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

강동원이어서 가능한 매력적인 엑소시즘 영화



'검은 사제들', 무엇보다 '검은' 그리고 김윤석과 강동원이라는 조합 만으로도 이미 보통의 영화가 갖고 싶어하는 매력은 충분히 가진 채로 출발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은 그 매력을 끝까지 잘 활용해 낸 영리하고 매력적인 영화다. 엑소시즘이라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흔히 찾아보기 힘든 소재와 신부복을 입은 강동원이라는 설정은, 안먹어도 배부른 반찬 같은 재료였는데, 하나 우려했던 건 그냥 재료로만 소비하고 마는 겉만 화려한 그런 영화가 아닐까 했던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무언가 특별한 설정이나 배우의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 너무 분명한 영화들의 경우, 그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 그냥 그런 영화가 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은 사제들'은 기대 이상으로 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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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랐던(?)건 이 영화가 엑소시즘을 다루는 방식과 비중이었다. 국내 상업영화에서 엑소시즘을 다룬다면 그저 커다란 설정이나 배경 정도로 활용하고 다른 갈등을 불러와 전개하는 경우가 예상되었으나, '검은 사제들'은 그야말로 엑소시즘이 중심이 된 그 자체의 영화였다. 물론 그 악의 기원이나 성장 등에 대한 과정과 설명을 역사적으로 풀어내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가 택한 구성이 상업영화로서 거의 최적이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정수를 이끌어 낸 편이다. 다시 말해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았다.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 캐릭터의 과거나 트라우마 등을 드라마 적으로 길게 소개한다거나,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딱 그 정도로만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쓸데없이 감동을 일으키기 위한 설정이나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바로 엑소시즘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이 작품을 끝까지 몰입도에 있게 즐길 수 있었던 요소였다.


부마자로 부터 사령을 끌어내기 위한 구마예식은 이 영화의 전부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구마예식을 이 정도 비중으로 전부로 만든 선택이 무엇보다 탁월했다. 그리고 이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구마예식을 관객들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한 디테일들과 영화적 구성은 국내 영화에서 이런 수준의 엑소시즘 영화를 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흥분되기까지했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이 떠올랐는데, 커다란 액션 없이 기도문 위주의 구마예식으로 '콘스탄틴'과 비슷한 재미를 이끌어 낸 것은 다시 생각해도 '검은 사제들'이 이뤄낸 최고의 성과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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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매력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강동원이라는 배우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텐데, 영화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니까 영화가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의식해 일부러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자체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 캐릭터를 완성하고, 또 카메라도 최대한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마예식 중 최부제가 기도문과 외국어로 통역을 하는 장면의 경우, 이 긴장감과 몰입감에 적지 않은 이유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낸 비주얼 그 자체였다. 키아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이 그랬던 것처럼, 강동원의 '검은 사제들'도 강동원이어서 성립 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고 영화가 그걸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소담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웰메이드 특수분장과 특수효과에 힘입은 그녀의 연기는 '검은 사제들'을 기억에 남는 엑소시즘 영화로 만든 포인트 중 하나였다. 관객을 그저 눈을 감았다 뜨거나, 갑자기 눈을 뜨거나 하는 것으로 놀래키는 수준이 아니라, 엑소시즘 영화답게 사령에 사로잡힌 (영화 내용상으로 보았을 땐 사로잡고 있는) 캐릭터를 이 보다 더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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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으로 보았을 땐 이 영화의 배경을 서울 명동 한복판으로 설정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영화는 반복적으로 이 사실을 인지시키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디 인적드문 시골의 폐가나 외국의 오래 된 성당 등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동 한 가운데. 고몇 걸음만 나오면 바로 북적이는 상점들로 연결되는 이 골목과 건물에서 벌어지는 구마예식이라는 설정은, 이 엑소시즘 영화를 더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더 나아가 영화 속 대사로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일에 자의로 몸을 담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적지 않게 생각할 만한 거리를 주고 있어 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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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속편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있는 듯 했다. 물론 이 이야기가 국내 시장에서 속편까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검은 사제들'은 시리즈로 연결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첫 번째 영화였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강동원이 출연했던 영화 중에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작품이 하나 있었더랬다. '초능력자'라고. '검은 사제들'도 속편이 가능할까? 아마 안되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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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 (The Classified File, 2015)

그래도 소신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극비수사'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적었다 (극비도 아니었는데...). 곽경택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뒤늦게 알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 조차 몰랐다. 그저 김윤석과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출연만 알고 있었을 뿐인데, 사실 최근 김윤석의 작품들을 보면 비슷한 이미지를 계속 이어가며 특별함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에, 이 영화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특히 이 포스터 이미지만 보면 또 다른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런데 결과는 근래 본 영화 가운데,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인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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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의 '극비수사'는 한 편으론 순진하리 만큼 인간적인 작품이다. 아마도 이 작품을 선택하는 많은 관객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괴 사건'이라는 점에서 스릴러 적인 요소를 기대하는 것일 텐데, 이 유괴 사건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다소 심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직접적인 대사로 여러 번 등장하지만, 이 영화의 주된 관심사는 유괴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유괴 된 아이가 무사히 살아 부모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영화 자체의 성격을 규정 짓는 가장 큰 기준인데, 사건을 풀어가는 두 주인공 공길용 (김윤석)과 김중산 (유해진)은 물론, 유괴 된 아이의 가족과 사건을 맡은 경찰 권력 모두 이 영화 속에서는 이 기준 안에서 묘사되고 있다. 즉, 영화의 이러한 기준과 정확히 부합하는 공길용과 김중산을 중심으로, 이 기준에 반대되는 경찰 권력과 시대 배경이 등장하고, 아이의 가족 묘사 역시 다른 부잣집 아이 유괴 사건 속에 등장하는 부모들과는 차별 되게 그려진다. 다시 말해 자연스럽고, 과장 됨이 없다. 그런 측면이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 입장에서는 영화의 긴장감이나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극비수사'는 그 보다 더 중요한 의무 같은 것을 수행하려는 영화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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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극 중 도사로 등장하는 김중산이 유괴범에게 전화 올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순간이나 공길용이 용의자를 근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이 아니라, 이 수사가 마무리 된 다음 부터다.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서 직접 본 이 사건 해결의 전말과 이 두 명의 행동이, 그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부정 되는 순간, 비로소 영화가 왜 이 두 인물을 현재로 끌어 왔는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영웅담인데, 기존 영웅담과 다른 점이라면 숨겨진 영웅은 맞지만 보통의 숨겨진 영웅담도 영화 속에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남겨지도록 둔다. 이것은 어쩌면 영화가 직접 숨겨진 영웅임을 이제라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고, 그들에 대한 진심의 예의가 담겨 있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가 영웅이 되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그것이 백 번 옳다 하더라도 제 3자가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노출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화 자체가 그러한 부담을 갖고 있는 작업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감독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다는 진정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극비수사'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에필로그로서 존재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 시퀀스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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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래서 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참기 힘들 정도로 울컥이게 했다. 스스로 세상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으면 그걸로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할 말을 집어 삼키는 걸 보았을 땐, 난 뭐가 그리 억울한 일들을 살면서 겪어 왔었는지, 공감과 동시에 미안하고 애잔한 마음에 흐르는 눈물을 똑같이 삼킬 수가 없었다.


이 영화가 단지 유괴 사건 자체에 집중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또 다른 곳에서 등장한다. 1978년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과 어쩌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재를 떠올려 봤을 때, 이 영화는 과거 소신을 담고 행동했던 어떤 이의 영화가 아닌 소신을 지키며 살기 쉽지 않은 현재의 영화가 된다. 그 소신이 용기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어리석고 이기적인 것으로 비춰지기 쉬운 요즈음. 그래도 소신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좋은 영화였다.



1. 실화라는 걸 영화 시작할 때야 알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소름이. 실화가 더 믿기 힘들 정도로 영화 같은. 두 분의 우정과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2. 개인적으로 유해진씨가 출연한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역할을 다른 마스크의 배우가 했다면 아마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설득력이 아주 많이 떨어졌을 거에요.


3. 정말 곽경택 감독이 달리 보입니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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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이유를 몰랐던 이들의 진혼곡



2003년 작 '지구를 지켜라'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렸을 장준환 감독의 신작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이하 화이)를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이'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가운데 잔인함마저 가득한, 장준환 감독 만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 납치된 아이를 납치범들이 어른이 되도록 키워낸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한 구조였는데, 여기에 몇 가지 이야기의 구조를 더해 장준환 감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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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텐데, 하나는 영화의 인물이나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많음을 왜 선택했느냐 일 것이다. 일단 단순하게 보았을 때 '화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각자의 이야기는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인물들은 화이에게 다섯 명의 아빠가 있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만큼 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 비중이 모두 적은 편이 아니라 일정 수준이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쉽사리 한 가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많은 캐릭터들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명 이 점은 집중 도를 흐릴 수 있는 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비중과 수준이 필요 적정 선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허무하다 거나 전체 전개를 흐리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다섯 명의 아빠라는 설정처럼, 때로 나오며 각자의 주특기가 있는 캐릭터로 인해 부가 적인 재미 요소가 있었고, 주변 인물들 역시 이름 있는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어 각각을 인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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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물을 굳이 등장 시켰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이'의 이야기 구조라면 화이 (여진구)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자신을 키워준 납치범 아빠들과 적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1:1의 대결 구도 (정확히 말하자면 1:5가 될 수도 있지만)에 집중하여, 화이의 분노와 이 이야기의 끝을 주목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준환의 '화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기본 이야기에 몇 가지 곁 가지 이야기를 추가했고, 각각의 캐릭터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부여했다. 그 얘긴 즉,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화이라는 한 인물이 겪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등장하는 모두가 같은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 정서를 느꼈겠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인물은 그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어떻게 든 문제를 해결하고 살고자 하기 보다는, 그저 죽음이 순순히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시종일관 느껴졌다. 단순히 죽기 만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저 세기말 적인 분위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이'에서는 왜 인물들이 죽기 만을 기다리는 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영화 후반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왜?'라는 물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에 대해 결국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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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어린 아들을 납치 당한 부부는 왜 자신들에게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끝내 알거나 인정할 수 없었을 터이고, 괴물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이도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이 괴물을 떨쳐낼 수 있을지 그 방법과 이유를 몰랐기에 결국 영화 속 이야기 같은 행동들이 벌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무서운 범죄자 정도로만 묘사되었던 극 중 김윤석이 연기한 인물의 이야기는, 영화의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왜 나는 남들처럼 못하는지' 왜 나는 저렇게 될 수 없는지' 등과 같이 '왜?'라는 질문에 결국 세상이 답해 주지 못하면서 그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한 채 자신 만의 왜곡된 방법으로 살아 남을 수 밖에는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그대로 화이에게로 전이되어 슬픈 진혼곡으로 마무리 된다.


그 절절함. 이미 절절하고 치열한 단계를 다 거쳐 무뎌진 인물의 이야기와 현재 그 치열함 속에 놓인 인물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순간이, 이 작품 '화이'의 클래이맥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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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진구의 연기는 제대로 처음 보았는데 괜찮았어요. 교복을 수트로 오해할 만큼 멋지더군요 ㅎ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게 함정.


2. 김윤석은 정말 무서워요.


3. 개봉 첫 날 무대인사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아래 직찍. 조진웅 씨는 생각보다 슬림하셔서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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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The Thieves, 2012)

최동훈 세계의 집대성 그 장점과 단점



언제부턴가 국내에서 영화를 소개할 때 '웰 메이드 (well­ made)'라는 표현을 유독 자주보게 되었는데, 어쨋든 전반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는 의미라면 국내에서 '웰 메이드'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 중 하나가 바로 최동훈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범죄의 재구성 (2004)' '타짜 (2006)' '전우치 (2009)' 까지,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개인마다 호불호는 나뉠 수 있지만 영화적 완성도로 보았을 때는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완성도가 높은, 배우, 연출, 액션, 시나리오, 대중성 등 다방면에서 준수함을 보여주었기에 이 작품 '도둑들' 역시 적지 않은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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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은 전반적으로 최동훈의 세계관을 집대성 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두 명이 극을 이끄는 것이 아닌 여러 명의 캐릭터가 집단으로 등장해 유기적으로 얽히는 설정은 물론, 범죄의 세계에 대한 디테일 (주로 대사에서 오는)을 챙기는 한 편, 액션에도 볼거리를 선사하고 반전을 거듭하는 동시에 드라마까지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장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도둑들'은 이미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 확연한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조금만 더 간결했더라면 훨씬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언제나 영화의 배경을 묘사할 때 단순 묘사나 한 두 가지의 디테일로 승부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그 세계를 그려내는 데에 공을 들였던 감독이었다. '범죄의 재구성'은 전문 사기꾼들이 쓰는 찰진 대사들을 통해 실제 그 세계를 러닝 타임 동안만이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타짜'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박꾼들을 넘어서 그들 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도둑들' 역시 최동훈 감독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듯 하면서도 한 편으론 우리가 사는 이 곳의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현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가끔 이런 이면의 세계를 그릴 때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도둑들'은 현실성과 영화적인 부분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단편적으로 정리하자면, 부산을 배경으로 건물 외벽을 와이어에 매달려 벌이는 총격전이 한편으론 판타지스럽기도 하지만 만족스럽기도 하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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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계관을 구현하는데에 있어 '도둑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은 캐릭터와 로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집단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경우 장점과 단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10명에 가깝게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 각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살리기는 불가능하다기보다 안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절반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몇몇 캐릭터의 경우 딱 그 캐릭터의 비중에 맞게 설정되어 그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앤드류-오달수, 예니콜-전지현 등), 몇몇 캐릭터에게는 범위 이상의 이야기가 할애된 듯한 느낌 역시 받았다. 김수현이 연기한 '잠파노'의 경우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예니콜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조금은 모호함이 없지 않았던 것 같고, 임달화 형님이 연기한 '첸'과 김해숙이 연기한 '씹던껌'의 이야기의 경우는 무언가 전체적인 이 영화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니 어울리지 않다기보다 모호하게 위치한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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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도둑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역시, 임달화 형님의 출연 때문 ㅠ)


참고로 첸과 씹던껌의 이야기를 통해 최동훈 감독이 말하고자 한 '도둑들'의 정서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이렇게 중간에 흩어져 버리는 것이 좀 아쉬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그 둘이 남긴 대사들이 주는 범죄 영화의 감성적인 정서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정서가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한 켠에 머무르지 않고 차라리 중심에 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면 현재의 '도둑들'에서 어울리지 않는 정서들도 여럿 있을 테니 총체적인 정리가 필요했겠지만... 아무래도 이 정서의 중심에 임달화 형님이 있다보니 이렇게 사이드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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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최동훈 감독의 야심이 집대성 되다보니 발생된 단점이라면, 일단 안그래도 집단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에 이야기가 집중되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그 각각의 인물들에게 비교적 더 많은 이야기를 주려고 하다보니 전반적으로 힘을 잃은 경향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도둑들'의 메인 스토리라면 마카오박을 중심으로 태양의 눈물을 두고 벌이는 이른바 '꾼'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에 팹시(김혜수)와 뽀빠이(이정재)가 연관된 과거사가 포함된 것까지는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첸과 씹던껌의 독립적인 이야기는 물론, 무언가 더 할 것처럼 하다가 애매하게 남겨져 버린 잠파노 그리고 추후 비중있게 등장하는 웨이 홍의 이야기까지, 모두 하나의 줄기에 엮여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열매가 조금은 무거웠던 탓에 전반적으로 복잡해져 버린 느낌이었다.


사실 이렇게 복잡한 관계 설정을 가지고 노는 것이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에 장점 중 하나이긴 한데, 이번에는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았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처럼 시리즈로 계획되었다면 조금은 부담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워낙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다보니 각각의 비중을 설정하는 데에 조금은 애를 먹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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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후반부 부산에서 펼쳐지는 건물 외벽 와이어 액션을 들 수 있을 텐데, 어떤 영화와 비슷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시퀀스만 봐도 액션 콘티를 얼마나 신경써서 작업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장면이었다. 사실 그 동안 마카오박에 대해 영화가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갑자기 이던 헌트처럼 와이어를 타고 자유자재로 날라다니는(?)가 하면 홍콩 조직원들과도 1:1로 결투까지 벌이는 마카오박의 모습에 조금 갑작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어쨋든 그 갑작스러움만 제외한다면 이 영화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리듬감을 만나볼 수 있는 시퀀스였다. 두기봉 영화와 성룡 영화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부산 로케이션을 배경으로 (이 장면의 또 다른 승자는 바로 그 건물이다), 와이어를 최대한 적절하게 활용한 이 액션 시퀀스는 '도둑들'이 단순히 머리쓰고 뒤통수 치는 영화가 아니라 볼거리로도 만족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한 번 본편을 감상한 경우 바로 이 장면을 선택해 다시 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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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그의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요소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으로서,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그 각각의 매력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이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매력적인 요소들이 조금은 과하게 담긴 탓에 넘쳐 아쉬움으로 남게 된 점도 없지 않지만, 우리가 흥분했던 홍콩 범죄 영화의 장점을 우리 것으로 잘 소화해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아마 어렵겠지만 '오션스 일레븐' 처럼 시리즈로 제작되어 다음 편에는 정말 조지 클루니가 일원으로 출연한다던지 아니면 양자경 누님 정도가 출연해주신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바램도 가져본다.



1. 오랜만에 극장에서 여자 분들의 함성소리를 들었어요. 확실히 김수현이 대세이긴 한 것 같아요 ㅎ 그의 등장과 대사 하나하나에 반응하시더라는 ^^;


2. 그동안 자신의 이미지를 비튼 전지현의 '예니콜' 캐릭터는 확실히 인상적이더군요. 염정아나 김혜수가 내뱉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같은 대사들이었어요 ㅎ 이름부터가 '예니콜'이라는 것에서 피식하기도 했고요 ㅋ


3.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많다보니 메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마카오박(김윤석)의 비중이나 깊이는 조금 덜해진 느낌이더군요. 이건 김윤석 씨가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상대적인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 나중에 부산 가면 그 건물과 그 골목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정말 홍콩 영화에서나 보던 장소 활용이랄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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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2010)
개싸움으로 풀어낸 카오스의 세계


나홍진 감독의 2008년 작 '추격자'는 분명 잘 빠진 데뷔작이었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바를 끝까지 밀어붙인 힘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작품인 동시에, 극적인 공감대를 통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던 깊은 색의 작품이었다. 그런 그가 '추격자'의 김윤석, 하정우와 함께 또 한번 호흡을 맞춘 신작 '황해'는, 동일한 배우와 몇몇 추격하는 장면 탓에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전작과는 구성자체가 전혀 다른 감독의 야심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홍진 감독의 '황해'는 의도하지 않았던 카오스를 통해 어떤 결론을 도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카오스 그 자체에 관한 담론이라 해야할 것이다. (이제 고작 그의 작품을 두 작품 보았을 뿐이지만) 어쩌면 나홍진 감독의 스타일이야말로 카오스를 그려내기에 가장 적합한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황해'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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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속 문구처럼 면정학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김구남에게는 그간 겪고 있던 삶의 고통보다 더한 카오스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제목은 (택시운전사, 살인자, 조선족, 황해) 단순하게는 주인공 김구남 (하정우)의 현실 혹은 상황을 가리키고 있으며, 더나아가 이 막 구성은 카오스를 그리게 된 영화적 특성을 보완하려는 친절한 구성으로 받아들일 수도 겠다. 어쨋든 '황해'가 흥미로운 것은 초중반까지는 김구남을 주인공으로 그가 매달려있는 구심점에 동조하도록 의도하지만, 갑자기 이 구심점이 변하고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김구남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더이상 김구남 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전작인 '추격자'와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추격자' 같은 경우는 확실한 극적인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에 (하긴 '추격자'는 이 구심점을 아예 처음부터 노출하고 시작한 작품이라 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관객이 끝까지 공감대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반면, '황해'는 어느 정도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가나 싶더니 이 이야기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에 잠식되어 갈피를 잃게 되는 동시에, '어?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라고 막 느끼게 될 때쯤 이미 카오스의 중심에 서있게 되는, 그러니까 카오스 자체가 구심점이 되어버리는 흥미로운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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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이번에도 도망자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황해'의 김구남은 자신도 모르는 일에 휩쓸려 도망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물론 여기서 갈피를 잃었다던가 구심점을 잃게 되었다는 것은,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얘기가 복잡해져서 흔들렸다가 아니라 의도적인 흔들기로 볼 수 있겠다. 제목 역시 '서해'가 아니라 '황해'라고 한 것은 무언가 뿌연 느낌과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모호함을 의도하기 위한 제목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이 처럼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일들에 우연 혹은 더 큰 권력과 시스템에 의해 이용되어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영화들은 많은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황해'의 구남은 그냥 휩쓸린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도박을 한 셈이라는 점이다. 조선족으로 많은 빚을 지며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구남은 여분의 돈만 생기면 마작을 통해 더 큰 돈을 벌려고 하지만 매번 여의치가 않다. 그런 그에게 브로커인 면정학 (김윤석)이 접근하게 되고 김구남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초반 마작을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는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준다. 이 도박이라는 점은 앞서처럼 무고한 인물이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와는 달리 공감대에 있어서 취약할 수 밖에는 없다. 특히나 이 영화에서 관객이 김구남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그가 꾸는 꿈과 단편적인 이야기들 뿐이라 더더욱 그러한데, 이 점 역시 앞서 얘기한 카오스론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관객들이 구남에게, 일반적으로 주인공에게 느끼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면서 영화가 끝나고, 구남과 면정학 그리고 김태원 (조성하)의 이야기가 모두 마무리 되어도 그저 뿌연 안개같은 모호함만 남게 되는 결과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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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은 이러한 카오스를 더 극대화 시키기 위해 폭력성과 잔인성을 가미한다. 즉, 깔끔한 액션이 아닌 이른바 '개싸움'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대놓고 이런 '개싸움'의 이미지를 여기저기서 드러내고 있다). 인물들은 상대를 맞아 엄청난 칼부림과 도끼질을 휘두르는데, 여기에는 리얼리즘과 판타지적인 요소를 모두 느낄 수 있다. 개싸움이라고 했던 만큼 주인공들은 멋진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서로 뒹굴고 서로 상처를 입는 싸움이 계속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개싸움 와중에도 구남이나 명정학은 항상 그 상황을 빠져나오거나 이겨낸다. 특히 이 정도 스케일을 모르고 휘말리게 된 구남의 생명력은 판타지에 가깝다. 전국의 수배령이 내려지고 뉴스 속보로 자신의 얼굴이 연일 나오는 과정 속에서 몇번이나 직접적으로 맞닥들였음에도 동에 번쩌 서에 번쩍하며 도망다니는 구남의 모습을 보면, 이걸 단순히 공권력에 대한 조롱으로 보기에도 너무 과한 건너 뛰기로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면정학의 경우는 구남과는 다르게 애초 캐릭터 설정에서 부터 일반인과는 다른 아우라를 갖은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 후반부 면정학의 모습을 보면 마치 신적인 존재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리얼리즘을 뛰어넘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처음부터 판타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리얼리즘에 근거하여 이런 존재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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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조금 아쉬운 부분은, 이왕 카오스 그 자체를 그리려고 했던 것이라면 구남과 아내의 관한 부분을 좀 더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주인공에게 공감대를 완전히 실어 관객이 '구남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이 미칠듯한 개싸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의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에 관객이 계속 구남에게 여지를 남기도록 하는 부분이 바로 아내에 관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참으로 애매했다. 그러니까 의도한 모호함이 아니라 그냥 애매했다는 것이다. 

아내가 결국 죽었는가 살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엔딩은 그런 의미에서 모호함을 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구남이 영화 내내 오해하고 의심했던 부분에 대한 따듯한 위로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구남이 카오스에 빠져들게 된 동기로 그치지 않고 영화 내내 구남을 지배하는 구석으로 남아, 영화에 극적인 온기를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는 오히려 이 감정적일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정리하고, (어차피 카오스에 집중하려고 했던 만큼) 구남에게도 잔인하리만큼 황폐함을 남겨주었다면 더 강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부분이 상업영화로서 마지막으로 포기할 수 없었던 부분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구남에게 주는 위로가 영화의 또 다른 메시지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이왕 가기로 마음 먹은거 더 밀어 붙였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 황폐함과 카오스의 끝으로 말이다 (쓰고보니 너무 잔인한 바램인 것 같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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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황해'는 다시 한번 나홍진 감독의 스타일을 확고히 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아무리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해도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꺽으면서까지 대중과의 타협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즉, '나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관객에게는 내가 생각해도 불편한 작품일 것 같다'라고 생각될 때 타협을 하게 되는 것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추격자'에 이어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이 투영된 '황해'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더 확고히 한 것은 그의 팬에게도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팬이던 팬이 아니던 앞으로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 나왔을 때 더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1.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갔다던 카체이스 장면은 나쁘지 않았으나, 너무 카오스를 강조하려는 나머지 필요이상으로 카메라를 흔들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조금만 덜 흔들었어도 좀 더 멋진 카체이스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 바램은 이렇지만, 감독은 분명 더, 더를 외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

2. '추격자'의 마지막 슈퍼 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허술함을 지적했던 점을 미뤄봤을 때, '황해'에는 이를 뛰어넘는 비약과 건너 뜀이 훨씬 많은 편이에요. 특히 구남이 도망치는 부분에 있어서 그렇죠. 여기서 너무 많이 '풋..'하게 되면 이 후의 개싸움도 빠져들기 어려울 것 같아요

3. 하정우, 김윤석의 경우 스크린에 보여지는 표정만 봐도, 얼마나 '찌들어 있는지' 그 질감이 느껴지더군요. 두 배우 모두 쉽게 '황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듯 싶네요.

4. 초반 김구남이 살인을 계획하는 시퀀스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멋진 장면이었네요. 이런 카오스가 주제인 작품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장면이라는 점만 빼면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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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시상식 이라는 것이 어차피 주최하는 신문사나 주요 스폰서에 구미에 맞게 진행되는 터라 크게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지만, 도대체 내가 보았던 영화들 가지고 상을 주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했던 '청룡 영화제'가 워낙에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보는 마음은 한결 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카데미도 그렇고, 사실상 모든 시상식이 주최측에 입맛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국내 시상식의 경우 그 주최측에 판단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항상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영화들이나 소외된 영화들에 특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주목 받는 영화들만의 잔치인
국내 영화 시상식이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최소한 대중적인 면이라던가 여러 사람이 공감할 만한 수상이라면
크게 불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의지도 없는데, 그러면에서 제 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대부분 수긍할 만한
수상이었던 것 같다. <추격자>의 스윕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바. 그럼에도 불안했던 것은 <추격자>라는 영화가
이른바 나이 많은 심사위원들에 구미에는 그리 땡기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뭐 이미 이런 불안감이 현실로 들어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신인감독상, 각본/각색, 편집, 조명 등 대부분의 주요상을 <추격자>가
휩쓸고 말았다. 김윤석의 수상 멘트는 이미 여러번 들었던 것이긴 했지만, 말미에 아내나 가족 등이 아닌
파트너였던 '하정우'를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여우조연상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우.생.순>의 김지영 수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이 영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실망했던 것이 작용했다고 봐도 되겠다. <놈놈놈>의 경우 MBC와는 사이가 별로인지 주요상의 노미네이트도
되지 않았으며, 방준석은 <고고 70>으로 음악상을 수상하였다.

여러가지 수상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여우주연상 부분이었다.
사실 올해 여우주연상은 모조리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이 수상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한해였는데,
역시나 이 영화나, 그녀의 연기나,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취향이 아닌터라 철저히 외면 당했었고,
이 날도 예쁘게 차려입은 손예진을 보면서 '설마.....'하는 걱정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뭐랄까, 배우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심하게 공감해 눈물 마저 글썽거렸던 적은 아카데미에서 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연상을 수상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효진의 경우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여자 신인상을 받은 서우와 감독인 이경미는 정말로 펑펑 울었는데, <미쓰 홍당무>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 중
한편으로 꼽는 나로서도, 왠지 모르게 공효진의 수상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무언가 금단의 벽을 넘는 듯한
승리가 엿보여서였달까.

어쨋든 '단상'이라고 했으니 여기서 마쳐야 겠다.



1. 윤정희씨는 등장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2. 우리나라는 정말 제대로 된 시상식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상을 타는 사람만 참석을 하고, 못타는게 확정되면
    식이 끝나기도 전에 집에 가버리는 일들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3. 신성일씨의 파마는 조금 쇼킹했다.
4. 박철민씨의 시상 소감은 나름 신선했다!
5. 이제 '비'와 여배우들을 오가는 카메라 워크는 식상하다.


미쓰홍당무 여우주연상/신인여우상 수상 기념 리뷰 다시보기!




추격자 (2008)
치열하게 몰아치는 서스펜스와 먹먹함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입소문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이번 달 관심가는 영화 중에 처음에는 없던 영화였으며, 김윤석 씨의 연기는 다들 얘기하는 <타짜>의 '아귀'가
아니더라도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그랬고, 인상적으로 느꼈던 터였지만, 이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사회로 먼저 영화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 같이
극찬, 그것도 대 극찬이었다. 다들 <살인의 추억> <세븐>등과 비교해가며 오랜만에 한국영화에서 만난
수작이라는, 그것도 데뷔작이 그렇다는 평들이 자자했었다.
간단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의 감상평도 그러하다.
정말로 2시간의 러닝타임내내 어찌나 가슴을 졸이고 몰입을 하였는지,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먹먹해서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으며, 영화적으로도 중간중간, 장면장면에서 속으로 '와!' 하는 장면이
많았던 뛰어난 작품이었다!



제목인 '추격자'처럼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한 전직 경찰의 이야기다. 이 전직 경찰은 현재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로 생활하고 있으며, 자신이 연결한 여성들이 하나 둘 없어지는것을 의심하여, 점점 그에게
접근해 가던 도중, 그가 단순히 여성을 팔아넘기거나 하는 자가 아니라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이 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설정은 여기에 있다. 연쇄 살인범을 경찰이 쫓는 것이 아니라
(전직 경찰이긴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의심을 갖게 되고, 사실상 추격의 중간 이후까지도
(어쩌면 마지막까지도)개인적인 이유로 그를 쫓게 된다는 설정. 여기에는 감독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TV에서 본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듣고 무능한 경찰에 대해 분노의 감정으로 이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밝힌바있다)경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단순히 악한 놈을 쫓는 정의의 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배경에 사회의 부조리를 적당히 비꼰 설정은,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매우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특히 서울 시장의 경호를 제대로 하지못한 실수를 덮기 위해서(거의 이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잡아들이는 뉴스로 덮으려는 경찰들의 모습과,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서 신고를 하였으나
근무태만으로 졸고 있느라(영화 속의 묘사는 사실 '존다'기 보다는 거의 '자는' 수준이었다), 또 한 사람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장면 등을 보면 감독의 의도가 분명함을 알 수 있다(나중에 미행의 어설픔도 어느 정도
의도인듯 하다). 특히 슈퍼에서의 살인장면은 사실상 사건을 명확하게 종료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마련되었음에도 결국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런 '무능함'에 대해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가 다른 연쇄살인범의 영화와 조금 더 달랐던 점은 영화 초중반에 이미 범인이 잡힌 다는 점인데
(아마 보통의 다른 영화 같았다면 지영민을 범인을 쭉 몰아갔다가 후반부쯤 다른이가 범인이었다는 설정이
나왔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리듬이 전혀 줄기는 커녕, 오히려 속도를 내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지영민을 계속 압박하지만 여러가지 법과 제도의 틀에 맞추려다보니,
미치도록 잡아넣고 싶은 지영민을 잡아넣지 못하고(미치도록 잡아넣고 싶은 이유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살인의 추억>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영화 속 경찰은 그가 살인을 했던 안했던 그를 잡아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이런 설정은 영화 속 그 안경쓰신 경찰분이 지영민을 타이르듯 달래는 대화 장면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엄중호는 엄중호대로 끝까지 미진이를 찾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격을 계속한다.
이렇게 범인을 일찍 공개하고 잡혀있는 범인과 이를 완전히 끝내기 위해 밖에서 추격을 계속해가는 두 가지의
행보로 나뉘어 이야기를 전개한 것은 결과적으로 괜찮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이후 지영민이 풀려나고 나서의 이야기 전개도 박진감 넘쳤다. 슈퍼에서 아줌마와 대화를 나눌 때는
극장 내의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안돼'하고 짧은 외침을 절로 내뱉을 정도로 극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장면이었는데, 이 슈퍼아줌마와 지영민이 대화하는 장면의 긴장감은 단편적으로만 봐도 그 미묘한 줄타기와도
같은 긴장감을 잘 살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연쇄살인범의 정체성에 대해서, 십자가 상을 직접
만들었다던가, 그래서 벽지 속에 이 그림이 가득 담겨있는 장면이라던가 하는 설정은, 흡사 희대의 연쇄살인범에 관한 외국 스릴러 영화에서나 볼법한 분위기를 연출해준 것도 좋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더하는 것은 누가뭐래도 이 두 캐릭터이다.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아무런 의도없이(물론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정도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지영민의 캐릭터는 이 나른함과 지루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죽였다고 말하는 것이나,
죽일 사람을 앞에 두고 태연하게 '안 아플거야' '이건 좀 아플거야' 등 말 그대로 그냥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하정우의 연기도 크게 한 몫을 했다.
그가 나온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만을 보았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정말로 앞으로
영화계에서는 적극 환영을 받을 지 몰라도, 식당에서는 덤은 커녕 쫓겨날 수도 있을 만큼, 진정한 악역의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하고 있다(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 했는지는, 마지막에 엄중호가 망치로 내리치려고 할 때
많은 관객들이 속으로 '그래 쳐라'하고 생각하게 만든 것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엄중호 역할을 맡은 김윤석.
무언가 어두운 그늘이 있는 듯 한 인상의 김윤석은 이번 캐릭터에 그야말로 적격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굉장히 아날로그 적이고 거칠고 몸으로 뛰는 추격자의 모습은 그가 연기해서 더 실감이 나지 않았나 싶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것 처럼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을 수 없는데,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가 조금 유머를 가미한 캐릭터였다면, 엄중호의 캐릭터는 좀 더 거칠고 날 것에
느낌이 나는 치열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치열하고 극박한 리듬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매끄러운 캐릭터보다는 이처럼 거칠고 뒹구는 캐릭터가 휠씬 어울렸지 않았나 싶다.
김미진 역할을 맡은 서영희의 연기도 그야말로 몸으로 보여주는, 그리고 비쥬얼로 말하는(여기서 말하는
비쥬얼은 피범벅의 비쥬얼;;)연기로서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음악. 이런 극박한 리듬을 제대로 살려준 또 하나의 효과는 바로 음악이었는데,
뭔가 터질듯 터질듯 줄타기를 하는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가, 터뜨렸다가, 끌고 갔다가 하는 것은 바로
음악의 효과가 컸다.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메인 테마가 나왔을 때
한 번에 반가움을 느꼈을 정도로, 영화 속의 음악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감상기를 미친듯이 쓰다보니 빠트려버렸는데, 이 모든 것을 만든, 각본과 감독을 맡은 나홍진 감독을
빼놓을 수가 없겠다. 데뷔 작품이 이리도 인상적이라니, 정말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너무나도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데뷔 작품 답지 않은 치밀한 연출력과 더불어 각본가로서의 능력도 충분히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한국영화계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게 될 듯 하다.

이 영화는 결론이 해피한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기분 좋은 영화, 또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아주 불편한 영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극장을 나갈 땐 다들 힘겨운 몸을 일으키며 누구라도 뭐라고 한 마디씩 하게 되는, 심한 몰입도를 갖고 있는
영화였다.
사실 다들 좋다, 최고다 해도, 오히려 그래서 더 걱정이 많이 되었었는데,
그 이상이다. 오랜만에 그것도 한국영화에서 이렇듯 극적인 서스펜스와 영화가 끝나고 심한 먹먹함을
느꼈던 영화는 <추격자>뿐이었던 것 같다(개인적으론 <조디악> 이후 최고의 긴장감이었다)

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정리되면
또 한 번 보고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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