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고든 레빗 : 연대기 (Joseph Gordon-Levitt : Chronicle)


여기 한 남자 배우가 있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화제작 '인셉션'을 통해 '500일의 썸머'에 이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된 그는 바로 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Levitt)이다. 조셉 고든 레빗의 필모그래피가 흥미롭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헐리웃의 대표 배우로 성장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는 마이너한 감성과 분위기를 갖고 있는 배우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명 헐리웃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라는 점에서 더 늦기 전의 그의 짧지 않은 연대기를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흥미로운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었지만, 예상보다 더 흥미롭고 결코 짧지 않은 커리어는 알면 알 수록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에게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그렇다. 조셉 고든 레빗은 바로 외계인 가족이었던 것이다)

 
처음 성인이 된 조셉 고든 레빗을 본 사람들은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3rd Rock from the Sun)'에 나왔던 그 아이구나!'라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그렇다, 조셉 고든 레빗은 아역 연기자 출신으로 우리가 흔히 알만한 작품에도 여럿 출연했었다. 앞서 언급한 TV시리즈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을 비롯하여 1994년 작으로 우리에게는 대니 글로버 주연의 야구영화로 기억되는 '외야의 천사들 (Angels in the Outfield, 1994)'에도 출연하였으며, 브래드 피드 주연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에서는 주인공 노먼이 아역으로 출연하였으며, 데미 무어와 알렉 볼드윈이 주연한 1996년작 '주어러 (The Juror, 1996)'에서는 데미 무어의 아들로 출연하기도 했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TV시리즈와 작은 영화들에서 아역 연기자로 크고 작은 역할들을 연기했었는데, 의외로 배우들이 좋은 작품들이 제법 있었다는 점이 조금은 놀랄 만한 점이었다.



(이 작품에는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 외에 어린 데이빗 크럼홀츠도 출연했었다. 데이빗 크럼홀츠는 미드 '넘버스'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데, 이런 풋풋한 모습을 보니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꼭 챙겨봐야할 또 한 가지 이유가 생긴 기분이다. 더 재밌는건 '넘버스'의 에피소드에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한 적도 있다는 사실!)

그러다가 아역의 티를 살짝 벗은 19살의 조셉 고든 레빗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헐리웃 청춘 영화의 산실로 불리는 (점점 불려지는)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이었다. 이 작품은 초기 소수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가 히스 레저가 주목을 끌었을 때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었는데, 사실 이 작품을 조셉 고든 레빗 때문에 다시 꺼내들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작품을 통해 주목 받은 것은 물론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즈 였겠지만, 여기엔 분명히 조셉 고든 레빗도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점점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적어도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의 팬들 사이에서는) 그 중요도가 커져가는 이 작품이 국내에서는 DVD로도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미에서는 블루레이로까지 발매가 되었었는데 어쨋든 이 작품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브릭' 이전에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비중있는 출연이라면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보물성 (Treasure Planet, 2002)'에서 주인공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브릭'은 성인 배우로서 조셉 고든 레빗을 다시 재조명해준 작품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를 이름과 함께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2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브릭 (Brick, 2005)' 이었다. 고등학생과 교내를 배경으로 누아르 장르를 써내려간 이 기발한 작품은 한 편으론 참 유치하고 단순해 보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느와르와 장르 영화의 특성을 전혀 다른 배경에 완전히 대입시킨 작품으로서 평단에 큰 주목을 받았었다. '브릭'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그 였다. '브릭'에서 처음 조셉 고든 레빗을 보았을 때는 사실 히스 레저를 보는 줄 알았었다. 아직까지도 그를 떠올리면 '아, 첨에 히스 레저 닮은 배우로 생각했던' 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을 정도로, '브릭'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마치 좀 더 골격이 작고 여린 히스 레저 같아 보였었다.



(적어도 나에겐 히스 레저를 연상시키는 배우로 출발했던 조셉 고든 레빗에게, 이제 더이상 히스 레저의 그림자는 없다)

그런데 구글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저렇게 둘이 붙여 놓고 보면 꼭 닮았다고만은 할 수 없을텐데, '브릭'을 보고 들었던 인상은 분명 '히스 레저'였다. 이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통해 함께 연기했었고, 만약 히스 레저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어떤 작품에서든 다시금 만날 수도 있었을 이 두 배우가 또 한번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팬으로서 역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톰과 썸머는 이미 2001년 '매닉 (Manic)'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었다)

 
 
'브릭'의 성공 이후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밟겠구나 싶었었으나 의외로 그의 모습을 한 동안 (적어도 국내 극장가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브릭' 이후 2005년부터 2008년 까지 제법 많은 영화에 주연, 조연을 맡았었지만 이렇다할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더 구체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금새 수면 위로 떠오를 줄 알았던 그를 기다리기가 점점 지루해질 때 쯤, 조셉 고든 레빗은 전혀 의외의 영화와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왔는데 바로 이병헌이 출연해 더 큰 관심을 끌었던 헐리웃 블럭버스터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가 그것이었다 (실제 북미 개봉 시점을 보면 '(500)일의 썸머'가 같은 해 다른 달로 조금 더 개봉이 빠르지만, 국내 개봉 시점으로 보면 '지.아이.조'가 앞서 있었다). 당시 썼던 '지.아이.조' 리뷰에 조셉 관련 부분을 끄집어 내보자면,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 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 평가는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과연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는 아직까지 좀 의문인데....음....의문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는, 젊었을 때의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아마도 수십년 뒤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그런 클래식함이 더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드디어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드디어'라는 수식어를 최근 개봉한 '인셉션' 대신 '(500)일의 썸머'에서 사용한 이유는, 이 작품에서 이미 그의 연기가 많이 자리를 잡고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이 데샤넬이 영화 속 '썸머' 그 자체였듯이, 조셉 고든 레빗 역시 '톰' 그 자체였다. 이 영화 속 '톰 핸슨'이라는 캐릭터는 비슷한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도 괜찮은 작품이 되었겠지만, 다른 여배우가 맡았더라면 조이 데샤넬 특유의 뉘앙스는 살릴 수 없었을 것처럼, 톰 역시 조셉 고든 레빗 만의 사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지금의 '톰 핸슨'을 만들어 냈다. 두 배우 모두 연기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평소의 모습이 은연 중에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했는데, 확실히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조셉 고든 레빗을 '그냥'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 '매우' 좋아하는 배우로 꼽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SNL이 맞다)

 
'(500)일의 썸머'이후 조이 데샤넬의 팬을 자처하게 되면서 그녀의 관련 소식을 찾다가 자연스레 조셉 고든 레빗에 관한 소식들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 알면 알 수록 마음에 든달까. 그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무비 스타 혹은 셀러브리티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커리어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깊게 받을 수 있었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 담긴 사진들을 보아도 모두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있었으며,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들이 더욱 그를 특별하고 개성있는 배우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끔은 이런 느낌도??)

그의 다양한 활동들 가운데는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있고 단편을 연출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아우를 만한 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라면 'hitRECord'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의 트위터를 알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고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여러가지 결과물들을 보고나서야, 그의 아티스트적인 역량과 자부심 혹은 욕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조셉 고든 레빗을 남들과는 다른 배우로 만들어 주는 (연기 외에) 핵심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hitRECord.org'를 방문해보라!





(그리고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 '인셉션' 속 '아서'로 분한 그)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Inception, 2010)'에서 아서 역할로 분한 그의 모습은 기존 과는 또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코스츔을 입은 듯 곱게 빗어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과 좁은 어깨를 그대로 드러낸 타이트한 양복 차림의 그는, 고풍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는 아서와 맞아 떨어지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였다. 특히 시크한 듯 찡그리는 그 표정이나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귀여움마저 드는 표정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서 하차하기로 한다는 소식 이후,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이 새롭게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새로운 피터 파커로 조셉 고든 레빗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는데, 처음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으나 '인셉션'에 등장하는 무중력 액션 시퀀스를 보니 새로운 스파이더 맨으로서 (역시 아직까지는 어색함이 더 크지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 역할은 다른 배우로 내정이 된 상태).

어쨋든 '인셉션'은 '(500)일의 썸머'와 맞물려 서로 다른 매력의 조셉 고든 레빗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인셉션'을 보는 내내 '아서'로서가 아니라 썸머에게 휘둘리던 불쌍한 '톰'으로 느껴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혹시 자네, 아직도 썸머를 그리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인셉션' 후 조셉 고든 레빗은 또 다른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우리 곁을 찾아올 예정이다. 북미 기준으로 2011년 1월 공개를 목표로 작업중인 'Hesher'라는 작품인데, 위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또 다른 조셉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에는 그 외에 나탈리 포트만과 레인 윌슨 등이 출연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개봉할 수 있을런지는 확실히 미지수다. 

참고로 조셉 고든 레빗은 현재 'Live with It'이라는 조나단 레바인 감독의 작품에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안나 캔드릭, 세스 로건 등과 함께 캐스팅 된 상태이며,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 맨' '우주전쟁'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비드 콥 (David Koepp)이 연출을 맡은 'Premium Rush'라는 작품에도 캐스팅이 된 상태다. 




(훗, 내 커리어는 이제 시작일 뿐. '인셉션'은 거들 뿐)


조셉 고든 레빗의 커리어를 살펴보니 결코 짧지만은 않은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커리어와 필모그래피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좀 좋은데' 에서 시작된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확실히 '야, 이거 잘못하면 또 하나의 팬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는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떠오르는 배우로서 굳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배우로서 작품 활동 외에 아티스트로서 자신 만의 퍼포먼스 영역을 넓혀가는 점이나, 이 청년이 갖고 있는 자세나 가치관에 동요되었다고나 할까. 알면 알 수록 더 끌리는 배우가 바로 조셉 고든 레빗이 아닐까 싶다. 이제 그는 내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 중 하나다.


2011.12.15 추가 업데이트

지난 번 조셉 고든 레빗의 연대기 마지막에 출연 예정작이라고 거론 했었던 작품 가운데는
'Live with It'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50/50'이었다.


세스 로건, 안나 캔드릭 등과 함께 출연한 이 작품에서 JGL은 암환자인 '아담' 역할을 맡고 있는데, 기존에 그가 갖고 있는 평범한 듯한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역시 그 안에서 자신 만의 색깔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라 캐릭터와 상당한 싱크로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특히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삶과 죽음을 극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그저 일상의 한 조각으로 거리를 두고 그리려고 한 점이라는 걸 봤을 때,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의 건조한 듯 하고 평범한 듯 하지만 진실이 담긴 눈망울은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일상과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를 보다보니, 저절로 썸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러한 경향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다음 출연 예정작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다. 존 블레이크 역할로 출연할 예정인 JGL의 모습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과연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마무리하는 이 작품에서, 또 어떤 연기와 캐릭터를 만들어낼까!



2012.10.26 추가 업데이트

업데이트를 깜빡하고 놓쳤는데 2012년 그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빼먹을 뻔했다.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 영화는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블레이크'를 중심으로 보자면 '블레이크 라이즈'라고 해도 좋을 만큼 블레이크의 비중이 의미상으로 중요한 작품이었다.



'인셉션'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다시 한 번 등장한 JGL은, 영화 개봉 전 모든 이가 '로빈'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찰 '블레이크' 역할을 맡았는데,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만큼은 아니지만 대단원을 마무리 하는 이 작품에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다시 한 번 애정을 갖게 되는 캐릭터인 동시에 거울로 삼게 되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기존 그가 연기한 작품들을 보면 그 특유의 좁은 어깨 때문인지 조금은 연약한 이미지가 없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블레이크는 정의라는 것을 대변해 줄 곧은 인물로서 결코 연약하지 않은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로빈'이라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한 껏 안고 시작한 캐릭터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블레이크'로서도 충분히 독립 가능한 연기를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012년 10월에 국내에서 만나보게 된 '루퍼 (Looper, 2012)'. 영화와 별개로 조토끼의 팬으로서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작품 내내 살짝 못 알아볼 정도의 분장을 한 채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인데, 영화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러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다시 제 얼굴을 찾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긴가민가한 얼굴로 연기를 펼친 작품이었다. 그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미래에서 온 자신을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분장이 아니더라도 그 자연스러움을 살릴 수 있었을 정도로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그의 노력이 엿보였던 작품이었다. 얼굴이 아주 다른게 아니라 미묘하게 (긴가민가 수준) 다른 경우라 어떤 면에서는 익숙한 그가 보였다가도, 다른 장면에서는 낯선 그를 보게 되기도 했는데, 조셉 고든 레빗의 팬이라면 영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다른 얼굴로 연기하는 JGL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하다.


현재 조셉 고든 레빗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 (Lincoln, 2012)'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연기를 마쳤으며,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다빈치 코드'의 후속작 '천사와 악마'를 연출했던 데이빗 코엡 감독의 신작 '프리미엄 러쉬 (Premium Rush, 2012)'에도 출연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감독, 주연, 각본까지 맡은 영화 '돈 존스 어딕션 (Don Jon's Addiction, 2013)'까지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그 외에도 줄리안 무어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있어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를 넘어서서 이제는 감독과 각본에 까지 영역을 넓힌 JGL의 활약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본다!


'연대기' 시리즈는 주인공의 작품이나 앨범이 추가될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조셉 고든 레빗 출연작 리뷰

* 브릭 (Brick, 2005) _ 누아르 장르의 진화 (http://www.realfolkblues.co.kr/449)
*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_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http://www.realfolkblues.co.kr/1054)
*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 2009) _ 내게도 썸머가 있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189)
* 인셉션 (Inception, 2010) _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스스로 발전하는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330)
* 인셉션 _ 블루레이 리뷰 (http://www.realfolkblues.co.kr/1419)
* 50/50 (,2012) _ 보이지 않던 반대편의 50%에 대해 (http://www.realfolkblues.co.kr/1571)
*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_ 놀란의 배트맨, 이렇게 마무리되다
(http://realfolkblues.co.kr/1669)
* 루퍼 (Looper, 2012) _ 흥미로운 장르영화 그리고 설마의 가능성 (http://realfolkblues.co.kr/1702)




자료참고 / imdb.com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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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 (Looper, 2012)

흥미로운 장르 영화 그리고 설마의 가능성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루퍼 (Looper, 20120)'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에 팬이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된 영화였는데, 만약 감독이 라이언 존슨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브릭 (Brick, 2005)'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더 기대를 했을 것이다. 루퍼는 예고편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공존하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시간 여행'에 포인트가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소재로 장르 영화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이 '브릭'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아~'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브릭'이야말로 장르 영화를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매력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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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루퍼'를 SF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SF액션은 더더욱).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같이 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재구성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와도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즉, 몇몇 장면은 시간 여행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의 관계 활용 같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내지만, 논리적으로 파고들자면 이 영화의 시간 여행은 어렵지 않게 모순이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쨋든 깨알 같이 분석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소재를 던져준 것이 실수였다면 실수겠지만, '루퍼'에서 시간 여행은 극 중 젊은 '조' 조셉 고든 레빗이 나이가 들어 늙은 '조' 브루스 윌리스로 변한다는 설정을 반박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영화 속 시간 여행은 그저 소재와 배경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감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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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를 보면서 든 생각은, 감독인 라이언 존슨은 시간 여행이 가미된 서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주인공 조가 미래에서 온 타켓을 제거하는 곳인 캔사스 농지의 풍경도 그렇고, 다른 루퍼들의 총기도 마찬가지지만 조가 사용하는 장총도 서부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추격하는 시퀀스는 물론 후반부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갈대밭 속 집 한 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자의 분위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모자'에 대한 내용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그런데 '루퍼'가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클래식한 장르적 특성을 머금은 동시에 후반부에 가면 전혀 다른 류의 장르를 껴안음과 동시에 감성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사실 후반부의 급격한 전개는 한 편으론 컬트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이질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이 두 가지의 장르가 크게 어긋나지 않게 결합된 것은 영화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감성적인 면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의 조와 미래의 조가 모두 감성적인 측면에서 영화 속 사건을 접근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관객이 어렵지 않게 장르 영화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였다고 생각되는데, 반대로 이렇게 감성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였다면 좀 더 두 주인공 (본래는 하나인)의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면,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조'의 입장에 서야 할지, 아니면 둘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마지막 결정에 대해 더 깊게 궁금증을 갖고 빠져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아래 단락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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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맨 앞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면에 대해서 일일이 따지고 들 필요는 없지만, 극장을 나오며 '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아직 아무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미래에서 온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죽이려고 할 때, 젊은 조는 잠시 멈춰 생각한 뒤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겨 미래의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 이후 쓰러진 현재의 조를 어루만지는 여자(레인메이커의 엄마)의 손길에서, 그리고 그 손길을 몹시 비중있게 담고 있는 연출에서 '설마?'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현재의 조가 미래에서 온 조에게 어린 레인메이커의 엄마가 살해되고 이 상처와 분노를 갖고 크게 되는 아이가 결국 분노를 가득 담은 레인메이커가 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겼다고 보는게 맞을 텐데, 1차적으로 이 연상 (혹은 회상) 장면의 디테일에서 의문을 갖게 되었고, 2차적으로는 바로 그 문제의 손길 때문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예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마가 총을 맞은 뒤 분노한 채로 도망치는 레인메이커의 이미지가 기차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처럼 매우 상세했기 때문에 설마 이것이 '그럴 것이다' 라는 예상이 아니라 '그랬었지'하는 기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 초반 현재의 조는 어릴 때 엄마가 머리를 이렇게 만져주곤 했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죽은 조를 어루만지는 레인메이커의 엄마의 손길이 바로 이것과 같았고 그 다음 장면에 바로 레인메이커의 옆 머리 부분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가 더 있고 영화가 끝났다면 모를 텐데 바로 이 장면에서 영화가 그냥 아무런 소리 없이 정적으로 마무리 되어 버린 것이 더더욱 '어? 설마?'하는 기대와 의문을 갖게 했다. 즉, 조가 레인메이커라는 (이상한) 소린데, 물론 이렇게 되려면 몇 가지 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발생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이 부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구조이기에 '그렇다면?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예 논리적으로 완벽한 빈틈 없는 영화였다면 바로 답이 나왔을 텐데, 영화 자체가 느슨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보니 이런 생각도 (그 손길은 도대체 마지막에 왜 넣은 것이야 ㅠ)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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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존슨의 '루퍼'는 결과적으로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논리가 무너져도 매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 작품이랄까.



1.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의 분장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는 쪽이에요. 미래의 조인 브루스 윌리스를 염두에 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이런 분장 없이도 유대감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조토끼의 연기력을 믿으니까요.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런 측면에서 분장이 별로 도움이 안되었다는 얘기도...


2. 폴 다노는 또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군요. '리틀 미스 선샤인'에 이어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나올 땐 더 많은 영화에 주연급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MG Entertainment 에 있습니다.


 






인셉션 (Inception, 2010)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스스로 발전하는 세계


사실 많이 걱정했었다. '메멘토'부터 그의 작품을 ( '미행' 제외) 모두 극장에서 보고 팬이 된 입장에서는 '인셉션' 역시 기대되는 그의 신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다크나이트'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은 영화 팬 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들이 기대하고 관심을 갖게까지 만드는 이른바 '모두의 기대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기대라는 것은 감독에게 있어 가장 부담스런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다크나이트'는 몹시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과연 이 정도의 기대를 안고도 대다수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팬으로서 걱정부터 앞선 던 것이다 (사실 이 걱정 자체는 모순인데, 대다수의 기대를 꼭 만족시켜야할 의무도 없고 어떤 영화든 개인에 따라 더 좋고 덜 좋음이 다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의 기대를 뒤로하고 순전히 개인적으로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인셉션'은 과연 '다크나이트' 이후 스튜디오의 더 큰 전폭적 지지를 얻게 된 놀란 감독이 더더욱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었을지 아니면 좀 더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만들었을지가 궁금한 점이었는데, 이런 궁금증이 무색할 정도로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도  (타협없이도) 대중들을 다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한, 어떤 측면에서 진정한 아티스트임을 '인셉션'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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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장자와 프로이트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깝게는 '매트릭스'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매트릭스'의 경우 문화와 철학의 인용 그 자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인셉션'은 익숙한 것들을 인용보다는 소재로 그리고 장치로 사용하되, 이를 양분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새롭게 설계한 또 다른 신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과연 저것이 가능할까?' 싶은 정도의 것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그것이 가능해졌을 때 새롭게 갈 수 있는 길을 다각도로 펼쳐놓는 여유까지 (하지만 이 여유 뒤엔 자신감보다는 치밀함이 있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꺼풀만 보자면 '인셉션'에서는 여러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들이 겹쳐지곤 한다.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시티'는 세계관이나 그 이미지에서,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은 시간과 기억을 다루는 것에서, '매트릭스'나 '오션스 일레븐'은 몇몇의 캐릭터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겹쳐지는 부분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꺼풀만 벗겼을 때 '인셉션'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바로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 '인셉션'이 아니라 '시네도키, 뉴욕'이었더라면 지금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카우프만의 작품일 때 보다는 더 큰 파급효과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만큼 카우프만의 만들어낸 시네도키의 세계관은 '인셉션' 못지 않은 (혹은 더 복잡한) 심연을 파해치고 있는데, 카우프만은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마음의 심연에 몹시 집중한 반면, 놀란은 이 세계관을 보다 흥미롭게 단계화(Level) 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우프만의 작품은 좀 더 개인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된 반면, 놀란의 작품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하고 싶어 안달하게 하는 (정답을 찾고 싶게 만드는) 더 큰 매력을 지닌 작품이 된 것이다. 

시네도키, 뉴욕 _ 외로운, 위로의 일기



(이제부터 슬슬 스포일러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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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처음 모피어스와 함께 매트릭스에 접속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이 글은 '인셉션'을 두 번 보고 나서 쓰게 된 글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비로소 두 번째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정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재미없던 것이 재미있어진 경우가 아니라 영화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첫 번째 보고 난 후의 간략한 소감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동시대에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 기술자이자 장인이기는 하지만, 정서적인 측면 즉 이야기의 주인공이 갖게 되는 정서적 울림에 있어서는 다른 측면에 있어서 조금 부족하지 않나 (특히 '인셉션'의 경우) 싶은 것이 전반적인 느낌이라, 둘 중에 굳이 더 나은 작품을 꼽으라면 메시지의 울림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를 주저없이 꼽을 수 있었는데, 두 번째 보고나서는 이런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야 말았다. 마치 '프레스티지'는 '참 영리한 두뇌로 쓰여진 치밀한 시나리오다'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이 연기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완전히 공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했던 '인셉션'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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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해석과 많은 논란 혹은 해석할 여지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사실 잘 짜여진 시나리오라는 것 그리고 잘 편집된 한 편의 영화라는 것은, 이렇듯 보는 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작품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측면에서 '인셉션'은 이것 만으로도 부족할 것 없이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제목인 '인셉션' (다른 사람의 무의식, 꿈 속에 생각을 심는 것) 의 의미처럼만 만들어졌어도 이 영화는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영화 속에서 코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팀이 피셔 (킬리언 머피)에게 실행했던 방법처럼, 인셉션을 통해 심은 생각이 단순히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심은 생각이 자라날 수 있도록 (그래야 인셉션이 성공하듯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냈다. 즉, 관객들은 놀란이 심은 기본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나래를 펴 점차 더 깊은 인셉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이미 관객은 영화 속 맬 (마리온 꼬띨라르)처럼 더이상 인셉션의 경계를 확인하는 대신에 자신만의 세계를 더 굳건히 믿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믿는 다는 것은 영화 속 과는 다르게, 논란이 풀어놓은 퍼즐 조각을 끊임없이 맞추고자 하는 욕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꿈' 혹은 또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인셉션 (Inception)'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무서운 영화적 야심인가. 남들이 100점 만점의 이야기를 갖고 있을 때 놀란은 150점 짜리 이야기를 구상해 냈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관객이 느끼는 것에 따라 160점도, 200점도 될 수 있는 구조까지 마련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관객이 놀란을 완전히 신뢰하며 인셉션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놀란 역시 자신의 영화를 100점 이상으로 봐줄 관객들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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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첫 번째 관람 후에 글을 바로 썼다면 여기까지에서 간단히 마무리 했다거나 아니면 논란이 풀어놓은 퍼즐 조각들을 이렇게 저렇게 맞춰가며, 이런 것도 가능하고 저런 것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을 것이다. 사실 정답이라 한다면 이게 정답인데, 두 번째 보고 나니 이 수 많은 갈래길들 가운데 단 하나의 길 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앞서 했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게 되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처럼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아닌 경우라면 세계관 설계에는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탁월한 재주를 보여주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공감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다는 생각 말이다. 확실해진 갈래길을 따라가보니 이 영화는 놀란의 작품 가운데 그 어느 작품보다도 주인공의 이야기와 감정적 동요가 큰 작품이었다. 마치 '메멘토'를 완벽하게 확장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메멘토'하면 그 영화적 형식에 더 귀를 기울이지만 '메멘토'에는 분명 주인공 '레너드'의 사연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10분 간만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는 특수한 설정을 흥미위주로 구성하는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어야만 했던 감정의 이면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인셉션'을 두 번 보고 느낀 것은 바로 이런 주인공 코브의 이야기였다.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내러티브가 가장 자연스럽고 또 감정적이며 가장 많은 부분이 맞아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헛점은 있다. 하나하나를 다 맞추려고 하면 맞지 않는 부분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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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에게 코브가 인셉션을 시도했듯, 코브에게 인셉션을 한 것은 바로 장인인 마일스일지 모른다)

코브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진짜 인셉션

첫 번째 보고나서 그 엔딩의 쓰러지지 않는 팽이와 공항 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몇가지 단서들 덕에, 이것이 결국 코브의 꿈, 그러니까 코브의 인셉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때 까지만 해도 확신이라기 보다는 다른 수 많은 갈래길 중 좀 더 유력한 길 정도로 생각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 번 보게 된 영화는 확실히 달랐다. 이것은 완벽한 코브의 인셉션의 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인 확실일 뿐, 다른 분들이 갖는 확신 역시 틀리다기 보다는 또 다른 맞는 확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단 코브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바로 자신의 아내를 죽음으로 몰게 했다는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엄청난 죄책감이다. 코브와 아내 맬은 드림머신을 통해 꿈의 세계를 설계하는데에 흥미를 갖게 된 뒤, 꿈 속의 꿈, 그 꿈 속의 꿈 등 더 깊은 꿈의 세계, 즉 꿈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결국 이 과정 속에서 맬은 자신이 믿고 있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더이상 믿지 않는 동시에, 자신이 살고 있는 꿈 속의 세계를 현실로 믿어버리게 된다 (즉, 림보에 빠진 것이다). 꿈과 현실의 단계가 단순히 한 단계로 이루어졌더라면 이런 혼동이 없었겠지만, 꿈의 꿈 그 꿈의 꿈, 또 그 꿈의 꿈으로 이어지는 영역을 경험한 이들에겐 현실을 자각하는 능력이 점차 사라져갔고, 맬은 결국 꿈을 현실로 믿게 된 것이다. 이런 맬을 끝내 설득시키지 못한 코브는 결국 맬에게 인셉션을 감행하게 된다. 즉, 맬이 꿈을 꿈으로 믿고 돌아올 수 있게 생각을 심는 것이었는데, 그리하여 오랜 꿈 속에서 벗어난 맬은 하지만 이 현실 역시 꿈으로 받아들이고는 이 꿈에서 깨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이 과정 속에서 코브가 얻은 교훈이라면 단순히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 즉, 스스로 그 생각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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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부터 코브의 인셉션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것은 코브에게 엄청난 죄책감이 된다. 꿈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던 것도 본래 본인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림보에 빠진 맬을 구하기 위해 성공확률이 높지 않았던 인셉션을 맬에게 직접 시도했으며, 결국 이 인셉션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맬을 진짜 죽음으로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코브의 죄책감은 이후 그가 다른 의뢰인의 꿈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자신이 죽게 했다는 생각에 맬의 존재는 언제나 꿈 속에서 코브나 꿈의 주인공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하고, 이런 죄책감이 가져온 불안감은 점점 더 예고하지 않고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코브가 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어린 아들, 딸과 다시 재회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인셉션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코브가 이렇게 되길 가장 바라며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사람은 누구일까.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맬의 아버지, 그러니까 코브의 장인어른으로 등장하는 '마일스' (마이클 케인) 밖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아버지인지 장인인지 좀 불확실한 면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부자관계나 아니냐 라기 보다는 꿈에 침투하는 것을 가르친 사람이 마일스 라는 점이다). 마일스는 일단 코브에게 직접적으로 이 일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그리고 가족이라는 점에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코브를 구하고자 하는 감정적 동기가 충분하다. 또한 자신이 가르친 기술 때문에 결국 딸의 죽음과 사위의 트라우마가 생겼음으로, 마일스 스스로도 이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동기가 되겠다.

또한 코브에게 이를 가르친 만큼 코브의 인셉션을 설계할 만한 능력은 물론, 수제자 (엘렌 페이지)를 통해 이를 완성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보기 시작하면 이 이야기는 놀랍도록 맞아 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처음 파리에서 코브와 마일스가 만나 나누는 대화 장면을 보면 이런 심증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 대화를 보면 마일스는 은근히 코브가 진행하려는 인셉션을 막아서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유도하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코브는 애초에 인셉션을 마음먹고 이를 설계해줄 아키텍트를 구하러 오긴 했지만, 마일스는 이런 코브의 심정을 이용하여 좀 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코브가 계획을 세우도록, 코브의 말을 받아들이기도하고 반대로 그를 잘 아는 만큼 일부러 약을 올려 더 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대화를 이끄는 마일스, 그리고 이를 연기한 마이클 케인의 연기를 보면 무서울 만큼 디테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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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 코브의 토템이 쓰러지는 장면, 즉 현실임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코브의 팀이 피셔에게 인셉션을 심는 상황을 그대로 코브에게 대입하면 된다. 극중 임스 (톰 하디)는 피셔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삼촌인 브라우닝 (톰 베린저)으로 분장해 아버지와의 관계 등 더 많은 깊은 정보를 캐내게 되는데, 피셔와 브라우닝으로 분한 임스의 관계는 그대로 코브와 아리아드네 (엘렌 페이지)의 관계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아리아드네는 코브를 더 알아야만 불안요소를 업애고 더 완벽한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코브가 동료들에게는 잘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묻는다. 그리고 코브의 꿈에도 적극적으로 접속해 코브와 맬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이는 코브에 대한 인셉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리아드네는 결국 아무도 알지 못했던, 코브와 맬이 림보에서 겪었던 일들마저 알게 되었고 이는 피셔가 인셉션을 겪으며 스스로 발전한 것처럼, 코브 역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결심하게 하는 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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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경쟁 회사를 분리하기 위한 사이토의 의뢰는 말그대로 코브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어려운 미션일 뿐인데, 이 자체가 마치 영화의 주된 메시지인냥 코브의 트라우마 이야기와 비중을 같이하며 (혹은 더 큰 비중으로) 그려지는 것은 단순히 볼거리 측면 때문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피셔에게 인셉션을 하는 것은 그대로 코브에게 인셉션을 하는 것과 겹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피셔가 사이토의 뜻대로 회사를 나누는 것은 영화 상에서 하나도 중요할 것이 없는 사실이고,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인데도 이 과정을 그렇게 심도 있고 비중있게 그린 이유가 바로, 이마저도 피셔의 이야기가 아닌 코브의 이야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갇혀있는 맬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이런 맬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다시 말해 너무 직접적인 (1차적인) 인셉션을 코브에게 시도했다면 코브는 이를 금새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셔의 인셉션이라는 복층의 인셉션을 설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코브는 그의 무의식 속에 있는 맬과는 다르게 정확히 현실과 꿈을 구분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꿈에서 나올 때마다 토템을 통해 현실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있으며, 다른 영화의 감상적인 주인공들처럼 영원히 맬과 림보에 남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코브에게는 맬에 대한 죄책감 만큼이나 자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런 맬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코브는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미 맬에게 했던 인셉션이 실패로 돌아갔던 과거 때문에 (꿈의 설계에 상상력만이 아닌 기억을 동원하게 된 점) 자신이 설계한 인셉션으로는 절대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즉, 계기가 필요했던 것인데 (헬기에 탄 사이토의 인셉션 제안에 너무 쉽게 수락한 경향이 있다. 인셉션의 실패 경험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파리로 이 문제를 해결해줄 마일스를 찾아갔고 자연스레 인셉션에 몸을 맡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리아드네를 그의 꿈에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도 쉽게 수긍이 된다. 아마도 그렇지 않았다면 '너는 여기 오면 안돼' 그 이상으로 그리고 그 다음에도 절대 아리아드네를 맬이 있는 자신의 꿈에 들이지 않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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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인셉션'은 그 어떤 영화 못지 않게 주인공 코브의 절절한 감동의 이야기가 된다. 정말 아내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둘이 함께 추구하는 바를 이루려 꿈꾸던 그 곳에 끝까지 가게 되었지만, 결국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내를 위해 자신도 그곳에 남아 아내의 꿈 (둘이서 함께 늙고 싶다는)을 이뤄줄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했고, 한 차례 꿈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도 아내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자 인셉션을 동원해 어떻게든 아내를 현실로 데려오려 했으나, 그것마저 실패하고 결국 아내의 죽음을 맞게 되어 그것이 평생의 짐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인셉션을 통해 스스로 죄책감을 벗어내려는 노력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는, 첫 번째 관람시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몹시 동요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즉, 이 인셉션이라는 세계, 꿈의 꿈이라는 세계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화려하고 매력적인 표피 속에 숨겨져 있는 메시지, 왜 이들은 림보에 빠지게 되었나, 왜 이들은 인셉션을 하게 되었나, 왜 코브는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나에 대해 비로소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고나니 처음 볼 때도 뭉클했던 림보에서 코브와 맬이 나누었던 대화 장면이 더더욱 눈물날 수 밖에는 없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는 것은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코브는 피셔의 인셉션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고, 나중에 가서는 그 동안 죄책감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들 (맬에게 인셉션을 했던 사실, 50년 넘게 림보에서 둘이 함께 늙어갔던 사실)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눈 앞에 만져지는 진짜 같은 꿈 속의 맬을 용기 있게 부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맬에게 인셉션을 고백하는 장면부터 코브가 드디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는 이 시퀀스가 몹시도 슬프고 감정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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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은 트라우마라는 점에서 역시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셔터 아일랜드'와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결말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의 레오는 결국 자신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긴 했지만 이겨내진 못했던 반면, '인셉션'의 레오는 눈물겹고 힘들었지만 결국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것이 마일스가 설계한 (물론 세부 내용은 아드리아네가 설계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코브의 인셉션이라고 해놓고선 현실로 돌아오는데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무슨 얘기냐고 물어올 수 있겠는데,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부분은 마지막 시퀀스로 미뤄 봤을 때 아직 꿈 속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비행기 내에서 깬 뒤 공항에 도착한 순간, 유난히 코브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들도 그렇고 이를 마중나온 마일스도 그러하며, 결정적으로 결국은 쓰러지지 않은 팽이와 (물론 이는 쓰러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엔딩 크래딧 말미에 흐르던 킥을 신호하는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까지. 코브가 이 꿈에서 깨는 순간 다시 모든 것을 잊고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그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한 인셉션인 만큼 꿈에서 깬 다음에도 이 어렴 풋한 기억을 발판으로 반드시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코브가 바라던 현실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고 (정확히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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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이 결국 트라우마에 관한 영화라는 점은 영화 속 킥의 도구로 사용된 에디뜨 피아프의 유명한 곡 'Non, Je Ne Regrette Rien'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곡이 본래 워낙에 유명한 곡이기도 했지만, 에디뜨 피아프의 전기를 다룬 영화 '라비앙 로즈'를 감상한 탓에 이 곡은 물론, 이 곡의 가사들도 미리 머릿 속에 인지하고 있던 것이 '인셉션'을 감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정말 굴곡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지만 결코 자신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 곡의 제목과 가사처럼, 킥 할 때마다 울려퍼지는 이 곡은 마치 코브의 트라우마를 덜어주려는 아키텍트의 세심한 배려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내에 대한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코브와 '난 후회하지 않아'라는 곡의 대비는 아이러니와 동시에 영화의 메시지를 더 확고히 하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라비앙 로즈'의 주인공이 마리온 꼬띨라르 였다는 점도 묘한 흥미거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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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생신지 볼을 꼬집, 아니 얼른 토템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 사람같으니라구!)

개인적으로는 두 번 보고 나서 확실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인셉션'을 더 격하게 좋아하게 되었지만), 처음 보고나서의 느낌처럼 '인셉션'을 이런 감정적 내러티브보다 다층적이고 흥미로운 세계관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이 대단한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놀란은 '인셉션'이라는 세계를 설계하고 그 안에 인셉션을 심어 결국 관객들이 스스로 이를 발전시켜 더 큰 세계로 혹은 자신조차 의도하지 않았던 이야기로 확장시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놀라운' 세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1. 이 글을 다 쓰고 나서야 각종 정리글과 분석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는데, 제 생각과 일치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하나같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완전 이 세계관에만 집중해서 하나하나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이미 대부분을 다른 분들이 해주셔서 이 부분은 생각날 때마다 보충하는 것 정도로 하려구요.

2. 이것이 코브의 인셉션이라해도 피셔의 인셉션은 킬리언 머피의 연기로 인해 설득력을 얻게 되더군요. 사실 이 이야기 자체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보였거든요. 경쟁사의 회사를 반쪽내기 위해 이 정도의 위험을 감수한 사이토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런데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진짜 영화 속 영화처럼 설득력을 주더군요.

3. 디카프리오야 동시대의 배우들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니 더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더 좋아하게 된 배우가 있다면 역시 조셉 고든-래빗이죠. '브릭'과 '500일의 썸머'는 물론 왜 나왔을까 싶은 '지아이조'마저 본 팬인데, '인셉션'에서의 조셉은 정말 멋졌어요. 물론 멋진걸로만 따지자면 '임스' 역할로 나온 톰 하디에게 좀 밀렸지만요 ㅎ

4. 이미 3회차 관람은 예매가 완료되어 있고, 지금은 나만의 토템을 찾는 중입니다.

5. 참고로 제 핸드폰 벨소리도 바꿨어요. 'Non, Je Ne Regrette Rien'로요.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올 때마다 킥이 되는거죠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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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 2009)
내게도 썸머가 있었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웹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500)일의 썸머>는 누가 뭐래도 주연을 맡은 조이 데샤넬 때문에, 조이 데샤넬 이므로, 조이 데샤넬 이라서 기대했던 영화였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조이 데샤넬은, <예스맨>에 이르러 매력 발산에 정점을 보여주었는데, 그간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 가운데 (국내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제대로 된 로맨스 장르라 부를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포스터 속 분위기나 스틸 컷의 분위만으로도 사랑스러움이 전해지는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그녀의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명의 팬 입장에서 어느 정도였는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조셉 고든-레빗은 <브릭 (Brick, 2005)> 에서 이미 인상적인 연기를 봤던 터라 좋아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워낙에 여배우에 대한 사랑이 컸던지라, 영화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그녀에게 오롯이 받쳐져 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영화는 이런 나처럼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사람이 보아도 중심을 찾게 될 만큼 참 매력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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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500)일의 썸머>는 로맨스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듯 하지만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듯 하지만 매우 특별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두 남녀의 이야기'라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가 그리는 화자나 심리를 그리는 주체는 남자 주인공인 톰(조셉 고든-래빗)이고, 톰의 연애담과 성장담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이야기다. 톰과 썸머 (조이 데샤넬)의 이야기는 한 번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겪어보았다는 말에 아니라며 불끈할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 떠올려보면 내가 예전에 만났던 그녀는 썸머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내가 했던 고민들은 톰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렇게 누구나 다 겪었을 법한 남녀간의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500)일의 썸머>가 평범하지 않은 것은 마크 웹 감독의 감각적인 편집과 영상 때문 만도 아니고, 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관심을 갖게 되는 사운드트랙 때문 만도 아닐 것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처음 보게 될 때는 딱히 내 이야기다라는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지만, 곱씹어 보면 볼 수록 나의 예전 로맨스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에 있어서 <(500)일의 썸머>는 직접적인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어떤 에피소드를 두고 '아, 맞아 나도 예전에 저런 일이 있었지', '나도 저렇게 다투곤 했었지'라는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겹치지 않을 지라도 무언가 내 기억 한 편을 공유한 듯한 느낌을 받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진부해 보이는 홍보 카피는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매우 정확한 카피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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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타임라인을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도 흥미로웠다. 일반적이었다면 500일이라는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그릴 때, 감정의 변화에 따라 그러니까 시간의 순흐름에 따라 굴곡을 겪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을 텐데 (그래서 500일이 되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 마크 웹 감독이 이 '500일'을 그리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시간의 순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유자재로 시간대를 이동하며 두 남녀의 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연애 초기에는 마냥 좋았던 그녀의 특징들, 공간들이 날짜를 며칠만 뒤로 돌려 보면 오히려 끔찍하고 불편한 것이 되어 버리는 연애의 굴곡을 짧은 호흡으로 전달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관객에게 '이랬던 남녀가, 저렇게 변했다' 라는 짧은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500일 밖에 안되는 시간 동안에도 수 많은 굴곡을 겪는 남녀 관계를 보여주면서 어찌보면 그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얘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영화의 구성 방식을 통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 역시 인생이라는 긴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과정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하지만, 좀 더 정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렇게 좋았던 그녀의 모든 것을 잊고 살 수 있을 만큼 나는 성숙해졌는가 혹은 익숙해짐으로 인해 처음 느꼈던 설레임을 너무 쉽게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며 나의 추억과 현재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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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은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참 묘한 매력을 갖는 영화다. 처음에는 일반 로맨스 영화 같지 않은 엔딩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단순히 기발한 엔딩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묘한 매력이라는 표현에는 은근히 애잔하고 쓸쓸하다는 느낌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가 선택한 엔딩은 분명 우울한 엔딩이 아니지만, 톰에게서는 여전히 썸머 양의 그림자가 보이고, 관객에게는 여전히 그 벤치에서의 마지막 대화가 아른거린다. 물론 이런 감정은 나만의 것일지도 모르겠다(하긴 그 벤치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내 추억 속 한 장면과 너무 무섭도록 닮아 있었다).

영화의 엔딩을 떠올려보면 깜찍한 결말을 선사함과 동시에, 영화가 500일을 다루는 방식에서 보여주었듯이 새로운 1일이긴 하지만 어쩌면 썸머 와의 500일과 똑같은 500일이 다시 한번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들게 한다. 우연 마저 자연이 섭리로 이해하게 된 톰이긴 하지만, 연애는 또 다른 문제다. 가을 양과의 새로운 로맨스가 여름 양과의 로맨스와 완전히 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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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일의 썸머>의 소소한 재미라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대화 속에, 그 주변에 등장하는 뮤지션과 음악,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영화 속 톰과 썸머는 분명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취향은 확실히 남들과 좀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The Smiths'를 서로 좋아하고 신세대 답지 않게 예전 영화 '졸업'을 보고, 썸머는 비틀즈 멤버 중에도 링고 스타를 유독 좋아한다. 비틀즈 하면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 지배적으로 많고, 스미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중적인 취향과는 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고 (나도 어쩌면 그런 면이 많아서인지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는 밴드와 영화를 몇 번씩 보고 듣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물론 이런 취향의 주인공들을 내세운 것은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웹 주변에 아무래도 이런 이들이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일반 관객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내고, 결국은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아주 작은 장치라고 볼 수도 있겠다. 평소에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 둘 간의 대화에서 소소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은 데뷔작에서 감각적인 영상들을 보여주긴 하지만, 가끔 스크린에서는 과도한 재주를 부려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는데 마크 웹 감독의 경우는, 정말 '딱 좋은' 정도였던 것 같다. 세련됨으로 치장할 수 있었음에도 아련함과 따듯함으로 아우른 오프닝 시퀀스와 중간중간 등장한 올드한 느낌의 시퀀스는 감각적이면서도 그 '온도'는 잃지 않는 영리한 연출이었다.


2009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1. 이 영화에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1967년작 <졸업 (The Graduate)>의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인용이 등장하는데, 특히 졸업의 그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카메라 구도는 참 흥미롭더군요. 거기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가 아닌 그들의 다른 곡을 배치한 것도 센스라면 센스!

2. <졸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 스타일이 고전적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여러 모로 더스틴 호프만이 연상되더군요. 확실히 장례가 촉망되는 배우에요.

3. 극 중 두 남녀의 대화 중에 썸머가 '너 토네이도 겪어 본 적 있어?'라는 대사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이 양은 <오즈의 마법사>를 리메이크한 TV단편 시리즈 <틴맨 (Tinman, 2007)>에서 도로시 역이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 역할을 맡았었거든요 ㅎ

4. 극 중 톰이 입고 나오는 뮤지션 티셔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Joy Division이나 The Crash의 유명한 앨범 커버 티셔츠들을 입고 나오죠.

5. 극중 언급이 되는 The Smith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억이 있어서 조금 남달랐었는데, CD/DVD 쇼핑몰을 운영하던 때에 해외뮤직비디오 DVD주문시 스미스를 껴넣으면 사장님이 항상 그랬었거든요, '이거 누가 사겠니?';;; 전 그 때마다 그랬었구요. '네, 이거 한 개씩은 꼭 나가요'. 꼭 스미스 뿐만 아니라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앨범들도 꼭 몇 장씩은 판매되죠. 그 때 생각이 나서 재미있었어요.

6. 사운드트랙은 너무 좋죠. 사운드트랙 음반 리뷰는 http://www.realfolkblues.co.kr/1186 여기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7. 아, 참고로 제가 운영하는 조이 데샤넬 양의 팬블로그는 http://zooey.textcube.com 입니다 ^^; 조이당 여러분은 여기서 만나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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