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8년간 CD와 DVD를 취급하는 쇼핑몰에 다녔었습니다('었'다는건 역시 지금은 관뒀단 얘기 ;;)
엇그제 뒤늦게 구매의욕이 불타올라 구하려 하였으나 그 동안 완전히 품절이 되어 구할 수 없게 된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 한정판>이 광화문 교보에 2장이 남아있다는 DP의 형님이 전화를 주셔서,
무더위를 뚫고 30분간 차를 타고 달려(물론 여럿이 함께 타는 버스), 광화문에 도착.
길가는 시민들에겐 축지법 수련자로 보였을 만큼 다리가 보이지 않도록 빨리 걸어(축지법 답게 뛰지 않고
걸었다는 사실 --;)도착한 교보에는 다행히 1장이 남아있었고,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재빨리 낚아챈 다음
계산대로와 역시 재빨리 결제한 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여럿이 함께 타는 차를 타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쇼핑몰 담당자로 오랜 세월을 일하다보니 왠만한 희귀타이틀이 아니면 다른 쇼핑몰에서 구매하거나,
더더군다나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배트맨 한정판 덕에 이런 에피소드를 겪고 나니
쇼핑몰 담당자로 일하던 당시에 한정판으로 인한 작은 에피소드들이 떠오르더군요.
제가 처음 쇼핑몰에 다닐때만 하더라도 그리 대형 쇼핑몰도 아니었고(나름 인지도는 있었지만)해서,
지금과 같은 전산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죠. 그래서 한정판 판매의 경우 어려움이 제법
많았더랬죠. 예를 들어 주문자가 그리 많지는 않은 타이틀이라 10장 정도면 예약수량과 출시이후 판매수량이
어느 정도 되겠다 싶을 경우, 제작사에서 10장을 받기로 미리 약속을 받아두고, 프리오더를 건 그 날부터
매일매일 주문 수량을 '눈으로' 확인했었습니다. 그래서 최종 받기로한 10장이 되거나 9장쯤 되면 주문을
막아야 하니깐요. 이런 방법일 경우 문제는 갑자기 주문이 몰려 10장이 넘어가게 될 때죠. 별로 인기가
없는 한정판이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이거 정말 구하기 어렵다' 라던지 '몇장 안된다더라'라던지,
갑자기 제작사에서 싸인등의 혜택이 추가되었을 때, 어디어디 아직 판매중이다 라는 소문이 돌면
정말 그건 순식간입니다. 정말 영세한 사이트마저 소문이 나게 되면 금새 몰려 곤혹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죠.
반대로 10장을 받기로 제작사에 선주문을 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5장 밖에 못준다 라던지 한장도 못주겠다
라던지의 경우가 생기면 일은 더 곤란해집니다. 지금 예는 10장으로 들고 있지만, 저것이 50장, 100장 단위로
올라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을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많이 일어났었습니다.
물론 쇼핑몰에 규모에 따라 이런 빈도수는 줄어드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경향이긴 하지만, 미리 선주문을 한
수량보다 훨씬 적은 수량이 이른바 '짤려'들어올 경우 쇼핑몰 입장에서는 정말 고생아닌 고생을 하게 되죠.
이런 경우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다이렉트로 거래하는 제작사외에 도매로 판매하는 거래처들에
부탁을 하는 방법. 여기도 수량이 없을 시에는 친한 사이트에 양해를 구하고 몇 장만 빼달라고 사정을
하는 방법. 이도 저도 않되었을 경우, 제가 그냥 제 이름으로 모른척 하고 타 사이트에 주문을 한다거나,
아니면 제 이름을 아는 사이트일 경우 회사내 다른 직원이름으로 해서 재고여부를 확인하고 주문을 하기도하죠.
물론 이럴 경우 마진은 100% 포기이며, 오히려 타 사이트에서 정가주고 샀으니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죠.
그런데 만약 우리 사이트에서 구매한 회원 가운데 VIP회원에데가 쿠폰쓰고, 배송료도 무료인 경우다 이러면
그야말로 손해는 무지막지... 타사이트에도 못 구할 시에는 출시당일날 오프라인 순회를 한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두장이라도 건지면 그야말로 다행이니까요.
저는 제 자랑을 하려는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품절이라고 죄송하다고 전화하는 바에야
내 돈 몇 천원을 더 내더라도 한정판을 구하는 편이 더 속편한 편이라
제 사비 들여서 이런 짓을 많이 했었죠. 그래도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욕을 먹게되면 내가 내 돈주고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죠. 특히 인기 타이틀이 출시될때 다른 대형 쇼핑몰들에서는 이것저것
자체 이벤트를 많이 할때, 우리 사이트에서는 회사내에서 지원을 안해줄 경우, 사비로 관련 이벤트 상품 구매해서
증정한 경우가 참 많았었거든요(이거야 말로 사서 고생 --;).
이후 쇼핑몰의 전산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된 뒤에도 프리오더에 한해서는 인기 한정판의 경우
제작사에 선주문한 수량이 100% 입고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고초를 종종 겪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중복으로 주문을 넣어놨는데, 전부 1장의 오차도 없이 다 입고되었을 때,
그런데다가 이 한정판이 인기도 뚝 떨어져서 오히려 재고가 넘쳐날 때, 이런 경우도(이 경우가 손해는 더 하죠)
고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
전 쇼핑몰 직원보다 소비자로서 더 먼저 DVD생활을 시작했었기 때문에, 도저히 못구한다, 품절이라 미안하다,
취소해주세요, 등의 말을 잘 못하겠더군요. 이미 이런 말을 할 단계라면 그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운 상태니깐요.
혹시 이 글을 현재 쇼핑몰 관계자들이 보시면 오해하실진 모르겠지만, 그런 의도로 쓴 말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야 마는 업무의 특성에 대한 탄식 정도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이렇게 고생을 했던 한정판들 중 지금 기억나는 몇몇 한정판으로는 대표적으로 조승우, 손예진 주연의
'클래식 우드케이스 한정판'이 있겠으며, '어린 신부 한정판'도 제법 고생했었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양장본 한정판', '올드보이 철제 케이스 한정판' '살인의 추억'한정판 등등등,
(굉장히 많았는데 워낙 오래되다 보니 잘 기억이 안나네요;;)이 떠오르네요.
특히 '클래식 우드케이스 한정판'의 경우 위에 언급한 방법들을 모두 동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출동해 결국 구매해서 좋다고 집에 돌아온 제 모습을 보니,
문득 예전 생각이 떠올라 잡담을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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