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세계의 마스터피스
흔히들 주성치 영화, 주성치 영화 한다. ‘주성치’영화 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주성치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는 것 외에,
흔히들 주성치 영화, 주성치 영화 한다. ‘주성치’영화 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주성치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는 것 외에,
특정한 웃음의 코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주성치가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 후반으로 거슬러올라가니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국내에서 주성치의 영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
아니 인정 받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90년대 후반이었다. 즉 그저 유치 뽕짝의 저질 코미디 영화 정도로 평가 받던 영화들이
하나의 개성 있는 작품으로 인정 받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이전까지 소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비디오스타로 군림했던 주성치는, 2001년 <소림축구>가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2004년 <쿵푸 허슬> 역시 성공을 거두며,
이젠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 급 스타로, 코미디 영화와 중화권을 대표하는 배우로 떠오르게 되었다.
일반 대중들은 주성치 하면 앞서 언급한 흥행작인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주성치 마니아들 사이에서
진정한 바이블로 불리는 작품은 다름 아닌 <서유기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이라 할 수 있다.
주성치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대놓고 웃으라고 하는 장면에서 웃지 못한 다면 주성치의 영화가
결코 즐거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웃음코드에 한 번 맛들이기 시작하면 주변의 반 주성치 파에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안 가득 자지러지며 웃게 되어 버린다. 서유기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주성치 특유의 웃음 코드가 가득하다.
특히 급소에 불이 붙은 지존보에게 여러 명이 달려들어 밟아서 불을 끄는 장면이나, 나레이션을 사용하여 평범한 상황을
괜히 심각하게 만든 다던가, 특유의 말도 안 되는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장면, <중경삼림>등 영화의 패러디까지 주성치 영화만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많은 팬들이, 또한 주성치 영화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서유기 시리즈를 그의 영화 가운데
최고로 손꼽는 이유는, 이 같은 웃음의 요소는 물론 신화적인 배경과 러브 스토리, 철학까지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성치 영화가 새롭게 재해석 되기 시작한 데에는 웃음 코드 외에 그 속에 담긴 철학적인 메시지가 한 몫을 하고 있는데,
불가에서 얘기하는 깨달음의 과정, 무지했던 주인공이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모든 것을 초월하는
존재로 가는 과정 등을 은연중에 담고 있다. 특히 서유기 시리즈에서는 손오공과 지존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극중 캐릭터 들은 장난처럼 지나가듯 대사를 던지지만, 또 이런 대사들이 웃음에 가려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선리기연의 경우는 그래도 상당부분 의도적으로 이런 대사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웃고 즐기는 과정 속에 잠시 돌아보면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유기 월광보합>과 <선리기연> DVD는 주성치 팬들이 백 만년이나 기다렸던 타이틀이었다. 주성치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영화이기도 했고, 차근차근 출시되었던 태원엔터테인먼트(구 스펙트럼)의 홍콩영화 시리즈들이
대부분 수준급의 화질과 사운드로 리마스터링 되어 만족스런 결과물을 내놓았었기 때문에,
이 같은 기대는 더하기만 했었다. 필자도 언제 출시될지 모를 타이틀을 기다리지 못하고 한글 자막이 포함된 홍콩 버전을
구입했었으나, 마치 번역기를 돌린 듯한 조악한 한글 자막 때문에 적잖이 실망하고 있던 차에 이번 정식 출시는
그야말로 백 만년을 기다린 뒤에 맛보는 짜릿함이 저절로 느껴졌다(아직 출시되지 않은 타이틀 가운데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작품으로는 <동사서독>이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성룡의 <미라클>이 하루 빨리 정식 출시되길 바란다).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의 경우 매우 만족스럽다 할 수 있을 텐데, 영화의 시작 검은 바탕에 빨간 텍스트나,
어두운 장면에서 손오공이 관세음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붉은 색이 번지고 외곽선이 조금 불투명하게
표현되는 등 매우 뛰어난 화질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영상이 수록되었으나, 이 시퀀스 말고는 (특히 밝은 장면에서)
최신 홍콩영화 타이틀과 비교하여도 부족하지 않는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특히 인물의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정말 리마스터링의 혜택을 톡톡히 누려볼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화질을 자랑한다.
사운드의 경우 광동어는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북경어는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고 있는데,
본래 촬영되고 배우들이 더빙한 언어는 광동어 이지만(즉 영상과 입이 맞는 사운드는 광동어이다),
DVD출시 전 비디오로 접했던 익숙한 음성은 북경어인데,
이 두 트랙 모두 5.1채널을 지원하고 있다. DTS의 경우 정정이 지존보에 몸에 들어갔을 때 심장 뛰는 소리에서
우퍼 스피커가 활약했던 것을 제외하면 크게 돌비디지털 5.1채널과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기 어려운 정도.
<서유기 월광보합 / 선리기연> DVD의 유일한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서플먼트를 꼽을 수 있겠는데,
극장용 예고편만이 수록된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 주성치 영화의 팬이라면 서플 부족의
아쉬움은 정식 출시의 반가움으로 모두 희석될 것이 틀림없다.
2007.01.04
글 / ashitaka
2007.01.04
글 / ashitaka
'블루레이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마일 (8Mile) _ 경계에 의미에 빗대어 (0) | 2007.12.03 |
---|---|
괴물 : 기프트세트 리뷰 (The Host : SE) (0) | 2007.11.28 |
라디오 스타 (Radio Star) _ 바보같이 눈물 나는 영화. (0) | 2007.11.28 |
린다 린다 린다 (リンダリンダリンダ) _ 청춘!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 (0) | 2007.11.28 |
비열한 거리 (Dirty Carnival) _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0) | 2007.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