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Crash, 2004)
 
물론 이 영화가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아카데미 작품상 때문이었을터.
과연 브로크벡 마운틴을 제치고 아카데미를 수상한 작품이 무엇이었을까
쬐금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에다 산드라 블럭, 돈 치들, 맷 딜런, 텐디 뉴튼, 브렌든 프레이져,
루다 크리스,  테렌스 하워드, 라이언 필립 등 여려명이 캐스팅만으로도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 되었기 때문.
 
영화를 본 총평을 이야기하자면, 분명 괜찮은 영화이긴하나,
약간은 아카데미를 계획적으로 노린 작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내에서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이며,
가장 미국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아카데미로서는 군침을 흘릴만한
소재일 수 밖에 없는것도 당연지사.
 
여튼,
 
미국내에서 사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에 이야기들을
거미줄처럼 교차시키며 결국엔 모두가 모두에게 상호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라도 인종차별은 말아야겠다는게 영화의 주된 요지인듯.
이렇듯 각자 소외되고 사연이 있는 10명 안팍의 캐릭터들이 동등한 비중을 두고
서로 얽혀있는 구조는 이미 폴 토마스 앤더슨의 전작 '매그놀리아'에서 가장
멋지게 그려졌다고 생각되는데, 특히 영화의 말미 부분 배경음악이 흐르며
각 인물들을 차례차례 훑어가는 장면은 인물들이 노래만 안했을 뿐이지,
흡사 '매그놀리아'의 'wise up'시퀀스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각 사연이 있어서 나쁜 짓을 해도
결코 극단적으로 미워할수 많은 없는 캐릭터들이며,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이 생각했을 때 위험하다고 느끼는 흑인이나 스페니쉬, 멕시칸 사람들은
그런 편견을 갖고 미국내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백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사회는 (산드라 블럭이 아파서 친구를 찾을때
결국 곁에는 타인종인 그의 가정부 밖에는 곁에 없었다는 예를 통해)
그 동안의 자신들의 편견에 대한 성찰에 뜻을 비치고 있다.
 
돈 치들은 이제 점점 덴젤 워싱턴을 넘어 현존하는 가장 연기력있고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으며, 맷 딜런은 가장 이중적인 캐릭터를 관객들이
양면적 성격에 대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브랜든 프레이져는 오랜만에 코믹이미지가 없는 멀쩡한 연기를 펼쳤고,
노나 게이는 뭔가 터트릴듯 터트리지 않는 냉정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모스뎁 이후(그는 이제 영화배우!ㅋ) 흑인 래퍼 출신 배우로서는 가장 자연스런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되는 루다 크리스와 표정만으로도 무언가 진지해지는 테렌스 하워드,
그리고 한동안 부인인 리즈 위더스푼에 비해 활약이 뜸했던 라이언 필립도
'사랑 보다 아름다운 유혹'에 애띤 티는 모두 벗어버린 모습이였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울한 미국내에 인종문제를 파해치기 보다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소신을 피력한듯 하다.
그렇기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스테레오 포닉스의 곡 'Maybe Tomorrow'는
의미심장하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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