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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공허하게 늘어놓은 세대교체기



미리 말하자면 내게 있어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보다도 더 좋아하고, 특히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캐릭터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쌓여갈 수록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애정하게 된 시리즈라 하겠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선 보였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는 그 애정함을 최고조로 발산할 수 있었던 브라이언 싱어 특유의 아름답고 감정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였는데, 프리퀄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는 아쉽게도, 그럼에도 선뜻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힘든 영화였다. 적어도 지금은 (왜냐하면 이런 시리즈의 역사 속에 있는 작품들은 간혹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다시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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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는 전체적으로 장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액션의 스케일은 크고, 캐릭터들의 갈등도 고조되지만 시각과 청각적으로 볼거리가 화려해질 수록 한 편으로는 '왜?'라는 물음과 함께 공허함이 느껴진다. 러닝타임이 물론 긴 편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길기 때문이 아니라 주 악당인 아포칼립스 (오스카 아이삭)와 엑스맨 멤버들의 갈등의 비중을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말하자면 오스카 아이삭이 연기한 아포칼립스라는 캐릭터는 모든 돌연변이들 가운데서도 신 적인 존재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막강한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 자체로서도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측면이 너무 도드라졌고, 그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후반으로 갈 수록 그 모습에서는 공포스러움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이 정도의 압도적인 악당이 등장할 경우 더 단순한 대립 구조를 취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프리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찰스와 에릭의 갈등 구조가 반복되는 동시에, 익숙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로의 (진 그레이, 스톰, 스캇, 나이트크롤러) 세대교체 목적을 달성해야 했기에, 조금은 장황하고 선명하지 못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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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와 에릭의 갈등 테마는 두 배우가 열연을 통해 (특히 패스벤더가)다시 한 번 살려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이미 전작들에서 충분히 활용 되었고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깊이가 그리 깊지 않다보니, 또 한 번 빠져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 외에도 '아포칼립스'는 공감대의 대부분을 프리퀄 전작들은 물론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1, 2의 이야기에 기대고 있는데, 물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의존성은 싱어의 엑스맨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아포칼립스'는 그 단점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똑같은 이유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아포칼립스'는 공허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농담처럼 이 영화를 한 줄로 평가하자면 '찰스는 어쩌다가 대머리가 되었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스케일은 엄청나게 키웠지만 (음악 또한), 내실이 부족하다보니 역시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구 상의 모든 핵무기가 출동하고 지축을 흔들 만큼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만, 그 크기도 그 위기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겉 도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아포칼립스의 능력을 더 드러내고, 이에 맞서서 고전분투하는 엑스맨들의 활약상을 그리거나 반대로, 아직 어린 엑스맨 캐릭터들이 어떻게 처음 엑스맨으로서 활약하게 되는지를 주목해 브라이언 싱어가 이루고자 했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목적 달성에 더 집중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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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속에서 '제다이의 귀환'을 이야기하면서 '망했다' '제일 별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엑스맨 프리퀄 삼부작 가운데 이 작품도 그런 평가를 할 수 밖에는 없겠네요. 재밌는건 이 농담 뿐 아니라 스토리상에서도 에릭과 퀵실버의 이야기 속에는 슬쩍 '제다이의 귀환'의 다스베이더와 루크의 설정이 들어있기도 하지요.


2. 로즈 번의 팬으로서 초반 그녀의 등장 씬을 보면서 마치 '에이전트 카터'처럼 모이라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CIA 요원으로서 계속 돌연변이들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3. 이 영화만 보면 능력은 아포칼립토 보다도 오히려 퀵 실버가 더 짱인듯 ㅎ


4. 스톰은 모습은 그렇다치고, 억양은 전혀 다른데 영재 학교에서 나중에 많이 고친듯.


5. 제니퍼 로렌스는 역시 멋있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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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마키나 _ 블루레이 리뷰 (Ex Machina, Blu-ray review)
인공 지능에 관한 깊은 반복의 결과물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와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미고' 등의 각본을 담당했던 알렉스 갈렌드 감독의 ’엑스마키나 (Ex Machina, 2015)’는 한 편으론 이젠 지루하리 만큼 다양한 영화와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인공 지능 (A.I)에 관한 이야기로서 그 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작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럼에도 (그러니까 그런 비슷한 설정에 완전히 익숙한 관객들을 상대로도) 볼 만한 SF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렉스 갈렌드라는 이름을 주목했던 이들이라면 ’엑스마키나'에 대한 기대가 조금 더 컸을 텐데, 그가 각본에 참여했던 작품들을 살펴보자면 대니 보일과 함께 한 ’28일 후' ‘선샤인'을 비롯해 2010년 ’네버 렛미고'와 2012년 ’저지 드레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공통되는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미고'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그 질문과 유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엑스마키나'를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같이 알렉스 갈렌드의 ’엑스 마키나'는 인공 지능을 주제로 한 수 많은 SF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화두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 시키는 매력적인 SF 영화라 하겠다.






앞서 언급 하였듯이 ’엑스마키나'의 주 된 내용은 인간과 로봇, 그리고 인공 지능으로 인해 던져 진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관한 것이다. 많은 인공 지능을 다룬 영화들이 인공 지능으로 탄생한 로봇 스스로가 본인을 인간과 다른 존재로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는 것까지 겪는 갈등 혹은 혼란을 주로 등장 시키는데, ‘엑스마키나'의 인공 지능인 ’에이바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미 겉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스로가 인간과 다른 로봇임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런 영화의 선택은 관객에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또 다른 혼란을 주는데, 바로 확실한 인공 지능인 에이바를 제외한 극 중 인간 캐릭터들이 과연 정말 인간인가? 라는 점이다. 리들리 스콧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가 비슷한 설정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엑스마키나'는 그 자체에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같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흥미를 더한다.






‘엑스마키나'의 매력은 각본을 썼던 전작 ’네버 렛미고'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볼거리나 충격적인 반전, 극적인 전개 보다는, 오히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그래서 더 섬세한 감각을 곤두서게 하는 분위기와 그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의 표정과 눈빛들이다. 

 

이 작품에서 역시 최소한의 공간을 배경으로 최소한의 캐릭터 만을 등장 시키는 미니멀 한 구조를 보여주는데, 특히 주요 배경이 되는 공간의 구성 역시 미래적이면서도 심플함이 강조되어 있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 낸다. 특히 알렉스 갈렌드는 인공 지능이라는 최첨단의 미래 기술과 대자연이라는 배경을 자주 교차 시키면서, 고요한 가운데 결코 무시 못할 리듬 감을 만들어 낸다. 결론적으로 ’엑스마키나'는 인공 지능이라는 주제에 대한 반복 적인 고찰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을, 자극적인 방식보다는 본질을 최대한 이해 시키고자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버리는 것에 집중한,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SF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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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Video & Audio

 

블루레이 화질의 경우 영상미 자체에 덕을 많이 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엑스마키나' 같은 작품은 마치 톰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의 경우 처럼, 최상급의 화질이 받쳐 주면 더 배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싸늘할 만큼의 차가움과 금속 특유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느끼기엔 화질이 아쉬운 편이다.







실내 장면에서는 칼 같이 날카로운 선예도를 보여주고, 실외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나무 하나 하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을 수록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영상의 명료함이 부족해졌다. 선예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수준이지만 작품의 특성상 그 느낌을 배로 살려줄 수 있는 칼같은 화질이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 듯 하다.





하지만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일단 생각보다 체감할 수 있는 장면 (액션 중심의)이 많지 않음에도, 에이바를 비롯해 네이든의 비밀 연구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미래적 사운드는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 되고 있으며,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 음악 역시 사운드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강약이 조절되고 있어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디테일 한 사운드적 쾌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영화 중반 잠깐의 댄스 타임(?)에서 등장하는 사운드는, 마치 극 중 네이든의 연구소 내의 시스템 수준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잠시 나마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을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사운드의 구성 및 퀄리티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라 하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엑스마키나'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은 단촐한 편이다. 총 5개의 메뉴로 제공되며 각각 5분이 채 안되는 영상으로, 좀 더 다양한 뒷 이야기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듯 하다. ‘The Story’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줄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가 담겨 있으며, ‘The Cast’에서는 작품에 출연한 돔놀 글리슨과 오스카 아이삭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등장하여 각 캐릭터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들려준다.






‘The Design’에서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최고급 수준의 디자인을 구현해야 했던 내용 때문에 더 고심해야 했던 로케이션지 선택과 내부 연구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며, ‘Creating AVA’를 통해서는 에이바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짧지만 다양한 컨셉 영상과 과정 소개가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The Turing Test’에서는 영화의 주된 소재이기도 한 튜링 테스트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총평] 알렉스 갈렌드 감독의 ’엑스마키나'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소개 되었던 인공 지능과 관련된 화두를 또 한 번 담아낸 작품이다. 기존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들과 아주 다른 이야기 혹은 전혀 다른 반전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그 무조건 적인 새로움 보다는 근본에 충실하여 인공 지능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 가치관의 혼란과 긴장을 집중력 있게 표현하는 데에 성공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관련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작지만 매력 있는 ’엑스마키나'를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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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바이어런트 (A Most Violent Year, 2015)

악마의 탄생이 아닌 정도(正道)의 죽음



'마진 콜'과 '올 이즈 로스트'를 연출했던 J.C.챈더 감독의 신작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보았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포스터와 스틸컷에서 마치 '대부' 시절의 알 파치노를 연상 시키는 강렬한 이미지의 오스카 아이삭과 근래 가장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이어가고 있는 여배우인 제시카 차스테인 때문이었다. 특히 오스카 아이삭의 이미지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알 파치노의 '대부'를 떠올리기 쉬운 것이었기에, 작품 역시 범죄가 만연하던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갱스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J.C.챈더는 정반대로 이 힘든 시절 속에서 끝까지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아주 치열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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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모랄레스 (오스카 아이삭)는 이민자 출신으로 장인어른의 기름 사업을 물려 받아 계속 사업을 성장시켜온 재능있는 사업가다. 하지만 그가 성공할 수록 그는 각종 비리와 공격에 타겟이 되어 안밖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는다. 범죄가 만연한 시기였기에 어쩌면 큰 흠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여러 유혹과 회유에도 아벨은 끝까지 자신의 방식, 제대로 된 방식으로 그 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주인공 아벨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자 한다. 그의 가족적인 면, 인간적인 면을 감성적으로 부각하는 대신, 상당히 드라이하게 사업가로서의 그의 행동과 결정 위주로 묘사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벨은 범죄와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는 물론 아닐 뿐더러,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고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는 본인의 방식대로 본인의 꿈을 이루려는 사업가 일 뿐이다. 표현은 '뿐이다'라고 했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 작품엔 그 어떤 비하나 상대적 평가 절하의 표현도, 시선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오히려 아벨의 이야기를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남게 된다. 왜 아벨은 이토록 정도(正道)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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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역설이다. 즉, 이 질문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관객들을 향한 감독의 질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을 추구한 아벨이 이토록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더 나아가 그런 사회에 얼마나 대중들이 익숙해졌는지를 되묻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악마의 탄생으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정도(正道)의 죽음으로 봐야할 것이다. 순수한 한 남자가 결국엔 어떻게 악에게 잠식되는 지에 대한 과정이 아닌, 아벨이 대변하는 가치관들이 어떻게 스러져가는지에 대한 기록의 측면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커다란 짐을 전달하고자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엔 극적 쾌감이나 짜릿함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상황적인 측면도 그러하지만, 간혹 아벨이 그 어려움들을 우여곡절 끝에 해결해 낸다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인 것일지라도)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물론, 다행이다 싶은 안도감도 느낄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혹여 성공처럼 비춰질 수 있는 순간이라도 사실은 죽어가는 과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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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바이어런트'의 아쉬운 점이라면 한 남자의 심리와 상황 묘사를 조금은 직접적으로 미국이라는 현상과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은 은근하게 빗대어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으나, 조금은 직접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케 하는 샷과 구도들은 영화 전체가 담고 있는 무거움을 조금은 가볍게 만드는 요소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아벨이 처한 상황과 직접적으로 같지는 않지만 상황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인지, 그의 고민 하나하나가 200% 와 닿았다. 지켜야 하는 것들과 지키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것들. 성공이라는 상황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수단까지 가능한 것인지. 혹은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 끝까지 정도를 가려는 것 자체가 너무 이기적이거나 어리석은 판단은 아닐지.

가장 폭력이 만연하던 해를 온 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아벨의 이야기는 새삼스럽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1. 정말 오랜만에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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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 블루레이 리뷰

작품에 걸맞는 컬렉션으로 탄생한 한정판​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 가운데 최근 몇 년 간 가장 꾸준한 완성도와 평단의 열렬한 지지, 더 나아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코엔 형제를 가장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7 년 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시작으로, '번 애프터 리딩 (2008)', '시리어스 맨 (2009)', '더 브레이브 (2010)' 그리고 이 작품 '인사이드 르윈'에 이르기까지,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미국 사회를 다루는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가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를 조금씩 더 넓혀왔다 (혹자는 '번 애프터 리딩'이 이 리스트에서 빠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확히 이야기하자면 코엔 형제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이른바 '거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밥 딜런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음악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땐, 그들의 팬이자 포크 음악의 애호가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이미 여러분들이 확인했다시피 또 한 번 마법 같은 연출력으로, 최고의 음악 영화인 동시에 코엔 형제가 꾸준히 말하고자 하는 삶의 고통을 담아낸 수작으로서 기억될 작품을 만들어 냈다. 바로 '인사이드 르윈'이다.




'인사이드 르윈'은 데이브 반 롱크 (Dave Van Ronk)라는 실제 포크 뮤지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데이브 반 롱크는 당대의 포크 뮤지션인 밥 딜런, 존 바에즈 등에게 영향을 끼친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의 전기 영화로 보기는 어렵다. 코엔 형제는 데이브 반 롱크라는 포크 뮤지션의 이야기를 빌어, 자신들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시대의 공기와 우연의 연속을 통한 삶의 아이러니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 'Inside Llewyn Davis'는 데이브 반 롱크의 1963년 앨범 'Inside Dave Van Ronk'에서 가져왔다). 




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음악 영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상을 할 수 있었고, '인사이드 르윈'은 조금 다른 의미지만 실제로 그랬다. 포크 뮤지션인 르윈 데이비스 (오스카 아이삭)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되지만, 그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한 성공과 실패에 주목하기 보다는 코엔 형제의 다른 영화들처럼, 주인공이 짧은 여정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개의 우연들과 그 우연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 내는 전혀 다른 사건들에 대해 무덤덤 하게 그려낸다.

'시리어스 맨'이 나른함과 시니컬 함의 정서였다면 '인사이드 르윈'은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 혹은 꿈을 꾸는 듯 불투명하고 안개 속에 있는 듯 멜랑콜리한 정서를 통해 놀랍게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 도대체 무슨 체험을 한 것인가 스스로를 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든다.





인사이드 르윈 - THE BLU COLLECTION LIMITED EDITION




'인사이드 르윈'을 인상 깊게 본 순간 동시에 들었던 한 가지 걱정은, '과연 인사이드 르윈의 블루레이는 출시 될 것인가? 만약 출시된다면 패키지는 너무 소홀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였다. '인사이드 르윈'은 정말 그 해 최고의 영화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땐 외면 당할 소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블루를 통해 출시된 블루레이는 한정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소장 가치 높은 만족스러운 패키지로 출시되었다. 진심으로 다행이다.




단 이번 한정판 블루레이 패키지의 구성물을 나열해 보자면 40p 분량의 소책자와 오리지널 포스터 카드, 포토 카드 3종과 기타 피크 그리고 더 블루 콜렉션 한정 카드가 수록되었다. 넘버링 스티커 등 한정 판을 더욱 한정 판 답게 만드는 구성물을 통해 '컬렉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다.






저 소책자의 경우 '고양이를 쫓는 이상한 모험'이라는 제목의 영화 리뷰 글과 '포크가 허락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OST를 소개하는 글이 수록되었고, 여기에 감독과 배우들을 각각 소개하는 '피로한 인물의 창조자들'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수록되어 충분한 읽을 거리 또한 제공한다. 소책자에 수록된 모든 글은 영문으로도 제공된다.



풀 슬립 아웃케이스는 크래프트 재질로 제작되었으며 최근 풀 슬립 아웃케이스의 경향이 그러하듯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일부 디자인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케이스는 스카나보 투명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화의 주요 장면을 담은 포토 카드 3종과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가 담긴 카드 1장도 수록되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그 리고 포크 음악을 담은 영화 답게 기타 피크도 제공하고 있는데, 아까워서 실제 이 피크로 연주를 할 수 있겠느냐 만은 집에 어쿠스틱 기타가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이 피크를 사용해서 극 중 오스카 아이삭처럼 'Hang Me, Oh Hang Me~'를 읊조려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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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작답게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마 극장에서 이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작품의 영상 톤에 대해서 살짝 의문을 갖을 지도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느낌이 나도록 색감의 레벨을 상당히 낮춘 형태의 영상은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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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영상에 잠시 등장하는 실제 촬영 장면과 비교해보면 영화 속 영상이 얼마나 의도적으로 컬러가 조정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가스등 카페 장면과 실외 장면에서 더 그러하다), 오히려 이렇게 전체적으로 톤 다운 된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에 화질의 중요성이 더 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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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음악의 비중이 큰 작품 답게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코엔 형제는 '인사이드 르윈'을 만들면서 음악을 단순히 담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로 담아내길 원했는데, 그렇게 담아낸 연주와 노래 장면들은 블루레이의 사운드를 통해 더 집중력 있게 안방 극장으로 전달된다. 특히 이 작품의 연주 장면은 연주와 노래 외에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배제한 채 오로지 그 곡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의 중요성이 다른 영화들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확실히 이 포인트를 더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화 음악 외에 이 작품에서 소소하지만 사운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인데, 아마 집사 분들이라면 다 잘 아시겠지만 고양이 특유의 그르렁 대는 사운드를 느낄 때면 묘한 쾌감이 있는데, 특히 블루레이처럼 선명한 사운드로 접하게 될 땐 그 감동(?)이 더 배가 되는 느낌이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 가 영상은 Inside “inside Llewyn Davis” 라는 제목의 약 40여 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 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영상의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이 영상 외에는 전혀 다른 부가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킹 영상에서는 감독인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오스카 아이삭과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등 주요 출연진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코엔 형제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전체적으로 '인사이드 르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비롯해, 연기와 노래 특히 연주까지 가능한 르윈 데이비스 역할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어려움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코엔 형제는 이번 영화에서 노래와 연주가 마치 뮤지컬처럼 직접 라이브로 진행되길 원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오스카 아이삭 만한 적역도 없지 않았나 싶다.





양한 제작 뒷 이야기를 담은 메이킹 영상에서도 특히 흥미를 끌었던 장면은, 주인공 오스카 아이삭을 비롯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음악 감독인 티 본 버넷 그리고 '멈포드 앤 선즈 (mumford and sons)'의 리드 보컬 마커스 멈포드와 그의 아내 캐리 멀리건까지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었다. 어쩌면 이 과정의 장면들도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과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노래와 연주를 함께 하는 장면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총평] 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그들의 놀라운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힐 만한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포크 뮤직이라는 세계 관에 자신들이 평소 말하고자 했던 삶의 아이러니에 관한 세계관을 아주 얇은 두께의 레이어로 겹쳐낸 이 작품은, 완벽한 코엔 형제의 영화인 동시에 완벽한 음악 영화이기도 하다.


런 작품을 구성물이 풍성한 패키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아직도) 반가움이 더 먼저 드는 사건이며, 앞으로도 코엔 형제의 영화를 비롯해 작품성으로 인정 받는 좋은 영화들이 그에 걸맞는 퀄리티의 타이틀과 패키지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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