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걸즈 (Dreamgirls, 2006)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보게 된 <드림걸즈>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의 그룹이였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그늘과 더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박진감있고 활기찬 라이브 음악이 넘쳐나는 뮤지컬 영화이다.
그룹 슈프림즈는 다이애나 로스가 소속되었던 그룹으로도 유명한데,
영화 속에서는 '슈프림즈'같이 실존하는 명사들은 그대로 사용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알만한 비유적인 상대가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낸 구조를 띠고있다.
 
영화 속 '드림스'는 물론 '슈프림즈'를 모델로 한 것이고,
제이미 폭스가 맡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역시 모타운의 설립자로 유명한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에피 화이트의 메인 보컬로 구성되었던 팀을 디나 존스 위주의 팀으로 변화시키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것처럼, 뮤직 비지니스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누구나 평가하곤 한다. 실제 슈프림스의 경우도 다이애나 로스의 비중을 점점 높여가며
나중에는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가 되어버려, 영화처럼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 최고의 밴드 중 하나였던 잭슨 파이브 역시,
의도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비중을 높이고, 마이클 잭슨과 잭슨5로 불리게 되면서
불화아닌 불화를 겪었던 사실도 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모타운 기념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봐도 잭슨 5이다.
여기서 잠깐이지만 지나간 굉장히 재미있고 중요한 설정하나가 있었는데,
무대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싱어가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며 옅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지만 한 컷을 통해 이 같은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아마도 제임스 브라운과 마빈 게이를
적절히 섞어놓은 인물 정도로 생각되는데,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완벽하게 제임스 브라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극중 얼리의 대사 중에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했던 부분이나, 나중에 'Patience'를 부른 것에 비춰볼 때 마빈 게이의 영향도
묻어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에디 머피의 노래 실력이었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제이미 폭스 등의 노래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는 관계로
당연히 실제로 본인이 노래했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에디 머피의 경우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난도의 보컬이 요구되는
극중 캐릭터 상 당연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것은 너무나 큰 오산.
그 엄청난 무대위에서의 노래들을 에디 머피가 직접 불렀다니
이건 정말 최고의 충격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극중 제임스 썬더 얼리가 부르는 곡들은
결코 쉽지 않은 곡들로 최고의 보컬을 요구하는 노래들인데,
에디 머피는 전문 가수들 못지 않는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겠다.
여튼 그동안 저질 코미디 전문 배우정도로 생각해왔던 에디 머피라는
배우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 한 순간이었다.



제이미 폭스는 이 영화서 튀지 않지만 가장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역할이라 하겠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에디 머피처럼 돋보이지도 않지만,
어쩌면 가장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제이미 폭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가수답지 않게 이 영화에서는 다른 배역들에 비해
노래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하지만 단연 연기면에서는
가장 깊은 연기를 펼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림걸즈>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가장 손꼽을 배우는 바로 에피 화이트역의 제니퍼 허드슨이다.
리얼리티 쇼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하여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그녀는,
실제로 최종 우승을 거두지 못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와 캐릭터가
더욱 돋보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열창은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내고 있다.
 
여러곡들이 다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하겠다.
<드림걸즈>는 표면적으로는 비욘세가 돋보이는 영화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에피 화이트 역의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 따위는 이제 경력을 읊을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가십이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욘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제니퍼 허드슨 때문이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는 누가봐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 적인 요소에서 봐도 그렇고 좀 더 강렬한 열창을 뽐낼 수 있는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다.
아마도 여배우라면, 특히 비욘세 같은 슈퍼스타였다면 이 시나리오를 접했을때
분명히 디나 존스 역할 보다는 에피 화이트 역할이 하고 싶었을 텐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디나 존스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 것이 그녀에게는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전에 비욘세가 출연한 영화들은 그녀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그녀의 이미지를 소모하는 정도의 케이스라고 봐야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당당히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니퍼 허드슨이 주요상들을 휩쓰는 동안, 비욘세에겐 이렇다할 상복이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대한 꿈을 접어야 했을 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림걸즈>는 얼마전에 봤던 <프로듀서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얻을 수 있는 뮤지컬 작품이었다.
뮤지컬 영화의 왕 팬으로서, 또 한 모타운 레코드의 왕 팬으로서
<드림걸즈>만한 영화를 최근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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