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는 그 장면 #1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아직도 누군가가 내게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를 물을 때면, '한 작품을 꼽을 수는 없죠' 라면서 '최고의 가족 영화'로 매번 꼽는 작품이 바로 발레리 파리스, 조나단 데이톤 감독의 2006년 작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단순히 루저 혹은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이야기로 규정짓기엔 좀 더 복잡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본적으로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토니 콜레트, 그렉 키니어, 앨런 아킨, 스티브 카렐,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슬린이 만들어내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앙상블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이며, 노란 색의 차에 한 명씩 뛰어들어 타는 장면은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코너(?)에 선택된 장면은 이 유명한 장면이 아니라 바로 아래의 장면이다.



ⓒ 2006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우여곡절 끝에 (우여곡절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일종의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참여하게 된 올리브 (아비게일 브레슬린)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할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충격적인 안무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인 대회에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올리브의 무대는 일부 관객이 자리를 뜨는 등 곧 관계자에게 제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때까지 이 대회 자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족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올리브를 응원하는 한편, 올리브의 무대가 끝까지 계속 될 수 있도록 이를 막는 이들을 몸으로 막아낸다.

어서 무대 아래로 올리브를 대리고 내려오라는 관계자의 말에, 알아듣게 처리할 것처럼 보이던 아빠 (그렉 키니어)는 갑자기 올리브처럼 음악에 맞춰 어설픈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내, 모든 가족이 무대 위에 올라와 올리브와 함께 격한 춤사위를 펼치게 된다. 

지금까지도 이 장면만 생각하면 그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본래 희극의 정점에 있는 장면은 어지간한 비극보다 슬프기 마련인데, 이 장면 역시 유쾌한 동시에 몹시도 눈물나는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가족이었던 적이 없던 이들이, 서로 말 한마디 없이 올리브를 위한 무대 위의 춤으로 진정한 '가족'이 되는 순간이었으며, 남들이 뭐라던 그들끼리는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눈물 짓게 했던 것 같다. 다들 자신 만의 가치관에 갇혀 살던 이들이 가족이라는 존재를 위해 스스로를 버린 동시에, 그럼으로서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도 누가 뭐라던 남들에게 큰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본인들만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위의 장면은 약간의 해가 있긴 했지만 이 가족이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모습에 눈물이 절로 났다. 

내게 있어 아직까지도 최고의 가족영화이자 눈물나는 춤사위는 바로 이 장면이다. 더군다나 행복에 겨운 눈물이니 이건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겠다. 



* 갑작스레 블로그에 시리즈를 하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도했던 몇 번의 시리즈는 금새 사라지거나 지속적으로 연재하지 못하곤 했는데,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해보렵니다. 제목처럼 영화 속 눈물 나는 장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가볍게 추억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남들과 좀 다른 포인트에서도 잘 울곤 하는 제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06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극장 개봉시에 놓치게 되는 영화들이 그래도 간혹 있다.
이런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 DVD가 출시되면 구해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하는 것.
<미스 리틀 선샤인>은 내가 2006년이 가기 전에 하마터면 놓칠 뻔 했던,
놓쳤다면 나중에 DVD구입해서 극장에서 못 본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을 그런 보석같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명 한 명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가족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어울리지 못하는
한 가족들 사이에 하나의 사건이 발생되면서 벌어지는 일들.....
이라고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한 영화.
 
그냥 그런 이야기 밖에는 안되는 구조 같지만,
이 영화는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뻔한 결말로 가지는 않는다.
 
영화속에 흔히 등장하는 가족들은 아주 막 나가는 가족아니면
매우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가족, 이렇게 딱 둘로 나뉘는데
<미스 리틀 선샤인>에 등장하는 가족은, 구성원들이 평범하지 않다면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사실 가족간의 여행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고
가기 싫고 빠지고 싶지만 '가족여행'이라는 명분만으로 참가해야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등장하는 가족에게도 이 같이 모두가 원하지는 않는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이 영화는 액션이나 블럭버스터도 아닌 것이 시네마스코프에 담겨있다.
무언가 특별하게 와이드함이 필요한 장면은 없지만, 어쩌면 가족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이 시네마스코프는 가장 빛을 발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등장한 장면에서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꽤 먼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장면은, 단순한 위치 뿐만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 벌어진 거리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집 안 보다도 닫혀있는 좁은 차 안에서도 서로가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시네마스코프의 위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드라마에서도 시네마스코프가 이렇게 적절히 사용될 수 있음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 영상이었다.



영화는 내내 유치하지 않은 진실된 웃음(극장에서 러닝 타임 내내 미소가 가시지 않았던 적은
실로 오랜만이었다)을 선사하였고, 바로 이 장면에서는 그 웃음이 살짝 감동으로
와닿기도 했다(사실 이 장면에서 찡해오는 감동을 받은 것은 나 뿐일지도 모른다 --;).
모두가 비웃고 조롱하는 상황에서도 가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기립박수를 쳐주고
함께 춤춰줄 수 있는 저 장면은, 올해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유쾌하고 행복한 장면이기도 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사실 내가 막 좋아하는 배우들은 별로 없었다.
그렉 키니어는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가족영화들에 주로 출연하여 그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본 적은 없었으며, 토니 콜렛과 알란 아킨도 좋은 배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그들을 보기위해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서 누군가가 평했듯이 2006년 최고의 앙상블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각각의 연기도 매우 뛰어나지만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 올해 모 방송국에 연기대상에서
'가족상'이라는 상을 주던데 --;, 나에게도 가족상이 있다면 그들에게 주고 싶다.
그리고 제작진들에게도 큰 부담거리였던 코미디 연기자 스티브 카렐은
이런 부담을 완전히 씻어주고도 남을 완벽한 연기를 펼쳤으며, 개인적으로도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이미지가 너무 컸던 터라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소녀 올리브.
어디서 본 듯 했더니 <싸인>에 나왔던 그 꼬마 소녀였다.
커스틴 던스트의 어린시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매우 귀여운 얼굴과 연기와 저 '배' ㅋ.
어린이 미인 선발대회에 출전한 다른 어린이들이 로봇 처럼 느껴졌던 탓에 올리브의
귀여움이 더욱 빛났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이자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한데,
가족이 노란색 구닥다리 승합차를 타고 떠날때 흐르던 노래에 깜짝 놀랐다.
바로 Sufjan Stevens의 곡이었던 것.
개인적으로 Sufjan Stevens의 광팬이기도 한 나로서는 아주 적절한 분위기와 영상에
그의 노래가 퍼질 때 나름 감동을 느꼈다. 그의 곡을 들을 땐 항상 무언가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었는데, 감독 역시 이 같은 이미지를 정확하게 그려냈다.
 
얼핏보면 이런 스토리는 소통의 부제를 겪던 가족이 사건을 통해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가족의 탄생'을 이루는 작품이 되곤 하지만,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런 결말을 따르지 않고 있다.
경연대회에서 서로 함께 춤추고 즐기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새삼스런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 말없이 집으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2006년이 가기전에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던 영화.
가족 영화라는 장르가 애들만 보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깨우쳐준 영화.
드라마임에도 다시 한번 극장을 찾고 싶은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글 / ashitaka

*** / 1. 원제는 <리틀 미스 선샤인>인데 왜 우리나라에선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했을까 --;
개인적으론 부르기도 전자가 쉽던데..
 
2. 절대 무패 9단계 이론 ㅋㅋ
 
3. 'Welcome to hell' 'go hug mom' 등 명대사들이 입이 아닌 쪽지로 전해져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