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감독판



이미 지난 11월 개봉해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 무려 50분 분량이 추가 된 '디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의 감독판으로 다시 개봉했다. 만약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고민할 것 없이 '디 오리지널'을 선택했을테지만, 이미 2시간 10분 버전의 '내부자들'을 보았고 아주 만족하지는 않았던터라 이 감독판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들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을 잘 못 찾아가서 시간이 되는 영화를 고르다보니)결국 이 3시간 분량의 감독판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부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지난 글을 참조하고, 이번에는 간단하게만 소감을 추가하고자 한다.




내부자들 _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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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가 된 분량의 대부분은 안상구 (이병헌)와 이강희 (백윤식)에 관한 내용으로 특히 안상구가 어떻게 이강희를 형님으로서 믿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었고, 이강희를 중심으로 한 조국일보의 기획회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반판을 보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러티브에 대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충분한 시간을 부여 받은 감독판에서는 이러한 부족한 점이 확실히 보완된 느낌이었다.


2. 전체적으로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아지다보니 3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은 물론, 이미 그 가운데 2시간 10분의 내용을 보았음에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오프닝을 조상구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한 것이 좋았고, 추가된 장면에 권력자들의 과한 접대 장면이 더 추가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했기에.


3. '디 오리지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조국일보를 배경으로 편집위원(?) 5인이 참여하는 기획회의 혹은 밀실회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본편에서 아예 빠져 있던 시퀀스였는데, 그렇다보니 여기에만 등장하는 배우들은 아예 첫 출연이나 다름 없었다. 이 중에는 동룡이 아버지이자 학주 역할을 맡았던 유재명 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명백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오마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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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메시지가 더 직접적이었다. 이전 리뷰를 하면서 말미에 '과연 우장훈이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라고 했었는데, 이번 감독판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이강희의 전화 통화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더 직접적으로 암울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객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이 마지막은 아마 '내부자들'이 가장 말하고자 했던 추악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5. 감독판에서도 달라지 않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끝내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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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Inside Men, 2015)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아마 '부당거래'를 본 관객이라면 '내부자들'을 보고 난 뒤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조폭, 검찰, 언론, 정부, 기업 등이 연루 된 이른바 권력 범죄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뭐 아시다시피 이 이야기는 결코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가운데 누구 하나 마음껏 응원하거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는 찾아 보기 어려우며, 권선징악을 무작정 바라는 것보다는 오히려 씁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영화로는 역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들 수 있을 텐데, '베테랑'이 똑같이 암울한 현실을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냈다면 '내부자들'은 그 암울한 현실의 커넥션과 세기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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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런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관계와 범죄를 다룬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익숙한 시점에서 이 같은 영화가 인상적이려면 일반인들은 쉽게 예상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운 커넥션의 디테일과 판세를 뒤집을 만한 카드를 영화가 얼마나 잘 숨기고 또 잘 꺼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내부자들'은 그런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조금 아쉬웠다. 이 꼬인 현실 만큼이나 영화가 다루고 있는 권력 범죄의 구도는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그렇다보니 이 각각의 관계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에 조금은 버거움이 느껴졌다. 액션이나 감동이 아니라 전적으로 이야기가 주는 반전이나 전개 과정의 긴장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이 같은 장르의 경우, 끝까지 그 짜임새를 유지하지 못하면 관객들 입장에서 쉽게 이탈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되는데 '내부자들'은 중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은 완성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부자들'은 짜임새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거나 호평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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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내부자들'을 볼 만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확실하다. 이미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의 배우들이 그 확실한 이유다. 올해 한국 영화에서 연기 측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이 대단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앞서 권력 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하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조폭, 언론, 정부 관계자, 검찰 등 전문직 인물의 생활 연기 역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인데, 아주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 아님에도 '내부자들'의 배우들은 연기력만으로 그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조연들의 연기들도 마찬가지다. 흔히 이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경우도 어느 정도 관성화 된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조연들의 연기도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서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 새삼스럽지만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참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또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뭐,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점도 있고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안상구라는 캐릭터는 묘하게 배우 이병헌을 겹쳐지게 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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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부자들'을 제 2의 '부당거래' 혹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금 기대치를 낮추다면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 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1. 참고로 CGV에서 관람하였는데 상영 전 나오는 '자랑스러운 나라' 광고와 이 영화가 보여준, 실제와 좀 더 가까운 현실의 괴리감은, 다시 한 번 이 광고를 하는 것이 홍보 측면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을 또 하게 만들었음.


2.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접대 장면의 수위가 조금 센데, 예전 같으면 '영화가 좀 심하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현실은 더하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씁쓸한 현실이랄까.


3. 엔딩과 관련해서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더군요. 우장훈 (조승우)이 과연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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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Assassination, 2015)

아직 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을 보았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항일운동을 벌이던 임시정부 독립투사들이 일본사령관과 친일파를 암살하고자 했던 작전을 그린 작품은, 예상외로 몹시 진지한 작품이었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려 봤을 때 그가 다른 감독들에 비해 가장 잘하는 점 중 하나라면 찰진 대사와 빠른 호흡 그리고 앙상블이 만들어 내는 재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암살' 역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기는 하지만 좀 더 오락적인 요소가 강조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물론 '암살'은 오락 영화이지만 이 이야기가 다뤄지는 방식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이 결과를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일본에 맞서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이야기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오락 영화로만 풀어낼 수는 없는 주제였다. 어쩌면 아직도 진행중인 이 현실에 비춰보았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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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암살'의 스틸컷들을 보게 되었을 때, 이정재, 하정우, 전지현 등 보기만해도 근사한 비주얼의 배우들이 펼치는 시대극 그리고 암살 작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비주얼 적인 요소가 먼저 기대되었었다. 이미 '놈놈놈'을 통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주는 한국영화의 비주얼 발전을 눈으로 확인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점이 기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으니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 즉 항일운동과 그 중심에 서 있었던 독립투사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었다. 이걸 뒤늦게 깨달은 다음 들었던 걱정은, 많은 잘못된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애국심 만을 강조한 나머지 영화적으로 촌스러운 것은 물론이요, 좋은 의미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 달성에도 실패하는 비슷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암살'은 무엇보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한 목적 달성에 성공하고, 여기에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와 긴장감을 적절히 버무린 (과하지 않음이 어쩌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즉,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우리 선조들이 이런 고생을 해서 세운 나라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은 이런 소중한 나라에요'라고 가르치거나 일방적 전달 방식이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왜 친일 행위가 용서 못할 행동인지, 독립운동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한 행동이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의 대한민국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작게 나마 관객 스스로가 느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암살'은 충분한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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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잘 몰랐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알게 된 김원봉 이라는 실존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겠다. 아마 나처럼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중요성을 잘 몰랐겠지만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암살'을 보고 가장 놀란 점은 김원봉이라는 인물의 등장과 영화가 그를 묘사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김구 선생이나 윤봉길 의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김원봉 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찾아보니 그가 나중에 월북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즉,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김원봉이라는 인물은 지우고 싶은 역사인 동시에, 적대해야 할 인물이었기에 그 동안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는 알게 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여러가지 다른 면에서도 발견이 되는데, 최근 정치적인 이슈와도 결부되어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 혹은 진정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인정 여부 등 이 영화에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현실/이슈와 결부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후반부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만약 이 영화가 다른 주제 혹은 현실의 상황이 지금 같지 않았더라면 이 후반부의 반민특위 시퀀스는 그야말로 사족이었을 것이다. 즉, 영화 완성도 적인 측면으로만 보자면 이 시퀀스 전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더 완벽하고 여운을 주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이 이야기를 하고자 만든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항일운동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 그 안에 인물들이 어떠한 갈등과 고통,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가 중요하기 보다는, 그 이후 친일파들이 어떤 처우를 받게 되었고, 그들이 어떠한 논리로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 이야기가 과연 과거에 머무는 이야기인지를 되묻고자 하는 것이다.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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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반민특위 장면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 캐릭터가 무죄를 받는 것은 물론, 죽음에도 이르지 않는 것도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은 '친일파는 살아있다'라고 써야지 했었다 ㅎ). 하지만 그건 너무 직접적인 방식이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락 영화로서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는 예전 염석진을 동생처럼 따르던 부하가 다시 김구 선생의 지령을 안옥윤과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나는 이 결말을 지지 한다. 왜냐하면 이 마지막 암살 작전 성공에는 성공의 뉘앙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당시 암살 작전을 통해 친일파 강인국은 제거되었고, 이후 반민특위를 통해 죄를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나마 염석진을 암살하게 되었지만, 여기에는 하나도 통쾌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에서 진정한 승자는 염석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반민특위 재판장에서 청중들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어쩌면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진짜 믿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주장을 외치는 것이나, 그의 죽음 뒤에도 남는 씁쓸함은 슬픈 감정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전후 독일과는 다르게 한국전쟁 이후 제대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우리 역사의 가장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그로 인해 친일파 청산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친일파들이 독립유공자로 칭송 받거나 그들이 권력을 쥐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요즘은 대놓고 하다보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친일 역사를 바꿔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암살' 같은 영화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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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끝)


본래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에 있어서 직접적인 방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암살'은 그 흔치 않은 예외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도 어떤 의미로 그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싸워야 하는, 일종의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더 직접적이어도 괜찮다. 아니 직접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 잊으면 안돼' '사람들한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등의 대사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결코 잊으면 안되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 작전은 끝나지 않았다.



1.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본문에 언급한 김원봉에 대한 얘기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역사에 대해 찾아보게 만드는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제대로 된 역사를 찾아보게 만드는 힘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 이 역사 속 이야기에 최동훈 감독이 추가한 허구의 이야기는 어쩌면 전체적으로 집중도를 흐리게 만들 수도 있는 장치였는데, 결과적으로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되네요. 이 설정으로 인해 많은 관객들이 더 긴장감 넘치는 후반부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 개인적으론 <암살> 보는 내내 <베를린> 생각이 ㅋ 마지막에 하정우가 전지현에게 이름 물어봤을 때 '련정희 입네다' 라고 말할 것만 같았던 ㅎ (이번에도(?) 부부로 나옵니다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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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
Soul이 없는 젊은 이들에게 보내는 음악영화


<후아유>와 <사생결단>을 만들었던 최호 감독의 작품. <후아유>에서는 방준석 음악 감독과 함께 음악적인 요소를
영화에 잘 녹여냈었다면 <사생결단>에서는 황정민, 류승범 두 배우의 열연 만큼이나 좋았던 이른바 '때깔'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고고70>은 이 두 영화의 장점이 모두 담겨있는 최호 감독의 최근작이라 하겠다.
'데블스'라는 실존했던 아니 실존하는 밴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70년대 당시의 암울했던 가요계, 문화 예술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들려주고 있고, 이를 데블스의 화끈한 음악과 춤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70년대 당시를 재현하는데 있어서
당시의 의상이나 배경들로 인해 제법 괜찮은 때깔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나중에 다 얘기하겠지만 주연을 맡은 조승우,
신민아를 비롯해 문샤이너스의 멤버인 차승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연주, 춤도 볼만한 영화였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지방에서 올라온 '데블스'는 통금과 함께 갈 곳이 없어진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클럽에서 연주를 하게 되고, 성공과 좌절을 모두 맛보면서 70년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치열하게 살아간다.
70년대 대한민국의 음악계나 문화계를 그리면서 당시의 암울한 시대 상황을 그리지 않을 수 없을텐데, 이 영화는 아주
직접적이지는 않으면서도 해줘야 할말은 다 하고 있는 적절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보면 우습기까지한 이유들로
가요들이 줄줄이 금지곡으로 선정되었다던가, 록 음악을 퇴폐음악이라 하여 가수들을 무조건 잡아들이고 마약으로 엮어서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아주 심각하게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퇴폐로 몰린 록 밴드가
젊음의 악으로 록 스피릿으로! 소울로! 공연을 밀어 붙이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 전경들과 최류탄이 투입되는 장면은
어느 정도 일반적인 구성이긴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 데블스와 정부의 사이에 있는 '이병욱'이라는 캐릭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저 데블스를 돈 되는 이들로 생각해 이용하려는 것 정도로만 알았던 이병욱이 알고 보면 데블스 멤버들과
똑같이 '소울'을 갖고 있는 이로, 단지 한 세대 앞선 어른일 뿐이라는 점에서 마치 감독이 자신의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화자로
심어놓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계속 등장하는 '소울'이라는 것은 단순히 장르의 이름인 '소울(Soul)'이라기 보다는 요즘말로 하자면 '록 스피릿'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하긴 록 스피릿을 요즘말이라고 하긴 어렵겠다;;), 이 영화를 접하는 이들도 소울이 있는 자와
없는 자에 따라 영화를 받아들이게 되는 감동의 정도가 달라질 것 같다. 차승우 처럼 기타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때는 기타리스트를 꿈꾸기도(꿈만) 했었고, 공연을 해보기도 했던 나로서는 이들이 그저 '깡'으로만 외치는 것으로 보이는
'소울'이 단순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나중에는 살짝 찡한 감동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70년대의 음악,
당시의 소울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배경적인 대사나 장면들에 쉽게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스포가 될까마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한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이
웃고만 장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웃을 수가 없었던 오히려 찡한 장면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 데블스가 실패를 맛보는 장면에서는 연주하기 위해 술집에 반주 밴드로도 가고, 기타를 걸고 도박을 하기도 하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요즘 가요계의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노래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음악만 좋아서는 성공할 수 없는 요즘 가요계, 자신의 노래를 알리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쇼프로에 나와 우스꽝스러운
개그를 해야만하는 요즘의 상황과, 어떻게든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앞선 상황도 감수해야 하는 데블스의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겉으로만 보자면 통금과 긴급조치로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던 당시 상황이 더 암울스럽기는
하나, 따져보면 트로트 가수들도 앨범을 내면 10대나 보는 쇼프로에 나와 성대모사를 하고, '벨소리 다운 많이 받아주세요'하고
얼굴을 붉히며 얘기해야만 하는 요즘이 더욱 암울한 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바로 차승우였다. 노브레인의 전 멤버이자 현 문샤이너스의 보컬,
기타리스트이기도한 그는 대한민국 록 씬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며,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와
연주를 선사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맡은 만식이라는 캐릭터는 차승우가 연기한다기 보다는 차승우의
본래 캐릭터가 많이 녹아든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여지 없이 문샤이너스의 차승우를
엿볼 수 있었다. 연주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실제로 촬영된 이 영화에서, 장면이 더욱 실감나게 보이는 것은 이를
주도하고 있는 차승우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샤이너스의 드럼을 맡고 있는 손경호 역시
드러머로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사실 어색하기 그지 없는 날 것이지만, 캐릭터 자체가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들이기도 하거니와, 어느 정도 이 실제 연주 능력을 위해 연기부분을 포기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준이라고 하겠다(나 같아도 연기가 되고 연주가 안되는 배우보다는, 연주가 되고
연기가 안되는 이들을 더 선호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샤이너스의 차승우가 아니라 <고고70>의 배우 차승우로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현실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음악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민아가 나오는 영화는 몇 편 본 기억이 있긴 한데, 그녀가 돋보이는 영화는 아마 <고고70>이 처음인 것 같다.
이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클럽이름은 '닐바나 (Nirvana)', 즉 '열반'인데, 신민아가 미친듯이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에게서 이 '열반'이 절로 느껴진다. 아무리 영화 촬영장이긴 하지만, 평소에 그리 활발한 성격 같지도 않고,
그 동안 이런 역할을 맡아보지도 않았던 그녀가 이렇게 화끈거리는 역할을 이 정도로 연기한 것 만으로도, 신민아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한번 보게 끔 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열반에 든 모습으로 춤을 춰대는 장면 외에 귀여움을 아주 의도적으로
뽐내는 장면들도 있는데, 큰 거부감은 없었다(음...흠흠 ;;).

주인공인 상규 역할은 사실 조승우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배우가 없을 정도로 애초부터 그에게 맞춰져 쓰여진 캐릭터였다.
조승우는 뮤지컬을 통해 이미 여러번 보여준 열창하는 모습을 이 영화에서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긴 머리가 살짝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그 만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조승우의 열연과 열창을
칭찬하지만, 남들이 다 칭찬하는 것도 있고해서 나는 차승우와 신민아가 더욱 인상 깊었다고 하고 싶다.

<고고70>은 70년대를 직접 몸으로 체험했던 이들에게도 멋진 영화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록 스피릿, 아니 소울이 있다면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왠지 가슴 한 켠에서 숨어있던 소울이 다시 살아난 듯한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어 아주 고마운 시간이었다.


1. <사생결단>에서 리얼한 부산 사투리에 신경 썼던 것처럼, <고고70>에서는 리얼한 당시 속어들을 많이 연구한듯 싶다.

2. 영화 속 실제 모델이기도한 '데블스'는 이번 펜타포트에서 직접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젊은 관객들을 확 사로잡을 '소울'이 여전한 모습이었으며, 영화 속 처럼 '와일드걸즈'가 아닌 '나비소녀'를 대동한
   모습이었다(재미있었던 건, 이날 펜타포트에서 '데블스'다음 순서가 '문샤이너스'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날 두 밴드의
   공연을 모두 관람한 터라 <고고70>이 더 인상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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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윤철과 이지형이 까메오 치고는 제법 등장하고 있다.

4. 스토리 상의 아쉬움도 분명히 있던 영화였지만, 전체적으론 소울이 살아있는 영화라 만족스러웠다 하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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