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 천둥의 신 (Thor, 2011)
대서사와 셰익스피어를 입은 마블 히어로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총집합하는 '어벤져스 (The Avengers)'의 또 다른 멤버 '토르 (Thor)'를 보았다. 토르가 영화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다른 마블의 히어로들과 다른 점이라면, '스파이더 맨' '헐크' '아이언 맨' 등의 경우 후천적으로 사고나 우연한 계기를 통해 슈퍼 파워를 얻고 히어로가 되는 것에 (혹은 안티 히어로가 되는 것에) 반해, 신화에 근본을 두고 있는 토르의 경우 이미 파워를 갖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시작점을 달리 한다. 이 시작 점이 다른 것은 특히 영화화에서 큰 차이점을 갖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쉽게 말해 영화 중반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직 멀쩡한'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에 반해, '토르'는 오히려 그 반대로 초중반 토르가 힘을 잃게 되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계 (아스가르드와 인간 세상)가 교차된다는 점에서도 이전의 마블 히어로들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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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점은 '토르'는 이미 대중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고대 그리스 희곡 및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토르'는 히어로물이라기 보다는 셰익스피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제인과 쉴드 (S.H.I.E.L.D)로 대변되는 현재의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상당히 고전적인 서사와 갈등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하지 않았다면 '타이탄' 같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토르'는 왕과 왕자, 아버지와 아들의 관한 이야기에 히어로 물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셰익스피어 적인 측면 때문에 연출을 캐네스 브래너에게 맡긴 것이 아닌가 싶다.

배우인 동시에 감독이자 극작가인, 그리고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캐네스 브래너 만큼 '토르'가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되는 점을 잘 표현해낼 이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캐네스 브래너가 '토르'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셰익스피어 적인 측면이야 걱정할 바 아니었지만, 그 반대로 히어로물이자 블록버스터 연출로서의 캐네스 브래너는 의문 부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갖는 한계 내에서 이 정도 결과물이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스럽게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액션 전문가가 시나리오까지 맡았을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완성도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많이 접하지 않았는가. 캐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그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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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가 갖는 한계라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처럼 소개가 필요한 첫 작품이었다는 공통의 한계와 다른 히어로와는 다르게 탄생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극적인 공감대를 얻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그 만의 한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토르가 지구로 추방 당한 뒤 겪는 일들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은 그가 진정한 히어로로서 거듭나는 탄생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사실 빠른 전개 탓에 적극적인 공감대를 얻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발생한 제인 (나탈리 포트만)과의 로맨스도 브루스 배너나 피터 파커의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토르'는 그 자체로도 소개가 주목적인 작품인 동시에 앞으로 나올 '어벤져스'의 큰 그림으로 보자면 더더욱 '토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의미가 컸기에, 이 한 편만으로 평가 받기에는 조금 억울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토르'의 속편이 나온다거나 '어벤져스'에서는 좀 더 이런 면에서 자유로운 상태라(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소개를 마쳤으니 말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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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쩔 수 없는 한계들 때문이었는지, 극 중에서 가장 비중있게 느껴진 캐릭터는 주인공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가 아니라 동생 '로키 (톰 히들스톤)'였다. 사실 따지고보면 극중 토르는 쿨하고 우직한 매력은 있지만 (마치 사조영웅전의 곽정과도 같은) 관객이 공감할 만한 내적인 갈등이라던가 감정의 동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에 비해 로키라는 캐릭터는 그 탄생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사실상 영화에 주요 갈등 및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서, 캐네스 브래너가 그린 셰익스피어적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스포일러 시작)
로키가 극의 주된 갈등을 쥐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악한이라기 보다는 동정에서 이해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왕국을 지배하려는 야욕보다도 그저 아버지에게 용기있고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에서 시작된 그의 삶은, 별다른 갈등구조가 없던 토르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왔고, 더 나아가 엔딩 쿠키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만약 계속된다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 그의 행동으로 인한 스토리에 좀 더 깊이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아주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이번 영화 '토르'는 토르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로키로 인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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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는 차별되는 또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캐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에 우리에게 마침내 선보일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감을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1. '아이언맨 2'의 쿠키 장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묠니르 장면은 '토르'에서 그대로 이어지는데, 이것 외에도 '토르'에는 '어벤져스' 떡밥이 제법 많이 등장하고 있는 편이에요. 동료 과학자 '브루스 배너'의 이야기라던가, 토니 스타크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그렇고.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더군요. 이래서 마블 코믹스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연계되는 부분이 깊다보니 말이죠.


2. 오딘의 아들을 '오딘손'으로 잘못 번역했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토르의 풀네임이 Thor Odinson 이네요 ^^;


3. 토르가 지구에 와서 겪는 코믹한 장면들에서는 의외로(?) '엑셀런트 어드벤쳐'가 떠오르더군요. 소크라테스나 나폴레옹이 쇼핑몰 가던 장면이 겹쳐져서 ㅎㅎ


4. 짧은 분량이었지만 역시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이었던 '호크아이'의 출연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호크아이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는 터라 보는 순간 100%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제레미 레너의 얼굴은 단번에 알아봤기에 비중있는 캐릭터라는건 알 수 있었죠 ㅎ


5. 그의 반해 아사노 타다노부의 활용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아사노 타다노부가 이런 작품(비중)으로 헐리웃을 노크할 배우는 아닌데, 그냥 들러리 정도로 묘사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더군요.


6. 요툰하임의 분위기나 이곳 캐릭터들의 모습 그리고 쿠키장면에서 등장한 큐브까지, 얼핏 '트랜스포머'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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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Marvel Entertainment 에 있습니다.






카페 뤼미에르 (珈琲時光 Cafe Lumiere. 2003)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듯해도, 나아간 세계



사실 허우샤오 시엔의 '카페 뤼미에르' DVD를 구입한 것은 아주 오래되었다. 이 DVD가 막 출시되었을 때 볼 것도 없이 프리오더를 통해 구입했으니 벌써 수년 전에 일이다. 그런데 가끔 그런 일이 생기지만, 이 타이틀 역시 그 동안 제대로 볼 여유가 아니 기회가 없었다. 항상 보고 싶은 영화로 DVD장에 진열되어 있었음에도 매번 다른 신작 타이틀에 밀려 기회를 잃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던 오늘, 주말 낮에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남은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매번 선택을 받지 못했던 '카페 뤼미에르'를 드디어 꺼내 보게 되었다. '드디어' 보게 된 연유를 제외하더라도, 허우샤오 시엔이 오즈 야스지로에게 바친 겸손한 존경의 오마주는 기대 이상으로 깊이 있는 여운을 남겼다. 이것은 정말 여운이다. 왜냐하면 볼 때나 보고 난 직후에는 정확히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지날 수록 무언가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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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뤼미에르'를 얼핏보면 마치 이 영화가 일본이나 도쿄에 관한 영화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으나, 이 작품을 만든 대만 출신의 허우샤오 시엔의 말처럼 자신이 모르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설명하려고 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려낸 작품인 동시에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교차'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항상 사건에 중심을 둔, 즉 기승전결에 얽매인 보기에 익숙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몹시 심심한 작품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바로 그 측면을 가장 잘 뒤집는 동시에, 사건이 중심이 되는 극적인 영화들 보다도 더 큰 울림을 안기고 있다. '카페 뤼미에르'의 사건이라면 여주인공 요코의 임신사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요코 (히토토 요우)'는 대만 남자친구와의 임신과 더불어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한 편으로 이 영화는 바로 이 요코의 임신사실이 그녀의 부모와 친구인 '하지메 (아사노 타다노부)'그리고 요코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가에 대한 영화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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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당황하고 무언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결국 끝내 전하지 못한다. 영화는 바로 이 말로 하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이게 되는 내면의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화면의 구도 역시 말하는 이 보다는 듣는 이의 심정을 엿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장면에는 이런 내면의 갈등과 가슴앓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딸의 임신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마련된 이 자리에는 그저 말없이 정종을 마시는 아버지와 이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는 아내, 그리고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알지만 역시 어쩔 수 없었던 요코의 마음만이 내면에 있을 뿐이다. 하지메와의 대화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요코의 이야기를 들은 하지메는 그간 전하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끝내 접어두기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그 갈등의 과정과 결과 모두다. 일단 영화는 겉으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혹은 본인은 원치 않는 일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 갈등의 과정을 러닝타임 내내 그리고 있다. 단지 다른 극적인 영화들처럼 소리내어 말하지 않을 뿐이지 이들의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결국 담담히 이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즉,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요코의 임신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으론 영화가 선택한 이 같은 방식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극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에 익숙해져 무뎌졌을 뿐, 사실은 이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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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영화의 정서를 대변하는 직접적인 비유로는 전철이 있다.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이 마치 일본이나 도쿄에 관한 영화로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전철을 중심으로 그 역과 역 사이, 그리고 장소에 대한 이미지들 때문이었는데, 영화는 이런 전철의 특성을 통해 '연결'의 정서를 전한다. '카페 뤼미에르' 속 인물들은 마치 복잡한 전철 노선들 처럼 하나인듯 만났다가도 각자의 길로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이들에겐 시작점이 있고 가끔 만나고 갈아타는 환승역 같은 곳이 존재하지만 결국 자신 만의 길로 마무리 된다. 그래서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그 교차되는 전철의 이미지는 더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매일 만나지만 서로 각자의 길을 향해 흘러가는 것. '카페 뤼미에르'에는 이런 성숙함과 동시에 쓸쓸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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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즈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도 확실히 오즈의 대한 오마주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식사 장면.
2.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그리고 올해 두 차례 다녀왔던 도쿄의 익숙한 풍경 덕에 또 다른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었어요.
3.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오즈 야스지로 DVD 컬렉션을 수년 전에 사두고도 제대로 감상을 못하고 있는데, 올 연말에는 더 늦기전에 차분하게 감상하고 싶네요. 이 영화로서 더 늦기전에 봐야할 동기를 얻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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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배케이션 (サッドブェケイション: Sad Vacation, 2007)

이 영화는 배우들과 포스터에서 풍기는 이미지로만 끌려서 보게 되었던 영화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영화는 감독인 아오야마 신지의 3부작 중 (<헬프리스> <유레카>에 이어)에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는데, 3부작으로 불리는 만큼 동일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다.

일단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상기를 쓸 때면 어느 정도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어서 술술 써가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작품은 어제 낮 시간에 감상을 했음에도 쉽게 감상기를 쓰게 되지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그 만큼 쉽지 않았던 영화였으며, 감독의 화법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이해가 쉽지  않았다는 말)



극 중에 등장하는 마미야 운송회사에 직원들은 모두 떠돌이나 사연이 있어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나그네 혹은 방랑자 들이다. 그들은 과거에 어떤 일들로 인해 쫓기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자신이 처한 모든 것을
버린 채로 도망쳐와서 숨어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주인공인 켄지는 우연한 기회에 이 곳에, 자신을 예전에 버렸던 어머니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도 여기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잠시 순탄한듯 하지만, 켄지에게도 그리고 이 공간에 함께 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점점 운명처럼
그들을 기다렸던 일들이 닥치게 된다. 켄지에게는 더 힘든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그의 어머니가
있다. 모든 일에 너무도 긍정적인 그녀에게 켄지의 복수의 방식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하고 만다.
그러기에 켄지는 좌절하지만, 어머니는 무섭게(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어머니의
모습은 무섭기까지했다)도 이를 모두 '그러면 이러면 돼지'라는 식으로 넘겨버린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속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비누 방울이 터지면서
극한으로 대치했던 무리에게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희망을 얘기하는 듯 하지만, 완벽하게
희망스러운 이야기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뭐랄까 희망적이다, 정말적이다 라기 보다는 그냥 무기력하고
어쩔 수 없는, 흔히 불교에서 얘기하는 '업보'라는 개념이 자주 생각나는 분위기였다.

무거운 삶의 무게는 그것이 운명이던, 아니던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던 극복해내지 못하던 삶은 상관없이 계속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



1. 많은 사람들이 오다기리 죠의 이름을 보고 극장을 찾을 런지도 모르겠지만,
   엄연히 이야기의 중심에는 켄지 역을 맡은 아사노 타다노부가 있으며, 오다기리 죠는 조연 정도로 출연한다.

2. 미야자키 아오이 역시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팬으로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터라 매우 반가웠다~

3. 기회가 된다면 <헬프리스>와 <유레카>를 본 뒤 다시 한 번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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