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순전히 미셸 윌리엄스의 팬이라서 관심이 갔던 영화. 알고 보니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를 연출했던 사라 폴리의 작품이었다. 최근 본 작품 가운데 역시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했었던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과 연관지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는데, '우리도 사랑일까'는 좀 더 여성의 심리에 서서 '사랑'이라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가지 감정을 섬세한 손길로 다루고 있다.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한 영화를 다 보고 난 소감은 뭐라 정리되지 않는 답답함과 미묘함이었는데, 그 가운데 저 제목과도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 Joe's Daughter. All rights reserved


'우리도 사랑일까'는 여주인공 마고 (미셸 윌리엄스)가 결혼한 상대인 루 (세스 로건)와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인 대니얼 (루크 커비)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 폴리는 이 현재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을 묘사하면서 다른 영화들에서 흔히 보여주는 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현재의 남편인 루와의 관계는 권태가 살짝 느껴지기는 하지만 둘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더 나아가 루는 결코 나쁜 남자라 보기 어렵다. 새롭게 다가온 대니얼과의 관계 역시 첫 눈에 반하는 사랑과도 같은 연결 고리로 시작되지만, 번쩍 하고 불타오르기 보다는 다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걸 더 비중있게 묘사한다. 앞서 이 영화가 마고를 중심으로 그녀의 감정에 충실한 영화라고 했던 것처럼, 마고의 갈등은 남편인 루가 나쁜 사람이라 떠나고 싶어서도 아니고, 대니얼이 단순히 더 끌리기 때문도 아니다. 마고는 루냐 대니얼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더 깊은 지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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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을 묘사함에 있어서 결코 밝은 면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라 폴리는 확실히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름다운 지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어웨이 프롬 허'도 결국은 사랑 그 이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두 노년의 부부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마고가 루와 그리고 대니얼과 만들어내는 사랑의 감정과 순간들은, 그 어느 불타 오르는 사랑 영화보다도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이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이 결국 알고 보면 사랑을 모두 떠나보낸 순간이었음을 모두 가능하도록 만든 연출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셸 윌리엄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미셸 윌리엄스는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갈수록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서는 사랑스러움을 한껏 표현하다가도 또 그 묘한 표정으로 초월한 듯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쉽게 말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만 놓고 보자면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보다 이 작품의 연기가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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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해야할지 그 반대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판단이 각자 다르 듯,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믿음도 결국 사랑을 하고 있는 그 본인 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판단을 하든지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그대로 일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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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너무 좋았어요. 아마도 토론토 어딘가 인 것 같은데 혹시라도 그 곳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올해의 명장면 후보.


2. 대니얼 역할을 맡은 루크 커비는 Dashboard Confessional의 Chris Carrabba를 너무 닮아서 (스타일도 비슷하고), 보는 내내 크리스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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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

이미 각종 영화제(정작 모두의 예상을 뒤없고 아카데미에서는 수상하지 못하였지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 영화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여인과 그의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우리나라에 개봉은 늦어졌지만, 그래도 적은 영화관에서나마 만나볼 수 있었다(적어도 서울에서는 2군데
뿐인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닥터 지바고>세대가 아니기에 과연 <닥터 지바고>의 '라라'가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발동하기 보다는, 오히려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인생에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인생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끌렸었다.



(스포일러 있음)

우리영화 <내 마음속의 지우개>가 그랬듯이, 이 영화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초중반 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줄거리로 영화를 이어간다. 무려 44년간을 함께 했지만, 병에 걸려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단 한 달 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남편을 거의 잊다시피하고 병원에 다른 남자(오브리)에게 의지하게
되어버리는 피오나(줄리 크리스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본인의 상실감을 중심으로
그린다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점점 잊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함과 상실감을 느끼는
그랜트(고든 빈센트)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가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특수한 케이스를 소재로 하지 않았다면, 영화 속에서 피오나가 단
한 달만에 오브리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어버리는 경우를 보았을 때,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며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그랜트가 피오나를 오브리에게 사실상 빼앗겨버리고 그 상실감과 삶의 무게를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오브리의 아내 메리언과 정을 나누는 것으로 이겨가는 것을 보고 역시나 어떻게 저럴 수 있냐며 혀를 찰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오브리에게 집착하는 피오나도
메리언과 가까워지는 그랜트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는 없는, 즉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삶은 이길 수 없는 거잖아요'라는 말을 되새기게 했다.



처음 이 영화를 예상할 때는 단순히 기억과 자신을 잊어가는 아내에게 사랑으로 헌신하는 남편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아름다운 사랑'에서 더 나아가, '삶'이라는 더 큰 화두를 남기고 있다.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것은 이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그리는 방법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하얗게 샌 머리처럼 아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이런 힘든 상황에도 그저 담담하고 드러나지 않게 겪어가는 (극복보다는 그냥 겪는 것이 더
가깝다고 봐야할 것이다)과정을 통해, 겪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인생사'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모두가 찬사한 줄리 크리스티의 연기는 과연 아름다웠다.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다기 보다는, 노년의 역할로 등장했음에도 너무나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랜트 역할을 맡은 고든 빈센트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극작가이자 배우로 활동중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의 시점이 사실상 '그랜트'의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연기가 관객으로 하여금 얼마나 동화되게 하였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캐나다의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1979년 생의 젊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아주 담담한 작품이었다.



1. 영화 속에 보면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였나? 라는 책을 그랜트가 피오나에게 읽어주는데
   그 책도 참 읽어보고 싶더라

2. 이 영화의 엔딩 크래딧에는 유난히 로고들이 많이 등장한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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