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1:0 네덜란드


1. 월드컵 결승전에는 항상 등장했던 빅4인,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가 없는 최초의 결승전이라 사실 누가 이겨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던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준우승만 해본 네덜란드와 의외로 단 한번도 결승에 오른적이 없었던 스페인의 대결.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스페인을 응원했었는데, 결국 스페인이 우승컵을 들게 되었다.

2. 델 보스케 감독은 부진한 토레스 대신 비야를 원톱으로, 그리고 페드로를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시킨 동시에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두터운 중원과 뒤를 바치는 알론소 라인으로 네덜란드에 맞섰다. 개인적으로 아스날의 캡틴이 월드컵 내내 벤치에 있어야 하는 점은 몹시 아쉬운 일이지만, 그것이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건재한 스페인 같은 팀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3. 초반 스페인의 공격은 업사이드 트랙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다비드 비야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거의 업사이드에 걸리기는 했지만 네덜란드로서는 단 한번만 실수해도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는 없었다.

4. 결승전에서도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는 계속되었다. 사비, 이니에스타, 알론소가 버티는 중원은 작은 공간에서도 짧은 패스로 볼을 빼기지 않고 연결시키며 점유율을 이어갔으며, 몇 번의 킬패스로 네덜란드의 수비진을 서늘하게 했다. 네덜란드는 확실히 이에 비해 선수비 후 역습을 노리는 분위기였다. 스페인의 공격을 하다가 끊겼을 때 단번에 로벤의 돌파나 반 페르시에게 이어지는 루트를 노렸으며, 몇번 찬스를 얻기도 했다.




5. 아무래도 스페인이 중원에서 볼을 계속 갖고 있는 점유율 축구를 하다보니, 중원에서 볼다툼이 심하게 일어났다. 경기는 조금 과열양상으로 접어들었는데, 몇번의 강한 태클이 이어졌고 이에 따른 보복성 태클도 이어졌으며 옐로카드도 여럿 나와 후반에는 누구 하나 반드시 퇴장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 네덜란드는 로벤의 환상적인 돌파로 몇번의 결정적인 1:1 찬스를 맞았지만, 카시야스의 선방으로 인해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번 대회 단 2골 밖에는 실점하지 않은 카시야스는 이 날도 네덜란드의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막아내며 세계 최고의 수문장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7. 전반을 0:0으로 마치고 후반도 종료가 가까워졌을 때, 개인적으로는 파브레가스와 토레스가 교체로 꼭 출전하기를 바랬었고, 후반 40분 결국 파브레가스가 사비 알론소와 교체되어 출전했다. 이 때 세스크를 응원하는 심정에서는 마치 지난 EPL의 경기에서처럼 다시 한번 '파브레관우'의 모습을 보여주며 극적인 주인공이 되길 바랬었으나 (그리고 연장전엔 실제로 단독 찬스를 얻기도 했으나) 거기까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본인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겠지만, '그래도 아스날의 캡틴인데!' 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국의 첫 번째 우승이 될지도 모를 이번 월드컵에서 벤치만 지키고 싶지는 않았을 세스크는, 늦은 시간이지만 경기장에 나설 수 있었고 우승의 기쁨을 그라운드에서 함께 할 수 있었다.

8. 연장 후반 비야와 교체되어 들어온 페르난도 토레스는 확실히 폼이 좋지 않아보였다. 부상 복귀 이후 좀처럼 폼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날 연장 후반 출전은 오히려 부상 재발로 이어질 위험을 주는 바람에 토레스에게는 좋지 않은 장면이 되었다.




9. 결국 승부차기로 가는건가 싶었던 순간, 시종일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니에스타의 발끝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 나왔다. 이니에스타는 골을 넣고 유니폼을 벗으며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그 문구는 다름 아닌 '‘DANI JARQUE SIEMPRE CON NOSOTROS'. 즉, 지난 8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RCD 에스파뇰의 수비수 다니엘 하르케를 기리는 문구였다. 그의 사망 당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와 항상 함께 뛰었던 이니에스타는 이렇게 그를 기릴 기회를 갖게 되었다.

10. 이니에스타는 이날도 MOM으로 선정되었지만, 이번 월드컵 경기 내내 스페인의 에이스나 다름 없었다.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의 핵심 선수였으며, 왜 파브레가스가 벤치에 있어야만 했는지를 보여준 활약이었다.





11. 승부가 결정되기 전 이니에스타의 골이 들어갔을 때 이미 눈물 짓는 카시야스의 모습에서는 많은 것이 느껴졌다. 히딩크 감독에게 발탁되 주목을 받고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로 여러 시즌을 보냈으며, 세계 최고의 골키퍼 자리에 있는 그였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주장 카시야스에게 드디어 맞게된 조국의 월드컵 우승은 어떤 의미였을까. 패배 뒤 그라운드에 서서 넋을 잃었던 스네이더의 촉촉한 눈가도 인상적이었지만, 승자인 카시야스의 눈물도 인상적이었다.

12. 이렇게 남아공 월드컵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고로 개인적으로 시차적응에 힘들었던 한 달 간의 시간도 막을 내렸다. 여튼 축구 때문에 즐거운 한달이었다.


보너스는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카시야스의 우승 소감.









독일 4:0 아르헨티나

1. 잉글랜드가 떨어진 마당에 거의 유일한 응원팀은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였다. 조별 리그에서는 이렇다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 점차 폼을 회복하기 시작한 독일과의 경기였기에, 두 팀의 대결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 될 확률이 높은 대진이었다.

2. 마라도나는 윙백으로 구티에레즈 대신 오타맨디를 선발로 내세웠는데, 결국 이 것은 가장 큰 패인 중 하나가 되었다. 오타맨디는 외질, 슈바인슈타이거 등에게 지속적으로 찬스를 허용했고 이는 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선발로 나온 막시 로드리게즈 역시 이렇다할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3. 경기중 차범근 해설위원도 여러번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정말 독일 축구가 변했다. 그것도 아주 무서우리만큼 완벽하게 변했다. 예전 독일 축구는 강하기는 했으나 짜임새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공략해볼 만한 구석이 많은 축구였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위주가 된 뢰브 감독의 독일 축구는 가장 강할 때의 브라질 축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격의 다양성과 화력이 정말 후덜덜 했다.

4. 이미 이번 월드컵의 스타로 떠오른 외질은 이날 경기에서 지난 조별 경기 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조별 경기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반증도 된다), 이 날은 MOM 슈바인슈타이거가 있었다. 차두리의 해설처럼 윙어가 아니라 수비형 미들로 보직을 바꾼 뒤 다시 태어난 슈바인슈타이거의 진가는 이 날 경기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5. 볼을 잘 간수하고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중간에서 잘 지연시키고 끊어냈으며, 공격시에는 빠른 전환과 동시에 세트 피스에서는 정확한 킥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발락은 물론, 아르헨티나로 보자면 마르체라노가 해주었어야 할 역할 이상을 완벽하게 소화한 모습이었다. 이 날 내가 뽑은 MOM 역시 슈바인슈타이거일 수밖에는 없었다. 그 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다.




6. 역시 새롭게 떠오른 신성, 토마스 뮬러 선수 역시 뺴놓을 수 없겠다. 장신이면서도 훌륭한 발기술과 골결정력으로 무장한 뮬러는 이 날의 스타였다. 이 날 골을 더해 총 4골을 성공시킬 정도로 득점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7. 예전 같으면 1,2골 정도 앞서갈 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을 텐데 (굳이 독일이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새로워진 독일팀은 달랐다. 계속 아르헨티나를 공격적으로 밀어 붙였으며, 더 쉽게 (적어도 보기에는 쉽게)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토너먼트의 사나이 클로제는 두 골을 성공시킴으로서 뢰브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재차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8. 마라도나 감독은 후반 오타맨디를 빼고 파스토레를 투입했는데, 이 교체 역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이 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되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최대 약점이 마라도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초반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던 마라도나였지만, 그래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졌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결국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들을 두고도 4강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게 되었다. 한 골도 넣지 못한 메시의 부진과 더불어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9. 사실 아르헨을 응원했던 입장이라 아르헨티나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일의 경기력은 대단했다. 이 정도라면 네덜란드에게 브라질이 발목 잡히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브라질과 결승전에서 만났더라면 정말 명승부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진짜 독일 팀은 이번 월드컵에 나온 팀들 가운데 최고의 실력과 폼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브라질을 꺽은 네덜란드도, 아직까지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도 꺽기 어려울 것 같다.

10. 정말 무섭다, 독일!








잉글랜드 1:4 독일


1. 이번 월드컵 16강 대진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기대를 했었던 경기가 바로 이 경기였다. 사실 조별 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만 본다면 최악의 경기를 펼친 잉글랜드는 물론, 독일 역시 그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마치 '결승전'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부진했던 두 팀이 16강전에서 불꽃이 붙는 다면 예전 같은 멋진 경기를 펼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도 컸다.

2. 카펠로 감독은 지난 슬로베니아 전과 동일한 라인업, 제임스 밀너와 업슨 그리고 데포를 선발로 기용했다. 슬로베니아전 업슨과 밀너의 기용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더 확고한 대체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업슨은 이날 수비 불안의 주된 요인이 되어버렸다.

3. 경기 초반 클로제의 슛팅은 분명한 업슨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어깨싸움에서 클로제에게 좋은 자리를 빼았기면서 너무 이른 시간에 골을 허용하고 말았는데, 이 이후 업슨의 플레이는 계속 위축되어 있었다. 잉글랜드는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그 기본에는 역시 수비 불안이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큰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업슨은 이 실책으로 인해 더욱 위축되었고, 글렌 존슨은 수비보다는 오버래핑에 더 집중하는 듯 했으며, 수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존 테리마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이것이 컸다. 존 테리가 무너지면서 포백 라인은 너무 쉽게 계속 공간을 허용했다).

4. 조별 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클로제는 이 골과 더불어 완전히 살아났고, 화려한 발 기술까지 선보이며 왜 자신이 월드컵의 사나이인지 그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클로제가 살아나면서 포돌스키 역시 살아났고, 예전 같은 힘의 축구가 아닌 기술 축구로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5. 이 날 차범근 해설위원도 여러번 지적했던 점이지만, 이런 독일의 변화는 사실 놀라웠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맞물려 발생한 긍정적인 시너지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독일 대표팀의 미래도 밝게 했는데, 특히 그 가운데 외질 선수의 활약은 정마라 이번 월드컵이 낳은 스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단했다. 잉글랜드의 수비진이 쉽게 붕괴된 탓도 있지만, 스피드나 기술 면에서 잉글랜드를 완전히 압도하며 독일에게 쉬운 찬스들을 만들어준 외질의 활약은, 그야말로 MOM 감이었다. 아마도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뜨거울 스타 중 한명이 아닐까 싶다.





6. 클로제와 포돌스키의 골, 그리고 업슨의 만회골로 2:1로 뒤지던 잉글랜드는 전반 38분경 램파드의 슛으로 동점을 만드는가 했다. 들어간 걸 보고 좋아하며 뒤돌아선 카펠로 감독처럼, 나 역시 이건 너무 확실한 골이라서 노골로 선언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것은 결국 노골로 선언되었다. 크로스바를 맞고 아래로 바운드 되어 골라인을 넘었나 안넘었나 애매한 판정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램파드의 이번 경우는 너무도 확연하게 골라인을 한참 넘어간 터라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본것을 심판만 보지 못했다. 주심이야 못볼 수 있다지만 골라인에 서있던 선심이 보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데, 잉글랜드가 이 골을 넣었더라면 경기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7. 지난번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전을 이야기하면서 '만약'은 없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누가 투입되었더라면, 그 자리에 다른 선수가 있었더라면 하는 만약은 분명 의미가 없지만, 명백한 오심으로 골로 선언되었어야 할 골이 골로 인정되었더라면 하는 만약은 분명 의미가 있다. 경기에 뒤지고 있을 때와 비기고 있을 때는 전술상 달라질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만약 동점이 되었더라면 잉글랜드가 좀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다.

8. 명백한 오심이 있긴 했지만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그들의 네임밸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웨인 루니는 리그에서 보여주었던 활동력 넘치는 모습을 거의 한번도 보여주질 못했고 (퍼거슨 감독이 걱정할 만하다), 부상선수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수비진의 붕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준이었으며, 한 때 세계 최고의 미들진이라 불렸던 미드필더 역시 중원에서 상대를 압박하거나 위협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9.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지고 있는 잉글랜드는 이로서 다시 한번 자국 선수 보호와 많은 경기수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되었다. 확실히 잉글랜드는 지난 대표팀들에 비해 임팩트가 많이 부족해진 것이 사실이며, 자국리그와 챔스리그 등 많은 경기수로 인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진정한 축구 종가라면 이제 심각하게 대표팀에 대한 개선을 해야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10. 이로서 내가 심정적으로 가장 응원하던 첫 번째 팀의(대한민국 제외) 월드컵은 16강에서 끝이 났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응원할 팀은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뿐이다. 최근 본 마라도나의 다큐멘터리 때문에 더 끌리게 된 점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어쨋든 브라질이나 독일 등이 아닌 아르헨티나가 오랜만에 월드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 1:2 우루과이 


1. 첫 원정 16강에 오른 대한민국과 조별 경기 무패, 무실점으로 조 1위로 16강에 오른 우루과이와의 경기. 이미 설레발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루과이를 꺽으면 8강에서도 미국 vs 가나의 승자와 만나기 때문에 대진운이 좋다는 거였는데, 그걸 반대로 얘기하자면 우루과이에게는 16강에서는 한국, 그 다음은 미국 vs 가나의 승자와 만나는 것이니 더 좋은 대진운이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했었지만, 어쨋든 우루과이는 대한민국보다 전력상 앞선 강팀이었다.

2.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 대신 김재성을 선발 투입했다. 김재성을 그대로 염기훈 자리에 두고 이청용과 쉬프트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초반 김재성이 중앙에 박지성이 측면에서 뛰는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김재성은 후반 교체되어 나갈 때까지 특유의 왕성한 활동력으로 미들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3. 우루과이는 전반 후반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조금 전략을 달리했지만, 전반 초반에는 박지성을 수비수인 페레즈에게 전담하여 강한 압박을 했는데, 초반 박지성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공격 흐름을 막기 위한 전술이었다. 골을 넣고 앞서가면서 이런 강도는 약해지고 전체적인 수비 조직을 이용한 전술로 바뀌었지만, 어쨋든 초반 박지성의 움직임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우루과이로서는 성공적이었다.

4. 전반 초반 수아레스의 골은 분명 수비 조직력의 문제였다 (이것을 정성룡 혼자의 실책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실책을 지적하자면 그 자리에서 수비를 끝까지 해야했던 이영표의 실책이었다. 분명 뒤에 우루과이 선수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였는데, 아마도 그 골이 애매하게 골키퍼와 자신의 앞을 지나 뒤까지 흐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끝까지 사람을 막았어야 햇는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5. 한국에게는 이후에도 여러번의 찬스가 있었다. 박주영의 프리킥은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몇 번의 공격 찬스는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23분 이청용의 골이 성공되며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경기장의 분위기와 더불어 어쨋든 우리가 좀 더 기세를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6. 후반 터진 수아레스의 역전골은 상대였지만 정말 멋진 각으로 (그 혼전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더!) 뻗어나간 골이었다. 수비중 김정우가 걷어낸다고 터치한 골이 수아레스에게 적절한 골 찬스로 연결되어 결국 골로 연결되었는데, 이건 수아레스가 잘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혼전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집중력을 보인 수아레스 선수에게 박수를 보낼 만 하다.




7. 개인적으로는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을 정말 오래 고대해 왔었다. 그의 히스토리를 계속 함께한 팬으로서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이번 월드컵에 갖는 의미는 클 수 밖에는 없었는데, 어쨋든 이동국에게는 짧지만 우루과이 전 후반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8. 이동국 선수가 교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없던 엄청난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이전 미들스브로의 경기를 매경기 조마조마 하면서 보던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미들스브로에서 뛴 경기 하나하나는 마치 우루과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어쨋든 짧은 시간 무언가 반드시 보여주어야만 했던 압박감이 컸던 시기로서, 우루과이 전의 이런 긴장감이 익숙할 정도였다.

9. 차범근 해설 위원이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해 주었듯이, 이동국의 포스트 플레이는 참 좋았다. 후반 이동국의 포스트 플레이를 주 공격루트로 삼았던 대한민국에게 이동국의 이런 적극적인 수비수와의 몸싸움 장면은 추가골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10.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을 고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는데 그것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선수가 바로 이동국이었기 때문이다. 박지성, 이청용이 실수나 부진을 겪으면 '아쉬웠다'로 끝나지만, 이동국은 10번의 찬스 가운데 1번만 놓쳐도 '이동국 때문에 졌다'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우루과이를 꺽는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키지 않는 이상 (하긴 이렇다하더라도 욕먹었을지 모른다) 비난을 받을 확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팬으로서 차라리 안나오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11. 이동국이 놓친 결정적 슛찬스는 분명 아쉬운 장면이었다. 제대로 임팩트가 이뤄졌더라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경기에서 이런 모든 것은 만약(if)일 뿐이지 누군가를 이 정도로 비난할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단 한번의 찬스를 놓쳤던 이동국이 이런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 전 상황에서 혼자 있었던 이동국에게 패스하지 않고 슛을 쏴 골을 놓쳐버린 이청용은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며, 골대 맞추고 골을 넣지 못한 박주영도, 어쨋든 2골이나 먹은 정성룡도, 한국 선수 모두 결국 경기에 졌으니 저마다의 이유로 비난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매번 이동국만 유독 집중 비난을 받는지 모르겠다. 

12. 제일 우스운 건, 평소 이동국의 경기를 단 한 경기도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 단순히 언론에서 떠드는 '게으른 선수'라는 말도 안되는 자극적인 문구만 듣고 뛰쳐나와, '역시 게으른 선수답게 어쩌구 저쩌구'하는 것이다. 물론 월드컵에 대해 한 마디 하려면 각국의 리그 경기 혹은 K리그를 모두 꿰뚫고 있어야만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욕하려면 그 전에 욕할 상대가 내가 하려는 욕을 먹을 만한 짓을 정말 했는지는 확인하고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그저 언론에서 만든 이미지로 겉핥기 식으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세상에서, 너무나 쉽게 누군가를 매장시키려 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다. 이동국이 어떤 선수인가를 얘기하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얘기해야 그들에겐 여전히 '게으른 선수' 일테니 말할 필요도 없겠다.




13. 그렇다고 이동국의 슛 찬스가 아쉽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너무 안타까워 팔짝 뛸 정도였으니. 결국 2002년 당시 안정환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주인공은 되지 못한 이동국 선수가 팬으로서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에게 미련이 남지 않는 대회가 되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결국, 이동국 스스로에게 더 큰 미련이 남는 월드컵이 되어버렸다.

14. 이렇게 대한민국의 남아공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첫 원정 16강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이뤄냈으며, 이룬 것과 보안해야 할 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16강을 마치고 우루과이 선수들이 정말 좋아하던 장면이나, 경기 뒤 인터뷰만 보아도 대한민국은 이제 정말 그 어느 팀도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팀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15. 대한민국 팬들에겐 끝나버린 월드컵이지만, 축구 팬들에게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아공 월드컵이 더욱 기대된다!







잉글랜드 1:0 슬로베니아


1. 팀 내분 및 실력저하로 최악의 월드컵을 보낸 프랑스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탑 클래스 팀이라면 잉글랜드를 바로 꼽을 수 있을텐데, 사실상 승리해야만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슬로베니아전, 카펠로 감독은 기존 조별 경기와는 조금 다른 조합을 들고 나왔다.

2. 루니의 파트너로 헤스키 대신 더메인 데포를 선발로 내세웠고, 무엇보다 측면 미드필더로 발 빠른 아론 레논이 아닌 제임스 밀너를 투입했으며, 중앙 수비 역시 부상으로 빠지게 된 레들리 킹 대신 매튜 업슨을 내세웠다. 확실히 네임 벨류나 전체적인 임팩트면에서는 무게가 떨어지는 라인업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이번 월드컵 카펠로 감독의 가장 좋은 선택이 되었다.

3. 전반 23분, 새롭게 선발에 들어온 제임스 밀너의 크로스를 역시 선발로 첫 투입된 데포가 골로 연결시켰고, 이 골은 결승골이 되었다. 제임스 밀너는 그래도 경기 막판까지 측면에서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그나마 그 정도의 활약이 있어서 윙백인 글렌 존슨이 좀 더 수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4. 사실 카펠로의 잉글랜드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윙백인 글렌 존슨의 전술적 중요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의 강점이라면(강점이자 약점) 후덜덜한 네임벨류의 미드필더 진을 들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윙백인 글렌 존슨이 거의 미드필더, 더나아가 측면 공격수 처럼 뛰는 전술은 수비 조직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잉글랜드의 전형에 있어서 그리 적합한 전술인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초반에는 글렌 존슨이 계속 하프라인을 넘어와 공격수처럼 활약했었는데, 골을 넣고 나서는 좀 더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5.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사실 잉글랜드는 부상 선수 없이 모두가 승선했다하더라도 팀 조직력에 있어서는 항상 의문 부호를 갖게 하는 팀이었다. 자국 리그내에서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선수들이 많고(이런 비슷한 이유로 스페인도 국대는 스펙에 비해 좋은 성적을 못내곤 했는데, 최근 스페인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만큼이나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 스페인이 좀 더 나아보이는 편이다), 팀으로서 조직력을 맞춰 볼 만한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은 대단하지만 잉글랜드라는 팀으로서는 그 스텟을 100%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6. 거기에다가 존 테리의 스캔들로 퍼디난드가 주장이 되었으나, 퍼디난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제라드가 다시 주장을, 하지만 존 테리는 아직도 자신이 주장인냥 행동하려고 하고, 감독과의 묘한 갈등 관계 등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던 팀 분위기까지 겹쳐, 잉글랜드는 이번 조별 경기 내내 그리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 1:0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였으며, 골찬스도 거의 없었고 깔끔하지도 못한 경기였다.

7. 여튼 경기 하루 전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카펠로 감독에게 사과를 하며 다시 한번 경기에 집중하기로 한 존 테리의 의지는 엿보이는 경기였다. 전반 슬로베니아의 거듭되는 골 찬스에서 몸을 던져가며 육탄 방어하는 (본문의 메인 이미지로 있는, '인간어뢰 존 테리'로 불리는 바로 저 장면!) 모습에서는 적어도, 팀에게 미안한 마음에 헌신하려하는구나 라는 진정성은 엿보였다. 하긴 존 테리는 그런 남자였다. 물론 '남자'여서 문제된 것이기도 했지만.

8. 웨인 루니의 부진은 맨유 팬으로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실 몇 번 골로 연결될 만한 장면이 있었는데 정작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악제였다. 이런 분위기가 한 두 경기 이어질 수록 좋던 분위기마저 사라져버리기 마련인데, 이 날 교체해준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풀 타임으로 뛰면서 골을 넣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못 넣었을 경우를 생각해봤을 땐 차라리 미리 빼준게 나았을 듯). 어쨋든 16강에 오르게 되었으니 (더군다나 숙적 독일을 만나게 되었으니) 좀 더 파이팅 넘치는 진짜 루니 (인민 루니 말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9. 아, 그리고 중앙 수비수로 나온 웨스트햄 소속의 매튜 업슨은 확실히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도슨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어쨋든 캐러거, 킹, 퍼디난드가 다 없는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센터백은 불안불안 한 것이 사실이다.

10. 독일이 가나를 꺽고 16강에 오르면서 가장 기대되는 16강전 대진이 완성되었다. 잉글랜드 vs 아르헨티나를 능가하는 최고의 라이벌, 잉글랜드와 독일의 대진이 그것인데, 두 팀 모두 부진한 터라 소문난 잔치에 볼 것 없는 경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두 팀 모두 이 라이벌 전을 계기로 오기로라도 예전의 경기력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대한민국 2:2 나이지리아


1.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던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은 그리스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나섰다. 즉, 오범석 대신 차두리가 나왔고, 염기훈이 그대로 나왔다는 사실. 사실 염기훈은 염기훈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도 있지만 박지성을 중앙에서 활용하기 위한 전술로 이해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2차전이 끝나고 1순위로 염기훈을 잘못을 탓했던 허감독이 3차전에서 염기훈 카드를 또 들고 나온 것을 봐도 알 수 있음).

2. 사실 전체적으로 나이지리아가 운이 없었던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거인 야쿠부는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이나 할법한 실수를 저질렀고(이 장면에서 거의 포기하고 탄식을 내뱉었는데, 이걸 못 넣을 줄은 정말 몰랐다),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오빈나의 슛팅은 모두 공 한개 차이로 골대를 빗나갔다. 

3. 전후반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칼루 우체는 전반 이른 시간에 골을 성공시켰는데, 이 골은 확실히 차두리의 실책성 플레이였다. 차두리는 이 날 전반적으로 폼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공격가담하는 장면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수비에서도 자주 측면을 내주면서 크로스를 허용해 위험을 초래했다. 지난 경기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포지션은 국대 포지션 중에서 가장 선발에 고민이 많은(다 못해서가 아니라 다 잘해서) 포지션인데, 차두리와 오범석이 이렇게 널 뛰듯 기복있는 플레이을 보여주니 감독으로서 고민이 클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4. 나이지리아전을 비롯해 3차전 모두 동일한 클래스를 보여준 선수라면 역시 이영표를 들 수 있겠다. '수비를 하고 있잖아!'라는 카툰 속 대사처럼, 확실히 다른 클래스를 꾸준히 보여주었다. 이영표와 더불어 보이지 않게 가장 자신의 역할을 잘한 선수라면 김정우 선수를 들 수 있겠다. 나이지리아 전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맨유의 플래쳐처럼 상대의 공격시 일선에서 시간을 벌거나 중간중간 상대 공격 흐름을 끊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 정도면 이연두의 남자친구로 아깝지 않다.

5. 이 날 이정수의 동점골은 예전 스콜스의 훼이크 슛 이후 훼이크 슛의 장을 월드컵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골이었다. 헤딩을 하는 척하면서 결국 다리로 골을 연결한 이정수의 골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동방예의지국 슛팅'으로 불리고 있는데, 기성용 크로스의 이정수 슛이라는 새로운 공격 루트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어쨋든 매번 그 다음에 골이 더 나오는 바람에 생각보다 주목을 못 받는 이정수 선수가 없었다면, 우리의 첫 원정 16강은 없었을 것이다.

6. 박주영의 역전 프리킥은 다시 보니 에네야마 골키퍼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수비벽에게 오른편을 맡기고 왼편을 지켰어야 했는데, 킥을 차는 순간 벽쪽으로 골이 오는 것으로 착각하고 움직이는 바람에, 그 반대편으로 온 골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박주영의 골이 순전히 나이지리아 골키퍼의 실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박주영은 모나코의 왕자답게 아름다운 킥을 했고, 충분히 들어갈 만한 골이었다.

7.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나이지리아의 마르틴스와 오빈나는 정말 위협적이었다. 이 둘이 조금 만 더 운이 따랐거나 집중력을 보여주었더라면 2:2 스코어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2:2가 되고나서 크게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휴.

8. 김남일의 패널티를 준 파울은 확실히 아쉬운 장면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이 실수로 골을 빼앗기게 되면 본능적으로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실수(파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김날일의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만약 우리가 역전패라도해 16강에 못올라갔더라면 어땟을지, 김남일 선수야 말로 하늘에 대고 '주여'를 외쳤어야 하지 않나 싶다 ㅎ

9. 개인적으로는 후반 이동국이나 안정환 선수의 투입을 기대했으나 역시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의 취향을 떠나서 조별 경기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선수를, 더군다나 기존 멤버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때에, 새로운 선수를 16강전에 투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동국 선수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꼭 월드컵 무대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우루과이 전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실히 좀 부정적이긴 하다.

10. 후반 추가시간 김동진의 교체 투입은 시간 지연을 위한 것이 컸겠지만, 그 밖의 부수적인 기능이라면 이영표의 기도파트너로 투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

11. 자, 이제 강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다 (우루과이의 경기를 다시 하나둘 살펴보니 상당히 강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수와레즈와 포를란의 투 톱은 매우 위협적이며, 조별 경기 한 골도 실점하지 않은 수비도 인상적이다). 16강 전에서도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북한 0:7 포르투갈

1. 보통 같으면 '설마?'하는 기대를 별로 갖지 않았을테지만, 첫 번째 조별 경기를 통해 세계 최강 브라질과도 해볼만 했던 경기를 펼친 북한 대표팀이었기에,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혹시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2. 실제로 전반전에는 1골만 내준 것은 물론, 전반적인 경기 내용도 시소 게임에 가까웠을 정도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며, 공격에서 몇 번의 좋은 장면들도 보여주었다. 완전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브라질 전과는 달리, 분명 수비 위주이긴 했지만 윙백들의 공격 가담도 제법 있었고 홍영조나 정대세의 움직임 등 그보다는 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경기였다. 

3. 하지만 브라질 전 같은 집중력은 1골을 먹고, 2골을 먹고, 3골을 먹으면서 완전히 풀어져 버렸다. 나중에는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와해되면서 포르투갈 선수들은 너무도 쉽게 골을 성공시켰다. 북한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완벽히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펼치는 경우의 최고와 최악을 모두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는데, 브라질전은 최고의 경기였고, 포르투갈 전은 최악의 경기였다.

4. 이런 전술로 나왔을 경우 골을 먹지 않았거나 1,2골 정도 허용했을 때는 그 집중력이 유지되어, 오히려 상대를 계속 불안하게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골을 허용했을 경우에는 오늘처럼 이도저도 못해보고 무너져 버리게 마련이다. 브라질전 이미 대패를 했었더라면 이 정도로 아쉽진 않았을텐데, 강팀을 상대하는 약팀의 최고모습을 보여주었던터라 더욱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5. 포르투갈은 확실히 별로 좋은 폼은 아니었는데 북한전을 계기로 실마리를 찾은 셈이 되었다. 특히 팀의 주축인 호나우도가 어시스트와 골을 기록하는 등 그 동안 국대에서 골이 한동안 없었다는 부담을 덜게 되었으며 (이렇게 여러 골이 나는데도 정작 호나우도의 골은 나지 않아,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호나우도에게 가장 필요한 여유를 찾았다는 점에서 다음 브라질 전에서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되었다.

6. 케이 로스 감독은 그렇게 많이 이기고 있는데도 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더라. 그 열정 하나는 알아주어야겠더라. 

7. 경기 끝나고 갖은 정대세의 인터뷰를 보니 더욱 아쉬움이 들었다. 44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려고 잔뜩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응원하는 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그의 인터뷰. 그래도 마지막 남은 코트디부아르 전. 북한 대표팀을 여전히 응원한다! (드록신이 자비를 배풀길...)





(TV로 본 경기는 모두 단평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바빠서 못했었는데, 앞으로는 짧게라도 하나씩 해야겠어요;;;)

대한민국 1:4 아르헨티나

1.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전은 두 팀 모두 그리 잘한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전반전 내내 두 팀의 몸은 몹시도 무거웠으며, '과연 이 팀이 그리스를 2:0으로 꺽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직된 경기를 보였고, 다른 한 팀도 '과연 이 팀이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팀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즉, 어느 한 팀이 잘해서 승부가 난 경기라기 보다는 다른 한 팀의 실책과 잘못된 전술이 승패를 가린 경기였다.

2. 일단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잘못은 전술이었다. 개인적으로 어제 경기 4골의 대부분은 오범석이 관여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범석 기용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이 포지션은 차두리, 오범석 중 누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러니까 누가 딱히 선발이라고 꼬집어 얘기하기 어려운 경쟁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스전 차두리의 활약이 몹시 뛰어났기 때문에 (감독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지만) 차두리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오범석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는 전술이었다.

3.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반전 오범석의 플레이는 사실 최악이었다. 골을 내준 파울에도 가담, 전체적으로 완전히 얼어있는 몸상태는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돌파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를 파악한 아르헨티나는 만만치 않은 이영표의 라인 대신 오범석 라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은 후반에 오범석을 차두리로 교체했어야 했다 (이후 염기훈과 더불어 다시 얘기하겠지만, 전반전을 본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후반시작과 동시에 혹은 후반 초반에 오범석을 당연히 차두리로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다). 후반 오범석의 플레이가 좋아졌다는 평들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후반 내준 2골 역시 모두 오범석의 실책성이었다. 메시를 따라다니느라 아게로를 노마크 상태로 둔 것이 오범석이었고, 아게로에게 대응하는 수비도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안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전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벤치에 있었음에도 끝까지 오범석을 고집한 것이 아르헨티나 전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4. 박주영의 자책골은 좀 더 집중력을 가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지만 (슬로우 비디오였음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골문으로 들어가는 골을 바라보았던 것으로 미뤄봤을 때, 순간 집중력을 잃었던 것 같다), 어쨋든 실수였다. 이 골로 분위기가 다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 추가시간 이청룡의 골로 거의 분위기는 다시 되돌린 상태였다.

5. 후반 이청룡의 기막힌 패스를 받은 염기훈의 슈팅은 분명 아쉬웠다. 오른발로 찼어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물론 그 편이 더 맞지만 왼발이 익숙한 염기훈에게는 아웃사이드로 툭 방향을 바꾸는 정도로 차야지 했던 것 같다. 본인도 몹시 아쉬워 할 정도로 이 장면은 실제로 경기 양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염기훈의 경우 더 빠른 교체를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6. 누가 봐도 염기훈이 골찬스를 놓친 이 장면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축구팬이나 해설자는 이 장면을 가지고 안타깝다고 말할 수 있으나, 경기 후 바로 갖은 인터뷰에서 감독이 공식 인터뷰를 통해 염기훈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 장면이 아쉽다고 얘기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 장면이 안타까웠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팀을 이끄는 감독이 나서서 '얘 때문에 졌다' 식의 발언이 과연 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염기훈 선수는 안그래도 괴로울 텐데 감독이 끝나고나서 콕 찝어 특별히 따로 얘기해주니 그 심정이 또 어땠을까. 4-1의 큰 스코어 차이로 졌음에도 거의 '우리 선수들은 다 잘했다' 라는 식으로 얘기하다가 염기훈만 콕 찝어 얘기한 것은 분명 감독으로서 실언에 가까운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우리의 월드컵은 진행중이 아니던가!

7. 그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성용을 김남일로 교체한 것도 사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기성용의 움직임은 전반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고, 더더군다나 2-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보다 수비에 강한 미드필더로 교체한 것에 의미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물론 김남일이 들어가고 나서 전체적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지만, 그 반대로 기성용이 그대로 있었더라면 더 나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그대로 든다. 물론 이것들은 다 if 라 의미가 없지만, 오범석이 교체되겠지...했는데 기성용이 나와버려서 놀랐던 건 사실.

8.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그렇게 잘 한 경기는 아니었다. 다들 메시의 플레이에 감탄하곤 하는데, 그간 프리메라리가에서의 경기라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메시의 플레이를 본 이들이라면 사실 크게 놀랄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국 수비수 4~5사이에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은 역쉬!). 오히려 이 날 굉장히 짧은 시간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인 아르헨티나 선수라면 아게로를 꼽을 수 있을 듯. 혹자들은 아게로가 마라도나 감독의 사위라서 선발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설사 아게로가 이혼할 지언정 아르헨 국대로 선발될 만한 실력은 충분히 갖춘 선수다 (물론 마라도나가 감독이라면 앙심을 품고 안뽑을 순 있겠다. 그리운 리켈메 ㅠㅠ)

9. 이 날 경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메시를 2,3명이 마크하겠다고 했었는데, 연막이었는지 실제로는 박지성을 전담마크 시켰다. 물론 박지성이 맨유 소속으로 바르셀로나의 메시를 챔스에서 전담 마크에 가깝게 수비한 적은 있었지만 (물론 이 때도 피를로의 경우처럼 100% 전담마크는 아니었다), 맨유에서의 그와 국대에서의 그는 큰 차이가 있다. 맨유에서는 박지성을 한 명 공격수의 전담 마크맨으로 붙일 수 있지만, 국대에서의 박지성은 누군가의 전담 마크 수비수보다도 더 큰 롤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박지성을 윙이 아닌 중앙으로 위치하게 하면서 수비가 약한 구티에레즈(참고로 아르헨 현 대표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대신 수비가 강한 마스체라노와 매치업이 이뤄지면서 박지성 역시 꽁꽁 묶여버리게 되었다.

10. 후반 10분을 남기고 경기장을 밟게 된 이동국 선수.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 무대인데,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도, 팀의 의욕도 너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선발 혹은 어쨋든 출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워낙에 욕을 먹는 선수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10분 가지고 또 욕먹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쉴드 가동중입니다).

11. 아직 나이지리아 전이 남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허정무 감독의 납득할 만한 전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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