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파일]의 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막 시즌 1이 출시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오랜 여정 끝에 마침내 한국어 더빙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된 [엑스 파일 시즌 1]의 벅찬 감동은 미처 숨길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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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파일]을 단순한 TV시리즈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심한 오류가 있다. 또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흥얼대듯, 단순히 외계인의 관한 에피소드를 담은 공포물(?)로 분류하기에도 아주 심한 오류가 있다. [엑스 파일]의 주된 논지들을 나열해 보자면, 믿음(Believe), 진실(Truth), 외계인(Alien), 정부 음모론(Conspiracy Theory)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엑스 파일]은 이전 TV드라마가 갖지 못했던 스토리 구조라던가 스펙터클한 장면들, 높은 완성도 등이 장르를 초월하여 영화에 완성도에 비등할 만한 작품으로 평가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엑스 파일]이 TV드라마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저렇듯 많고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또한 저렇듯 완벽하게 표현하기에는, 영화라는 두 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참고로 극장용으로 제작된 [엑스 파일]은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는 못하였다. 물론 엑필(엑스파일 팬들을 칭하는 말)들에게는 TV브라운관으로만 만나던 멀더와 스컬리의 얼굴을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 TV드라마의 제한적 요소는 과감히 탈피하고 초월하는 동시에 TV드라마만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 바로 [엑스 파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엑스 파일]의 요소들은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도 하여금,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중독성이 짙은 엑필들로 탈바꿈 시켰으며, 그 중독성으로 인해 매주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졸린 눈을 부여잡으며 TV앞에 대기토록 만들었다(개인적으로 이러한 TV시리즈의 중독증은 어린 시절 방영되었던 멕시코 어린이들의 아기자기하고도 감동적인 생활상을 담은 [천사들의 합창]이후 첨으로 겪는 현상이었다).



[엑스 파일]에서 두 주인공인 멀더와 스컬리를 제외하고는 얘기가 안 된다. [엑스 파일]을 잘 보지 않는 시청자들조차 데이빗 듀코브니질리안 앤더슨을 ‘멀더’와 ‘스컬리’라는 극중 이름으로 기억할 정도로, 이 두 주인공의 비중은 그 어떤 시리즈보다도 컸다. 9시즌이라는 오랜 시간을 멀더와 스컬리로 살아온 탓에 우리에게는 그들의 본래 이름은 오히려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일단 멀더와 스컬리는 다른 영화나 TV시리즈의 남녀 주인공과는 기본적인 설정부터 완전히 다르다. 일단 남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전혀 로맨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나중에 가서는 이 같은 절대적인 설정에도 조금에 변화는 있었지만,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는 분명 여타 다른 남녀 주인공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감독인 크리스 카터는 처음부터 두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둘 사이에는 전혀 로맨스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첫 에피소드부터 스컬리와 그녀의 남자친구의 로맨스 장면을 촬영했다. 멀더와 스컬리 간의 관계에 대해 처음부터 확고하게 못을 박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을 것이다(하지만 이 장면은 굳이 이 같은 장면 없이도, 앞으로 멀더와 스컬리 간의 관계를 짐작할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방영되지는 않았다. 이번 [엑스 파일 시즌 1]DVD에는 이 삭제장면에 보너스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엑스 파일]은 이러한 두 남녀 주인공의 관계설정 외에 역할 분담에서도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의 역할은 고지식하고 논리 정연한 지식에 기초하고 여자의 역할은 논리와 지식보다는 직감과 지혜에 기초하는 것이 보통인데, [엑스 파일]의 경우는 이와는 정 반대다. 멀더는 텍스트와 기록에 의한 수사보다는 자신의 직감과 상상력의 근거한 수사를 펼치고, 스컬리는 이와는 반대로 의사로서의 학문적 지식과 논리에 근거한 수사를 한다(물론 이 같은 설정 역시 나중에 가서는 변화를 겪게 되고, 멀더 - 스컬리의 역할 분담은, 스컬리 - 도겟에서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그 당시 헐리웃에서 주목 받던 젊은 배우였던 데이빗 듀코브니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질리안 앤더슨은 [엑스 파일]을 통해 골든 글로브 남,여 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그야말로 스타에 자리에 올랐다. 데이빗과 질리안, 두 배우들 스스로도 그러하고 팬들로서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오랜 시간 각각 F.B.I요원인 '멀더‘와 ’스컬리‘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에, 다른 작품에서는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매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서는 이 같은 요소가 커다란 부담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또한 영원히 기억 속에 멀더와 스컬리로 남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9시즌의 모든 시리즈가 끝난 현재, 두 배우의 또 다른 선택이 기대가 된다.



사실 [엑스 파일]을 외계인 관련 시리즈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또 외계인의 관련된 내용이 중요한 요지이기는 하지만, 그것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너무도 성급한 판단일 것이다. 그리고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도 맞지만, 모든 개념을 포괄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관한 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다. 왜냐하면 [엑스 파일]에는 직접적으로 외계인에 관련된 사건들 외에도 돌연변이라던가 불가사의한 사건, 미확인되고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사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이라는 말은 상당히 반론에 여지가 있는 말이다.




위와 같이 설명되어 지는 일들은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오류로 결정되어 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 말 그대로라면 ‘현대 과학’으로만 설명할 수 없을 뿐, 나중에 발달된 과학으로는 설명될 수도 있는 일들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마치 예전에 지구는 둥글다고 얘기하면 다들 거짓말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것이 ‘진실’임에 부인하지는 않듯이 말이다. 결론적으로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진실이 아니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멀더의 사건 추리는 이 같은 논지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신념은 커다란 벽에 가로 막힌다. 그것이 바로 정부음모론(Conspiracy Theory)이다.



‘담배 피는 남자’를 비롯한 힘이 있는 정부의 고위층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진실을 쫓는 멀더를 눈에 가시처럼 여긴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하지만, 멀더는 그럴 수록 더 많은 의심과 진실 추구에 대한 욕망을 키워나가게 된다. 사실 [엑스 파일]에 등장하는 정부음모론은 [컨스피러시]같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다룬 바 있고, 실제적으로 밝혀진 바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구미를 당기는 요소이다. 로즈웰에 추락했던 U.F.O.의 일만해도 그렇다. 이렇듯 [엑스 파일]은 미스터리하고 권력에 음모를 다룬 이야기는 그저 흥미위주로 흐르기가 쉽지만, 픽션(Fiction)임에도 현실을 의심해 볼만큼 근접한 리얼리티(Reality)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미 코드 1번인 미국에서는 7시즌까지 발매된 현실에서, 국내 팬들에 코드 3 타이틀 발매에 대한 기대는 말할 것도 없이 커져만 갔었다. 곧 출시가 예정이 되었고, 팬들은 드디어 한국에서도 엑스 파일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워했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한국어 더빙 트랙의 수록 문제였다. 미국에서 일곱 번째 시즌까지 출시가 되는 동안 국내에서 첫 번째 시즌조차 발매가 되지 않은 상황은, 다른 타이틀 같으면 대부분의 매니아들은 코드 1번을 벌써 구매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엑스 파일]의 경우는 거의 그런 일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한국어 더빙 트랙 때문이었다.

첫 번째 시즌부터 아홉 시즌이 이어지는 동안 한 번의 변동 없이 두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이규화, 서혜정씨의 목소리는, 적어도 국내 팬들에게는 [엑스 파일]을 논함에 있어 또 하나의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이규화 씨에 연기로 전해지는 멀더의 목소리와, 서혜정 씨의 연기로 들려주는 스컬리의 목소리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되어질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가끔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STAR TV에서 방영하는 [엑스 파일]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본래의 데이빗과 질리안의 더빙으로 진행되는 [엑스 파일]은, 어색하고 재미없기 짝이 없었다.



이렇듯 중요한 한국어 더빙이 처음에는 수록되지 않아 많은 팬들은 구매를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결국에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서명운동으로 고집 세기로 유명한 폭스의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어 냈다. 물론 그에 따른 출시일은 더 많이 지연이 되었었지만, 그만한 고통은 한국어 더빙 수록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조금 미흡했던 번역을 수정하고 몇몇 부분은 재 더빙이 이루어져 TV드라마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궁극의 타이틀로서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화질은 TV드라마 인지라 영화 같은 영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그러한 화질을 기대한 팬들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음질역시 돌비 디지털 2.0의 사운드를 지원하는데, 이것 역시 최근 발매되는 영화 타이틀과 견주기에는 너무 미흡하지만, 아무도 5.1이나 DTS채널의 사운드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즌 1 타이틀은 6장의 에피소드를 담은 디스크 외에 한 장의 서플먼트를 담은 디스크를 재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매우 흥미로운 서플들이 담겨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감독인 크리스 카터가 말하는 시즌 1 에피소드는 [엑스 파일]의 기획 초반 의도와 감독이 그리려고 했던 시리즈의 청사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엑스 파일 시즌 1]타이틀 구매에 힘(?)을 써서, 중단 없이 시즌 9까지 무사히 발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03.07.04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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