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타카
2007. 11. 16. 17:48
2007. 11. 16. 17:48
스포일러가 주된 내용임
원래 보고자 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감독과 배우 정도 외에는
일부러 정보 습득을 피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 <스쿠프>역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내가 기회 있을 때 마다 '이건 아니잖아'라고 얘기하곤 하는
국내 영화사에 홍보 방법이, 이번에는 분명 의도한 것 같진 않지만 결과적으론 성공한듯 하다.
국내 포스터는 완전히 샤방샤방 로맨스 그 자체의 내용과 문구들을 담고 있고,
해외 포스터 역시 별다른 특색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해외 포스터엔 몇가지 중요한 단서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붉은 빛의 타로 카드는 물론이고,
Perpect Man, Story, Murder라는 문구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완전히 로맨스 코미디 정도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던
이들에게는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유머스러운 우디 앨런 캐릭터에 집중되어 있을즈음,
나름 중심을 이끌어왔던 미스테리가 완전히 풀렸다고 결정되었을즈음,
사실상 그가 진짜 살인자라고 밝혀지게 되면서
나름 반전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작 <매치 포인트>의 영향 때문인지,
중간쯤에 실제로 피터가 살인자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스쿠프>가 중요한건,
<매치 포인트>처럼 살인자가 완전범죄에 성공하며 씁쓸하게 끝나는 것과는 달리,
이 미스테리와 반전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고
오히려 우디 앨런과 스칼렛 요한슨 콤비의 대화와 연기에 의한 유머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범죄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반전 영화라고 하기 보단, 우디 앨런식 코미디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감독의 의도 때문일 것이다.
실제 살인자임이 밝혀지고 난 뒤에 대단한 반전인양 연출하기 보다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저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마술을 선보이는 우디 앨런의 유쾌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면서, 이 영화가 <매치 포인트>처럼 우울하고 쓸씁한,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가볍고 쉬어가는 영화임을 얘기하고 있다.
특히 우디 앨런 자신은 영화 속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매치 포인트>에서 만난 스칼렛 요한슨과 이번 영화에서 배우로서
콤비를 맞추는 것에 굉장히 즐거워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에 백미는 이 두 콤비의 대화씬들에 있는데,
우디 앨런의 여전한 유머는 물론이고, 점점 성장해가는 스칼렛 요한슨을
보는 것도 매우 즐겁다.
그리고 역시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우디 앨런은
이 영화에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걸맞게 장면마다 그 리듬감을 더해주는
클래식들을 적소에 사용하고 있는데,
<매치 포인트>에서 클래식 음악이 비장하게 쓰인 것을 감안한다면,
<스쿠프>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정 반대의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무겁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지만,
시시하지 않고 말그대로 즐겁게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