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 (Mud, 2012)

사랑에 관한 사실



'테이크 쉘터'는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 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연출을 맡은 제프 니콜스의 다음 작품인 '머드' 역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포스터를 가득 채운 매튜 매커너히의 거칠어 보이는 모습은 '테이크 쉘터'와는 또 다른 어떤 영화일까 기대하게 만들었다. '머드'의 국내 포스터에 가장 도드라지게 표현되어 있는 문구는 바로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인데, 이 문구 덕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 예상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순수한 사랑에 관한 영화였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머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사실'에 가까운 영화였다.




ⓒ  Brace Cov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몹시 건조하다. 나른하고 매 마른 듯한 분위기가 도는 가운데 엘리스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조용하게 시작되고, 엘리스는 우연히 버려진 보트 곁에서 '머드'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후부터 영화가 엘리스와 머드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특이한 편인데, 어느 한 편에 서 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둘 사이의 비중을 자유롭게 오간다. 처음엔 머드의 편에 서서 그가 만나게 된 어린 소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꿈꾸고 쫓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극장을 나오면서는 머드가 아닌 엘리스의 편에 더 서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히려 엘리스라는 한 소년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처음 겪게 되는 희열과 아픔, 고통과 실망, 상처에 대한 과정을 머드라는 한 남자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주고 있는 듯 했다.



ⓒ  Brace Cov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제프 니콜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 소년과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면서 두근거림과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 냈다. 여러가지 장면을 통해 머드와 엘리스는 마치 서로의 거울처럼 겹쳐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점에서 '머드'는 관객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머드는 오로지 사랑 만을 위한 로맨티스트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강가의 외딴 섬에 홀로 갇혀 있고,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쫓기는 신세이기도 하다. 엘리스의 경우도 그 순수한 사랑이 상대에게도 전해진 것 같았지만 사실은 혼자 만의 착각이었고, 머드에게 바랬던 바 역시 엘리스의 기대와는 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즉, 엘리스와 머드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봤을 때, 한 없이 순진하기만 한 과거이거나 한 없이 영리하지 못한 미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가 머드와 엘리스를 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은 참 인상적이었다.


결국 머드와 엘리스가 겪게 된 일들로 미뤄봤을 때, 그렇다면 이 영화는 우울하고 쓸쓸한 영화인가 하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영화엔 묘한 희망이 있다. 마치 미신 같이 머드를 지켜주는 그 노란 셔츠처럼, 거짓말 인줄 알면서 믿고 싶은 정서가 있다. 그것은 곧 상처 받을 줄 알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사랑에 관한 '사실'이 아닐까.



ⓒ  Brace Cov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Brace Cove Productions 있습니다.


 




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



순전히 조이 데샤넬 때문에 보게 된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 (참고로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 '주이'로 쓰고 있는데 거의 나 혼자만 그녀의 팬블로그를 운영할 때 부터 '조이'라고 우기다시피 했는데, 그 근거는 조이가 스스로 인터뷰에서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조이'로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 요즘은 '힐링 영화'라는 말이 워낙에 광범위하고 자주 쓰이는 터라 오히려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진부해지는 경향마저 있는데, 어쨋든 '힐링 영화'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은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터라 이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도 선택하게 되었다.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줄거리 역시 새로울 것은 없다. 가족의 골치덩어리이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좀 모자라 보이는 '네드 (폴 러드)'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를 통해 관계를 배워가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들도 그리 새로운 편은 아니다. 뭐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장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야기의 새로움이 아니라 진부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공감시킬 수 있는 은근한 에너지일텐데,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그런 측면에서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도 가슴 한 켠에 은근한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극 중 네드처럼 너무도 착하고 순진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이런 네드를 겪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판타지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이런 비슷한 상황에 내가 놓인다면 과연 네드를 적극적으로 껴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그렇다하더라도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는 않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니 말이다.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그런 네드를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예전만 하더라도 이런 캐릭터를 끌어 않는 최종의 존재가 '가족'으로 설정되었었는데, 세상이 더 각박해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워 이디엇 브라더'의 네드는 처음부터 가족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가족들이 네드를 겪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사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관계로 혈연, 즉 가족을 단번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떼어낼 수 있으면 떼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고, 그 존재를 이해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서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 더 잦아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가 뭉클한 지점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바로 여기다. 영화는 마치 스스로의 제목처럼 멍청하리만큼 무식한 방법으로 네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골치덩어리이지만 우리 가족이 포용하지 않으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느냐라는 식의 어쩔 수 없음이 아니라, 네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의 울림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초월해서도 수긍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한 편으론 그래서 더 판타지스럽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에 이미 놓여있거나, 앞으로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고 했을 때 과연 나도 네드의 누나들처럼 네드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방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멍청한 가족의 방식이 그래도 옳은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반문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 메시지는 스쳐가는 가족들의 미소를 통해, 현실성이 있음을 증명해 낸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무조건 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조건의 항목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질문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아닐까.



ⓒ 프레인글로벌. All rights reserved



1. 영화 내내 들어 있는 윌리 넬슨에 대한 깨알 같은 인용들이 심심하지 않은 리듬을 만들어주더군요. 특히 극 중 사용된 수록곡들이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이 가사들이 모두 번역되었다는 점이 반가운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단순히 분위기를 담는 BGM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상황을 반영하는 지문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2. 조이 데샤넬은 역시나 빛이 나더군요. 그녀의 여러 영화, 드라마 들을 보다보니 이제는 다시 썸머 같은 역할을 한 번 더 연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드네요.


3. 이 영화를 수입한 프레인글로벌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이전 '50/50'에서도 보여 주었듯이, 사소한 것부터 섬세하게 신경 쓰는 마케팅이 관객을 감동 시키는 부분이 많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프레인글로벌 에 있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의 50/50 DVD를 응원합니다


조셉 고든 레빗, 세스 로건 주연의 영화 '50/50'은 자칫 신파로만 흐를 수 있었던 시한부 주인공의 드라마를 덤덤하면서도 본질을 제대로 전달한 인상 깊은 영화였다. 



인상 깊게 본 작품들은 대부분 DVD나 블루레이를 구입하는 편인데, 확실히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부터는 한 단계 이전의 포맷인 DVD를 구입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든 것이 사실이다. 뭐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LP와 CD의 관계와는 달리 DVD와 Blu-ray 간에는 DVD로 볼 때의 특별한 애틋함이나 장점이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VHS에 대한 애틋함이라면 몰라도) 굳이 더 좋지 않은 화질과 사운드의 DVD를 구매하게 되는 일도 (동일한 작품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는 전제하에) DVD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일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에 시야에 들어 온, 정확히 얘기하자면 시야에 들어온 건 오래 됬는데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고 계속 아른거리는 DVD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50/50' 였다.




사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50/50의 국내 DVD 출시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달려들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블루레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내에 블루레이가 정식 출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DVD를 구매할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시에만 이벤트를 진행하던 대부분의 영화들과는 달리 DVD 발매와 관련 상품들 (팔찌, 컵, 포스터, 피규어 등)의 판매 및 홍보가 DVD출시 시점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일단 관심을 끌게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뭐, 팩샷이 깔끔하네~'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이후 공개된 DVD 패키지의 모습을 보니 과연 이 타이틀이 현재 국내 DVD시장에 적합한가 하는 좋은 의미의 부담스러움과 걱정마저 들며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단 현재 어려운 국내 DVD시장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50/50'같이 대중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작품이 아닌 영화에 DVD발매를 결정하는 것 자체도 결코 쉽지 않은데, 발매 여부를 뛰어 넘어서 이처럼 패키지에 많은 공을 들여 출시하는 것이나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라보레이션처럼 관련 상품을 만드는 데에 많은 아이디어와 리소스를 투자한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또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거나 DVD의 프리오더를 진행하는 것이 전문샾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사이트를 오픈하여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실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http://50-50shop.co.kr)


대한민국에서 DVD나 블루레이를 즐기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에 협소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논문을 써야할 정도;;) 이런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DVD 패키지를 보면 반가움과 동시에 사용자로서 걱정도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진다. '저렇게해도 DVD는 정말 적은 량이 팔릴 텐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말이다. 이런 걱정을 소비자가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어쨋든 이럴 수 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DVD에까지 꼼꼼한 신경을 쓰고 있는 수입사 프레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에잇, 50/50 DVD를 살 마음까지는 없었는데 사야겠다!!



1. 여담이지만 앞으로 프레인이(다른 분야에서) 잘 되서 DVD나 블루레이 쪽에서 이 정도의 풍족한 취미 생활을 계속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50/50 DVD 및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은 여기 http://50-50shop.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프레인글로벌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