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 블루레이 리뷰 (Tinker Ticker : Blu-ray Review)



김정훈 감독의 데뷔작 '들개 (Tinker Ticker, 2013)'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 그러니까 보통 현실을 담아낸다고 했을 때 흔히 선택하게 되는 보편적이고 겉 핥기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을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깊이 있는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를,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 있는 사제 폭탄이라는 소제를 활용해 그려낸 수작이다 (다른 얘기로, 요즈음의 한국 사회 모습을 보면 사제 폭탄이 더이상 비현실적인 소제라고 말하기 조차 구차스럽다). 여기에 지금은 제법 알려진 스타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첫 장편 출연작이거나 아직 독립 영화계에서만 이름을 알려왔던 변요한과 박정민 두 배우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이 작품은 이 두 배우 덕에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더 많은 조명을 받게 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들개'는 어떤 이유에서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흡수 되지 못한 20대 혹은 30대 젊은이들의 현실을 잘 표현해 낸 작품이다. 흔히들 2,30대 청년들의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청년 실업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불투명한 미래 등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현재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 김정훈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즉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그려낸 이 영화 속 박정구(변요한)의 이야기는 물론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섞이지 못한 일종의 외부인으로서 겪는 직업과 관련된 직접적인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 외에도 정확히 이거다 라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불만 혹은 답답함이 더 큰 갈등이자 문제로서 등장한다. 정구는 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계속 면접을 보지만, 정구가 사제 폭탄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등의 일은 단순히 그가 매번 면접에 떨어져서도, 조교실에서 교수와 선배들에게 무시를 당해서 만도 아니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정구의 이야기를 단순히 취준생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이 영화가 담아내고자 했던 현실과 감정/갈등을 다 읽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들개'에는 주인공 정구 외에 박정민이 연기한 이효민 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효민은 정구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불만을 가진, 다른 성격의 같은 인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효민이 정구에게만 존재하는 유령 같은 (혹은 악마같은)존재로 느껴졌다. 정구는 사제 폭탄을 만들기는 하지만 혼자서는 그 폭탄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탓에 불특정 다수에게 폭탄을 보내 그 폭탄이 사용되기 만을 바라는데, 그의 눈에 들어온 아주 적합한 이가 바로 사회의 불만이 많아 보이고, 더 나아가 그 불만을 표출하는데에 거리낌이 없는 효민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을 나란히 두고 각자 존재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효민을 정구의 욕구가 표출된 분신으로 볼 때 더 큰 매력을 갖게 된다. 정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폭탄을 사용한 정구의 행동에 표현하지는 않지만 쾌감을 느끼게 되고, 효민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면서도 그를 큰 거리낌 없이 받아 들인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안정과 안식을 찾게 된 이후 위험한 존재인 효민을 멀리하고자 하지만, 효민은 결코 쉽게 정구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들개'에서 가장 소름끼치도록 들켜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순간은 죽일 정도로 미워했던 담당 교수가 결국엔 정구를 (그래도)신경 써주고 취업을 도와주게 되면서, 정구가 한 순간에 자신도 동경 혹은 멸시했던 그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되는 장면이었다. 그 전에 이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과는 다르게 담당 교수가 본래는 착한 사람이었고 정구가 오해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나쁜 놈인 것은 그대로인데 정구가 원했던 몇 가지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만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담당교수를 향한 정구의 불만과 증오가 단순한 오해만은 아니었음에도 정구가 그렇게 원하던 취직을 해결해 주었다는 점은, 그 취직이라는 것이 오히려 정구가 멸시하던 사회로의 편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고, 정구 역시 정의와 불의의 가운데 에 있는 영화적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그래서 현실적인 주인공임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시점부터 관객은 온전히 정구의 편에 설 수 없게 된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정구의 편에 서고 싶지 않게 된다. 그건 돌려 말하면 관객 자신도 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런 점을 송곳 처럼 파고드는 것이 김정훈 감독의 '들개'가 가진 가장 큰 시사점이다.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정구는 과연 살아남았나. 정구는 과연 그가 바라던 사회에 일원이 된 것인가. 처음부터 그 사회를 경멸한 것은 내가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스포일러 끝)


[들개 : 블루레이] 인상적인 데뷔작에 내려진 놀라운 축복




* 플레인 아카이브의 팬이기는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같은 타이틀을 중복으로 A/B타입 모두 구매하지 않는데, '들개'는 둘 다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A타입은 영화와 딱 떨어지는 완벽한 이미지였고, B타입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매력이자 취향이어서 구입하지 않을 수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만약 플레인에서 '들개' 블루레이가 발매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는 훨씬 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말하자면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이 푸념은 하면서도 늘 지겹고도 슬프다) '들개'같은 독립 영화가 발매 될 확률은 지극히 희미 하다는 점에서 새삼스럽지만 출시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앞서 '훨씬 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라고 한 이유는 플레인 아카이브의 유명세로 인해 이 영화를 흥행 시켰다는 얘기가 아니라,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된 변요한과 '파수꾼'을 비롯해 최근 '동주'로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박정민 배우의 팬들이 놓칠 수도 있었던 두 배우의 뜨거운 연기가 담긴 수작 한 편이 적당한 타이밍에 블루레이로 발매된 덕에 서로를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최근 뜨거워진 두 배우의 인기에 편승한 재빠른 출시가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블루레이 제작을 결정했을 시점에서는 결코 두 배우의 인지도가 지금과 같지 않았었다. 좋은 작품을 작품의 크기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선택한 것인데 이후 두 주연 배우가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오히려 플레인 아카이브의 팬으로서 역으로 고마울 정도다. 






아주 가끔이지만 간혹 영화에 비해 과한 패키지로 출시 된다거나 혹은 굳이 블루레이로 발매될 정도의 영화가 아닌데 (이건 국내의 특수한 시장상황 때문이지 결코 보편적인 이유는 아니다) 급작스럽게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조금은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물론 출시 되지 않은 것 보다야 훨씬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많은 좋은 영화들이 제대로 된 타이틀로 발매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에서 상대적인 아쉬움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적어도 '들개'는 그 놀라운 축복을 받을 자격은 충분히 있었던 좋은 데뷔작 임엔 틀림 없다. 저예산의 규모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영리한 구성과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 그리고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는, 대규모 상업영화들과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긴장감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시 블루레이 패키지 이야기로 돌아와 플레인 아카이브 넘버링 #021 타이틀로 출시된 블루레이는 역시 플레인 답게 디자인과 패키지의 구성에서 또 한 번 만족감을 주는데,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무릎을 탁!하고 칠 만한 기막힌 아웃케이스(A타입)가 가장 눈에 띈다. 영화 속 수제 폭탄 박스 이미지를 최대한 실제처럼 구현한 이 아웃케이스 이미지는 진짜 '딱'이다. 여기에 청테이프의 질감을 살린 플레인 아카이브 한정판 스티커는, 새삼스럽지만 하나의 블루레이 패키지를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주먹구구식이 아닌 하나의 큰 기획 아래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 디테일!



* 디테일이다!!



* 블루레이 만을 위해 독점으로 수록 된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 (CD)


부가영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블루레이 독점으로 수록된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최초는 아니지만 해외 타이틀에 로컬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해 수록하기도 했던 플레인은 (최초는 블루레이는 아니지만 아마도 예전 스펙트럼 DVD 시절에 쇼브라더스 타이틀에 수록되었던 로컬 음성해설이 아닐까 싶다), 이번엔 별도로 발매되지 않은 영화의 스코어를 블루레이 만을 위해 독점으로 수록하는 또 한 번의 과한(?) 정성을 보여주었다. 사실 취향에 따라 스코어 음반은 누군가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취향을 떠나서라도 어찌되었든 '들개'라는 영화와 블루레이 타이틀의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영화와 관련 된 자료 혹은 정보를 최대한 끌어 담으려한 시도는 그 자체 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이다. 스코어의 독점 수록은 새로운 시도였는데 추후에도 국내 영화 출시시에는 유사한 시도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영화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것이 블루레이 부가영상이었다. 혹자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잘 살펴보면 부가영상으로 수록 된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 및 삭제 장면, NG 장면 등이 사전에 영화 홍보를 위해 일률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블루레이 수록을 위해 진행되거나 염두에 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영화 타이틀의 경우 아직까지도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화질이나 음질 보다도 양적으로 부족하거나 질적으로 평범한 부가영상들인데, 애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DVD나 블루레이가 고려되지 않거나 고려되었다 하더라도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뻔한 인터뷰나 그 인터뷰 내용이 중복된 제작영상이 수록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들개'는 당연히 사전에 블루레이 제작을 염두에 둘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제작이 결정 된 이후 갖게 된 상영회 등에서 블루레이 수록 만을 위해 별도로 인터뷰나 관련 코멘트 등을 추가한 점이, 질적으로 확실히 느껴지는 점이라 만족스러웠다.





김정훈 감독과 변요한, 박정민 두 배우가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도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 볼 만한 트랙이다. 김정훈 감독에게 이 작품이 갖는 의미와 두 배우가 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보니 흥미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아마도)상상마당에서 상영회 후 진행 된 듯한 두 배우의 인터뷰 영상도 진지함이 묻어나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듣게 되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 된 관객과의 대화 영상 역시 불필요한 내용 없이 영화의 메시지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외에 삭제 장면, NG장면, 또 다른 엔딩, 오디션 영상 등이 수록되었는데 이들 영상이 좋았던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냥 늘어 놓기 식의 정보성 영상이 아니라, 감독의 코멘트가 텍스트로 제공되어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이해가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확실히 그냥 별다른 설명없이 수록되었을 때보다 해당 영상들을 더 주목해서 끝까지 감상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 이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서 더 의미있는 부가영상이었다.





사실 나는 변요한, 박정민 두 배우의 팬이자 플레인의 팬이라서 엎친데 덮친 격이라 '들개' 블루레이를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경우여서인지는 몰라도, 영화도 타이틀도 만족스럽게 빠진 것이 이렇게 글을 부러 쓰게 되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아마 '들개' 블루레이는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는 더 소장 가치가 높아지는 타이틀이 될 것이다. 변요한의 데뷔작, 박정민의 초기작이 더 의미있어 질 때, '들개' 블루레이의 가치는 지금보다도 더 크게 빛날 것이다. (두 개 사길 잘했어.)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플레인 아카이브 에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미처 소개 못한 스크린샷 몇 장 추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 Age of Ultron _ Bluray review)

블루레이 리뷰


마블의 히어로들을 하나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종의 올스타전 격인 '어벤져스' 는 처음 '트랜스포머'가 그랬던 것처럼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훌륭한 오락 영화였다. 조스 웨던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각 캐릭더들의 장점들을 하나의 영화에 잘 녹여 냈고, 단순히 볼거리 만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그래도 괜찮은데) 각자의 영화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줄거리까지 완성시키면서, 기존 코믹스의 팬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환영 받는 작품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이 작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것 만으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과연 확장되어 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중간 정리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완성도와 방향성을 갖고 있을 지는, 영화 자체의 재미만큼이나 궁금한 포인트였다.






영화 화 된 '어벤져스'는 특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 를 기점으로 확연히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코믹스를 영화 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영화로서도 충분한 완성도와 이야기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각자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어벤져스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떡밥으로, 혹은 주요 테마로 등장 시키면서 팬들로 하여금 다음, 더 나아가 그 다음까지 기대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러한 성공이 계속 될 수록 오히려 부푼 기대감에 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스 웨던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비교적 재미와 이 작품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기능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바로 편집과 특유의 유머에 있었다. ‘어벤져스’라는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 많은 캐릭터들이 단순히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는 새롭게 등장해 소개부터 해야 하고, 누구는 이미 본인의 독립된 영화에서 진전된 이야기나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어가거나 혹은 풀어내야 하며, 누구는 출연 시키되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리는 가에 따라 작품 자체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편집 포인트는 어쩔 수 없이 그리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단서를 던지거나 전개를 위해 반드시 삽입은 해야 하는데 풀어내는 연출에 있어서는 기복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장면에서는 애매하게 다음으로 점프하는 장면들도 있었고,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 외에 전개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또 하나,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상당히 유쾌하다는 점인데, 이번 작품은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유머 역시 여러 캐릭터들의 이해 관계에 맞게 해결하고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실제로 공감할 만큼 유머러스 하지는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캐릭터들 각자가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깊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시빌 워'의 초석이 되는 고민과 갈등이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아이언맨 2, 3'편을 거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토니 스타크의 고민과 갈등은 이번 작품에서 주요 포인트가 되며, 캡틴과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모두 마찬가지의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시간 상의 한계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중요한 고민 포인트 임에도 더 깊이 있게 비중을 둘 수는 없었던 시간적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짧은 한 편의 영화 속에서도 각각의 고민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불호 포인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같은 작품은 사실 엄청난 기대 속에 관람하기 때문이지, 객관적으로 보자면 사실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큰 손색 없이 재미있는 편이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영화들은 그 광대한 세계관을 더 많이 알면 알 수록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것도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다양한 떡밥들을 주기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구성은, 그 자체로 팬들을 위한 장치이자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어벤져스'는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흥분 포인트가 존재하는 영화다. 영화 말미에 울트론과 결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모든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여 (마치 게임처럼) 자신의 필살 공격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히어로 영화를 볼 때 기대하게 되는 바로 그 원초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특별히 궁금했던 국내 촬영 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생각보다 훨씬 분량이 많아서 사뭇 놀랐다. 그저 수 많은 로케이션 중 한 곳으로 한 두 장면 스쳐가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주요 로케이션 장소로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벌어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옥의 티라던가 (블랙 위도우의 공간 점프), 아무래도 눈과 귀에 들어올 수 밖에는 없는 한글 간판과 우리 말 대사들로 인해 소소한 영화 외 적 재미도 없지 않았다. 기존에 한국을 다뤘던 영화들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면, 서울이라는 장소를 아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오해하지도 않은, 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무언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특별한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 캐릭터 만을 두고 보았을 때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는 이것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파워와 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조금은 쉽게 (혹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린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어벤져스 멤버들과 만났을 때 대화 시퀀스의 무게감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가져갔더라면, '윈터솔져'가 그랬던 것처럼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수 있었을 텐데, 한 편으론 그러기엔 이 작품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다시 말해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완성해야 하는 기능적인 의무가 있는 동시에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독립적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또 다른 의무가 있는 영화라는, 일종의 확장성과 한계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수 많은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앞으로도 마블의 영화들이,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가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균형이 아닐까 싶다.






Blu-ray : Video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블루레이의 화질은 역시 기대했던 것답게 충분한 볼거리와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많은 CG와 다수의 렌더링 작업을 거친 영상은 블루레이 영상에서도 특별한 이질감을 주지 않고 비교적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며, 로케이션 촬영 분에서는 특히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은 작품의 성격 답게 어두운 장면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블랙의 표현력도 준수한 편이라 어두운 장면에서의 감상도 불편이 없는 편이다.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대결 장면의 경우 전혀 다른 질감과 성질의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격한 결투로 인해 더럽혀진 헐크의 피부 표현력은 더 디테일 해 졌으며 헐크버스터의 금속성 표면의 경우도 그 질감의 디테일이 확인 가능한 수준의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Blu-ray : Audio

 

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는 준수한 편이나 기본적인 볼륨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히어로가 총출동하는 첫 시퀀스에서는 사운드 측면에서 기대할 만한 다양한 조건들을 갖춘 장면이라 하겠는데, 기본적으로 세팅 된 볼륨의 레벨이 낮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날카롭거나 화려하기 보다는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 블록버스터의 화끈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은 감흥이 덜한 사운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퍼 역시 상당히 절제 된 울림을 들려주며, 채널 분리도 역시 귀가 바로 바로 반응할 만한 화려함까지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대사의 전달력은 상당히 선명하며, 밸런스 측면에서는 좀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루레이의 부가 영상으로는 조스 웨던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과 몇 가지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이 수록되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인기에 비했을 때 그리 풍부한 부가 영상은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조스 웨던 감독의 음성 해설이 이러한 아쉬움을 조금 이나마 달래준다.






제작과정 부가영상 중 첫 번째 챕터인 ‘어벤져스 : 에이즈 오브 울트론 메이킹 영상’은 약 20분 분량으로 전편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완성된 팀웍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배우들의 반가운 촬영 소감으로 시작된다. 울트론 역할을 맡은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단순히 목소리 연기 정도가 아니라 모션 캡쳐 방식으로 촬영되어 특수 수트를 입고 모든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모습은 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인 것은 물론, 제임스 스페이더라는 배우와는 쉽게 매치 시키기 어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아공에서 촬영된 헐크와 헐크버스터의 촬영 뒷이야기와 실제 이 시퀀스가 완성되기까지 사용된 다양한 효과들에 대한 소개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더 특별할 수 밖에는 없을 한국 촬영에 대한 내용도 제법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메이킹 영상 형태로 보니 서울에서 촬영한 것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The Infinite Six’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타노스 그리고 인피니티 스톤 중 영화에 등장한 4개의 스톤에 대한 각각의 짧은 소개와 함께 어떤 마블 영화 속에서 등장 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해하는 데에 유익한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Global Adventure’에서는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영국, 남아공 등의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지에 대한 내용이 짧게 수록되었다.






‘삭제 및 확장 장면’에서는 총 4개의 시퀀스가 수록되었는데 조스 웨던 감독의 음성 해설이 옵션으로 추가되어 장면에 대한 설명과 수록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다. 4가지의 삭제 장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건 토르가 노른을 만기 위해 동굴에 가는 시퀀스인데 전체적으로 어벤져스에 수록되기에는 내용이 어렵고 토르에 수록될 법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삭제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NG모음’과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또 한 번 정리하고, 앞으로 있을 ‘시빌워’를 예상할 수 있는 전개와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들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블루레이의 경우 좀 더 다양한 부가 영상 수록이 조금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어 또 한 번 ‘어벤져스’의 흥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선택에 주저할 필욘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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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The Martian, 2015)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드는 휴먼드라마



리들리 스콧이 다시 한 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돌아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화성을 배경으로 한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드라마로 돌아왔다. 맷 데이먼이 또 한 번 우주비행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기존 리들리 스콧이 우주를 다뤘던 영화들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 한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를 통해 근원에 대한 연구를 스릴러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이 영화 '마션 (The Martian, 2015)'은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등과는 달리 아주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 개인적인 시점으로 화성이라는 공간과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일종의 생존 드라마다. 홀로 화성이라는 공간에 남게 된 과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 지에 관한 보고서 혹은 일기와도 같은 내용인데, 여기서 이 영화가 다른 생존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그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이 과학자 (식물학자)라는 점이다. 많은 SF영화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설정이나 전개를 펼쳐 나가곤 하는데, 직접 검증을 다 해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마션'은 다른 무엇보다도 과학적 근거가 드라마에 바탕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걸 알 수 있었다. 즉, 실제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내용 등이 영화의 전개 과정을 위해 근거 정도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사나 설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지독한 장인인 리들리 스콧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 가운데 이론적으로 타당하면서도 드라마가 가능한 원작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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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래비티 (Gravity, 2013)'를 연상케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마션'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캐스트 어웨이'와는 달리 '마션'의 주인공 마크 (맷 데이먼)는 적극적으로 지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것 역시 지극히 과학자 적인 입장에서 현실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철저하게 계산해 생존 가능한 확률을 높이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행동에서 말미암은 최선의 선택이 바로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곳과의 연락을 통해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있어서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법과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매끄럽게 설명하는 데에 영화는 많은 공을 들인다. '마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이 같이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장면들을 묘사할 때 최대한 '왜?'에 대한 답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유머와 음악을 가미한 드라마로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을 묘사하는 전반적인 방식에서 공포와 외로움이 주가 된 것이 아닌, 희망적이고 논리적이며 유쾌함마저 느껴지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그 와중에도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가능한 확률도 분명 존재한다는 과학자로서의 믿음 (신앙적 믿음이 아닌) 때문일텐데, 영화 역시 바로 이 주인공의 심리와 분위기를 같이하며 이 외로운 싸움을 희망적이고 가능한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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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의 가장 큰 매력 중 또 다른 것은 바로 영화에 삽입 된 기가 막힌 노래들이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록과 팝 넘버들이 정말 거푸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써야할 정도로 완벽하게 녹아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신의 한수는 역시 데이빗 보위의 'Starman'을 들 수 있겠다. 단순히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하게 영화의 리듬과 맞물리는 곡인 'Starman'은 또한 내용적으로 보나 이 곡을 부른 데이빗 보위로 보나 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나중에 이 영화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이 곡이 등장하는 시퀀스를 반복적으로 자주 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영화 음악이었다. 이 밖에도 단순한 삽입곡이 인물의 설정과도 자연스럽가 녹아있는 아바의 'Waterloo'도 흥미롭고 다른 곡들도 영화의 유쾌하고 가벼운 리듬과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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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화성이라는 공간의 묘사다. 이미 여러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통해 리들리 스콧이 평소 영화를 만들 때 최대한 실제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만들고자 함은 잘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마션'에 등장하는 화성 역시 로케이션 촬영으로 착각할 만큼 실제하는 듯하고 무엇보다 몹시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있다. 이것은 조금 의도적인 것일지 모르나 영화가 그린 아름다운 화성의 모습은 확실히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두려움과 미지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 탐험해보고 싶은 욕망을 (오랜만에) 다시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해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리들리 스콧의 '마션' 역시 이제는 아무도 우주 탐험을 꿈꾸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만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인터스텔라'가 낭만적 가족드라마였다면 '마션'은 좀 더 유쾌한 과학적 수필같다. 벌써부터 블루레이로 출시 될 '마션'이 기다려진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영화 만큼이나 제작 과정이 궁금해지는 리들리 스콧의 매력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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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작 소설도 잘 나온 것 같아 빠르게 구매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2. 사운드트랙은 무조건x10 구매입니다.

3. 3D로 감상하였는데 3D로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맥스로도 개봉하면 좋을 텐데 개봉할런지 잘 모르겠네요;;

4. 그저 맷 데이먼 혼자만 나오는 (마치 '더 문'처럼)영화 같지만 유명한 배우들이 정말 여럿 등장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케이트 마라, 세바스찬 스탄 (윈터솔저), 치웨텔 에지오포 그리고 숀 빈까지. 숀 빈이 죽는지 안 죽는지는 비밀로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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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2014)

악마와 얼굴을 마주하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2014)'은 1965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군부정권 하에서 벌어진 100만명에 달하는 공산당 학살 사건을 되짚는 여정이다. 물론 당시에는 공산당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대학살이었지만 그들은 공산당이 아니었고 그저 군부정권에 반대하는 일반 국민들이었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비슷한 역사적 사건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인도네시아의 경우가 조금 다른 점이라면 독일 나치의 경우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완전히 씻어내기는 커녕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이 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오랜 시간을 들여 당시 형 람디를 끔찍하게 잃었던 아디와 함께 당시 학살을 저질렀던 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 그 정치적 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까? 관객은 이 여정에서 살아있는 악마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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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만나게 되는 여정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아디의 여정이 더 참혹한 건 형을 비롯해 수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던 이들이 아직까지도 그 때를 자랑스럽게 추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명 한 명 현재를 살고 있는 가해자들을 만날 때 마다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낯선 이방인인 조슈아의 카메라 앞에서 학살 당시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직접 몸으로 재연까지 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고 안쓰러움을 넘어서 뭐라 해야 할지 답답할 지경이다. 아직도 그들의 기억 속에는 공산당들을 처단했던 애국적인 행동인 동시에 영광스럽고 주변에 자랑할 만한 멋진 추억인 것이다.


보통 이러한 역사나 사건을 다룰 때 갖게 되는 시각은 가해자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미쳐있었던 시절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와 가해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행했던 미친 시절.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얼마나 세상이 미쳐있었던들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을 수 없다. '침묵의 시선' 속 조슈아의 카메라 앞에 선 가해자들의 얼굴에는 연민을 갖기 힘든 악마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말해 그들은 정말로 피해자들이 짐승 같은 공산당인줄로만 알았고, 미쳐버리지 않으려고 무서운 마음에 피해자의 피를 마셨다고 해도 그들의 행동을 그저 미친 시절의 벌어진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선택을 관객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하지만 직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오히려 피해자인 아디와 제 3자인 조슈아는 가해자들을 이해해보려는 마음마저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당시를 후회하며 '그 땐 어쩔 수 없었어요,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하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그 땐 왜 그렇게까지 해야했는지 모르겠네요'라며 후회라도 했으면 했을 텐데, 놀랍게도 가해자들의 입에선 왜 다 지난 일을 일부러 들춰 내냐는 화가 돌아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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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시대의 탓으로 마무리 되어서는 안된다. 앞서 영화의 시각이 객관적이라고 했지만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객관적이면 객관적일 수록 한 편에 일방적으로 서게 되어 버리는 구조다. 시대의 탓으로 돌리기엔 가해자들의 지금 태도는 물론이고 하물며 지금의 태도가 아직 진행중인 상황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참혹했던 학살은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일이라고 해도 이해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마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 번의 가해자와의 대화를 보면서 나는 진짜 악마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스스로 옳고 그름은 물론 인간성마저 쉽게 포기해 버린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은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직접적이고 극적인 작품이다. 만약 이 영화 속에 담으려 했던 진실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작았더라면 그의 연출 방식에 수긍하지 못했을 정도로, '침묵의 시선'은 그 어떤 극영화보다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며 공포스럽다. 사실 영화 초반만 해도 자신이 피해자의 가족임을 숨기고 가해자들을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가해자들이 현재 어떤 가치관으로 살고 있고 당시를 어떤 식으로 기억하고 있는 지를 (그야말로)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일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디와 조슈아의 여정은 그것보다 훨씬 직접적이었다. 아디는 점점 그들이 불쾌해 할 정도로 질문의 강도를 높여가고, 나중엔 자신이 당신이 당시 학살했던 이의 동생이라는 점을 그 앞에서 밝히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가족 가운데 당시 학살에 가담했던 이를 찾아가 직접적으로 되묻기까지 한다. 어떤 주먹질도 총칼도 등장하지 않지만 이 대화 장면은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죄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 수긍하지 못할 뻔한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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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있는데, 점차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침묵의 시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한 편으론 기획과 연출이 직접적으로 가미 된 작품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과연 이것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가둬둘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진실과 사건 그리고 사람이 담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차라리 이 이야기가 픽션이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였다. 이 충격적인 역사를 아주 조용하지만 용기있게 거슬러 올라가는 아디는 차라리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이기를 바랬을 정도로, 이 진실은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아디가 용기를 내면 낼 수록 더 겁이 났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인도네시아의 참혹한 역사가 전혀 남의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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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가해자였던 일본과 더 질이 나쁜 권력 세력이었던 친일파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슬픈 역사를 지닌, 아니 진행중인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당시를 추억하며 그 끔찍한 학살이 이뤄진 스네이크 강 앞에서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보았을 땐, 기가 차는 것과 동시에 친일 행위를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정당화 하려는 친일파 세력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아디처럼 이 악마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실을 되물을 수 있을까. 그런 용기를 갖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소한 내가 그런 용기를 갖지 못하더라도 그 용기가 정의로운 행동이고 응원할 수 있는 양심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1. 이 작품 보다 먼저 제작되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감독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은 미처 못보았는데, 꼭 찾아 봐야겠네요 (국내에 정식으로 플레인에서 블루레이로도 출시 예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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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이다 (Ida, blu-ray by Plain)

내면의 소용돌이주목하라



시놉시스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소녀 ‘안나’는 수녀가 되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찾아 간다. 하지만 이모는 ‘안나’가 유대인이며 본명은 ‘이다’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진 ‘이다’ 그리고 이모 ‘완다’는 자신들의 가족사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동행을 시작하는데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의 '이다 (Ida, 2013)'는 그의 조국인 폴란드가 갖고 있는 아픈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 고요하고 강렬한 작품이다. 최근 천만 관객을 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보면서도 새삼 느꼈던 바이지만,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과정적으로나 (특히) 결론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그 메시지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다른 이야기에 녹여 내거나 다른 큰 이야기의 그림자로서 등장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다'의 시놉시스는 아주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다'라는 제목도 그렇고 수녀복을 입고 있는 이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의 이미지는 얼핏 이 작품을 수녀 서원을 앞둔 이다 라는 한 소녀의 불안함과 고민을 다룬 이야기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다 못지 않게 완다 라는 그녀의 이모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드러나는 이미지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영화는 분명 두 명의 여성에 관한 동등한 비중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이다와 완다가 각각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다는 시놉시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수녀가 되기 직전 영화 속 여정을 통해 자신이 유대인이며 '이다'가 본명이고, 자신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완다는 어느 날 찾아온 이다로 인해 (아마도)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을 과거에 대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둘의 여정은 정반대의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다는 일종의 무지의 시점에서 출발해 하나씩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겪어 가는 여정이라면, 완다의 경우는 과거를 되짚음으로서 다시 한 번 과거에 대해 스스로 평가 혹은 속죄 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여정은 혈연 관계라는 것보다 역사의 아픔에 더 깊게 관여되어 있다. 사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긴 했지만 그 가운데 폴란드의 이야기는 물론 자세한 역사적 진실까지 알고 있기는 쉽지 않은데, 나는 우연히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보게 된 바로 몇 시간 전에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폴란드 인으로서 홀로코스트를 겪었던 이야기에 대한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쉬운 편이었는데,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의 기본적인 내용 만이라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다'는 정치적, 역사적 근거에 초점을 두고 이를 파해치려는 다큐멘터리 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 아니다. 이는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의 정체성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폴란드인이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폴란드를 떠나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영국에 정착한 경우라 스스로도 폴란드인으로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시도를 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조심스럽게 마치 영화 속 이다의 모습처럼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담담히 그려내고자 한 쪽에 가까웠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감독의 이러한 정체성이 영화에 아주 강한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을 재차 하게 되었는데, 만약 그가 폴란드인으로서 뿌리 깊은 정체성의 인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오히려 완다라는 캐릭터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였거나, 이다라는 캐릭터를 훨씬 더 활동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홀로코스트라는, 결코 그 앞에서 담담해지기 힘든 아픈 과거를 다루면서도 그 갈등과 분노와 아픔을 모든 인물들이 내면의 소용돌이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인데, 만약 화자의 입장에 있는 감독이 더 당사자 혹은 피해자의 입장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영상미와 정성이 느껴지는 블루레이


흑백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탠다드 비율로 촬영 된 영화라는 점은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다'의 독특한 화면 비율은 단순한 영상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탠다드 비율의 영상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볼 점이라면 영화가 인물을 화면의 어느 위치에 두느냐 일텐데, '이다'의 스탠다드 영상은 대부분 인물을 중심의 주변에 머물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운데에 두기 보다는 가장 자리나 한 쪽으로 치우친 곳에 두면서 (특히 이다의 경우), 이다가 이 여정의 중심에 서 있기 보다는 계속 조심스럽고 주변에 머물고 있음을 암시하고자 하는 듯 했다. 이러한 카메라 워크는 앞서 언급한 감독이 이 영화를 대하는 시선에 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많은 블루레이 유저들은 흑백 영상에 더군다나 스탠다드 비율이라고 했을 때 블루레이로서 화질이나 보는 재미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을 수 있는데, 그 생각은 아마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부터 깨지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도 어떤 흑백 버전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마도 '미스트' 혹은 '마더' 였을 듯) 블루레이의 장점이 꼭 필요한 영화가 바로 흑백 영화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이다'를 보면서 여러 순간 감탄을 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표현되는 흑백의 영상미는 고혹적이었다. 올해도 정말 영상미가 돋보이는 여러 영화들을 봤지만 영상미 측면만 보자면 흑백과 스탠다드 영상으로 그려낸 '이다'가 올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카메라가 어떤 움직임도 갖고 있지 않는대도 그 어떤 영화보다 절제 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흑백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질감과 대비는 어떤 수사적 표현을 더하기 이전에 그냥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확실히 블루레이로 볼 때 더 효과적이었다.





플레인의 블루레이 퀄리티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 '이다'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음에도 또 말하고 싶어지는 정도의 퀄리티라고 하면 딱 설명이 될 듯 하다. 최근 플레인에서는 소비자의 더 효과적인 선택을 위해 A,B 타입으로 커버를 다르게 출시하곤 하는데, 만약 내가 이 작품을 극장 개봉시 보았더라면 아마 A타입의 커버가 아니라 B타입을 선택하거나 둘 다 구입했었을 것이다. 단순 디자인 측면만 보자면 이다의 이미지가 깔끔하게 담긴 A타입이 더 취향이기는 한데, 후면의 디자인을 보았을 때 완다가 등장하는 B타입 후면의 이미지는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기에, 이 후면의 이미지만으로도 B타입을 선택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건 디자인 A타입)


처음 미니 사이즈 영화카드가 담긴 봉투에 인장 처리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 작업이 티저에 그치지 않을까 했었는데 (왜냐하면 수백장을 직접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 작업이 얼마나 필요 이상의 디테일이 필요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 그치기는 커녕 계속 발전하고 있는 듯 했다. 컬러 역시 작품 이미지와 통일성을 주기 위해 핑크색을 선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통은 이 인장 부분을 그대로 뜯지만 이번엔 도저히 아까워서 그럴 수 없었기에 봉투 옆부분을 개봉하는 방식으로 이 인장을 100% 보존하는 쪽으로 소장을 결정했다. 소책자에는 평소 씨네 21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인상 깊게 읽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 수석 프로그래머김성욱 님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 무엇보다 유익했다.





이번 블루레이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이 바로 가변 자막인데, 영화 자체가 스탠다드 화면비로 제작 된 영상이라 가변 자막의 이슈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점을 실제로 타이틀에 적용하여 제공한 것은 플레인의 정성이라고 분명 말할 수 있겠다. 스탠다드 화면비의 영상에 이 작품처럼 인물을 영상의 중앙이 아니라 대부분 가장 자리, 특히 아래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자막이 인물의 얼굴에 직접적으로 매번 겹쳐지게 되기 때문에 자막으로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경우 100%의 영화를 즐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건 보통의 영미 감독들은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폴란드 출신인 파웰 파울리코우스키의 경우 나중이기는 했지만 제작 과정 중에 '나중에 자막이 문제가 되겠구나'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대사 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배우의 얼굴이 대부분 가려지고, 또한 자막과 겹침으로서 표정을 함께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다'에 가변 자막은 필수적인 요소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텐데, 이번 플레인의 '이다' 블루레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는 가변 자막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고정 자막도 함께 수록해 선태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변 자막이 물론 편의를 위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일부 관객의 경우엔 그래도 고정 자막을 선호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두 버전 모두를 수록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가변 자막을 선호하면서도 이를 선택했을 경우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요소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측면이 있는데, 가변 자막을 선택하게 될 경우 일부 장면에서 자막이 일종의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일종의 연출이 발생하게 되, 해당 장면에서 원치 않은 이미지나 인상을 받게 될 수도 있기에 가변 자막은 대부분 장점이 부각되지만, 극히 소수나마 단점도 존재하는 편이다.




(가변 자막은 아주 드물게 위의 장면처럼 자막의 위치가 곧 또 다른 이미지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저 위치 말고는 자막을 넣을 곳이 없다는게 함정)


이동진 평론가의 로컬 음성해설과 부가영상들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현재 국내에서 로컬 타이틀 만을 위해 부가영상을 특별히 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로컬 부가영상을 별도로 제작을 꿈꾸기 이전에 해외 판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온전히 수록하는 것도 제작비 등의 문제로 인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은 편이다. 해외 영화의 경우 국내에서 별도의 부가영상을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여건상 불가능한 경우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론가나 감독 등이 참여하는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한다는 것은 정말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오버 투자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플레인은 이러한 노력을 서서히 계속해 가고 있다. 곧 발매될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의 경우 류승완 감독과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하였고, 워낙 공을 오래 들이는 탓에 계획보다는 출시가 늦어지고 있지만 (아마도) 최고의 판본이 될 '올드보이' 블루레이의 경우 부가영상만을 위해 거의 다큐멘터리 영화 급의 영상을 따로 제작했을 정도다. 조금이나마 사정을 아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러한 로컬 부가영상, 음성해설 등의 제작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 편으론 쓸데없는 고퀄리티로 부르고 싶을 정도로 체감하는 것 이상의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내가 '이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번 '이다' 블루레이 역시 이동진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이 블루레이 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수록되었는데, 위에 언급한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영화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가 설명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다. '이다'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전체적으로 그리 풍성한 양은 아니지만, 이를 보완하는 로컬 음성해설의 특별 수록으로 전반적인 타이틀의 소장 가치가 더해진 느낌이다.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2013년 10월 BFI 런던영화제에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 수록되었는데, 진행자와 관객들의 여러 질문들에 대한 감독의 답변들을 통해 영화 제작과정과 뒷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극 중 완다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는 뒷이야기와 젊은 수녀와 한물간 마르크스 주의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은 처음부터 흑백화면과 스탠다드의 화면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일부러 움직임을 최소화 한 영화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카메라 워크도 마찬가지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인상적인 촬영을 맡은 촬영감독이 원래 캐스팅 된 이가 아니라 본래 촬영감독이 촬영 첫날 아파서 부득이하게 교체해야 하는 바람에 다른 대책이 없어서 급하게 어린 카메라 오퍼레이터였던 루카즈(지금의 촬영감독)에게 맡기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또 한 번 우연의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밖에 '메이킹 영상'에서는 약 11분 분량의 영상으로 감독과 제작자의 인터뷰가 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남자 배우인 다비드 오그로드닉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극중 색소폰 연주자로 등장하는 그가 실제로도 연주가 가능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두 여자 주인공의 인터뷰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두 캐릭터(배우)를 영화 속에만 남겨두고자 하는 감독의 바람이 적용된 듯 한 느낌이라 묘하게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였다.





'이다'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시기가 시기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 우리도 이런 식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아내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점이었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해 현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까지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역사를 처음 받아들이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다'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 완성도 높은 블루레이로 꼭 한 번씩 감상하시길.


이다 블루레이 구입처

http://plainarchive.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56&cate_no=1&display_group=2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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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Ant-Man, 2015)

평범해서 기대되는 마블의 새로운 영웅



아마도 원작 그래픽 노블의 홍보 문구였던 것 같은데, '나도 드디어 앤트맨의 팬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라는 식의 멘트였다. 그 만큼 '앤트맨 (Ant-Man, 2015)'의 영화화 에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여러 작품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앤트맨은 비교적 평범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화 된 마블 히어로들 가운데 비슷한 캐릭터를 꼽자면 스파이더맨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처해 있는 주인공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진행되던 최첨단 과학기술과의 우연한 만남과 사고로 인해 발생하고 전개되는 '앤트맨'은, 확실히 '아이언맨'이나 '토르' '캡틴 아메리카'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또 다른 마블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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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처음엔 그랬지만 그보다도 폴 러드가 마블의 새로운 영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땐 적지 않게 놀랐었다.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를 비롯해 그가 다른 영화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캐릭터는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였기에 그가 일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 다고 해도 제법 놀랐을 텐데, 그냥 액션 영화도 아닌 마블 히어로를 연기한다고 했을 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앤트맨'을 보고나서는 어느 정도 그의 캐스팅에 대해 수긍이 되는 점이 있었다. '앤트맨'은 확실히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개인적으로나 그가 처한 현실을 봐서도 매우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 적 요소가 강조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폴 러드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는 헬멧을 착용한 채로 이뤄지는 점도 두 가지 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요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롭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캐릭터답게 재미 만큼이나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앤트맨'은 나쁘지 않은 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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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화 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가 그 독립적인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앤트맨' 역시 '앤트맨'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 만큼이나 그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시빌워'의 갈등 전개로 보았을 때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앤트맨'은 그가 어떠한 능력치를 갖고 있고, 그 능력치로 인해 어떠한 미션 수행이나 다른 히어로들과의 상성 측면에서 어떠한 구도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기에 충분한 근거를 담고 있다. 사실 다른 마블의 속편들을 이야기할 때도 몇 번 이야기했었지만 (특히 '토르 2'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면서 일부 속편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이 세계관의 구성을 위해 재료로서 존재하는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는데, '앤트맨'도 그 편에 더 가깝다. 이것은 '앤트맨'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으로 관객들이 어떠한 기대를 갖고 이 작품을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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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작품의 성격으로 보자면 '앤트맨'은 단순히 작아지는 것이 능력 이상의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는 흥미로운 액션 영화였다. 처음 '앤트맨'을 알게 되고 나서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곤충 크기로 작아지는 것이 능력이라기보다는 핸디캡에 가깝지 않나 싶었던 생각 때문이었는데, 물론 작아지는 것이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작아지는 만큼 본래 크기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능력 발휘가 가능한 지점이 있었고, 곤충 크기로만 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설득력도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다. 사실 '앤트맨'에 가장 우려했던 점은 혹시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에서 '애들이 줄었어요'가 연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실제 비슷한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그 일상이 거대해지는 장면들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을 최대한 지양한 연출로 인해 여기서 오는 코믹함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설정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화 한 장면들 (이를테면 크기가 작아지는 앤트맨은 물론, 모든 사물을 작게 혹은 크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활용되는 장면)은 특별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있어,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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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앤트맨'은 세계를 구한다는 정의감이나 대의가 아닌 그저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소소한, 하지만 위대한 마음을 묘사하는 소시민 영웅인 동시에, 신체를 마음대로 작게 만들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평범한 현실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영화이자 캐릭터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독립적 작품으로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도 곧 다가올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새삼 느끼지만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래서 매력적인 것 같다. 서로 보완하고, 서로 영향 받는.



1. 쿠키 장면이 2개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장면은 '시빌 워'에 대한 직접적 내용을 담고 있죠.

2. 미드에서 만났던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더군요.

3. 돌비애트모스로 관람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짧게 한 번 더 쓸 예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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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2015)

어쩌면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어느 덧 첫 작품을 시작한지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본래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화가 되면서 좀 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액션 스파이물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로그네이션'은 브래드 버드가 연출했던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에 비해 좀 더 오리지널로 돌아간 듯한 각본과 구성, 팀웍 그리고 마인드를 가진 작품이었다. 매번 감독을 달리 하며 변화를 추구해 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던 '잭 리처'를 연출했었고, '작전명 발키리'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 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의 각본을 함께 작업했었던 크리스토퍼 맥쿼리였다. 맥쿼리가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흡사 007 시리즈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 스파이 액션 영화로서의 브랜드 가치랄까. 연속성을 말하고자 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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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액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톰 크루즈는 실제하는 액션을 통해 관객이 에단 헌트와 함께 그 피로함과 고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미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된 비행기 액션씬은 물론이고, 카체이스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오토바이 추격전을 보면 연출 측면에서도 화려한 카메라워크를 통한 것이 아닌, 관객이 눈으로 보고 그 속도감과 리듬감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액션 장면에서 톰 크루즈가 얼굴까지 인식 가능한 구도로 촬영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스턴트맨이 아니라 톰 크루즈가 직접 하고 있는거에요!'라고 전달하고자 함이 목적이 아닌, 그 단계를 넘어서 그 액션 가운데 에단 헌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매력 중 하나다. 참고로, 얼핏 들은 정보로는 수중 장면 촬영을 위해 톰 크루즈가 실제로 숨을 오래 참는 훈련을 해서 믿기 힘들 정도의 시간을 참아 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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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서 강하게 느껴진 점은, 그가 무엇보다 스파이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점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화면의 느낌, 촬영 기법을 통해서 먼저 발견되었는데, 아무래도 블루레이 리뷰를 오래 하다보니 본능적으로 영화를 볼 때 화질에 반응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최신작이자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느낌보다는, 필름의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과 포커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화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는 느낌에 있어서 마치 시리즈의 1편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보다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금 답답함마저 줄 수 있는 촬영 방식은, 이야기 중심적인 영화에 더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니고, 장면 마다 차이가 있으며 특히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에 맞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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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로그네이션'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자리매김은 그대로 이어가는 동시에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더 강조하려는,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20년 가깝게 연속되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자 함이 느껴졌는데, 물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IMF라는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로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디어 '팀'이 제대로 완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사실상의 연속성은 크게 없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JJ 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부터 출연한 벤지 (사이먼 페그)와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 부터 출연한 브랜트 (제레미 레너)가 시리즈를 통틀어 에단 헌트와 함께 유일하게 모두 등장하고 있는 루터 (빙 라메즈)와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팀을, 그러니까 매 시리즈마다 조직되는 팀이 아니라 연속성이 있는 팀이 비로소 구성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과 인물들의 구성만 보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번 '로그네이션'에서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전작에서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극 중 루터의 대사처럼 아직 100%를 믿기는 어려웠던 브랜트를 진정한 팀으로 신뢰하게 되는 미션이자, 벤지 역시 단순한 기술지원 멤버로서가 참여하는 미션이 아니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벤지의 경우 비중 면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벤지와 루터의 대사처럼 이들이 단순히 에단 헌트와 같은 팀이 아닌 친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가볍지 않음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일사 캐릭터가 여지를 남겨두면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팀의 구조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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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톰 크루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레베카 퍼거슨이었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가 아군이던 적군이던 간에 '여성' 캐릭터로서만 기능을 하는 것에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그녀가 연기한 일사는 거의 헌트와 투톱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자신 만의 이야기와 독립적으로 활동 가능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특히 여기에는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배우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마치 80년대 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마스크와 묘한 미소를 갖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로그네이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해 내는데에 가장 큰 매개체 중 하나였다.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속편에서도 일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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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갖고 있던 매력이 조금은 상쇄된 부분이라 하겠는데, 이 시리즈만의 장점이자 관객들을 안달나서 미치게 만들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는 메인 테마곡을 활용한 시퀀스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전작들을 떠올려 보면 그 유명한 메인 테마곡이 흐를 때 마치 안무처럼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던 시퀀스들의 임팩트가 하나 같이 전부 대단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정도의 임팩트를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미 테마가 흘러나올 때 소름은 돋기 시작했지만 그 소름의 지속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달까.


톰 크루즈를 톰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50이 넘은 그가 에단 헌트로 언제까지 더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몇 해 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니 오히려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갑게 느껴졌다. 새로운 시리즈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기대감과 잠재력을 모두 발견했으니 말이다.



1. 초반 투란도트 시퀀스는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그 와중에도 나중에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사운드가 끝내 주겠다는 기대를 했다는.


2. 아무리 해도 에단 헌트가 입에 안붙어요 ㅋ 시리즈 1편에 존 보이트가 자신의 손을 보며 '이든.....이든....'하던게 너무 강렬해서 그 뒤부터는 어떤 한글 표기가 와도 그냥 '이든 헌트'가 입에 착착 붙는다는.


3. 중국 영화사와 자본이 투입된 것 같은데, 미션 임파서블에서 중국영화사 로고를 보니 조금 당황되기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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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덜리스 (Rudderless, 2014)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



빌리 크루덥이 수염 덥수룩한 얼굴로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이미지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었던 영화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음악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꼭 봐야지 싶었던 영화는 반대로 그랬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보게 되었는데, 조금은 특별한 음악 영화였다. 아내와 이혼한 주인공 샘 (빌리 크루덥)은 다니는 광고 회사에서 중요한 계약을 따낸 뒤 바로 아들에게 전화해 만나고자 약속하지만, 아들은 약속 장소에 나오지 못하고 그 이유는 놀랍게도 아들이 다니는 대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사건으로 인해 아들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임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사건이 벌어진지 2년 뒤의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들을 그렇게 잃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샘의 이야기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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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가 중후반부까지 숨기고자 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도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사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러덜리스'를 통해 기대되었던 부분은 음악 영화로서의 지점이었기 때문에 그런 맥락으로만 영화를 감상하다가, 말미에 가서야 숨겨왔던 진실을 꺼내 놓았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였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이 영화가 전혀 다른 의미의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표면적인 내러티브 측면으로 보자면 '러덜리스'는 몹시 불친절하고 부자연스러운 작품이다. 앞서 이 총기 사건을 겪기 전까지의 짧은 프롤로그는 그 이전의 가족 관계를 예상하기에 결코 친절하지 않으며, 아들을 잃은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그 사건을 묘사하는 비중은 아주 짧고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로 2년 뒤의 시점에서. 어쩌면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그 간 짧게 표현되었던 사건과 시간들이 이후 인물들에게 바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형태도 아니다. 샘은 잘 나가던 광고 회사의 중역에서 떠돌이 페인트공이 될 정도로 삶이 변화하였지만, 과거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오히려 그냥 이미 지금의 현실에 제법 익숙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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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영화는 그다지 친절한 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말미에 그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마찬가지고, 영화가 스스로 마무리 짓는 방식 역시 그러하다. '러덜리스'는 그 여백을 음악의 힘이 채워준다고 굳게 믿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아무 설명 없이 아들이 기숙사 방에서 직접 쓴 곡을 녹음하는 장면의 인트로 부분도 그렇고, 이후 샘이 쿠엔틴 (안톤 옐친)과 우연히 만나 밴드를 결성해 연주하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러덜리스'의 인물들은 저마다 충분히 대사나 지문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전달하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 때문일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자 좋았던 연출은 후반부 샘이 홀로 남아 클럽에서 곡을 노래하는 장면이었다. 보통의 다른 영화였다면 이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사전 설명이 필요함은 물론, 이 순간의 감정을 극적인 연기나 또 다른 사건으로 풀었어야 가능했을텐데, '러덜리스'는 아주 덤덤한, 정말 아주 덤덤한 노래 한 곡으로 완벽에 가깝게 묘사해 냈다. 그리고 더 괜찮았던건, 과연 이런 샘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 역시, 클럽 내 사람들의 디테일한 반응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반응이 영화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위로도 비난도 아닌 그저 슬픔이랄까. 그 말로 하기 어려운 주변의 반응과 이 한 가운데에서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샘의 심정을 묘사해 낸 이 시퀀스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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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러덜리스'는 영화 스스로가 음악이라는 것의 힘을 믿고, 많은 여백과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과감히 던져 놓은 것이 무척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 같은 사건을 주제로 음악 영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더라면, 그건 그 나름대로 생각해 볼만한 그리고 더 격정적인 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덜리스'는 그저 노래하는 것 만으로 그 복잡미묘한 감정의 심연을 묘사해 냈다. 바로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로 말이다.



1. 처음엔 '어? 윌리엄 H.머시도 출연하네?'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감독이더군요. 그가 감독을 한 장편 영화는 이 작품이 첫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 그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주저 없이 보게 될 것 같네요. 기획과 각본에 까지 참여했네요.


2.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나오기로 확정되었죠, 플레인에서!) 극 중 아들의 음악 노트를 컨셉으로 책자가 만들어 지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주요 수록곡 코드 악보도 넣고.


3. 며칠 째 이 사운드 트랙만 듣는 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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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마키나 _ 블루레이 리뷰 (Ex Machina, Blu-ray review)
인공 지능에 관한 깊은 반복의 결과물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와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미고' 등의 각본을 담당했던 알렉스 갈렌드 감독의 ’엑스마키나 (Ex Machina, 2015)’는 한 편으론 이젠 지루하리 만큼 다양한 영화와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인공 지능 (A.I)에 관한 이야기로서 그 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작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럼에도 (그러니까 그런 비슷한 설정에 완전히 익숙한 관객들을 상대로도) 볼 만한 SF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렉스 갈렌드라는 이름을 주목했던 이들이라면 ’엑스마키나'에 대한 기대가 조금 더 컸을 텐데, 그가 각본에 참여했던 작품들을 살펴보자면 대니 보일과 함께 한 ’28일 후' ‘선샤인'을 비롯해 2010년 ’네버 렛미고'와 2012년 ’저지 드레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공통되는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미고'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그 질문과 유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엑스마키나'를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같이 알렉스 갈렌드의 ’엑스 마키나'는 인공 지능을 주제로 한 수 많은 SF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화두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 시키는 매력적인 SF 영화라 하겠다.






앞서 언급 하였듯이 ’엑스마키나'의 주 된 내용은 인간과 로봇, 그리고 인공 지능으로 인해 던져 진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관한 것이다. 많은 인공 지능을 다룬 영화들이 인공 지능으로 탄생한 로봇 스스로가 본인을 인간과 다른 존재로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는 것까지 겪는 갈등 혹은 혼란을 주로 등장 시키는데, ‘엑스마키나'의 인공 지능인 ’에이바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미 겉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스로가 인간과 다른 로봇임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런 영화의 선택은 관객에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또 다른 혼란을 주는데, 바로 확실한 인공 지능인 에이바를 제외한 극 중 인간 캐릭터들이 과연 정말 인간인가? 라는 점이다. 리들리 스콧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가 비슷한 설정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엑스마키나'는 그 자체에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같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흥미를 더한다.






‘엑스마키나'의 매력은 각본을 썼던 전작 ’네버 렛미고'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볼거리나 충격적인 반전, 극적인 전개 보다는, 오히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그래서 더 섬세한 감각을 곤두서게 하는 분위기와 그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의 표정과 눈빛들이다. 

 

이 작품에서 역시 최소한의 공간을 배경으로 최소한의 캐릭터 만을 등장 시키는 미니멀 한 구조를 보여주는데, 특히 주요 배경이 되는 공간의 구성 역시 미래적이면서도 심플함이 강조되어 있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 낸다. 특히 알렉스 갈렌드는 인공 지능이라는 최첨단의 미래 기술과 대자연이라는 배경을 자주 교차 시키면서, 고요한 가운데 결코 무시 못할 리듬 감을 만들어 낸다. 결론적으로 ’엑스마키나'는 인공 지능이라는 주제에 대한 반복 적인 고찰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을, 자극적인 방식보다는 본질을 최대한 이해 시키고자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버리는 것에 집중한,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SF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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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Video & Audio

 

블루레이 화질의 경우 영상미 자체에 덕을 많이 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엑스마키나' 같은 작품은 마치 톰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의 경우 처럼, 최상급의 화질이 받쳐 주면 더 배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싸늘할 만큼의 차가움과 금속 특유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느끼기엔 화질이 아쉬운 편이다.







실내 장면에서는 칼 같이 날카로운 선예도를 보여주고, 실외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나무 하나 하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을 수록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영상의 명료함이 부족해졌다. 선예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수준이지만 작품의 특성상 그 느낌을 배로 살려줄 수 있는 칼같은 화질이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 듯 하다.





하지만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일단 생각보다 체감할 수 있는 장면 (액션 중심의)이 많지 않음에도, 에이바를 비롯해 네이든의 비밀 연구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미래적 사운드는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 되고 있으며,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 음악 역시 사운드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강약이 조절되고 있어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디테일 한 사운드적 쾌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영화 중반 잠깐의 댄스 타임(?)에서 등장하는 사운드는, 마치 극 중 네이든의 연구소 내의 시스템 수준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잠시 나마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을 선사한다. 전반적으로 사운드의 구성 및 퀄리티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라 하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엑스마키나'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은 단촐한 편이다. 총 5개의 메뉴로 제공되며 각각 5분이 채 안되는 영상으로, 좀 더 다양한 뒷 이야기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듯 하다. ‘The Story’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줄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가 담겨 있으며, ‘The Cast’에서는 작품에 출연한 돔놀 글리슨과 오스카 아이삭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등장하여 각 캐릭터들에 대한 짧은 소개를 들려준다.






‘The Design’에서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최고급 수준의 디자인을 구현해야 했던 내용 때문에 더 고심해야 했던 로케이션지 선택과 내부 연구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으며, ‘Creating AVA’를 통해서는 에이바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짧지만 다양한 컨셉 영상과 과정 소개가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The Turing Test’에서는 영화의 주된 소재이기도 한 튜링 테스트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총평] 알렉스 갈렌드 감독의 ’엑스마키나'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소개 되었던 인공 지능과 관련된 화두를 또 한 번 담아낸 작품이다. 기존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들과 아주 다른 이야기 혹은 전혀 다른 반전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그 무조건 적인 새로움 보다는 근본에 충실하여 인공 지능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 가치관의 혼란과 긴장을 집중력 있게 표현하는 데에 성공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관련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작지만 매력 있는 ’엑스마키나'를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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