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2 _ 최후의 결전 (Red Cliff 2, 2009)
오우삼의 삼국지 주유전

사실 많은 이들이 실망했던 1편의 경우도 2편을 위한 거대한 예고편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특히나 1편에서는 제목이 '적벽대전'임에도 정작 적벽대전은 거의 치뤄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언가 2편에 가서는
주유와 공명의 심리전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2편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일단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에 짚고 넘어갈 점은, 영화 <적벽대전 2>는 원작인 삼국지연의 와는 거리가 있는
허구의 서사 장르일 뿐더러,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자체도 정사와는 차이가 있는 일종의 과장된 소설이다보니, 아예 원작이고
익숙한 삼국지와의 비교에 대한 내용은 최소한으로 줄이려 한다. 뭐 어쩔 수 없이 거론하게 되겠지만,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따져보기에는 워낙에 어긋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냥 '오우삼의 삼국지'라던가 '삼국지 주유전' 정도로 러프하게 인정하고
리뷰를 이어가 본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 주세요~)




이미 1편을 통해서도 그렇고, 양조위라는 배우가 캐스팅 된 것만을 놓고 보았을 때도 알 수 있었지만, 오우삼이 만든
<적벽대전>은 어디까지나 주유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물론 삼국지에서 주유가 주목 받는 것을 보았을 때 적벽대전 당시가
가장 주목받는 때이기는 하지만, 오우삼의 <적벽대전>만큼 집중되 있는 편은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개인적으로는
양조위와 금성무가 인물을 바꿔서 연기했어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오우삼은 주유를 너무 사랑했기에
양조위를 선택하게 된 듯 싶다). 주유가 워낙에 큰 비중을 갖고 있는 탓에 다른 장수들에 대한 묘사나 이야기가 소홀히 되는
것이 원작팬으로서는 가장 아쉬울 수 밖에는 없었다. 특히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촉 장수들에 대한 묘사는 기존
이 삼형제로 대변되는 삼국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황될 정도로 그저 동네 힘쎈 형(장비), 얼굴 벌건 동네 형(관우),
그리고 공원가면 만날 것 같은 아저씨(유비)로 묘사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조자룡의 경우는 굉장한 비중을 부여받고
있는 경우인데, <첩혈쌍웅>의 주윤발과 이수현처럼 주유와 등을 맞대고 싸우는 이도 조자룡이고, 레골라스 급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장면을 만들어내는 장본인도 다름아닌 조자룡이다(이런 경향은 1편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촉의 장수들은 조조로 대표되는 위나라 장수들과 비교하자면 그나마 양반이라 할 수 있겠다. 위나라 장수들은
그나마 배신한 채모와 장윤을 제외하면 이렇다하게 이름이 거론되는 장수조차 없으며, 그 외에 거론되는 장수라고는
위나라에 속한 것도 아니요 장수도 아닌 '화타'가 유일하며, 마지막 장면에 '하장군'으로 묘사되는 모 장수가 있겠다
(애꾸눈이 아니었던 걸로 봐서 하후돈은 아닌듯 싶고, 그렇다면 하후연? 하후상? 하후덕? 등 인 듯도 싶지만, 어쨋든 중요한건
이들이 전부 일반 장수들 이상으로는 묘사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조에게는 그 어느 세력보다 훌륭한 장수들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휘하의 장수들의 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사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우삼의 <적벽대전 2>에서는 영화적인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소교의 에피소드와 손상향의 에피소드를
매우 비중있게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다른 일반 영화였다면 매우 효과적인 장치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으나, 삼국지를 베이스로
하는 <적벽대전>에서 이런 쌩뚱맞은 에피소드를 만나니 사실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아니 왜, 적벽대전에
'바보온달'시퀀스를 삽입한 것인가!). 물론 정사가 소설화 되고 영화화 되면서 과장에 과장이 더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하여도,
결국 이 여인 한 명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거나, 마지막에 소교를 인질로 잡고 협상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영화구나'할 수
밖에는 없었다.

개봉이후 조금 늦게 영화를 보게 된지라 이미 많은 사람들의 스포일러 없는 감상평들을 접하고 간 탓에, 원작과의 비교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주유와 공명, 혹은 주유와 조조의 허허실실 지략 대결에 대한 묘사는 2편에서 가장 기대하던
바였다. 물론 <적벽대전 2>에는 바로 이 '허허실실'로 이야기할 수 있는 지략 대결이 등장하지만, 좀 더 치밀하고 비중있게
묘사했으면 하는 바램과는 달리, 빨리 빨리 맛만 보여주고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만약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공명이 화살 10만개를 얻어오는 장면이나, 서로가 서로를 속일 것을 예상하여 수를 두는 계략에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지만,
원작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오히려 예상보다 못한 수 놀림에 감탄할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 내용상으로는 역시나, '삼국지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무엇이 되었든 욕을 먹을 수 밖에는 없다'라는 지론처럼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으나, 그렇다고 오우삼의 <적벽대전 2>가 단순히 아쉽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1편과 마찬가지로 전투 씬에 있었는데, 기존 전쟁영화들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등장한 전투씬을 그릴 때
단순한 치고 박는 식의 연출을 어떻하면 효과적이고 미적으로 그릴까 혹은 리얼하게 그릴까 고민하는 것과는 달리,
삼국지라는 특성에 잘 부합하여 '진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전투 씬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전편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이 진법이 사용된 전투 장면이었는데, <적벽대전 2>에서도 이 진법을 이용한 공성전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방패로 주위를 둘러쌓은채 기회를 도모하다가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신출 기몰하게 나타나 적을 베는 장면이나,
공성을 오르기 위해 진을 쌓는 장면 등은 오우삼이라는 감독과 중국이라는 인프라가 만났을 때만 가능할 법한 대규모
장면으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예전부터 삼국지 게임을 즐겨해온 입장으로서는 각 부대별로 네모낳게 모양지어
전진하는 장면이 반갑기까지 했으며, 공성전을 연출하는 방법도 실제와 허구가 적절히 섞인 장면들로 이뤄져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런 전쟁 씬의 경우 음악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벽대전 2>의 경우 음악 없이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았으며, 이 분위기에 따라 한쪽이 계속 밀리다가 다른 한쪽이 다시 우세하곤 하는 본편적
연출과는 다르게, 계속 서로가 죽고 죽이는 현실적인 묘사도 마음에 들었다(이 영화에선 실제로 촉과 오의 연합군이 기세를
몰아 조조의 군대를 잠식해 갈 때도 상당히 많은 아군이 전사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연기와 캐릭터를 묘사한 배우는 조조 역할을
맡은 장풍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영화가 완전히 주유의 원사이드 영화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조조라는
캐릭터가 다른 한편에서 열심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오우삼은 조조를 완벽한 악당으로 그리기 보다는,
선한 면(동시에 독한 면이 될 수도 있겠다)또한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 좀 더 캐릭터를 확장시킬 여지가 있었다면,
훨씬 더 풍부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장풍의는 주어진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될 정도로,
조조 라는 캐릭터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장풍의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에도 급 관심이 가게 되었다.

주유 역할을 맡은 양조위와 공명 역할을 맡은 금성무에 연기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애초에
처음 캐스팅 얘기가 나올 때부터 양조위가 주유와 공명 역할 모두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양조위는 언제나처럼
괜찮은 연기를 펼쳤으나 자신의 부인을 적장에게 빼았길지도 모르고, 자신을 생각해서 부인이 스스로 적장에게 간 장수의
깊은 갈등까지는 표현해내지 못한 것 같다. 공명 역할의 금성무는 확실히 멋지긴 했으나, 뭐랄까 좀 더 공명스럽지는
못했다고나 할까. 하긴 공명스럽다는 것이 기존 삼국지 관련 작품들을 통해 얻게 된 일종의 선입관이긴 하겠지만,
그가 공명 같다기 보다는 여전히 금성무 같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도 하겠다. 소교 역할을 맡은 린즈링은 아름답기는
하나 아무래도 캐릭터가 조금 쌩뚱맞다 보니 '그저' 아름답게만 묘사되고 있고, 손상향 역할의 조미는 확실히 매력적이기는
하나 삼국지와는 덜 어울리는 캐릭터였으며, 손권 역할의 장첸은 손권 자체가 어찌보면 유비만큼이나 힘없이 그려지기
때문에 무언가 갈팡질팡 하는 느낌이 깊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 2>는 역시나 삼국지의 팬들에게는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 구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정도로 아쉬운 작품이긴 했으나, 원작과의 1:1 비교라는 점에서 조금 벗어난 다면, 그럭저럭 오우삼
감독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장함이 라던가, 대규모 자본과 엑스트라가 동원된 인상적인 공성전 만으로도
볼만했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점에서 보았는데, 화질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노이즈가 너무 심하고 전체적으로 색감도 별로 좋지
못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분명히 제가 본 프린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극장에서 사운드 볼륨도 별로 크지 않아
임팩트도 심히 부족했던 것 같구요.

2. 혹자들은 3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물론 루머일 것이며, 나온다면 그건 적벽대전 3가 아니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되겠죠.

3. 양조위는 연기할 때 우리가 극장에서볼 때와는 다른 언어로 연기한 것 같더군요.

4. 다시 생각해보아도 조조 휘하 장수들의 묘사는 정말 안습이네요 ㅠㅠ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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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포스트를 언젠가 한번은 써봐야지 하고,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을 당시부터 생각은 했던 것이었는데, 아예 몇몇 게임 단위로 한 편씩 리뷰를 해볼 것인지, 아니면 '나의 게임 연대기'라고 해서 연도별로 대충 꾸며볼 것인지, 아니면 장르별로 나눠볼 것인지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으나, 자료수집차 다른 블로거분들의 전문 글을 읽고나서는, '아, 나는 너무 전문적으로 가면 안되겠다(사실 전문적으로 쓸만한 능력도 안되구요 --;)'라는 생각에, 펙트보다는 주관적 기억이 주가 된 글로나마 정리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는 처음 테이프 넣고 플레이하던 컴퓨터 게임 시절부터(제가 처음 컴퓨터 게임을 접한 것이 바로 이 방식이었죠. 금방 없어져서 오랫동안 해보진 못했지만, 친구네 집에 가서 카세트 테잎 같은 걸 컴퓨터에 넣고 테입 감듯이 맨 앞으로 감아서 플레이하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게임이 재생되던 방식. 게임 자체도 별다른 게임은 아니었고, 
그냥 피라미드 미로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게임이었죠), 가장 화려했던 90년대 어드벤쳐 게임이 주를 이루던 시기를 지나, CD를 이용한 컴퓨터 게임에 이어, 엑스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 3를 이용한 최근 HD급 콘솔 게임에 이르기까지를 쭈욱 정리해볼까도 했으나, 이렇게 되면 글이 너무 길어질 수도 있고 애초에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인 어드벤처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애매해질 수도 있어서, 그냥 추억의 게임에 한정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기는 하였으나, 이에 통달한 매니아분들처럼 좀 더 풍부하고 볼만한 글을 쓰기에는 역량의 부족함을 잘 알기 때문에, 그저 개인적 기억과 아련한 추억에 근거한 개인 소장용 글을 하나 써보려고 합니다 ^^;


(페르시아의 왕자)


정확하게 하려면 그 게임의 발매연도까지 따져가며 순서를 정해야겠지만, 그냥 분위기에 따라 닥치는대로 써보자면,
가장 첫 번째로 했던 것 같은 컴퓨터 게임은 아마도 '페르시아의 왕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예전에 주공아파트 살때는 컴퓨터 뿐 아니라 컴퓨터용 책상까지 따로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모니터가 약간 눈 아래에 위치하고 일종의 덮개가 있어서 안쓸때는 마치 오픈카 뚜껑마냥 닫아둘 수 있는 말그대로 컴퓨터용 책상이었죠. 그때는 어려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부분 컴퓨터를 살 때는 눈을 보호한다고 해서 보안경을 옵션 내지 필수로 착용하곤 했었고, 역시 눈을 보호한다는 이유 때문에 약간 아래로 바라보는 것이 좋다하여, 앞선 것처럼 저런 식의 책상이 유행했던 것 같아요. 여튼 이 컴퓨터를 통해 초록색 모니터로 페르시아의 왕자 1편을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로서는 나름 칼싸움 액션과 미로찾기, 공주를 구한다는 스토리까지 잘 조합이 되어 있었던 게임으로, 
어린나이에 흠뻑 빠져서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음악도 좋았고, 주인공이 한 방향으로 잘 달려가다가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때의 그 스무스한 움직임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죠. 엑스박스 360이 출시되고 나서 라이브 아케이드로 다시 출시가 되어 유료 다운을 통해 다시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확실히 모든 스펙은 좋아졌지만 당시의 느낌이 들지는 않더라구요. 곧 제이크 질렌할 주연으로 영화도 개봉될 예정이고, 게임도 콘솔용으로 출시될 예정이긴 하지만, 다들 너무 좀 변형된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이스)
 

예전에는 어드벤쳐 게임 못지 않게 상당히 롤플레잉 게임도 많이했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누가 뭐래도 '이스(ys)'시리즈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했던 것이 그냥 이스인지, 아니면 이스2, 이스 이터널인지 아니면 다 해본 것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쨋든 한글판이 아닌 일본어로 나오는 걸 그냥 그림 보듯 때려맞추면서 했던 것 같아요(그래도 엔딩까지 보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구요). 아마도 제가 해본 게임 가운데 최초로 무기를 사 모으고, 갑옷 챙기고, 약 먹고 하는 게임의 첫 번째 게임은 바로 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각 마을이 있고 마을 마다 무기가게, 약 가게, 여관 등이 있고, 마을 안을 돌아다니다보면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사연을 듣고 해결해주는 퀘스트가 있고, 마을 밖에서 괴물들을 만나 전투를 거듭하면서 레벨을 키워서 보스전을 준비하는 뭐 이런식의 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스도 나중에 그래픽이나 여러가지가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해본 것 같은데, 너무 세련되어졌기 때문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삼국지 3)


(삼국지 5)

예전 했던 시뮬레이션 게임들 가운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koei사에서 만든 삼국지 시리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처음 시리즈를 접하게 된 것은 삼국지 2가 아니었나 싶은데, 최근 출시되었던 10인가 11인가도 해보았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은 삼국지 3와 삼국지 5인것 같습니다. 게임을 떠나서 삼국지를 워낙에 좋아해서 각종 판본을 모으고 책도 반복적으로 몇번 씩 읽었을 만큼 나름 마니아라 자연스레 게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생각해보니 게임과 책을 처음 읽은 시기가 비슷했던 것 같네요), 이 역시도 처음에는 그림처럼 한글판으로 플레이 했던게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등장하는 무장들의 이름을 한자로 외우게 되면서 나중에 중학교 한문 시간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었죠 ㅋ 

다시 생각해봐도 제 인생의 한문은 삼국지를 하면서 80%이상은 배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삼국지의 인물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게임 상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게 된 것 같구요. 삼국지에 워낙에 관심이 많다보니 나중에 다른 그림들을 통해 인물들의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되었지만, 삼국지 게임 속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단순한 땅따먹기 이상의 전략, 전술들을 사용할 수 있었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나중에는 좀 더 많은 이벤트를 발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도 나구요. 오랜만에 삼국지 3의 스크린샷을 보니 정말 기억이 새록새록 하군요 ^^


(룸 'LOOM')
 

지금까지도 제가 해본 게임 가운데 베스트3를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갈 게임이 바로 루카스 아츠의 어드벤쳐 게임인 '룸 (LOOM)'입니다. 당시 어찌나 재미있게 했는지 엔딩에 가까워져서는 도저히 아까워서 깰 수가 없었을 정도로 흠뻑 빠져있던 게임이었으며,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음악을 모티브로한 어드벤쳐 게임 방식에, 아직도 아련한 기억이 생생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음계를 하나씩 맞춰가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고, 무언가 마법과 용, 뭐 이런 신비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당시로서는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과 감동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몇몇 장면은 그대로 떠오르는데, 용이 나타나 양을 채가는 들판의 장면이라던가, 대형 베틀이 등장하는 장면 등 저 파랗고 푸른 이미지마냥 지워지질 않는군요 ㅎ

룸 얘기 도중에 잠시 당시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당시에는 지금처럼 CD나 DVD로 게임이 출시되는것이 아니라 5.25인치의 플로피 디스크로 출시가 되었었는데, 정품이 발매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고(아니면 라이센스는 늦어졌거나, 아니면 불법이 성행했거나 --;)했기 때문에 직접 사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당시 용산에 공디스크를 들고 가면 몇천원 주고 디스크에 게임을 복사해 주고는 했었죠. 컴퓨터를 새로 사게 되면 게임을 많이 넣주기도 했었구요. 당시에 '룸'이나 '원숭이 섬의 비밀'등 오랫동안 소장하고자 하는 게임들은, 좀 고가의 컬러풀한 5.25인치 디스크를 사서 각각 디스크에 고이 저장한 뒤, 디스크의 상단에는 스티커 등으로 매우 정성스럽게 꾸몄던 기억이 납니다(참고로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경우는 당시 문방구에서 최고의 인기였던 번쩍번쩍한 스트리트 파이터 카드를 오려서 플로피 디스크 상단을 손수 꾸몄던 기억이 나네요). 아쉬운 건 이렇게 소중히 보관했던 게임들이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게 너무 아쉽군요. 


(원숭이 섬의 비밀)
 

'룸'과 더불어 제 인생의 또 다른 베스트 게임 중 하나인 작품이 바로 루카스 아츠의 작품 <원숭이 섬의 비밀>입니다.
이 음악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렬한데(당시 어드벤처 게임의 음악들은 정말 하나같이 최고였습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음악에 감동이 어려있죠!), 이 게임이 주로 대화를 통해 전개가 되었던 게임임을 감안한다면 영어 하나 제대로 몰랐던 국민학생이 어떻게 술술 진행할 수 있었는지 살짝 놀랍기도 합니다. 
 



이 당시 루카스 아츠의 어드벤처 게임들은 대부분 화면 하단에 'OPEN' 'PUSH' 'PULL' 'TALK' 'TAKE' 'USE'등 명령어가 있어서 각 사물에 대고 명령어를 클릭하면 진행이 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불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전혀 그런 줄 모르고 했던 것 같네요. '원숭이 섬의 비밀'같은 경우는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씩 엔딩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2편인가 에서는 이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롱테이크(?)대화 결투씬이 나오는데, 당시로서는 대충 긍정과 부정 정도의 영어만 알고 있던 수준이라 감으로 때려맞췄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어느 정도 해석하면서 게임하면 좀 더 재미있으려나?''). 
 
이 게임 역시 나중에 2편, 3편, 4편 등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해보긴 다 해보았으나 2편까지만 추억이 있고 그 후속편들에게는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네요. 아마 당시 어드벤쳐 게임을 즐겼던 이들 중에 '원숭이 섬의 비밀'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 90년대 최고의 게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킹즈 퀘스트)
 

당시 루카스 아츠의 게임들 못지 않게 가장 많이 했던 게임은 '킹즈 퀘스트' '스페이스 퀘스트'같은 시에라의 어드벤쳐 게임들이었는데, 위의 두 작품은 정말 '룸'이나 '원숭이 섬의 비밀'과는 또 다른 명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킹즈 퀘스트는 뭐랄까요, 좀 더 동화책 같은 분위기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좀 더 상상력을 동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당시 어린이었던 저의 지능 개발에 상당부분을 도움을 준듯 합니다. 어드벤쳐 게임이 좋은 것은 바로 생각해야만 풀어갈 수 있는 게임의 구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퀘스트 시리즈들은 이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게임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시리즈들 역시 여러 편으로 제작이 되었는데 제가 재미있게 했던 것이 정확히 몇 편인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지만, 바로 저 그림이 등장하는 편이었던 것 같네요(5편이가??'').


(스페이스 퀘스트)
 

킹즈 퀘스트의 동화같은 분위기에 비하면 '스페이스 퀘스트'의 분위기는 만화같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나 당시 시리즈의 처음 칼라 버전이었던가 했던 저 게임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으로는, 그림 속의 바인가 아니면 다른 곳인가를 들어갔는데, 배경이나 인물들은 모두 흑백이고 주인공만 컬러이죠. 그걸 보고는 바의 다른 인물들이 '저봐, 쟤 VGA야'라고 하던 대사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 역시 전체적인 줄거리들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킹즈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미래 전쟁)
 

이런 게임들 가운데 약간은 분위기를 달리했던 어드벤쳐 게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Delphine Software사에서 만들었던 미래 전쟁(Future Wars)가 바로 그것입니다. 딱 보아도 상당히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에, 제목처럼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게임으로서, 앞서 언급했던 게임들과는 달리 커서의 위치 조작이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던 게임이었습니다. 바로 게임의 첫 장면이었던 저 건물 청소하는 장면도 잊혀지질 않고, 조용한 숲속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장면도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특히나 일종의 암호를 풀기 위해 페인트 통 암호표를 사용했던 기억도 나구요.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당시 루카스 아츠의 어드벤쳐 게임 가운데 또 재미있게 했던 게임을 꼽으라면 바로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와 동일한 줄거리로 진행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영화와 비교해 가며 게임을 했었던 것도 같고, 영화 자체가 미스테리 퍼즐을 하나 씩 풀어가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어드벤쳐 게임으로서도 상당히 괜찮은
소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인디아나 존스 3>의 음악을 3편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데, 영화 음악이 거의 그대로 쓰였던 게임음악도 기억에 남는군요. 


(황제를 찾아서)
 

사실 앞선 유명한 게임들에 비하면 살짝 인지도가 떨어지는 듯도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저에게는 더욱 소중한 게임이 바로 '황제를 찾아서'입니다. 정확한 구조는 기억이 안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의 관한 이야기를 어드벤쳐로 풀어낸 게임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도 오래남고 가장 추억과 아련함이 강한 게임이 바로 황제를 찾아서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드벤쳐 게임에서나 가능한 다양한 창의력이 돋보이는 설정들도 좋았고, 이 게임 역시 그 음악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죠. 특히나 엔딩에 흐르던 그 곡은 제가 지금까지도 모든 음악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 중 하나일 정도로 너무나도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음악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예전 좋아했던 도스 시절 게임들을 윈도우에서 다시 하게 되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 게임은 정말 다시 한번 시간내서 해보고 싶네요 ^^;


(둠 'DOOM')
 

아마도 지금까지도 했던 1인칭 액션 게임들 가운데 가장 손에 꼽는 작품이라고하면 둠2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건강 상태가 나빠질 수록 주인공이 코피를 흘리거나 멍이 들어가는 재미있는 그래픽이라던가, 희괴하고 다양하게 생긴
괴물들의 모습도 당시로서는 무섭기까지 했었고, 미로 형식에서 길 찾는 재미도 쏠쏠했으며, 무엇보다 공포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액션 게임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둠 역시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새로운 버전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그 추억만큼의 인상은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긴 뭐든지 오리지널 혹은 최고 인기작을 뛰어넘는 속편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이 밖에 기억나는 스포츠 게임들을 몇가지 얘기해보자면, 아마도 복싱 게임 가운데서는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 아니었나 싶은 '4D복싱'이 기억이 나네요.
 

(4D 복싱)
 

상당히 각지게 만들어진 인물들과 키보드 숫자패드의 방향키로 펀치를 조정하던 방식으로 진행되던 게임은, 일반적인 복싱 게임의 기본 스타일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크게 지루하지 않았던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저 각진 얼굴들도 멍들고 피나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ㅎ
 




야구 게임으로서는 <하드볼>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콘솔로 넘어오면서는 2K시리즈나 플스의 더 쇼가 훌륭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PC시절에는 거의 하드볼 시리즈만 했던 것 같습니다. 보스턴과 뉴욕의 팀 로고를 보니, 팀 로고를 직접 수정하거나 만들 수 있었던 메뉴가 생각이 나네요.

NBA같은 경우는 라이브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이 NBA만 했던 것 같네요. 사실 굉장히 단순했지만 크게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해왔던 게임으로 기억되며, 나중에는 다양한 패치가 가능해져서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 게임이었죠. 흔히 많이 했던 슬램덩크 패치가 있어서 만화 속 주인공들의 팀으로 플레이를 하기도 했었으며, 덩크나 레이업 같은 동작들은 미리 선수마다 조정할 수가 있어서 말도 안되는 동작의 덩크 동작들이 가능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이 밖에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당시 상당한 입지를 갖고 있었던 '프린세스 메이커'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겠는데, 당시로서는 호기심이 왕성했던 사춘기 시절이라, 정도를 가는 주인공 외에, '외도(?)'를 하는 주인공도 꼭 한 번씩은 진행을 하게 되는 묘한(?)게임이었죠. 청소시키고 공부시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비행 시뮬레이션 중에는 윙커맨더가 가장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는데 보질 못했네요. 이것 역시 괴작이 되었던가??. 

그 밖에도 추억에 PC게임들은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다 거론할 수 없지만 줄줄이 이동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레밍'시리즈도 기억이 나고, 금광 캐고 나귀사고 이러던 '황금광 시대'던가(?)도 기억이 나고, 짧은 기억들이지만 제 어린 추억 속에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무시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HD급 화질로, 5.1채널로, 인터넷을 연결하여 화려한 배경 속에 게임을 하고 있지만, 90년대 당시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어드벤쳐 게임들 같은 아련함과 '감동'을 주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게임들에서도 이런 감동을 받을 수 있길 기다리며, 
저의 추억 속 PC게임들을 떠올려 봅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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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부 - 거대한 전쟁의 시작 (赤壁: Red Cliff, 2008)
의미있고 길었던 part 1


이미 개봉했던 삼국지 관련 영화인 <삼국지 : 용의 부활>이 단순히 삼국지라는 설정을 빌린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아쉬운 영화였기 때문에, 이 작품 <적벽대전>에 거는 기대는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오우삼 감독에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링, 조미, 후준, 장풍의 등 여러 기대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기에 그 기대는 더해만 갔다. 극장의 분위기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이 2편으로 구성된 영화에
첫 번째 영화임을 모르고 극장을 찾아서 인지, 'to be continue' 했을때 많은 관객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으며,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가 2편의 영화에 첫 번째 영화라는 사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제가 붙어있긴 하지만 요즘은 워낙에 부제가 붙은 영화들도 많다보니
이것만으로 본래 나뉘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오우삼의 연출력과
인상적인 액션 장면, 배우들의 이미지가 묻어난 괜찮은 1편이라고 생각되나, 2편으로 분리함에 있어
시간 배분에 조금은 실패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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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알려졌다시피 삼국지의 가장 큰 전투중 하나인 적벽대전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어떻게 보면 거대한 예고편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번 영화에는 적벽대전 특유의 맛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그 준비과정과 인물들 간의 설정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역시 '팔괘진' 장면이었다. 삼국지에서는 '책사'라는 존재가 부각되면서 부터
전투에서 일기토나 단순한 전투보다는 '진'의 개념이 강해진 전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오우삼 감독은 이 '진'으로서 싸우는 전장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이 부분에 굉장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이것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시간을 늘린 느낌이 크기
때문에 모든 장면을 늘어지게 구성만 느낌이있다), 그래도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진의 변화에 따라
적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시퀀스는 인상깊게 느껴졌다. 나중에 배역과 캐릭터를 얘기할 때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팔괘진 장면이 다 좋았음에도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장수를 그리는 연출에 있기도 했다.
전투장면에서는 흡사 <트로이>의 액션 스타일이 묻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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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겪인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전쟁 준비와 캐릭터 간의 관계나
이미지 설정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고, 삼국지라는 특수한 원작 자체가 워낙에 기존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굳어져 있고, 책에서 만화에서 본 인물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실사판이 되었을 떄는
누가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그려지는가가 사실상, 삼국지 관련 영화에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 주유 - 양조위
양조위는 어떤 캐릭터든 그가 맡음으로서 진정성을 갖게 되는 배우이다. 주유라는 캐릭터는 제갈량과의
관계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건 2편에 가봐야 더 정확히 오우삼이 어떻게 그리려는지
알 수 있겠지만, 일단 1편만 봐서는 역시나 제갈량이 더 여유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2편에 가면 이 둘의
긴장관계가 어느 액션보다도 더 큰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1편에서 서로 악기를 같이 연주하는 장면에서
이런 둘의 분위기의 전초전을 보여준듯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유치고는 양조위가 너무 나이가 많아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유'라기보나는 솔직히 '양조위'같다는 느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인듯.

* 제갈량 - 금성무
일단 지난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등장한 제갈량의 포스가 너무도 심하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금성무가 연기한 제갈량의 포스는 나름 만족할만 하다. 여유있고 겸손하며 실력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공명의
모습은 금성무의 진지한듯 하면서도 허허실실로 넘기는 연기로 어느 정도 잘 표현된듯 하다.
역시 주유나 제갈량에 대한 평가는 2편이 나와야 제대로 할 수 있을 듯 하다.

* 손권 - 장첸
손권 역을 맡은 장첸의 싱크로율은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연약함과 강단을 동시에 보여주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듯 하고, 무엇보다 26살이라고 했을 때 제법 믿을만 했다 ;;


* 조자룡 - 후준
<삼국지 용의 부활>이 사실상 조자룡 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그런 면에 <천룡팔부>의 소봉 포스를 보여주었던 후준의 조운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충성적이면서도 놀라운 무예를 자랑하고 액션에서도 포스를 뿜어내는 모습은 조자룡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2%만 잘 생겼다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특히 아두를 업고 싸우는
시퀀스는 <용의 부활>보다 훨씬 나았다(용의 부활 리뷰때도 썼지만, 여기서 유덕화는 나중에 아두가 그렇게
멍청하게 그려지는 것이 전부 조자룡 탓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아두를 너무 신경안쓰고 액션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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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 / 관우 / 장비
실제로 유비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없어보이는 인물임은 맞다. 하지만 그 선함과 덕이 빛을 발하는 순간,
비로서 빛나는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적벽대전>의 내용상에는 유비의 덕을 보여줄 장면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 당시 유비의 처지는 가장 불쌍한 처지였던 시기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이렇게 약하게 묘사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관우의 묘사가 가장 아쉬웠다. 일단 키가 너무 작다. 모든 장수들 중에 가장 작은 것 같다 --;
오우삼은 일부러 적룡을 쓰지 않은 것 같지만, 오히려 중복되더라도 적룡을 캐스팅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용의 부활>에서는 관우의 비중이 극히 적었음에도 그 인상이 대단했는데, <적벽>에서는
관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적토마도 타지 않고 주로 뛰어다니며, 청룡언월도를
쥐고 있기 보다는 던지는 용으로 더 자주 사용하는 관우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이런 액션 연출은
장비에게서도 두드러지지만 관우, 장비라기 보다는 이연걸에 가까운 무협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준다).
여튼 관우의 팬으로서 관우 캐릭터는 너무도 아쉽다.

장비는 또 어떠한가. 무식함의 대명사라 그렇게 그릴려고 했다는 것은 이해하나, 아무리 그렇다쳐도
시작할 때부터 무기도 없이(무기를 떨어트려 할 수 없이 맨손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전장으로 뛰어들어
적병사들과 주먹싸움과 가히 권법을 사용하는 장비의 모습은 너무 오버스럽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처음 말을 몸으로 부딪혀 쓰러트리는 장면이 나왔을 때는 '와'하며 감탄했었지만, 그 이후에 무기도 없는 장비가
또 한 번 그랬을 때는 감타보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 조조 - 장풍의
조조는 삼국지의 어느 캐릭터보다 팬이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난세의 영웅이라는 말로 흔히 표현되곤
하는데, 이번 <적벽>1편에서는 이런 난세의 영웅스런 조조의 모습보다는 한 여자에 빠져 주유와 제갈량에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연회나 즐기고 있는 모습이 많아 아쉬움도 있었다(예전에 읽었던 '조조전'
이었던가 조조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을 보면 조조가 상당히 여색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긴 한다;;).

* 감녕 - 나카무라 시도우
전 그냥 감녕의 묘사가 상당히 괜찮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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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이라는 삼국지 내의 최고로 흥미로운 전쟁을 영화화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았을 것이다.
시간을 따져보니 1편으로 하기엔 부족하고 2편으로 하기엔 좀 남았던 것 같다. 1편에 다 넣으려고 했다면
별다른 설명없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적벽대전에 들어갔겠지만, 잘 만 한다면 이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2편으로 나누면서 액션이나 모든 장면이 평균보다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것은 '팔괘진' 시퀀스 외에는
별다른 클라이막스가 없는 이번 작품이 더욱 밋밋하게 보이는 걸로 이어진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장판교와 조운-아두 이야기가 나오길래, 더군다나 관우가 홀로남아 잡히길래 아 그러면,
관우가 조조와 한동안 생활하는 장면도 나오겠구나 했는데, 어차피 시간을 끌거였다면 이 시퀀스를 넣어서
좀 더 늘어지지 않게 타이트하게 구성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근데, 그러기엔 관우의
포스가 너무 약하구나 ;;;;;).


근데 이렇게 얘기해봤자 어차피 <적벽대전>은 1편의 성격을 띠는 작품이기 때문에 최종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적벽대전'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각종 장면들이 등장할 터이니
잔뜩 기대해 보려고 한다~


1. 이 영화는 쇼박스에서 공통 투자,제작을 한 작품이기도 해서, 제목의 폰트도 틀리고, 각 인물을 설명하는
   별도 자막이 추가되어 있다.

2. 오우삼과 비둘기. 첨에 휙 지나가길래 '역시'했는데, 나중엔 대놓고 계속 나오더라.

3. 많은 남자분이 그래도 '린즈링'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여기서
  포인트가 추가되지는 않았다 ^^;;

4. 개인적인 생각으론 삼국지는 누가 감독하던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은 원작임에 분명한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쇼박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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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용의 부활 (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 2008)

개인적으로 '삼국지'는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이다. 어린 시절 만화서부터 나중에 각 소설가 버전으로
각각 읽어본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 김용의 '영웅문'과 더불어 나의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의미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봉을 앞 둔 오우삼 감독의 <적벽>과 이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일단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 자체가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라 3편도 아닌, 영화 1편으로는 도저히 압축이 불가능한
이야기일터.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화는 전체 삼국지를 다 보여주기 보다는, 하나의 사건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영화화를 해 나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사건이라기 보다는 상산의 조자룡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를 빗대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자체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삼국지'의 팬이라면 아마도 재미있다기 보다는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으며, 팬이 아니더라도 조자룡의 인생에 적극 공감되기에는 너무나 평면적이었던
캐릭터의 묘사로 그리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자룡의 젊은 시절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를 비교적 '후딱' 묘사하고 있다.
'후딱'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100분의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조자룡에서 생의 마감을
앞둔 노인 조자룡으로 옮겨가는 것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삼국지의 기본 설정과 이야기들을 가져오고는 있지만, 그대로 '삼국지'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정도로 허구의 캐릭터들과 새로 창조해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마도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것일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내는 방법은 원작 그대로
영화화하는 것이 '삼국지'의 경우에는 맞지 않을까 싶다.

가장 특이한 점은 조자룡 외에 '나평안'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비중있게 등장시킨 것인데, 홍금보가 연기한
이 나평안이란 인물은 마치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를 시기하던 살리에르를 연상시킬 만큼,
조자룡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나평안이라는 인물의 묘사는 사실상
매우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관객은 그가 두 번쯤 등장했을 때 이미 그의 마지막 행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뭐 이게 영화상으로 대단한 반전이라던가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뻔히 보이는 캐릭터로
인해 결과적으로 스토리 구성에 있어 헛점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면 제목에 '삼국지'를 포함시키기 보다는 그냥 '용의 부활'정도로 제목을 짓고,
영화 처음이나 마지막에 '삼국지의 이야기를 가져왔다'정도로 수식하는 것 정도의 영화가 됬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삼국지'라는 이름을 쓰고, 조자룡이라는 인물을 주연으로 가져오긴 했지만, 삼국지 팬 입장으로서
보기에는 그야말로 '가져온 것'이상의 느낌은 전달 받을 수가 없었던 영화였다.



유덕화는 조자룡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젊은 시절과 노년의 얼굴 모두 멋지지만, 그건
조자룡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유덕화라서 멋진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관우'역할로 등장한 '적룡' 형님 때문이었는데, 만약 삼국지가 또 다른 버전으로 영화화 되고,
이 영화와는 다르게 관우가 비중있게 그려진다면, 적룡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초록색 도포와 긴 수염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조자룡이 주연이라 이 영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매기 큐가 연기한 '조영'이라는 캐릭터는 소설과는 다른 허구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반증하듯
상당히 영화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홍금보의 얼굴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연기로 인해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삼국지라는 이야기를 빌려와, 그 속에 조자룡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주연으로
등장시켜, 전쟁의 무의미함과 인생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영화였지만, 삼국지 팬에게도 일반 관객에게도
인상깊게 남을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이야기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1. 오호대장을 한 명씩 소개할 때는 마치 게임처럼 주무기를 이미지화하여 보여주는데 조금 이질감이 있었다.

2. 사실 이 영화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기에 <적벽>이 더욱 기다려진다.

3. 아무리 조자룡이 주인공이라지만, 제갈량의 포스가 너무 약하다.

4. 마초, 황충 지.못.미

5. 삼국지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디자인에 익숙해서 그런지, 조자룡의 저 투구는 어울리지 않았다.

6. 이 영화는 국내제작사인 태원이 함께 제작한 영화인데, 그래서 인지 마치 국내 사극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막으로 그 인물의 이름을 보여주는 부가자막이 있었다.
 엔딩 크래딧을 보니 CG작업은 전부 국내에서 맡아서 작업을 했더라.

7. 만약 영화 속 처럼 조운이 아두를 업고 싸웠다면, 아두는 필시 죽었을 것이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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