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에 짐 모리슨(Jim Morrison), 전자 오르간에 레이 만자렉(Ray Manzarek), 기타에 로비 크리거(Robby Krieger), 드럼에 존 덴스모어(John Densmore)로 이루어진 밴드가 바로 도어즈이다. 이들은 60년대에 등장하여 독특한 사운드와 연주, 그리고 엄청난 카리스마로 대중을 압도했던 짐 모리슨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락 매니아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이다. 베이스 주자가 없는 독특한 밴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로비 크리거의 창조적인 기타연주와 존 덴스모어의 드럼, 그리고 이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내는 전자 오르간의 선율은, 이른바 도어즈 사운드를 만들어 내며 락 팬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시의 젊은이들을 열광케하고 그들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짐 모리슨의 시적인 가사에 있었다고 하겠다. 이러한 심오하고도 파격적이었던 가사는 다른 여타 밴드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틀 내 수록된 서플먼트 다큐멘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로비 크리거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도어즈]를 영화화 하는데 반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그리고 도어즈를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있었다. 하지만 올리버 스톤의 초기 영화를 보고 팬이 되었던 로비 크리거는, 만약 도어즈를 영화화 한다면 올리버 스톤 외에는 적임자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결국에는 다른 멤버들도 찬성을 하여 올리버 스톤에게 기회가 돌아가긴 하였지만, 도어즈의 전 멤버들과 그들과 관련된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었다. 이는 올리버 스톤의 능력 탓이나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도어즈'라는 주제에 관한 모호함에 있었다. 특히 보컬 짐 모리슨에 관한 내용은 올리버 스톤이 제작 초기에 꼼꼼히 100명 이상의 주변 인물 등에게 조언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영화 장면에는 불만을 갖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애초부터 완벽함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점들을 알면서도 도어즈의, 그리고 짐 모리슨의 열렬한 팬이었던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화를 결정하였고 사실과 픽션을 섞어가며(가능한한 사실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완성하였다.



영화화를 우려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짐 모리슨을 연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러한 점은 도어즈를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만한 이유였으며, 가장 더렵혀지고 외곡되길 원치 않는 존재였기에 우려는 더하였다. 로비 크리거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 발 킬머를 보았을 때는, 그가 절대 짐 모리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짐을 연기하려 하지않고, 그냥 그가 되버리려고 접근하였던 발 킬머를 결국에는 로비 크리거도 짐이라도 자연스럽게 부르게 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짐 모리슨의 모습을 스크린에 투영하는데 성공하였다. 자라온 환경이나 정서가 짐 모리슨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발 킬머는, 대부분의 노래하는 장면 등에서도 립싱크가 아닌 직접 노래하는 열성도 보여주며, 이 영화로서 '배우'의 반열에 들만한 열연을 펼쳤다. 짐 모리슨 일생의 사랑이었던 파멜라를 연기했던 맥 라이언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물론 이것은 그녀가 너무 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이미지가 굳어져 버린데에 있다). 완전한 픽션인 대부분의 영화들에 비해 사실관계가 존재하는 영화인 탓에 자료조사와 인물에 관한 깊은 연구가 필요했던 연기자들은, 사실과 픽션 사이에서 일정선을 유지하며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과감하게 펼쳤다.



영화의 제목은 [도어즈 (Doors, the)]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짐 모리슨의 전기영화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도어즈를 얘기할 때 짐 모리슨을 빼고는 시작도 끝도 맺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팀내 비중은 절대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해 깊은 관심을 보였던 짐 모리슨. 영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짐 모리슨의 모습에는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는 락스타의 모습도 있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시인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며 짐에게 주술적인 세계와 의식 등을 소개하였고 또한, 영화를 가장 못 마땅하게 여겼던 사람 중 한 명인 파트리샤에 말에 따르면, 짐 모리슨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을 지녔고 정중하고도 친절한 신사였다고 한다. 그녀는 이러한 진실된 면은 영화 속에서 배제되고 오로지 마약과 술에 쩔은 광기어린 락스타로만 그려진 짐의 모습 때문에(자신에 관한 묘사부분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영화에 관해서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한 편의 시와도 같았던 그의 일생은, 어찌보면 그를 끈질기게도 따라다녔던 죽음의 그림자로 막을 내렸다. 그 자신은 항상 사막과도 같이 황량하고 순탄치 않은 길을 외롭게 걸으며 괴로움속에 모든 것을 초월하기를 꿈꿔왔지만,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짐 모리슨은 젊음과 억압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자유와 영혼에 대해 노래하던 짐 모리슨과 동시대를 살지 못했다는 것, 또한 그의 이러한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못내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출시 연기로 따지자면 이 영화 [도어즈 SE]도 손가락에 들 정도로 계속되는 연기 끝에 드디어 발매가 되었다. 출시 연기에 이유는 몇몇 장면에 관한 심의 덕분(?)이었는데, 심의를 담당하는 어른들께서는 아무래도 시청자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럭저럭 통과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작년부터 발매예정일이 발표된 후 몇달이나 지나서야 연기끝에 나온 타이틀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일단 발매 하루전까지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았던 사운드는, 다행히도 DTS트랙을 포함하게 되었다. DTS를 통해 전해오는 도어즈의 흥겨운 음악은 돌비디지털로는 느낄 수 없는 웅장함과 무게를 전해준다. 화질도 최근 개봉한 영화들과의 비교에는 조금은 어려움이 있지만, 10년 전 개봉한 영화치고는 깨끗한 화질을 선보인다. 타이틀은 총 2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1번째 디스크에는 영화 본편이 수록되어 있고, 두번째 디스크에는 각종 서플먼트들이 수록되어 있다. 첫번째 디스크에는 보통의 장면 선택외에 곡들 위주로 선택할 수 있는 섹션이 있어서 노래 위주로 장면을 선택할 수도 있다. 두번째 장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서플먼트 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Featurette' 'The Road to Excess'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등은 영화와 도어즈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들이 실려있다. 감독인 올리버 스톤과 도어즈의 기타 리스트인 로비 크리거, 그리고 위에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왠지 불만이 많아보이는 파트리샤, 짐 모리슨 역을 맡은 발 킬머 등 주요배우들과 실존 인물 등의 인터뷰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다른 영화들의 서플먼트들의 중요성 보다는 아무래도 실존하던 밴드와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지라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삭제장면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의 시간상, 내용상 삭제된 장면들을, 씬에 관한 친절한 한글 설명을 덧붙여 제공하고 있다. 삭제장면 외에 다른 서플먼트에서도 친절하게까지 느껴지는 한글 설명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도어]는, 도어즈의 팬들에게는 그들의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게 할 것이고, 이전까지는 고작 이름만 아는 것뿐 도어즈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조차도, 마치 우연히 주말저녁 밤늦게 TV에서 나오는 [밴디트]를 보고 사운드트랙을 미친듯이 찾아 구매하듯(참고로 밴디트 타이틀은 절판이 되어 현재는 전설로만 남았습니다), [헤드윅]을 보고 또한 고가에 달하는 사운드트랙을 주저없이 구매하듯, 도어즈에 음악에 대해 미친듯이 구매욕을 불태울 수 밖에 없게 될 영화가 될 것이다.




2003.02.17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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