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이미지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 쇳덩어리로 이루어진 아이언 자이언트가 되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슈퍼맨’이었다.

1957년 어느 날, 메인주의 작은 마을 록웰 해변에서 한 어부가 거대한 괴물을 발견한다. 그러나 같은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다음 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던 호갈드 휴즈라는 소년이 발전기를 부수고 있던 아이언 자이언트를 발견하고 둘은 친구가 된다. 어부의 신고로 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켄트 맨슬리는 호갈드가 아이언 자이언트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호갈드를 협박하여 장소를 알아낸다. 고철 예술가인 딘 아저씨의 기지로 아이언 자이언트는 위기를 모면하지만 켄트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바람에 아이언 자이언트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몸으로 미사일을 막아 산산이 부숴 지고 만다. 그러나 우주의 어는 곳에서 온 아이언 자이언트는 아이슬란드의 빙하에 살아 있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은 바로 ‘감동’이란 단어일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이언 자이언트]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감동과 재미를 주는 참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우리에게 익숙해진(특히 DVD타이틀에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메’가 아닌 미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물론 미국의 오래된 정서인 영웅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심하게 오버하고 과장되게 포장된 이야기라기보다는, 보는 이들에게 그러한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가슴 따뜻한 감동만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테드 휴즈의 ‘아이언 맨’을 각색한 [아이언 자이언트]는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과 원작의 본연의 감동의 스토리를 적절히 혼합시켜 다 큰 어른들에게도 때론 웃음 짓게, 또 때론 눈물짓게 하였다. 작품을 잘 만들었다는 것은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희생적이고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임을 미리 알면서도,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 눈물지을 수밖에는 없게 만드는 걸 말하는 바. [아이언 자이언트]가 바로 그러하다.



로봇에게 본능이란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아이언 자이언트는 본능적으로 나쁜 악당이 되기보다는 정의에 편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슈퍼맨을 더 닮으려 했던 것 같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드러내놓고 슈퍼맨을 동경하는 자이언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한 외계인이 지구로 보내져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슈퍼맨]의 경우라면, [아이언 자이언트]는 아마도 예전에 군용으로 대학살의 ‘무기’의 용도로 만들어졌을 법한 로봇이, 기억을 잃고(여기서는 메모리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다)한 어린 소년에게서 순수하고 착한 성품을 배워 자신을 희생하고 사람들에게 교훈마저 주고 떠나는 이야기라 하겠다.



또한 아이언 자이언트를 파괴시키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고 나중에는 명령체계까지 무시해가며 일을 초래한 맨슬리와 사슴의 죽음에 슬퍼 잠 못 이루는 자이언트를 대비시키면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자이언트의 모습을 통해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슈퍼맨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철로가 끊어져 다시 복구하는 장면은, 이미 슈퍼맨에서 보았던 장면으로 제작진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물론 철로가 끊어지게 된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영화의 마지막 맨슬리의 오기로 인해 발사된 미사일을 막기 위해, 지구 저 멀리에서 자신이 슈퍼맨이 된 것에 감동하며 눈을 감던 아이언 자이언트의 모습은, 언제봐도 감동적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이미 2000년 DVD타이틀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초창기에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다. 그렇다면 이전 일반버전과 이번 출시된 SE버전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일단 영상 포맷은 2.35:1의 와이드 스크린으로 영화의 스케일을 시원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로 출시되었다. 사운드는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으며 한국어 더빙 트랙 역시 수록되어 있다. 특히 빈 디젤, 제니퍼 애니스톤, 헤리 코닉 주니어 등이 참여한 영어 더빙은, 그 출연진의 이름들만큼이나 화려하고 흥미롭다.



이번 SE버전에서 가장 많이 향상된 부분은 바로 스페셜 피쳐부분인데, 이전 20분 내외의 메이킹 다큐와 뮤직비디오가 전부이던 서플먼트와는 확연히 다르게, 다양하고 많은 볼거리를 수록하고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독을 비롯해 주요 스텝들이 참여한 음성해설인데, 제작진이 전하려고 했던 의도와 영상으로 표현되기까지 기술적인 측면에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삭제된 장면들과 오리지널 영상, 아이언 자이언트의 목소리 연기를 한 빈 디젤의 인터뷰, 그리고 애니메이션 인지라 배우들의 촬영 후기가 아닌 작품을 만들어낸 스텝들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초판 한정으로 제공되는 작은 아이언 자이언트 로봇 모형은 당장 구매를 결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2003.08.12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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