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 (Spectre, 2015)

어쩌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마지막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았던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은 007이라는 브랜드이자 자존심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자 온고지신의 정석이라 할 만큼 고유의 정통성에 대한 주저할 것 없는 인정과 자부심은 물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객관적 평가 (인정)와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바로 그 다음 007 영화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4번째 007 영화인, 그리고 샘 멘데스의 두 번째 007 영화인 '스펙터 (Spectre, 2015)'는 역시 역사성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수용하고 있는 긍정적인 평가와 작품성 측면으로 아쉬움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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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스펙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스카이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영화적 완성도 측면으로 보았을 때 스펙터는 전작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다니엘 크레이그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007영화에 더 익숙한 관객들 입장을 고려한다면 더욱 밋밋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완성도 측면에서 보았을 때 '스카이폴'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구성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에 대한 다양한 은유를 이보다 더 적절히 녹여낼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낸 수작이었다. 비교에 앞서 '스카이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는 이유는, '스카이폴'이 처해진 상황이 '스펙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펙터'의 처해진 상황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았다. 전작 '스카이폴'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제임스 본드를 완벽하게 정의해 놓은 동시에 무엇보다 역사성을 부활 시켰다는 것은 속편에 대한 부담이 될 수 밖에는 없었을 텐데, '스펙터'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끝까지 불안정한 채로 마무리한 결과물 같았다.




007 스카이폴 리뷰 : 50주년을 맞는 시리즈의 완벽한 대답

http://www.realfolkblues.co.kr/1769





일단 풀어놓은 이야기의 욕심이 너무 컸다. 아마 이 욕심은 (또 어쩔 수 없이) '스카이폴'에 기인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카이폴' 역시 실패했다면 욕심이 너무 과했다 라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스카이폴'의 성공은 또 한 번 거대한 이야기를 1편의 이야기에 완벽히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을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건 과욕이었다. '스펙터'는 또 한 번 등장하는 거대한 악의 조직을 빗대어 제임스 본드의 가족사를 통해 이 캐릭터 만의 역사성, 그러니까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했던 제임스 본드의 역사성을 집대성하고자 한다. 일단 이 내용이 주가 되는 후반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스카이폴' 만큼 좋을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본드가 자신의 얼굴과 지난 인연들을 마주하게 되는 일종의 게임 같은 전개는, 단순히 악당과 맞서는 긴장감 외에 더 깊이 있는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요소이자 이 시리즈를 즐겼던 관객들에게 큰 흥미요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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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후반부에 비해 초중반부의 전개나 이야기의 무게는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초중반부 까지의 전개는 마치 클래식 007 영화를 보든 듯한 느낌의 익숙하고 안정적인 느낌으로 회귀한 듯 했는데, 이 방향성의 호불호 와는 별개로 후반부에 던지는 제임스 본드라는 인물에 대한 거대한 질문은 무언가 급작스럽고, 이 영화가 감당하기 버거운 주제처럼 느껴졌다.


난 '스카이폴'보다도 '스펙터'가 훨씬 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방향성에서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듯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이전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이 연기한 제임스 본드와는 확연히 스타일이 달랐다. 그 다름에는 수긍할 만한 논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제임스 본드가 살인면허를 따기 전의 이야기,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을 떠나보내기 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직 투박하고, 그렇기에 액션이 강력하고, 존재의 대한 무거운 질문들도 '내가 아는 본드는 이렇지 않아'라는 불만에 대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제임스 본드는 '스카이폴'에서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스펙터'는 정확히 과도기 같은 느낌이었다. 이 작품의 본드는 살인면허를 갖고 베스퍼에 대한 감정도 거의 잊혀져 가고 있지만 아직도 이 일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는 동시에, 우리가 예전 007 영화에서 보았던 면모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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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로얄'을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올드 팬들은 '이건 본드가 아니야'라며 부정적 입장을 많이 내비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제이슨 본과 같은 근육질과 맨몸 격투의 달인인 본드에게서는 로맨스를 즐기고 시종일관 여유와 유머가 묻어나는 기존의 본드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스펙터'의 제임스 본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과도기에 놓인 인물이다. 아직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남아있지만 한 편으론 전작들에는 없었던 부드러움이나 유머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의 연출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위기 뒤에 섹스라던가, 한 편으론 너무 수월한 탈출 같은 걸 보면 최근의 관객들은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로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마 007의 오랜 팬들 같은 경우는 '본드는 원래 이래요'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펙터'는 호불호가 더 크게 나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일 것이다. 의견은 더 하자면, 나는 '스카이폴'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줄타기가 아니라 좀 더 한 편으로 치중한 성격의 영화이길 바랐는데, 영화는 한 번 더 중심 잡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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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어쩌면 이번 '스펙터'가 다니엘 크렝그 시대의 마지막 007 영화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생각을 했다기보다 그런 편이 이 007이라는 브랜드에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참고로 나는 이전 007 영화들도 대부분 재미있게 보기는 했었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에 더 열광했고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카이폴'에 감동한 관객으로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를 더 오래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흘러 온 과정이나 샘 멘데스가 '스카이폴'과 '스펙터'를 통해 풀어 놓은 이야기의 전개로 보았을 때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의 시대는 마무리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 더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를 만나게 될지 못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결정이 나든 다음 007 영화는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들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 될 듯 하다.



1. 이번에도 오프닝이 끝내줍니다. 끝나고 자연스럽게 박수칠 뻔!

2. 다른 이야기지만 볼드모트와 모리아티의 대결이라니.... 특히 '셜록'에서 모리아티를 연기했던 앤드류 스콧의 'C' 역할은 여러가지 재밌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서 흥미로웠어요 ㅋ

3. 과연 다음 007 영화는 어떻게 될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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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  분노의 추척자 _ 블루레이 리뷰
울분을 토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언제나 유머와 수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데 그의 최신작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역시 그랬다. '장고'라는 이름에서부터 전통적인 서부 극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데, 세르지오 코부치 감독과 프랑코 네로가 장고 역을 맡았던 1966년 작 '장고 (Django)'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서부극은 배경으로만 차용했다고 해도 좋을 또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이기도 하다.


즉 타란티노는 '장고'라는 서부 극을 통해 온고지신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당시의 오리지널 작법에 더 가까운 서부 영화를 만드는 동시에, 더 나아가 미국 역사에서 묵과되어 왔던 흑인 노예 (인종 차별)제도에 대한 불합리함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토해내고 있다.






얼핏 보면 전통적인 서부 극의 주인공이 백인이 아닌 노예 출신의 흑인이라는 것 정도의 단순 뒤집기로 볼 수도 있는데, '장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장고(제이미 폭스)가 흑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시선과 차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가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백인들의 모습은, 아니 흑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를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씁쓸한 농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장고가 본인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불합리함을 평소 느껴왔다는 것, 그래서 자유 인이 되었을 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시선을 받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에서도 느껴지는 일반적인 측면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노예 제도를 벗어나 홀로 주인이었던 백인들을 처단하는 흑인 장고의 활극이었다면 재미있는 영화는 되었을지 모르나 특별한 영화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자신이 언젠가 제대로 하긴 할 것 같았던 서부극을 연출하면서, 단순한 장르적 오마주나 재미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것 만으로도 타란티노 영화는 보는 맛이 있는데 말이다.






'장고'가 흥미롭고 인상적인 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장고 때문이 아니라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닥터 슐츠는 타란티노가 만든 수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그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다.


흔히 들 이렇게 일반적인 설정을 뒤집는 영화 라거나 아니면 어두운 역사를 재평가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가운데도 깨어 있는 이가 있었다라는 식의 면죄부 적인 설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타란티노의 영화엔 당연히 그런 자비로움이나 대충 넘어감은 없다. 바로 그 핵심적인 요소가 크리스토프 왈츠라는 배우를 통해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로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다.


▽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사실 장고를 저렇게 도와야 할 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오직 슐츠 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된다. 즉, 그가 장고를 돕게 되는 과정들을 인정이나 도움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의 연결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일 것이다.


슐츠가 처음 장고를 만나게 된 것도 현상금을 얻기 위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이후 그와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도 거창한 노예 해방의 의의가 아닌 장고의 능력을 본 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나중에 목숨까지 버려가며 장고의 아내를 구하려고 한 것도 쉽게 말해 노예상인 칼빈 캔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동거지에 배알이 꼬였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장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슐츠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영화 전반에 깔린, 그 근본 없는 자존심에 대한 비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칼빈 캔디와 슐츠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이미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다 종료되어 서로의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였지만, 캔디와 슐츠는 각각의 이유로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캔디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 시켜야만 성이 찼을 터이고 (그것이 고작 악수하는 것이라도), 그 악수 정도 그냥 해주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캔디의 행동 하나하나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던 슐츠 역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캔디를 (본인 역시 죽을 걸 알면서도) 결국 죽여야 했던 것이다.


'장고'의 내러티브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참고 억눌린 정서를 그냥 참고 넘기려다가(넘겨주려 했는데) 결국 화를 돋군 이로 인해 폭발하게 되는 점인데, 그 '참고 있는' 이와 '계속 신경을 건드는 이' 사이의 긴장감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흥분되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결국 참지 않고 화끈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사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그래서 호 불호도 강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 스포일러 끝


한 편으로 '장고'는 전작 '바스터즈'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 편에서도 그냥 뒤집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 만의 다소 과한 방식으로 해소 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반부의 총격 씬은 '킬 빌'의 총기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과함을 보여준다. 이런 식의 장면을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처음 보았을 땐 보여지는 측면의 재미나 영상미 적인 측면 만을 주목했었는데, '장고'에서부터는 더욱 확연히 메시지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재미나 영상미가 포인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울분의 포효처럼 보였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쿨함을 유지하며 유머와 조소를 섞은 뒤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와 살육으로 피해자 혹은 고통 받던 이들의 울분을 토해 내곤 하는데, '장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고'의 마지막 총격전은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았던 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다양한 장르의 오마주를 선보이던 타란티노가 언젠가는 한 번 꼭 만들 줄 알았던 서부 영화이자, 단순히 오마주를 넘어서 그냥 60년 대 당시 서부영화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만든 오리지널리티는 물론, 사회적 약자의 울분을 분노로만 일방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3자를 통해 극히 상식적으로 표현한 메시지가 참으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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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화질이나 최근 출시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영상 자체의 성격이 더 부각된 영상이기에, 최신 액션 영화나 드라마의 칼 같은 날카로움과 쨍한 화질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인트로 장면에서는 강한 대비로 인해 강렬하고 인상 깊은 화질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후 부터는 좀 더 부드러운 화질을 평균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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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장면에서의 표현력도 나쁘지 않고 클로즈 업 장면에서는 역시 블루레이 다운 화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중반 이후 캔디 랜드 장면부터는 붉은 조명 빛이 주가 되는 비교적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데, 전반적으로 붉은 화면의 디테일이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다. 특히 영상의 포커스에 있어서 디테일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감의 표현 쪽에 더 집중한 영상인지라 화질 측면에서는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배경, 사물의 디테일 체크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상의 아쉬움은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본래 영상의 의도된 점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실제로 극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화질이 좋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장고'는 칼 같고 선명한 화질 보다는 서부극의 느낌이 강한 동시에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각 시퀀스마다의 톤이 강한 영상을 담고 있다. 오히려 극장보다는 블루레이를 통해 캔디 랜드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조명의 장면들과 클라이맥스의 대 혈전은 더 생생하고 자극적으로 전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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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총격 씬이 많은 영화답게 화려함과 임팩트를 모두 갖추었다. 일단 영화를 보는 순간 구매 생각부터 하게 되는 사운드 트랙의 강렬함이 사운드로 그대로 전달 된다. 타란티노 영화의 수록 곡들이 하나 같이 좋은 것은 이제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만, '장고'의 수록 곡들은 원작인 1966년 작 '장고'에 수록된 곡들이 다시 빛을 발할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보컬과 올드 한 악기 소리들이 귀에 착 와 감긴다.




(오리지널 서부극 느낌이 물씬 나는 타이틀 시퀀스에 흐르는 Luis Bacalov와 Rocky Roberts의 'Django'는 단 번에 보는 이를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인다)


'장고'의 총격 씬 가운데 초 중반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갑작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그 갑작스러움을 배가 시켜주는 것은 바로 그 순간 반짝하는 사운드다.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서부터 발사 시에 발생하는 더 큰 소리까지 (근래의 작은 권총 격발 시에 비하면 더 큰 소리). 총격 씬 만으로도 블루레이 사운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클라이맥스와 그 이전 총격 씬은 그야말로 옆집에 사람이 있다면 리모컨을 손에 들고 볼륨을 예의 조작하며 봐야 할 정도로 강렬한데, 단순히 격발음 뿐 만 아니라 총알이 나무로 된 벽과 사람의 육체에 박히고 튀는 소리들이 정말 피가 사방으로 튀듯 온 방을 휘젓기 때문이다. 공간감과 파워 모두 만족스러운 사운드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크게 총 4가지 정도를 수록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Reimagining the Spaghetti Western'으로 극 중에서 선보인 말들이 동원된 액션 촬영에 관한 이야기와 스턴트의 뒷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관객은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말(Horse)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 함께하는 다양한 스턴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말과 사람 모두 다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장면들을 시도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촬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전설과 선배를 존중하는 타란티노답게 이 스턴트를 위해 이 업계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이들을 영화에 참여시키고 있었다. 이 부가영상은 바로 이 스턴트를 함께 만든 스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The Costume Designs of Sharen Davis'는 이 영화의 의상 디자인을 맡은 샤런 데이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시대극인 만큼 고증과 창의력이 더해진 특별한 의상 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Remembering J. Michael Riva'는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J. 마이클 리바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그를 동료들의 이야기와 그가 남긴 디자인 작품들로 만나볼 수 있다. 마이클 리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1,2' 등 최근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 '장고'가 유작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블루레이 컬렉션과 '장고' 사운드 트랙의 짧은 프로모션 영상이 각각 수록되었다.




[총평]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타란티노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좀 더 흥미로운 요소가 가미 되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특히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 디카프리오와 장고 역을 맡아 열연한 제이미 폭스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바스터즈'때 와는 또 다른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인 닥터 슐츠를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를 빼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추가로 아직 1966년 작 '장고'를 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 찾아봐도 좋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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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울분을 통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언제나 유머와 수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데 그의 신작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역시 그랬다. '장고'라는 이름에서 부터 전통적인 서부 극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서부 극은 배경으로만 차용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냥 또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다. 오히려 타란티노는 '장고'라는 서부 극을 통해 서부 극과 미국 영화의 전통적인 요소 더 나아가 미국 역사에서 묵과되어 왔던 흑인 노예 (인종 차별)에 대한 부분을 대놓고 뒤집는 작품을 만들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얼핏 보면 전통적인 서부 극의 주인공이 노예 출신의 흑인이라는 것 정도로 뒤집기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장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장고 (제이미 폭스)가 흑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시선과 차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가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백인들의 모습은, 아니 흑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를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씁쓸한 농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장고가 본인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불합리함을 평소 느껴왔다는 것, 그래서 자유 인이 되었을 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시선을 받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에서도 느껴지는 일반적인 측면이었다.


'장고'가 흥미롭고 인상적인 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장고 때문이 아니라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단 그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었다. 흔히 들 이런 뒤집는 영화 라거나 아니면 어두운 역사를 재평가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가운데도 깨어 있는 이가 있었다라는 식의 면죄부 적인 설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타란티노의 영화엔 당연히 그런 자비로움은 없다.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사실 장고를 저렇게 도와야 할 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오직 슐츠 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된다. 즉, 그가 장고를 돕게 되는 과정들을 인정이나 도움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것의 연결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일 것이다. 슐츠가 처음 장고를 만나게 된 것도 현상금을 얻기 위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이후 그와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도 장고의 능력을 본 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나중에 목숨까지 버려가며 장고의 아내를 구하려고 한 것도 쉽게 말해 배알이 꼬여서 였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장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슐츠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영화 전반에 깔린 그 근본 없는 자존심에 대한 비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칼빈 캔디와 슐츠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이미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다 종료되었으나, 캔디와 슐츠는 각각의 이유로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캔디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 시켜야만 성이 찼을 터이고 (그것이 고작 악수하는 것이라도), 그 악수 정도 그냥 해주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이 말도 안되는 캔디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던 슐츠 역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캔디를 결국 죽여야 했던 것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가끔 흥분되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참지 않고 화끈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사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이래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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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로 '장고'는 전작 '바스터즈'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 편에서도 그냥 뒤집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 만의 과한 방식으로 해소 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반부의 총격씬은 '킬 빌'의 총기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 자하는 과함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땐 보여지는 측면의 재미나 영상미 적인 측면을 주목했었는데, '장고'에서부터는 더욱 확연히 다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재미나 영상미가 포인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포효처럼 보였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유머와 조소를 섞은 뒤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와 살육으로 피해자 혹은 고통 받던 이들의 울분을 토해내는 듯 했다. 그래서 '장고'의 마지막 총격전은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았던 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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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미처 다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타란티노 영화 답게 깨알 같은 재미 들도 여전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바스터즈' 만큼이나 혹은 더 크리스토프 왈츠가 매력적이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1. 타란티노 영화 답게 사운드트랙도 정말 좋습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OST를 질렀는데 역시나 만족. 뭔가 비장하면서도 신나게 출근하고 싶은 날엔 장고 OST를 BGM으로 사용하곤 하죠 ㅋ


2. 디카프리오는 워낙에 매력적인 크리스토프 왈츠에 비해 좀 가려지기는 했지만, 이런 조연으로서의 매력도 보여준 것 같아 신선하더군요. 진짜 더 나이 먹으면 잭 니콜슨 처럼 될 것 같아요 (이건 칭찬)


3. 캔디의 일당 가운데 복면을 한 유일한 여자 멤버가 있는데, 조이 벨이더군요. 눈빛만 봐도 이제는 알아볼 정도 ㅎ 아, 그리고 조나 힐도 나와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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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Carnage, 2011)

깨알같이 찌질한 작은 우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 (Carnage, 2011)'이라니, 일단 제목은 그럴싸 했다. 폴란스키라는 이름과 대학살이라는 단어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느껴지는 조합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C.라일리라는 출연진은, 어지간해서는 실망하기 어렵겠다는 안전성마저 느끼게 해주었기에 주저없이 극장을 찾게 되었다. 사실 전혀 영화에 대한 내용을 모르고 보자는 주의라 이번에도 감독과 배우 말고는 아는 바가 없었기에 코미디라는 점도,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몰랐는데, 역시나 몰랐던 것이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연극을 보았거나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알았겠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로서는 이 네 명의 주인공이 처음 현관까지 나갔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아, 이 영화 이 공간 안에서 끝을 보겠구나!'하며 더 흥미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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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랄 것도 없고 줄거리랄 것도 없는 것이 이건 캐릭터 자체가 이야기이자 스포일러인 영화다. 각자의 직업으로 대변되는 점을 좀 더 부각하여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 그냥, 배울 만큼 배운 어른들 네 명의 아웅다웅 정도로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 하겠다. 그런데 그 '아웅다웅'이 어찌나 현실적이고 날카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한지! '대학살의 신'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그럴싸하게 느껴질 정도의 티격태격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아주 심플한 인트로로 시작된다.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배경으로 작은 다툼이 일어나는데, 이 배경으로 스쳐지나쳐도 좋을 일이 얼마나 큰 (하지만 쓸데없는) 어른들의 일을 야기시키는지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면 역시나 '문명의 대학살'까지 운운한 어른들의 싸움과는 달리 아이들의 싸움은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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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위의 포스터 이미지와 같이 방안에 각각 위치한 네 명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장면이었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와 심리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동작과 표정을 취하고 있는 네 명의 캐릭터의 변화를 보는 것이야 말로,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자신 스스로도 느낄 정도로 '아, 이건 아닌데'하는 지점에 빠져버릴 때가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본인 스스로를 완벽히 컨트롤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일 수록 이런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도 될텐데, '대학살의 신'은 바로 그 점, 사회적으로 성숙한 계급 아닌 계급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아주 작은 아이들의 일로 모이게 해 놓고, 정말 유치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과정을 숨김없이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더 재미있는 이유는 그냥 멀쩡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유치한 말과 행동들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그 가운데 나도 종종 살면서 범하는 실수들이 담겨 있어서 순간순간 섬짓 했기 때문이었다. 이 네 명의 대화 가운데는 짧지만 우리가 쉽게 범하곤 하는 삶의 작은 실수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뭐랄까, '내가 저런 실수를 했을 때 저렇게 하찮게 보였겠구나'라며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이랄까. 정말 우스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진짜 나도 별일 아닌 거 가지고 저렇게 유치하게 덤빈 적도 있었는데...'하며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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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벽한 유치함을 완성하는 데에는 역시 네 명의 배우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정말 캐스팅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인데, 헐리웃에서도 지적인 이미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디 포스터가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지지 않으려고 정말 목에 핏대를 세우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주장을 펼칠 때에는 코미디 이상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여기에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력도 물론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의 이미지 자체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배우들의 경우도 이에 못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면 역시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캐릭터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조디 포스터 못지 않은 반전 연기는 물론 무엇보다 그 '몸연기'! 선반에 기대거나 벽에 기댄 모습, 그리고 방바닥에 정말 초라하게 웅크리고 앉은 그 몸연기는 올해의 연기 후보에 올려도 좋을 정도로 참~ 볼품 없었다 (과찬임 ㅋ). 존 C.라일리 역시 나머지 세 명과는 조금 다르게 능청을 부리며 이 셋을 비꼬는 듯 하면서도 본인 스스로도 극도로 유치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했으며, 케이트 윈슬렛은 의도치 않은 한 방(영화를 보신 분들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그 것!)과 더불어 세련됨과 정제됨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 지를 정말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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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이 네 명의 배우가 유치찬란한 연기를 멋지게 연기했는지, 이제는 스틸컷 속 이들의 얼굴만 보아도 절로 '큭큭'하며 웃음이 날 정도다. 영화의 러닝타임과 영화 속 리얼타임이 동일하고 등장하는 인물이라고는 네 명의 '어른'들 밖에는 없지만, 무언가 (깨알같이 찌질한) 작은 우주를 만난 듯한 그런 영화였다.



1. 처음 원작에 대해서 몰랐을 때에는 폴란스키가 홍상수 영화를 찍었구나 싶었어요 ㅋ

2. 아, 홍상수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배우의 수는 비슷하지만 스텝의 수는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점

3. '다즐링'은 최소한 저에게는 유행되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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