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헬프 더 걸 (God Help the Girl, 2014)

벨 앤 세바스찬 같은 영화



이 영화 '갓 헬프 더 걸'을 봐야겠다 마음 먹은 건 어쩔 수 없이 벨 앤 세바스찬 때문이었다. 평소 광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앨범은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밴드였던 벨 앤 세바스찬의 프론트맨이 스튜어트 머독이 쓰고 감독한 영화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어떤 영화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스튜어트 머독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했을 때 예상되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영화는 그 예상 그대로였다. 머독은 자신의 이야기, 벨 앤 세바스찬의 이야기를 스크린을 빌려 아주 덤덤하게 하지만 솔직하게 그려냈다.



ⓒ 찬란. All rights reserved


아마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거나 별 다른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 소소하고 예쁘지만 많이 심심한데? 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반대로 벨 앤 세바스찬의 팬들이 본 영화는 어떠할까? 사실 똑같다. 팬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이 영화는 소소하고 예쁘지만 심심한 영화였다.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 심심함의 여백이 평소 그들의 음악과 닮아 있기에 오히려 여유로웠달까. 평소 극적이기 보다는 평온하고, 자극적이기 보다는 평화로운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처럼 이 영화 '갓 헬프 더 걸'은 마치 그들의 음악처럼, 혹은 그들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뒷 이야기를 만나게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적인 측면에서 몰입이 쉽지 않고 소품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더 나아가 스튜어트 머독이 벨 앤 세바스찬이라는 밴드를 통해 전달하려는 음악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 찬란. All rights reserved


흔히들 거대한 뮤직비디오 같다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론 그 보다는 오히려 조금 긴 단편영화 같다는 느낌이었다. 벨 앤 세바스찬의 팬들이라면 아마도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미소짓게 될 그런 영화.


1. 미드 '왕좌의 게임'에 출연해서 익숙했던 배우 한나 머레이를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가움. 그녀의 묘한 매력이 터지더군요.


2. 사운드트랙은 솔직히 음악이 엄청 좋아서라기 보다, 벨 앤 세바스찬스러운 앨범 커버 덕에 안 살 수가 없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찬란 에 있습니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0 Jisan Valley Rock Festival)
행복에 겨운, 그 첫 날의 기억

언제부턴가 국내에서도 여름만 되면 그 해의 록 페스티벌 라인업을 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되었는데, 올해는 단연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한 여름에 맞붙은 페스티벌 가운데 펜타포트와 지산 밸리는 한 배에서 나온 자식들인 만큼 매번 경쟁상대 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적어도 올해는 지산에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나 싶다. 펜타포트의 라인업도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네임벨류 측면에서 지산이 훨씬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야겠다고 진작부터 마음먹은 지산 밸리였지만 언제나처럼 내 발을 붙잡는 것은 경제적인 여건이었다. 글서 부득이 하게 3일중 하루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포기로 인해 흘린 눈물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ㅠ).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이번 지산 밸리가 갖는 의미는 첫 째도 '벨 앤 세바스찬' 둘 째도, 셋 째도 '벨 앤 세바스찬'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펫 샵 보이즈는 말할 것도 없고, 단독 콘서트와 록페에서 모두 만나보았던 뮤즈 역시 '훗, 나 뮤즈 많이 봤잖아' 라고 말하며 쿨 한척 패스했지만, 두 번, 세 번 본다고 그 감동이 덜할 것 같지 않은 밴드가 뮤즈였으며, 코린 베일리 래 역시 정말 너무 보고 싶었던 뮤지션이었는데, 단 하루를 택해야 한다면 벨 앤 세바스찬이 나오는 첫 날, 금요일을 택할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 지산 밸리의 나름 컨셉이라면 기존에 다녔던 록페들과는 다르게, 좀 여유있고 비교적 앉아서 관람하는 편안하고 관망하는 록페랄까. 사실 그 간 다녔던 록페스티벌이나 내한공연으로 미뤄보자면 항상 가장 앞에서서, 온몸으로 사방의 밀고 당김을 이겨내며 좋아하는 뮤지션을 코앞에서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열혈 록매니아였다면, 이번 지산은 애초부터 달릴 것을 염두하지 않았던 것처럼 위의 사진처럼 잔디밭에 걍 자리 깔고 앉아서, 좀 먼 곳일지라도 좋아하는 뮤지션에 흐뭇한 미소 정도 지어주며 즐기려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고, 이런 목표는 의외로(?) 제법 지켜진 편이었다.





지산 밸리 홈피에서 미리 예매한 셔틀버스를 타고 3시쯤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린 스테이지로 달려가보니 한창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도착하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일단은 분위기에 적응하는데에 집중. 분위기와 더위에 동시에 집중하는 순간, 얼른 승열님을 보기 위해 빅 탑 스테이지로 이동해야 되겠다 싶어 왔던 길을 되돌아 빅 탑 스테이지로 향했다.



(록 페스티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팔지. 1일권과 더불어 19금 성인을 인증하는 팔지까지 부착완료!)



역시 록페스티벌의 묘미라면 아무대나 널부러져 잠을 청할 수도 있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과는 별개로 그냥 나만의 시간을 보내도 전혀 인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냥 자신의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는 이들을 만나는 것 역시도 의미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을 듯.




금요일을 택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승열님! 지난 번 비공개로 진행되었던 쇼케이스에 초대되어 공연도 즐기고,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에서 잠시나마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터라, 그 이후부터는 왠지 더 친밀함이 들어버린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는데, 평소에도 워낙에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터라 이번 지산에서도 그의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즐겼다. 좀 더 팬들에게 익숙한 곡들 보다는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선곡들 위주로 구성이 된 모습이었는데,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과의 깜짝 조인트 무대는, 다시 한번 빅 탑 스테이지를 록의 열기로 뜨겁게 만들었다. 사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다시 한번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벨 앤 세바스찬'을 만날 생각에 들 떠 있어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뿐;;





이승열 SETLIST

Dream Machine
Walk
비상
Lola
Tsunami
Secretly
Secret( Feat.신윤철 )
So





그리고 무대는 드디어 벨과


세바스찬, 즉....


'벨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의 무대 세팅으로 가득차 있었다. 뭐랄까 다른 밴드나 뮤지션들과는 달리 그들의 앨범을 들으면서도, 언젠가 실제로 보게 되리라는 생각은 잘 해보질 않았었는데, 이렇듯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 그들의 무대 앞에 잠시 멍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드디어 등장한 스튜어트 머독, 그리고 벨 앤 세바스찬!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레 내 눈앞에서 노래하는 모습에 금새 적응! 하지만 사실은 실감을 못했다는 편이 더 맞을 듯;;;






벨 앤 세바스찬의 공연은 확실히 그 동안 즐겼던 다른 록밴드의 그것과는 달랐다. 미친듯이 몸을 부딪히며 샤우팅 할만한 곡들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볼 수도 없는 느낌의 공연이었는데, 뭐랄까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그 동안 앨범으로만 소중히 간직했던 그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 건 또 다른 감흥이었다. 다시 말해 '실연 (Live)' 그 이상으로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라 더 뜻 깊었던 것 같다. '맞아,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이랬었지' '그 때 이런 일도 있었지'라는 식으로, 그 음악 자체로도 황홀했지만 그 안에서 지나간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날의 또 다른 느낌이라면 왠지 한국같지 않았달까. 다른 의미가 아니라 진짜 어디 외국의 한적한 농장에서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작은 축제를 벌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관객 수가 많았음에도 분명 이런 느낌이 났다!). 무대와 관객의 스케일은 컸지만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은 우리를 작지만 큰 하나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런 분위기는 그들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져, 시종일관 이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를 미소짓게 했다 (진짜 어디를 비춰도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ㅠ).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바로 이 장면이었다. 관객 가운데 몇몇을 직접 무대 위로 불러낸 스튜어트 머독 조차 아마도 이런 분위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눈치였는데, 무대 위로 올라온 팬들은 단순히 이 무대에 감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 장면인데도 말이다), 이 무대를 스스로 즐기며 이 페스티벌을 찾은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은 선사했다. 그냥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 기회를 멋진 순간으로 만든 팬들은 무대 여기저기를 누비며 멤버들을 정말 미소짓게 했고 (머독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의 표정을 보면 간혹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도 보였으나, 이 무대를 너무 행복해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야, 페스티벌이라는게 진짜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끔 만들었다. 





진짜 행복에 겨워서 눈물 흘릴 정도의 감흥을 맛본 것이 언제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행복감이었다. 그렇게 올 것 같지 않았던 벨 앤 세바스찬의 무대는 기대를 한껏 했음에도 기대를 훨씬 넘는 최고의 공연을 선사했으며, 앞으로도 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새겼다. 

Belle & Sebastian SET LIST

I did't see it coming
I'm a cuckoo
Step into my office
The State I am in
I'm not living in the real world
If you're feeling sinister
Suckie/Funny Little Thing
Dog On Wheels/stars of track
The boy with the arab strap
Caught in love
Judy and the dream of horses
Sleep the clock around
(legal man-if time)








벨 앤 세바스찬의 감동의 무대가 끝나고나서야 늦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록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한가지인 시원한 맥주와 함께한 식사. 음식들도 가격들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맛은 다들 괜찮은 편이었다. 공연 관람으로 지친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만 통용되는 화폐. 입장 전에 미리 현금과 교환해야만 공연장 내에서 이것저것 구입이 가능하다. 기념으로 천원 정도 남겨오려고 했었지만, 모조리 써버린 1인. 






그 다음 관람한 공연은 요즘 가장 핫한 밴드 중 하나인 뱀파이어 '위크앤드 (Vampire Weekend)'. 사실 많은 록 팬들에게 이번 페스티벌을 기대하도록 만든 장본인 중 하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아직 제대로 이들의 음악을 즐겨보지 못한 탓에 깊에 몰입하지는 못했으나, 왜 이들이 정말 'HOT'한 밴드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Vampire Weekend SET LIST

Holiday
White Sky
Cape Cod Kwassa
I Stand Corrected
M79
California English
Cousins
Run
A - punk
Blakes
Giving up the gun
Campus/Comma
Horchata
Mansard Roof
Walcott










이번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단 하루만 즐겼을 뿐이라, 캠핑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유로운 곳곳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무리해서라도 하루 쯤 여기서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풀 냄새 한 껏 맡으며 풀밭을 거닐고 눕고, 여유롭게 노닐 수 있는 분위기 만으로도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그린 스테이지에 도착한 탓에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허설 부터 함께할 수 있었다. 나중에 사람이 많이 몰렸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띄엄띄엄 앉아서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도 너무 편안해 보이더라. 






그 다음 선택한 밴드는 '브로콜리 너마저'. 뭐 이미 인디씬에서 슈퍼스타라고 할 만큼 그들의 음악은 팬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번 무대에서도 팬들의 이런 사랑이 그대로 반영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이번 공연에 있어 일부러 곡과 곡 사이의 명확한 맺음을 하지 않는 구성을 들고 나온 모습이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조금 멋적어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 나쁘진 않았던 듯. 아, 그리고 이 지산에서 '보편적인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며 여러사람들과 함께 때창을 하는 순간 무언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록페스티벌을 다닐 때 델리 스파이스의 곡을 때창하며 들었던 생각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예전에는 델리 스파이스의 곡들이 내 청춘의 송가였다면, 이제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들이 나의 또 다른 청춘을 대변하는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건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때창을 할 때만 느껴지는 감정이라 할 수 있을텐데, 그래서인지 느껴지는 감정이 촉촉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앞으로는 보편적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앵콜 부분이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그 노래가 나오지 않자 팬들은 당연히 '앵콜요청금지'를 앵콜로 요청했는데, 브로콜리 너마저는 정말로 당황한 듯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대에 나와서도 이 곡을 할지 말지 회의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 노래를 불렀던 여성멤버가 (이름이 생각이..) 빠진터라 이 곡을 무대 위에서 하고 싶지 않으려는 것 같았는데, 정말 끝까지 안할까 했는데 안하더라. 하지만 팬들이 직접 때창으로 부른 '앵콜요청금지'의 감동도 대단했다.

브로콜리 너마저 SET LIST


이웃에방해가되지않는선에서
마음의문제
두근두근
울지마
커뮤니케이션의이해

청춘열차
마침표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졸업
보편적인 노래
유자차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이 끝나고 그린 스테이지를 빠져나가는 인파. 여기저기 스케쥴 표에 따라 이동하는 것도 록 페스티벌의 또 다른 재미!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시원한 맥주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밤 시간까지 참다가 매시브 어택 보기 전에 시원하게 한 잔!





텐트 촌의 모습. 밤새 페스티벌을 즐기다가 졸리면 바로 옆에서 자고 일어나 또 다음날 페스티벌을 즐기면 되는 최적의 코스! 








그리고 이 날의 헤드라이너였던 '매시브 어택 (Massive Attack)'. 사실 한참 트립합에 빠져살던 2000년대 초반에 심취했었던 매시브 어택은 한동안 잘 듣지 않은터라 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는데, 무대를 보는 순간 다시금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 맞아, 나 매시브 어택 되게 좋아했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익숙한 곡들과 압도적인 무대에 다시금 빠져들고 말았다. 한 곡 한 곡 메시지를 가득 담은 백그라운드의 영상과 문구들은 듣는 것 말고 생각하는 것도 제공했는데, 그냥 개인적으로는 한 때 정말 좋아했었던 매시브 어택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그들을 처음 좋아했었던 2000년대 초반에 무대를 직접 봤더라면 이 정도로 심심하게(?) 표현하진 않았을듯 ㅋ

Massive Attack SET LIST

United Snakes
Babel
Rising Son
Girl I Love You
Futureproof
Invade Me
Teardrop
Mezzanine
Angel
Safe From Harm
Inertia Creeps
Splitting The Atom
Unfinished
Atlas Air

 



그렇게 나에 짧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하루 일정 뿐이라는게 너무 아쉬웠을 뿐이지만 (펫 샵 보이즈나 코린 라일리 래의 공연 후기가 더욱 더 그렇게 만들었다 ㅠ) 그래도 벨 앤 세바스찬의 무대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너무나 벅차도록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번 록페스티벌이나 공연을 다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경제적 이유 포함) 포기하고 났을 때의 경우보다, 어찌되었든 무릎쓰고 공연을 즐겼을 때의 경우가 훨씬 정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남는 것이 많고 후회없는 선택이 되었었다. 이번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역시, 나에게 또 하루를 살아가게끔 하는 아주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글.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갑자기 예전에 들었던 음반들을 꺼내어 듣고 싶어질 땐, 무언가 우울하다거나 고단해서 위로나 안식을 얻고 싶어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Belle and Sebastian을 찾게 될 때도 대부분 그렇다.

오늘 오후에도 불현듯 그들의 음악이 필요해서 오랜만에 CD를 찾아 듣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 그들을 찾게 된 이유는 무언가 조금 포크스러운 편안함을 그리워 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꺼내든 이 앨범  'THE LIFE PURSUIT'는 이런 곡들도 있지만, 굉장히 발랄하고 활기찬 음악들이 담긴 앨범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벨 앤 세바스찬은 전자의 느낌이 훨씬 강해서 그런지 이미 수차례 들었었던 앨범임에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 CD를 틀었다가 빠른 비트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우스운건 이런 긍정적이고 행복함으로만 들리는 음악 때문에, 본래 이들을 찾게 되었던 이유처럼
위로나 안식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벨과 세바스찬 음악의 미덕이겠지.




Belle and Sebastian - Funny Little Fr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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