톨이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쿠마테츠는 우연히 만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각자 조금씩 성장해 간다. 여기서의 성장이란 단순히 세상과의 소통하는 법이나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 받은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버려지거나 소외된 존재라는 점을 들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닫혀 버린 마음, 즉 혼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방어적인 가치관이 서로로 인해 조금씩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 만의 포인트는 역시 '가족'이다. '늑대아이'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어머니인 하나가 스스로 어머니로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였던 것처럼, '괴물의 아이' 역시 렌과 쿠마테츠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탄생 혹은 가족애를 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정한다. 전혀 다른 인물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 동반 성장하는 이야기는 한 편으론 아주 익숙한 구조인데,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테마는 그 역시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늑대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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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는 '괴물의 아이'에서 아주 직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택하는데, 이를테면 인간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슴에 구멍이 뚫리거나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의 치유 방식과 같은 것은, 아주 직접적인 방식이지만 어쩌면 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 가능한 형식으로 메시지 전달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나쁜 생각 혹은 큰 상처를 받았을 때의 자신이 그 자리에 그대로, 그 때의 감정으로 남게 되어 스스로를 앗아가게 된다는 설정은 메시지적으로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품 내내 꺼내들었던 허먼 멜빌의 '모비딕 (백경)'의 비유 역시 아주 직접적인 비유였다고 생각되는데, '모비딕'의 이야기가 결국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괴물의 아이' 역시 앞서 말한 악한 감정으로 남게 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여기서 '괴물의 아이'가 더 좋았던 건 결국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결국은 모든 것을 홀로 해내려 하지 말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손을 뿌리치지 말고, 특히 가족이라는 존재가 자신 과의 싸움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 내 편인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터 문구인 '함께라면 모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정말 대책없이 긍정적이고 뻔한 말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왜 함께라면 모든지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는, 아니 그렇다는 것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믿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영화의 믿음이 이야기의 힘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 '괴물의 아이'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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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교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해보자면 '괴물의 아이'는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썸머워즈'와 '늑대아이'를 적절히 융합한 작품이다. 즉, 어느 작품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앞선 두 작품을 먼저 이야기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이 대부분의 아쉬움은 모두 엄청난 전작들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함께와 가족에 대한 메시지는 이번에도 강렬했다. 자, 이제 다음 작품은 다시 '시달소' 같은 작품 한 번 만들어주세요.



1. 이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들 중 하나는 바로 렌의 엄마가 등장하는 장면이었어요. 몇 장면 안되고 매우 짧지만, 없으면 안될 만큼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2. 또 하나 좋았던 캐릭터는 이오젠의 아들 캐릭터. 여기서도 호소다 마모루의 성격을 알 수 있어요. 뭐 하나 나쁘기만한 캐릭터가 없죠.


3. 이 영화는 국내 개봉이 언제 될지 몰라 일본서 개봉했을 때 일찍이 보러 갔었는데, 처음 보고 바로 든 생각이 '아, 신주쿠가 배경이네..., 여기 또 다 다녀와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이랄까. 실제로 이미 몇 군데는 다녀왔던 곳들도 있어서 루트가 바로 머릿 속에 그려지던...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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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渇き, 2014)

이번에도 끝까지 간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작품 '갈증' 역시 기대하는 바가 분명했을 텐데, 그 가운데 한 가지는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항상 이야기를 어느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지 않는 다는 점이다. 호불호가 갈린 다는 말처럼 그의 영화는 그 확실한 영상과 음악의 스타일 만큼이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과 전개의 속도에 있어서 극명한 호불호를 보여주는데, '갈증' 역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 해놓은 것 같은 느낌(그것이 좋은 의미든 그렇지 않든 간에)이 들 정도로 폭발하는 에너지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가운데, 마무리 역시 보통의 영화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제목은 '갈증'이다). 보는 내내 괴로움이 드는 가운데서도 이 영화는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려든다. 바로 내 안에 악마성을 반드시 끄집어 내겠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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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간과 인물을 뒤 섞어가며 다층 구조로 각각의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점점 더 카나코(코마츠 나나)의 이야기로 집중한다. 일부러 못 알아차리게 하려거나 집중을 기울여 이전 시퀀스를 기억해야만 성립할 정도로 어려운 전개는 아니지만, 스타일리쉬한 음악과 영상의 빠른 전개가 더해져 전체적으로는 몹시 빠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영화가 관객과 하는 게임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선입견에 관한 것이겠다. 처음에는 극 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일반적으로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후 영화가 점점 그 진짜 이야기를 드러낼 때에도 몇몇 관객들 가운데는 '아직도' 그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영화도 아는 눈치라는게 후반부 이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 가운데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악마 혹은 악마성에 대한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한 게임들이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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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갈증'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게임은 엄청나게 소모적이며 괴로울 정도로 자극적이고, 서두에 밝혔다시피 결코 대충 끝나는 법이 없다. 이렇게 심화되는 이야기는 한 편으론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감독은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내면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려고 애쓴다. 겉으로만 보면 이 이야기는 가족, 학교, 사회, 야쿠자 등 다양한 관계와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과 위기(혹은 외로움)에 대해 늘어 놓고 발전시키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늘어놓음의 이유는 다른 곳, 즉 내면의 죄의식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를 표현해 내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카나코의 아버지 역할인데, 이 말도 안되는 캐릭터가 끝까지 이 소용돌이의 가운데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내면의 죄의식과 이를 표현해 내는 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이 없었다면 '갈증'은 그저 현란하고 괴롭기만한 폭력적인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나, 영화의 내면에 담겨 있는 죄의식 때문에 '갈증'은 한 번 더 생각해 볼만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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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 멋진 캐스팅 가운데 가장 성공한 캐스팅을 하나만 꼽자면 역시 주인공 카나코 역할을 맡은 코마츠 나나의 캐스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녀의 연기력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 소녀의 마스크는 그 자체로 영화의 이미지가 되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 이 작품도 꼭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되길!

2. 오다기리 조, 나카타니 미키, 츠마부키 사토시 등 익숙한 배우들을 만나는 반가움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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