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Man
 
처음 끌렸던건 아무래도 배우들의 면면이다.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결코 캐스팅 리스트를 보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포스 넘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먼저 클라이브 오웬은 차곡 차곡 배우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출연작들도 <킹 아더>같은 서사 액션물부터 <클로저>같이 감정과 느낌으로 연기하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에 영화에서 극에 잘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이 영화 <인사이드 맨>에서 역시,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지능적인 은행털이 범을 그럴사하게 연기했다.
 
사실 클라이브 오웬이 맡은 역할은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선글라스와 마스크등
얼굴을 가리고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제법 이름있는 클라이브 오웬이
선뜻 선택한 것은 바로 덴젤 워싱턴 때문이었다고 한다.
클라이브 오웬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라고 밝혔던 덴젤 워싱턴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자신의 비중과 노출 정도에 상관없이 수락했던 것.
(사실 얼굴이 가려져서 등장할 뿐이지, 비중은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덴젤 워싱턴은 확실히 그에게 아카데미를 선사한 <트레이닝 데이> 이후
더 다양한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도 다른 연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배우였지만, 그 보다는 선하고 곧고 진지한 이미지가 강해
좀 어긋나고 다른 분위기의 역할을 맡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것도 사실
(물론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인사이드 맨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는 바로 그가 맡은 '프레이져'형사 이다.
조금 껄렁한듯 하면서도 형사에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프레이져는 이 영화를
평범한 인질, 은행털이 영화로 만들지 않는데 한몫을 했다.
 
조디 포스터가 맡은 캐릭터는 러닝 타임에 길이 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비중이 전달하는 의미가 큰지라, 그녀가 맡았기에 별다른 인물 배경에 대한
긴 설명없이도 굉장한 파워를 갖은 인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윌렘 데포나 크리스토퍼 플러머 같은 조역들의 연기도
역시나 멋졌다. (크리스터퍼 플러머는 젊었을때도 매우 멋졌으나 나이먹어서도
괜찮게 늙은 배우인듯. 물론 역할은 대부분 비리의 온상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은행털이범과 경찰간의 인질극 상황이 시작되었을때,
혹 <네고시에이터>와 같은 범인과 형사(협상가)사이에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가 했었다. <인사이드 맨>은 장르를 따지자면 미스테리 스릴러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행털이와 인질극을 배경으로 스릴러라면,
그 미스테리는 아마도 범인들이 어떻게 탈출 할까? 아니면 실패로 돌아갈까?
탈출한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될것이다.
 
<인사이드 맨>의 미스테리는 아마도 어떻게와 누가 가 될것 같다.
범인들의 우두머리 격인 달튼이 어떻게 탈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인질들과 범인들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과연 누가 범인이고,
범인들은 총 몇명인지 하는것.

사실 영화를 다 본 사람들도 이 과정에 대해 단번에 쉽게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완전히 시원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단서들로 알 수 있게 해두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된다.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라는 점은 조금 의외였었다.
그의 필모그라피에 스릴러라는 장르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웠긴 했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론 더욱 기대가 되는 장르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9/11 이후에 미국사회에 대한 시각, 미국 사회에서 아랍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스파이크 리에 생각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본격적으로는 아니지만, 이같은 생각을 옅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대낮에 시내의 한복판 은행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상황설정부터 시작하여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감싼 범인들의 인상착이는 흡사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을
연상시키며, 인질 가운데 먼저 풀려난 터번을 쓴 아랍인을 필요이상으로 경계하는 등
9/11 이후, 빈 라덴과 테러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서(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계속 개운치 않은 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밖에도 스파이크 리 감독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 속에 짧지만 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들을 삽입해,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는 엔딩 크레딧에서 주연배우 3~4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배우들에
이름과 사진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흥행에 비교적 성공하진 못한 작품으로 남겠지만,
자세히 따져보고 있노라면 제법 매력있는 스릴러임엔 틀림없다.
 

 
글 / ashitaka


ps/1. <인사이드 맨>이란 제목 자체가 엄청난 스포일러다.
스릴러 영화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2.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나치에 대항에 그리도 곧은 신념을
자랑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민족을 배신하고 나치에 빌붙어 성공한 인물로 그려진점도
개인적으론 재미있었다.
 
3. 영화 초반 범인들에게 핸드폰을 몰래 숨기려다 걸린 남자의 벨소리가
귀에 익숙한 Kanye West의 'Gold Digger'라 혼자 웃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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