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_ 블루레이 리뷰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_ Blu-ray Review)
또 다른 삼 부작의 가운데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팬이지만, 새로운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호빗 : 뜻밖의 여정' 은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아쉬움은 전부 '반지의 제왕' 삼부작 때문이라고 - 그 엄청난 기대감 때문이라고 - 할 수 있겠는데, '호빗'은 원작이 그러한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영화 작법으로 보았을 때도 몹시 '반지의 제왕'과 거울처럼 그대로 겹쳐졌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보다 진일보한 영화를 기다렸던 이로서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번째 작품인 '스마우그의 폐허'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삼부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점점 더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즉, '반지의 제왕'의 두 번째 작품인 '두 개의 탑'이 그러 했듯이, 이번 작품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나 인물의 구성, 갈등 요소까지 거의 '두 개의 탑'과 유사한 구성으로 진행되고, 두 번째 작품으로서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세 번째 작품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데에 더 충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편에 이어서 이번에도 실망스러웠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명확히 들 수는 없으나, 분명 전 편보다 재미있었고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도 거의 지루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황당해 한 엔딩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두 개의 탑' 때도 극장 반응은 거의 유사했었다). 아마도 전 편을 통해 익숙해진 드워프들과 새롭게 등장했으나 '반지의 제왕'을 통해 익숙한 캐릭터들의 등장 덕에, 조금은 쉽게 따라갈 수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전작인 '뜻밖의 여정'도 그랬지만 '스마우그의 폐허'는 이보다 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엘론드나 골룸 등의 캐릭터의 등장으로 그 연장선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엔 좀 더 절대 반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반지의 제왕'의 주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사우론의 존재가 점점 드러나면서, 직접적으로 '반지의 제왕'을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확장해서 이야기하자면 호빗 3부작, 반지 3부작으로 각각 나누기 보다 거의 중간계 6부작으로 봐도 좋을 만큼, 전반적인 톤이나 캐릭터, 구성, 음악까지 통일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나온 뒤에 한 번 더 생각해볼 부분이긴 한데, 이렇게 생각하면 전작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을 대부분 긍정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다.






'반지의 제왕'과 구성은 유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각 인물들의 성숙 도를 들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호빗'에 비하자면 상당히 안정되고 이미 성숙된 캐릭터들이 많았다. 아라곤과 소린을 비교해도 그렇고, 엘론드와 스란두일은 말할 것도 없으며 (물론 이건 성숙도의 차이라기 보다는 성격으로 인한 부분이 크긴 하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레골라스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소린은 아라곤과 겹쳐지지만, 그보다 더 노골적이고 충동적이며 이루고자 하는 바가 처음부터 뚜렷한 편이고, 구성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간달프는 '두 개의 탑'과 마찬가지로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역시 홀로 원정대를 떠나 퀘스트를 수행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올랜드 블룸이 연기한 레골라스의 등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반지의 제왕' 속 여유 넘치고 위트까지 있는 레골라스와 '호빗'의 레골라스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다르다.


훨씬 더 거칠고 날카로우며, 아직 날 것의 느낌이 충만하다. 개인적으로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아직 성장 중인 레골라스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극 중 스란두일의 표현을 따르자면 그에겐 눈 깜빡 할 사이 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을 텐데, 그래도 조금이 나마 젊은 레골라스의 거칠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또한 이번에도 대부분의 명 장면은 레골라스가 다 만들어 낸다. 그가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를 보는 것 만으로도 '스마우그의 폐허'를 극장에서 볼 이유는 충분했었다. 그 정도로 이번 작품 역시 멋진 장면은 대부분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기적으로) 독식하고 있다.





그리고 개봉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있던 스마우그의 등장 씬은 후반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액션은 물론 대화(혹은 수다) 시퀀스로서 만족감을 주기도 해,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아마도 본격적인 스마우그의 액션은 3편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딱 그 중간까지만 맛만 보여주는 정도에서 그친다. 그렇게 '스마우그의 폐허'는 피터 잭슨의 또 다른 삼부작의 가운데에 놓인,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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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을, 그 어두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충실히 표현해 낸다. 피터 잭슨의 호빗 시리즈를 이야기하면서 HFR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참고로 전 작이었던 '뜻 밖의 여정'을 처음 극장에서 보았을 땐 정말 너무 영화 같지 않는 화면에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으나, 두 번째여서 인지 아니면 그 간 좀 더 자연스러운 기술의 발전이 있었던 것인지 '스마우그의 폐허'는 조금은 이질감이 덜한 편이었다. 블루레이의 영상에서도 HFR 특유의 영화 영상 같지 않은 (반대로 얘기하자면 실제 장면 같은) 장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다른 어떤 작품 보다도 그린 스크린과 CG가 폭 넓게 사용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배우들과 배경의 조화에 있어서 블루레이의 선명한 화질은 조금은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너무 선명한 화질 탓에 조금만 집중해서 보게 되면 배우들과 배경과의 이질감을 느낄 수 있고, 액션 장면에서는 대역인 스턴트 맨의 얼굴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우그의 폐허'의 전반적인 영상 톤이라면 브라운과 그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간혹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장면도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디테일이 우수하고, 만족스러운 블랙 레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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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과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마우그의 폐허'는 사운드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시퀀스가 여럿 있었는데, 특히 술통 안에 든 채로 강을 흘러 내려가며 벌이는 액션 시퀀스의 경우 다양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조금 의외였던 건 이 장면에서 사용된 소리들 가운데 상당히 현실적인 폴리 사운드들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었는데, 영상 측면에서도 중간 중간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상을 끼워 넣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운드 역시 현실감을 주려고 상당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후반 부의 사운드 포인트라면 역시 스마우그가 등장하는 시퀀스를 들 수 있을 텐데, 워낙 스케일이 큰 스마우그이기에 (극장에서 그 거대한 규모를 온 몸으로 이미 체험했기에) 블루레이의 사운드 퀄리티가 훌륭함에도 조금은 스케일 측면에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디테일 측면에서는 확실히 가정에서 블루레이를 감상할 때 더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았다. 그런 작은 소리들을 만나게 되는 건 분명 블루레이 만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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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영상으로는 본 편이 수록된 디스크에 수록된 'New Zealand: Home of Middle-earth, Part 2'를 먼저 만나볼 수 있는데, 중간계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촬영지였던 뉴질랜드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다. 본격적인 부가 영상은 별도의 디스크에 수록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이 후 발매될 확장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구성이라 하겠다. 'Peter jackson invites you to the set'은 총 야 40여분의 영상으로 촬영장의 뒷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총 네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in the company of the hobbit'에서는 스튜디오는 잠들지 않는다는 말처럼, 밤늦은 시간부터 새벽에 이르기까지 다음날 정상적인 촬영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수많은 스텝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그렇지만 피터잭슨의 반지의 제왕 삼 부작과 호빗 삼 부작 역시 정말 많은 스텝들이 참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스텝들의 활약상이 부가 영상의 주인공이라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다 (피터 잭슨 작품 타이틀의 부가 영상은 항상 스텝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새벽 일찍 도착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장을 받는 장면으로 배우들의 일과가 시작되는데, 1차로 보형물 작업이 완료되면 그 다음에야 분장과 헤어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의상까지 갖추게 되면 비로소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캐릭터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워낙 많은 스텝들과 분야들이 존재하다 보니 결정 권한이 있는 피터 잭슨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정도인데, 각각의 부서를 돌며 최종 결정을 해주고 의견을 나누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피터 잭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제는 후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편집을 사실상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구현하고 작업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편집자가 촬영장에서 편집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때부터 워낙 오래 함께 해온 스텝들이다 보니 모두의 생일을 촬영장에서 챙겨주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흔히 얘기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 라는 건 바로 이들 스텝들을 두고 하는 얘기라고 보면 되겠다






두 번째 'All in a day's Works'는 자신의 촬영 장면을 기다리다가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잠든 배우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촬영 2팀 감독을 맡은 앤디 서키스가 촬영장을 지휘하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제는 제법 감독 의자에 앉는 모습이 제법 능숙해 보였다. 또한 피터 잭슨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인 웨타 워크샵의 작업장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데, 중간계 특유의 다양한 아이템들, 무기, 갑옷, 조형물 등이 어떤 작업을 통해 실제 만질 수 있는 소품들로 완성 되는지 과정을 소개해준다.






워낙 고되고 빠듯한, 하지만 많은 익숙한 동료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양한 장난과 놀이들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중 '위너의 놀라운 바퀴'라는 이벤트는 매일 촬영이 끝날 때 마다 돌림 판을 돌려 나오는 혜택을 제공하는 일종의 뽑기 이벤트를 제공 하는 것으로 촬영장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루 종일 배우들을 불편하게 했던 두꺼운 보형물과 헤어, 분장을 떼어낼 때 배우들이 얼마나 시원해 하고 후련해 하는지 이렇게 나마 엿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I see fire'의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고, 마지막인 'Live event : In the Cutting Room'에서는 개봉 전 라이브 이벤트로 진행했던 촬영장 소개 실황이 담겨 있다. 피터 잭슨이 촬영장을 돌며 라이브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장면들이 어떤 부분인지 편한 분위기에서 소개를 하기도 하고, 각 부서를 지나가며 그 부서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 지에 대해 기본적인 소개를 해주기도 하며, 이후에는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팬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해주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우들이 셀프 카메라에 가까운 영상으로 그들의 짧은 코멘트를 들어보는 이벤트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라이브 Q&A라고 하면 팬들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코멘트로 답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번 이벤트는 질문과 답변은 물론 그 답에 대한 부분을 촬영장의 비하인드 씬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부가영상으로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라이브 이벤트 영상이었다. 실제로도 37분에 달하는 분량의 영상이기 때문에 상당한 정보 량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다.






'Production Videos'에서는 개봉 전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던 제작 영상 가운데 총 4개의 비디오를 소개하고 있다. 'Production Videos 11'에서는 호빗 1편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스텝들과 배우들이 반가워 하는 모습과 1편 촬영 종료 이후 창고에 보관해 두었던 세트와 장비들을 꺼내 다시 2편 작업에 돌입하는 모습 그리고 드워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코믹한 율동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1편에 참여했던 엑스트라 들을 다시 연락해서 모집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데 엘프를 연기했던 30명의 엑스트라 연기자 중에 2명 밖에 연락이 안되 어려움을 겪는 섭외 스텝의 모습을 유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Production Videos 12'에서는 후반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혹성탈출' 촬영 관계로 자리를 비운 촬영2팀 감독 앤디 서키스를 대신 해 피터 잭슨과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사전 시각화 아티스트를 대신 감독으로 촬영한 부가 장면들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배네딕트 컴버배치의 스쳐 지나가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Production Videos 13'에서는 스마우그가 등장하는 장면의 촬영 장면을 살짝 엿볼 수 있는데, 개봉 전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영상이었기 때문에 스마우그의 모습에 대한 비밀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점이 지금으로서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Production Videos 14'에서는 하워드 쇼어의 작업실에서 그와 함께 이번 작품의 영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웰링턴에 위치한 홀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영화 음악을 녹음하는 장면도 수록되었는데, 영화 음악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시하는 피터 잭슨의 모습이 이채 로웠다. 또한 하워드 쇼어를 통해 이번 작품에 새롭게 등장한 테마곡들에 대한 짧은 소개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우그의 폐허' 예고편 3종과 '뜻밖의 여정' 확장판 예고편 그리고 레고 호빗 게임 예고편과 또 다른 게임인 Kingdoms of Middle-earth의 코믹한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피터 잭슨의 호빗 삼부작, 그리고 그 가운데에 놓인 '스마우그의 폐허'는 확실히 전작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혹은 좀 더 이 시리즈가 삼부작이라는 사실에 근거해서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전달하고 있어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감상하게 된 작품이었다.


즉, 평가에 대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삼부작이 마무리 된 시점에서야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블루레이 타이틀은 아무래도 언젠간 출시될 확장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극장을 나오며 혹은 극장에서 놓쳐 빨리 보고 싶었던 이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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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_ 블루레이 리뷰 (The Wrestler : Blu-ray Review)
한계, 그 자체에 대한 찬사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2008년작 '더 레슬러'는 최근 개봉한 그의 신작 '노아'와 전작 '블랙스완'과 함께 아로노프스키의 관심사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아로노프스키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갈등 그리고 정신 분열에 가까운 스스로에 대한 존재 가치 (아로노프스키는 단순한 고뇌를 넘어 존립의 문제까지 밀어 붙인다)의 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배트맨' 영화를 연출하길 간절히 원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더 레슬러'와 '블랙스완' 그리고 '노아'는 비슷한 고뇌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나, 각각의 강도와 결론의 정서에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이 작품 '더 레슬러'는 그 중 가장 연민의 시선이 깊게 드리워져 있기는 하지만 한 편으론 잔인할 정도로 주인공을 홀로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외롭고 쓸쓸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한계에 부딪힌 한 인간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랜디 더 램(미키 루크)은 젊은 시절 프로레슬러로 큰 인기와 전성기를 누렸던 스타였으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보 청기를 착용해야만 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노년에 가까운 남성일 뿐이다. 그런데 랜디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바로 그가 아직도 '프로레슬러'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바로 이 점이 스포츠를 주제로 한 다른 성공 스토리의 영화들과 분명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실버스타 스텔론의 '록키 발보아'같은 경우 - 참고로 미키 루크에게 캐스팅 제의가 가기 전에 스텔론에게도 제의가 있었으나 바로 '록키 발보아'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뒤에도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작품은 아로노프스키의 영화이자 미키 루크 본인의 관한 영화이기도 한데, 그가 없는 '더 레슬러'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 전성기를 보냈던 주인공이 세월이 흐른 뒤 다시금 전성기 때처럼 열정을 가지고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으로 감동을 그려내고 있지만, '더 레슬러'의 경우는 전성기를 보낸 주인공이 한참 떠나있던 것이 아니라 20년 동안 계속 몸을 사용해야 하는 프로레슬러로서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비록 엄청난 주목을 받던 젊은 시절에 비해 지금은 작은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오고 있으며 쉬지 않고 해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주인공 랜디가 겪게 되는 갈등과 고통은 무엇일까. 다른 성공스토리가 '그래, 내가 전성기는 아니지만 아직도 할 수 있어!' 라는 식의 도전과 성공의 이야기였다면, '더 레슬러'의 구조는 '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의 고민과 고통에서 시작된다. 격한 프로레슬링을 하기 위해 수많은 약물 등을 동원해서 커리어를 이어오던 랜디가 어느 날 심장에 무리를 주는 쇼크로 쓰러지게 되면서, 랜디는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그 동안 프로레슬러로 살아오느라 소홀했던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에게도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기로 하고, 자주 가던 스트립 바의 캐시디(마리사 토메이)에게도 오랫동안 숨겨왔던 '손님' 이상의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심장에 이상이 왔다는 걸 알았을 때 좀 더 뻔한 줄거리였다면 전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레슬링을 했었을 테지만, '더 레슬러'의 랜디는 그 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위해 큰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주저 없이 커리어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레슬링을 떠나서 그가 바로 피부로 겪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현실'이다. 프로레슬링 비즈니스 속에서만 살아온 랜디가 이를 관뒀을 때 겪게 되는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다.


그 동안 돌보지 못했던 하나 뿐인 딸은 자신을 아버지로 대하기는 커녕 남 대하듯 쫓아내는 한편, 빈 트레일러 집에 덩그러니 누워서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으며, 레슬링을 하지 않으면 생계에 직접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안 어울리는 앞치마와 위생 모를 머리에 쓰고 동네 마트의 식품 코너에서 샐러드를 팔기도 해야 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불러온 동네 꼬마와 구형 닌텐도로 자신이 등장하는 프로레슬링 게임을 하는 장면에서, 랜디는 자신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레슬링 게임에 신나 하는 것에 비해 아이는 최첨단 FPS 게임(콜 오브 듀티 4)을 이야기하는 것은, 랜디가 현실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그 거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랜디가 이 한계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랜디는 자신을 매몰차게 내치는 딸 스테파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캐시디에게 살짝 고백을 했다가 거절 아닌 거절을 당한 뒤에도 약한 불만의 표현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애초부터 하고 싶지 않았을 식품 코너 일도 긍정적이고 즐겁게 하려는 모습도 다른 인물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안쓰러웠지만).


랜디가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의 묘사도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랐다.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뿌리치는 스테파니의 입장은 사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반응이었는데, 아버지가 필요할 때는 없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병을 얻고 나서야 나타나서 호의를 베푸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캐시디 역시 그간 아무리 자주 오가며 정을 쌓았다 하더라도 막상 고백까지 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일 정도의 관계는 아니었기에 냉정하게 봤을 때 랜디에게 다가오는 현실이 그리 가혹하다고만 (자초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영화는 최대한 냉정하게 그래서 동정하지 않으려 하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랜디가 현실에 대처하는 방식은 너무 순응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에게 닥쳐올 현실을 모두 다 세상의 방식 그대로 받아들이는 랜디의 모습은 애처로운 동시에 너무도 현실적(영화적과 반대의 의미)이다. 사실 이런 현실이 닥쳤을 때 고통을 조금 호소하다가 바로 세상에 대한 불만과 이를 극복하려는 용기를 동시에 뿜어내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너무도 영화적이었던 것에 반해, 랜디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딸의 비위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가 자신의 진심을 얘기하며 그 거친 피부 아래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래서 단순한 눈물 이상의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랜디가 현실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유일한 부분은 일반 세상에서 통용되는 '로빈 람진스키'라는 본명이 아닌 '랜디'라는 레슬러로서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것이 전부다 (이는 캐시디 역시 '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언급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랜디가 처하는 현실의 극적인 대비 측면을 위해 영화는 프로레슬링의 세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쇼(Show)'로만 알고 있는 프로 레슬링이 얼마나 많은 '현실' 속의 사람들의 많은 준비와 노력으로 성립되는지를 구 차할 정도로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통 같으면 프로 레슬링의 링 뒷면에서는 서로 저렇게 미리 합을 짜고 스토리를 준비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는 정도였다면 초반 한 두 번 연관 장면을 언급하는 것으로 그쳤을 텐데, '더 레슬러'에서는 이 부분은 랜디가 링에 오를 때마다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리 칼날을 숨겨 이마에 커트를 내고 사용할 무기들에 관해 미리 준비를 하는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이렇게 치열한 경기를 치르고 링을 내려와 쇼의 뒷면의 현실로 돌아왔을 때 레슬러들의 세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이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라 하겠다.


보통 일반적 영화였다면 퇴물쯤 되는 랜디를 젊은 레슬러들이 그야말로 퇴물 취급하며 왕따 비슷하게 몰아갔을 테지만, 이것은 너무 극적인 요소만을 강조한 전개일 뿐, 현실성과 메시지를 중시하는 '더 레슬러'에서 젊은 레슬러들에게 랜디의 존재는 존경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링을 내려온 랜디에게 서로 등을 두드리며 나누는 '굉장했다' '죽여줬다' '영광이다' 등의 말 들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단순한 한 마디 이상의 대화인 것이다.





가장 쇼에 가까운 프로레슬러에게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또 하나의 진부한 설정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더 레슬러'는 아로노스프키의 비전과 미키 루크라는 배우로 인해 현실과 영화를 교차하는 독특한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 넣은 또 하나의 장치는 바로 카메라 워크라 하겠는데,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종일관 랜디의 뒤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등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카메라 워킹과 굉장히 가깝게 밀착되어 있는 인물과 카메라와의 거리는, 랜디의 삶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가장 훌륭한 영화적 선택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디테일 한 스토리보드 없이 랜디의 뒤를 따라간다는 기본 설정으로 대부분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카메라 워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랜디를 연기한 배우가 미키 루크라는 점에서 이야기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랜디와 실제 미키 루크의 삶은 여러 모로 유사점이 많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 속 랜디처럼 자신의 한계와 과오를 인정하고 다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돌아간(돌아온) 미키 루크의 열연은 그래서 더욱 눈물겹다. 실제로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잘 생긴 청춘 스타였던 미키 루크는 스스로가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망쳐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헐리웃에서 멀어져 전문 복서로서 수 년 간을 활동해 오기도 했던 그의 삶과 극 중 랜디의 삶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미키 루크 본인은 극 중 랜디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비슷해 처음에는 출연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랜디처럼 미키 루크도 더 이상 이 같은 점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실제 미키 루크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블루레이에 수록된 소책자 중 김세윤 작가의 글 '피투성이 휴먼 드라마를 완성한 만신창이 배우의 인생'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립 바에서 댄서로 일하고 있는 캐시디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단순히 주인공 랜디의 로맨스 상대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랜디와 비슷하게 한계에 부딪혀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젊은 댄서들에 밀려서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자신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 보인 랜디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랜디에 대한 사랑의 감정만이라기 보다는 랜디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서 용기를 얻고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전이된 경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시디는 랜디가 스트립 바에 와서 돈을 주고 나체의 자신을 보는 것이 못 마땅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론 목숨을 걸고서라도 레슬링을 다시 하려고 하는 랜디가 안쓰러운 동시에 부럽기도 한 것이다.






랜디를 이러저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은 링 위 임을 깨닫고 20년 만에 열리는 기념 경기에 보수도 없이 참가하기로 한다. 링 위의 공간은 철저한 쇼의 무대이자 다른 한편으론 가장 치열한 랜디의 현실이기도 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미 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이뤘고, 상대 레슬러도 랜디의 상태가 걱정되어 이쯤에서 끝내자고 하지만 랜디는 결국 더 완벽한 쇼를 위해 마지막 기술인 '램 잼'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링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영화의 엔딩은 마치 한계와 맞서 싸우다가 산화해 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한계를 뛰어 넘었거나 넘으려는 승리의 정서는 분명 아니었다. 랜디는 자신의 인생과 현실, 링을 돌아보며 한계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이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아 들인 채, 자신 만의 방법으로 마무리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랜디는 램 잼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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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가치에 우선한 소비자를 위한 타이틀


이미 자사 브랜드의 타이틀을 출시하기 전 부터 타 브랜드의 타이틀을 기획과 제작을 통해 소장 가치 높은 타이틀을 만들어 내 블루레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플레인 아카이브의 첫 번째 스틸북 타이틀인 '더 레슬러'는 그렇기 때문에 더 큰 기대를 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런 부담감에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우수한 퀄리티의 타이틀을 또 한 번 만들어 냈다.


개인적으로도 몇 번 플레인에서 제작하는 타이틀 소책자에 글을 수록하며 참여했던 적이 있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번 '더 레슬러'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스틸북이라는 높은 제작비가 들어갈 수 밖에는 없는 프로젝트임에도 과감하게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고 출시를 결정한 것에 한 사람의 블루레이 유저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국내의 현재 블루레이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이 같은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이번에도 역시 단순히 타이틀을 구매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소장 하고 싶은 '가치' 있는 타이틀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번 '더 레슬러' 블루레이는 총 3가지의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스틸북 : 아웃케이스 버전과 스틸북 : 쿼터슬립 버전 그리고 일반판 : 아웃케이스 버전이 그것이다. 여기서 '스틸북 : 아웃케이스 버전' 위주로 소개를 하자면 덴마크에서 직수입한 고급 스틸북 케이스로 퀄리티를 보장하였으며, 제공되는 아웃케이스 역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쓰고 있는 고급 케이스로 스틸북과 소책자를 수납하는 동시에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40페이지에 달하는 소책자 역시 또 한 번 읽을 거리로 타이틀을 구매하는 재미와 가치를 선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틸북 특유의 디자인적 아름다움과 포스터 카드와 레슬링 카드 등의 부가 아이템도 좋았지만 읽을 거리가 풍성한 소책자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단순한 보도 자료를 옮겨 수록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 애정을 갖고 있는 각 전문가들이 쓴 흥미로운 글들이 수록되어 있어 꼼꼼하게 읽어볼 수 밖에는 없었다. 특히 '더 레슬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미키 루크에 관한 김세윤 방송작가의 글은 영화의 깊이를 더해줄 정도로 많은 정보와 흥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글이어서 유익했고, 김세윤 작가와 함께 음성해설에도 참여하고 있는 레슬러이자 WWE 해설위원 김남훈 선수의 글도, 작품 성격에 맞는 맞춤형 칼럼이라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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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노프스키의 작품들은 그의 의도에 따라 굉장히 거친 질감의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블랙 스완'이 특히 그랬고 이 작품 '더 레슬러' 역시 마찬가지다. 두 작품은 본래 하나의 기획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의도의 거친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이 주인공의 등 뒤를 시종일관 따라다니는 카메라 워크는 거친 입자의 화질과 맞물려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불안함과 무거움으로 이끌고 있는데, 이런 의도를 생각한다면 감상에 지장을 줄 만큼의 걱정스런 영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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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조차도 예전 극장에서 보았을 때 화질의 대한 기억과 아로노프스키의 의도적 거친 영상이라는, 이미 각인된 이미지가 있어서 더 좋지 않은 화질일 것이라고 선입관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었는데, 실제로 평가를 위해 살펴보니 대형 TV를 통해 본 편을 감상하기엔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물론 디테일 한 평가를 위해 살펴보게 되면 전반적으로 어둡고 거친 영상 탓에 선명한 화질과는 분명 거리가 있고, 특히 PC환경을 통해 감상할 경우 이런 점이 더 도드라질 수 밖에는 없지만, 이는 블루레이 화질의 퀄리티 저하라기 보다는 본 편 자체의 영상이 그러한 것이므로, 화질의 기술적 평가와는 조금 분리해서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듯 하다.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실제 레슬링 경기 장의 소음과 링에서 벌어지는 경기 특유의 사운드 (링 바닥의 특성으로 인해 슬램 등이 이루어졌을 때 발생하는 소리들)가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레슬링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액션 영화로서 레슬링이라는 장르에 접근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경기 장면에서의 사운드는 제법 익사이팅 한 편이다. 대화 시퀀스가 많은 편인데 미키 루크의 거칠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좀 더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으며, 마치 다큐멘터리 처럼 장면에 등장하는 공간 전체의 객관적인 소리를 들려줄 때와 철저히 주인공의 입장에서 거리감을 두고 각각의 소리를 전달할 때 모두, 각자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블루레이 사운드에 와서야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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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이라면 역시 앞서 언급했던 김세윤 영화전문 방송작가와 현역 레슬러이자 WWE 해설위원 김남훈 선수가 참여한 음성 해설을 꼽을 수 있겠다. 처음 이 두 사람이 음성 해설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이 섞여 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아무래도 감독이나 배우 등 직접 작품에 참여한 이가 아닌 제 3자가 참여하는 음성 해설은 덜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제 3자의 음성 해설의 경우 정성일 씨가 참여한 음성 해설만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흥미로웠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뒷 이야기를 김세윤 작가가 전하고, 김남훈 선수는 실제 레슬러로서 바라본 시각을 통해 일반 관객이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 내는 등 두 사람의 호흡이 제법 괜찮아 듣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김남훈 해설위원은 마치 WWE 방송을 해설할 때 처럼 극 중 랜디의 경기를 디테일 한 기술 명 등과 함께 해설하는 해설 본능이 나오기도 해 WWE를 시청하는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웃음 짓게 되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다른 부가 영상으로는 약 43분 분량의 메이킹 다큐 '링 안에서'가 수록되었는데, 몇 가지 제작 및 촬영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레슬러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 하기로 하고 일단 전국의 독립 리그들을 찾아 다녔는데, 거기서 감독의 어린 시절 영웅들이 아직도 1~2백 명의 관객 앞에서 백 달러를 벌기 위해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삶이 링 위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저 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보니 영화 속 경기 장면들을 따로 만들어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실제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방문하여 이를 배경으로 촬영을 했어야 했는데, 극 중 등장하는 경기는 모두 실제 경기와 실제 선수들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된 영화는 단순히 카메라 워크의 측면 뿐 아니라 실제 촬영 및 제작 방식도 그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스토리보드가 있으면 배우들의 연기가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해 스토리보드 없이 배우들에게 상황만 주어주는 형태도 진행했으며, 레슬링 장면과 마찬가지로 마트 장면 역시 배우와 실제 손님들이 섞여 있는 채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짜여 진 형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담으려 하다 보니 배우들은 물론 스텝들조차도 현재 촬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헤 깔릴 정도였고, 실제 본편에도 실수를 한 장면이 그대로 수록되기도 했는데 이런 면에서는 마치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제작 과정 영상과 본 편 장면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기도 했다. 부가영상의 말미엔 극 중 출연하고 있는 실제 레슬러 들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 레슬링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와 사연들을 통해, 어쩌면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실제 이야기와 그들이 레슬링을 대하는 태도를 만나볼 수 있어 영화 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부른 'The Wrestler'의 뮤직비디오도 수록되었다.



[총평]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더 레슬러'는 그의 영화적 비전과 관심사를 잘 드러낸 작품 중 하나였으며, 미키 루크라는 왕년의 스타의 스크린 밖 실제 이미지를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어 더 깊은 인상과 감회에 젖어 들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깊은 여운을 더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소장가치 높은 블루레이 타이틀의 출시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순한 반가움을 넘어서 영화 팬으로서 행복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패키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한 편으론 '더 레슬러'라는 영화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 정도의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가치를 정성스레 고이 담아내는 멋진 타이틀들을 국내에서도 계속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정리한 뒤 뒤늦게 비보로 접한, 어린 시절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WWF 최고의 레슬러 얼티밋 워리어를 추억하며. 부디 편히 잠들길.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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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_ 블루레이 스틸북 (아웃케이스 버전)

The Wrestler : Blu-ray



오랜만에 올려 보는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그 만큼 그동안은 특별히 소장가치를 느낄 만한 패키지가 많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오늘 소개할 블루레이는 플레인 아카이브 (Plain archive)에서 발매한 '더 레슬러' 블루레이 스틸북이다. 이번 '더 레슬러' 블루레이는 총 3개의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내가 구매한 스틸북 아웃케이스 버전과 스틸북 쿼터슬립 버전 그리고 일반판 아웃케이스 버전으로 나뉘어져있다. 항상 좋은 작품 만큼이나 소장하는 맛, 소장 가치를 중요시하는 플레인 타이틀답게 이번에도 선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만족스러운 패키지였다.





아웃케이스에 붙어있는 플레인 아카이브 독점 스티커. 개인적으로 아웃케이스의 비닐 커버는 잘 살려서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이 스티커도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총 2,000장의 한정판으로 출시된 스틸북 아웃케이스 버전답게 넘버링도 잘 표기되어 있다.





스틸북 아웃케이스 버전은 종이로 된 아웃케이스 내에 스틸북과 소책자가 함께 수록되었는데, 딱 맞는 크기로 수납과 꺼냄에 큰 불편이 없다.





보기만해도 풍성함이 느껴지는 구성!





스틸북은 덴마크에서 직수입 된 고급 케이스인데 그 특유의 질감은 물론 영화 자체의 질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운 커버였다.





아... 역시 스틸북의 매력은 이 각도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스틸북 내부에는 본편과 서플을 담은 블루레이 디스크와 미니사이즈 포스터카드 그리고 총 3장의 카드가 수록되었다.






카드 세 장 중 두 장은 어린 시절 WWF 때를 떠올리게 하는 레슬링 카드가 수록되었고 1장은 영화 카렌다 카드가 수록되었다.







그리고 이것 저것 영화 내 외적으로 유용한 읽을 거리들이 담겨 있는 소책자. 플레인은 예전부터 이런 소책자에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아왔었는데 (개인적으로도 필자로 참여하기도 했었고) 이번 '더 레슬러'에 수록된 소책자 역시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오랜 만에 구매의 즐거움과 소장 가치를 한 껏 느낄 수 있었던 만족스런 패키지였다.

앞으로도 플레인 아카이브 흥하길!



플레인 아카이브 홈페이지 - http://www.plains.co.kr/index.html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새로운 영화 제작 환경, 어디까지가 영화라는 것의 경계선일까?


아주 예전에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엔 사이버 가수들끼리 TV에 나와 차트 1위를 다투고, 드라마 주인공들도 전부 사이버 캐릭터들이 맡게 되는 것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 혹은 예상은 이 후 1999년 당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파이널 판타지 8'의 주제곡 'Eyes on me' 뮤비를 보고 난 뒤 점점 더 가능성에 힘을 싣게 되었고, 이 후 역시 2001년 개봉한 극장 판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을 보고 난 뒤 구체적으로 '아, 그런 세상이 곧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해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수 년 후 그린 스크린 촬영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모션 픽쳐 기술이 활용된 영화들을 통해 이 같은 우려 혹은 기대는 점점 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화 되었고,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누가 뭐래도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였으며 그 중에서도 '골룸'이라는 CG 캐릭터가 있었다.




▲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골룸은 모션 픽쳐 역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한참 '반지의 제왕'이 성공을 거두고 '골룸'이라는 모션 캡쳐 CG캐릭터가 주목 받을 무렵,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그는 잘 알려졌다시피 '킹콩' 역시 같은 방식으로 연기했다)라는 특별한 배우의 면면까지 주목 받고 인정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버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질문들이 터져나왔다.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골룸'의 경우는 아담이나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골룸'은 CG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앤디 서키스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뒷 받침 되어 있는, 일종의 인간미가 직접적으로 투영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혹은 '킹콩'의 DVD나 블루레이의 수록된 부가 영상을 감상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앤디 서키스는 이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그래서 언젠가는 기술상이 아닌 연기상을 받아도 수긍이 될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고 그 연기는 단순할 수 있었던 CG캐릭터에 혼을 불어 넣는 결과를 낳았기에, 이를 인간미 없는 CG캐릭터들만의 세상에 관한 논의에 논제로 포함 시키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사이버 가수 아담이나 골룸에 관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연기라는 것, 더 나아가 영화라는 것에 대한 경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바로 그 골룸을 탄생 시켰던 피터 잭슨의 '호빗'을 보며 - 정확히는 '호빗' 블루레이의 제작 과정을 담은 부가 영상를 보며 - 또 한 번 발생하였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




▲ "음...그 땐 정말 너무 막막해서 울기까지 했을 정도였어요"


워낙 긴 시간 탓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기 시작한 '호빗 : 뜻밖의 여정'의 블루레이 부가 영상을 보던 중, 뭔가 복잡한 이유로 주목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영상이 있었다. 바로 간달프 역할을 맡았던 이언 맥켈런 경이 골목쟁이네 빌보의 집 세트 촬영을 하던 중에 벌어진 에피소드였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호빗'이 이뤄낸 기술적 성과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인 줄로만 알았으나, 보면 볼수록 이 부가 영상은 기술에 관한 이야기 보다는 사람의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부가 영상에서는 골목쟁이집에서 드워프들과 간달프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의 촬영 현장을 소개하고 있는데, 문제는 바로 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실제로는 각각 촬영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반지의 제왕' 부가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알 수 있듯이, '반지의 제왕'에서는 실제로 배우들 간의 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캐릭터 상으로는 서로 키 차이가 많이 나는 호빗과 다른 캐릭터들 간의 차이를 구현을 위해, 키가 작은 대역 배우들과의 더블 캐스팅과 카메라 웍을 통한 일종의 속임수를 통해 이를 감쪽같이 표현해 냈었다. 즉, 영화 속에서는 프로도와 간달프가 바로 옆에 함께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간달프는 카메라 가까이에 있고 프로도는 상대적으로 멀리 있어 화면에서 보기엔 간달프를 연기한 이언 맥켈런의 몸집이 훨씬 커 보이는 효과가 착시 현상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 이렇듯 카메라와 캐릭터 간의 거리에 따른 착시 현상을 통해, 캐릭터 간의 키 차이를 표현했었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하지만 호빗은 달랐다.


하지만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의 경우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일단 간달프는 한 명 (혹은 네 명)의 호빗이 아닌 13명의 드워프들과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함께 등장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 속임수를 통해 관객을 일종의 착시 효과에 빠지게 할 수 있었던 '반지의 제왕' 과는 달리 처음부터 3D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호빗'은 더 이상 이런 착시 현상에 기댈 수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3D 영상에서는 이러한 거리감이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3D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한편으론 이전보다 더 쉽고 편리하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고 더 현실 감 넘치는 입체 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지만, 정반대로 미치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을 야기시켰으니, 그것은 바로 기술이 아닌 연기를 하는 배우 때문이었다.




▲ 제작진이 개발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시스템은 다른 비율의 두 세트를 실시간으로 하나의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한 놀라운 기술이었다


일단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번 '호빗'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개발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시스템은 정말 놀라운 기술이었다. 각각의 세트에서 각각 촬영을 하지만, 두 카메라가 연결이 되어 있어 똑같은 앵글과 움직임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비율의 두 세트를 완전한 하나의 공간으로 합치는 것이 가능해, 3D 영상에서도 실제는 같은 비율의 배우들을 간달프와 드워프의 비율 차이가 드러나도록 구현해 냈기 때문이었다. 피터 잭슨 스스로도 이 기술을 일컬어 괴상한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영화 촬영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또 한 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 왼 편에선 드워프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서로 대화하고 호흡을 맞춰가며 연기하는 반면, 이언 맥켈런은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옆 세트의 대화를 들으며 그린 스크린을 향해 홀로 연기해야 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초반 시퀀스인 골목쟁이네 촬영 분은, 간달프의 사이즈에 맞춰서 그린 스크린을 카메라 앞으로 당겨서 만들어진 세트와 드워프와 호빗의 사이즈에 맞춰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세트로 각각 나뉘어 촬영되었다. 기존에도 이러한 방식의 촬영은 있었으나 여기서 간달프 역의 이언 맥켈런을 힘들게 만든 건 혼자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미 '반지의 제왕'이나 '엑스맨' 시리즈 등을 통해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허공에 연기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한 그이기는 하지만, 이번 '호빗' 촬영은 허공에 대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과 직면하게 되었으니,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정하고 혼자 대화 시퀀스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호빗'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한층 더 발전하여 각각의 세트에서 정확한 동선으로 촬영한 장면들을 실시간으로 합성하여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그로 인해 한 세트에선 드워프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간달프가 함께 있다고 가정하며 연기하고, 다른 세트에서는 간달프가 텅빈 세트에 드워프들이 잔뜩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해야 했던 것이다!




▲ 이렇게 다 함께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 이언 맥켈런 혼자 이렇게 덩그러니 초록색에 뒤 덮인 채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언 맥켈런의 말 못할 고통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 영화에 익숙해진 이언 맥켈런이라 하더라도 연극 무대를 기반으로 한 정통 연기에 더 많은 시간과 호흡을 맞춰 온 그에게 이 같은 방식은 쉽게 받아들이기, 아니 수긍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실제로 힘겨워 하는 이언 맥켈런의 모습을 보고 난 뒤 촬영 현장을 다시 보니, 아무도 없는 초록색 방에 각각 배우를 대신하는 카메라와 그 카메라 앞에 붙어 있는 각 배우들의 얼굴 사진들은 마치 테리 길리엄의 예전 작품을 연상시키며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쩌면 올드 한 방식일지도 모르나 직접 상대 배우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며 호흡을 주고 받는 연기에 익숙했고 그렇게 수 십 년을 연기해 왔던 이언 맥켈런에게는 상대의 반응을 알 수 없고 대화를 나눌 수 없는 현장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 정도가 아닌 영화를 그만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민까지 할 정도의 고통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 간달프와의 키 차이를 고려해 간달프의 시점에 맞춰 각 카메라의 붙여진 배우들의 사진들은 무언가 그로테스크함마저 느껴진다


그를 이해해서 과장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부가 영상에 수록된 그의 촬영장 모습과 인터뷰를 보면, 너무 막막하고 힘들어서 울기도 했을 정도였으며 이를 바라 만 봐야 했던 스텝들도, 옆에서 보기에 이언 맥켈런의 입장에서는 배우로서 감각을 박탈 당하는 것을 넘어 고문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촬영 현장이 너무 힘들었던 이언 맥켈런은 피터 잭슨에게 '이렇게 계속 해야 한다면 이 영화를 그만 두겠다' '이건 영화가 아니다'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언 맥켈런에게는 그가 수긍할 수 있는 연기와 영화의 경계를 넘어선 경우였던 것이다. 울고, 그만두겠다고 하고, 힘들어 하는 그를 보고 혹자는 프로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할런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과연 배우로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인지 아니면 정반대로 프로페셔널이기에 쉽게 수긍할 수 없었던 상황의 지나침 이었는지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간달프와 빌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장면의 뒤에는...



▲ 이런 이언 맥켈런의 말 못할 고통이 있었다


최근 들어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급변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경우가 더 잦아졌다. 감정을 전하는 영상 매체로서 여겨지기 보다는 점점 정보와 지식의 소비 데이터로서 분류되는 현상이나, 영화와 절대 별개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었던 극장이라는 존재가 점점 필수 조건이 아닌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들도, 이것들을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영화라는 것의 존재 성립 자체를 흔드는 위기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이것은 아마 영화라는 것의 경계를 어디 까지로 확장 혹은 한정 짓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어차피 영화라는 것 자체도 현실과는 다르게 연출 되고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이자 부산물이라는 시점에서 본다면, 그 매개체가 반드시 사람이거나 사람들 간이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지만, 반대로 영화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람이 연기하는 배우가 존재 성립에 필수 조건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배우를 기술로서 대체할 수 있다 거나 앙상블이 필요한 장면 조차 각자 홀로 연기한 조각을 모아 편집 과정에서 하나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언 맥켈런 왈 "이건 영화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해야 한다면 더 이상 못하겠어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촬영 현장을 통해 엿 본 이언 맥켈런의 에피소드는 정말 작은 부분이기는 했지만 - 참고로 피터 잭슨은 이 어려운 상황을 기술이 아닌 동료들 간의 정(情)을 통해 해결해 냈다 - 앞으로 영화 산업의 미래에 비춰 생각해 보았을 때 이렇듯 작게는 '연기'라는 것에 대한 것에서 부터, 넓게는 '영화'라는 것 전체의 개념에 대해 재고를 필요로 하는 일이 더 잦아질 듯 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지 싶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New Line Cinema 에 있습니다.


 





[블루레이] Muse _ Live at Rome Olympic Stadium

최고의 스케일+퀄리티의 라이브!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인 뮤즈 (Muse)의 공연 실황을 담은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1997년 결성하여 1999년 앨범 'Showbiz'를 발매하며 당시 수 많은 포스트 라디오헤드 밴드 중 하나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그들은, 이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존 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이자, 가장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밴드, 그래서 스타디움 공연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몇 안 남은 슈퍼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초기 앨범들은 매튜 벨라미 특유의 날카롭게 절규하는 보컬과 멜랑콜리하면서도 극적인 임팩트가 담긴 곡들로 록 매니아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었는데, 이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주제곡 (Survival)을 부르는 등 명실공히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도 포스트 라디오헤드로 분류되었던 밴드들 가운데 트래비스 (Travis)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밴드라 모든 앨범을 소장하고, 뮤직비디오 DVD도 빼놓지 않았으며 2007년 단독 내한공연 때도 공연장을 찾아 그 감동을 만끽하기도 했었다. 어떤 밴드, 뮤지션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공연 실황을 찾아보게 마련인데, 뮤즈는 글래스톤베리에서 가졌던 공연을 담은 'Absolution Tour' 등 몇 편의 공연 실황 DVD를 발매하기는 했으나, 공연 실황의 매력을 100% 전달하기에는 (물론 100% 전달이란 불가능 하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화질과 사운드로 AV측면에는 추천하기 힘든 타이틀들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최근 출시된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은 현재까지 출시된 그 어떤 라이브 타이틀과 비교해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드디어 차세대에 와서야 제대로 된 라이브 실황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라이브 실황 타이틀 최초로 수록된 4K 초고화질의 영상은 흔히 말하는 '접대' 영상으로 손색이 없으며,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스타디움 공연의 스케일은 최대한 흡입력 있게 전달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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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라이브 실황 타이틀 (특히 DVD)를 리뷰할 때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화질이었다. 최신 영화 타이틀과는 다르게 라이브 실황 타이틀은 최신작이라고 하더라도 화질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원인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을 텐데, 촬영 자체도 추후 영상물 제작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촬영된 경우가 많아 소스 자체의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DVD나 블루레이 제작 시 영상의 퀄리티 보다는 그저 수록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뮤즈의 이번 타이틀은 두 가지 모두를 근본적으로 만족시키는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4K 소스로 만들어진 블루레이 영상은 그렇기 때문에 실황 타이틀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보여준다. 사실 4K의 초고화질 영상이라는 말은 현재의 블루레이 매체에서는 어폐가 있는 표현인데, 그럼에도 왜 의미가 있는가 하니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추후 발매될 2차 영상물의 퀄리티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촬영되었던 공연들 과는 달리, 이번 뮤즈의 공연은 4K 소스로 담아냈을 만큼 처음부터 화질과 영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처음 블루레이를 재생 시키는 순간, 잠깐이나마 대형 TV를 판매하기 위해 틀어 놓은 이른바 접대용 영상들이 떠올랐을 정도로,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의 화질은 누군 가에게 블루레이 화질을 설명할 때 보기 좋은 예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공연장의 화려한 조명의 색들도 전혀 부족함 없이 표현되며,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라이브 타이틀의 영상이 쉽게 놓치는 부분들이 조명의 질감이 부서지듯 흐리게 표현되는 것이나, 블랙의 표현에 있어서 깊지 못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인데, 그런 면에서 모두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레퍼런스의 화질을 보여준다.


Blu-ray : Audio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기존 라이브 실황 타이틀이 들려주었던 것 보다 훨씬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라이브를 수록한 타이틀, 특히 이번 공연처럼 대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라이브를 수록한 타이틀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얼마나 스타디움 공연의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얼마나 밴드의 연주와 보컬의 사운드를 깨끗하게 뽑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타이틀이 현장감은 실감나게 전하지만 그 관중의 소리가 너무 압도한 나머지 밴드의 라이브 전달이

아쉽거나, 반대로 밴드와 보컬의 사운드는 또렷하지만 현장감이 너무 없어서 라이브를 보는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뮤즈의 이번 라이브 블루레이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서브 우퍼도 과장되지 않고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어 만족스러웠고, 관중 하나 하나의 작은 외침들과 뮤즈의 공연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Starlight'의 감동의 떼창과 하나 된 박수의 감동도 사운드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은 아주 조금 수록되어 있는데, 본 공연 외에 라스베가스와 달라스에서 펼쳤던 라이브의 일부 곡과 'The Road'라는 제목의 짧은 투어 영상이 수록되었다.






[총평] 뮤즈의 라이브 블루레이 타이틀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은 오랜만에 공연의 퀄리티와 AV적 만족도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기존 라이브 타이틀이 흔히 보여주었던 아쉬운 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과 사운드는 뮤즈의 팬을 넘어서 일반 블루레이 유저들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더 훌륭한 건 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라이브 음반이 하나의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1CD+1BD), 그 가격도 참 퀄리티에 비해 무척이나 저렴한 편이니 뮤즈의 팬이라면 무조건 구매해도 되겠다.





[Blu-ray List]


01. [Rome] Intro
02. Supremacy
03. Panic Station
04. Plug In Baby
05. Resistance
06. Animals
07. Knights Of Cydonia
08. Explorers
09. Hysteria
10. Feeling Good
11. Follow Me
12. Madness
13. Time Is Running Out
14. Guiding Light
15. Undisclosed Desires
16. Supermassive Black Hole
17. Survival
18. The 2nd Law: Isolated System
19. Uprising
20. Starlight
21. [*Bonus: Us Arena] Stockholm Syndrome
22. The 2nd Law: Unsustainable
23. Liquid State
24. Roa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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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블루레이 리뷰 (Pacific Rim : Blu-ray review)
눈 앞에서 펼쳐지는 거대 로봇의 육박전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 인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퍼시픽 림'을 극장에서 보기전 이 작품에 대한 기대 포인트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그가 본격적으로 대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거대 로봇과 괴수가 대결을 펼치는, 일종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실사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등이었다. 후자 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대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만, 전자인 '길예르모 델 토로'라는 이름 때문에 기대치가 더해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다면 좀 더 스토리 측면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더 나은,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물론 이런 과한 기대치는 그의 팬이기 때문에 발동되었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 높은 기대치가 독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 정도로 '퍼시픽 림'은 충분한 만족감과, 적당한 수긍,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퍼시픽 림'은 규모와 스케일이 그 자체인 영화다. 많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그 크기에 포인트를 두곤 했는데, 그 어떤 영화도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카이주와 예거의 크기에는 비할 바가 안될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동시에 그 표현이 가장 중요 포인트인 작품이기도 했다. 즉 이 영화의 핵심은 이 엄청난 크기를 관객이 실감할 수 있도록 표현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면에서 극장 상영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던 아이맥스 3D의 관람 환경은 적극 추천할 만 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앞서 언급한 엄청난 규모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워낙 거대한 두 존재가 결투를 하다 보니), 그렇다 하더라도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음은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그 엄청난 크기의 두 존재가 미사일 등의 무기를 통해 장거리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주먹질을 통한 육박전을 벌인다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의 볼거리는 사실 충분한 편이다. 이 정도 크기의 괴물을 주먹으로 때려잡는 영화라니! 이것 만으로도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많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팬들이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라면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에 관한 것일 텐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 역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델 토로라면 뭔가 이 로봇/괴수 액션 블록버스터의 구조 속에서도 더 색다르거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퍼시픽 림'은 일반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고, 한 편으론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도 더 나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판의 미로' 같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런 여름 블록버스터에 녹여 냈다면 아마 그의 팬들에게는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외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작품의 인트로였다. 아마 보통 같으면 영화 한 편을 할애할 수도 있었던 이 시기의 배경과 카이주라는 괴물의 등장, 예거 시스템의 탄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단순히 그런 것이 있었다는 정도의 설명이 아니라, 한참이 전개된 다음의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 저 부분을 그냥 저렇게 한 줄로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한 전개였다. 하지만 만약 이 부분을 천천히 다 설명했더라면 (아마도 시리즈의 1편이 되었을) 이 영화에서 지금과 같은 본격적인 육박전을 보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반대로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전형적인 전개와 캐릭터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덕후의 입장으로는) '아, 그래도 멋있다!'라고 수줍게 속으로 외치게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블루레이를 통해 본편을 다시 보고 다양한 부가영상을 보고 알게 된 점은, 극장에서 볼 때 느꼈던 아쉬움 들을 해소해 줄 만한 요소가 본래의 기획에는 없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부가영상에 대해 소개할 때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퍼시픽 림'을 기획하고 연출한 길예르모 델 토로는 관객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디테일과 설정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비전과 이야기를 갖고 있었고, 그 부분들을 최대한 본편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신이 나서 들려주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이런 확고한 비전이 좀 더 영화에 표현되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신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상대적일 수 밖에는 없는 아쉬움일 텐데, '퍼시픽 림'은 그 자체로 흥분되고 꿈과 같은 영화화이지만,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가 카이주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신나게 이야기하는 인터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보다도 더 신나는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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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Video


'퍼시픽 림' 블루레이의 화질은 레드에픽으로 촬영된 소스답게 큰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레퍼런스라 부르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볼 때와 비교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바로 어두운 장면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극장에서 아이맥스 3D를 통해 감상할 때는 그 규모는 만족스러웠으나 어두운 장면들의 표현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는데, 블루레이는 바로 이 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다. 특히 '퍼시픽 림'은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이 많은데, 극장에서 볼 때 상당히 어둡다 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블루레이의 화질은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전반적으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특히 처음 폭풍우가 치는 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카이주와 예거의 결투 장면은 가장 처음 카이주와 예거가 등장하는 장면임에도 어두운 배경인 나머지 100%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던 극장 관람 시와는 달리, 블루레이에서는 예거의 메탈릭 한 질감은 물론 형광물질처럼 발광하는 카이주의 일부 피부까지 선명하게 표현해 낸다.






상대적으로 밝은 장면에서는 시원시원한 표현력과 마치 HFR로 촬영한 영상을 보는 듯한 입체감과 선명함을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퍼시픽 림'이 규모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에서 감상하는 것이 극장 관람에 비해 부족한 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텐데, 화질과 사운드의 퀄리티만 놓고 보자면 그 규모의 부족함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수준이다.


Blu-ray : Sound


DTS-HD MA의 사운드 역시 10점을 주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사운드 측면에서 '퍼시픽 림'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거대 로봇들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사운드는 트랜스포머 못지 않으며, 무엇보다 카이주라는 거대 괴수가 만들어 내는 포효하는 사운드는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를 통해 방 안 가득 울려 퍼진다.






사운드 역시 극장 관람 시 보다 훨씬 더 디테일 한 작은 소리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였으며, 서브우퍼가 과하게 사용될 수 있는 사운드 임에도 무조건 서브우퍼로 파워를 몰아줘서 무겁게 들리기 보다는, 적절한 분배로 임팩트와 밸런스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퍼시픽 림' 블루레이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부가영상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 만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형태로 나뉘어 수록되었을 경우 본편이 수록된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별 다른 부가영상이 수록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이번 '퍼시픽 림' 블루레이는 첫 번째 디스크에도 제법 볼 만한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A Film By Guillermo Del Toro'에서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구상이 이 작품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디테일 한 소품과 배경 설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 수에 달하는 지를 확인시켜주면서, 그렇기 때문에 '퍼시픽 림'이 그가 아니고서는 영화화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A Primer On Kaijus & Jaegers'에서는 일본 고전 장르라 할 수 있는 카이주의 특성을 들려주는데, 서구의 괴물들과는 차별되는 카이주 만의 독특한 구조와 크기 등을 소개하며 그 카이주를 너무도 사랑한 길예르모 델 토로의 애정 어린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예거 역시 일본 스타일의 메카에서 가져왔는데, 카이주와 예거를 비롯해 이 작품이 얼마나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그가 아니메에서 발견했던 매력적인 포인트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퍼시픽 림'에 녹여 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Intricacy of Robot Design' 에서는 예거의 디자인 적 특성에 대해 들려주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예거 자체가 일본 아니메의 메카 디자인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아니메를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것이 처음부터 목표였다고 한다. 또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통해 길예르모 델 토로가 로봇 디자인에도 얼마나 독특하고 디테일 한 주관과 철학이 있었는지를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Honoring The Kaiju Tradition'에서는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인 독특한 이미지의 다양한 크리쳐들에 대한 탄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카이주 역시 최대한 다른 작품 속 괴수를 연상시키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기상 천외하고 독특한 모양새와 기능을 갖춘 카이주들이 탄생될 수 있었다. 카이주는 외계에서 온 존재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을 연상시킬 만한 이미지들을 녹여 실제 하는 듯한 느낌을 더 전달할 수 있었다.





'The Importance Of Mass And Scale'은 이 작품의 거대 스케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데, 영화가 개봉한 뒤 예거와 카이주의 규모를 다른 영화 속에 등장한 다양한 괴수들과의 크기 비교를 통해 표현한 그림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것처럼, '퍼시픽 림'의 또 다른 미션은 바로 이 엄청난 규모를 실감나도록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영화 속에서 다루는 규모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한 스텝들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Shatterdome Ranger Roll Call'에서는 상대적으로 카이주와 예거에 가려져 있던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각각의 캐릭터를 다국적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와 캐릭터의 특징을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한 국가가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구하는 방식의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 호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의 다국적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이 거친 훈련에 관한 이야기와 물리적 현실감을 구현하기 위해 고안된 대형 세트 제작기, 그리고 새끼 카이주가 등장한 촬영 세트와 도쿄 골목 촬영 세트의 모습과 사운드 트랙에 관한 이야기도 각각 만나볼 수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각각 5분 남짓의 짧다면 짧은 영상들이지만, 각각 주제 별로 잘 분류가 되어 있고 겹치는 내용 들도 거의 없어 하나 하나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서 첫 번째로 확인해볼 부가영상은 'The Director's Notebook'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퍼시픽 림'을 구상할 때 작업했던 노트를 메뉴화 한 것으로, 노트 형식의 메뉴 구성이 정말 내용이나 델 토로 감독의 블루레이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노트에 적어놓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카이주의 성격이나 배경 그리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에서 특별히 더 주목해야 할 각종 크리쳐 들의 컨셉 아트 갤러리는 물론, 직접 감독의 설명이 곁들여진 부가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감독의 설명과 함께 소개되는 영화 속 다양한 장치들과 배경 그리고 건축물 들에 대한 내용은, 사실 영화를 보면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닌가 싶었던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는 상당히 깊은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이 담겨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토리텔러로서 길예르모 델 토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오히려 최종 버전에는 그의 초기 컨셉이나 구상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직접 언급하기도 한 것처럼, 더 많은 제작비가 있었다면 더 디테일 한 내용이나 설정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퍼시픽 림'이라는 작품을 통해 본인 만의 취향이자 특기인 독특한 크리쳐와 그 뒤에 숨겨진 세세한 이야기들까지 들려주고자 했으나, 제작비는 물론 여러 가지 여건들로 인해 양보해야 했음을 한 번 더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주요 설정 중 하나인 드리프트를 블루레이를 감상하는 사용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컨셉 부가영상이 'Drift Space'인데, 상대의 과거와 현재,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드리프트를 마치 실제 경험하는 것과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과거와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내용들만으로는 다 소개할 수 없었던 마코와 롤리의 자세한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사실들에 대한 좀 더 깊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The Digital Artistry of Pacific Rim'에서는 가장 처음 가졌던 델 토로 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의 시각 효과 회의 장면을 시작으로, 이 장면에 사용된 디지털 시각 효과에 대한 여정을 들려준다. 특히 특수효과 팀 출신의 델 토로가 이 부분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 동시에, 논리적으로 계산하고 평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대한 물리학에 근거한 논리를 통해 장면의 구성과 액션 안무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화려한 시각 효과를 통해 '보여 주기식' 액션이 아닌, 이 엄청난 규모의 로봇과 괴수과 대결을 벌일 때 실제로 가능한 작용과 반작용, 파급 효과에 엄청난 신경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시각 효과를 위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스텝들에게 자신의 머릿속에 든 구상과 디자인을 설명할 때를 보면, '퍼시픽 림'의 아주 많은 부분이 그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디테일 한 설정까지 원하는 바가 확실했던 그의 비전이, 우리가 최종적으로 극장에서 본 '퍼시픽 림'을 완성하는 데에 청사진이 되었음은, 이 부가영상을 통해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었다.




△ 델토로 감독 "여기선 카이주의 앞 발 모양이 이렇게 되야 해요!"


그리고 역시나 예상했지만 (사실 이 부분이 '퍼시픽 림'을 보기도 전에 가장 먼저 예상했던 부분이었는데), 장면 하나 하나를 설명하며 잔뜩 신이 난 길예르모 델 토로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퍼시픽 림'은 감독이 정말 신나게 (신나서) 만든 작품이다. 감독의 '신남'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부가영상을 통해 그 신나 하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The Shatterdome'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카이주들과 예거 그리고 코스춤과 배경에 대한 컨셉 아트와 몇몇 주요 장면의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아마도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팬이라면 다른 감독의 작품과는 다르게 그냥 지나치기는커녕 기다렸을 컨셉 아트 (갤러리) 메뉴일 것이다. 다른 작품의 갤러리 메뉴가 찬밥 신세인 것에 비해, 본래 컨셉 아트만으로도 팬들의 충분한 수요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컨셉 아트를 선보이는 길예르모 델 토로답게, 부가영상에는 다양한 컨셉 아트들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카이주들과 예거의 다양한 모델들을 각각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각자가 선호하는 모델들에 대한 컨셉 아트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총 4개의 삭제 장면과 일종의 NG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Blooper Reel' 이 수록되었다.



[총평]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 블루레이는 극장에서 볼 때만큼의 임팩트를 전달하는 강력한 사운드와 오히려 더 선명해진 화질로 AV적 쾌감을 최고로 선사하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작품에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가 얼마나 많은 영향과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는 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부가영상은, 극장에서 보면 조금은 아쉬웠던 스토리에 대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어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마 길예르모 감독의 팬이라면 '퍼시픽 림'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은 꼭 하나도 빼놓지 말고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부가영상을 다 보고 나면 아마도 조금 더 그의 팬이 되어 있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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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 블루레이 리뷰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액션 영웅,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2013년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특히 강한 편이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히어로라 할 수 있는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와 우려되는 바도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기대와 설레 임을 모두 들게 했던 잭 스나이더의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예상 그대로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조금씩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워낙 흥행하고 주목 받다 보니 조금 가려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본래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배트맨' 못지 않은 이야기와 다양한 텍스트가 가능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의 측면에서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에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클락 켄트가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부모님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서는 이런 과정 적인 면이 상당히 생략되어 있었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도 슈퍼맨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익숙한 가에 따라 조금은 호 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조금은 급작스럽기도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너무 빠르게 전개되고 생략되는 클락 켄트의 부분이 조금은 아쉬울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아니 정반대로 앞서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 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전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즈로 제작된 많은 히어로 영화들의 1편을 보면, 그가 영웅이 되기 전까지의 평범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반대로 이 부분은 많은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선사하는 측면도 분명 존재했었다는 점에서, '맨 오브 스틸'의 과감함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작품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 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표현 자체가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의 비전을 좀 더 응원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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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날카롭고 쨍 한 화질 보다는 거친 입자 표현이 두드러진 영상을 보여준다. 잡티 하나 없는 클리어 한 화질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는데,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나 좀 더 선명한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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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원 카메라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출시한 Red Epic (5k) 카메라로도 일부 촬영된 것을 감안한다면 역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데, 장면에 따라 편차가 좀 있는 편이고 정적인 장면보다는 빠른 액션이 주가 되는 장면이 많다 보니 화질 측면에서는 역시 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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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영화가 추구하는 박력 넘치는 액션의 쾌감을 배가 시킨다. 임팩트나 채널 분리도, 극장에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미세한 소리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건 역시 블루레이 만의 장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임팩트 부분에서 사운드가 날카롭게 빠져 나오기 보다는 조금 뭉뚱그려 표현되고 있어, 화질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고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사운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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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맨 오브 스틸'의 부가영상은 크게 세 가지로 확인해볼 수 있다. 첫 번째 'Strong Characters, Legendary Roles....'에서는 약 30분 간의 영상을 통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의미와 특성 그리고 75년 간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슈퍼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맨이라는 스토리는 가장 대표적인 영웅 담인 동시에 가장 미국 적인 요소를 핵심적으로 담고 있는 텍스트인데, 영웅으로서 가져야 할 면모와 그 영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리고 친부모와 양부모 즉, 출산과 양육을 구분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무한한 줄기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각 시대에 따라 어떤 형태로 표현 되었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






신과 같이 강력한 힘을 갖은 영웅이 필요했던 시기의 슈퍼맨은 물론, 더 이상 영웅이 필요 없어 죽음을 맞기도 했던 슈퍼맨의 역사는, 곧 미국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새삼스럽지만 미국 문화 내에서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부분을 엿볼 수 있어 좋았는데,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많은 이들에게 실제로 희망이 되는 존재이기에, 주인공을 연기한 헨리 카빌의 마음 가짐은 물론, '맨 오브 스틸'을 만드는 이들도 결코 가벼운 자세로 임하지 않았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새로운 슈퍼맨인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그저 강한 액션과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근육을 키우고 운동을 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에이미 아담스의 말처럼 '슈퍼 히어로 되기'라는 제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슈퍼맨이 되기 위해 몸과 정신을 함께 단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결과 촬영장에서 다른 스텝과 배우들이 보았을 때, 헨리 카빌이 아닌 '와, 진짜 슈퍼맨이잖아'라고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비주얼과 내면을 모두 만족 시키는 슈퍼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All-Out Action'에서는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위해 '300'을 함께 작업했던 '짐 존스'의 마크 트와이트와의 재작업을 통해 헨리 카빌을 비롯한 크립톤 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어떻게 영화 속 캐릭터로 만들어 졌는지 그 과정을 소개한다. 앞서 잠시 소개한 것처럼 트레이너 마크 트웨이트의 방식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배우를 캐릭터로 변화 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 헨리 카빌이 슈퍼맨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힘든 단련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헨리 카빌 뿐 아니라 조드 장군 역할의 마이클 섀넌과 피오라 역의 안트예 트라우에의 훈련 과정도 만나볼 수 있다.






'Krypton Decoded'에서는 클락 켄트의 어린 시절 역할을 연기한 딜런 스프레이베리의 소개로 극 중 크립톤 행성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과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소개한다. 시각 효과를 담당한 존 'DJ' 데자뎅과의 간단한 대화 형식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크립톤 행성의 기반이 되는 기술에 대한 소개와 크립톤 인들의 갑옷 디자인과 무기 디자인들이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Superman 75th Anniversary Animated Short'는 제목 그대로 75주년을 맞아 그 동안 슈퍼맨의 모습들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홍보 영상인데, 최초의 슈퍼맨의 클래식한 모습은 물론 각 시대별로 달라졌던 모습, 작가에 따라 달라졌던 얼굴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과 이 작품 '맨 오브 스틸'의 헨리 카빌의 모습까지 명료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워너브라더스의 또 다른 최신작 '호빗'의 제작과 관련된 부가영상 'New Zealand : Home of Middle-earth'가 수록되었다.





[총평] 잭 스나이더의 새로운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은 확실히 호불호가 강한 영화일 것이다. 화끈한 액션 영웅으로 돌아온 슈퍼맨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좀 더 철학적으로 파고 들길 원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매력에 비해 조금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이렇게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액션 영웅으로서의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점에서 잭 스나이더의 비전을 응원하고픈 바람이다. 헨리 카빌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슈퍼맨이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그러하였듯, 좀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오래 지속되어 '어벤져스' 못지 않은 '저스티스 리그'도 머지 않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대부 트릴로지 블루레이 리뷰

"나는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걸세" - 돈 꼴리오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3부작'에 대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미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이자, 갱스터 무비의 기준이며 미국 문화에 대한 안내서이자 가족 드라마로서도, 서사의 측면에서도 모두 최고 수준에 달한 이 작품을 이제와 다시 설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013년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블루레이로 드디어 선보인 '대부'를 소개한다면 몇 가지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항상 새로운 포맷의 미디어가 나올 때마다 출시를 바라는 작품들의 리스트 역시 공개되곤 하는데, 그 때마다 '스타워즈' '인디아나존스' '빽 투 더 퓨처' 등의 작품들과 함께 가장 발매를 고대하는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대부 3부작' 이었다. 발매를 원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대부'는 AV적인 더 나은 쾌감을 경험하고자 하는 바램 보다는, 좀 더 단순하게 현재 시점에서 최고의 소스로 '대부'를 즐기고 싶다는 원초적인 바램이 더 크게 작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블루레이 시대가 되면서 '대부'는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뒤에 다시 소개하겠지만 치밀한 영상 복원 작업을 거쳐 블루레이라는 미디어에 걸 맞는 수준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대부'는 다양한 미디어와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통해 셀 수 없을 정도로 인용되고 회자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 만큼 하나의 영화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로까지 대중들에게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측면에 이 클래식을 다시 보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앞서 2013년이라는 현재의 시점을 일부러 언급한 이유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이다. 의외로 최근의 영화팬들 중에는 제목만으로도 너무 유명한 클래식 작품들이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대부 3부작'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반대로 너무 유명한 고전 작품들 가운데는 지금 다시 보면, 아니 처음 보게 되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 3부작'이 클래식으로 불리는 이유는 영화 자체가 대서사를 다루었던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불변하는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드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갱스터 영화를 접해왔던 이들이라면, 그 모든 작품들이 빚을 지고 있는 '대부'를 꼭 봐야만 할 것이고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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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 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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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연식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훌륭한 복원 작업을 통해 완성된 최선의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고전들이 블루레이로 출시될 때 자주 출시에 의의를 두는 경우들도 있으나 '대부' 블루레이의 화질은 분명 그 이상으로 평가될 만하다. 대부의 복원 작업은 원본 필름을 모두 4k 이미지로 디지털 리마스터링 하여 꼼꼼한 개선 작업을 거친 영상이기에 이것이 현재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화질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번 블루레이 영상에서 눈 여겨 볼 것은 본 촬영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다.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의 과감한 시도들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블루레이급 화질에 걸 맞는 수준을 이루는 작업을 병행해야 했는데, 영화 전체에 깊게 드리워져 있는 황금빛 색감도 깊이 있게 잘 살려내고 있으며, 빛의 노출이 의도적으로 강한 장면들도 그대로 살리고 있으며 반대로 의도적으로 어둡게 촬영된 장면들도 그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복원 작업을 진행하였다. 사실 이런 어두운 장면들을 어떻게 살려냈는지에 대한 것은 극장에서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데, 블루레이의 응집된 감상 환경에서는 더 탁월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Blu-ray : Sound


돌비 TrueHD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흠잡을 곳이 없다. 역시 가장 귀에 먼저 들려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음악이다. 메인 테마 곡을 비롯해 이 대서사를 감싸고 때때로는 이끌기도 하는 영화 음악은 차세대 사운드로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훌륭한 사운드 수준의 블루레이로 다시 보게 되는 작품들마다 느끼게 되는 점이지만, 이 장면에서 저런 소리가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이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미세한 소리들이 들리고, 더 예민한 청각이 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총격 씬이나 폭발 씬에서도 조금은 의외의 박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데, 고전 작품들 가운데 폭발 등의 강력한 사운드가 비교적 뭉뚱그려져서 표현되는 것과는 달리, 차세대에 걸 맞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이번 '대부 3부작' 블루레이에서 가장 주목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부가영상이다. 4번째 디스크에 별도로 수록된 부가영상에는 '대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뒷 얘기들은 물론, 복원 과정에 관한 아주 자세한 이야기 그리고 DVD에 수록되었던 영상들까지 모두 수록하고 있어 그 소장가치를 더한다.





그 이전에 본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어 자막이 100% 제공되어 삼부작에 대한 감독의 추가적인 이야기들을 모두 즐길 수 있는데, 아마도 '대부'의 팬들은 음성해설부터 1회 차 관람을 해도 좋을 것이다.





기사회생한 걸작 (The Masterpiece That Almost Wasn't)에서는 대부라는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를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1960년대 어려움을 겪던 헐리웃에서 새롭게 인수된 파라마운트사가 내놓은 베스트 셀러 원작 영화 '대부'는 배급은 물론, 감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었는데 마피아를 미화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이탈리아인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에게까지 제의가 가게 되었고, 그 역시 이 작품에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았으나 그와 조지 루카스 등이 함께 만들었던 영화사의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돌리게 되었고, 코폴라는 우리가 최종적으로 극장에서 보게 된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사와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코폴라는 처음부터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를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영화사는 둘 모두를 교체하기를 바랬다는 점인데 (알 파치노 대신 로버트 레드포드를 원했다), 이 과정을 보면 코폴라가 얼마나 영화사와 싸워가며 지금의 캐스팅, 이야기, 분위기 등을 지켜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내용들은 부가 영상 전반에 깊게 드리워져 있다. 그 만큼 힘겹게 지켜냈다는 걸 부각하고 있다).





이 부가영상은 주로 인터뷰를 통해 소개 되는데 감독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물론 그의 동료이자 이 작품 초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조지 루카스, 역시 동료이자 이 작품의 복원 작업을 맡기도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인 존 터투로와 알렉 볼드윈 그리고 길예르모 델 토로와 영화 평론가, 기획자, 제작자 등 이 영화의 팬이라 자처하는 이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새삼스럽지만 '왜 대부라는 작품이 그렇게 대단한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이탈리아 출신 배우나 관계자들이 보기에 이 영화에서 이탈리아인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의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들에겐 갱스터 영화라기 보단 이탈리아 가족영화로 느껴졌을 정도. 굉장히 사소한 것들에서 이탈리아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디테일들이 결국, 이 영화를 갱스터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 초석이 되지 않았나 싶다.


대부의 세계 (Godfather World)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대부'에 영향을 받았거나 오마주를 바치고 있는 여러 작품,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만큼 일종의 기준이 되어버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만약 '대부'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TV시리즈 '소프라노스'는 물론 '심슨'과 '사우스파크'에 인용된 대부의 세계관도 엿볼 수 있다. 장면뿐만 아니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같이 대사 자체가 수없이 인용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되었는지의 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필름 복구 대부의 재발견 (Emulsional Rescue - Revealing the Godfather)은 이번 대부 블루레이를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상의 복원 부분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부가영상에서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아주 상세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다른 복원과 관련된 부가영상이 기본적인 복원 기술에 대한 얘기와 전후 비교 정도로 그치는 것에 비해, 이 부가영상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초적인 단어와 기술의 설명부터 시작해, 이 작업이 얼마나 어려웠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성과를 이루어 냈는 지를 아주 논리적이고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대부'는 왜 더 복원이 어려운 작품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걸쳐 소개하고 있어 단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 단언컨대 이 부가영상은 '대부'가 아니더라도 영상 복원에 관한 메뉴얼에 가까운 자료로서 최고의 부가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작업 (...When the shooting stopped)에서는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 음악 중 하나인 대부의 메인 테마 곡도 처음에는 영화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빼려고 했다는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새삼 이런 것들을 강하게 지켜낸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들의 단호함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편집에 관한 후반 작업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영화에서 속도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편집 작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대부의 섬세한 편집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편집 과정을 소개할 때도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편집하였으며, 왜 이렇게 편집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들려주고 있어 훨씬 더 유익한 영상이었다. 


레드 카펫 위의 '대부' (The Godfather on the Red Carpet)는 흥미롭게도 다른 영화인 '클로버필드'의 레드 카펫에 참여한 배우, 제작자들에게 '대부'에 관한 질문을 하고 좋아하는 장면이나 소회 등을 답하는 인터뷰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대부'의 4개의 단편 (Four Short Films on the Godfather)에서는 각기 다른 4개의 주제에 대한 짧은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대부 vs.대부2 라는 주제로 어떤 작품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카놀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는데 '카놀리는 챙겨'라는 대사가 애드립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클레멘자의 죽음에 대한 질문에 대해 코폴라의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캐스팅과 관련해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었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대부' 가계도 (The Family Tree)에서는 가계도를 통해 각 인물들의 간단한 소개와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소개를 각각 확인할 수 있으며, 범죄 조직 차트 (Crime Organization Chart)에서는 가계도와는 다르게 콜레오네 조직과 라이벌, 관계자들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마치 범죄자 정보 파일을 보듯 일목요연 하게 특징과 히스토리가 묘사된 정보가 흥미롭다. 둘 모두 영어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2001 DVD Archive는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을 다시 모아 수록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그냥 내용을 수록한 정도가 아니라 당시 DVD 메뉴 화면 구성 그대로 다시 불러와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Behind The Scenes, Filmmakers, Additional Scenes, Galleries의 메뉴가 수록되었으며 4:3 화면 비로 제공된다. 아마 '대부'의 팬이라면 기존 출시된 DVD를 모두 소장하고 있을 텐데, 이렇게 블루레이에 함께 DVD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총평]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3부작'은 거듭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자 영화 팬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일 것이다. 이번에 '대부'를 다시 보며 새롭게 느낀 점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면에서 '대부'가 여러 작품들과 문화에 기준으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만큼 20세기 클래식인 '대부'를 21세기에 다시 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조금만 먼저 봐야지 했다가는 결국 3부작을 내리 다 보고 마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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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Oblivion, blu-ray)

클래식한 SF의 맛



조셉 코신스키의 최신작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은 그의 전작 '트론 (Tron : Legacy, 2010)'과 마찬가지로 장르 영화로서 SF영화의 클래식한 장점들을 최대한 발휘한 동시에, 가장 최신의 트랜드를 반영하려 애 쓴 작품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는데, 하나는 미래를 쉽게 느낄 수 있는 디자인과 컬러로 표현된 아이템이나 장소, 탈 것 등의 아름다움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SF 영화에서만 다룰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이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먼저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오블리비언'은 미래를 묘사하면서도 큰 이질감 없이 연상이 가능한 비교적 근미래를 다뤄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지점을 영리하게 표현해 내면서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만들어 냈다. 소품이나 장소는 물론 배경에 이르기까지, 조셉 코신스키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표현하기 보다는 가급적 이것들을 실제로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CG만으로도 거의 실사와 동일한 수준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진짜와 가짜, 실제와 허상이 중요한 테마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어쩌면 피부로만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차이에 주목했고, 그 작은 차이는 관객들이 '오블리비언'의 세계관을 적은 설명에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보이지 않는 큰 역할을 해냈다.






둘째로 주제 측면에서 '오블리비언'을 보다 보면 여러 SF 영화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런 경향은 단지 이 작품만의 특성 이라고 하기 보다는 근래의 SF 영화들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작정하고 새로운 것 만을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영화가 아니라면 무엇을 이야기하든 거의 기존 SF 명작들이 다루었던 주제나 설정 등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국 어떤 주제를 다룰 때 그 깊이가 남다르거나, 시각적으로 압도해야만 더 매력적인 SF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오블리비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각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주제 의식에 있어서는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분명히 모든 이야기를 다 마무리 했음에도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였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가 다루려 했던 '기억'에 관한 시선이 결코 스쳐보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래 단락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블리비언'의 스토리는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SF 영화를 여럿 본 관객이라면 다음을 유도하는 카메라 앵글만 봐도 '아, 다음은 어떻게 되겠구나'라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하퍼의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잭 하퍼가 본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 영화를 두 번 보게 되면 영화 초반 등장하는 잭 하퍼의 내레이션이 얼마나 직접적인 복선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 영화가 좀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일반적으로 복제된 존재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고민하거나 혹은 그 존재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블리비언'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상대적인 논의보다는 무엇이 진짜를 진짜답게 만드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가 선택한 조건은 바로 '기억'이다. 만약 일반적인 경우라면 오리지널과 복제된 존재 간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오블리비언'에는 오리지널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복제된 가짜들만 존재한다는 것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관객은 처음부터 이 가짜에게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따라왔기에 나중에 등장한 가짜 잭 하퍼와 달리, 처음부터 함께한 이 가짜를 사실상 오리지널로 판단하게 된다. 그는 오리지널 잭 하퍼가 아님에도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깨어있는 존재가 영화 초반부터 등장한 잭 하퍼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말 미에 '내가 바로 잭 하퍼다'라고 말하는 또 다른 잭 하퍼를 완전히 인정해 버린다.





즉,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같지만 다른 존재들을 명확히 같은 진짜의 잭 하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이 영화에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른 복제 된 존재를 또 다른 존재가 아닌 복제된 오리지널과 동일한 진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영화의 선택은 몹시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런 흥미로움을 더 깊이 있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내기엔 조금 부족했던 영화의 깊이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스포일러 끝)






이렇게 민감하거나 철학적으로 여지가 있는 스토리는 드라마 장르보다도 더 치밀한 구성을 요구하게 되는데 - 최근 개봉한 닐 블롬캠프의 '엘리시움'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 그런 면에서 '오블리비언'은 세심한 작품은 아니다. 디테일한 퍼즐 맞추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보다는,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디자인과 스케일을 내세우고 느슨하게 전개되는 영화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내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한 번에 풀려 버릴 땐 시원함 보다는 소소한 해소에 가까운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액션이 강조된 영화도 아니라 조금 어중간한 느낌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트론'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누가 이 영화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오블리비언'은 꽤 괜찮은 SF 영화라고 말할 것이다. 톰 크루즈라는 신뢰 가득한 배우가 참여해 부족한 부분을 훌륭히 채우고 있으며, 잘 빠진 곡선의 디자인들은 그 자체로도 황홀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영화를 다시 볼 때 마다 조금씩 더 빠져드는 빅토리아라는 캐릭터와 그녀의 이야기도 '오블리비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일 것이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MPEG-4 AVC 포맷의 화질은 말 그대로 레퍼런스 급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블리비언'은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하며 질감까지 느껴지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영상을 담고 있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런 장점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아이맥스로 극장에서 보았을 때 보다 더 훌륭한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블루레이 유저들이 선호하는 쨍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영상 자체가 시원 시원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 시원함을 쨍한 화질로 표현해 만족감을 더 극대화 하고 있으며, 섬세한 질감도 잘 살아 있어 매끄러운 표면과 거친 표면의 느낌을 양쪽 모두 100% 전달해 낸다. 암부의 표현력도 우수한 편이며,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만들어진 것들을 촬영한 경우가 많아 더 살아있는 영상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블리비언' 블루레이의 화질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 작품이 공들여 만든 다양한 근 미래의 소품들의 그 우아한 곡선과 만지면 '뽀드득' 소리가 날 것 만 같은 그 질감을 영상을 통해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렇게 우수한 화질을 다양한 환경의 장면에서 각각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야외 장면이나 사막에 가까운 모래 위 장면, 적막한 우주 공간, 어두운 밤 수영을 즐기는 장면까지. 화질 측면에서 각각의 재미와 체크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점이 특히 블루레이로서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Blu-ray : Audio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사운드 적인 쾌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은 대부분 드론이 등장하는 액션씬들인데, 드론이 내는 청명한 기계음들은 물론, 파괴력 넘치는 전투 장면의 사운드는 블루레이 사운드다운 임팩트를 여과 없이 들려준다.






또한 버블쉽이 기체를 한 바퀴 빙 돌려 방향을 선회 할 때의 입체감은, 오랜만에 소리 내어 '와~'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등뒤를 휘감는 사운드였다. 여기에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M83의 영화 음악까지 더해져, '오블리비언'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최근 타이틀 가운데 가장 높은 만족도를 선사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가장 먼저 톰 크루즈와 감독 조셉 코신스키가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있는데, 아쉽게도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작품과 장면 장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사실상 한글 자막 미지원으로 즐길 수 없게 된 점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겠다.







'삭제 장면' 에는 총 4개의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대부분 본편에 수록되었어도 거추장스럽지 않았을 만큼 의미 있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잭이라는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이나, 빅토리아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후 줄리아와의 에피소드에 복선으로 활용되고 있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인 부가영상은 'Promise of a New World : The Making of Oblivion'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짧게 한 줄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영화로 보고 예상할 수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실제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제작 영상이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들을 소개해보자면, 대부분 영화 제작이 결정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컨셉 아트가 제작 활용되는 것과는 달리, '오블리비언'은 이 컨셉 아트로부터 시작되어 영화화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 컨셉 아트를 실제 영화화 된 장면과 비교했을 때 상당 수준에 달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이 디자인 작업 물들이 영화에 초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가능한 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만들려고 했다는 점인데, 실제 크기의 버블쉽을 제작한 것은 물론, 주인공들이 대부분의 생활하는 공중 가옥의 배경이 되는 하늘마저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촬영된 다양한 조건의 하늘 영상을 대형 스크린과 다수의 프로젝터를 통해 완벽하게 하나의 입체 배경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M83이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음악에 대한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전작 '트론'에서는 Daft Punk가 있었다면 '오블리비언'에는 M83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프랑스 출신의 이 일렉트릭/슈게이징 밴드는 영화 음악에서도 자신들의 진가를 또 한 번 발휘해 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그들의 최신 앨범 'Hurry Up, We're Dreaming'를 듣고 팬이 되기는 했지만, 영화 음악이라는 분야에도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었는데, 그냥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정도로 그들의 영화 음악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만약 아직 그들의 음반을 들어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최신작 'Hurry Up, We're Dreaming'을 추천하고 싶다.


M83의 영화 음악이 중요도를 말해 주듯, 부가영상에는 별도로 대사 없이 M83의 스코어 위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M83 Isolated Score' 메뉴도 제공한다.





[총평] 조셉 코신스키의 '오블리비언'은 분명 아쉬운 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SF영화다. 영상과 사운드가 그 주된 매력 중 하나라는 점에서,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는 영화관 못지 않은 - 어쩌면 더 좋은 - 감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빅토리아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처음 볼 때는 미처 다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론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에 숨은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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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한국 영화 감독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故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인 '하녀 (1960)'가 드디어 블루레이로 발매된다. 그것도 크라이테리언 시리즈로! 이미 국내에 출시된 DVD를 통해 오랜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복원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바로 그 때 이 작품의 복원 작업을 진행했던 세계영화제단 (World Cinema Foundation, 이하 WCF)의 수장인 마틴 스콜세지로 인해, DVD가 아닌 블루레이로도 '하녀'를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참고 지난 글 - 하녀 DVD리뷰 _ 기이한 그 남자의 대표작 '하녀'

http://www.realfolkblues.co.kr/1049




이번 '하녀' 블루레이는 '마틴 스콜세지의 월드 시네마 프로젝트 (Martin Scorsese’s World Cinema Project)'라는 콜렉션 형태로 발매 될 예정인데, '하녀' 외에도 다섯 작품이 더 수록되어 총 6개의 작품이 함께 수록되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보는 바와 같이 단독 발매가 아니라 콜렉션 형태로 발매된다는 점인데, 마틴 스콜세지의 안목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하녀'에는 특별히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스페셜 피쳐로 추가될 예정이며, 부클릿에는 김경현 교수의 에세이도 수록될 예정이라고 한다. 블루레이 콜렉션에 수록된 작품들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타이틀은 12월 발매 예정인데, 김기영 감독의 팬으로서 이건 구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외에도 크라이테리언의 9월부터 12월 사이의 라인업은 정말 영화 팬들이라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작품들이 준비하고 있는데, 잉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 (Autumn Sonata, 1978)'가 9월 17일 발매예정이며,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함께한 3작품 콜렉션도 9월 24일 발매예정이다. 10월에는 존 카사베츠 감독의 콜렉션도 발매 예정이며,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이 11월 12일,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 (Tokyo Story, 1953)'도 11월 19일 발매 예정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노센스 블루레이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고독 속을 걸으며 악을 행하지 않고

홀로 걸어가는  숲 속의 코끼리처럼"...


2004년, '공각기동대'를 보고 한참 빠져있던 나는 그의 속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노센스(Innocence)'를 극장에서 보고 또 한 번 깊은 카오스에 빠지게 된다. 그 때 당시에는 이 난해하다면 난해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었는데 2013년에 다시 보게 된 '이노센스'는, 10년 전 이 영화를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직 설 익은 것이었다는 것에 거부감 없이 수긍할 수 있었다 (그 얘긴 즉슨, 지금의 생각 역시 10년 뒤엔 스스로 또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 형식적으로 보자면 '이노센스'는 '공각기동대'의 속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단순한 속편이라거나 '공각기동대 2'라고 부르기엔 무언가 설명이 부족한 작품이다. 즉, '이노센스'는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에서 펼쳐진 작품이지만, 오히려 '네트는 광대해' 라며 육체를 버리고 한 차원 더 나아간 쿠사나기의 이야기처럼, 한 걸음 더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전작이 쿠사나기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노센스'는 더 이상 갈등하지 않는 쿠사나기처럼 영화 스스로가 믿고 있는 바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나아가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가 비슷한 소재를 다룬 SF 영화들에 비해 특별한 점은, 사이보그, 전뇌 같은 SF적 요소들이 단순히 볼거리 위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철학적 사유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형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결국 인간이 스스로의 모습을 닮은 형태로 만들어 낸 수많은 인형들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서, 인간이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 영역들에 대한 반성과 의문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이 영화만의 해답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인간을 그릴 때는 타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나 자신으로서 묘사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존재나 그 가치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노센스'는 그 인간이 만든 존재인 인형(사이보그)들을 등장 시켜, 그들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를 통해 '과연 인간은 완벽한 존재인가?'라는 물음과 동시에 그 불완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여정은 결국 '나'를 버리는 과정, 더 자세히 이야기해서 '나'라는 존재의 이유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수 많은 악(惡)한 것들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이노센스'는 이야기의 여러 지점에서 대사나 캐릭터 등을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한 비유를 들려준다. 인간이라는 것의 정의를 어느 시점에서 내릴 것인지. 태어나는 순간, 그러니까 아직 가치관이나 자아가 생성되기 이전 아이일 때도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아라는 것이 생기는 순간 부터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라 부르는 것이 완성이나 선(善)의 형성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로 순수(Innocense)를 잃어버리게 되는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영화는 계속 반문한다. 영화 속 반복되는 장면과 구성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적 의미나 이를 통해 '나'라는 실존적 가치에 대한 의문 기호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끊임없는 반문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노센스'의 실질적 주인공이 '바토'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쿠사나기가 '공각기동대'의 마지막에 육체를 버리고 광대한 네트워크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 작품이 반증하듯 쿠사나기는 굳이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도 이야기의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바토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지가 이 작품의 핵심일 것이다. 쿠사나기와 바토는 사이보그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커다란 갈등과 의문을 갖고 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쿠사나기는 '나'를 버리고 어쩌면 아무도 닿을 수 없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고, 남겨진 바토는 고스트 더빙이 된 인형이 연관된 사건을 추적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해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마치 인간과 사이보그의 입장이 뒤바뀐 듯 바토가 불완전함을 스스로 드러낸 인간 군상을 불쌍한 듯한 표정으로(물론 그는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이러한 이 작품의 정서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 더 중요한 건 바토의 이러한 시선이 인간다움에 대한 실망이나 포기로 종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의 서두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그 때는 이 이야기가 몹시 어둡고 우울하고 쓸쓸하기만 한 것인 줄로 알았었는데, 다시 보니 꼭 그렇지 만은 않았다. 오히려 희망적이기까지 한 가능성의 작은 불씨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얼핏보자면 '이노센스'는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의 여정 속에서 바토가 겪게 되는 인간들의 불완전함과 그와 반대로 한 차원 높은 다음으로 나아간 쿠사나기의 모습을 통해, 결국 인간 세상에는 희망이 없고 하루 빨리 '나'를 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 만이 의미있는 일이라는 쓸쓸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노센스'의 마지막은 어떠한가. 바토는 '킴'의 사건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인간들이 고스트 더빙을 통해 만들어낸 인형들이 '인형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간절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인간이 아닌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상실감, 실망감이 더 깊어지긴 했지만, 바토는 이곳에 남는다. 전작의 마지막과 이 작품의 시작 시점에서의 바토는 분명 '남겨진' 성격이 강했지만, '이노센스'의 마지막 시점에서의 그는 스스로의 의지로 남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즉, 바토는 그 모든 것을 겪었지만 그래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이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이라는 가치에 대한 재정립을 통해 더 확고한 믿음을 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노센스'가 쿠사나기와 바토의 로맨스 영화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바토가 기르는 강아지를 위해 일부러 좋은 사료를 애써 구하는 것 처럼, 쿠사나기에 대한 바토의 감정은 또 다른 '인간다움'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비록 정답은 없을 지언정 끊임없이 탐구를 멈추지 말아야 할 화두이기에,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는 가끔 돌이켜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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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가치 높은 DP시리즈 '이노센스' 블루레이





이번에 DP시리즈로 발매 예정인 '이노센스' 블루레이는 몇 가지 눈에 띄는 개선점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첫 번째는 역시 개선 된 자막을 들 수 있겠다. 기존 DVD의 자막이 주인공의 이름 조차 잘못 번역되었던(DVD에선 '버트'로 번역) 것에 비하자면, 이번 블루레이의 자막은 원문의 정보를 누락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서 다시 번역을 하는 과정을 가졌으며, 특히 철학적인 대사와 인용문이 많은 작품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한국어 자막 개선에 많은 노력을 했음을 엿볼 수 있다.


본편은 MPEG5/H.264 코덱으로 화질이 향상된 신판(앱솔루트 에디션)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관련 부가영상이 몽땅 누락된 일본의 엡솔루트 에디션과는 달리 초판에 수록되었던 대담 및 메이킹 영상 등 중요한 부가영상을 이번 블루레이에 포함함으로써, 역시 DP시리즈로 제작된 '무협' 블루레이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의 판본과 비교해도 손꼽히는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 외에 아직 발매 전이라 직접 확인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읽을 거리와 볼거리를 포함한 소책자가 정성껏 제작될 예정이라니, 이 소책자도 소장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한 몫을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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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색감의 표현력이나 노이즈 측면에서 부족함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었던 DVD의 화질과 비교해보면 역시 블루레이 화질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특히 '이노센스'는 당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큰 관심을 갖고 있던 3D와 CG 그리고 실사에 가까운 표현 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것이 조금 더 의미 있는 감상이 될 수 있겠다.







2D와 3D가 결합된 시퀀스가 대부분인데, 일일이 표현해낸 배경의 CG들의 디테일을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당시 이 작품이나 2001년 작인 '아바론'을 보았던 이들이라면 그 영상의 이질감을 기억할 텐데, 그 이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블루레이에서는 좀 더 선명한 화질 덕에 오히려 이질감은 조금 덜한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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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6.1채널의 사운드는 DVD시절의 강력했던 DTS 사운드의 임팩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세대에 맞게 업그레이드 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공각기동대'에 이어 그 특유의 묘한 신비로움을 들려주는 코러스 곡은 이 작품의 성격을 아주 단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날카로움과 공간감이 모두 잘 살아있어 오프닝과 퍼레이드 장면에서 사운드의 쾌감을 선사한다.






몇 장면의 총격 씬과 격투 씬에서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임팩트를 들려주며 사운드적으로도 크게 불만족스러움은 느끼지 못하였다. 그리고 작품의 특성상 안드로이드 들이 여럿 등장하다보니 인간에게서는 발생하지 않는 미세한 금속성 마찰음 등이 수록되었는데, 확실히 기존 DVD버전 보다는 훨씬 더 선명해진 작은 소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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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으로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연출을 맡은 니시쿠보 토시히코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데, 아마도 많은 팬들은 이 어려운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들을 듣고 싶겠지만, 내용 적인 해석이나 메시지의 전달 보다는 기술적 측면의 에피소드나 소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당시 오시이 마모루는 특히 이 기술적인 측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때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좀 더 깊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음성해설 외에 '<이노센스>는 국경을 초월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전문가 대담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비록 HD영상이 아닌 SD영상이기는 하지만, 당시 이 작품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던졌던 메시지와 그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오시이 마모루의 전작 '공각기동대'가 그 이후 헐리웃을 비롯해 수 많은 SF작품들과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그 영향이 어떻게 미치게 되었는지 좀 더 분석적인 해석들로 소개하고 있다. 약 45분 분량의 영상으로 대담이라는 제목 처럼, 다양한 분야의 반응과 평가를 만날 수 있다.





'메이킹 영상'에서는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들의 인터뷰와 더빙 현장, 그리고 가와이 겐지가 만든 영화 음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또한 칸 영화제에 출품했던 당시의 현장 영상도 수록되었으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스즈키 토시오는 '이노센스'는 오시이 마모루의 다른 작품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걸작이라 말한다).


마지막으로 특보와 한국, 일본에서의 예고편 등이 수록되었다.





[총평]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는 누군가에게는 걸작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겠지만, 적어도 화제작인 동시에 다시 한 번 볼 만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공각기동대'와 이 작품 이후의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작품들을 여럿 소화한 시점에서 다시 보는 '이노센스'는 분명 새로운 맛과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개선된 자막과 차세대에 맞게 업그레이 된 화질과 사운드는, 이 새로운 맛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 하는데에 부족함이 없는 도구가 될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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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토커 (Stoker)
거역할 수 없는 악마의 탄생


곧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Stoker, 2012)'는 우리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으로 더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니콜 키드먼, 매튜 구드 같은 좋은 배우들 혹은 재료를 가지고 박찬욱 감독이 어떤 요리를 해낼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평소 자신이 제일 잘 하는 요리를 해낼지 가 가장 기대되는 점이었는데, '스토커'는 헐리웃에서의 첫 작품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울함과 우아함, 그리고 기괴함까지 엿보이는 미장센과 분위기는 누가 봐도 박찬욱 영화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영화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연출해 내는 이안 감독 같은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견고히 하고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감독들이 더 많은데, 박찬욱의 '스토커'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색깔이 분명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대사가 주를 이룬다기 보다는 이미지와 정서가 극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미아 바시코브스카 연기한 '인디아' 스토커의 성장 영화가 있다. 하지만 이 소녀의 성장기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박찬욱 감독은 소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보다는 소녀가 악마로서 탄생하는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을 선택한 이유로 구체적이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 여지가 많아서였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 공간에서 인물들의 악마 성을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는 다른 모든 부분은 만족스러웠지만, 오히려 소녀의 성장 드라마 측면에서는 그다지 큰 공감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된 '스토커'는 확실히 한 소녀가 악마로 태어나게 되는 아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인디아가 아니라 어쩌면 그 주변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매튜 구드가 연기한 찰리와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은 '스토커'의 백미이자,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과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디아와 찰리는 경쟁 관계인 동시에 스승과 제자이며, 연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마치 그의 전작 '박쥐'에서의 상현과 태주의 관계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미묘한 관계를 그리는 데에 있어서 동떨어진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따듯함과 차가움이 계산되듯 매치되어 있는 집 안의 이미지 그리고 내러티브 상의 반전 포인트는(반전이라는 말은 빼도 무방하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를 감싸고 있는 불안함과 우아함의 원인이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불러도 좋을 정도의 비중을 차지 한다.






이렇듯 '스토커'는 내러티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미지가, 분위기가 앞서는 영화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극중 인디아의 심리에 100%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인디아의 집 내부 공간이 주는 분위기, 인물들 간의 대화나 시선이 교차될 때 흐르는 긴장감은 그 자체로도 '불안함'을 만들어 내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영화 내내 흐르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안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커'에서 어떤 사건이 직접적으로 일어나거나 밝혀질 때 보다는 오히려 그 이전에 무언가 불안한 그 상태를 묘사할 때가 더 매력적이고 집중도가 높았던 것 같다.






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이 히치콕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상당히 고전적인 우아함과 영화적 구도, 장치들로 채워져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각 캐릭터들을 어떤 공간에 넣어두고 그 공간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이미지로 녹여버리는 부분이었는데, 류성희 미술감독도 함께 참여했나 하고 생각될 정도로 기존 박찬욱 영화에서 보여주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한 폭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배우들의 연기와 외모는 탁월한 캐스팅과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찰리 역을 연기한 매튜 구드의 매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왓치맨'에서 오지맨디아스 역할을 맡아 강한 인상을 주었던 그는, 불안함과 그 분위기 자체가 핵심인 이 영화에서 바로 그 표정과 실루엣 만으로 우아함과 동시에 공포스러움을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개인적으로 '스토커'하면 앞으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은 바로 매튜 구드의 그 미소가 아닐까 싶다.





또한 '스토커'는 여백을 다루는 솜씨가 능수능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공간과 인물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 공간과 인물, 인물과 인물 사이에 발생한 여백을 두고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리듬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에 또 다른 공로자는 바로 영화 음악을 맡은 클린트 만셀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 박찬욱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했다고 했을 때 가장 반가웠던 스텝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을 맡은 클린트 만셀이었는데, 역시 그 기대에 맞게 불안하고 우울하면서도 우아하고 슬픈 음악으로 영화 전체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또 하나 '스토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비교적 많은 장면에서 교차 편집을 통해 인디아의 심리를 복합적으로 표현해 내려 했으며,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 냈다.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와 동시에 걱정도 되었던 작품이지만, 작품만을 놓고 따져보았을 때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벌써부터 그의 헐리웃 두 번째 작품은 어떤 작품일지, 또 누구와 함께 하게 될지 가 기대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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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스토커'를 보았을 땐 화질이 특별히 좋다는 느낌까지 받지는 못했었는데, 블루레이로 보니 확실히 더 특유의 색이 잘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스토커'의 색은 원색적으로 강렬하기 보다는 조금씩 톤이 다운 된 컬러가 주가 되는 편이라 오히려 더 화질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인데,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색감임에도 흐릿하거나 불분명함 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대부분 실내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대부분인데, 실내 장면에서는 각 캐릭터의 방과 공간에 따라 각기 다른 컬러가 잘 살아나고 있으며, 적지만 집 외부의 장면에서는 블루레이 만의 디테일한 화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피부는 물론 파란 빛을 띄는 눈동자까지 아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어두운 장면들도 많은데 특별히 암부의 표현이 탁월하게 뛰어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음영에 있어서는 역시 블루레이 다운 화질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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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에 대한 첫 인상은 비주얼 적인 것만 남았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작품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사운드 효과와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극장에서 보다 작은 공간인 가정에서 블루레이를 통해 이 점을 더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집 안에서 인물들이 대화를 나눌 때도 어느 위치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울림이나 사운드의 공간감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었는데, 바로 그 공간감을 블루레이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일부러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삽입한 소리들은 더 날카롭게 들려주고 있으며, 대사들은 작은 소리들을 캐치해 내는 인디아의 능력에 맞춰, 지나칠 만한 작은 볼륨으로 섬세하게 다뤄지고 있다. 만약 '스토커'를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고 싶다면 그 첫 번째 이유는 사운드 적인 측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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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의 첫 번째로는 '삭제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데, 총 3개의 삭제 혹은 확장 장면이 수록되었다. 찰리와 인디아가 처음 만나 계단 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퀀스는 확장된 버전을 만나볼 수 있으며, 진 고모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본편에는 없던 추가 대화 시퀀스를 만나볼 수 있다. 세 번째 장면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 다음은 부가영상의 메인 피쳐라고 할 수 있는 '스토커 : 감독의 여정'인데, 일반적인 제작과정 영상이라기 보다는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담긴 부가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약 28분여의 영상을 통해 이 작품으로 처음 헐리웃 데뷔를 치른 박찬욱 감독에 대한 배우, 스텝들의 찬사와 존경의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는데, 여부를 떠나서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뿌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가 '스토커'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에 대한 측면에서 여러 인터뷰가 등장하는 한 편, 영어를 못하는 외국 감독과의 작업을 두려워했던 스텝들이 그와의 작업을 통해 결론적으로 어떤 점을 느끼고 경험했는지도 전해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덕션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현지 스텝들과의 첫 작업이었음에도 평소 본인 작품의 성격과 색깔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던 현장의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이자 역시 정정훈 촬영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 부가영상에서도 정정훈 촬영 감독을 빼놓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이 부가영상은 국내 버전에 맞춰 수록된 것이 아니라, 북미 버전에도 동일하게 수록되어 있는 부가영상으로서, 이 타이틀을 구매하는 전 세계의 팬들에게도 박찬욱 감독과 정정훈 촬영 감독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뿌듯한 부가영상이기도 했다.






'매리 앨런 마크의 사진 갤러리'와 '런던 극장 디자인'이 갤러리 형식으로 수록되었으며,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총 다섯 가지 주제로 짧은 영상 들이 수록되었다. 프로모션 영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터네셔널 – 한정판 포스터 제작과정'이었는데, 일부는 사진 이미지를 가져다가 쓴 것으로만 생각했던 포스터 속 배우들의 이미지들이 모두 손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바로 그 제작 과정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 밖에 '비밀스러운 캐릭터' '감독의 비전' '스타일 디자인' '음악 창작'이라는 주제로 각각 짧은 영상이 수록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레드카펫 프리미어'와 '영화 예고편 & TV광고'가 수록되었는데, '레드카펫 프리미어'는 생각보다는 상당히 긴 분량 (15분)이 수록되어 여의도 CGV에서 가졌던 레드카펫 행사의 요모조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팬들에게 일일이 싸인 해주는 박찬욱 감독과 미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총평]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평소 볼 수 있었던 그 만의 매력이 헐리웃 데뷔작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그의 말대로 대사로 전달되는 내러티브 보다는 이미지로 전달하는 그의 작법이라면 헐리웃에서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깔끔하게 잘 나온 '박찬욱' 작품이었다. 마지막은 블루레이 속지에 수록된 감독의 말로 대신하려 한다.




'여럿이 함께 보아야 하는 영화관이 아닌 블루레이를 통한 가정에서의 관람이 더욱 개인적인 꿈체험과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줄 수도 있겠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악몽' 꾸시길 빕니다. – 박찬욱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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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블루레이

장인의 손길로 태어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가 PLAIN에서 제작한 DP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블루레이로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해의 영화 10편 중 한 편으로 꼽았을 정도로 인상 깊게 본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이었는데, 극장에서 보면서도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과연 출시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죠. 하지만 PLAIN과 DP를 통해 이 작품을 완성도 높은 퀄리티와 소장 가치 높은 타이틀로 소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멜랑콜리아' 블루레이에 대해 사진 위주로 소개하려 합니다.






배경에 깔린 포스터는 블루레이 발매 전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했을 때 받아온 오리지널 포스터인데, 그 퀄리티가 정말 대단합니다. 포스터 종이의 질이나 디자인의 수준이나, 들인 노력이나 퀄리티가 오버라고 느껴질 정도의 결과물이었죠. 하얀 배경의 책자는 개봉 당시 이벤트로 한정 배포했던 짧은 책자인데, 이것 역시 단순한 팜플렛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쏠쏠한 이미지들을 시원한 컷으로 만나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죠. 이로서 '멜랑콜리아' 3종 세트가 완성되었군요!






사진을 통해서는 100% 표현이 안되는 부분인데, 아웃케이스를 로얄 아이보리 용지를 사용했고 캘리그래피 타이틀 및 로고 실크 에폭시 처리를 하여 품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즉, 손으로 캘리그래피 부분을 만져보면 얼마나 섬세하게 만들어졌는지 촉감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블루레이 아웃케이스에 이 정도 퀄리티라니... 오버 스펙이 아닐 수 없겠네요.





아웃케이스를 제외한 블루레이 케이스와 소책자. 개인적으로는 블루레이 케이스의 메인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멜랑콜리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들 보다도 저 이미지가 더 마음에 들고, 일반적이지 않아서 더 좋구요.





케이스 안에는 블루레이 디스크와 작은 엽서 한 장이 수록되었습니다. 엽서의 뒷 면에는 PLAIN에서 출시될 다음 블루레이 타이틀인 '더 레슬러'에 대한 이미지가 수록되었습니다.





다른 DP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안에 일반판 속지가 추가로 들어있는데, 역시 DP용 버전이 더 마음에 드네요. 내부에는 프리오더에 참여한 DP 분들의 닉네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소책자에는 여러가지 글과 이미지들이 수록되었는데, 역시나 타이틀의 소장 가치를 한 층 더해주는 내용들이 수록되었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짧은 글도 만나볼 수 있고.





영화 평론가 최은영 님의 글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의 미로를 탐험하는 기이한 안내서'도 수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우울함의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의 글도 수록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글이 수록되는 입장에서는 내 글이 담긴 페이지에 어떤 이미지들이 수록되었나 하는 것도 관심 사항인데, 이번 메인 이미지는 너무 마음에 드네요. 제목과 잘 어울리는 강렬한 이미지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다양한 읽을 거리는 물론 라스 폰 트리에의 다음 작품인 '님포매니악 (The Nymphomaniac, 2013)'의 홍보 컷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완성도 높은 타이틀에 제가 조금이나마 참여하게 되어 다시 한 번 PLAIN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영화 팬들을 위한 좋은 작품을 블루레이로 꾸준히 소개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장고 :  분노의 추척자 _ 블루레이 리뷰
울분을 토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언제나 유머와 수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데 그의 최신작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역시 그랬다. '장고'라는 이름에서부터 전통적인 서부 극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데, 세르지오 코부치 감독과 프랑코 네로가 장고 역을 맡았던 1966년 작 '장고 (Django)'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서부극은 배경으로만 차용했다고 해도 좋을 또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이기도 하다.


즉 타란티노는 '장고'라는 서부 극을 통해 온고지신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당시의 오리지널 작법에 더 가까운 서부 영화를 만드는 동시에, 더 나아가 미국 역사에서 묵과되어 왔던 흑인 노예 (인종 차별)제도에 대한 불합리함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토해내고 있다.






얼핏 보면 전통적인 서부 극의 주인공이 백인이 아닌 노예 출신의 흑인이라는 것 정도의 단순 뒤집기로 볼 수도 있는데, '장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장고(제이미 폭스)가 흑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시선과 차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가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백인들의 모습은, 아니 흑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를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씁쓸한 농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장고가 본인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불합리함을 평소 느껴왔다는 것, 그래서 자유 인이 되었을 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시선을 받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에서도 느껴지는 일반적인 측면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노예 제도를 벗어나 홀로 주인이었던 백인들을 처단하는 흑인 장고의 활극이었다면 재미있는 영화는 되었을지 모르나 특별한 영화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자신이 언젠가 제대로 하긴 할 것 같았던 서부극을 연출하면서, 단순한 장르적 오마주나 재미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것 만으로도 타란티노 영화는 보는 맛이 있는데 말이다.






'장고'가 흥미롭고 인상적인 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장고 때문이 아니라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닥터 슐츠는 타란티노가 만든 수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그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다.


흔히 들 이렇게 일반적인 설정을 뒤집는 영화 라거나 아니면 어두운 역사를 재평가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가운데도 깨어 있는 이가 있었다라는 식의 면죄부 적인 설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타란티노의 영화엔 당연히 그런 자비로움이나 대충 넘어감은 없다. 바로 그 핵심적인 요소가 크리스토프 왈츠라는 배우를 통해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로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다.


▽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사실 장고를 저렇게 도와야 할 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오직 슐츠 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된다. 즉, 그가 장고를 돕게 되는 과정들을 인정이나 도움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의 연결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일 것이다.


슐츠가 처음 장고를 만나게 된 것도 현상금을 얻기 위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이후 그와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도 거창한 노예 해방의 의의가 아닌 장고의 능력을 본 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나중에 목숨까지 버려가며 장고의 아내를 구하려고 한 것도 쉽게 말해 노예상인 칼빈 캔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동거지에 배알이 꼬였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장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슐츠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영화 전반에 깔린, 그 근본 없는 자존심에 대한 비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칼빈 캔디와 슐츠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이미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다 종료되어 서로의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였지만, 캔디와 슐츠는 각각의 이유로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캔디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 시켜야만 성이 찼을 터이고 (그것이 고작 악수하는 것이라도), 그 악수 정도 그냥 해주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캔디의 행동 하나하나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던 슐츠 역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캔디를 (본인 역시 죽을 걸 알면서도) 결국 죽여야 했던 것이다.


'장고'의 내러티브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참고 억눌린 정서를 그냥 참고 넘기려다가(넘겨주려 했는데) 결국 화를 돋군 이로 인해 폭발하게 되는 점인데, 그 '참고 있는' 이와 '계속 신경을 건드는 이' 사이의 긴장감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흥분되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결국 참지 않고 화끈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사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그래서 호 불호도 강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 스포일러 끝


한 편으로 '장고'는 전작 '바스터즈'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 편에서도 그냥 뒤집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 만의 다소 과한 방식으로 해소 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반부의 총격 씬은 '킬 빌'의 총기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과함을 보여준다. 이런 식의 장면을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처음 보았을 땐 보여지는 측면의 재미나 영상미 적인 측면 만을 주목했었는데, '장고'에서부터는 더욱 확연히 메시지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재미나 영상미가 포인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울분의 포효처럼 보였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쿨함을 유지하며 유머와 조소를 섞은 뒤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와 살육으로 피해자 혹은 고통 받던 이들의 울분을 토해 내곤 하는데, '장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고'의 마지막 총격전은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았던 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다양한 장르의 오마주를 선보이던 타란티노가 언젠가는 한 번 꼭 만들 줄 알았던 서부 영화이자, 단순히 오마주를 넘어서 그냥 60년 대 당시 서부영화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만든 오리지널리티는 물론, 사회적 약자의 울분을 분노로만 일방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3자를 통해 극히 상식적으로 표현한 메시지가 참으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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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화질이나 최근 출시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영상 자체의 성격이 더 부각된 영상이기에, 최신 액션 영화나 드라마의 칼 같은 날카로움과 쨍한 화질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인트로 장면에서는 강한 대비로 인해 강렬하고 인상 깊은 화질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후 부터는 좀 더 부드러운 화질을 평균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어두운 장면에서의 표현력도 나쁘지 않고 클로즈 업 장면에서는 역시 블루레이 다운 화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중반 이후 캔디 랜드 장면부터는 붉은 조명 빛이 주가 되는 비교적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데, 전반적으로 붉은 화면의 디테일이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다. 특히 영상의 포커스에 있어서 디테일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감의 표현 쪽에 더 집중한 영상인지라 화질 측면에서는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배경, 사물의 디테일 체크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상의 아쉬움은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본래 영상의 의도된 점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실제로 극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화질이 좋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장고'는 칼 같고 선명한 화질 보다는 서부극의 느낌이 강한 동시에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각 시퀀스마다의 톤이 강한 영상을 담고 있다. 오히려 극장보다는 블루레이를 통해 캔디 랜드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조명의 장면들과 클라이맥스의 대 혈전은 더 생생하고 자극적으로 전달 된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총격 씬이 많은 영화답게 화려함과 임팩트를 모두 갖추었다. 일단 영화를 보는 순간 구매 생각부터 하게 되는 사운드 트랙의 강렬함이 사운드로 그대로 전달 된다. 타란티노 영화의 수록 곡들이 하나 같이 좋은 것은 이제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만, '장고'의 수록 곡들은 원작인 1966년 작 '장고'에 수록된 곡들이 다시 빛을 발할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보컬과 올드 한 악기 소리들이 귀에 착 와 감긴다.




(오리지널 서부극 느낌이 물씬 나는 타이틀 시퀀스에 흐르는 Luis Bacalov와 Rocky Roberts의 'Django'는 단 번에 보는 이를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인다)


'장고'의 총격 씬 가운데 초 중반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갑작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그 갑작스러움을 배가 시켜주는 것은 바로 그 순간 반짝하는 사운드다.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서부터 발사 시에 발생하는 더 큰 소리까지 (근래의 작은 권총 격발 시에 비하면 더 큰 소리). 총격 씬 만으로도 블루레이 사운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클라이맥스와 그 이전 총격 씬은 그야말로 옆집에 사람이 있다면 리모컨을 손에 들고 볼륨을 예의 조작하며 봐야 할 정도로 강렬한데, 단순히 격발음 뿐 만 아니라 총알이 나무로 된 벽과 사람의 육체에 박히고 튀는 소리들이 정말 피가 사방으로 튀듯 온 방을 휘젓기 때문이다. 공간감과 파워 모두 만족스러운 사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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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크게 총 4가지 정도를 수록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Reimagining the Spaghetti Western'으로 극 중에서 선보인 말들이 동원된 액션 촬영에 관한 이야기와 스턴트의 뒷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관객은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말(Horse)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 함께하는 다양한 스턴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말과 사람 모두 다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장면들을 시도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촬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전설과 선배를 존중하는 타란티노답게 이 스턴트를 위해 이 업계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이들을 영화에 참여시키고 있었다. 이 부가영상은 바로 이 스턴트를 함께 만든 스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The Costume Designs of Sharen Davis'는 이 영화의 의상 디자인을 맡은 샤런 데이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시대극인 만큼 고증과 창의력이 더해진 특별한 의상 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Remembering J. Michael Riva'는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J. 마이클 리바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그를 동료들의 이야기와 그가 남긴 디자인 작품들로 만나볼 수 있다. 마이클 리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1,2' 등 최근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 '장고'가 유작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블루레이 컬렉션과 '장고' 사운드 트랙의 짧은 프로모션 영상이 각각 수록되었다.




[총평]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타란티노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좀 더 흥미로운 요소가 가미 되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특히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 디카프리오와 장고 역을 맡아 열연한 제이미 폭스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바스터즈'때 와는 또 다른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인 닥터 슐츠를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를 빼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추가로 아직 1966년 작 '장고'를 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 찾아봐도 좋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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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더 자이언트 킬러 : 블루레이 리뷰
동화와 판타지가 더해진 모험 영화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의 2013년 작 '잭 더 자이언트 킬러 (Jack the Giant Slayer)'는 유명한 동화인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에 거인 설화까지 더해져 볼거리를 더한 블록버스터 모험 영화다. 여기에 아역 출신으로 최근 풋풋한 청년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니콜라스 홀트가 주연을 맡고,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이완 맥그리거, 스탠리 투치, 이안 맥셰인, 빌 나이, 에디 마산 등 무게 감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브라이언 싱어라는 감독과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면면 만으로 예상해 보면, 무언가 특별한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데, 그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큰 기대 없이 접한다면 킬링 타임 용으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험 영화라 하겠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일단 고민이 많지 않은 심플한 영화다. 무언가 별 것 아닌 것을 대단한 반전처럼 후반 부에 꺼내놓는 모험 영화들에 비하자면, 이 영화는 빠른 전개를 통해 불필요한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 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들이 많이 부족한 편인데, 마치 TV시리즈의 극장 판 에피소드를 보듯, 간결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서 당황스러울 정도의 생략을 느끼지 못하는 점은, 베이스에 깔린 이야기가 관객들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자, 그 전개와 결말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만들었던 브라이언 싱어를 기대했다면 분명 아쉬운 점이지만,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치밀한 전개보다는 '잭과 콩나무'의 판타지와 '거인'이라는 볼 거리를 최대한 활용한 12세 관람가의 오락영화로 보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처음 거인이 등장할 때의 묘사는 이 영화가 앞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후 거인들의 활용을 보자면 아무래도 12세 관람가답게 조금은 심심하고 평범한 전개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거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이전 중반부 까지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역시 이 영화에서 기대한 바는 후반부 왕국의 성을 배경으로 거인들과 펼쳐지는 액션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뭐랄까 조금은 팀 버튼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아기자기함이 느껴지는 액션 시퀀스였다. 어른들이 보기엔 아무래도 조금 귀여운 액션 씬인데, 반대로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좀 더 무리 없는, 그러면서도 거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시퀀스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보다도 더 기대했던 이완 맥그리거, 스탠리 투치, 이안 맥셰인, 에디 마산의 활용이었다. 이완 맥그리거는 언제나 선명한 그 억양과 함께 역시 빛이 나고는 있지만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으며, 스탠리 투치와 이안 맥셰인도 본인들의 연기력을 펼치기엔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에디 마산은 그 기회 조차 가져보지 못했다는 점이 그의 팬들에게는 더 아쉬울 수 밖에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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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조금 아쉬웠지만 화질과 사운드는 이렇게 2% 부족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 정도로 레퍼런스 급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브라이언 싱어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비교적 사실감이 느껴지도록 많은 부분에 공을 들였는데, CG를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해 실제로 만든 요소들을 많은 부분 더한 것이 이 모험담에 좀 더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바로 이 현실감이 블루레이의 수준급 화질을 통해 훌륭하게 표현되고 있다.


▼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최대 1920*1080)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왕국의 갑옷과 의상들의 디테일 표현은 물론, 금속의 질감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클로즈업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은 대신 넓은 풍광을 잡은 장면들에서도 뭉개지지 않는 선예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인들의 피부 표현력을 통해 다시 한 번 우수한 화질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굉장히 여러 가지 잡티와 흉터, 거스름 등으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피부 겉면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거인들이 착용하고 있는 갑옷의 메탈 느낌도 녹이 슨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한 표현이 돋보였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레퍼런스 급 화질보다 더 만족스럽다. 일단 이 영화는 사운드 측면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장면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타지와 거인, 거인들과 병사들이 펼치는 공성전이라는 것만 봐도 기대되는 사운드가 있는데, 그 기대에 걸 맞는 화끈한 사운드를 유감없이 들려준다.






거인들이 등장하기 전 거대한 콩 나무가 하늘로 솟아 오를 때의 사운드도 역동적인데,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 장면은 일단 음장감이 엄청나서 절로 사운드 볼륨을 줄이게 만들 정도다. 처음 거인이 등장할 때의 사운드는 마치 '쥬라기 공원'에서 티렉스가 등장하는 장면과 흡사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후 거인들이 단체로 등장했을 때와는 분명 구분되는, 사운드의 다양함과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후반부 클라이맥스 전투 장면에서의 몰입도는 사운드가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인이 나오는 영화에 딱 맞는 박력과 크기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의 메인 격이라 할 수 있는 'Become A Giant Slayer'는 제작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단순한 메뉴가 아닌 콩 나무를 오르는 게임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주연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의 안내로 하나씩 다른 부가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Know Your Enemy'에서는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의 인터뷰와 극중에서 모션 캡쳐 연기를 선보인 빌 나이의 촬영 장면이 수록되었다.






그 외에 나머지 부가영상들에서는 갑옷과 왕국 의상 등 다양한 의상에 관한 이야기와 거인을 표현해낸 모션 캡쳐와 CG파트, 그리고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장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부가 영상들은 짧게는 2분, 길게는 8분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화의 컨셉에 맞는 소개 방법과 영상 전체에 추가되어 있는작은 꾸밈 표현들로 인해 내내 심심하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삭제장면' 에서는 콩 나무와 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프롤로그의 확장 버전과 잭이 콩 나무 위 세상에서 겪게 되는 작은 모험 장면 등이 수록되었다. '개그 릴'에서는 약 3분 분량으로 짧은 NG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총평]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연출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와 이완 맥그리거를 비롯한 출연진로 인한 기대에 비한다면 조금은 아쉬운 영화이긴 하지만, 12세 관람가로 좀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인 동시에, 레퍼런스 급 화질과 사운드로 블루레이를 보는 재미는 충분한 타이틀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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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습니다


출시가 된 지는 조금 되었는데 뒤늦게 소개하게 되었네요.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2011년 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블루레이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국내 협소한 시장 탓에 하마터면 출시가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프리오더 후반부에는 더 적극적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무리 없이 발매될 수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도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해외 판 구매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라이센스 반으로 출시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 블루레이에도 제가 제작에 조금이나마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 위주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로 꾸민 전면과 영화 속 '서커스'의 문장을 담은 후면 디자인 입니다. 게리 올드만이 서 있는 저 이미지를 참 좋아하는 터라, 블루레이의 커버도 만족스럽네요. 심플하니 좋습니다.






투명 케이스로 제작된 블루레이 타이틀 내부에는 디스크와 함께 라이센스 블루레이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소책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소책자를 포함했을 경우 아웃케이스를 만들어 외부에 수록하는 방식을 택했었는데, 근본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케이스의 비닐이 우는 문제가 발생하여 이번에는 내부에 소책자를 포함하는 형태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대신 소책자의 사이즈는 조금 작아진 편입니다. 오히려 좀 더 아기자기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팅테솔 블루레이에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한 점은 제 글이 실린 것 보다도 두 감독 님의 멋진 추천사가 포함된 것인데, 굉장히 촉박한 일정으로 부탁을 드렸었는데 흔쾌히, 그것도 짧게 써주신다고 해서 정말 한 문장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긴 추천사를 써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이 자리를 빌어 또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 님은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연락하게 되었는데, 처음 박감독 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을 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ㅎㅎ 또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현재 차기 작 자료 조사 중이시라 바쁘실 텐데, 긴 추천 글은 물론 박찬욱 감독 님과도 적극적으로 연결해주신 저의 절친(?) 이고 싶은 류승완 감독 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번 '베를린' 인터뷰 차 뵈었을 때 감독 님이 팅테솔을 참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심스럽게 부탁 드렸었는데, 바쁜 일정에도 멋진 글을 보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곧 '베를린' 블루레이가 출시될 예정인데, 그 때 '베를린' 블루레이를 들고 다시 한 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그 날이 기다려지네요~






이번 소책자는 제가 참여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정말 깨알 같은 읽을 거리 들이 제법 있습니다. 오히려 이미지 컷들보다도 읽을 거리가 많은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또 한 번 영광스럽게 제 글도 소책자에 수록이 되게 되었습니다. 국내 정식 출시된 블루레이에 제 글이 수록된 것이 이번이 아마도 일곱 번째 인 것 같은데, 모두 다 제 돈을 들여서라도 참여하고 싶었던 작품들이라 참여하는 자체가 몹시 뿌듯한 프로젝트 들이었습니다. 이번 '팅테솔'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누군 가는 이렇게도 보았구나'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씩 읽어봐 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번 '팅테솔' 블루레이는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소책자는 물론 기존 극장 판에서 큰 문제가 되었던 오역이 모두 수정된 버전이라,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던 분들이라면 전혀 다른 영화를 보시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여러 번의 중역과 번역, 검수를 통해 탄생한 완성도 높은 자막 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에 또 좋은 영화를 수록한 블루레이 타이틀 발매 소식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에반게리온 TV시리즈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인생의 작품 '카우보이 비밥' TV시리즈의 블루레이가 드디어 국내에 출시됩니다. '카우보이 비밥'의 엔딩 곡이던 'Real Folk Blues'를 블로그 명으로 사용할 정도로, 이 작품은 저에게 있어 정말 대단한 영향은 물론, 수 많은 돈을 쓰게 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또 한 번 크게 질러야 만 할 상황이 곧 벌어질 것 같네요. 일단 기본적인 스펙 소개를 하자면...



카우보이 비밥 TV시리즈 UCE (7Disc) [탄생 15주년 기념 스틸북 케이스 한정판] 블루레이
우리말 더빙 포함 스토리 보드+총 32P 해설집+부직포 포스터를 고급 수납박스에 담아서 선착순 증정


화 면 비: 4:3
오 디 오: 일본어 DTS-HD 5.1CH, 일본어 LPCM 2.0CH, 한국어 Dolby Digital 5.1CH
자 막: 한국어
상영시간: 약 652분
지역코드: A
디 스 크: 7disc


BD Disc.1
- 본편 (약 47분,에피소드 1,2)
- 코멘터리 (약 24분,에피소드 1)
- 부가영상
*논크레딧 엔딩
*PV & CM
*TANK! 풀사이즈판 뮤직 클립 (디렉터:HARU)-FROM Session #0
*TANK! 클럽 리믹스판 뮤직클립 -UK 버전- (디렉터: HEX & DJ FOOD)-FOROM Session #0
*픽쳐드라마 -아인의 여름 방학
BD Disc.2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3,4,5,6)
BD Disc.3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7,8,9,10)
BD Disc.4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11,12,13,14)
BD Disc.5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15,16,17,18)
- 코멘터리 (약 24분,에피소드 17)
BD Disc.6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19,20,21,22)
BD Disc.5 - 본편 (약 98분,에피소드 23,24,25,26)
- 코멘터리 (약 24분,에피소드 24)


6월 26일 출시예정

정가 : 198,000원


이미 DVD 시절 우수한 퀄리티의 박스세트로 출시되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BD로 화질/음질이 업그레이드 된 것을 제외하면 새로운 부분은 없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바로 그 화질/음질 업그레이드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참고로 4:3 화면비를 보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비밥은 당시 TV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이라 블루레이로 옮겨와도 본 화면 비인 4:3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와이드 화면비로 비밥을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본이 4:3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러 16:9를 만드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디스크 수량과 패키지를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가격이기도 하지만, 정말 선뜻 지르기 쉽지 않은 가격인 건 사실이네요. 더군다나 기존 발매된 '자이언트 로보' 패키지를 보았을 때 스틸북 형태로 발매되는 비밥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일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는 부분도 있구요. 정말 '카우보이 비밥'이 아니면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 가격인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가 나오면 그에 맞춰 다시 시작 하려다가 못하고 있는 '카우보이 비밥 다시 보기' 연재를 이어가야겠네요. 어서 블루레이로 만나보길 고대 합니다!


마지막은 블루레이 출시 소식 기념, 스파이크 스피겔 피규어 짤방!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레미제라블 : 블루레이 리뷰
무대의 감동을 그대로, 영화 '레 미제라블'


지난 해 말 개봉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국내 흥행은 정말 의외였다. 의외였다는 건 작품이 별로 라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이기 때문이었는데, 국내 관객에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아직 까지도 자연스럽기보다는 어색한 장르, 그러니까 대사 대신 노래로 이루어진 부분을 갑자기 노래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져 일반 극 영화보다 접근 성이나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레 미제라블'은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처럼 대사와 노래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작품이 아니라, 모든 대사가 노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송-스루 (Song-Through)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 다른 장르의 영화와는 크게 다른 작품이기에, 500만이 넘는 관객 수는 의외이자 놀라운 결과였다.




당시 '레 미제라블'의 이런 흥행 성적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넘쳐 났는데, 그 가운데는 대부분 영화 외 적인 논의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당시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해석이 많았는데 이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편이지만 (실제로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날이 대선 투표 일이었으며, '내일은 온다!'라는 영화의 마지막을 뒤로 하고 극장을 나오자 6시가 막 지난 시간이라 투표 결과를 받아 들게 되기도 했었다),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이 글에서는 '레 미제라블'이 갖고 있는 영화적 매력과 블루레이 타이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동시에 카메론 매킨토시의 웨스트 앤드 뮤지컬 공연에 더 큰 배경을 두고 있다.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소설을 영화 화 한 것이 아니라 무대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했었는데, 블루레이를 통해 작품을 다시 보고 부가 영상들을 보고 나니 카메론 매킨토시의 작품 못지 않게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빚을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있어 독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 뮤지컬 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가 모두 그의 작품이며 조국 영국으로 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쇼 비지니스 계에 뮤지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레 미제라블'이 영화 화 된다고 했을 때 가장 마음을 놓은 이유도 카메론 매킨토시가 참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물론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음악을 맡았던 클로드-미셸 숀베르그를 비롯해 뮤지컬 스텝들과 배우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정통성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원작의 스텝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가 갖게 된 가장 큰 장점 (혹은 단점)이라면 뮤지컬 '레 미레라블'이 갖고 있는 메시지와 방식이 훼손 되지 않고 영화라는 포맷을 통해 그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같은 방식은 분명 일반 관객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반 극 영화에 비해 내러티브가 촘촘하지 않고 노래를 노래가 아니라 대사로 인지 되어야만 극을 따라갈 수 있는 구조이기에, 일반 영화의 작법을 따르지 않고 무대 뮤지컬의 작법을 따른 '레 미제라블'은 기존 뮤지컬 팬들에게는 환영 받을지언정 일반 관객에게는 어색한 만남이 될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흥행을 거둔 이제와 다시 생각해 볼 때 '레 미제라블'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자신 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카메론 매킨토시와 감독인 톰 후퍼는 이미 무대 뮤지컬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을 영화 화하면서 무대 뮤지컬의 장점을 빼놓지 않는 동시에 무대에서는 미처 다 소화할 수 없었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큰 스케일의 로케이션이나 대형 세트 제작 등으로 더 실감 나는 배경을 만들어 냈으며, 과감한 클로즈 업을 통해 이 작품을 공연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주가 되는 드라마로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해 냈다. 클로즈 업이라는 촬영 방식은 잘못 사용하면 겉멋만 가득하고 보여지는 것 이상은 전달하기 어려운 방식인데, 이 작품의 클로즈 업은 노래로 이뤄진 '레 미제라블'을 관객에게 가장 잘 전달해 내는 도구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레 미제라블'의 가장 놀라운 제작 방식은 다름 아닌 라이브 녹음 방식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의 경우 배우들이 촬영 이후 후반 작업으로 스튜디오에서 다시 노래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레 미제라블'은 놀랍게도 무대 뮤지컬처럼 촬영장에서 라이브로, 동시 녹음으로 진행되었고 이 녹음 분이 그대로 영화에 수록되었다. 뮤지컬에 수록된 곡들이 다른 노래들과는 다르게 좀 더 그 장면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도 라이브 녹음을 통해 수록된 '레 미제라블'의 수록 곡 들과는 그 감정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의 곡 들은 음정과 박자가 칼 같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그 대신 그 장면에서 배우가 담으려 했던 감정이 100%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나중에 노래로만 이 곡을 접하게 될 때에도 영화 속 그 장면과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앤 해서웨이가 부른 'I Dreamed a Dream'의 감동이야 말 할 것도 없고, 휴 잭맨이 영화 내내 감정을 가득 담아 불렀던 곡들 탓에 장발장이라는 캐릭터의 인생에 대해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건 정말 열연, 열창한 배우들과 이 감정을 최대한 그대로 담아낸 라이브 녹음 방식의 공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영화 '레 미제라블'엔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그 가운 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판틴의 'I Dreamed a Dream'을 꼽을 것이다. 이 장면만 따로 때어 놓고 보더라도 엄청난 몰입도를 주는 장면인데,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도 이 곡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비교적 편안하게 관람하다가 이 곡에서 감정이 완전히 동화 되어 서두부터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본래 'I Dreamed a Dream'은 '레 미제라블'의 여러 히트 넘버 가운 데서도 손꼽히는 명곡인데, 앤 해서웨이는 이전 수 많은 뮤지컬의 버전들과 비교해서도 단연 손꼽힐 만한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이 대단한 것은 그녀의 가창력 때문이 아니라 판틴이라는 캐릭터의 심정을 관객에게 100% 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끔 이 곡을 듣게 될 때마다 감정이 북받치는 이유는 오로지 그녀의 열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정말 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영화사에 남을 명 장면이자, 이 장면 만으로도 '레 미제라블'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기존 뮤지컬 팬들도 만족할 만한 영화화를 이룬 동시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무대 뮤지컬의 매력을 뽐내며 저절로 카메론 매킨토시의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다른 뮤지컬 공연들을 찾아보게 끔 하는 계기를 만든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뮤지컬의 매력을 함께 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작품이기도 했고.


Blu-ray : Menu






Blu-ray : Video Quality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화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특히 어두운 장면 에서의 표현력이 좋지 않았었기에 블루레이의 화질에 대해 조금 우려를 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우수하게 표현되어 극장에서 보다 더 만족스러운 화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첫 장면,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가운데 높은 곳에 서서 죄수들을 내려다보는 자베르 (러셀 크로우)의 모습은 극장에서는 너무 어두워서 잘 표현이 되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블루레이에서는 내리치는 비의 디테일과 더불어 자베르의 위엄까지 느껴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로즈 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 답게 배우들의 클로즈 업 장면에서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체크해볼 수 있었는데, 배우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레 미제라블' 블루레이의 화질이 만족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두운 장면의 표현력인데, 극장 상영 시의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장면이 많은 작품의 특성을 훌륭하게 표현해 내고 있어 블루레이로서 재 관람이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라이브 녹음의 실감 나는 가창과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풍성함을 고루 전달해 준다. 송-스루 방식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는 '레 미제라블'에서 사운드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현장에서 동시 녹음한 배우들의 열창과 추후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마치 모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부분은 부가 영상에서도 잘 소개되고 있지만, 시스템과 장비의 발전으로 동시 녹음으로도 스튜디오 녹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었다).






'레 미제라블' 사운드의 또 다른 포인트라면 추후 바리케이트 시퀀스를 통해 또 다른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인데, 총기를 비롯해 대포까지 동원되는 전투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 영상으로는 일단 감독인 톰 후퍼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었는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메인 부가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 'Les Miserables : A Revolutionary Approach'에서는 총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영화에 제작에 대한 뒷 얘기를 들려주는데, 첫 번째 'The Stars of Les Miserables'에서는 이 작품에 출연진의 캐스팅과 연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수록되었다.





톰 후퍼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는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고 하는데 하나는 라이브로 노래해야 한다는 것과 휴 잭맨을 캐스팅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만큼 휴 잭맨은 처음부터 장발장 역할로 내정이 되어 있었는데, 휴 잭맨은 장발장을 연기하기 위해 미리 브로드웨이 무대로 오랜만에 돌아가 원맨쇼 형식의 뮤지컬을 공연하며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하는데, 노래 꽤 한다는 배우들은 대부분 오디션에 관심을 보였다니 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이들이라는 것을 새삼 증명하는 뒷이야기였다.





여러 배우들이 사연이 있었지만 그 가운 데서도 판틴 역할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의 사연이 인상 깊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레 미제라블'의 미국 첫 공연에서 판틴 역을 연기했었기에 이 작품이, 그리고 이 캐스팅이 남다를 수 밖에는 없었던 앤 해서웨이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앤 해서웨이는 이 간절함을 증명하듯 극 중 삭발 장면에서 실제로 머리를 자르기도 했고, 더 사실적으로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판틴을 연기하기 위해 11kg 넘게 체중을 줄이기도 했다고.





두 번째 'The West End Connection'에서는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최초의 장발장을 연기했던 콤 윌킨슨의 출연은 그 자체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콤 윌킨슨은 이번 영화에서 주교 역할로 출연하여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는데, 콤 윌킨슨과 휴 잭맨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명 장면이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뮤지컬에서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에포닌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무대 위 에서와 영화 속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기에, 그녀에게는 이미 익숙한 에포닌을 재 해석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에포닌의 캐스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올리버'를 공연하고 있던 그녀에게 (낸시 역할) 커튼 콜에 등장한 카메론 매킨토시가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도 에포닌 역할로 캐스팅 되었다고 깜짝 발표를 하는 장면은, 이 배우와 스텝 들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하게 이루어져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기존 뮤지컬에서 판틴, 에포닌, 마리우스 등 주요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영화에서 작은 역할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 부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LES MISERABLES on Location'에서는 영화와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 인 로케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포츠머츠 해군기지에서 촬영한 첫 선창 장면의 엄청난 스케일은 무대 뮤지컬에서는 재현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영화 만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장발장이 가석방되어 처음 도착하게 되는 마을은 실제 프랑스의 마을에서 촬영되었는데, 실제로도 첫 촬영이었기에 빅토르 위고의 조국인 프랑스에서의 촬영은 남다른 의미를 주었다고 한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대작으로서 스케일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촬영지를 선택할 때와 촬영 기법에 있어서도 이 점을 최대한 고려했고, 뮤지컬의 장점 뿐만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원작의 느낌을 (뮤지컬에는 표현되지 않은 장면들도) 살리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혁명이 일어난 당시 파리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Creating the Perfect Paris'와 바리케이트의 액션 장면에 대한 'Battle at the Barricade'를 지나면 개인적으로 이번 블루레이의 가장 핵심적인 영상이라고 생각되는 'LES MISERABLES Singing Live'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의 가장 획기적이자 중요한 아이디어였던 동시 녹음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다시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담아내기 위해, 현장에서 피아노를 통해 라이브 반주를 했고 배우들은 숨겨진 이어폰을 통해 이 반주를 들으며 노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별한 점이라면 정해진 반주에 맞춰 배우들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감정에 따른 노래에 맞춰 피아노 반주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뮤지컬 넘버 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 '레 미제라블' 만의 노래들이 탄생 되었다고 하겠다.





이렇게 라이브로 녹음 된 노래에 추후 오케스트라를 녹음하는 장면은 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정해진 박자가 아니라 배우들이 현장에서 만든 박자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연주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지휘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이미 '레 미제라블'을 오래 연주해왔던 연주자들로서, 즉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을텐데, 자신 만의 음악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 새로운 '레 미제라블' 음악에 적극적으로 하나가 된 음악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The Original Masterwork: Victor Hugo's LES MISERABLES'에서는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이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문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빅토르 위고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가족, 유년기 등 전반적인 삶에 관한 소개가 담겨 있다. 이 짧지만 의미 있는 부가영상을 통해 빅토르 위고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레 미제라블' 이라는 작품이 어떤 계기와 의미로 탄생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총평] 빅토르 위고 소설, 카메론 매킨토시의 웨스트 앤드 뮤지컬을 원작으로 톰 후퍼가 연출한 영화 '레 미제라블'은 여러모로 대단한 뮤지컬이자 영화였다. 뮤지컬과 영화 모두를 만족 시키는 흔치 않은 작품이었으며, 적절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완벽한 캐스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수록된 한 곡 한 곡의 감동은 물론, 새삼스럽지만 예전에는 미처 공감하지 못했던 장발장이라는 한 남자의 기구 하고도 간절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벅찬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오던 그 날의 떨림과 사운드 트랙을 들으며 느꼈던 감동과 여운은 블루레이를 통해 더 오래 더 깊이 지속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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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이렇게 블루레이에 영화 글을 수록한 것도 이제 제법 여러 타이틀이 되는데요, 아마 그 가운데 가장 처음부터 공을 들인 타이틀이라면 단연 '늑대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 것은 물론, 정말 운 좋게도 관련해서 여러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사운드트랙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 역시도 단순히 해설지만 쓴 것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조금이나마 의견을 드릴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일이었어요.




'늑대아이' OST가 국내 정식 발매됩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55







'늑대아이' 블루레이는 제작 초기 부터 조금이나마 관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 작품을 라이센스로 발매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도 옆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에 특히 까다로운 일본이기에 예상은 했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이드와 방식에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했어요 ㅎ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타이틀이기에 만족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타이틀인 것 같구요.






제 글은 블루레이 한정판에 함께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이 되었습니다. 이 가이드북도 본래 기획 단계에서는 더 많은 글들과 한국판 만의 메리트가 가득한 구성이었는데, 조금은 아쉽지만 일본반 블루레이와 유사한 구성으로 발매가 되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지난 3월 직접 일본에 가서 취재해 왔던 실제 장소 방문기가 최종적으로 빠지게 된 것이겠지요. 사실 이 가이드북 원고 제작만을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 (물론 매우 중요했지만) 사비로 겸사겸사 떠났던 여행인지라 결정적으로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기에 이 공식적인 타이틀에 제 글이 수록된다는 것은 사운드트랙과 마찬가지로 정말 영광스럽고 뿌듯한 일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수록이 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한 동안 좀 멍해지긴 하더라구요 ㅠ






20page 분량의 여행기는 수록되지 못했지만 영화 관련된 제 글은 그대로 수록이 되었습니다. 보통 같았으면 이 것 만으로도 엄청난 자랑거리로 생각했을텐데 아무래도 여행기의 수록이 확정이었다 보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네요 ^^;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드린 바와 같이 이 여행기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는 제 블로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74






제 글 외에는 김세윤 방송작가의 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세계'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코 그렇게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글이었죠 ^^;


아, 그리고 미처 소개를 못했었는데 역시 최근 국내 출시된 '러브레터' 블루레이에도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따로 또 글을 쓰긴 뭐해서 여기에 같이 소개합니다~






'러브레터'는 이번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오랜 만에 다시 보았는데,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좋은 영화였어요. 그 의미에 대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억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이렇게 '늑대아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러브레터' 블루레이까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다음 제 글이 수록될 블루레이 타이틀도 2개 정도 확정이 된 상태인데, 블루레이를 구입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괜찮은 글을 써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

정말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본래 이 글은 오늘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본 원판권사인 '스튜디오 치즈' 측의 컨펌 과정 중에 "영화 '늑대아이'가 세계 어디에서나 혹은 불특정 다수의 누구에게든 공감될 수 있는 보편적인 판타지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의도에 따라, 촬영지의 세세한 정보가 실명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 작품의 연출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우려된다는 판단으로 최종적으로 아쉽지만 수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타이틀을 받아 든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라도 '늑대아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글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 부족한 글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장소와 그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성껏 써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도 본문 전체를 확인하실 수 있으며, 블루레이 소책자 수록을 위해 제작한 디자인이 완료된 버전도 PDF파일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도록 제공을 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소책자에 수록 예정으로 제작된 최종본의 디자인 파일을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하나 컬러로 출력해서 별도로도 소장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늑대아이 _ 그 곳을 가다 (PDF파일 다운받기 / Dropbox)

https://www.dropbox.com/sh/cf6q3egmynnxtb7/WoIMP5P5SX


* 접속하신 뒤 파일명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우측 상단의 '다운받기'버튼을 통해 파일로 다운 가능합니다.

(현재는 종료되었습니다 ^^;)



그럼 '늑대아이'와 제 글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도 함께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를 너무나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 영화 속에 등장한 대부분의 장소들이 실제 존재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가는 꼭 한 번 찾아가봐야지 하고 무작정 세웠던 계획을, 국내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벚꽃 시즌이던 지난 3월 22일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늑대아이'의 배경이 된 곳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고, 유키와 아메를 낳고 시골로 이사가기 전까지의 배경이 되는 도쿄이며, 두 번째는 시골 마을이 주된 배경이 되는 도야마현이다. 도야마현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데, 이번 여행에 도야마현까지 정말 가고 싶었지만 도쿄와 도야마현을 짧은 일정에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리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적지만 중요한 실제 장소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여행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 장소를 찾는 여정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히토츠바시 대학처럼 유명한 곳이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몇몇 장소는 주소 정보도 없고 그 장소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찾기 힘든 평범한 장소인 경우라서 위성 사진은 물론, 실시간으로 현위치와 비교해가며 찾는 등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아야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 영화 속 장소와 장면을 딱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길을 찾으며 흘렸던 땀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 



1. 하나와 그가 다니던 대학교 가는 길


가장 처음 찾은 곳은 하나가 처음 그를 만난 곳이자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던 장소인 히토츠바시 대학교였다. 히토츠바시 대학은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오래된 유럽풍의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실제로 학교의 일부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 중앙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 남쪽 출구로 나와 대학교 쪽으로 걸어내려 오면 영화 속에 등장한 몇몇 장소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일단 내리자마자 오른 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Coffee 白十字 Cake'라는 간판의 과자점이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너무 쉽게 각인되었던 간판이라 실제로 보는 순간 '아, 내가 진짜 늑대아이 속 장소에 와 있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늑대아이' 포스터가 붙어 있기도 했는데,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놀랐던 건 단순히 실제 배경에서 착안하여 만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실제와 99% 동일한 모습을 극중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과자점은 물론 그 주변의 가게들과 벤치들까지 완전히 동일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 변한 것 외에는 거의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과자점을 찾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그 반대편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극 중에서 하나가 바로 반대편의 시점에서 이 가게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 구도까지도 맞을까 했었는데...







정말로 과자점이 바라다보이는 장소엔 그 전화기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는데, 이 장면에서도 자세히 보면 그냥 전화기가 여기 있었다 라는 정도가 아니라, 전화기와 주변의 디테일한 디자인은 물론, 그 뒤로 보이는 건물들까지 그대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낮시간에 방문하여 영화 속에 등장한 밤시간과의 싱크를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일본에서의 시간이 하루 이틀만 더 있었더라도 극 중의 시간과 맞췄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실제장소와 영화 속 장면의 디테일은 거리를 묘사한 장면에서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장면은 하나가 대학교로 걸어가는 장면인데 아래의 실제 장면과 비교하면 정말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세워둔 자전거들의 위치나 가로등과 가로수의 구도야 말할 것도 없고, 왼쪽의 빨간 소화전이라던가 그 뒤에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까지 완벽하게 일치한다. 계절이 달라 푸른 잎이 아닌 벚꽃이 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길의 풍경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였다.






조금 다른 앵글로 잡기는 했지만 신호등과 시계 그리고 가로등까지도 실제 장소와 동일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이 뿐만 아니라 역시 왼편 아래의 공중전화박스나 멀리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 그 앞에 빨간 간판과 파이프 담배가 그려져있는 간판까지도 묘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 그와 하나가 처음 만난 대학교






영화 초반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자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감정을 키우는 곳인 대학교는 히토츠바시 대학이다. 방문했던 날은 마침 졸업식 날이었는데, 4시가 지난 시간이라 이미 대부분의 졸업인파는 학교를 떠났고 몇몇 만이 남아 사진 촬영 등을 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히토츠바시 대학은 고풍스러운 건축양식으로 일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장소였는데, '늑대아이'가 아니더라도 한 번 쯤은 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이 곳 저 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졸업식이 끝난 직후라 대부분의 강의실이 닫혀 있고 인적이 이미 조금 드물어진 시간이라, 영화 속에 등장했던 강의실이나 식당을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나가 학교에 올 때와 그가 강의실을 떠날 때 넘어지는 아이를 일으켜주던 장면에서 등장하던 커다란 입구 역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이번 '늑대아이' 여행은 최대한 실제 장소에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 (소란스럽게 한다거나)이 또 다른 목표였기 때문에 일부러 학생들이 나가고 닫혀 있는 문을 억지로 열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 장소에 다녀온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극중 장면에서 입구 저 멀리 보이는 풍경까지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하나가 걸었던 길을 걸어 조금 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향은 위와 아래로 다르지만 하나가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 계단도 찾을 수 있었다. 새로로 길게 뻗은 창문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극 중 등장한 창문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양의 창문은 반대편의 계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내의 모습들도 극중에 등장한 것과 동일한 앵글로 촬영하고 싶었는데, 졸업식 후 이미 대부분이 떠난 뒤라 불이 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의외의 수확이라면 이 도서관 입구를 찾은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번 여행에 앞서 이미 일본 내의 마니아들이 실제 장소를 탐방한 뒤 기록해 둔 사이트를 참고하였는데, 대부분의 장면과 장소를 찾아낸 이 사이트에도 없는 도서관 장면이라 더욱 반가웠달까. 물론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들어가지는 못했고 입구의 촬영도 실례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진행하기는 했지만, 기존 자료에도 없던 곳을 담아낸 터라 좀 더 의미 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극 중에 나온 장면은 2~3층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촬영한 곳은 1층의 모습이다. 저렇듯 졸업식으로 불이 대부분 꺼져 있는 어두운 분위기였다.



3.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는 학교에서 나와 다시 구니타치 역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구니타치 역 남쪽출구로 나와 동쪽으로 100미터 정도를 들어오면 왼편에 커다란 주황색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당시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터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로고나 유리 창의 모습, 들여다보이는 내부의 모습까지도 극 중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놀란 점들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장소만큼이나 그 주변의 묘사가 정확하다는 점인데, 이 세탁소 역시 그 옆 가게들의 묘사와 오른 편의 돈카츠를 파는 가게의 광고판까지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마 실제로 옷을 맡겨보거나 하는 시도까지는 하지 못했다 ㅎ



4.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려다가 머뭇거리고 말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그 다리도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는데, 이 곳은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와 도보로 약 7~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발견할 수 있다. 이 다리는 극 중에서 보았던 느낌과 실제의 느낌이 가장 차이가 나는 장소였는데, 일단 실제 다리는 파란 색의 기둥과 난간이 인상적이었지만 극 중에서는 흰색 혹은 회색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했고, 다리 난간에 물고기 장식도 극 중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 이곳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리 주변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실제 장소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 다리는 이 후 하나가 빗속에서 그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등장하는데, 실제로 보니 극 중에서 등장한 앵글이 실제 장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장면으로 보면 왼편과 오른편의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인데 이 건물들을 다리 위에서 보았을 때 저 정도 거리에 위치하려면, 건물 하나의 거리 정도는 다리가 앞서 위치해야 가능한데 조금은 원하는 구도로 수정을 거친 듯 했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과는 다르게 그 위치에는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고, 다리와 바로 붙어서 사다리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서 한 참을 서서 다리 아래를 바라보다가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5. 그를 찾아 해매는 하나





비가 내리던 날 그가 돌아오지 않자 유키와 아메를 들쳐 메고 그를 찾아 나선 하나. 이 때 등장하는 장소는 약 두 곳인데 두 곳 모두 역시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다. 우산을 쓰고 뒤를 돌아다보던 고가는 미타카 역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중앙선 미타카 역 북쪽 출구로 나와 중앙선 선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바로 그 고가와 통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 곳도 주소 등이 정확하지 않아 (이번 여행에서 주소가 확실한 곳은 사실 한 곳도 없었다) 미타카 역에 내려 고가를 따라 마냥 걸어서 확인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그 장소에 도착하면 그 주변의 디테일까지 그대로 묘사한 장면 탓에 쉽게 그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고가 아래 장소 역시 고가가 통과하는 다른 여러 장소 중에 이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건, 그 주변의 철망이라던가 나무 등의 정확한 묘사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경사진 골목은 미타카 역 근처가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근처였는데,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그 다리를 지나 하류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또 다른 다리가 등장하는데 그 다리에서 우측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바로 위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은 다른 장소들 가운데서도 싱크로율이 특히 높은 곳이라 보는 순간 '여기다!'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실제 장소들을 확인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점은 하나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를 찾아나설 때의 동선은 물론이고, 하나와 그가 어디서 만나서 어디서 데이트를 했는 지를 직접적인 동선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추가적인 매력이었다.




6. 고백의 언덕






그가 하나에게 처음 마음을 고백하고, 이후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여주기도 한 곳으로 연결되는 일명 '고백의 언덕'은 이번 늑대아이 여행에 핵심이었다. 이번 여행을 처음 계획하게 된 것도 바로 고백의 언덕에 가고자 함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인 만큼(?) 가장 찾기 힘든 장소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이 가장 찾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장소이고 또한 완전한 주거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별로 접근할 기회가 없어서였다. 실제로 이 곳에 대한 정보라고는 구니타치 역 북쪽 출구로 나와 동쪽 방향이라는 것과 주거 지역이라는 것 뿐이었는데, 이 곳을 찾기 위해 위성지도와 실시간 위치 파악까지 해가며 조용한 동네의 어두운 골목과 언덕들을 수없이 오르내려야만 했다. 





(위 장면에서 그와 하나는 위 사진 속 풍경을 보고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이 곳의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일종의 배려 처럼 느껴졌다. 이 곳은 주거지역, 그 가운데서도 정말 조용한 지역이라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올 일이 없어 외부인이 오면 바로 주목을 받게 될 정도로 고요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는데 (속삭이듯 말해도 멀리서 들릴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고 이 곳을 이미 다녀온 현지 마니아들도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올까봐 주소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듯 싶었다. 


이 곳에 대한 힌트 가운데는 시 경계가 지나고 있어 언덕 위와 아래의 멘홀을 만든 곳이 다르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제법 유용한 정보였다. 정말 한 참을, 하지만 조용히 헤맨 끝에 찾은 고백의 언덕은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졌고 뭉클함 마저 밀려왔다. 






고백의 언덕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라면 단연 저 음료수 자판기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실제로 빨간 색의 자판기가 환하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참고로 다른 곳은 일부러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만 고백의 언덕 만은 극 중과 최대한 동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조명이 켜진 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과 장면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곳인 만큼 한 참을 계단 밑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그리고 '늑대아이' 속 장면을 떠올리며 그렇게 앉아 있었더랬다. 참고로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공터는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선 상태라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이 계단을 올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언덕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극 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던 컷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건물과 나무에 대부분 가려 실제로는 건널목 등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을 충분히 둘러보고 빨간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을 하나 사서 마신 뒤, 언덕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짧은 '늑대아이'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글의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극 중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야마 현을 가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도야마 현에 가서 아메와 유키가 하나와 함께 힘들지만 행복하게 지내던 곳곳을 둘러 보고 싶다는 바램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겼다. 이렇게 또 '늑대아이'는 내 인생에 있어 더더욱 지울 수 없고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비단, 이 고백의 언덕에서 나도 '늑대아이'의 그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평생을 준비해왔던 말로 청혼을 해서 만은 아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작품 속 캡춰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스튜디오 치즈' 및 한국내 수입사 '(주)얼리버드픽쳐스에 있으며, 
글의 실제 장소를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아쉬타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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