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리덕스

그리고 왕가위 감독과의 GV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은 많은 그의 팬들이 그러하듯이, 내게도 그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배우들이 여럿 나온다는 이유로 비디오 테입을 통해 보았던 '동사서독'은, 설명할 수는 없어도 정말 좋아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그런 '동사서독'을 재편집한 '동사서독 리덕스'를 극장에서, 그것도 왕가위 감독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일단 극장에서는 처음 보게 된 '동사서독 리덕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그대로인대 내가 변해서 그런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오히려 더 좋았다. 사실 처음 보았을 때는 한창 영웅문에 빠져있을 때라, 왕가위의 영화 자체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김용의 사조영웅전 속 인물들과의 접점을 찾느라 집중했었던 기억인데, 이번에야 말로 오롯이 인물들의 감정과 고민, 번뇌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무협의 최고 수준은 몸으로 겨루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마음 속으로) 겨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왕가위는 최근 작 '일대종사'를 통해서도 보여주었던 것처럼 바로 그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미 '동사서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동사서독 리덕스'는 1:1 대결 장면이 없는 것처럼, 상대와 마음 속으로 겨루거나 혹은 나 자신과 겨루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영화 내내 등장하는 사막과 파도치는 바다의 장면이 바로 그런 의미다. 물론 이렇게 영화가 나오기 까지는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환경적 요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부분들도 없지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왕가위 감독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무협 영화를 완성해 냈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장국영, 임청하,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양조위, 양채니 등 멋진 배우들을 스크린 가득 만나볼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특히 장국영, 임청하, 장만옥 이 세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 배우들인데,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니 그것만으로도 울컥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시작된 GV.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의 진행으로 왕가위 감독을 모시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GV가 진행되었다. 정성일 씨의 말처럼 왕가위 감독이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한국 관객들을 위해 본인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물론 정성일 씨의 무거운 질문을 슬쩍 피하면서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지금 들어도 정말 재밌고, 이 우여곡절 많기로는 손꼽힐 만한 영화인 '동사서독'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 제작 과정에 대한 웃지 못할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시사회 시작 시간까지 편집이 완료되지 않아, 일단 상영을 시작하고 마지막 필름 릴이 담긴 차가 배송되는 시간에 따라 어느 지역에서는 90분짜리 영화를, 어떤 곳에서는 80분, 70분 짜리 영화를 보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는 참 ㅎ).







그렇게 왕가위 감독과의 GV는 참 귀하고 값진 경험, 아니 시간이었다.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왕가위 감독 작품들에 대한 사랑이 다시 금 피어오르는 것은 물론, '동사서독'이란 영화를 두고두고 다시 봐야 할 의미를 다시 찾게 되기도 했다.


아... 은퇴한 임청하도,

먼저 세상을 떠난 장국영도 보고 싶구나.


1. GV에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newsType=&page=&contain=&keyword=&mi_id=MI0099917222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일대종사 (一代宗師 The Grandmaster, 2013)

왕가위의 21세기 동사서독



처음 왕가위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작품이 양조위, 장쯔이 등과 함께한 엽문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기존 견자단이 연기한 '엽문' 영화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어느 정도 무협 액션 영화가 아닐까 라는 정도의 예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내가 왜 그런 안이한 예상을 했었는지 답답할 정도로, '일대종사'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 즉, 내가 이 영화를 예상했을 때 가장 간과한 것은 바로 감독이 왕가위 라는 점이라는 얘기다. '일대종사'라는 제목과 최근 들어 더 익숙해진 '엽문'이라는 인물 때문에, 스타일리시 하긴 해도 액션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지만, 왕가위의 '일대종사'는 마치 그의 전작 '동사서독 (東邪西毒 Ashes Of Time, 1994)'과 마찬가지로 무예의 정수를 기본으로 하되, 각 인물들의 외로움과 정적인 심리에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 CGV무비꼴라쥬.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초반. 엽문(양조위)이 빗속에서 수 많은 상대들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왕가위 특유의 스타일과 슬로우모션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된다. 이 시퀀스를 보고 있으면 오랜 만에 무협 영화로 돌아온 그가, 다른 무협 영화들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액션 장면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엽문을 주연으로 하고 있는 영화답게(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왕가위의 무협 영화는 이랬을 확률이 높지만) '일대종사'의 액션은 정중동(靜中動)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 즉, 빠르기나 힘의 표현과 과장 보다는 멈춰있는 이미지와 그 순간 상대 앞에 서 있는 인물의 마음가짐에 더 주목한다. 만약 이러한 캐릭터 내면의 묘사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그냥 제법 스타일리시한 무술 영화에 그쳤을 것이다. 기법만 놓고 봤을 때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는 인상적이기는 하나 새롭다 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가위가 '일대종사'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액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왕가위와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왕가위는 양조위가 연기한 엽문과 장쯔이가 연기한 '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중국의 혼란스러운 역사 속에서 한 문파를 대표해야 했던 인물들의 대의 적 삶의 모습은 물론, 그 시대와 역할에 가려졌던 한 인간의 삶과 무예라는 것의 근본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고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 CGV무비꼴라쥬. All rights reserved


'일대종사'는 왕가위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도 그 아름다움 만을 놓고 보자면 첫 번째로 꼽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그 아름다움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 적인 성취 외에 캐릭터의 마음가짐 (심리 상태와는 의미가 좀 다르다)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일 것이다. 양조위는 물론, 장쯔이가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은 '황홀하다'고 느낄 정도로 영화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했을 때를 보여주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황홀하지만 그 만큼이나 외롭고 쓸쓸함이 깊게 묻어 나는 것이 '일대종사'의 매력이자 여운일 것이다. 왕가위의 영화는 항상 이미지가 잔상 처럼 오래 남곤 하는데, 이 작품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 동안의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극장을 나오며 기억에 남는 건 일대종사들이 오롯이 서 있을 때 이를 가능케 한 발 동작들과 그들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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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대종사로서 뚜렷한 이미지가 새겨 진 엽문과 궁이에 비해 장첸이 연기한 캐릭터는 조금은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보는 중간에는 아마도 후반 부에 가서 엽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겠구나, 그래서 각각의 일대종사로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겠구나 라고 예상했으나 영화가 끝난 뒤, 장첸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왕가위의 의도는 무엇 이었을까 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엄밀히 말해서 장첸의 캐릭터는 없어도 전혀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럴 수록, 그렇다면 왜 이 이야기를 적지 않은 비중으로 함께 그려냈을까 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로, 본래 예상했던 대로 만약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각자의 도장을 차리고 제자를 가르치던 엽문과 그가 만나게 되었다면, 이것은 너무 전형적이고 쓸쓸함과 아쉬움을 담은 이 영화에 정서와는 맞지 않는 마지막이 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왕가위는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영웅이 되기 보다는 개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엽문과 궁이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수 많은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전하기 위해 어쩌면 이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진행되도록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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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그리면서 시대와 무방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은 자칫 무책임한 것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왕가위의 '일대종사'는 시대에 무심한 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그들이 겪어낸 시대를 미사여구 없이도 완전히 담아낸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아.... '동사서독'을 오랜 만에 다시 보고 싶다.



1. 이소룡과 관련된 장면은 마치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로빈 장면처럼 등장하더군요. 딱 이 정도가 좋았던 것 같아요.


2. 이 영화는 정말 장쯔이를 위한 영화입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작품에서 또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과연 '궁이'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지...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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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음악이 참 좋았어요. 영화처럼 너무 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4.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물론 최고는 궁이와 마삼의 기차역 대결 장면), 엽문이 궁이의 아버지에게 인정 받기 위해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정중동을 제대로 표현한 장면이었어요. '영웅문' 등의 무협지에서 보던. 진짜 고수들 간의 대결을 영화적으로도 멋지게 표현해낸 장면이 아닐 수 없겠네요.


5. 쿵 리는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영화에서 본 줄 알았더니 바로 UFC 옥타곤 위 였군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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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2 _ 최후의 결전 (Red Cliff 2, 2009)
오우삼의 삼국지 주유전

사실 많은 이들이 실망했던 1편의 경우도 2편을 위한 거대한 예고편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특히나 1편에서는 제목이 '적벽대전'임에도 정작 적벽대전은 거의 치뤄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언가 2편에 가서는
주유와 공명의 심리전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2편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일단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에 짚고 넘어갈 점은, 영화 <적벽대전 2>는 원작인 삼국지연의 와는 거리가 있는
허구의 서사 장르일 뿐더러,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자체도 정사와는 차이가 있는 일종의 과장된 소설이다보니, 아예 원작이고
익숙한 삼국지와의 비교에 대한 내용은 최소한으로 줄이려 한다. 뭐 어쩔 수 없이 거론하게 되겠지만,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따져보기에는 워낙에 어긋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냥 '오우삼의 삼국지'라던가 '삼국지 주유전' 정도로 러프하게 인정하고
리뷰를 이어가 본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 주세요~)




이미 1편을 통해서도 그렇고, 양조위라는 배우가 캐스팅 된 것만을 놓고 보았을 때도 알 수 있었지만, 오우삼이 만든
<적벽대전>은 어디까지나 주유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물론 삼국지에서 주유가 주목 받는 것을 보았을 때 적벽대전 당시가
가장 주목받는 때이기는 하지만, 오우삼의 <적벽대전>만큼 집중되 있는 편은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개인적으로는
양조위와 금성무가 인물을 바꿔서 연기했어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오우삼은 주유를 너무 사랑했기에
양조위를 선택하게 된 듯 싶다). 주유가 워낙에 큰 비중을 갖고 있는 탓에 다른 장수들에 대한 묘사나 이야기가 소홀히 되는
것이 원작팬으로서는 가장 아쉬울 수 밖에는 없었다. 특히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촉 장수들에 대한 묘사는 기존
이 삼형제로 대변되는 삼국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황될 정도로 그저 동네 힘쎈 형(장비), 얼굴 벌건 동네 형(관우),
그리고 공원가면 만날 것 같은 아저씨(유비)로 묘사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조자룡의 경우는 굉장한 비중을 부여받고
있는 경우인데, <첩혈쌍웅>의 주윤발과 이수현처럼 주유와 등을 맞대고 싸우는 이도 조자룡이고, 레골라스 급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장면을 만들어내는 장본인도 다름아닌 조자룡이다(이런 경향은 1편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촉의 장수들은 조조로 대표되는 위나라 장수들과 비교하자면 그나마 양반이라 할 수 있겠다. 위나라 장수들은
그나마 배신한 채모와 장윤을 제외하면 이렇다하게 이름이 거론되는 장수조차 없으며, 그 외에 거론되는 장수라고는
위나라에 속한 것도 아니요 장수도 아닌 '화타'가 유일하며, 마지막 장면에 '하장군'으로 묘사되는 모 장수가 있겠다
(애꾸눈이 아니었던 걸로 봐서 하후돈은 아닌듯 싶고, 그렇다면 하후연? 하후상? 하후덕? 등 인 듯도 싶지만, 어쨋든 중요한건
이들이 전부 일반 장수들 이상으로는 묘사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조에게는 그 어느 세력보다 훌륭한 장수들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휘하의 장수들의 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사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우삼의 <적벽대전 2>에서는 영화적인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소교의 에피소드와 손상향의 에피소드를
매우 비중있게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다른 일반 영화였다면 매우 효과적인 장치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으나, 삼국지를 베이스로
하는 <적벽대전>에서 이런 쌩뚱맞은 에피소드를 만나니 사실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아니 왜, 적벽대전에
'바보온달'시퀀스를 삽입한 것인가!). 물론 정사가 소설화 되고 영화화 되면서 과장에 과장이 더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하여도,
결국 이 여인 한 명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거나, 마지막에 소교를 인질로 잡고 협상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영화구나'할 수
밖에는 없었다.

개봉이후 조금 늦게 영화를 보게 된지라 이미 많은 사람들의 스포일러 없는 감상평들을 접하고 간 탓에,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주유와 공명, 혹은 주유와 조조의 허허실실 지략 대결에 대한 묘사는 2편에서 가장 기대하던
바였다. 물론 <적벽대전 2>에는 바로 이 '허허실실'로 이야기할 수 있는 지략 대결이 등장하지만, 좀 더 치밀하고 비중있게
묘사했으면 하는 바램과는 달리, 빨리 빨리 맛만 보여주고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만약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공명이 화살 10만개를 얻어오는 장면이나, 서로가 서로를 속일 것을 예상하여 수를 두는 계략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오히려 예상보다 못한 수 놀림에 감탄할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 내용상으로는 역시나, '삼국지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무엇이 되었든 욕을 먹을 수 밖에는 없다'라는 지론처럼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으나, 그렇다고 오우삼의 <적벽대전 2>가 단순히 아쉽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1편과 마찬가지로 전투 씬에 있었는데, 기존 전쟁영화들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등장한 전투씬을 그릴 때
단순한 치고 박는 식의 연출을 어떻하면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그릴까 혹은 리얼하게 그릴까 고민하는 것과는 달리,
삼국지라는 특성에 잘 부합하여 '진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전투 씬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전편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이 진법이 사용된 전투 장면이었는데, <적벽대전 2>에서도 이 진법을 이용한 공성전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방패로 주위를 둘러쌓은채 기회를 도모하다가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신출 기몰하게 나타나 적을 베는 장면이나,
공성을 오르기 위해 진을 쌓는 장면 등은 오우삼이라는 감독과 중국이라는 인프라가 만났을 때만 가능할 법한 대규모
장면으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예전부터 삼국지 게임을 즐겨해온 입장으로서는 각 부대별로 네모낳게 모양지어
전진하는 장면이 반갑기까지 했으며, 공성전을 연출하는 방법도 실제와 허구가 적절히 섞인 장면들로 이뤄져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런 전쟁 씬의 경우 음악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벽대전 2>의 경우 음악 없이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았으며, 이 분위기에 따라 한쪽이 계속 밀리다가 다른 한쪽이 다시 우세하곤 하는 본편적
연출과는 다르게, 계속 서로가 죽고 죽이는 현실적인 묘사도 마음에 들었다(이 영화에선 실제로 촉과 오의 연합군이 기세를
몰아 조조의 군대를 잠식해 갈 때도 상당히 많은 아군이 전사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연기와 캐릭터를 묘사한 배우는 조조 역할을
맡은 장풍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영화가 완전히 주유의 원사이드 영화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조조라는
캐릭터가 다른 한편에서 열심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오우삼은 조조를 완벽한 악당으로 그리기 보다는,
선한 면(동시에 독한 면이 될 수도 있겠다)또한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좀 더 캐릭터를 확장시킬 여지가 있었다면,
훨씬 더 풍부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장풍의는 주어진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될 정도로,
조조 라는 캐릭터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장풍의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에도 급 관심이 가게 되었다.

주유 역할을 맡은 양조위와 공명 역할을 맡은 금성무에 연기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애초에
처음 캐스팅 얘기가 나올 때부터 양조위가 주유와 공명 역할 모두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양조위는 언제나처럼
괜찮은 연기를 펼쳤으나 자신의 부인을 적장에게 빼았길지도 모르고, 자신을 생각해서 부인이 스스로 적장에게 간 장수의
깊은 갈등까지는 표현해내지 못한 것 같다. 공명 역할의 금성무는 확실히 멋지긴 했으나, 뭐랄까 좀 더 공명스럽지는
못했다고나 할까. 하긴 공명스럽다는 것이 기존 삼국지 관련 작품들을 통해 얻게 된 일종의 선입관이긴 하겠지만,
그가 공명 같다기 보다는 여전히 금성무 같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도 하겠다. 소교 역할을 맡은 린즈링은 아름답기는
하나 아무래도 캐릭터가 조금 쌩뚱맞다 보니 '그저' 아름답게만 묘사되고 있고, 손상향 역할의 조미는 확실히 매력적이기는
하나 삼국지와는 덜 어울리는 캐릭터였으며, 손권 역할의 장첸은 손권 자체가 어찌보면 유비만큼이나 힘없이 그려지기
때문에 무언가 갈팡질팡 하는 느낌이 깊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 2>는 역시나 삼국지의 팬들에게는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 구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정도로 아쉬운 작품이긴 했으나, 원작과의 1:1 비교라는 점에서 조금 벗어난 다면, 그럭저럭 오우삼
감독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장함이 라던가, 대규모 자본과 엑스트라가 동원된 인상적인 공성전 만으로도
볼만했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점에서 보았는데, 화질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노이즈가 너무 심하고 전체적으로 색감도 별로 좋지
못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분명히 제가 본 프린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극장에서 사운드 볼륨도 별로 크지 않아
임팩트도 심히 부족했던 것 같구요.

2. 혹자들은 3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물론 루머일 것이며, 나온다면 그건 적벽대전 3가 아니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되겠죠.

3. 양조위는 연기할 때 우리가 극장에서볼 때와는 다른 언어로 연기한 것 같더군요.

4. 다시 생각해보아도 조조 휘하 장수들의 묘사는 정말 안습이네요 ㅠㅠ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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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만든 또 한 편의 치명적 러브 스토리

개봉 당시 안무에 가까운 아크로바틱한 정사 장면을 두고 선정성 논란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안 감독의 <색, 계>는,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노출 수위나 묘사의 정도보다도 내용적인 면에서 더욱 논란이 되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일단 이안 감독의 장점을 들자면 그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인간 본연의 섬세한 내면과 심리, 갈등 관계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대만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로부터 헐리우드 출세작이었던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그리고 '거장'으로의 묵직한 발걸음이었던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홀 주연의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인간 본연과 관계에 대해 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그의 능력은,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표현되어 많은 영화팬들의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언급되었듯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라는 표현은 다재다능함으로 적용될 수도 있지만, 약점이자 애매모호함으로 적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안 감독이 마블 코믹스 전통의 인기 작품인 <헐크>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미국인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냈었다. 미국 내에서 코믹스라는 문화가 갖는 남다른 의미는 타 국가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미국적인 수퍼 히어로 영화의 감독을 맡은 사람이 동양인이라는 점은 그들에게 적지 않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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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크> (2003)

반면 <브로크백 마운틴>의 경우는 이런 논란을 거의 완벽하게 잠식시켰을 정도로 가장 잘 만들어진 동양 감독의 서양 영화 중 한 편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가장 미국적인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카우보이라는 극 중 인물들의 설정과 배경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조율해내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러브 스토리를 성별에 상관없이 아름답게 그려내었을 뿐만 아니라 고인이 된 히스 레저 등 주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이끌어내어 더 없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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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크백 마운틴> (2005)


이안 감독의 정체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작품

그렇다면 헐리우드에서의 찬란한 성공과 화려한 필모그래피에도 불구하고 항상 서양에서 동양인으로 인식되며, 그 선입관과 맞서 싸우던 이안 감독이 실로 오랜만에 본토로 돌아와 만든 영화인 <색, 계>의 시선은 어떠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보여주어야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이 작품은, 당사자 스스로가 들려주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로 비춰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건 그가 이번에 다루고 있는 문제가 상당히 민감한 주제인 '중국의 독립'에 관련된 민족적인 차원이라는 점에 있다.


(※ 아래 단락에 영화 <색, 계>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하여 블루레이 분석 항목으로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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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계> (2007)

독립운동을 벌이는 왕치아즈(탕웨이 분)와 그 친구들의 모습이, 약간의 민족 의식을 지닌 연극 부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벌이는 풋내기적인 활동으로 그려진 것이나("이제 방학도 끝나가잖아"라는 대사는 압권이었다), '색'과 '계' 사이에서 고민하던 왕치아즈가 결국 어이없게도 다이아반지의 황홀함에 매혹되어 계를 버리고 색을 택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의 양 측면에 대한 심리 묘사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안 감독이 택한 마무리치고는 다소 의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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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은 캐스팅을 고려할 때 양조위를 생각하면서, 그가 그 동안 선한 역할만 맡아왔었기 때문에 부담이 되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부담이 결과적으로 왕치아즈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점도 분명 있는 듯하다. 사실 양조위가 맡은 캐릭터는 그 행위만을 놓고 봤을 때 재론의 여지가 없는 악역이라고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양조위라는 호감형의 배우가 친일 장군을 연기하게 되면서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캐릭터의 내면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었고(무언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식의...),  "난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믿지 못했어." 등의 대사를 통해 살펴볼 때 양조위의  캐릭터가 갖는 고뇌를 애써 보여주려고 하는 의도마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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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와 같은 설정을 우리의 사정에 대입해보면 (+그것도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같은 민족임에도 독립운동을 하는 운동가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들이고 고문하는 친일파 장군을 다룰 때, 그 역시 한국인들은 물론 일본인들에게도 견제를 받는 나름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가 많은 인물로 묘사될 수 있다. 이것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다 버리고 인간의 내면적인 측면에서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면, <색, 계>에서 이안 감독이 보여준 시각에도 역시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안 감독의 야심작 <색, 계>는 그 스스로 중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역사를 완벽히 꿰뚫지 못하고 있는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본 타국의 아픈 현실과 그 현실 때문에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 정도로 머물러버린 영화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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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 가지 첨언하자면 같은 전범국인 독일의 경우 전후에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기 때문에 독일군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의 영화들도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하고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경우는 자신들의 잘못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 정도로 역사 의식을 다소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상처 입은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물론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표정과 몸짓에까지 묘한 감정과 의미를 담아내는 이안 감독 본연의 섬세한 연출력과 유려한 만듦새는 서양인들을 매혹시켜, 6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촬영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지만 실제로 일제 억압의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 입장에서 <색, 계>라는 작품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지는 결국 본인 판단의 몫이다.

성적 긴장감이 물씬 묻어나는 치명적인 Full HD 화질!

7월 30일, 세계 최초로 출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색, 계> 블루레이의  영상은 일단 화질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초반 부인들간의 마작 게임 신에서 다소 흐릿한 선예도의 영상으로 잠시나마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는 1080P Full HD 스펙의 영상은 여러 장면에서 영화의 연출 의도를 적절히 강조하는 훌륭한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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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클로즈업이 많이 쓰이기도 한 영화답게 일단 각 인물의 얼굴을 화면 가득 보여주는 감정 신에서 블루레이 특유의 섬세한 피부 질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탕웨이가 왕치아즈 역할로 등장할 때 화장기 없는 풋풋한 얼굴과 막부인 으로 등장할 때 진한 화장으로 치장한 얼굴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피부의 톤이나 색감을 통해 DVD와는 다른 블루레이 화질의 정밀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실감나는 캐릭터 묘사를 위해 일부러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분장을 했다는 양조위의 갈색 피부도 같은 맥락에서 유감없이 고화질 영상의 위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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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곡면이 많은 얼굴과 피부의 질감을 잘 보여주는 클로즈업 장면에서 대강의 화질을 평가해볼 수 있지만, 화면에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거리 장면처럼, 세밀함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좀 더 디테일한 화질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초반 왕치아즈가 카페로 들어가기 전 어두운 회색  빛이 감도는 거리의 디테일과 양산을 써야할 정도로 쨍한 낮 시간의 거리 장면 모두 각 건물 사이과 거리를 오가는 인물들의 움직임, 복장 등 다양한 디테일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극중 ‘이’가 막부인을 밤 시간에 데려다 줄 때 가로등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조명만이 있는 어두운 장면에서도 바닥의 굴곡과 자동차 광택 등 거리 곳곳의 디테일이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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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몇몇 장면에서 노이즈가 평균 보다 조금 더 섞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균적인 TV화질 세팅으로 관람하였을 때 노이즈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수한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비교적 어두운 조명 하에서 촬영된 실내 신과 밝은 실외 장면을 오갈 때 노이즈 수준의 미세한 차이가 있으며, 일부 장면에서는 애써 눈을 부릅뜨고 보았을 때 배경 쪽으로 지글거리는 필름 그레인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영화의 특성상 아주 칼 같고 매끈한 영상을 의도했다기 보다는 시대극을 그리면서 좀 더 당시의 느낌이 나도록 의도한 쪽에 가깝기 때문에 약간의 노이즈 부분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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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Full HD급 고화질 영상으로 인한 극중 정사 신의 몰입감(?)은 DVD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두 배우의 헐벗은 살색 피부와 흥분이 고조됨에 따라 발갛게 홍조가 달아오르는 탕웨이의 미묘한 얼굴색 변화,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등의 섬세한 표현 등은 <색, 계> 블루레이를 누군가와 같이 감상하는 것을 참으로 민망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중후한 음색의 스코어가 돋보이는 7.1채널 HD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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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M 7.1ch, DTS-HD : MA 7.1ch, Dolby Digital EX 6.1ch 등 화려한 스펙으로 점철된 <색, 계>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다른 무엇보다도 장중하고 유려한 음색의 스코어 재생이 일품이다. 우선 스코어 트랙 재생에 대한 칭찬 이전에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한가지. 아마도 <색,계>블루레이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이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 분명한 '7.1채널의 입체 사운드로 감상하는 정사 장면'의 감흥은 생각보다는 효과가 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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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존재 자체를 잊어 버리게 하는 뜨거운 두 남녀의 숨소리는 분명 DVD의 압축된 사운드와는 다른 느낌의 성적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워낙에 센 묘사의 정사 신 때문인지 귀보다는 눈이 먼저 자극받는 측면도 크다. 시각이냐, 청각이냐라는 개인의 성적 기호(?)에 따른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직접 BD를 통해 체험을 해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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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특성상 액션 장면이나 특별히 사운드가 돋보이는 장면이 많지 않은 것도 작은 이유가 되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페인티드 베일>로 골든 글로브 작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영화음악계의 떠오르는 거장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가 만든 영화 음악이 더욱 돋보인다. 특히 차분하면서도 깊고 중후한 음색의 현과 목관악기로 연주되는 스코어는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로서 매혹적인 영상과 함께 그 감흥이 더욱 가슴 깊이 전달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엔딩 크래딧을 쉽게 스킵하지 못하도록 하는 깊은 떨림의 여운과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 부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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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의 AV 퀄리티는 무척 만족할만하나 부가영상은 이 타이틀이 블루레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했을 때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기 발매된 DVD에 수록되었던 ‘내한 기자회견 영상'이 빠진 것은 그 비중이 크지 않은 특성상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유일한 서플먼트라고 봐도 좋을 메이킹 필름이 SD급 화질로 수록된 점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최신작의 경우 영화 제작 단계부터 블루레이의 발매를 염두에 두고 메이킹 필름의 HD 촬영을 기획하는 시스템이 점차 늘고 있어, 블루레이에 수록될 부가영상들도 HD급 화질로 수록되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색, 계>의 블루레이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비롯한 촬영현장의 모습을 선명한 HD급 화질로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아무래도 국내 자체 제작으로 인한 소스 확보의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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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슬라이드 방식으로 구성된 포토 갤러리는 고화질 HD 이미지로 수록되어 있으며, 이 외에 한국 및 홍콩 예고편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총평]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영화의 내용적인 면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블루레이의 선택 여부도 결정이 될 타이틀이라 생각된다. 특히 AV적인 면에서는 화질과 음질 모두 블루레이에 걸맞는 우수한 스펙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HD 매체만의 차별성이 부족한 서플먼트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해외영화 타이틀과는 달리 국내 제작사인 아트서비스가 홍콩 Edko Video와 공동 제작한 판본이 수록된 타이틀로서 무삭제 영상, 세계 최초 출시 등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또한 양조위라는 최고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와 이에 반해 신인으로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를 보여준 탕웨이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이러한 화제성을 종합해볼 때 <다크나이트> 개봉과 맞물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에 이어, 최근 블루레이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할 타이틀이 <색,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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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본 리뷰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습니다. 리뷰 중 모든 캡춰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아트서비스'의 소유이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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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dvdpr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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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부 - 거대한 전쟁의 시작 (赤壁: Red Cliff, 2008)
의미있고 길었던 part 1


이미 개봉했던 삼국지 관련 영화인 <삼국지 : 용의 부활>이 단순히 삼국지라는 설정을 빌린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아쉬운 영화였기 때문에, 이 작품 <적벽대전>에 거는 기대는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오우삼 감독에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링, 조미, 후준, 장풍의 등 여러 기대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기에 그 기대는 더해만 갔다. 극장의 분위기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이 2편으로 구성된 영화에
첫 번째 영화임을 모르고 극장을 찾아서 인지, 'to be continue' 했을때 많은 관객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으며,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가 2편의 영화에 첫 번째 영화라는 사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제가 붙어있긴 하지만 요즘은 워낙에 부제가 붙은 영화들도 많다보니
이것만으로 본래 나뉘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오우삼의 연출력과
인상적인 액션 장면, 배우들의 이미지가 묻어난 괜찮은 1편이라고 생각되나, 2편으로 분리함에 있어
시간 배분에 조금은 실패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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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알려졌다시피 삼국지의 가장 큰 전투중 하나인 적벽대전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어떻게 보면 거대한 예고편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번 영화에는 적벽대전 특유의 맛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그 준비과정과 인물들 간의 설정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역시 '팔괘진' 장면이었다. 삼국지에서는 '책사'라는 존재가 부각되면서 부터
전투에서 일기토나 단순한 전투보다는 '진'의 개념이 강해진 전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오우삼 감독은 이 '진'으로서 싸우는 전장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이 부분에 굉장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이것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시간을 늘린 느낌이 크기
때문에 모든 장면을 늘어지게 구성만 느낌이있다), 그래도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진의 변화에 따라
적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시퀀스는 인상깊게 느껴졌다. 나중에 배역과 캐릭터를 얘기할 때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팔괘진 장면이 다 좋았음에도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장수를 그리는 연출에 있기도 했다.
전투장면에서는 흡사 <트로이>의 액션 스타일이 묻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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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겪인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전쟁 준비와 캐릭터 간의 관계나
이미지 설정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고, 삼국지라는 특수한 원작 자체가 워낙에 기존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굳어져 있고, 책에서 만화에서 본 인물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실사판이 되었을 떄는
누가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그려지는가가 사실상, 삼국지 관련 영화에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 주유 - 양조위
양조위는 어떤 캐릭터든 그가 맡음으로서 진정성을 갖게 되는 배우이다. 주유라는 캐릭터는 제갈량과의
관계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건 2편에 가봐야 더 정확히 오우삼이 어떻게 그리려는지
알 수 있겠지만, 일단 1편만 봐서는 역시나 제갈량이 더 여유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2편에 가면 이 둘의
긴장관계가 어느 액션보다도 더 큰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1편에서 서로 악기를 같이 연주하는 장면에서
이런 둘의 분위기의 전초전을 보여준듯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유치고는 양조위가 너무 나이가 많아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유'라기보나는 솔직히 '양조위'같다는 느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인듯.

* 제갈량 - 금성무
일단 지난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등장한 제갈량의 포스가 너무도 심하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금성무가 연기한 제갈량의 포스는 나름 만족할만 하다. 여유있고 겸손하며 실력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공명의
모습은 금성무의 진지한듯 하면서도 허허실실로 넘기는 연기로 어느 정도 잘 표현된듯 하다.
역시 주유나 제갈량에 대한 평가는 2편이 나와야 제대로 할 수 있을 듯 하다.

* 손권 - 장첸
손권 역을 맡은 장첸의 싱크로율은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연약함과 강단을 동시에 보여주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듯 하고, 무엇보다 26살이라고 했을 때 제법 믿을만 했다 ;;


* 조자룡 - 후준
<삼국지 용의 부활>이 사실상 조자룡 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그런 면에 <천룡팔부>의 소봉 포스를 보여주었던 후준의 조운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충성적이면서도 놀라운 무예를 자랑하고 액션에서도 포스를 뿜어내는 모습은 조자룡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2%만 잘 생겼다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특히 아두를 업고 싸우는
시퀀스는 <용의 부활>보다 훨씬 나았다(용의 부활 리뷰때도 썼지만, 여기서 유덕화는 나중에 아두가 그렇게
멍청하게 그려지는 것이 전부 조자룡 탓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아두를 너무 신경안쓰고 액션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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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 / 관우 / 장비
실제로 유비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없어보이는 인물임은 맞다. 하지만 그 선함과 덕이 빛을 발하는 순간,
비로서 빛나는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적벽대전>의 내용상에는 유비의 덕을 보여줄 장면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 당시 유비의 처지는 가장 불쌍한 처지였던 시기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이렇게 약하게 묘사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관우의 묘사가 가장 아쉬웠다. 일단 키가 너무 작다. 모든 장수들 중에 가장 작은 것 같다 --;
오우삼은 일부러 적룡을 쓰지 않은 것 같지만, 오히려 중복되더라도 적룡을 캐스팅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용의 부활>에서는 관우의 비중이 극히 적었음에도 그 인상이 대단했는데, <적벽>에서는
관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적토마도 타지 않고 주로 뛰어다니며, 청룡언월도를
쥐고 있기 보다는 던지는 용으로 더 자주 사용하는 관우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이런 액션 연출은
장비에게서도 두드러지지만 관우, 장비라기 보다는 이연걸에 가까운 무협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준다).
여튼 관우의 팬으로서 관우 캐릭터는 너무도 아쉽다.

장비는 또 어떠한가. 무식함의 대명사라 그렇게 그릴려고 했다는 것은 이해하나, 아무리 그렇다쳐도
시작할 때부터 무기도 없이(무기를 떨어트려 할 수 없이 맨손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전장으로 뛰어들어
적병사들과 주먹싸움과 가히 권법을 사용하는 장비의 모습은 너무 오버스럽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처음 말을 몸으로 부딪혀 쓰러트리는 장면이 나왔을 때는 '와'하며 감탄했었지만, 그 이후에 무기도 없는 장비가
또 한 번 그랬을 때는 감타보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 조조 - 장풍의
조조는 삼국지의 어느 캐릭터보다 팬이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난세의 영웅이라는 말로 흔히 표현되곤
하는데, 이번 <적벽>1편에서는 이런 난세의 영웅스런 조조의 모습보다는 한 여자에 빠져 주유와 제갈량에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연회나 즐기고 있는 모습이 많아 아쉬움도 있었다(예전에 읽었던 '조조전'
이었던가 조조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을 보면 조조가 상당히 여색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긴 한다;;).

* 감녕 - 나카무라 시도우
전 그냥 감녕의 묘사가 상당히 괜찮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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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이라는 삼국지 내의 최고로 흥미로운 전쟁을 영화화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았을 것이다.
시간을 따져보니 1편으로 하기엔 부족하고 2편으로 하기엔 좀 남았던 것 같다. 1편에 다 넣으려고 했다면
별다른 설명없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적벽대전에 들어갔겠지만, 잘 만 한다면 이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2편으로 나누면서 액션이나 모든 장면이 평균보다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것은 '팔괘진' 시퀀스 외에는
별다른 클라이막스가 없는 이번 작품이 더욱 밋밋하게 보이는 걸로 이어진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장판교와 조운-아두 이야기가 나오길래, 더군다나 관우가 홀로남아 잡히길래 아 그러면,
관우가 조조와 한동안 생활하는 장면도 나오겠구나 했는데, 어차피 시간을 끌거였다면 이 시퀀스를 넣어서
좀 더 늘어지지 않게 타이트하게 구성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근데, 그러기엔 관우의
포스가 너무 약하구나 ;;;;;).


근데 이렇게 얘기해봤자 어차피 <적벽대전>은 1편의 성격을 띠는 작품이기 때문에 최종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적벽대전'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장면들이 등장할 터이니
잔뜩 기대해 보려고 한다~


1. 이 영화는 쇼박스에서 공통 투자,제작을 한 작품이기도 해서, 제목의 폰트도 틀리고, 각 인물을 설명하는
   별도 자막이 추가되어 있다.

2. 오우삼과 비둘기. 첨에 휙 지나가길래 '역시'했는데, 나중엔 대놓고 계속 나오더라.

3. 많은 남자분이 그래도 '린즈링'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여기서
  포인트가 추가되지는 않았다 ^^;;

4. 개인적인 생각으론 삼국지는 누가 감독하던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은 원작임에 분명한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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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조금은 기대이하였다.

이안 감독의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을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에
양조위가 나온다던,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던 것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었으나
막상 보고나니 그냥 평범한 정도였다고나 할까.

영화는 내용과 스토리가 그러하다보니 분위기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남,녀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핏보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속에 놓여진 두 남녀의 우여곡절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지고보면 그냥 러브스토리(더 따지면, 러브 스토리라고 보기도 조금 어려울듯)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두 남녀가 정말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는 영화를 통해서 확실히 전달 받을 수 없었다.
양조위 역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인지, 아니면 자신이 처한 역할과 상황에 대한
돌파구나 해방 그 이상이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탕웨이 역시 마지막 다이아반지에 결국 넘어간 것인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디 놓아주기로 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정말 누구 말만 따라, 마지막 다이아반지를 전해주는 시퀀스는 일종의 코미디였다.
그 한 장면으로인해 많은 의미들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조위가 맡은 역할은 분명 악역이지만, 양조위가 맡았기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되는 캐릭터였다.
악당이지만 어딘가 슬픔이나 사연이있을듯한 눈빛을 갖고 있는 양조위.
양조위의 매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캐릭터였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소모한 것일뿐,
더 나아가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몇몇 장면과 전체적으로 이른바 아우라를 진하게 풍기는 그의 이미지는
동,서양을 통틀어 그만이 갖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신인이라고는 믿기힘든 탕웨이의 연기는 굳이 20분의 무삭제된 배드씬을 제외하더라도
화장하고 안하고가 다른 사람이 되듯, 충분히 인상적인 연기였다.

이안 감독은 확실히 중국 감독이라기보다는 미국감독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에서 대사 없이 느껴지는
 예술적인 순간순간들은 가볍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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