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blu-ray)

우주를 설계하고 낭만을 이야기하다

 


리스토퍼 놀란의 2014년 작 '인터스텔라'는 그의 작품 답게 원초 적으로 두뇌를 움직이게 만드는 복잡한 설계가 밑 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는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낭만과 감동이 자리 잡고 있는, 딱 크리스토퍼 놀란 다운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Gravity, 2013)' 이후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본격 우주 체험 영화라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밖에는 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고 배우는 것에 그치던 우주라는 공간과 세계를 체험하는 것으로 끌어 들이는 데에 성공한 '그래비티' 이후엔 그 어떤 영화도 (최소한 단 기간 내에는) 우주를 다시 배경으로 하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래비티'를 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거다 라고 밝히기도 했던 놀란은, '그래비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체험하는 우주를 그리는 동시에 또 한 번 설계자 다운 면모를 발휘해 다층 적인 것을 넘어서 다 차원 적인 구조를 구현해 냈고, 여기에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드라마까지 담아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터스텔라'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뭐랄까, 놀란의 영화관에 대해 좀 더 명확해 지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단 '인터스텔라'가 인상적인 본격적인 이유를 이야기 하기에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항상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언가 저마다 이야기하고 싶도록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에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에 기본이 되는 치밀한 설계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주로 만드는 설계도는 항상 무언가 학구 적인 의욕을 한껏 이끌어내 왔었다. 

 

억을 잃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플래시백 형태로 구성한 '메멘토'도 그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다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낸 '인셉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100% 완벽하게 분석해 내겠어!'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었던 것처럼, 이번 '인터스텔라' 역시 우주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공간을 배경으로, 역시 익숙하게 들어 왔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블랙홀, 웜홀, 4차원, 5차원이라는 개념과 현상들을 시각적으로 수긍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학구 적으로 파고든 설계 탓에 자주 그가 만든 세계는 논리적 오류나 설정의 오류라는 많은 의견들과 부딪히게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가 그의 동생과 함께 쓴 시나리오가 과학적, 논리적 오류가 있는 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왜 이런 방식을 매번 택하고 있는 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걸 '인터스텔라'를 통해 또 한 번 강하게 느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이렇게 영화를 복잡하고 설명하듯 만드는 것일까.





단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그 세밀한 설계 자체가 갖는 중요성, 그러니까 '인터스텔라'로 비유하자면 5차원이라는 개념을 관객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영화 화 하기 위해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 할 만한 만반의 준비와 설계를 건축 하듯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구조와 설계 자체를 중심에 둔 다는 얘기다. 하지만 놀란의 영화는 이 과학적 혹은 호기심의 근거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 탄생 되었다고 단정 짓기엔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이 있다. 사실 이렇게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인셉션'을 보고 나서 부터 인데, '인셉션' 이 개봉하고 나서 흡사 논문에 가까운 영화 글들이 수를 놓았을 정도로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라는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관한 아주 강력한 드라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란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내를 잃은 남편이거나 가족을 잃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의 분석은 이미 여럿 있어 왔는데, 여기에 더 힘을 보태서 이런 설정들이 어쩌면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계한 구조적 배경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그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인터스텔라'를 보며 또 한 번 강하게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결국,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꿈 속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코스튬을 입은 외로운 영웅을 이야기할 때도, 그리고 우주 속 웜홀 뒷 편의 5차원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한 인간의 드라마를,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 그런 측면이 놀란의 모든 영화에 드러나고 있다고 봤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다크나이트' 의 경우 이 가운데 가장 감정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편이고, 이 작품 '인터스텔라'는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셉션'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구조의 황홀함에 압도되어 만족감을 얻기에 벅찼었지만 두 번째 관람을 하고 나니 너무나도 명백한 코브의 슬픈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셉션'은 놀란 영화의 큰 두 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와 감정, 혹은 설계와 낭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인터스텔라'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후자에 더 큰 비중, 아니 더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작품이었다.




(다음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골적이라는 표현을 반복 적으로 사용한 데에는 역시 '사랑'이라는 개념을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방식 때문이 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른 작품은 물론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던 '인셉션'에서도 그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인터스텔라'에서의 후반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서는, 오히려 한편으론 이런 우주 영웅 가족 영화에 대명사로 불리 우는 '아마겟돈'보다도 더 강력한 세기로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서 영화의 중반 부까지 우주와 웜홀에 대한 방정식을 풀 듯 논리의 파도를 따라오던 관객 입장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 사랑이야!'라는 영화의 후반부가 맥이 빠질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의 방식이 조금 직접적이었을 뿐 놀란의 영화는 항상 이런 드라마를 바탕에, 아니 중심에 놓았었기에 크게 이질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지만 그래도 '사랑, 사랑이었어!'라는 식의 전개는 이 5차원이라는 개념을 재료로 하기엔 너무 1차원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게 마련인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치 찰리 카우프만이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통해 본인의 메세지를 정말 끝까지 밀어 붙였던 것처럼, 본인이 항상 두 손에 쥐고 있던 설계와 감정의 개념을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 작품에서 후반부 사랑의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인간의 사랑이야말로 차원을 넘어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 라는 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가설을 꺼내 놓는데, 바로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직 인간이 알아 낸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혹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개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일종의 과학적 산물 혹은 미래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설명이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러한 접근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접근이었는데, 처음엔 이 같은 영화의 태도가 '와, 정말 대단한데!'라는 정도로만 느껴졌다면,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기반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Contact, 1997)'가 던진 화두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경험한 것'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메시지로 채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즉,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영화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이전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인터스텔라'가 왜 흥미로운 작품인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콘택트'와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콘택트'는 이 광할한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공간 낭비인가 라는 말처럼 외계 생명체에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중심이 외계 생명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혹은 인간의 진화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스포일러 끝!)

 

쨋든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다른 작품들처럼 하나 하나 따져보면 '왜 그러한가?'에 대해 소품이나 배경, 인물, 대사 등 모두 이유를 찾고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영화 일테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것들을 다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강력하게 드러난 낭만적인 가족 드라마이기도 했다. 또한 모두가 어린 시절 막연하게 우주 여행을 꿈꿔왔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아무도 우주를 꿈꾸지 않는 이 시대에 대한 그의 안타까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뒤돌아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은 다들 바보처럼 순수하고 낭만적인 인물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였던 것 같다. 마치 더 이상 막는 것이 불가능한 디지털의 시대에 끝까지 필름 촬영을 우선하고 3D를 배제해 온 그처럼 말이다.


 

Blu-ray : Menu

 

[디스크 1]






[디스크 2]





Blu-ray : Video







'인터스텔라' 블루레이 화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이맥스 촬영 분과 35mm 필름 촬영 분에 대해 나누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다른 포맷으로 촬영된 영상은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을 듯 한데, 이 점은 블루레이 화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먼저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상의 화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보는 순간 눈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선명한 화질은 수록하고 있다. 특히 아이맥스 촬영이 특별히 시퀀스 별로 의도 되었다기 보다는 중간 중간 짧게 수록된 장면들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여러 장면들을 최고의 화질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






지만 이렇듯 아이맥스로 촬영한 영상의 화질이 태생적으로 압도적 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35mm 필름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필름으로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도 사실 문제가 있거나 하는 정도의 화질은 아닌데, 워낙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이 화질이나 화면 비에서 오는 시원함이 압도적이다 보니 조금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이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어디 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와 교차에서 오는 느낌으로, 평균적으론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화질임은 분명하다.


 

Blu-ray : Audio

 

개 인적으로 아이맥스 촬영 분이 수록되었음에도 화질보다 좀 더 만족스러웠던 것은 사운드 퀄리티였다. 이는 기술적인 퀄리티 외에도 영화의 사운드 메이킹 덕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주라는 공간과 우주선 (이 영화에서 우주선이라는 공간은 사운드 측면에서 매우 중요도가 높다)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들려줄 수 있는 일종의 '가상'의 사운드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구성한 사운드는 블루레이를 통해 더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히 우주선이 빠른 속도로 착륙하거나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에 있어서는, 그 내부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진동을 만들어 낸 것이 단순하게 우퍼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의 볼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밸런스와 사운드 메이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 포인트였다. ‘인터스텔라'가 깊은 몰입 감을 전달 하는 데에는 확실히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운드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약 50분 분량의 영상인 ‘The Science of Interstellar’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자문을 맡은 과학자 킵 손을 중심으로 ‘인터스텔라’가 들려준 이야기의 과학적 근거 혹은 근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아마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저 ‘영화니까’하고 넘겨 버렸을 여러가지 설정과 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어떻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 혹은 진행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어찌보면 어려울 수 있는 과학과 중력, 우주와 시공간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이유는, 첫 째 ‘인터스텔라’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며, 둘 째 이 다큐멘터리가 이론과 영화의 접점을 정확하게 알고 친절하게, 하지만 뜬구름 잡지 않는 형태로 소개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과학 선생님이라면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만큼 지식의 접근성이 높고 유익한 다큐멘터리라 꼭 감상해보길 권한다.








‘Plotting An Interstellar Journey’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뷰를 통해 왜 ‘인터스텔라’를 만들어야 했는 지에 대한 제작 초기의 의도와 과정을 들려준다. 또한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또 다른 다큐멘터리에 관한 이야기와 아이맥스 촬영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Life On Cooper's Farm’에서는 영화 속 쿠퍼의 집이자 농장의 배경이 된 로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와 이 농장이 갖는 영화의 내적 의미에 대해, 역시 놀란 감독이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다른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인터스텔라’ 부가 영상에서는 특히 더 크리스토퍼 놀란의 친절한 작품 설명을 전반적으로 만나볼 수 있어 여러모로 부가 영상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The Dust’에서는 영화 속 먼지 폭풍이 어떻게 (아날로그적으로) 탄생 되었는지 만나볼 수 있으며, ‘Tars and Case’에서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인간적인 기계 ‘타스’와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여기서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날로그적이고 현실성을 강조하는 철학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The Cosmic Sounds Of Interstellar’에서는 한스 짐머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어떻게 ‘인터스텔라’의 영화 음악을 (사실상) 함께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담겨있는데, 이미 ‘배트맨’ 시리즈를 통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에 했던 작업 방식과 아이디어들은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소리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 역시 결코 부족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약간의 진부함이 느껴졌던 근래의 한스 짐머의 음악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인터스텔라’의 스코어는 환상적이었다).

 

‘The Space Suits’는 지나치게 미래 지향 적이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나사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우주복의 탄생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The Endurance’를 통해서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네이슨 크로울리를 통해 인듀어런스호 세트 디자인과 그런 구조를 갖게 된 논리적 근거에 대해 상세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

 

‘Shooting In Iceland’에서는 영화 속 밀러 행성과 만 행성의 로케이션 촬영지였던 아이슬란드의 촬영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다른 행성으로 소개 되는 곳이지만 컴퓨터 그래픽 보다는 실제 촬영으로 현실 감을 주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로케이션 촬영지로 선택하였고, 스텝들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라는 말처럼 아이슬란드는 놀란의 의도를 정확히 구현 가능한 장소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The Ranger And The Lander'와 ‘Miniatures In Space'에서는 레인저 우주선의 구석구석 설명을 통해 우리가 영화를 보며 미처 다 확인하지 못했던 선 내의 디테일과 각각의 기능, 구조를 확인할 수 있으며, 미니어처 촬영을 통해 시각 효과가 어떤 방식을 통해 활용되었는지도 짧게 나마 소개하고 있다.

 

‘The Simulation Of Zero-G’에서는 영화 속 무중력 장면 촬영을 위해 사전 진행되었던 리허설에 관한 영상이 수록되었으며, ‘Celestial Landmarks’에서는 웜홀과 블랙홀 등을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이 가능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앞선 ‘The Science of Interstellar’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지만, ‘인터스텔라’의 부가 영상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개봉 당시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과학적(이론적) 오류 혹은 타당성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될 듯 하다.

 

‘Across All Dimensions And Time’에서는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테서랙트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수록되었으며, ‘Final Thoughts’에서는 놀란 감독을 비롯해 각본을 함께 쓴 조나단 놀란은 물론, 주요 스텝들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터스텔라’가 어떤 의미를 갖는 영화인지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Trailers’에서는 총 4개의 버전의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기에 충분한 작품이자, 그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전달 방식이 좀 더 균형을 이룬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블루레이 담긴 부가 영상들을 꼼꼼히 감상하고 나면, 적어도 크리스토퍼 놀란과 과학자 킵 손을 중심으로 한 영화의 스텝들이 과학과 현실의 접점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적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심오한 과학적 호기심에 못지 않은 꿈과 낭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재차 발견할 수 있었고, 또한 그 사이에서 계속 균형과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결과물을 만나게 되어, 감독으로서 놀란을 더 좋아하게 된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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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바이어런트 (A Most Violent Year, 2015)

악마의 탄생이 아닌 정도(正道)의 죽음



'마진 콜'과 '올 이즈 로스트'를 연출했던 J.C.챈더 감독의 신작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보았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포스터와 스틸컷에서 마치 '대부' 시절의 알 파치노를 연상 시키는 강렬한 이미지의 오스카 아이삭과 근래 가장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이어가고 있는 여배우인 제시카 차스테인 때문이었다. 특히 오스카 아이삭의 이미지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알 파치노의 '대부'를 떠올리기 쉬운 것이었기에, 작품 역시 범죄가 만연하던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갱스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J.C.챈더는 정반대로 이 힘든 시절 속에서 끝까지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아주 치열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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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모랄레스 (오스카 아이삭)는 이민자 출신으로 장인어른의 기름 사업을 물려 받아 계속 사업을 성장시켜온 재능있는 사업가다. 하지만 그가 성공할 수록 그는 각종 비리와 공격에 타겟이 되어 안밖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는다. 범죄가 만연한 시기였기에 어쩌면 큰 흠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여러 유혹과 회유에도 아벨은 끝까지 자신의 방식, 제대로 된 방식으로 그 만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주인공 아벨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자 한다. 그의 가족적인 면, 인간적인 면을 감성적으로 부각하는 대신, 상당히 드라이하게 사업가로서의 그의 행동과 결정 위주로 묘사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벨은 범죄와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는 물론 아닐 뿐더러,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고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는 본인의 방식대로 본인의 꿈을 이루려는 사업가 일 뿐이다. 표현은 '뿐이다'라고 했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 작품엔 그 어떤 비하나 상대적 평가 절하의 표현도, 시선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오히려 아벨의 이야기를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남게 된다. 왜 아벨은 이토록 정도(正道)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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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역설이다. 즉, 이 질문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관객들을 향한 감독의 질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을 추구한 아벨이 이토록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 더 나아가 그런 사회에 얼마나 대중들이 익숙해졌는지를 되묻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악마의 탄생으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정도(正道)의 죽음으로 봐야할 것이다. 순수한 한 남자가 결국엔 어떻게 악에게 잠식되는 지에 대한 과정이 아닌, 아벨이 대변하는 가치관들이 어떻게 스러져가는지에 대한 기록의 측면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커다란 짐을 전달하고자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엔 극적 쾌감이나 짜릿함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상황적인 측면도 그러하지만, 간혹 아벨이 그 어려움들을 우여곡절 끝에 해결해 낸다하더라도 (그것이 일시적인 것일지라도)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물론, 다행이다 싶은 안도감도 느낄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혹여 성공처럼 비춰질 수 있는 순간이라도 사실은 죽어가는 과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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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바이어런트'의 아쉬운 점이라면 한 남자의 심리와 상황 묘사를 조금은 직접적으로 미국이라는 현상과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은 은근하게 빗대어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으나, 조금은 직접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케 하는 샷과 구도들은 영화 전체가 담고 있는 무거움을 조금은 가볍게 만드는 요소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아벨이 처한 상황과 직접적으로 같지는 않지만 상황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인지, 그의 고민 하나하나가 200% 와 닿았다. 지켜야 하는 것들과 지키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것들. 성공이라는 상황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수단까지 가능한 것인지. 혹은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 끝까지 정도를 가려는 것 자체가 너무 이기적이거나 어리석은 판단은 아닐지.

가장 폭력이 만연하던 해를 온 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아벨의 이야기는 새삼스럽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1. 정말 오랜만에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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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세븐 (Fast & Furious 7. 2015)

형제들이 폴을 추모하는 방법



사실 이제와 고백하자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내게 있어 처음부터 그렇게 특별했던 시리즈는 아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꼭 봐야 할 만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1,2편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액션 역시 다음 편을 꼭 봐야지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시리즈가 꼭 봐야 할 영화가 되었던 이유는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폴 워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에게는 이 시리즈를 통해 각인이 된 배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폴 워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러닝 스케어드'를 비롯해 대중적으로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 때문이었다. 폴 워커라는 배우에 매력에 빠지게 된 뒤,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게 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이러니하게도 폴 워커 때문에 전혀 다른 영화, 아니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너무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 버린 폴을 추억하려 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극장을 찾았던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게 만들어 버린,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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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 강력한 적들과 자동차 액션 외에 몸으로 하는 육탄전의 비중이 커지게 된 일곱 번째 작품 답게, 전편의 루크 에반스를 훨씬 능가하는 진짜 형님 제이슨 스테덤의 등장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다. 제이슨 스테덤의 캐릭터는 사실 어느 영화에 나오든지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긴 하고 이번 영화에서 역시 그렇지만,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다고 해야할까? 빈 디젤, 드웨인 존슨과 1:1로 맞붙어도 중압감을 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로서 극의 대결 구도를 긴장감 있게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슨 스테덤이 등장하면서 시리즈에 더해지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격투 액션 측면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를 비롯해 무려 '옹박'의 토니 쟈까지 출연하면서 (여기에 UFC 챔피언 론다 로우지의 특별 출연까지) 오랜만에 육중한 볼거리의 액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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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전편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면서 부터 좀 더 가속화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 시리즈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전문 격투 액션이 너무 보편화 되면서 오히려 이렇게 큰 근육과 몸을 더 쓰는, 무게 있는 액션을 보기가 귀해짐에 따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자동차 액션 외에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아날로그 액션에 대해 좀 더 이어가자면, 드웨인 존슨이나 빈 디젤 정도의 근육 (혹은 덩치)이 발달해야만 성립이 가능한 도구나 액션 시퀀스는 보는 것 만으로도 쾌감을 선사했는데, 약간은 억지스럽고 '저게 가능해?' 싶은 설정이 분명 있지만 그냥 '가능해'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뚝심도 무식해 보이기보단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소소한 재미이기는 하지만 론다 로우지와 미셸 로드리게즈의 격투 장면은 론다 로우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챔피언이라는 걸 잘 알기에 오랜만에 로드리게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더 락' 드웨인 존슨이 락 바텀을 시전 할 땐 남모를 쾌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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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액션 영화로서 '분노의 질주' 만큼 창의력 돋보이는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편의 자동차 액션은 그 '창의력' 면에서 아주 새롭지는 않았다. 일례로 비행기에서 자동차를 자유 낙하 시키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탑기어 코리아'에서도 시도했던 장면이어서인지, 영화가 주려고 하는 만큼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낭떨어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시퀀스도 새롭다기 보다는 조금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시퀀스는 '미션 임파서블 2'의 첫 시퀀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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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리고 폴 워커. 개인적으론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그의 얼굴을 어찌볼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는 것에 성공했던 터라, 다른 개인적 감정 없이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영화가 계속 폴 워커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쭉 봐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작품은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가운데 우정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아주 강하게 지속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7편의 내러티브도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일 수 있겠으나, 폴 워커라는 특별한 한 사람 때문에 이 평범할 수 있는 (혹은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 뻔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그대로 꽂힐 수 밖에는 없었다. '더 이상 장례식을 치루고 싶다 않다'라던지, 그를 바라보는 진짜 친구 빈 디젤의 표정 하나 하나에서 영화와 현실이 혼동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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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영화는 결국 마지막에가서 스스로 현실과의 경계선을 넘어버리는 것을 택한다. 바로 폴 워커를 위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인 해변 장면은 아마 올해 가장 슬프고 인상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뛰어오는 폴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표정은 이미 스크린을 벗어난 감정이었다. 특히 여기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음을 장담할 수 있다. 작별 인사를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영원히 함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 친구, 아니 형제들의 이야기는 정말.


15년 가까운 시간을 한 영화에서 함께한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를 보내는 그들의 방식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옳았다. 아... 폴 워커가 오늘도 그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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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 (るろうに剣心 伝説の最期編, 2014)

큰 욕심 안 부린 켄신의 마무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교토 대화재편'을 보러 극장에 갔을 때 '전설의 최후편'이 같이 개봉 중인 줄 알았더라면 연달아서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겠지만, 뒤늦게 알게 되 어쩔 수 없이 상영하는 극장을 찾지 못하고 시리즈의 대미는 IPTV를 통해 감상하게 되었다. 전편이 3편으로 가는 중간 다리 같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시리즈의 마지막인 '전설의 최후편'은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는데, 결론적으로 마지막 편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무난한 선에서 마무리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실사 버전에서 과하게 욕심을 부려 1,2편을 통해 얻었던 원작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위험을 택하는 대신,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지만 큰 실망은 하지 않는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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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인 시시오와 켄신의 대결 장면을 들 수 있을 텐데, 기대가 컸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생각보다는 그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이건 정말 문자 그대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원작에서 시시오가 담고자 했던 분노와 한, 그리고 켄신이 역날검을 사용해야만 했던 죄의식은 긴 호흡을 통해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나아간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3편의 영화로 대등한 효과를 얻기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리적 아쉬운 점만 배제한다면 영화는 본질을 흐릴 정도로 다른 각색은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영화화가 좋았던 또 다른 점은 이 시리즈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카오루와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중심에 두지 않고 앞서 언급한 시시오와의 대립과 켄신 스스로의 죄의식에 두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본 영화 시장에 대한 부러움이기도 한데, 더 많은 일반 대중들을 타겟으로 하기 보다는 기존 원작 팬들에게 포커스를 둔 (둘 수 있는) 구성은 원작 팬으로서 쌩뚱맞은 이야기를 접하지 않게 되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원작에서도 이 둘의 로맨스는 말그대로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해야하는데, 만약 적극적으로 극의 가운데로 끌고 왔더라면 아마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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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실사판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실 메시지의 전달 측면이 아니라 액션에 대한 묘사였다. 코믹스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가장 망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실사에서는 어색하기 쉬운 액션이나 판타지적인 묘사 부분 일텐데, '바람의 검심'은 바로 그 부분의 균형을 잘 이뤄냈다. 켄신의 비현실적인 속도를 표현한 부분은 잘못하면 아주 우스꽝스러워지기 쉬운 부분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수긍 가능한 정도로 표현해 냈으며,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고수의 우월함 역시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이 같은 액션 묘사의 균형은 전설의 최후편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특히 켄신이 다수를 한 꺼번에 상대할 때 확실히 드러났다. 개인적으로는 이 액션 시퀀스를 코웃음치지 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 만으로도 켄신의 실사화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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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가장 우려했던 실사판 영화였던 '바람의 검심'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남긴 시리즈가 되었다. 그로인해 앞으로의 실사화에 대해서도 다시 기대를 갖게 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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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의, 감히 최고의 걸작


폴 토마스 앤더슨의 모든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았고 또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의 최근작 '마스터 (The Master)'는 참 설명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보통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처음에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벅찬 감정으로 극장을 나오게 되지만 몇 차례 더 반복 감상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감독이 말하려는 바나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명확해 지는 것이 (설령 그것이 감독의 의도와 다르다 하더라도)대부분인데, '마스터'는 이 와는 정반대의 경우라고 해야겠다.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땐 마치 그의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미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를 통해 발산해 내는 그런 작품인 줄로만 알았는데, 물론 그 에너지의 버거움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지만 이 영화를 말하고자 할 때 알면 알 수록 더 불분명해 진다는 것은 최근 또 다시 보게 되면서 깨닫게 된 점이었다. 도대체 폴 토마스 앤더슨은 무슨 영화를 만든 것인가!




혹자는 '마스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이언톨로지를 주제로 한 영화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PTA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담긴 작품이라고도 하며, 또 누군가는 트라우마에 관한 (특히 참전 후 트라우마) 이야기라고도 한다. 더 이야기하자면 지독한 러브 스토리로 볼 수도 있으며,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레디 퀠 (호아킨 피닉스)과 랭케스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라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연을 파고 든 분석적인 작품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에 대해서는 수 많은 평론과 분석이 존재하는데,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PTA의 그 어떤 작품보다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가 가능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마스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팬 입장에서는 이 텍스트 안에서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더 분석하고픈 욕구가 발생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석을 하면 할 수록 이 모든 것이 마치 영화의 기이한 분위기 마냥 한 없는 멜랑콜리로 느껴지게,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시 보게 된 '마스터'를 통해 느꼈던 건,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최근 이 영화를 간절하게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쌩뚱 맞게도 '위로'받고 싶어서 였다. 이미 영화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고, 위로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이 영화를 어떤 연유였는지 위로 받고 싶어서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마스터'는 일종의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는 없는 상대를 (실패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영화엔 묘하게 관객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영화의 정서는 어느 정도 전작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와도 닮아있다.





사실 '마스터'는 여러 분석과 평가 이전에 거대한 힘 앞에 압도 당할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는 호아킨 피닉스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마스터라는 칭호에 부족함이 없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에너지가 맞 부딪히는 장면들은 숨 쉬는 것 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이 두 배우 못지 않게 (캐릭터 상으로는 가장 무서울 정도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던) 힘 있는 연기를 펼친 에이미 아담스까지 더해지면서 폴 토마스 앤더슨은 또 한 번 마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그러하였듯이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데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스터'는 일종의 체력이 필요한 영화라고 해야겠다. 이 압도적인 에너지를 견뎌 낸다면 그 안에 또 다른 감정과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lu-ray : Menu







Blu-ray : Plain Archive Collection




언제부턴가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출시 된 타이틀을 소개할 때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칭찬 일색으로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칭찬을 좀 해야겠다.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의 블루레이 발매는 더 놀라운 사건이라 하겠다. '인터스텔라' 같은 대흥행작도 아닌 '마스터'를 무려 세 가지에 달하는 패키지로 선택 구매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A or B의 상술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타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출시 기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다.




일단 이번 플레인 아카이브 콜렉션으로 출시 된 '마스터' 블루레이는 일반판은 물론 스틸북 형태로 각각 렌티큘러 슬립, 풀 슬립, 쿼터 슬립 형태로 출시가 되어 소비자가 각각 원하는 형태와 가격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팬들은 결국 중복 구매를 하기도 하는 ㅎ). 최근 스틸북 열풍에 이어 그 못지 않게 자주 선택되는 패키지 유형 중 하나가 렌티큘러 방식인데, 이번 '마스터' 렌티큘러 패키지는 그냥 의미 없이 렌티큘러를 활용한 것이 아닌 렌티큘러에 적합한 이미지를 선택하여 (너무 당연하지만) 렌티큘러를 선택하는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스틸북 역시 덴마크에서 제작한 우수한 퀄리티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웃케이스의 퀄리티 역시 플레인 콜렉션 답게 소장가치와 퀄리티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을 손으로 만져보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플레인 타이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책자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특히 이번 '마스터' 소책자는 기존 씨네21의 마스터 특집 기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좋은 글들을 소장할 수 있게 되어 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을 추모하는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씨네21에 수록되었던 글 뿐만 아니라 LA영화비평가협회 부회장이자 영화평론가인 팀 그리어슨의 글 까지 만나볼 수 있어 소책자의 수준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다.




Blu-ray : Video


1.85:1 MPEG4 / AVC / 1080p / 23.976 fps의 화질은 기대 이상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는 65mm로 촬영된 영상인데, 그냥 65mm로 촬영을 해 본 정도가 아니라 이 포맷을 정확히 이해하고 65mm만의 장점과 당시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해 낸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기에 '마스터'의 영상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65mm로 촬영한 의도와 그 고집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 영상이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어떤 퀄리티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기도 했었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몇 몇 장면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65mm를 활용하면서 와이드한 풍경을 주로 담은 것이 아니라 아주 타이트 한 클로즈 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과 배우의 연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에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숨막히는 클로즈 업 장면에서 화질의 우수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질감. 필름 특유의 질감을 블루레이의 화질로 느낄 수 있다는 건 '마스터' 블루레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스러움과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상과 화질로 극장에서 볼 땐 미처 느낄 수 없었던 디테일을 여럿 발견할 수 있기도 했다.







Blu-ray : Audio



DTS-HD Master Audio 5.1채널의 사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조니 그린우드의 영화 음악이라 하겠다. 라디오헤드 출신으로 영화 음악가로도 이미 유명한 조니 그린우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과 이 작품 '마스터'는 물론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와 최근 작인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2014)'의 음악을 맡기도 했는데, '마스터'의 영화 음악은 그 특유의 신비롭고 기이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느낌으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이 영화가 기이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연기가 주변을 휘감 듯, 영화는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이들의 공간까지 퍼져나와 주변의 공기를 서서히 삼켜 버리는 듯한 영화 음악은 DTS-HD MA 멀티 사운드로서 더 실감나게 발휘된다. 선율 하나 하나에 자연스레 귀 기울이게 되는 경험은 '마스터' 블루레이 감상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 해설이다. 사실 영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이 아닌 평론가를 비롯한 제 3자의 음성 해설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는 없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평소 이동진 평론가가 얼마나 폴 토마스 앤더슨을 특히 이 작품 '마스터'를 애정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인지 그의 음성 해설 참여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사건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동진 평론가의 입장에서도 제 3자의 입장에서 음성 해설을 (그것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참여한 것은 이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애정'의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이나 배우, 스텝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들이 주로 촬영장의 뒷 이야기나 (작가가 참여했을 경우)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이동진 평론가는 각 장면에 대한 영화 평론가로서의 해석은 물론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세계와 각 배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절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심심하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즐길 수 있는 경우.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작품 답게 이동진 평론가 입장에서도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입장에서 음성 해설을 진행하고 있어 일방적이기 보다는, 풍부해 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영화를 흥미롭게 본 이들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성해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존 휴스턴 감독의 1946년 작 '빛이 있으라'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마스터'에 모티브가 된 2차 대전 참전 후유증을 다룬 작품으로서 몇 몇 장면에서는 '마스터'의 잔상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영상이라 하겠다. 영화의 직접적인 촬영 뒷 이야기나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은 일반적인 제작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듯 작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또 다른 작품을 한 타이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짧은 촬영 현장 스케치 영상과 티저, 예고편 모음 그리고 확장 & 추가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확장 & 추가 장면의 구성이다. 일반적으로는 확장 장면들을 챕터를 나누어 장면 별로 수록하거나 혹은 별도의 감독의 코멘트나 소개 영상을 담아 장면을 풀어 주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보통인데, '마스터'의 확장 & 추가 장면은 마치 또 다른 '마스터'의 짧은 편집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구성이 돋보이는 부가영상이었다. 아마도 이 메뉴 명을 미처 보지 못하고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다른 짧은 버전의 '마스터'인가 착각할 정도로 기이하게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확장 & 추가 장면은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총평]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는 그의 여러 강렬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 꼽힐 만한, 아주 이상하면서도 대단한 걸작이었다. 작품에 대한 매력을 더 배가 시키는 플레인의 블루레이 콜렉션은 이번에도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그저 겉보기에 화려한 포장이 아닌 영화 본연이 돋보이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타이틀 내에 수록된 소책자에서도 따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지만,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역시 새삼 그리워지는 작품이었다. 지난 2월 2일이 벌써 그가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기에 더더욱.


스펙

 

- 자막 - 한국어, 영어

- 화면 비율 - 1.85:1 MPEG4 / AVC / 1080p / 23.976 fps

- 오디오 - 영어 DTS-HD Master Audio 5.1

 

* 스페셜 피처 

- 이동진 평론가의 전편 음성해설 트랙

- 영화의 모티브가 된 2차 대전 참전 후유증에 존 휴스턴 감독의 1946년작 ‘빛이 있으라’(58분)

- 촬영 현장 스케치(8분)

- 확장 & 추가 장면(20분)

- 티저, 예고편 모음(16분)

* 전체 한글자막 수록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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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Whiplash, 2014)

초월의 양면성



보통 영화를 본지 한참이 지나면 기억의 유무와는 상관 없이 (물론 어느 정도의 상관은 있다만) 글로 풀어내기엔 상당히 어려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연유로 영화를 정말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결국 글로 쓰지는 못한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이 영화 '위플래쉬 (Whiplash, 2014)'도 그럴 뻔 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럴 뻔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나 한참이 지났음에도 유독 생생한 기억과 머릿 속 '글감' 때문에 그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 낸 작품이라고 해야겠다. 여하튼 오랜만에 드럼을 소재로 한 음악 영화가 나온 줄로만 알고 보게 된 '위플래쉬'는, 끝까지 달려가는 동시에 우리가 흔히 한 쪽으로만 판단해 버리는 주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절반 이상 제공하고 있는,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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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보통의 음악 영화, 혹은 성장 영화였다면 앤드류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을 끝내 극복해 낸 천재 음악가가 되었을 것이고, 그의 스승인 플레처는 그런 천재 뮤지션을 키워 낸 아버지 같은 멘토가 되었을 것이다. '위플래쉬'가 흥미로운 건 보통의 음악, 성장 영화가 갖는 위와 같은 성취를 이 작품 역시 거두고 있는 동시에, 정반대의 시각이 가능하다는, 더 나아가 그 반대의 시선에 오히려 더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일단 일반적인 측면으로 바라 본 '위플래쉬'의 이야기는, 제 2의 찰리 파커를 키워내기 위한 플레처라는 스승의 노력(방법)이 결국 앤드류의 잠재력을 일깨워 (일종의 각성) 또 다른 천재 뮤지션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묘사해 낸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방식과 주제로 그려낸 영화들과 비교하더라도 '위플래쉬'가 도달하게 된 그 '순간'의 짜릿함과 희열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영화 말미 앤드류가 마치 초사이어인이라도 된 냥 스스로의 한계 점을 뛰어 넘어버리는 초월의 순간은, 근래 본 장면 가운데 가장 말초적으로 자극되어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마치 집단에게 얻어 맞은 듯한 욱신 거림이 느껴졌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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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어라?'하고 조금씩 다르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앤드류의 아버지와 여자친구로 대표 되는 그의 음악 외 일상에 관한 묘사였다. '위플래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드러머로서의 앤드류가 아닌 그 외적인 앤드류를 영화가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얼핏 보면 '어? 왜 이런 의미 없는 장면을 넣었지?' 싶을 정도로 건조하게 그려진 앤드류의 일상은, 그렇기 때문에 '왜?'를 질문할 수 밖에는 없었다. '스파이더맨'도 아닌 것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설정을 이렇게 전면에 자주 등장 시키는 것을 보았을 때, 특히 그 방법에 있어서 특별히 감정이 교류되거나 갈등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그저 상황을 묘사하는 것 (아버지와 둘이서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에 그쳤을 때, 저 장면이 왜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전반 부에는 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후 앤드류가 좋아하게 된 여자친구와의 시퀀스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그려졌을 때 무언가를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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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니콜 과의 이야기들은 아버지와의 그것보다 더 건조하게 그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영화였다면 음악과 여자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앤드류의 모습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면서 고조시키거나, 말미에 가서도 그럼에도 돌아온 앤드류와 니콜과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것으로 정리되었을 텐데, '위플래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배제하거나 다른 길을 택하고 있었다. 즉, 앤드류의 갈등은 갈등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단순한 결정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그 이후에 상황에 대해서도 극적인 결말은 영화가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화가 이렇게 앤드류의 음악 외적인 일상 들을 비교적 건조하게 늘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글 서두에 언급한 바로 그 절정. 초월의 순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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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월의 순간, 영화는 엄청난 에너지로 한계를 넘어서는 동시에 드럼과 음악 역시 말초 신경을 몹시 자극하며 인계 치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그리고 그 절정의 순간에서 정확히 마무리하며 아직 흥분이 가실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고 끝내버렸음에도, 그 만큼의 정서적 해탈감이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드디어 플레처의 바램대로 제 2의 찰리 파커가 된(그 순간 만큼은) 앤드류의 모습에서 성공, 성취, 해피엔딩 이라는 단어들 보다는 오히려 일종의 상실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앤드류는 플레처가 바라는 대로 음악적으로는 경지에 가까워 짐에 따라 아버지와의 관계, 여자 친구와의 관계가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인간성과는 멀어져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앤드류가 음악적으로 초월하는 순간을 명확하게 그리고 있는 것처럼, 인간성과 멀어지게 되는 또 다른 순간 역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아버지와 무대 뒤에서 만나고 이별하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앤드류는 음악적으로 경지에 오를 수록 일상에선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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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위플래쉬'를 보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게 된다. '플레처의 교육 방식은 옳았는가?' '경지에 이르기 위해 포기 가능한 가치들은 어디까지인가?' '그렇게 까지 해서 도달한 경지에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정도의 차이를 인정하는 쪽과 정도를 두어서는 결국 경지에 이를 수 없다는 (특히 예술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의견,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결코 어느 한 분야의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는 (그건 그야말로 배부른, 속 편한 소리라는) 의견도 가능할 것이다. 영화는 이렇듯 초월이라는 순간을 단순히 멋지고, 일방적인 성공과 연결 지어 이상향만으로 그리지 않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면을 부각 시켜 양면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위플래쉬'는 엄청난 영화인 동시에 진심으로 인상적인 영화였다. 다시 말해 엄청나기만 해도 좋았을 텐데, 인상적이기까지 해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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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서 블루레이로 보고 싶네요. 물론 집에서 맘 놓고 볼륨 키워 감상하긴 어렵겠지만 ㅠ

2.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버드'를 관람하는 걸로?

3. 저에 다음 팬질은 멜리사 비노이스트로 거의 확정적!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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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헬프 더 걸 (God Help the Girl, 2014)

벨 앤 세바스찬 같은 영화



이 영화 '갓 헬프 더 걸'을 봐야겠다 마음 먹은 건 어쩔 수 없이 벨 앤 세바스찬 때문이었다. 평소 광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앨범은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밴드였던 벨 앤 세바스찬의 프론트맨이 스튜어트 머독이 쓰고 감독한 영화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어떤 영화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스튜어트 머독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했을 때 예상되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영화는 그 예상 그대로였다. 머독은 자신의 이야기, 벨 앤 세바스찬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빌려 아주 덤덤하게 하지만 솔직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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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거나 별 다른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 소소하고 예쁘지만 많이 심심한데? 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반대로 벨 앤 세바스찬의 팬들이 본 영화는 어떠할까? 사실 똑같다. 팬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이 영화는 소소하고 예쁘지만 심심한 영화였다.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 심심함의 여백이 평소 그들의 음악과 닮아 있기에 오히려 여유로웠달까. 평소 극적이기 보다는 평온하고, 자극적이기 보다는 평화로운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처럼 이 영화 '갓 헬프 더 걸'은 마치 그들의 음악처럼, 혹은 그들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뒷 이야기를 만나게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적인 측면에서 몰입이 쉽지 않고 소품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더 나아가 스튜어트 머독이 벨 앤 세바스찬이라는 밴드를 통해 전달하려는 음악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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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거대한 뮤직비디오 같다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론 그 보다는 오히려 조금 긴 단편영화 같다는 느낌이었다. 벨 앤 세바스찬의 팬들이라면 아마도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미소짓게 될 그런 영화.


1. 미드 '왕좌의 게임'에 출연해서 익숙했던 배우 한나 머레이를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가움. 그녀의 묘한 매력이 터지더군요.


2. 사운드트랙은 솔직히 음악이 엄청 좋아서라기 보다, 벨 앤 세바스찬스러운 앨범 커버 덕에 안 살 수가 없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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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 교토 대화재편 (るろうに剣心 京都大火編, 2014)

더 이상의 실사화 걱정은 무의미하다



이미 전작 '바람의 검심' 글을 통해 이야기 한 바 있지만, 아마도 처음으로 만화/애니 원작 실사화 작품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 준 작품이 바로 '바람의 검심'이었다. 다른 실사화 작품들의 실패를 거듭할 때도 개인적으로는 (다행히) 별로 애착이 없는 원작들이라 큰 관심이 없었는데, '바람의 검심'이 실사화 된다고 했을 땐 두 손 들고 말리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 속에 등장한 영화 '바람의 검심'은 만족을 넘어서서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드디어 그 속편인 '교토 대화재편'을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참고로 2편 격인 '교토 대화재편'과 3편이자 최종편인 '전설의 최후편'은 동시에 제작되었는데, 국내에서도 다행히 두 편 다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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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은 원작을 접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몇 가지의 갈등 구조,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관계가 등장하는데 역시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줄기의 이야기라면 시시오와의 대립 관계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겠으며 실사화 역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본 '기생수'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긴 호흡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실사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부분을 옮기느냐 혹은 어떤 갈등 구조에 집중하거나 어떤 인물과 이야기를 버리거나 축소하거나 하는 결정일텐데, '바람의 검심' 3부작은 시시오와의 갈등 구조를 중심에 두는 대신, 어정번중으로 통하는 아오시의 이야기는 비교적 축소하였다 (아마 최종편에서도 지금과 같은 비중이 아닐까 싶다). 이 밖에도 십본도 역시 원작보다는 축소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시시오에게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같은 부분은 모든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겪게 되는 호불호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시시오와의 갈등 구조에 집중하는 결정이 더 나은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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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보태어 더 만족스러운 점은 전작도 그랬던 것처럼,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 속에서 원작이 갖고 있는 메시지 적인 측면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영화화 할 때는 원작 (특히 그 원작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일 때)의 화려함과 볼거리를 실사 버전으로 보여주는 것에 급급하여 원작이 갖고 있는 깊이와 철학은 가볍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의 검심'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영화 스스로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켄신의 이야기를 빌어 등장시키고 있다. 바로 역날검의 의미에 대한 것이 그것인데, 왜 켄신은 역날검을 들게 되었는지를 관객들이 계속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한 편, 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시시오의 대한 묘사 역시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그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과 분노를 관객이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듦으로서, 원작이 갖고 있던 힘을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스크린에서 실사 버전으로 만나는 '바람의 검심'이 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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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토 대화재편'을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가장 흠칫 했던 포인트는, 이제 더 이상 실사 버전의 싱크로율이나 이질감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치 처음으로 일본 사극 액션 영화를 보게 된 관객처럼, 영화 속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전작이 보여준 믿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제는 더 이상 '옮겨 온' 것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게 된 점은 이번 속편이 이뤄낸 또 다른 성과라 하겠다.


하지만 역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원작의 팬 입장에서는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었는데, 이 작품으로 켄신을 처음 만나는 이들이라면 캐릭터, 특히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설명이 부족한 탓에 그들의 행동에 공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오시의 경우도 짧게 과거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정번중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더 깊이를 느끼기는 어려우며, 앞서 언급한 십본도의 활용 역시 시시오를 위해 많이 축소된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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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라는 캐릭터가 워낙 아우라가 대단하고 강력한 캐릭터인 점을 감안할 때 (마치 '이누야사'의 나락 처럼), 후지와라 타츠야가 연기한 시시오의 실사화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영화가 시시오라는 캐릭터를 그릴 때 음악이나 배경 등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교토 대화재편'에서는 켄신과 시시오가 거의 만남을 갖은 수준에 그쳐서인지, 더 본격적인 혈투가 벌어질 최후편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최후편의 특성상 아마도 더 극적이고 강렬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보았을 때, 영화화 된 '바람의 검심' 3부작은 꽤 매력적인 3부작이 될 것이라고 미리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1. 사토 타케루의 켄신은 보면 볼 수록 잘 어울리네요. 켄신이 실사화에서 이 정도로 어울릴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 말이죠.


2. 소지로와의 대결 장면도 좋았어요. 그 특유의 발 구르는 장면도.


3. 켄신이 등장하는 액션 장면의 경우 분명 특수효과가 가미 된 장면이지만, 크게 이질감이 없는, 그러니까 원작을 본 이들이라면 켄신은 저 정도는 가능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수준의 액션이라, 멋과 현실감이 공존해 만족스러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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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파트 1 (寄生獣, 2014)

원작 팬들을 위한 실사화



최근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기생수' 때문이다. IPTV를 통해 매주 금요일 일본과 하루 차이로 애니메이션 '기생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와아키 히토시의 원작 만화는 읽지 못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을 워낙 재미있게 보고 있는 터라 실사화가 된다고 했을 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인데, 대부분 그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좋지 않았다는 건 원작 팬으로서의 애정이 크면 클 수록 실망감 역시 컸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걱정했던 '바람의 검심'의 실사화가 놀랍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다른 실사 화 영화들에 대해서도 '혹시....'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그러던 차에 개봉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 '기생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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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실사화라는 점에서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개인적으로는 코믹스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과의 비교만이 가능) '기생수 파트 1'은 만족할 만한 퀄리티, 영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영상을 특별히 강조한 이유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들의 실망 포인트가 바로 직접적인 표현 부분에 있기 때문인데, 특히 '기생수'처럼 CG가 동원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의 경우 조악한 CG의 수준과 활용 방법 때문에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닌 경우가 허다했었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기생수 파트 1'은 이질감 없이 실사화에 적응한 느낌이다. 기생 생물들의 표현도 우스꽝스럽지 않고 공포스러움까지 전달할 정도로 실사에 적응한 모습이며, '오른쪽이'의 완성도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일단 몰입 할 수 있는 영상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이번 실사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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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과감하게 빠져버린 부분들로 인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신이치의 아버지를 비롯해 몇몇 중요한 캐릭터는 영화화 과정에서 빠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중요한 감정선들과 내러티브 역시 함께 제외되어 버렸다. 사실 애니메이션만 본 입장에서도 '기생수'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테마들과 관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는데, 2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 내에 한정지어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긴 호흡으로 즐겨야 했던 요소들은 대부분 축소되었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 편으론 TV시리즈로 가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효과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코믹스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원작을 접한 이들이라면 (아쉽기는 하지만) 전개를 따라가는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반면, 영화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는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 신이치의 감정선은 물론, 타미야 료코를 비롯한 기생 생물들의 심리를 읽는 데도 턱 없이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즉, 무언가 괴기스럽고 흥미롭기는 하지만, '기생수' 작품 본연이 갖고 있는 깊이까지 느끼기에 실사판 '기생수 파트 1'은 부족함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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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실사화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역시 이런 아쉬운 점을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일본이라는 시장은 워낙 원작 팬들의 규모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화 과정에서 과감하게 처음 보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를 배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즉, 영화화 된 '기생수 파트 1'은 처음 부터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원작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의 팬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영화화로서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만 '극장판'이라는 단어 그대로 자신이 좋아했던 작품을 실사 버전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측면으로 보면 '기생수 파트 1'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하는 느낌이 강해요. 애니를 볼 땐 그 정도 위기라고는 못 느꼈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구종말에 가까운 공포가 느껴지거든요 (느껴야 한다고 영화가 조장하거든요 ㅎ)


2. 사토미가 상당히 보이시해서 애니메이션을 본 입장에서는 잘 적응이...


3. 제목이 파트 1인것처럼 당연히 후속편이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4월 개봉 예정으로 국내에서도 아마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파트 2에서 본격적인 실사화의 장점이 나올 듯.


4.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 파트 2에 대한 짧은 영상이 나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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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 The Secret Service, 2014)

매튜 본의 온고지신 스파이 영화



매튜 본이 콜린 퍼스와 액션 영화를 찍었다고해서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처음엔 그냥 액션 영화인줄로만 알았기 때문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정통 스파이물의 구조 안에 있는 영화이자 구체적으로는 007 시리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오마주 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스파이 영화치고 007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없는 작품이 드물고, 이 작품의 전체 방식 역시 스파이물과 매튜 본이 잘 하는 액션을 더 가미한 작품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킹스맨'을 단순히 이 정도로 표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할 듯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매튜 본의 전작 '킥 애스'도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도 참 좋아하지만, 이들 작품 가운데 이제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킹스맨'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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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킹스맨'은 좀 묘한 구석이 있다. 전형적인 스파이 영화의 구조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오래 된 007 시리지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비틀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007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향수를, 스파이 하면 제이슨 본을 더 먼저 떠올리는 요즘 관객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극 중 JB라는 이니셜을 두고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 잭 바우어까지 언급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모두 인정하는 이 영화의 방식은,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캐릭터의 구성으로 부터 살펴볼 수 있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해리는 전통적인 007 영화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고풍스럽고 세련되었으며 수트가 누구보다 잘 어울려 근사하고 무엇보다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캐릭터다. 이에 반해 태런 에거튼이 연기한 에거시는 힙합 스타일을 즐겨 입고 출신은 보잘 것 없으며, 삶은 퍽퍽하고 비행 청소년에 가깝지만 야마카시를 연상시킬 만한 신체적인 우수함을 타고 난 캐릭터다. 이 둘 사이의 공통점 아니 전형적인 면에서 벗어나는 장점들이 있다면, 해리는 흡사 제이슨 본과 같은 완벽한 격투 능력을 지녔으며, 에거시는 결과적으로 해리를 통해 매너를 습득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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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튜 본이 스파이 영화라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점은 한 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007 시리즈에 대한 존경과 명예는 인정하지만 다른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만 할 것들에 대한 한계도 분명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극 중 마이클 케인이 연기한 캐릭터의 한계로 빗대어 볼 수 있겠다), 반대로 최근의 단순한 스파이 영화들에는 없는 품격과 매너에 대해서도 한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아크로바틱한 액션의 가미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을 주장하고 있다. 사자성어로 이야기하자면 온고지신 (溫故之新)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 모두를 간절히 원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튜 본의 이 방식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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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에는 이 외에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이나 대중들에 대한 풍자 등으로 볼 수 있는 설정 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두는 무겁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고 지나가도 상관없고 안다한 들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리듬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심각한 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만은 않은, 말은 쉽지만 실제 구현하기는 어려운 중도를 잘 표현해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실 '킹스맨'이 매력적인 영화라는 인상을 주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콜린 퍼스라는 배우를 활용한 방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존에도 멋지게 수트를 차려입은 역할은 여러 번 했었지만, 이처럼 영화를 보고 나서 콜린 퍼스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은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은 연기력의 측면이 아니라 분명 그 '이미지'에 관한 것일 터. 수트를 평소 즐겨 입지 않은 남자라 하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 당장 양복점으로 달려가 맞춤 양복 한 벌 맞추고 싶은 욕망이 들 정도로, 완벽한 핏의 수트 차림으로 (여기엔 안경과 우산을 비롯한 소품들도 포함된다) 벌이는 액션과 액션이 아닌 장면들이 주는 품격은, 왜 이 영화의 주인공이 콜린 퍼스여야 했는 지를 설득 없이 이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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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은 무엇보다 최근 본 영화들 가운데서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장면과 이미지가 주는 원초적인 쾌감과 일부 장면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의외의 쾌감과 속시원함이 금새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1.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은 또 다른 스파이 영화였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도 아주 각별한(?) 사이였는데, 이렇게 또 다른 스파이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흥미롭더군요 ㅎ


2. 여기 또 다른 흥미로운 커플이 있습니다. 루크 스카이워커와 마스터 윈두 ㅋ


3. 시리즈 물이 가능한 구조에요. 후속편이 꼭 나왔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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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패러독스 (Predestination, 2014)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타임패러독스 (Predestination, 2014)'를 보았다. 일단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보시다시피 원제는 'Predestination' 즉 풀이하자면 '예정' 정도로 볼 수 있을 텐데, '타임 패러독스'라는 또 다른 영문 제목이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너무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소개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움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제목과 더불어 국내에 홍보될 때 다른 시간 여행 영화들과 맞물려 여기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인데, 물론 이 영화는 시간 여행에 관한 영화가 맞지만, 영화가 이를 다루는 방식이나 비중을 보면 그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이야기'가 있었기에, 너무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만 집중하도록 만든 제목과 방식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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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본격적인 시간 여행에(만) 집중된 영화인줄로 알았으나 '타임패러독스'는 '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꺼내들었나'에 대한 물음에 더 충실하고자 하는 영화였다. 마치 슈퍼 히어로 영화들에서 주인공이 히어로로 각성하기까지 1시간 이상 러닝 타임을 할애하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꺼내 드는 데에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한다. 감독이 얼마나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지워도 그리 나쁘지 않을 만큼 (물론 그걸 지운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기는 하지만) 극 중 사라 스눅이 연기한 인물의 이야기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 없이도 빠져들 만큼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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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타임패러독스'가 담고 있는 이 소재에 대한 부분은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이 영화의 한계라기 보단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 자체의 한계 때문), 그래도 그 가운데서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관객이 놀랄 만한 반전 포인트를 뽑아 낸 건 분명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시간 여행 영화라고 하면 그 논리에 집중하여 머리 싸움을 하는 영화거나 아니면 다양한 시간과 배경을 등장시키면서 화려한 볼거리로 유혹하거나, 그 가운데 감동적인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이런 요소들 보다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그 안에 담긴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집중한 것이 다른 시간 여행 영화들과는 차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인지 아니면 에단 호크가 주연을 맡아서 인지, 직접적인 공통점이 없음에도 왠지 모르게 이 영화의 정서는 '가타카'를 떠올리게 했다. 차갑고 쓸쓸하고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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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패러독스'는 기대 했던 시간 여행 영화는 아니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여주인공을 연기한 사라 스눅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작품이기도 했고.



1. 영화를 보는 내내 혼자 생각한 거지만, 여주인공을 연기한 사라 스눅이라는 배우를 보면서 계속 데인 드한이 떠올랐어요. 묘하게 닮은 마스크 때문인가...


2. 에단 호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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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 (Deux jours, une nuit, Two Days, One Night, 2014)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



다르덴 형제의 신작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그리고 명확하다. 직장으로의 복직을 앞둔 산드라 (마리옹 꼬띠아르)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 회사에서 자신의 복귀와 보너스를 두고 투표가 진행되었고 동료들이 보너스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산드라는 반장의 강요에 의해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고는 사장에게 재투표에 대한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이틀 동안 16명의 동료들을 일일히 찾아가 보너스 대신 자신에게 투표해 줄 것을 부탁한다.

줄거리는 명확하지만 이 이틀 간의 시간 속에 담겨진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명확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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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가 동료들을 찾아가 설득도 부탁도 아닌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최근 본 영화 속 장면들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이었다. 여기서의 수긍이란 영화의 방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산드라의 입장은 물론, 그녀가 만나는 회사의 직원들의 입장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는 없는 명확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르덴 형제는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일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역시나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산드라의 입장과 1천 유로라는 보너스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직원들의 입장을 모두 정당하게 대변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룰 때 영화가 흔히 '영화적'이게 되는 지점은, 주인공에게만 타당성을 부여해서 반대에 서는 이들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을 잃게 되는 부분인데, '내일을 위한 시간'에는 이런 양분론이 없다. 보너스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녀의 복귀를 찬성하는 이들 가운데도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고, 반대로 보너스를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16명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어느 한 사람의 입장도 이기적이라고 쉽게 지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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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와 직원들의 대화 가운데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나에게 투표해줄 수 있어요?'라고 묻는 산드라에게 직원들이 하나 같이 처음 묻는 질문이 바로 '누가 찬성하기로 했어요?' '몇 명이나 찬성표를 던진데요?'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각자의 입장이라는 점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직원들 대부분이 양심과의 갈등을 겪는 가운데 다른 직원들, 즉 사회라는 구조의 보이지 않는 구속 혹은 힘(꼭 나쁜 의미만은 아닌)을 크게 염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문제가 명확한 정답이 없어 보인다는 바탕 아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크게 모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결정을 재고하려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한 편으론 이 같은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들 다 이기적이지'라고 쉽게 되 물을 수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 속에는 그러한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직원들을 만나 설득하기를 반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남편의 이러한 성향이 나와는 가장 거리가 있는 부분이라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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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면서 평소 생각하던 가치관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는 '착한 것은 좋지만, 착하지 않은 것이 곧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었다.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춰 보자면, 산드라의 복직을 찬성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복직 대신에 보너스를 택한 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극 중 산드라의 대사를 통해 이 부분은 여러 번 설명되는데, 이 상황은 산드라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회사가 선택한 것도 아닌, 그냥 상황이 벌어진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해도 누구 하나를 탓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는 영화다. 당신은 저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보너스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산드라가 아니더라도 곧 누가 실직할 수도 있는 일이고, 그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저 같이 일하는 직원 이상의 관계도 아닌 한 사람을 위해 내 가정의 경제적 보탬과 직장의 안정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 난 다르덴 형제가 이 문제를 단순히 '용기'의 문제로 치환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 문제를 용기에 관한 것으로 풀어냈다면 영화는 너무 흑백 논리에 가까운 단적인 영화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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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마무리 될까도 궁금했었는데, 마지막 산드라가 남편에게 전화 통화로 이야기하는 말을 들어보니 다르덴 형제의 생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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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渇き, 2014)

이번에도 끝까지 간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작품 '갈증' 역시 기대하는 바가 분명했을 텐데, 그 가운데 한 가지는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항상 이야기를 어느 선에서 적당히 마무리 짓지 않는 다는 점이다. 호불호가 갈린 다는 말처럼 그의 영화는 그 확실한 영상과 음악의 스타일 만큼이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과 전개의 속도에 있어서 극명한 호불호를 보여주는데, '갈증' 역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집대성 해놓은 것 같은 느낌(그것이 좋은 의미든 그렇지 않든 간에)이 들 정도로 폭발하는 에너지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가운데, 마무리 역시 보통의 영화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제목은 '갈증'이다). 보는 내내 괴로움이 드는 가운데서도 이 영화는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려든다. 바로 내 안에 악마성을 반드시 끄집어 내겠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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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간과 인물을 뒤 섞어가며 다층 구조로 각각의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점점 더 카나코(코마츠 나나)의 이야기로 집중한다. 일부러 못 알아차리게 하려거나 집중을 기울여 이전 시퀀스를 기억해야만 성립할 정도로 어려운 전개는 아니지만, 스타일리쉬한 음악과 영상의 빠른 전개가 더해져 전체적으로는 몹시 빠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영화가 관객과 하는 게임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선입견에 관한 것이겠다. 처음에는 극 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일반적으로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후 영화가 점점 그 진짜 이야기를 드러낼 때에도 몇몇 관객들 가운데는 '아직도' 그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영화도 아는 눈치라는게 후반부 이 영화의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 가운데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악마 혹은 악마성에 대한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한 게임들이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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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갈증'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게임은 엄청나게 소모적이며 괴로울 정도로 자극적이고, 서두에 밝혔다시피 결코 대충 끝나는 법이 없다. 이렇게 심화되는 이야기는 한 편으론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감독은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내면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려고 애쓴다. 겉으로만 보면 이 이야기는 가족, 학교, 사회, 야쿠자 등 다양한 관계와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과 위기(혹은 외로움)에 대해 늘어 놓고 발전시키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늘어놓음의 이유는 다른 곳, 즉 내면의 죄의식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를 표현해 내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카나코의 아버지 역할인데, 이 말도 안되는 캐릭터가 끝까지 이 소용돌이의 가운데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내면의 죄의식과 이를 표현해 내는 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이 없었다면 '갈증'은 그저 현란하고 괴롭기만한 폭력적인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나, 영화의 내면에 담겨 있는 죄의식 때문에 '갈증'은 한 번 더 생각해 볼만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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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이라는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 멋진 캐스팅 가운데 가장 성공한 캐스팅을 하나만 꼽자면 역시 주인공 카나코 역할을 맡은 코마츠 나나의 캐스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녀의 연기력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이 소녀의 마스크는 그 자체로 영화의 이미지가 되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 이 작품도 꼭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되길!

2. 오다기리 조, 나카타니 미키, 츠마부키 사토시 등 익숙한 배우들을 만나는 반가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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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 블루레이 리뷰

작품에 걸맞는 컬렉션으로 탄생한 한정판​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 가운데 최근 몇 년 간 가장 꾸준한 완성도와 평단의 열렬한 지지, 더 나아가 조금씩 더 나아지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코엔 형제를 가장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7 년 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시작으로, '번 애프터 리딩 (2008)', '시리어스 맨 (2009)', '더 브레이브 (2010)' 그리고 이 작품 '인사이드 르윈'에 이르기까지,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미국 사회를 다루는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가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를 조금씩 더 넓혀왔다 (혹자는 '번 애프터 리딩'이 이 리스트에서 빠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확히 이야기하자면 코엔 형제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이른바 '거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밥 딜런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음악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땐, 그들의 팬이자 포크 음악의 애호가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이미 여러분들이 확인했다시피 또 한 번 마법 같은 연출력으로, 최고의 음악 영화인 동시에 코엔 형제가 꾸준히 말하고자 하는 삶의 고통을 담아낸 수작으로서 기억될 작품을 만들어 냈다. 바로 '인사이드 르윈'이다.




'인사이드 르윈'은 데이브 반 롱크 (Dave Van Ronk)라는 실제 포크 뮤지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데이브 반 롱크는 당대의 포크 뮤지션인 밥 딜런, 존 바에즈 등에게 영향을 끼친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의 전기 영화로 보기는 어렵다. 코엔 형제는 데이브 반 롱크라는 포크 뮤지션의 이야기를 빌어, 자신들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시대의 공기와 우연의 연속을 통한 삶의 아이러니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 'Inside Llewyn Davis'는 데이브 반 롱크의 1963년 앨범 'Inside Dave Van Ronk'에서 가져왔다). 




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음악 영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상을 할 수 있었고, '인사이드 르윈'은 조금 다른 의미지만 실제로 그랬다. 포크 뮤지션인 르윈 데이비스 (오스카 아이삭)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되지만, 그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한 성공과 실패에 주목하기 보다는 코엔 형제의 다른 영화들처럼, 주인공이 짧은 여정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개의 우연들과 그 우연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 내는 전혀 다른 사건들에 대해 무덤덤 하게 그려낸다.

'시리어스 맨'이 나른함과 시니컬 함의 정서였다면 '인사이드 르윈'은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 혹은 꿈을 꾸는 듯 불투명하고 안개 속에 있는 듯 멜랑콜리한 정서를 통해 놀랍게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 도대체 무슨 체험을 한 것인가 스스로를 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든다.





인사이드 르윈 - THE BLU COLLECTION LIMITED EDITION




'인사이드 르윈'을 인상 깊게 본 순간 동시에 들었던 한 가지 걱정은, '과연 인사이드 르윈의 블루레이는 출시 될 것인가? 만약 출시된다면 패키지는 너무 소홀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였다. '인사이드 르윈'은 정말 그 해 최고의 영화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땐 외면 당할 소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블루를 통해 출시된 블루레이는 한정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소장 가치 높은 만족스러운 패키지로 출시되었다. 진심으로 다행이다.




단 이번 한정판 블루레이 패키지의 구성물을 나열해 보자면 40p 분량의 소책자와 오리지널 포스터 카드, 포토 카드 3종과 기타 피크 그리고 더 블루 콜렉션 한정 카드가 수록되었다. 넘버링 스티커 등 한정 판을 더욱 한정 판 답게 만드는 구성물을 통해 '컬렉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다.






저 소책자의 경우 '고양이를 쫓는 이상한 모험'이라는 제목의 영화 리뷰 글과 '포크가 허락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OST를 소개하는 글이 수록되었고, 여기에 감독과 배우들을 각각 소개하는 '피로한 인물의 창조자들'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수록되어 충분한 읽을 거리 또한 제공한다. 소책자에 수록된 모든 글은 영문으로도 제공된다.



풀 슬립 아웃케이스는 크래프트 재질로 제작되었으며 최근 풀 슬립 아웃케이스의 경향이 그러하듯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일부 디자인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케이스는 스카나보 투명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화의 주요 장면을 담은 포토 카드 3종과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가 담긴 카드 1장도 수록되어 소장 가치를 더한다.

그 리고 포크 음악을 담은 영화 답게 기타 피크도 제공하고 있는데, 아까워서 실제 이 피크로 연주를 할 수 있겠느냐 만은 집에 어쿠스틱 기타가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이 피크를 사용해서 극 중 오스카 아이삭처럼 'Hang Me, Oh Hang Me~'를 읊조려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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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작답게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마 극장에서 이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작품의 영상 톤에 대해서 살짝 의문을 갖을 지도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느낌이 나도록 색감의 레벨을 상당히 낮춘 형태의 영상은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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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영상에 잠시 등장하는 실제 촬영 장면과 비교해보면 영화 속 영상이 얼마나 의도적으로 컬러가 조정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가스등 카페 장면과 실외 장면에서 더 그러하다), 오히려 이렇게 전체적으로 톤 다운 된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에 화질의 중요성이 더 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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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음악의 비중이 큰 작품 답게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코엔 형제는 '인사이드 르윈'을 만들면서 음악을 단순히 담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로 담아내길 원했는데, 그렇게 담아낸 연주와 노래 장면들은 블루레이의 사운드를 통해 더 집중력 있게 안방 극장으로 전달된다. 특히 이 작품의 연주 장면은 연주와 노래 외에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배제한 채 오로지 그 곡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의 중요성이 다른 영화들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확실히 이 포인트를 더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화 음악 외에 이 작품에서 소소하지만 사운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인데, 아마 집사 분들이라면 다 잘 아시겠지만 고양이 특유의 그르렁 대는 사운드를 느낄 때면 묘한 쾌감이 있는데, 특히 블루레이처럼 선명한 사운드로 접하게 될 땐 그 감동(?)이 더 배가 되는 느낌이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 가 영상은 Inside “inside Llewyn Davis” 라는 제목의 약 40여 분 분량의 메이킹 영상 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영상의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이 영상 외에는 전혀 다른 부가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킹 영상에서는 감독인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오스카 아이삭과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등 주요 출연진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코엔 형제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전체적으로 '인사이드 르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비롯해, 연기와 노래 특히 연주까지 가능한 르윈 데이비스 역할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어려움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코엔 형제는 이번 영화에서 노래와 연주가 마치 뮤지컬처럼 직접 라이브로 진행되길 원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오스카 아이삭 만한 적역도 없지 않았나 싶다.





양한 제작 뒷 이야기를 담은 메이킹 영상에서도 특히 흥미를 끌었던 장면은, 주인공 오스카 아이삭을 비롯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음악 감독인 티 본 버넷 그리고 '멈포드 앤 선즈 (mumford and sons)'의 리드 보컬 마커스 멈포드와 그의 아내 캐리 멀리건까지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었다. 어쩌면 이 과정의 장면들도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과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노래와 연주를 함께 하는 장면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총평] 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그들의 놀라운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힐 만한 마법 같은 작품이었다. 포크 뮤직이라는 세계 관에 자신들이 평소 말하고자 했던 삶의 아이러니에 관한 세계관을 아주 얇은 두께의 레이어로 겹쳐낸 이 작품은, 완벽한 코엔 형제의 영화인 동시에 완벽한 음악 영화이기도 하다.


런 작품을 구성물이 풍성한 패키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아직도) 반가움이 더 먼저 드는 사건이며, 앞으로도 코엔 형제의 영화를 비롯해 작품성으로 인정 받는 좋은 영화들이 그에 걸맞는 퀄리티의 타이틀과 패키지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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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디센던트'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여배우 쉐일린 우들리와 '다이버전트'에 출연했었던 안셀 엘고트가 주연을 맡은 (아시다시피 '다이버전트'의 여자 주인공은 다름아닌 쉐일린 우들리다) 조쉬 분 감독의 영화 '안녕, 헤이즐 (The Fault in Our Stars, 2014)'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산소통을 끌고 호흡기를 연결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데, 누구나 예상하는 바로 그것처럼 ' 안녕, 헤이즐'은 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주인공 헤이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한부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도 줄거리 측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한부의 삶을 최대한 덤덤하게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을 맡았던 '50/50'과 조금 닮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 만의 빛나는 점이라면 이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10대 소녀라는 것이고, 영화의 시작 부분 헤이즐의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스스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처럼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실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한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오로지 감정에 기대어 신파로 풀어낸 경우고 다른 하나는 오히려 영화 내내 덤덤하게 참아내던 (그래서 한 편으론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 한 번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리고 마는 경우 정도일 것이다. '안녕, 헤이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와는 달리 현실을 보여줄께 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두 가지에 모두 속하거나 모두 속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어떤 측면에서는 덤덤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감정을 건드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일부러 피해가지는 않으며 그 감정선을 표현할 때에도 관객과 공감대를 충분히 함께해 눈물짓게 만드는 그런 '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헤이즐과 그녀의 가족, 그녀의 친구인 어거스트와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전하면서도 10대 소년 소녀만이 갖을 수 있는 현실적인 면을 간과하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정서는 죽음 못지 않게 사랑, 특히 10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다. 마치 요새 말로 '사랑꾼'이라 할 수 있는 어거스트의 대사와 눈빛 하나하나는 처음에 보면 느끼하고 닭살 돋아 적응이 안되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런 어거스트의 모습을 (굳이 그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마치 극 중 헤이즐처럼 사랑하도록 만들고 있다. 즉, 어거스트는 흡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문어체 대사처럼 두 손이 오그라드는 감정 표현의 대사들을 쏟아내지만, 밉지 않고 귀여운 매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무엇보다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흠뻑 빠져들어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헤이즐과 어거스트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반대로 그렇기에 두 주인공이 처한 현실의 무게는 더 큰 슬픔으로 전해진다.




원작 소설을 썼던 존 그린은 자신이 병원에서 만났던 실제 소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의도적인 신파나 의도적인 거리 두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힘겨운 삶의 무게를 어린 나이로 견뎌야 했던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는 없었던 한 어른의 시선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 있다. 그 가운데 몇몇 대사는 이런 상황에 놓였거나 혹은 주변 인물이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던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과 대사들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주변에서 직접 함께 했기에 가능했을 폐부를 찌르는 아픈 대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안녕, 헤이즐'이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에 비해 더 만족스러웠던 건 바로 이 '현실감'에 대한 디테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가장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 10대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전반적인 균형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헤이즐을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어거스트를 연기한 안셀 엘고트의 미워할 수 없는 사랑꾼 캐릭터 역시 참 보기 좋았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여기에 로라 던과 웰렘 데포 같은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Ed Sheeran, Birdy, Jake Bugg 등의 곡을 만나볼 수 있는 감성적인 사운드 트랙이 더해져 마치 아름답고도 쓸쓸한 가을이라는 계절과도 같은 느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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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블루레이의 화질은 최근 보았던 드라마 장르 타이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마치 초고화질의 TV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이질감을 최소화 한 고화질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드라마 장르의 화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기보다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고 종종 이야기해 왔었는데 '안녕, 헤이즐'의 경우는 확실히 시원시원한 화질로 즐기는 매력이 더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극 중간에 등장하는 암스테르담 노케이션 장면의 경우가 좋지 않은 화질이었다면 그 분위기가 제대로 살지 않았을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화질의 우수성이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큰 편이다.






예전 '디센던트'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쉐일린 우들리의 주근깨 있는 얼굴은 어떤 의미에서 블루레이에 최적화(?) 된 마스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번 타이틀이 특히 그녀의 이런 피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배경과 인물이 동등한 비율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이른바 '날라가는' 부분 없이 디테일한 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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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크게 흠잡을 곳 없다.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사운드 적인 측면을 테스트할 만한 장면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몇몇 사운드 활용도가 높은 장면을 확인해 본다면 타이틀의 사운드 퀄리티가 부족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 못지 않게 매력적이었던 사운드 트랙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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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헤이즐' 블루레이는 극장판과 확장판이 동시에 수록되었는데, 확장판은 러닝 타임이 133분, 극장판은 126분을 수록하고 있다. 감독인 조쉬 분과 원작 소설을 쓴 존 그린이 참여한 음성해설 역시 확장판과 극장판 모두 수록되었다.



음성해설의 경우 조쉬 분과 존 그린이 이 사랑스러운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 들어봐도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을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안녕, 헤이즐'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영화 만큼이나 따듯하고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그런 현장임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사실 이 작품 같은 경우 음성해설이 주는 정보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한데, 정보량 자체는 SF영화나 스릴러 장르에 비해 적을 수 밖에는 없지만 원작자와 감독이 이질감 없이 영화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는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한 번은 들어볼 만한 음성해설이라 하겠다.




'삭제장면'에는 총 6가지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삭제 장면 모두에 음성해설이 포함되어 있어 아쉽지만 끝내 본편에서 제외시켜야만 했던 감독의 뒷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안녕, 헤이즐’이 간직한 이야기는 본격적인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다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여주인공을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였다.


어떤 계기나 인연으로 인해 캐스팅 된 것이 아니라 원작 소설을 정말 인상 깊게 읽었던 우들리가 영화사에 먼저 연락을 해서 자신이 꼭 헤이즐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물론, 헤이즐 역할이 아니라 엑스트라라도 좋으니 꼭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대단한 열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그 열정만으로 캐스팅 된 것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는 원작자인 존 그린도 우들리에게 헤이즐을 연기해 줘서 고맙다고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아주 짧은 영상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볼만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가의 색다른 경험'에서는 존 그린이 화자로 등장하여 촬영장의 뒷 모습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가볍게 전달한다. 이 부가영상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원작자인 존 그린이 영화화 된 자신의 작품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무한대'에서는 영화 속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커플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특별한 영화 음악'에서는 사운드 트랙에 참여한 밴드들의 짧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갤러리'와 '영화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안녕, 헤이즐'은 누구나 포스터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아니 예상했다고 생각하는 영화이지만 막상 보고나면 그 예상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껴짐에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젊은 두 배우인 쉐일린 우들리와 안셀 에고트의 사랑스러운 앙상블도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했으며,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애틋한 여운도 남는 괜찮은 작품, 그리고 블루레이였다. 이 마지막 가을의 자락에 조용히 추천하고픈 영화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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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무라이 (猫侍 Samurai Cat, 2014)

집사만이 포용할 수 있는 영화



한 사람의 집사로서 '고양이 사무라이'라는 제목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감독이 누구인가 배우가 누가 출연하는지도 알아보지 않은 채 극장을 찾았다 (냥심은 역시 칼보다 강한 것인가!). 사실 '집사만이 포용할 수 있는 영화'라는 이 글의 제목에 '고양이 사무라이'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거의 다 담겨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야마구치 요시타카 감독의 이 작품은 집사만이 포용할 수 있기에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심심한 작품이며, 반대로 집사들이라면 자신들 만이 캐치할 수 있는 포인트가 존재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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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야 특별히 말할 것도 없이 간단하고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이나 연출력 역시 특별한 수준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냥심에 기댄 측면이 강한 탓에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땐 감정 선에 공감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사무라이와 고양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존재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재미를 선사하는 이야기인데, 고양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 사무라이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인 것에 갇혀 있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국내에서 만들어 졌다면 아마도 김보성 씨가 연기했을 법한 딱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이 캐릭터가 영화 전반을 이끌기에는 다소 무리가 느껴졌다. 고양이라는 존재와의 연계 성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소극적인 부분이었는데, 사건 자체보다 둘 간의 교감에 포인트를 두었더라면 좀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2013년에 TV시리즈로 먼저 제작된 작품을 영화 화 한 작품인데, TV시리즈의 긴 호흡으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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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고양이 사무라이'엔 집사들이라면 혹할 만한 장면들이 분명 존재한다. 일부 집사들의 경우 사실상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보러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충분히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이 느슨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고양이, 고양이 때문이었다. 집사들이라면 꼭 보라고 까지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 정도라고는 말할 수 있겠다. 만약 더 교감에 집중한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8년 작 '구구는 고양이다'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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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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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우주를 건축하고 낭만을 이야기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를 개봉 첫 주말 아이맥스로 보았다. '인터스텔라'는 그의 작품답게 원초적으로 머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복잡한 설계가 밑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는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낭만과 감동이 자리 잡고 있는, 딱 크리스토퍼 놀란 다운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Gravity, 2013)' 이후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본격 우주 체험 영화라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밖에는 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보고 배우는 것에 그치던 우주라는 공간과 세계를 체험하는 것으로 끌어 들이는 데에 성공한 '그래비티' 이후엔 그 어떤 영화도 (최소한 단 기간 내에는) 우주를 다시 배경으로 하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래비티'를 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거다 라고 밝히기도 했던 놀란은, '그래비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체험하는 우주를 그리는 동시에 또 한 번 설계자 다운 면모를 발휘해 다층적이다 못해 다 차원적인 구조를 구현해 냈고, 여기에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드라마까지 담아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터스텔라'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뭐랄까 놀란의 영화관에 있어서 좀 더 명확해 지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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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이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았던 본격적인 이유를 하기에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항상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도록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에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에 기본이 되는 치밀한 설계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주로 만드는 설계도는 무언가 학구적인 의욕을 한 껏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플래시백 형태로 구성한 '메멘토'도 그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다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낸 '인셉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100% 완벽하게 분석해 내겠어!'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었던 것처럼, 이번 '인터스텔라' 역시 우주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공간을 배경으로, 역시 익숙하게 들어 왔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블랙홀, 웜홀, 4차원, 5차원 이라는 개념과 현상들을 시각적으로 수긍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학구적으로 파고든 설계 탓에 자주 그가 만든 세계는 논리적 오류나 설정의 오류라는 많은 의견들과 부딪히게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가 그의 동생과 함께 쓴 시나리오가 과학적, 논리적 오류가 있는 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왜 이런 방식을 매번 택하고 있는 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걸 '인터스텔라'를 통해 또 한 번 강하게 느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이렇게 영화를 복잡하고 설명하듯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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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그 세밀한 설계 자체가 갖는 중요성, 그러니까 '인터스텔라'로 비유하자면 5차원이라는 개념을 관객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영화화하기 위해 이를 논리적으로 뒷 받침할 만한 만반의 준비와 설계를 건축하듯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구조와 설계 자체를 중심에 둔 다는 얘기다. 사실 대다수가 이 의견에 손을 들어줄 텐데,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사실 이렇게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인셉션'을 보고나서 부터인데, '인셉션'이 개봉하고 나서 흡사 논문에 가까운 영화 글들이 수를 놓았을 정도로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라는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관한 아주 강력한 드라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놀란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내를 잃은 남편이거나 가족을 잃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의 분석은 이미 여럿 있어 왔는데, 여기에 더 힘을 보태서 이런 설정들이 어쩌면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계한 구조적 배경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그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인터스텔라'를 보며 또 한 번 강하게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결국,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꿈 속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코스츔을 입은 외로운 영웅을 이야기할 때도, 그리고 우주 속 웜홀 뒷편의 5차원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한 인간의 드라마를,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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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측면이 놀란의 모든 영화에 드러나고 있다고 봤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다크나이트'의 경우 이 가운데 가장 감정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편이고, 이 작품 '인터스텔라'는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셉션'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구조의 황홀함에 압도되어 만족감을 얻기에 벅찼었지만 두 번째 관람을 하고 나니 너무도 명백한 코브의 슬픈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셉션'은 놀란 영화의 큰 두 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와 감정, 혹은 설계와 낭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인터스텔라'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후자에 더 큰 비중, 아니 비중이 크다기 보다 더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작품이었다.



(다음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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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데에는 역시 '사랑'이라는 개념의 표현 방식 때문이 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른 작품은 물론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던 '인셉션'에서도 그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인터스텔라'에서의 후반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서는, 오히려 한편으론 이런 우주 영웅 가족영화에 대명사로 불리우는 '아마겟돈'보다도 더 강력한 세기로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정서가 자리잡고 있었다.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서 영화의 중반부까지 우주와 웜홀에 대한 방정식을 풀 듯 논리의 파도를 따라오던 관객 입장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 사랑이야!'라는 영화의 후반부가 맥이 빠질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의 방식이 조금 직접적이었을 뿐 놀란의 영화는 항상 이런 드라마를 바탕에, 아니 중심에 놓았었기에 크게 이질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 사랑이었어!'라는 식의 전개는 이 5차원이라는 개념을 재료로 하기엔 너무 1차원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게 마련인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치 찰리 카우프만이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통해 본인의 메세지를 정말 끝까지 밀어 붙였던 것처럼, 본인이 항상 두 손에 쥐고 있던 설계와 감정의 개념을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아니었나싶다. 이 작품에서 후반부 사랑의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인간의 사랑이야말로 차원을 넘어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 라는 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가설을 꺼내놓는데, 바로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직 인간이 알아 낸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혹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개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일종의 과학적 산물 혹은 미래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설명이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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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접근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접근이었는데, 처음엔 이 같은 영화의 태도가 '와, 정말 대단한데!'라고만 느껴졌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기반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Contact, 1997)'가 던진 화두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경험한 것'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메시지로 채용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즉, 아빠가 똑같이 딸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가 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영화가 바라보든 태도는 이전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인터스텔라'가 왜 흥미로운 작품인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콘택트'와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콘택트'는 이 광할한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공간 낭비인가 라는 말처럼 외계 생명체에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중심이 외계 생명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혹은 인간의 진화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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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끝!)



어쨋든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다른 작품들처럼 하나 하나 따져보면 '왜 그런한가?'에 대해 소품이나 배경, 인물, 대사 등 모두 이유를 찾고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영화일테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것들을 다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강력하게 드러난 낭만적인 가족 드라마이기도 했다. 뒤돌아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은 다들 순수하리만큼 낭만적인 인물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였던 것 같다. 마치 더 이상 막는 것이 불가능한 디지털의 시대에 끝까지 필름 촬영을 우선하고 3D를 배제해 온 그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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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차원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건 '그래비티'의 우주를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체험이었어요. 오히려 이 부분은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오면 서플먼트를 통해 좀 더 구조적인 뒷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 한스 짐머의 음악이 참 좋았어요. '다크나이트' 이후 가장 인상적인 그의 작품인듯. 김혜리 기자의 말만 따라 정말로 놀란 작품만 특별히 더 신경 써주는 것 같은 느낌이 ㅎㅎ


3. 본문에도 전반적으로 뉘앙스를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놀란은 '5차원은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다!'라는 것을 생각했던 것 만큼, 극 중 쿠퍼가 비디오를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을 먼저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극의 구성상 중간 정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치 마지막 대사를 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싶었던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처럼 감정적으론 이 장면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싶은.


4. 그냥 다른 얘긴데, 만약 이 영화를 그대로 번역해서 '별과 별 사이'로 개봉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네요. 감독이 전한 의도는 분명 '별과 별 사이' 일텐데 이를 그대로 번역하면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어버리는 묘한 영어 제목 번역의 현실. 꼭 이 작품 만의 얘기가 아니라 가끔 미국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제목들을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더군요. 우리는 아무래도 영어 그대로를 제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히려 번역하게 되면 느낌이 애매해지는 경우도 발생하다보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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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 (Blu-ray : Edge of Tomorrow)

슈팅 게임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한 흥미로운 작품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 액션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물론 이 작품은 따로 있고 그 것은 게임이 아닌 일본의 라이트 노벨인 'All you need is kill'인데, 원작에서는 루프나 외계인의 침공 등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다른 스토리 적인 측면이나 기타 설정들은 다른 측면이 많은 편이다 (※ 참고로 이 작품은 헐리웃에서 일본 라이트 노벨을 영화화한 최초의 작품이다).




▲ (좌) 영문 소설 표지 / (우) 만화 중 한 장면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죽으면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로운 점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 대부분이 갖는 특성 중에 하나는, 드라마 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나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는 것 만으로 일종의 설득력이 있는 드라마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그가 주연한 영화들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점인데, 일종의 영화 외 적인 효과라고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배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궁극의 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관객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연기력 + 연기력 외적인 이미지로 인해 (여기서 연기력 외적이라는 건 친절한 톰아저씨의 이미지가 아닌, 그가 위험한 스턴트를 대부분 직접 수행한다는 정보처럼, 그가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스토리 적으로는 빈약한 드라마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 외에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보면, 그 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자동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것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약한 상상이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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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 영상을 블루레이 만의 장점으로 인해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으며, 블랙 레벨의 깊이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최신작 다운 훌륭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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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 외에 거의 모든 것들을 CG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 작품인데, 실제로는 외계인이나 액션 시퀀스에서 활용된 CG 외에는 최대한 실제하는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한 작품으로 좀 더 블루레이의 고화질에서도 덜한 이질감은 물론, CG와 실사가 겹쳐지는 장면에서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이 최대한 실제 촬영을 하려고 한 감독의 방향성은 영상에 있어 좀 더 질감이 느껴지는 깊이를 표현하는 데에 근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장기와 엑소슈트의 질감 그리고 여기에 진흙과 모래가 뒤 섞여 있는 손에 만져질 듯한 이 질감은 확실히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디테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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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MA 7.1의 사운드는 주저 없이 레퍼런스라 부를 만 하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연상 시키는 해변 전투 시퀀스에서는 그야말로 '휘몰아 치는' 사운드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는데, 변화 무쌍한 촉수의 움직임과 전장의 아수라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음과 잡음, 비명 등의 복잡한 사운드들은 극장 못지 않은 공감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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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가영상인 'Operation Downfall'의 'Adrenaline Cut'에서는 다운폴 시퀀스를 좀 더 액션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더 역동적인 리듬으로 즐길 수 있다. 'Storming the Beach'에서는 해변 액션 시퀀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2차대전을 참조해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가미하였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직접적으로 참고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공상과학보다는 전쟁 영화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작업하였으며 그로 인해 일종의 미래 버전의 2차 대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최대한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더그 라이먼 감독의 성향 탓에 영국에 대형 해변 세트를 제작하여 좀 더 현실적인 액션 시퀀스를 촬영하였으며, 폭발 등의 액션 역시 CG에 의존하기 보다는 특수 효과를 통해 구현하였으며 배우들의 액션 역시 와이어를 이용해 좀 더 고전적인 액션 시퀀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Weapons of the Future'에서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것 중 하나인 엑소 슈트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는데, 실제로도 40킬로가 넘는 슈트를 배우들이 입고 촬영에 임해야 했기에 슈트를 입고도 모든 액션 연기가 가능하도록 디테일한 개발 연구를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 과정의 뒷 얘기가 수록되었다. 출연진 모두 액션을 위한 사전 훈련을 진행할 때도 대부분 슈트를 입은 상태로 훈련에 임했기에 이후 촬영 때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배우들은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엑소슈트에 적응하는 것이 더 우선적인 미션이었던것.


부가영상을 보면서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SF적 측면보다 전쟁 영화의 측면에 더욱 신경 쓴 작품이라는 점과, CG로 가능한 해결하고자 했던 영화가 아니라 특수효과, 로케이션, 스턴트를 통해 현실감을 주려한 ‘현장’의 영화였다는 점이다.






'Creatures Not of This World'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컨셉과 기획,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아무래도 최근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의 공통된 고민이겠지만, 더 새로운 외계인의 외형을 만들어 내기가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도 이 크리쳐의 새롭고 독창적인 움직임을 개발하는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촉수를 활용한 액션을 통해 훨씬 더 복잡하고 화려한 시퀀스 연출이 가능했으며, 또한 엄청난 속도로 인한 역동적 동선들도 매력적인 액션을 표현할 수 있었다.






'On the Edge with Doug Liman' 에서는 부지런한 톰 크루즈와의 작업을 준비하면서 톰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감독 스스로도 사전 제작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하는 독특한 영상으로 시작된다. 감독인 더그 라이먼이 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초반, 사전 제작과정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감독과 처음 작업을 해보는 톰 크루즈의 소감을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이 전하는 더그 라이먼의 연출 스타일을 전해 들을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작품의 감독인 더그 라이먼은 여러 번 소개했던 것처럼 현실감을 중시하는 감독이라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약 8분 가량의 삭제 장면 역시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총평] 더그 라이만이 연출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점점 더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가 어려워 지는 SF영화들 가운데, 작은 아이디어와 고전적인 영화 기법을 가지고 색다르게 표현해 낸 나름 신선한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가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 부족함을 톰 크루즈라는 신뢰가 넘치는 배우가 부족함 없이 채움으로서, 드라마로서도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 블루레이 유저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 역시, 이번 타이틀을 마무리 하며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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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결국은 시선에 관한 영화



데이빗 핀처의 신작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를 보았다. 핀처의 작품이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의 최근 작이었던 '소셜 네트워크'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워낙 좋았고 완성도가 높았었기 때문에 이 작품 '나를 찾아줘 (원제를 따르자면 '사라진 소녀'가 적당하겠다)' 역시 아무런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개봉 전 어디에선가 핀처의 최고 작품 중 하나인 '조디악 (Zodiac, 2007)'과 비교하는 평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큰 기대를 앉고 극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를 찾아줘'는 '조디악'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으며, 스릴러 이기는 하지만 스릴러 본연의 재미와 요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이야기와 시선에 더 관심이 많은, 조금은 다른 영화였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이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고 보는 편이 최적의 관람 방법입니다)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대략 이러하다. 어느 날 닉은 잠시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은 사고가 난 것처럼 어질러져 있고 아내 에이미는 사라져 버렸다. 아내 에이미를 찾기 위한 노력은 언론 등에 노출되며 더 큰 사건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는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에게 조금씩 이 둘의 결혼 생활에 이미 균열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핀처의 전작인 '조디악'과 스타일이 유사한, 그러니까 실종된 아내를 찾기 위한 아주 치밀하고 긴장간 넘치는 추리극 일 줄로만 알았다. 에이미가 처음 실종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싶었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단서를 던지고 이른바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실종 사건을 두고 주인공 닉 던 (벤 애플렉)을 바라보는 언론과 주변의 시선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영화는 어느 순간 부터 이 영화의 또 다른 부제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맞아 떨어지는 놀라운 에이미 던 (어메이징 에이미)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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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는 노골적으로 실종 사건을 두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마녀사냥에 빠져드는 언론과 움직이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조금 연출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언급했다시피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한 편으론 정말로 사라진 소녀를 찾아가는 과정의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야'라는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형식적으로 표현되는 주변과 언론의 반응들은 그야말로 어메이징 한 에이미라는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단편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물론 아주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을 통해 더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이도록 의도했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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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에이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벤 애플렉이 연기한 닉 던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겠다. 극 중 닉 던이라는 캐릭터는 참 묘한 느낌을 주는데, 치밀한 에이미와 같은 레벨로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불쌍하다'라는 생각에 공감대 혹은 동정심이라도 얻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멋대로 인 부분이 있어서 100% 부합하지는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극 중 많은 장면에서 닉 던이라는 캐릭터와 벤 애플렉이라는 배우가 겹쳐지면서 의도치 않았던 (그 중 반은 의도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의도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영화 전체가 이 사건을 약간의 조롱기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심각한 사건 속에서도 당사자들은 황당할 정도로 허술하고 초라한 행동을 하게 되는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아마 영화가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극 중 대중들처럼 오해했을 관객들에게 '자, 현실은 이럴 때도 있어. 쉽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선 안되'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튼 농반진반 이지만 이 작품은 벤 애플렉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연기력이 최고조로 발휘 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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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애플렉 이야길 하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나를 찾아줘'는 에이미 역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의 영화다. 이 영화는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로, 초반에는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은 물론 마치 중간계의 갈라드리엘을 연상시키는 신비스러운 보이스의 내레이션으로 묘한 매력을 선보이는 한 편, 후반부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의 모습은 극장 내 관객들이 모두 무서워서 치를 떨 정도로 소름 돋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나 역시도 올해를 통 틀어 무서워서(이것도 공포긴 공포다) 소름 돋기는 거의 처음이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전국민이 알고 있는 캐릭터와 평생을 비교 당해야 했을 에이미의 스트레스와 (아마도)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내적으로는 망가지고 폭력적이고 정신이상의 행동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최적화 된 행동을 하게 되는 캐릭터를 '왜 저래?'보다는 '무섭다'가 먼저 느껴지도록 이끌어 냈다. 아마도 많은 영화 팬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무서우리 만큼 소름 돋았다.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는 핀처의 또 다른 재주를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에게는 극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워낙 강해 그 이면의 디테일이 다 전달되지 않는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하긴 그게 너무 강하긴 했다.



1. 정말로 '사랑과 전쟁' 극장판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2. 핀처는 최근 작품들에서 영화 음악을 특히 더 매력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어요. 영화 음악에 의도가 많이 담겨있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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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Boyhood, 2014)

12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바로



수년 전 쯤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실제 12년 전의 뉴스 한 토막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이 정말 기대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는 없었던 뉴스였다. 에단 호크와 함께 한 비포 시리즈와 '웨이킹 라이프 (Waking Life, 2001)'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또 한 번 에단 호크와 함께 촬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는데, 한 소년의 성장기를 무려 10년이 넘는 실제 시간을 들여 촬영하겠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잊혀졌던 이 소식은 실제로 2014년 완성된 작품으로 극장 상영을 하게 되었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형식적 기대감과 별개로 그의 최근 작이었던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을 인상 깊게 본 터라 이 작품 '보이후드'는 극장에 가는 발 걸음 부터 몹시 두근거렸다. 과연 리차드 링크레이터는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 IFC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리차드 링클레이터가 1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만들어 온 이 '진짜' 성장담. 작은 의미로는 한 소년, 더 큰 의미로는 한 가족의 성장담을 담은 이 영화는 무엇보다 그 세월 속의 평범하고 보편적이지만 소중한 일상 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3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지만 영화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요, 오히려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3시간에 나누어 담기엔 숨 가쁘기 까지 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감독은 시간의 흐름을 일부러 표현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에 이 압축된 3시간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2년이라는 세월을 문득 돌아보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 즉, 보통의 영화가 사용하는 '몇 년 후'의 자막은 쓰지 않을 뿐더러, 마치 우리가 실제 삶에서 10여 년 전을 추억하며 '그 때가 정말 엇 그제 같은데..'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감정이 들도록, 놀라운 3시간의 압축 물을 만들어 냈다. 이 것만으로도 '보이후드'는 놀라운 3시간의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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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를 통해 새삼 느꼈던 감정은 최근 들어 종종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볼 때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감정이었는데, 내가 너무 일반적인 영화의 흐름 혹은 템플릿에 익숙해져 영화적인 선입견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운전하는 장면을 보다가 조금이라도 부주의한 장면이 나오면 아마도 사고로 이어지겠지 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절로 발동하고, 비슷한 이유들로 기존의 영화적 방식에 익숙해져 나도 모르게 다음을 유추 (결국엔 착각)함으로 인해 미리 몇 가지의 결과를 대비하게 되는 습관 말이다. '보이후드'를 보면서도 그런 장면들이 여럿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리차드 링크레이터는 이런 순간들을 그리면서 그 어떤 자극적인 사고나 극적인 요소로 이끌지 않고 있다. 글의 서두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저 일상, 일상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일상 말이다. 영화는 이 일상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시종일관 특별함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덤덤히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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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년 넘는 시간의 일상을 늘어 놓는 것 만으로도 사실 충분히 인상적인 결과물일 것이다. 하지만 '보이후드'가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것은 후반부 리차드 링크레이터가 드디어 본인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꺼내 들었을 때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을 보여주기만 했던 그는 주인공 소년이 다 커서 부모의 곁을 떠날 즈음이 되자, 하나 씩 감정이 심하게 동요할 만한 장면들을 선사한다. 스포일러 랄 것도 없지만, 즉 알고 있어도 이 장면에서 이 대사를 들었을 때 그 누구도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직접적인 이야기는 피하고 말하자면,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진심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을 담고 있으며, 아마 내가 부모였다면 그 장면에서 더 큰 감정적 공감으로 인해 더 많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참 인상적이었다. 패트리샤 아케이드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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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더 놀라웠던 것. 마치 엄청난 반전 영화의 끝에 그 반전의 내용을 알았을 때 만큼의 충격을 받았던 소름 돋는 순간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사실 난 앞서 이야기한 부모 곁을 떠나는 주인공의 대화 시퀀스에서 영화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한 시퀀스를 더 준비한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비로소 본인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영화 감독이 무려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아마도) 쉽지 않았을 제작과 촬영을 거쳐 끝에 하고 싶었던 말은 놀랍게도 '순간' 이었다. 12년이라는 세월을 실제의 시간으로 촬영하고 나서야 들려준 해답이 순간 이라니. 아, 정말로 소리 내어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올해 극장에서 느꼈던 가장 황홀한 경험이자 놀라운 순간이었다. 너무 진부해서 한 편으론 오그라들 수도 있는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 해답을 찾은 감독이 관객에게 진정성을 얻고자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순간이라니. 순간의 중요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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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직전까지의 내용 만으로도 '보이후드'는 충분히 올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지만, 이 마지막 장면 아니 순간을 통해 '보이후드'는 내게 있어 정말 중요한 영화가 되었다. 나와 같은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하길 바라며.



1. 극 중 소년의 누나로 나온 배우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리차드 링크레이터에 딸이에요. 그렇다면 영화 속 아버지로 나온 에단 호크와의 피임 관련 대화 시퀀스에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던 행동이 연기 만은 아니었겠네요.


2. 리차드 링크레이터의 영화 답게 영화 음악이 참 좋습니다. 극 중 밴드 활동을 하는 에단 호크가 부르거나 들려 준 노래들이 정말 좋아요.


3. 꼭 보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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