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상처 뿐인 회식을 통해 많은 것을 잃었다. 한 편으론 참 재밌다. 아니 우습다가 더 가까운 말이겠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아직도 술을 많이 마시고 이것저것 잃어버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는 내 자신이 말이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젠 정말 나를 100% 믿지 못하겠다. 뭐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쨋든 무슨 상황에서든 나는 믿을 수 있었던 내가 더이상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꼭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하는 특수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하긴 돌이켜보면 요 며칠, 너무 정리된 것 없이 정신없이 그냥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달리는 것은 제대로 했느냐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어쨋든 잘 되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런 상실감은 분명 다시 정리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것들에 대해서 한 번씩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혹은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채우는 것을 따져보면서 무엇이 진짜 필요한 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아무런 계기나 사건 없이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면 더욱 좋으련만, 인간이란 동물은 그게 잘 안된다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동물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계기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가지 않으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미였지만, 언제부턴가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소 잃고도 그냥 허탈함과 게으름에 허성세월하다가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다시 또 다른 소를 잃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자, 이제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열심히 고치자.


p.s - 어쨋든 오랜 시간 정들고 의미있는 지갑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더불어 고등학교때 사진으로 만들었던 주민등록증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구나. 그 사진은 딱 민증에 있는 것 하나 뿐이어서 더욱 아쉬움.



2010.05.23. pm.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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