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원스의 그와 그녀, 그대로의 이야기



영화 '원스 (Once, 2007)'의 두 주인공 '그' 글랜 한사드와 '그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Swell Season'을 보았다. 참고로 Swell Season은 이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한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는 좀 더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 '원스 어게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후속편으로 알고 있기도;;;). 개인적으로 영화 '원스'로 인해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글렌 한사드가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더 플레임즈 (The Flames)'의 앨범들과 그녀와 함께한 The Swell Season의 앨범 그리고 이들의 내한공연에도 다녀왔으며, 이후 마르케타의 솔로 앨범 'Anar'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 영화 'The Swell Season'은 음악적인 이야기보다는 바로 그와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영화 '원스' 역시 실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에 비하면 완전한 극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영화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원스'였다면, '스웰 시즌'은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서 음악만 해오던 남자 글렌 한사드와 체코에서 역시 소박하게 음악만을 해오던 한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이 영화로 인해 전 세계인에게 주목 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광의 수상자가 된 이후, 그들이 겪게 된 새로운 변화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이야기가 단순히 급작스러운 성공 후에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단정짓기엔, 이들에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글렌과 마르케타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이 성공이 둘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연인에서 친구로 남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음악보다 남녀간의 이야기가 더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정도로 스타가 되었음에도 아직 '스타'라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답게, 극 중 예상치도 못하게 훌렁 옷을 벗어던지는 마르케타의 모습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한,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다큐는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라기 보단 만들어진 극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쨋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들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카메라를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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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국 이 이야기는 둘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다시 둘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각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 말만 보면 마치 만나고 헤어지는 것만에 대한 영화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둘 사이에는 그것이 위로이던 분노이던 간에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있고, 영화는 그와 그녀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음악에 대한 의미까지 조용히 담아낸다. 영화 '스웰 시즌'은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 비해서도 굉장히 심심한 구성, 그러니까 별로 극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데 아마도 이 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며, 보편성을 갖을 수도 있지만 그럴려고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픈 나로서는, 좀 더 그들을 알게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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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마지막 스샷. 실제로 내한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 때의 시작도 저 레파토리였죠. 마이크를 빌리지 않고 기타도 앰프와 연결하지 않은 채, 글렌 한사드가 홀로 무대에 나와 'Say it to me now'를 열창하던... 그 때의 감동이 떠오르더군요 ㅠ


2. 스웰 시즌 내한공연 후기는 여기서 - http://www.realfolkblues.co.kr/844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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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이었던가. 이 때 내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턱 밑까지 차다 못해 혀끝으로 뛰쳐나오기 직전이었던 이 때. 내게는 2007년 최고의 영화였던 <원스 (Once)>의 주인공이자, 이미 음반으로 더욱 익숙해진 존재이기도 했던 그들 'The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려왔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도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돈이 어찌되었던 누리고 보자는 성격인 나는 이들의 공연에 한치에 주저함도 없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예매 시작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예매를 하기에 이르렀다(할부는 아직도 계속된다!!). 2007년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 주인공들의 내한 공연 이라고는 하지만, 이 당시 비슷한 시기에 예매를 했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 보자면, 내가 The Swell Season의 공연을 택한 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들 가운데는 거의 10년을 기다려온 Jamiroquai의 내한공연 관람 포기가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이토록 기다려왔던 그들의 공연이 바로 어제와 그제 이틀간에 걸쳐 있었다. 나는 18일(일)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공연장인 세종문화 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일종의 포토존에 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주 조금 실감할 수 있었다. 아, 참고로 이번 내한 공연을 한 The Swell Season은 잘 알려졌다시피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로 이뤄진 프로젝트 밴드이며, 영화 사운드 트랙 외에도 앨범을 따로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이들 외에 글렌 한사드가 소속된 아일랜드의 인기밴드 '더 플레임즈 (The Frames)'도 함께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의미가 깊었던 공연이었다. 사실 영화 <원스>를 접하기 이전부터 플레임즈를 알고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던 나로서는,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저번 bjork 내한공연 때 기념 티셔츠를 공연 끝나고 사야지 했다가는 결국 못사고 말았던 기억을 되살려, 이날은 도착하자마자 티셔츠 부터 구매했다. 아, 그리고 내한공연 기념 포스터도 추가로 구매했다. 그런데 구매하려고 보니 현금이 모자라 세종문화회관 밖의 인출기로 향했는데, 근처 일식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모여있길래 보았더니, 다름 아닌 글렌 한사드가 일행과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부터 나는 마치 파파라치 같은 습성을 스스로 자극하여 그의 모습을 밀착 촬영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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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이렇게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의외의 장소에서 글렌 한사드를 만나 크게 동요되기 시작한 내 심장은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더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연장 내부의 모습은 대략 이러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려했던 것처럼 이들의 공연과 세종문화회관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사운드 자체가 별로 좋지 못했는데, 피아노를 비롯한 대부분의 악기들을 단순히 볼륨만 강조하다보니 전체적인 사운드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았고, 몇몇 곡에서는 귀가 불편할 정도였다. 그리고 스탠딩이 아니라 좌석제인 점도 불만스러운 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클래식 공연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암묵적으로 전하는 공연장의 구조가 불만스러웠다 해야겠다. 지난해 펜타포트에 플레임즈가 내한한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이들의 음악을 2시간 내내 의자에 앉아서만 관람하려니 역시나 좀이 쑤실 수 밖에는 없었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활동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공연을 함께 즐긴다기 보다는 이들의 일방적인 공연을 그저 감상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물론 감상만으로도 황홀하지만 @@). 아마도 스탠딩으로 이뤄지는 다른 공연 이었다면 더 자연스럽게 노래들을 따라부를 수 있었을 것이고, 더 크게 호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게 흐르다보니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여튼 아쉬운 점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 날 공연에는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의 첫 장면이 가장 인상깊지 않았나 싶다. 길거리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며 절규하듯 노래하는 영화 <원스>의 첫 장면처럼, 자신이 아끼는 낡은 기타를 홀연히 들고 나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기타반주 만에 의지하여 'Say It To Me Now'를 불러주었는데, 아, 절로 소름이 돋았다. 글렌 한사드의 매력은 서정적인 감성과 폭발하듯 터지는 가창력이라 할 수 있는데, 세종문화회관을 몇 바퀴는 돌고도 남을 가창력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이 곡의 임팩트는 실로 대단했다.




노래가 끝나고 짧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한 글렌 한사드의 옆으로 빨간색 치마를 입은 마르케타가 걸어나왔다. 초반에는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곡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Lies'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전 영화를 인상 깊게 보고 난 이후에 한동안은 유튜브를 전전하며 이들의 공연 클립들을 일일이 다 찾아 하나하나 감상했던 때가 있었는데, 실제 눈 앞에서 글렌과 마르케타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꿈만 같았다. 영화에 수록된 곡 외에 'This Low', 'The Moon'같은 Swell Season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연주하였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영화에 수록된 곡들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When You Mind's Made Up'이 이어지고, 그 다음에는 '원, 투'하는 곡 시작 전 글렌의 준비 신호마저 외워버린 곡 'Falling Slowly'가 드디어 연주되었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부족한 실력으로 연주도 해보고 했던 곡이라 특히 기대되기도 했는데, 정말 수천번도 더 듣고 본 노래와 장면이지만, 또 한 번 감동스러울 뿐이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글렌이 곡 중간중간마다 곡에 담긴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참 '착한' 그들처럼 노래 속에 담긴 메시지들도,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그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그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행복해 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들처럼 참 착하기만 했다. 공연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영화 속 장면처럼 글렌이 즉흥적으로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를 부르던 순간이었는데, 영화 속 처럼 처음에는 감미롭게 들려주다가 그 헤비하게 변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연출해 주었다. 자신도 재미있는지 참을 수 없는 록커의 본능을 살짝 살짝 표현해주곤 했다. 공연장의 사운드 시설이 별로 좋지 못해 그가 디스토션을 걸고 연주할 땐 사운드가 별로 좋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 느낌만은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의 1부라고 봐도 좋을 순서가 끝난 뒤부터는 마르케타가 먼저 홀로 나와 'The Hill'을 불러주었는데, 아...ㅠㅠ 이 장면은 그대로 영화였다. 마르케타의 라이브가 이리도 감동적일 줄이야. 정말 5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완전히 얼어 붙은 듯이 멈춰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는 '건전지송'으로 더욱 익숙한 'If You Want Me'
가 이어졌는데, 확실히 국내에서는 더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영화 엔딩 크래딧에 삽입되었던 'Once'가 이어졌고, 앵콜 요청이 있은 뒤 다시 무대로 나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모두가 (드디어) 함께하는 분위기 속에 흥겨운 피날레가 이어졌다.




행복해하는 더 플레임즈 멤버들의 표정도, 살랑살랑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노래하던 마르케타의 모습도, 그리고 항상 따듯했던 글렌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보통 같으면 카메라 촬영 제제가 조금은 허술해지는 마지막에는 카메라를 꺼내들어 몇 컷이라도 건지려고 안간힘을 썼었겠지만, 이 날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 비매너이기도 하고, 수십명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와중에도 계속 제지하러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는 세종문화회관 직원이 안쓰러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진 찍느라 이 순간을 찰나일 지언정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모든 내한 공연이 그러하듯, The Swell Season의 공연도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들의 온기는 영화가 그러했듯, 음악이 그러했듯, 내 맘 속을 영원히 따듯하게 해줄 것만 같다.







요즘 Jamiroquai, the Roots, DJ Shadow 등 연일 추가되는 내한 공연들 소식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런 겨운 행복함에 정점을 찍어줄 밴드의 내한공연이 확정되었군요.

바로 영화 <원스>의 그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프로젝트 그룹 'The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이
내년 1월 17일과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네요!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물어볼 것도 없이 'Falling Slowly' 였고,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은 '원스 OST'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올해 펜타포트에서 더 플레임스(The Flames)가 내한 한다는 루머에도 엄청나게 흔들렸었는데,
마르케타가 함께한 'Swell Season'이 내한한다니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이렇듯 'Falling Slowly'를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고,




국내에선 '건전지송'으로 더 유명했던 마르케타의 솔로곡 'If You Want Me'도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으며,




영화의 시작을 강렬하게 알렸던, 글렌 한사드의 절규가 아직도 가슴을 울리는 'Say It To Me Now'까지...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가슴이 너무 뛰는군요!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작은 공연을 하기에 딱 어울리는 공연장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와준다는게 어딥니까!
아......오늘부터 하루하루 세어야 겠습니다.
몇 밤만 더 자면 만날 수 있다. 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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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팬으로서 예전에 불러봤던 동영상을 보태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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