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レンタネコ, 2012)

외로움의 구멍을 메우방법



일단 제목에서부터 끌리는 이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카모메 식당' '안경' 등으로 유명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작품은 언제나 현대인의 외로움을 다루지만 그 가운데서도 보고나면 무언가 스멀스멀 따스함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전작들에 비하자면 좀 심심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외로움의 구멍을 메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소한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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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첫 번째 조건은 당연히(?)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아니라 고양이 때문이었다. 현재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못하지만 어쨋든 애묘인으로서, 이 제목에 끌리지 않을 수는 없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다면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고양이가 덜 나오거나 해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고양이를 다루고 있는 방식 때문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항상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해 왔었는데, 이 작품에서 고양이는 바로 그 수단으로, 외로움의 구멍을 메워줄 훌륭한 존재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고양이에 대한 영화는 아닌 것. 사실 이런 영화의 구조가 불만이라기보다 아쉬운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데, 몇 년 전 고양이를 키우다가 혼자 살기도 벅찬 환경에 고양이를 홀로 두어야 하는 안타까움에 입양을 보내고 나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양이를 위한 환경이 보장되기 전에는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즉, 요즘의 내 삶은 너무도 팍팍하고 위로 받고 싶은 것 투성이라 집에 오면 나를 위로 해줄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으면 너무도 행복하겠다 싶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내가 없는 시간 홀로 종일 외로워할 고양이를 생각해보면 냥이가 행복할 것 같지는 않아 이른바 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고양이가 수단으로 렌트 되는 영화의 내용에 질투가 낫달까. 뭐 그런 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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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개인적인 이유를 재쳐두더라도 '카모메 식당'이나 '안경' 등에 비하자면 상당히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모타이 마사코 여사가 출연하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고양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음식으로 풀어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주 소소한 무더운 여름의 일본을 배경으로 고양이와 외로움, 그리고 그 외로움의 구멍을 메우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소품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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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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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

클로즈업과 노래에 담긴 힘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을 정말 정신 없었던 대선 투표일 오후에 보았다. 뭐 '레미제라블'은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라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워낙 뮤지컬 영화의 팬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 네임벨류로만 봤을 때 '레미제라블'은 조금은 덜 관심이 있는 작품이기는 했다. 그래도 워낙 출중한 캐스팅과 뮤지컬 영화라는 것 자체, 그리고 여기에 날이 날이니만큼 더 감명 깊게 볼 수 밖에는 없었던 특수한 조건 탓에, 이 영화 '레미제라블'은 결코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아닌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작품이라고 봤을 때,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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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라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이 정도로 노래의 비중이 많은 작품일 줄은 몰랐다. 보통 뮤지컬 영화들이 많은 대사들을 노래로 소화하기는 하지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일반적인 대사 시퀀스 없이 뮤지컬 시퀀스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관객 측면에서는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곡'으로 이루어진 시퀀스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와중에 사이사이 그렇지 않은 부분들과 대사들도 모두 '노래' 혹은 '노래하듯'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사실상 너무나 유명한 뮤지컬 작품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레미제라블'에 대한 헌사가 담긴 작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팬들 입장에서는 무대 뮤지컬과는 또 다른 영화화의 매력을 즐기는 동시에 자신이 꿈꿔왔던 장면들, 감명 받았던 곡들을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또 다른 캐스트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었는데, 영화를 보니 예전에 DVD등으로 어렴풋이 보았던 장면들이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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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뮤지컬과는 다르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영화 라는 기존의 익숙한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스토리의 연결이나 감정선의 연결 등에서 조금은 적응이 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그러니까 무대 뮤지컬로 볼 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이를 영화화를 위해 최적화 하기 보다는 원작 그대로를 옮겨오는 데에 주력하다 보니 기존의 익숙한 영화 화법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톰 후퍼는 바로 이 부분을 강렬한 클로즈업과 현장 라이브 녹음이라는 형태로 극복하려 했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배우의 클로즈업 된 강렬한 얼굴과 감정 연기는 그 자체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대단한 힘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노래'였는데, 마치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 카메라 워킹을 최소화 하고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원테이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노래 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그 흡입력이 실로 대단했다. 특히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아직 영화 '레미제라블'에 다 빠져들기 직전이었음에도 단숨에 '판틴'의 이야기에 몰입 되어 눈물까지 흘려버렸을 정도로 엄청난 올해의 명장면이자 올해의 퍼포먼스였다. 이 곡이 워낙에 유명한 곡이긴 하지만, 아마 앞으로 레미제라블 팬들 사이에서도 앤 해서웨이의 버전이 적지 않게 최고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앤 해서웨이의 이 장면 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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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자체가 워낙 대작이라 무대의 스케일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을 영화가 채워주는 격이다. 무대 위에서는 직접적인 표현은 생략되었던 배경이나 장면들을 구현해 낸 영상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뮤지컬 캐스트와 영화의 캐스트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좀 더 이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를 보고 온 다음 날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을 보았다. 장발장의 경우 휴 잭맨의 장발장도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뮤지컬 캐스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고, 앞서 말했던 판틴 역할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고, 이 작품의 감초 같은 역할인 테나르디에 커플의 경우 뮤지컬 캐스트의 임팩트가 훨씬 강했다. 영화에서는 이들만의 유쾌한 매력이 잘 살아나지 못한 것 같았다 (헬레나 본 햄 카터와 샤샤 바론 코헨이 매력적인 배우임에도 말이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역시 '자베르' 역할의 러셀 크로우였다. 러셀 크로우와 이 라이브 녹음과는 잘 맞지 않는 듯 했는데,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감동이 저하되는 현상이 있었고, '자베르'라는 캐릭터의 이야기 자체도 더불어 매력을 잃게 되지 않았나 싶다.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는 이 작품에서도 같은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공연을 다시 보니 같은 역할 임에도 확실히 조금은 다른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으로 밀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On my own' 역시 영화에서 좀 더 감정적으로 풍부해진 느낌을 받았다. 사실 '레미제라블'에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그녀의 노래가 가장 기대되었었는데, 실제로는 강한 임팩트를 줄 만한 곡이 없다 보니 조금은 가려진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마리우스' 역할은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영화 버전이 훨씬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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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톰 후퍼의 영화 '레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팬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또 다른 캐스트로 스크린에서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을 즐기면 되겠으며, 기존 뮤지컬 팬이 아닌 경우라면 영화를 본 뒤에 꼭 한 번은 뮤지컬 작품을 DVD나 BD 등으로 감상해보길 권하고 싶다.



1. 안 그래도 뮤지컬 공연이 보고 싶었는데 올레TV에서 25주년 기념 공연을 천원으로 할인하더군요. 바로 3시간을 감상했는데, 아직 여운이 식기 전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감동하면서 보았습니다. 특히 공연이 다 끝나고 1985년 오리지널 캐스트가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이 '레미제라블' 이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는 지가 느껴져서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ㅠㅠ 블루레이로 구매해야겠습니다 ㅠ


2. 본문에도 있지만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3. 나름 뮤지컬 팬이라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직접 가서 관람을 했었는데, '레미제라블'도 꼭 한 번 객석에서 즐겨보고 싶네요.


4. 아, 그리고 전 이 작품을 12월 19일 저녁에 보았는데, '내일은 온다!'라는 마지막 먹먹한 울림을 갖고 극장을 나왔지만, 제가 기대하던 내일은 오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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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 An Unexpected Journey, IMAX HFR 3D, 2012)

피터 잭슨의 다르지만 같은 삼부작의 시작



J.R.R.톨킨의 반지 삼부작을 훌륭히 영화화 하는 데에 성공했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룬 '호빗 (The Hobbit)'을 차기 작으로 선택했을 때는 당연히 반지의 제왕의 팬으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수준을 또 한 번 격상 시킨 멋진 작품이었기에, 피터 잭슨이 다시 한 번 중간계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에는 당연히 우려보다는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원작을 읽어본 입장에서 '호빗'은 분명 '반지의 제왕'보다는 좀 덜 재미 있을 것이라고 (이건 명확한 상대 비교다) 예상을 하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을 하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을텐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를 너무도 닮아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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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제목은 '호빗'이지만 아직은 호빗인 '빌보 배긴스'보다는 드워프인 '소린'이 더 주인공스럽다)



이건 원작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즉 피터 잭슨의 문제 만은 아니라 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톨킨의 두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조금 다른 시기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 측면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피터 잭슨 역시 자신이 이미 만들어 놓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방식을 그대로 '호빗'에도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호빗'에 나오는 각각이 캐릭터는 그대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겹쳐 놓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뭐 몇 몇은 동일 인물이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 줄거리의 구성 역시 '반지원정대'의 구성을 그대로 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같은 원작 자와 같은 세계관,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영화화 된 '반지원정대'의 구성과 카메라 앵글, 음악, 캐릭터 활용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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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간달프는 확실히 아직 빌보가 힘을 얻기 전이라 그런지 더 큰 비중을 드러낸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간달프라는 캐릭터의 위치는 이 중간계의 세계관에서 정말 흥미로운 일들을 발생 시키는 듯 하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자면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유사성이 발견되다는 얘기다. 이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원작이 같은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피터 잭슨의 영화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호빗'은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다음 장면과 다음 시퀀스를 예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앞으로 나올 두 작품의 줄거리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빗'은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다. 169분의 긴 러닝 타임이었지만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 영화에게 내가 걸고 있던 기대가 앞서 말한 새로운 것에 대한 것도 있는 반면, '반지의 제왕'을 보며 느꼈던 판타지 영화의 쾌감을 다시 한 번 보고자 하는 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명확하게 얘기하자면 피터 잭슨이 영화화 하는 완전히 새로운 중간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원작의 관계가 그러하듯 새로움의 즐거움이 아닌 반가움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점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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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은 정말 상남자다. 그는 간달프와 한 화면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절대 드워프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미모와 비율을 가졌다!!)


그러니까 이 '다르지만 같다'라는 점은 묘하게 장점과 단점이 모두 된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후 이야기할 48프레임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가장 크게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나 한 사람 안에서만 봐도 두 가지 측면이 이렇게 장단점으로 확연히 구분되는데, 관객 개개인이 느끼는 호불호야 당연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좀 더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과 그것을 영화화하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새로운 전달 법과 구현 방법으로 '호빗'을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가 더 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호빗'에 있어서 영화 팬들 사이에서 더 큰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점이 바로 HFR, 즉 48프레임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도 이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될 수 밖에는 없지 않나 싶다. 제목에 있는 것처럼 나는 이 영화를 아이맥스 3D HFR로 보았는데, 아이맥스와 3D는 기존에 이미 익숙한 것이니 재쳐 두고 48프레임만 두고 보자면 확실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극도의 사실적인 표현, 화면의 부드러움이 고도화되어 기존의 영화 화면과는 다른 HD카메라로 일상을 찍은 영상 같은 느낌을 주는 영상은 1차적으로는 일단 이질감을 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 48프레임 화면을 들어 '서프라이즈' 같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될 정도의 이질감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48프레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것이 단순히 처음이라서 겪는 이질감인지 이 포맷 자체에 대한 거부감 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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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의 필름 영상도 물론 좋아하지만, 가급적이면 더 선명하고 명확한 디지털 화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디지털로 상영하는 관에서 감상을 주로 해오곤 했는데, 그건 아이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화라면 가급적 최고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관람을 해왔다는 얘기다. 다시 48프레임으로 돌아와서, 이번 '호빗'을 보고 든 생각은 과연 48프레임이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과 아이맥스의 경우와 같은 관계로 읽을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이 너무도 부드럽고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 같지 않고 진짜 같은 영상이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졌지만, 그것이 과연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가? 라는 질문에 있어서 단순히 그 동안 좋아했던 영화의 방식과 다른 방식이어서 만의 문제일까?라는 재 질문을 던져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해서 이야기하자면 48프레임으로 제작된 호빗은, 내가 '영화'라는 이름으로 보던 영상의 특징은 상당히 사라진 측면이 있었다. 그것이 기술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다운 그레이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라 할지라도 말이다. 각자의 호불호를 떠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 신기술의 활용에 대해 드는 느낌이라면, 적어도 지금 구현된 형태가 완성형이라면 앞으로 시간이 흐르더라도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48프레임이라는 기술의 사용이나 구현 기술에 있어서 아직 완성형은 아니라고 보았을 때, 당장 '호빗'의 속편 들에서는 지금보다는 좀 더 이 기술을 (혁신적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장르에 안착 시키는 발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활용에서는 CG가 사용된 장면들에 있어서 실사와의 결합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더 도드라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들도 앞으로는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기술적 측면에서는 속편이 더 기다려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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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의 등장은 그 자체로 반가움이었다. 골룸의 연기력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훌륭하기 때문)



결론적으로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팬으로서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작품이었다. 반가움의 측면이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직접적이었던 경우는 반감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조금은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남기기도 했다. 48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영상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는 없는 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만 놓고 보면 48프레임의 활용이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피터 잭슨과 제작진이 속편 들을 통해 이 새로움을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녹여 내리라 한 번 더 기대해 본다. 



1. 문제가 되었던 국내 아이맥스 HFR 3D 상영관의 싱크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더군요. 상암 CGV에서 보았는데 전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2. 2회차 관람은 HFR 3D Atmos 관으로 할 작정입니다.


3.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었었는데 당시는 잘 집중하고 읽지 못했는데, 이제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어렴풋한 기억만 떠올려보아도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네요.


4. 어쨋든 중간계는 매력적인 곳이에요. 남은 두 작품을 통해 피터 잭슨이 다시 한 번 이를 입증 시켜주길 기대해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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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에반게리온 Q 보러 갑니다



에반게리온 Q 보러 이번 주말 일본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에바 Q의 개봉 예정 정보를 조금 이나마 확인해본 결과 최소한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인 것 같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번 주말 훌쩍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떠나기로 결정 했네요. 실제로 지인들 통해서 판권 관련한 소식도 들어보고, 또 역시 지인을 통해 수입 가능하신 분께 '제발 수입해주세요! ㅠ'를 부탁해보기도 했었는데, 역시나 쉽게 결정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냥 예상하기로는 국내 개봉을 안 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언제일지 기약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ㅠ 그래서 겸사겸사 영화 보러 일본 가기를 직접 실행하게 되었죠.




사실 어느 지역으로 갈 지에 대해서 정말로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방사능의 위험이 제 최종 선택을 좌우했네요. 도쿄로 가면 영화 외에도 갈 곳도 많고 실제로 1년간 가고 싶었던 다른 테마 여행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최종적으로 방사능의 두려움에 결국은 오사카로 정했어요. TOHO 씨네마즈 우메다의 토요일 저녁 시간으로 오늘 오전에 예매까지 완료! 그래도 아직 까지는 실감이 안 나네요 ㅎ 이렇게 보면 많은 분들은 제가 일본어 잘하는 줄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정말 못합니다 ㅋ 그냥 감이 좋아서 눈치로 알아 먹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에바 Q를 봐도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보러 갑니다! 그래서 아마 보고와도 평소 같은 리뷰를 쓸 수는 없을 거에요 (내용을 100% 이해 못 했을테니;;;;).


하나 아쉬운 건 막 개봉했을 당시에 갔다면 좀 더 에바 Q 본토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한 풀 꺾긴 뒤의 감상이라 아쉽기는 하네요. 관련 아이템들도 이미 다 팔렸거나 철수한 뒤일 것도 같고. 그래도 짧은 시간에 영화보고 관련 아이템들도 조금이나마 득템을 노려보려고 준비 중이긴 합니다 ㅎ


1박 2일에 워낙 짧은 일정이라 정말로 영화보러 일본 가는 꼴이네요 ㅋ 그래도 에바니까 갑니다! 에바보고 저녁에 도톤보리에서 오꼬노미야키랑 맥주나 한 잔 하면 딱 좋을 듯~ (이 일이 이번 주말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럼 다녀와서 현지의 분위기를 짧게 나마 다시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근두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



순전히 조이 데샤넬 때문에 보게 된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 (참고로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 '주이'로 쓰고 있는데 거의 나 혼자만 그녀의 팬블로그를 운영할 때 부터 '조이'라고 우기다시피 했는데, 그 근거는 조이가 스스로 인터뷰에서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조이'로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 요즘은 '힐링 영화'라는 말이 워낙에 광범위하고 자주 쓰이는 터라 오히려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진부해지는 경향마저 있는데, 어쨋든 '힐링 영화'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은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터라 이 영화 '아워 이디엇 브라더'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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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줄거리 역시 새로울 것은 없다. 가족의 골치덩어리이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좀 모자라 보이는 '네드 (폴 러드)'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를 통해 관계를 배워가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들도 그리 새로운 편은 아니다. 뭐 이런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장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이야기의 새로움이 아니라 진부한 이야기를 가슴으로 공감시킬 수 있는 은근한 에너지일텐데, '아워 이디엇 브라더'는 그런 측면에서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도 가슴 한 켠에 은근한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극 중 네드처럼 너무도 착하고 순진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이런 네드를 겪어 낸다는 것은 어쩌면 판타지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이런 비슷한 상황에 내가 놓인다면 과연 네드를 적극적으로 껴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그렇다하더라도 누구도 나를 나무라지는 않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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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그런 네드를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예전만 하더라도 이런 캐릭터를 끌어 않는 최종의 존재가 '가족'으로 설정되었었는데, 세상이 더 각박해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워 이디엇 브라더'의 네드는 처음부터 가족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가족들이 네드를 겪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사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관계로 혈연, 즉 가족을 단번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떼어낼 수 있으면 떼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크고, 그 존재를 이해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서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 더 잦아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가 뭉클한 지점을 만들어내는 순간은 바로 여기다. 영화는 마치 스스로의 제목처럼 멍청하리만큼 무식한 방법으로 네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골치덩어리이지만 우리 가족이 포용하지 않으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느냐라는 식의 어쩔 수 없음이 아니라, 네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의 울림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초월해서도 수긍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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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론 그래서 더 판타지스럽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에 이미 놓여있거나, 앞으로 그런 상황을 겪게 된다고 했을 때 과연 나도 네드의 누나들처럼 네드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방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멍청한 가족의 방식이 그래도 옳은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반문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 메시지는 스쳐가는 가족들의 미소를 통해, 현실성이 있음을 증명해 낸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무조건 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조건의 항목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질문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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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내내 들어 있는 윌리 넬슨에 대한 깨알 같은 인용들이 심심하지 않은 리듬을 만들어주더군요. 특히 극 중 사용된 수록곡들이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이 가사들이 모두 번역되었다는 점이 반가운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단순히 분위기를 담는 BGM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상황을 반영하는 지문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2. 조이 데샤넬은 역시나 빛이 나더군요. 그녀의 여러 영화, 드라마 들을 보다보니 이제는 다시 썸머 같은 역할을 한 번 더 연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드네요.


3. 이 영화를 수입한 프레인글로벌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이전 '50/50'에서도 보여 주었듯이, 사소한 것부터 섬세하게 신경 쓰는 마케팅이 관객을 감동 시키는 부분이 많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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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의 마무리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결되었다. 처음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았을 때는 본래 계획에 없던 세 번째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했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처음 배트맨 시리즈를 맡았을 때 '시작 – 중간 – 끝'의 삼부작을 계획했다고 말했던 만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히 '종결'의 의미를 가득 담은 성격의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삼부작을 통해 배트맨이라는 코믹스의 영웅을 완벽한 스크린의 영웅으로 다시금 일으켜 낸 것은 물론, 무엇보다 현실의 영웅으로 만들어낸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지난 몇 년간 영화 팬들에게 새로운 배트맨의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즐거움과 떨림을 선사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동시에 블루레이의 출시를 고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하비 덴트를 영웅으로 만들고 스스로 고담의 악당이 되 버린 채 떠나버린 그 이후, 하비 덴트 법을 통해 더이상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첫 번째 배트맨의 부재를 묘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대사들과 상황 묘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고, 고담시는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는 영화 인트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베인 (톰 하디)이라는 캐릭터를 지체하지 않고 고담으로 끌어 들인다.





베인. 베인은 어쩔 수 없이 전편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캐릭터였는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중반까지 베인이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조커와 비견될 수 있을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라이즈'가 '다크나이트'와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베인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의 메시지와 결부시킨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와 사실상 비교대상이 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은 메시지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그간 쌓아왔던 캐릭터, 감정,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것에 목적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베인이 중반까지 보여준 메시지의 힘이 마스크를 쓴 인상적인 외모나 특유의 발성이나 압도하는 근육질의 몸매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왔었기에,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다크나이트' 조커의 경우처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베인이 던진 혁명의 메시지




조커가 '혼란 (Chaos)'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 경우였다면 베인은 좀 더 계획과 의지를 갖고 있었던 '혁명가'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베인이 고담에 던진 이 혁명의 메시지는 '그냥 내가 도시를 지배하겠다'와는 달리, '고담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라는 것이었기에 여러 가지로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담론이었다. 특히 증권거래소를 공격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부자들의 돈 놀이를 비판하는 대사들이나, 이후 월가에서 벌어지는 혁명군과(사실 이때는 이미 혁명군으로 불리기에는 그 의미가 퇴색된 이후였지만) 경찰들과의 대규모 전투 씬 들을 보며, 지난해 미국 내 가장 큰 사회문제였던 1:99의 월가 시위와 연결 지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인이 처음 고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 이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매트릭스 속을 사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내던 나쁜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누군가 혹은 자본이나 세력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불만 조차 갖고 있지 않은 시민들에게, '본래 네 것이었던 것을 이제 온전히 네게 돌려주마' 라고, '너희가 99%인데 왜 1%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조차 하지 않느냐!'라고 외부적인 쇼크를 베인이 던진 것이다.





만약 베인이 던진 이 혁명과 질문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더라면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그랬던 것처럼 이 깨우침 (혹은 혼란)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다크나이트'에서 두 유람선의 실험이 그랬던 것처럼)에 따라 더 큰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꺼내어 놓은 주제에 비해 사실상 답을 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이 혁명을 영화에 주된 테마로 가져와 이를 두고 배트맨과 베인이 벌이는 극렬한 신념의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아마도 계속 남을 듯 하다. 이렇게 소모되기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은 너무도 컸고 매력적이었기에 더욱 말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커다란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왔더라면 아마 이 작품에서도 완결을 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팬으로서는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로빈 이상의 로빈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담론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린 시점에서 영화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인 블레이크 (조셉 고든 래빗)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상 블레이크라는 캐릭터가 맨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빈' 이라는 풀 네임 때문에 단순히 '로빈'으로만 해석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가 지니는 가치는 단순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트맨 & 로빈'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로빈이 아니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론 마지막에 등장한 이 조크와도 같은 풀 네임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블레이크의 존재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 할 빛의 사도로서 믿고 선택했었던 하비 덴트와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고담을 꿈꿨던 브루스 웨인은 결과적으로 타락해버린 하비 덴트의 실패를 통해 수 년간 은둔하고 고담을 떠나다시피 했을 만큼 (레이첼에 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배트맨이라는 존재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기회를 - 배트맨은 고담에 있어 필요악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 놓쳐버린 것에 대한 실망과 자책이 더 컸을 것이다) 타격을 받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스스로 접근해 와 다시금 희망의 가능성을 갖도록 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이미 하비 덴트에게 자연스러운 이양을 하려다 실패했던 배트맨은 다시 한 번 블레이크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갖게 되자, 조심스럽지만 상당히 직설적인 화법으로 블레이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동시에 더 확실한 메시지를 심으려 한다. 이미 블레이크가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는데,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일 때도 배트맨일 때도 블레이크에게 지속적으로 고담시의 수호자로서 겪어야 하는 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 이미 레이첼을 잃는 경험을 했던 브루스로서는 아직 신념만으로 뭉쳐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블레이크에게 '혼자 활동하려면 마스크를 써'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임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이 고아라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배트맨이 블레이크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 이 정도면 정말 친절한 거라고 할 수 있다 - 거듭 설명해주는 건 다시 말하지만 하비 덴트에 대한 아픈 상처와 자책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진실을 왜곡한 고든 (게리 올드만)을 강하게 질책할 정도로 정의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열혈청년 인데, 사실 이런 정의로움이나 신념으로만 따지자면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시 결코 뒤쳐진다고 볼 수는 없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이미 하비 덴트의 실패를 겪었던 배트맨은 이 신념만을 믿기보다는 (I Believe in Harvey Dent) 좀 더 구체적인 방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블레이크를 대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화 속 블레이크 (새로운 고담시의 수호자)의 이야기가 로빈 혹은 또 다른 수호자의 '비긴즈'에 수록되지 않고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에 위치한 이유일 것이다.


신념 그리고 믿음




비록 전편에서 실패를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블레이크의 이야기가 그렇고 (알다시피 배트맨의 성격상 자신이 피곤하다고 해서 그냥 고담시를 적당한 사람에게 맡기고 방관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니다), 셀리나 카일 (앤 해서웨이)의 이야기가 그러하며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극중 캣 우먼으로 등장하는 (극중에서 실제로 고양이와 관련하여 그녀를 표현한 대사는 처음 웨인 저택에서 만났을 당시의 언급 밖에는 없다) 셀리나 카일과 배트맨의 관계를 보자면 결국 배트맨의 입장에서는 전혀 믿을 만한 위치와 관계에 있지 않은 셀리나를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길 정도로 믿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러닝 타임상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배트맨과 캣우먼 사이에 다른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것은 이 믿음이라는 테마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배트맨의 믿음은 셀리나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사실 시리즈 내내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을 믿어왔던 알프레드였기에 어쩌면 가장 필요할 때 떠나버린 그의 존재가 더 안타깝기만 했다.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도 알프레드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알프레드가 끝까지 지키지 못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항상 자신보다도 더 자신을 믿어주었던 알프레드에 대한 브루스의 보답에 관한 이야기하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 '라이즈 (Rises)'라는 제목처럼 배트맨으로서나 브루스 웨인으로서나 완전히 일어서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항상 믿음으로 돌봐주던 알프레드에 대한 완벽한 보답으로, 그 알프레드가 믿음을 저버렸을 때 다른 방식이 아닌 바로 그 믿음으로 답하는 브루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신념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또 다른 테마인 자경단에 관한 이야기 역시 풀어낸다. 자경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주제인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담론을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결국 이 거대한 권력을 쥔 자가 타락하거나 혹은 한꺼번에 힘(권력)을 빼앗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로 가져와 후자의 경우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역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면 배트맨의 모든 기술과 무기를 만들어내던 응용과학부서를 베인이 통째로 갖게 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한 신 에너지의 핵폭탄화 역시 이 같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 초반 만약 악당들이 이 힘을 얻게 될 경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해 침수해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는 장치를 설명하지만, 이것 또한 힘을 가진 자의 자만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크나이트'에서도 그랬지만 (마지막 조커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담 시민 전체의 휴대폰을 감청하는 반인권 방식을 택했지만, 조커라는 위험을 제거하고 나서는 이 시스템 자체를 폐기시킨 것)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주제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 확실히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양날의 경우를 모두 인정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특수성으로 인해 완벽한 중립에서기 보다는 좀 더 필요악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편에 더 기울어 있지 않나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다크나이트'의 휴대폰 감청 시스템도 그렇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결국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트맨 아니 또 다른 어둠의 기사를 키워낸 것으로 마무리 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놀란의 영화는 물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텍스트 자체가 바로 이 완전하지 않은 것 때문에 가장 흥미롭고 여러 가지 다른 담론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인정




시리즈의 첫 작품 '배트맨 비긴즈'의 주요 테마는 '두려움' 그리고 '극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이와는 어쩌면 전혀 상반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바로 두려움의 극복이 아닌 '인정' 이다. 브루스 웨인은 부모를 잃은 상처와 그로 인한 복수, 그리고 어린 시절 동굴에 떨어져 겪었던 두려움과 박쥐 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배트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극복의 테마는 고담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으로도 표현되는데, 이러한 갈등은 조커와 하비 덴트의 일을 겪은 뒤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그저 보지 않으려 한 것 뿐). 하비 덴트 법이 무너지고 베인이라는 고담의 커다란 재앙이 다가오자 브루스는 다시 한 번 '고담에는 배트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고담시에 나타나 베인과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베인에게 부러지고 난 뒤 감옥에 떨어지게 된 브루스 웨인은 여기서 극복이 아닌 두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깨우침을 얻게 된다.





즉,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인정 함으로서 표면적인 감옥에서는 물론 오랫동안 브루스 웨인을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했던 토마스 웨인의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면 돼'라는 대사는 역시나 의미심장하게 쓰이고 있다. 일어나라 (Rises)라는 죄수들의 외침과 함께 말이다.


이제 두려움을 인정하고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배트맨은 혼자 다 해결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고 셀리나에게 믿음으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배트맨으로서 산화하는 것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으로서 살아 남는 것을 택하였으며,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는 것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이 트라우마를 겪고 또 싸우고 결국에는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그렸다고도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아도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상업영화의 범주 내에서, 특히나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품에서 감독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철학을 이 정도로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해낸 것이야 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싶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그러하였듯,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통해 그러했듯,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 만의 비전으로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자신의 영화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게 만드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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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 블루레이의 화질은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 간의 편차는 분명히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화질이며, 전작 '다크나이트' 보다 향상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은 그야말로 레퍼런스급 최상의 화질을 보여주는데, 아웃 포커싱이 많은 장면에서도 뒤 편의 배경들이 뭉개지지 않으며, 날카로운 외곽선으로 베일의 스킨 헤드 피부질감은 물론, 배트맨 슈트 소재의 질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베인이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이 화질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장면을 캡쳐해도 대부분이 화질 소개 란에 어울릴 만한 퀄리티의 장면들을 선사하고 있었다.







놀란의 배트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아이맥스로 가득 담아낸 고담시의 풍경을 들 수 있을 텐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는 이 아이맥스 시퀀스는 정말로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었고, 아이맥스 극장에서 느꼈던 스케일의 감동을 블루레이의 디테일로서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다만, 아이맥스로 촬영되지 않은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장면들의 화질은 아쉬움이 많은 편이다. 워낙 좋은 아이맥스 장면들과 연결되어 있다보니 체감적으로 덜 좋아 보일 수 밖에는 없는 현상도 발생한다. 일반 촬영 장면의 경우 날카로움이 이나 색감의 표현, 전체적인 디테일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편인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존 작품들의 화질과 워너타이틀의 기존 타이틀을 떠올려본다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의 화질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아이맥스 시퀀스가 주는 화질의 감동이 어느 정도 상쇄 시켜준다 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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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의 경우,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작품이 담고 있는 무게와 스케일을 안방으로 그대로 전달한다. 특히 한스 짐머가 고안한 베인의 테마 (사람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부분)의 울림은 우퍼 스피커를 통해 강렬하게 전달되며, 다양한 폭발이나 붕괴의 사운드 역시 최신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굉장히 현실성 있게 만들어진 영화답게 사운드 측면에서도 실제의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들로 가득 채워졌는데, 촬영도 그렇지만 사운드 측면에서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하는 소리를 기반으로 나머지를 채워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폭발 장면은 수 천명이 동원된 월가 격투 장면이나, 동굴 감옥 (The Pit) 장면의 소리들 역시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사운드를 얘기하면서 베인을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 베인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 독특한 목소리와 특유의 울림은 극장에서도 대단했었는데, 블루레이로서도 그 대단한 첫 만남을 만끽할 수 있다. 베인의 목소리는 무언가 다른 공명으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블루레이 사운드 체크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요소라 하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보여주는 부가영상


본격적인 부가영상은 2번째 디스크에 수록이 되었는데, 추후 내년 말에 해외에서 발매 예정이라는 UCE 타이틀의 한국어 자막 수록여부나 국내 정식 발매의 불투명성과 굳이 저울질 하지 않더라도,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부가영상이 가득 수록되어 만족스럽다. 쇼핑몰 정보 등에 표현된 부가영상의 큰 카테고리만 보고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첫 번째로 살펴볼 'The Batmobile'에서는 제목처럼 배트맨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배트모빌의 관한 내용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겨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서브 피쳐 정도로 생각했으나 1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 걸맞게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작품인 동시에, 배트모빌을 중심으로 배트맨의 역사를 정리해보는 흥미로운 내용이 수록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얘기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이전의 팀 버튼이나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영화에 등장한 배트모빌들 역시 상당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동원된 작품이라는 점과 실제 구동 가능한 차체였다는 점이었다. 팀 버튼 영화의 배트모빌의 경우 페라리의 실제 부품 등과 전투기의 부속품들까지 접목시켜 완성시켰고, 슈마허의 작품에 등장한 화려한 디자인의 배트모빌의 경우, 처음에는 에이리언 시리즈로 더 유명한 H.R.기거에게 디자인을 의뢰했고 실제로 기거가 제작한 배트모빌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그의 버전이 쓰이지 못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기거 스타일에 기초하여 배트모빌이 디자인 되었고 자동차라기 보다는 하나의 동물과도 같은 형태의 버전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영화와 코믹스가 시대를 거듭해 오면서 서로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알 수 있는데, 영화에 등장한 배트모빌이 코믹스에도 적용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아이디어에 착안해 디자인 되는 등의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모빌인 텀블러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배트모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작 방식이었다.


보통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스케치나 컨셉화를 시작으로 제작되는 것과는 달리, 놀란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점토나 부품 등을 가지고 덕지덕지 만든 모형을 기반으로 스케치 등이 없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텀블러는 기획 단계에서 진짜 과학과 현실적 이론에 근거해 최고의 효율을 만들 수 있는 배트모빌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시작한 것 답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동시에 부서지지 않는 차라는, 정말 괴물 같은 디자인과 성능을 실제로 보여주는 배트모빌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배트모빌의 역사를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배트모빌을 통해 배트맨 시리즈의 연대기를 살펴보는 동시에, 배트모빌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영상이었다.


'Behind The Scenes : Ending the Knight'에서는 본격적인 제작 과정에 대한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Production' 'Characters' 그리고 'Reflections'의 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안에도 작은 메뉴들로 세부 구성되어 있다.






프로덕션에 담긴 부가영상들을 보며 알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사실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가능하면 다 실제로 촬영하고자 했다는 점이고, 관객이 느끼기에 저런 것까지 과연 실제로 찍었을까 하는 것까지도 거의 대부분 실제 촬영을 하거나, 실제 촬영한 것을 기반으로 CG작업을 했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첫 시퀀스인 공중 납치 장면 역시 실제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영화 속 장면처럼 실제로 고공에서 스턴트 연기를 통해 촬영되었다. 제작 측면에서는 엄청난 비용과 공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었지만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 고집은, 영화 초반 관객들로 하여금 압도당하도록 하는 동시에 긴장감을 단숨에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배트맨의 본부라 할 수 있는 배트 케이브와 베인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지하 시설의 경우도 모두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이 되었는데, 배트 케이브가 자연에 가까운 디자인이라면 베인의 거점의 경우는 산업 현장의 느낌이 나도록 하여 상반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 두 세트 모두 워낙 거대하다 보니 (베인의 지하 공간의 경우 무려 높이가 30미터가 넘는 세트로 제작되었다), 스텝들 조차 세트라기 보다는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고 한다.






배트맨의 새로운 탈 것인 'The Bat'의 경우도 실제로 나는 것까지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실제 크기로 제작한 기체를 대형 크레인과 엄청난 길이의 케이블로 연결하여 실제 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더 배트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작업 과정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극 중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배트맨과 베인의 1:1 격투 시퀀스에 대한 내용도 수록되었는데, 베인의 야만적인 면과 처음으로 육체적인 결투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배트맨의 대결 장면은 그 자체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 역시 두 배우가 대역 없이 실제로 감정을 실어 연기했기에 더 큰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감정과 액션 디자인이 상당히 복잡한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텝들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임팩트 있는 시퀀스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예고편에 등장하여 더 기대를 모으게 했던 풋볼 경기장 파괴 시퀀스에 대한 뒷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실제 피치버그의 미식축구 장에서 촬영되었고, 실제로 파괴시키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보자면 충분히 파괴시킬 수 있는 논란 감독이기에..) 역시나 만 명이 넘는 엑스트라를 동원, CG를 쓰더라도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 하려고 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인즈 워드 선수를 비롯해 실제 선수나 선수 출신 들이 출연을 하였으며, 실제 피치버그 시장도 선수로 까메오 출연하는 등 피치버그의 협조가 적극적인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극 중에서 블레이크가 차를 타고 갈 때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의 경우, 영화 속에서는 잠시 스쳐간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을 위해서도 수 많은 기술과 비용이 투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을 보면 한 편으론 그냥 CG로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관객도 거의 눈치채지 못할 듯 하고)하는 생각과 걱정이 들 정도인데, 관객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길지 않은 장면이라도 더 실감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현실감이란 곧 주제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비상하라' 라는 뜻의 방언을 외치는 것으로 시작된 베인의 테마가 한스 짐머를 통해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는지의 과정도 'The Chant'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처음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것도 한스 짐머였는데, 베인의 캐릭터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불안함을 조장하는 불협화음을 전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he War On Wall Street'에서는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액션 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금은 헐리웃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수 천명의 출연자'라는 얘기를 다시금 꺼내게 만들었던, 수 천명이 동원된 액션 장면의 촬영장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액션 장면의 스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바로 수 천명의 엑스트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 이 장면을 완성시켰는데,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연기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가 본래 보여주고자 했던 '수 천명이 싸운다'라는 스케일을 표현하는 데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대규모 액션 시퀀스의 경우,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작품답게 전작들의 규모와 재미 요소를 모두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시한폭탄과 추격전이라는 고전적인 구성을 꺼내 들었는데,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의 텀블러를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장면이었다는 것을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었다는 것을) 또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서는 브루스 웨인과 베인 그리고 캣우먼으로 나누어 각각의 짧지 않은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브루스 웨인의 경우 단순히 '다크나이트 라이즈' 속 그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삼부작을 거쳐 진행되는 그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수트를 입지 않았을 때도 관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 일텐데, 그런 측면에서 이 부가영상은 배트맨으로서 보다 브루스 웨인으로서 표현되는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의 DNA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한스 짐머의 음악 역시 비긴즈를 기반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부가영상은 결국 영화를 이끄는 건 이야기, 이야기를 이끄는 건 캐릭터라는 놀란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번 시리즈의 악당을 선정 하는 데에 가장 큰 조건은 육체적으로 배트맨을 압도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베인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화 속에 등장한 베인의 모습은 허황되고 과장된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영화 만의 베인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했다.


군대 출신의 용병 느낌이 나도록 기본적인 의상이 설정되었고, 거기에 타락한 혁명가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장교느낌과 프랑스 혁명 당시를 엿볼 수 있는 의상 요소를 추가해, 각 장면 별로 컨셉에 맞게 적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크는 역시 오랜 제작과정을 거쳤는데, 거미나 고릴라 같은 동물적인 느낌이 강한 것에 더해, 공업적인 느낌까지 더해진 영화 속 마스크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톰 하디가 베인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참고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 캣우먼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우려 반 기대 반이었는데, 왜냐하면 캣우먼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적인 면을 강조한 놀란의 영화에도 과연 어울릴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란과 앤 해서웨이가 만들어낸 캣우먼은 가면을 쓰고 수트를 입고 있어도 별로 판타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우스꽝스럽지도 않은 현실감을 갖은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이런 양 측면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고안된 의상이나 가면 등 캣우먼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담겨있다. 또한 다른 연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장면을 대역 없이 실제 액션 연기를 펼친 앤 해서웨이에 대한 스텝들의 칭찬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Reflections'의 첫 번째 메뉴인 'Shadows & Light in Large Format'에서는 아이맥스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다크나이트'를 통해 아이맥스 카메라의 장점을 파악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처음부터 아이맥스 촬영 분을 늘려야겠다고 계획했다고 한다. 아이맥스의 장점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스케일을 가감 없이 그대로 가득 채운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크리스토퍼 놀란과 촬영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 보고자 했다. 실제로 '다크나이트'에 비해 단순히 아이맥스 촬영 분량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노하우나 기술에서도 월등히 발전했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바의 결과를 대부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굳이 3D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The End Of a Legend'에서는 이 전설의 삼부작을 함께 한 각 분야별 스텝과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를 담고 있다. 스스로가 자만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광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으며, 그 인터뷰들은 대부분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부가영상을 보며 새삼 느낀 바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연출은 맡은 그를 비롯하여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자신의 최고 수준의 장기를 마음껏 펼친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총평]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이 작품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각각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논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커다란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으며, 이후 등장한 히어로 물은 물론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 되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블루레이는 극장에서 느꼈던 그 떨림과 긴장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화질과 음질은 물론, 삼부작을 정리하는 동시에 이 작품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소개하는 부가영상들로 쉴 틈 없이 흥미로운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다양한 판본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가는 말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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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이대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몇 년 전에 류승범, 김아중 등이 출연하고 이해영 감독이 연출을 맡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나 아쉽게 더 나아가지 못했고, 이번에 조근현 감독과 진구, 한혜진, 임슬옹 등이 출연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제작두레 덕에 '26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5.18 당시 군사독재정부를 이끌었던 전두환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그 유족들과 또 다른 피해자들이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실 나는 영화 평론가도 아닐 뿐더러 그저 개인적인 영화 글을 쓰는 이로서 반드시 영화에 대해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소개해야 할 의무나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좀 더 내 감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없다 고는 할 수 없을텐데,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 '26년'은 객관성을 갖기는 힘든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먼저 본 이들이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적지 않게 들어왔는데, 내가 보기엔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 없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이에 대해 완전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는 얘기다. 나에게 '26년'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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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는 내게 참 특별하다. 난 광주 사람도 아니고 5.18 유족도 아니며 직접적인 연관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한 사람이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분명 내게 5.18 광주는 특별한 의미였고, 그렇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흐른 눈물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날을 떠올려 보면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된, 아니 제대로 인식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첫 번째 한국사가 바로 5.18 광주가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5.18에 대한 자료들, 사진들, 영상들을 접해왔고,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주변의 좋은 분들 덕택에 이 아픈 현실과 상처 받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5.18 광주에 대한 미안함을 담고 있는 공연 작품을 통해, 5.18 광주에 직접 내려가 금남로 거리 위와 5.18 묘역 앞에서 노래를 하기도 했었다. 사실 이제와 떠올려 보면 이런 의미를 갖고 있던 공연에 직접 참여해서 여러 차례 노래를 불렀음에도 그 당시에는 어려서 인지 무언가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광주와 광주 사람들을 둘러 싼 공기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내 일처럼 생각될 정도의 공감대까지는 느끼지 못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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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5.18 광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몇몇 작품을 보면서도 느꼈던 바가 이번 '26년'을 보면서 비로소 정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참혹했던 당시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만약 5.18 광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이 장면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나에게 이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장면들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저 애니메이션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실제 자료들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절대 영화적으로 보이지 않고 당시의 광주와 사람들이 그대로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적으로만 (일부러) 본다면 인물이나 내용에 공감대를 갖기 이전에 등장하는 프롤로그로서 사건을 사건으로 밖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프롤로그는 한 장면 한 장면에서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는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슬픈 시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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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광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악당을 연기한다)



이후 배우들이 펼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니 김갑세 (이경영)가 주도한 살해 계획은 영화적으로 치밀하기 보다는 투박하게 묘사되고 있고, 그렇기에 보통의 스릴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덜하고 몇몇 인물은 그 행동의 당위성을 공감하기가 갸우뚱 거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다시 말하지만 며칠 뒤에 일부러 떠올려 보고서야 알게 된 부분이었다.


프롤로그의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가 담으려 했던 5.18 광주의 이야기, 그 자체의 슬픔이 너무 컸기에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잣대를 애초부터 갖지 못했던 것 같다. 보통의 영화 같으면 너무 신파라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광주의 이야기는 그럴 수가 없었다. '금남로 거리를 싸 돌아 다닌게 쪽 팔려서'라는 건달 두목의 대사에도, 묘역 앞에 놓인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영정들을 보며 '이렇게 보니 다 가족 같네'라는 대사에도, 머리보다는 가슴이 더 먼저 신호를 보냈다. 내가 그냥 영화 속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 정도얐다면 후반부 '그 사람'이 두들겨 맞을 때 통쾌함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통쾌함조차 없었다. 과연 이 아픔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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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더 나은 완성도로 만들어졌어야 하는 영화라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영화가 영화가 아닌 메시지 만으로 평가 받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영화는 영화다. 이 영화 '26년'이 5.18 광주를 모두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반대로 모든 짐과 의의를 짊어져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이대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전혀 반대의 의미로 하루하루를 정말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 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 너무도 무관심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26년' 영화 속 인물들이 결코 극 중 인물만이 아님을,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또 한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5.18 광주에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1. 프롤로그의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했던 오성윤 감독이 만드셨더군요.


2. 이 영화를 비판하는 이들 가운데, '더 좋을 수 있었는데' '더 좋았어야 했다'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3.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이승환의 '꽃'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이제 이 곡을 들을 때 마다 눈물을 어찌 참을 수 있을 런지 모르겠네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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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2012)

역날검의 의미를 잘 살린 실사판



실사판이 제작된 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포스터와 스틸컷이 하나씩 공개될 때 까지도 계속 '하지마!' '제발 하지마!'를 외쳤던 작품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실사판 영화를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어찌되었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라는 심정으로 보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11월 말 개봉을 앞두고 돌연 개봉 일정이 연기되는 바람에 (현재 1월 중으로 예상 중) 나중에 볼까 하다가 유료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하는 곳이 있어 (건대 KU씨네마테크) 주저없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바람의 검심' 실사판 영화는 정말 기대보다도 걱정이 많은 작품이었다. 만화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는 점도 그렇고, 특히 '바람의 검심'의 팬으로서 히무라 켄신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실사화 할 수 있을 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에, 팬으로서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나왔고, 영화는 봤으며, 결과는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 도키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줄거리는 애니메이션의 첫 화부터 시작해 진에와의 결투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등장 캐릭터로는 켄신과 카오루, 메구미와 사노스케 그리고 사이토 하지메와 묘진 야히코가 등장하고 있다. 줄거리는 거의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몇 몇 디테일한 측면에서 영화 만의 색깔을 주려한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원작을 그대로 살려내려는 시도가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이야기면에서 원작을 그대로 살리려고 한 시도는 영화에 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어설프게 영화 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했다가 원작 팬들에게도 원성을 사고 영화 만의 매력도 못 이끌어낼 바에야 '실사화'에 목적을 이루는 데에 집중한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원작의 팬들이야 그것에 집중할 수 있지만 일반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빠져들기에 영화가 선택한 시점이 (처음부터 진에와의 결투까지) 매력적이었는 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을 듯 하다. 전반적으로 이 과정 속에서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과 동시에 켄신의 과거 그리고 아편과 자본으로 대표되는 칸류와의 큰 대립과 진에와의 직접적 대립까지 그려내야 하는데, 이 이야기의 리듬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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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릭터를 실사화로 옮겨낸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사실상 이 실사판의 승패를 좌우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켄신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만화스럽지 않으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비교적 잘 표현한 듯 했다. 일단 켄신의 경우 과연 만화 속 켄신의 그 슬픔과 절제, 그리고 무엇보다 '어라 어라 @@' 할 때의 전혀 상반되는 켄신을 동시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는데, '@@' 요 부분은 역시나 100% 실사화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사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주연을 맡은 사토 타케루의 얼굴이 절대 켄신과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어느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정도로 제법 잘 표현한 실사판 켄신이었다. 뭐 '고자루'라는 켄신 특유의 말투를 실사판으로 들은 것만으로도 소름 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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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이 에미가 연기한 카오루는 맘에도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약하면서도 강인함을 갖고 있는 카오루 캐릭터가 타케이 에미의 불안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눈빛과 표정을 통해 잘 살아있었다. 야히코는 실사판 캐릭터가 너무도 현실적이라서 애니메이션과의 접점을 처음에는 정말 찾기 힘들었는데, 따지고보면 야히코가 실제 한다면 저럴 수 밖에는 없겠구나 싶은, 수긍이 되는 실사화였다. 더불어 가장 걱정한 캐릭터 중 하나인 사노스케의 경우 역시 좀 아슬아슬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작품이 영리하게 사노스케를 활용하면서 그 불안함을 잘 감쌌다고 볼 수 있겠다. 아, 아오이 유우가 연기한 메구미의 경우도 처음엔 아오이 유우가 연기하기에 메구미는 너무 성인스러운(?)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 걱정했는데, 전반적으로 어려진 캐스팅 때문인지 나름 메구미스러운 연기에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이토 하지메의 경우, 애니메이션보다는 훨씬 작아보이고 좀 눌린 듯한 (애니메이션 속 사이토는 워낙에 날카롭고 가는 이미지이기에) 모습에 이미지로는 한 번에 와닿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가 정말 비슷해서 단숨에 빠져든 경우였다. 그가 아돌 자세를 펼칠 땐 나도 모르게 탄성이!



ⓒ 도키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가장 기다린 장면이 바로 사이토의 아돌 장면인듯)


결론적으로 '하지마!'를 외쳤던 '바람의 검심' 실사판은 후속편을 기대하게 될 정도로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후속편을 예상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카메라 워킹을 보여주는데, 이 정도 캐스팅이라면 기대해 볼만 하다. 정말 다행스럽게 시작은 나쁘지 않았으니 이제 이들을 중심으로 시시오와의 결투가 중심이 된 속편이 나온다면 어떨지, 이제는 정말로 기대된다!!!



1. 짤방은 집에 모셔져 있는 켄신 피규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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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 (2012)

끝나지 않은 현실의 쓰라림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를 보았다. 그의 전작 '부러진 화살'과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김근태 님의 자전적 수기인 '남영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부러진 화살'과 비교하면서 영화적 완성도와 실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로 평가를 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는 적어도 실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로만 보았을 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아니, 메시지라기 보다는 다루고 있는 사건이나 상황 혹은 그 대상 자체에 대한 분노의 크기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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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적으로 본 '남영동 1985'는 제법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다. 정지영 감독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있었던 비인간적인 고문 현장과 시간들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주인공 편에서 적극적으로서 감정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상당히 건조하고 덤덤하게 그려내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대공분실에서 김종태 (박원상)를 고문하는 이들을 정치적인 이념으로 뭉친 가해자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약 누군가를 고문하는 일만 아니라고 하면 다른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는 직장인의 삶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처음 이 글의 제목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 '80년대 직장인들의 고단한 삶'이었을까.


그냥 유머나 가벼운 설정 차원으로 이들을 '직장인'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묘사한 것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고문하는 이들의 너무도 일상적인 대화들 (여자친구와의 애정 문제, 야구 중계에 대한 관심, 승진을 기대하는 모습들)이 영화 중반 이후까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김종태를 고문하는 이들은 김종태가 빨갱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김종태를 고문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문제가 있다고 남영동에 불려온 이를 고문해서 거짓으로 자백을 받아내는 일이 말그대로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묘사 방법에 대해서는 해석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결국 고문을 행한 이들도 모두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피해자였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단순화 해버리기에는 그들이 행한 고문의 강도가 너무도 끔찍한 것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역시 잊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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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론 애매한 지점이고 다른 한 편으론 한 가지로만 설명할 수 없기에 택한 지점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각각의 비중으로 들려왔다. 남영동에서 김종태에게 고문을 가한 이들 (이두한을 제외하고)을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묘사한 것은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행한 고문을 보고 있노 라면 그럼에도 당시 남영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결코 용서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강한 어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정지영 감독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인데,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불안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즉, 만약 이두한도 그렇고 대공분실의 사람들이 정치적 이념에 휩쓸려 있는 광기 어린 이들이었다면, 영화 속 김종태가 당한 고문이나 그가 갖고 있던 민주주의 의지는 그저 한낱 몇몇의 광기에 스러져버린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데, 영화가 택한 방식으로 인해 일차적으로는 극중 김종태가 느꼈을 법한 더 큰 공포를 체감할 수 있었고, 이차적으로는 김종태가 지키려고 했던 가치가 고문과 맞서 싸운 것이 아닌 시대와 맞서 싸운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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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영화를 보면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텐데, 그 이유는 이 영화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보는 내내 '남영동 1985'라는 영화의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과연 김종태가 그렇게 굽히지 않았던 민주주의는 현재 실현되었는가? 저런 고문을 했던 자들의 죄는 모두 처벌 받거나 용서 받았는 가에 대한 아픔이 아직 까지도 남아있기에 결코 1985년의 과거사로만 느껴지지 않을 수 밖에는 없었다. 많은 이들이 과거사를 다시 꺼내는 것에 대해 '매번 과거사를 들추면 미래가 없다'라고들 하는데, 그건 과거사가 말끔히 청산되었을 때의 얘기다. 즉, 과거의 어떤 일들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이 정당한 보상이나 사과를 받았거나,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를 용서했거나, 그러한 일들을 저질렀던 가해자들이 그에 맞는 처우를 받았을 때나 가능한 주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남영동 1985'에 얽힌 이들의 사연은 과연 그러한가? 김근태 의장은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고, 가해자인 이근안은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에 그쳤으며, 당시 서슬퍼런 시대를 만들었던 장본인들은 아직도 권력과 세력을 갖고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수 많은 피해자들은 평생을 죄인으로 몰려 몸과 마음이 상해 죽거나 고생했고, 소수는 무죄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그러면 그 세월은 누가 보상할 것이며, 더더군다나 아직도 무죄를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은 누가 위로한단 말인가. 위로는커녕 적어도 가해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죄값을 치뤄야만 이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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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는, '그래, 85년도 군사독재시절엔 저런 아픈 과거가 있었구나...'하며 눈물을 훔치게 되는 영화가 아니라, '저런 일들이 다 밝혀졌음에도 왜 아직 현실은 그대로 인거지?'하며 더 큰 쓰라림을 겪게 되는 작품이었다.



1. 이러다 박원상씨는 민주화 전문 배우가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 즉슨, 그에 따른 피해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죠;;;)


2. 극 중 김종태가 환상으로 자신을 보는 장면(니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냥 포기해, 괜찮아 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가장 안쓰럽더군요. 어쩌면 영화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3. 사실 보통 같으면 대공분실에서 여러 명이 김종태를 고문하는 장면의 화면 구도나 캐릭터들의 위치 설정이 영화적으로 좋았다고 말했을 텐데, 차마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네요 ㅠ


4.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관객들이 다들 숨죽이며 나온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네요 (물론 몇몇 분은 욕을 하시기도 했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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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1992년 작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왼발 (1989)'과 더불어 다니엘 데이 루이스 라는 배우를 영화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킨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지금 와 따져보자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도 그렇고 감독인 마이클 만에게도 이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의 비교적 초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만한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18세기 미대륙에서 벌어진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 전쟁을 배경으로 원주민인 인디언들과 연결된 역사적 사건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디테일 한 측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당시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설정들과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직 원시적인 모습을 다 잃지 않은 모히칸족의 모습들과 숲과 폭포 등 웅장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자연의 풍경은, 웅장함에 비장함마저 드는 사운드 트랙과 맞물려 순간 순간 장관을 연출한다. 존 윌리엄스나 한스 짐머의 음악처럼 작곡가의 이름까지 기억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트레버 존스가 만든 '라스트 모히칸'의 메인 테마 곡은 누구나 들으면 '아, 이 음악!'할 정도로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세월이 지나도 이 영화를 웅장하게 남도록 하는 힘은 바로 이 테마 곡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15세 이상 관람가로서 지금보자면 피도 거의 보이지 않고 잔인한 듯 하지만 영화적 표현에 있어서는 상당히 절제된 액션 장면들이 조금은 소극적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그에 반해 당시를 재현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디자인과 의상, 풍습 등은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린 시절 단순히 명작이라는 기억만 어렴 풋이 남아있던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개인적인 소감은, 서사 측면에서도 무게감이 조금은 아쉽고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이나 완성도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큰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좀 더 세밀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런 이유로 글의 서두에 마이클 만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초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게 되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공할 만한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보다는 '호크아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는 그도 그렇고, 총기류 디테일의 화신인 마이클 만보다는 식민지 전쟁과 인디언이라는 대 상징을 이미지화한 마이클 만도 그렇고, 현재의 시점으로 본다면 다른 시각에서 접근 가능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Blu-ray : Video Quality



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1992년 작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다 이겨내지는 못한 듯 하다.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통해 최신작과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화질 정도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다.






노이즈 현상도 발견되며 특히 어두운 장면의 경우는 최근 작들의 암부 표현력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아쉬운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블루레이 화질 다운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쨍 하고 선명한 수준급의 화질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라 하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의 경우 웅장한 사운드 트랙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으며, 대사 처리와 다양한 효과음들 역시 제법 다이내믹 함을 들려준다. 사운드는 화질에 비해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배경 음악이 흐르는 일부 장면에서 우퍼 스피커의 울림이 과도하게 세팅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출시되었던 DVD타이틀에서도 발견되었던 문제라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블루레이 자체의 문제 라기 보다는 본 소스의 문제가 아닐 까도 싶은데, 이 점이 수정되지 않은 부분은 DVD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트와일라잇 : 브레이킹 던 part 2 (the Twlight Saga : Breaking Dawn part 2, 2012)

4년을 함께한 보람이 느껴진 마무리



진짜 2008년 '트와일라잇'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이 시리즈를 끝까지 다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사실 어지간하면 관람을 시작한 시리즈는 끝까지 보는 편이긴 한데, 그 첫 번째 예외가 '나니아' 시리즈였고 두 번째 시리즈가 될 뻔한 작품이 바로 이 '트와일라잇 Saga' 였다. 개인적으로 로맨스는 좋아하지만 순정 장르까지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트와일라잇'이 바로 뱀파이어 장르에 기댄 소녀팬들을 위한 순정 물에 가깝기 때문에 매번 봐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고민하며 결국 이 대단원까지 오게 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설정이 시작되는 첫 편과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 마지막 편이 가장 마음에 들기 마련인데, 역시나 예상대로 이 대단원의 마지막 편은 그간 아쉬움이 많았던 다른 편들에 비해 제법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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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던 part 2'를 보고 나서 더 확실해진 것은 part 1과 2의 분량 조절에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part를 1,2로 나누는 경우 대부분 전편이 약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브레이킹 던 part 1'의 짜임새는 너무 늘어지고 지루할 만큼 할 얘기가 별로 없었던 것에 비해, part 2는 할 이야기도, 소개할 등장인물도 역대 가장 많았으나 반대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볼투리가로 부터 르네즈미가 불멸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인 뱀파이어 캐릭터들이 제대로 소개될 시간 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인데, 만약 이 작품이 '브레이킹 던' 하나였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너무도 지루했던 part 1이 있었기에 적절히 분량을 배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는 없었다. 물론 이들 뱀파이어 캐릭터들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 하는 힘이 분산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비중을 할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것은 그 반대쪽인 볼투리가에 대한 분량에서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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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에 대한 비중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시리즈 마무리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것들을 너무 쉽게 지나칠 수 밖에는 없었던 짜임새가 아쉬웠다. 그 중 하나로 제이콥이 르네즈미에게 각인된다는 설정도 원작을 읽지 않는 관객에게는 상당히 부족한 설명, 아니 거의 설명이 추가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냥 뉘앙스로 알고 넘어가기에는 상당히 중요한 설정이라는 생각에 이 부분도 아쉬움이 남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면 에드워드, 제이콥, 벨라의 특별한 삼각관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묘한 관계에 제이콥의 각인이라는 설정까지 더해졌음에도 이 관계 만의 묘한 긴장감을 살리지 못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너무 아쉽다는 얘기만 한 탓에 이제는 좀 맘에 들었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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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어찌되었든 4년 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간 아쉬움도 많고 지루함도 많았지만 어쨋든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해오는 동안 이 캐릭터들에게 적지 않은 애정이 생겼다는 걸, 이 작품의 엔딩 크래딧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브레이킹 던 part 2'의 마지막이 아닌 '트와일라잇 Saga'의 마무리라는 것을 잘 아는 영화답게 시리즈에 출연한 모든 캐릭터들과 배우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장면은 제법 훈훈한 마무리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황당해 하기도 했던 그 설정(?)은 개인적으론 '트와일라잇' 다운 귀여운 설정이라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마음 한 켠에선 '더! 더!'를 외치기도 했지만, 그렇게 뒤집는 편이 십대소녀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는 더 적절한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다른 R등급 시리즈의 마지막이 이랬다면 화를 냈겠지만, '트와일라잇' 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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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땐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었으나 시리즈가 계속 될 수록 소녀 감성(만)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실망도 하고 과연 이 시리즈를 계속 봐야할까 고민도 하기를 4년. 그 4년을 버텼기에(?) 어찌되었든 이 대단원의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난 아무리봐도 제이콥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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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르네즈미의 얼굴은 극중에서 르네즈미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기 직전까지 계속 CG로 표현되는데, 이 부분의 이질감은 계속 걸리더군요. 어린 르네즈미에게 눈빛 연기를 요구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CG로 표현한 것에 이득이 없었던 것 같네요.


2.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판타지는 칼라일 컬렌 같은 사람, 아니 뱀파이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3. 영화를 보는 내내 실제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관계가 떠올라서 로버트가 안되보이더군요 ㅠ (이젠 힘도 더 약하다보니 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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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2012)

손발이 멀쩡하고 눈물마저 흘린 노스텔지어



평소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도 남들보다 잘 보는 편이고 쉽게 공감되는 편이라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도 별로 없는 편인데, 박보영, 송중기 주연의 영화 '늑대소년'이 개봉하자마자 터져나온 반응들은 바로 이 '손발'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고는 아마도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예상했었는데, 다행히 보게 된 영화는 손발이 없어지거나 '트와일라잇'과는 좀 다른 영화였다. '세상에 없던 사랑'이라는 홍보 문구 등 처럼 로맨스 영화로 이 영화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순이(박보영)와  철수(송중기)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오히려 철수로 기억되는 유년 시절과 현재까지도 다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향한 일종의 향수 (노스텔지어)로서 받아들여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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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상 늑대소년이라는 특이한 점이 있지만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박보영이 연기한 '순이'라는 캐릭터의 향수어린 추억과 그 속에서 결핍을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 대부분이 비교적 만족스러웠기에 아쉬운 점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늑대소년'이라는 설정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아니었기에 이 설정에 기인한 곁가지 이야기들과 추가 설정들은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순이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지태의 경우,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늑대소년이라는 설정보다도 지태의 캐릭터가 더 판타지스러웠음), 저렇게까지 악당으로 몰아가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태의 행동을 둘러싼 일들도 전체적인 이 영화의 구성에서는 조금씩 오버되는 경향이 있었고, 늑대소년을 둘러싼 과학자와 군대의 이야기도 양념치고는 어정쩡한 포지션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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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순이와 철수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이들 외에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장영남이 연기한 순이 엄마로 대변되는 그 가족이었는데, 어쩌면 이 역시도 판타지스럽다고 볼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극중 늑대소년 같은 존재를 발견했다고 했을 때 순이엄마와 순이 동생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밥과 음식과 잠자리를 챙겨주고 더불어 친가족처럼 대해주는 이가 얼마나 있겠나) 순이 가족들이 철수를 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순이의 추억 속에 노스텔지어로 남아있는 조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순이가 철수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도 물론 절절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못지 않게 순이 가족이 철수를 거리낌 없이 가족 안으로 완전히 포용하는 장면들에서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잘못을 했다고 마치 엄마가 아들에게만 할 수 있는 애정어린 손찌검을 할 때 (아이구~ 이녀석 하며) 정말 야생성으로 가득 찬 늑대소년이라면 엄마를 바로 해하는게 더 현실적이겠지만, 마치 엄마의 마음을 알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철수의 모습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판타지이자 매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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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순이와 철수의 관계와 애정은 남녀간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존재와 존재 간의 사랑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텐데, 더 나아가자면 마치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애틋한 관계를 형상화한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관계라는 것은 결코 이 둘의 관계를 격하시키는 표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반려동물을 키워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겠지만,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관계는 남녀간의 로맨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강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으며, 주인이 반려동물에게 쏟는 애정이나 그 반대의 경우 모두 어쩌면 남녀간의 로맨스보다도 더 '맹목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서로 밖에는 없다는 사실은 엄청나게 강한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순이와 철수의 이러한 관계 설정은 이루 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표정과 작은 표현 만으로도 극 내내 관객을 공감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순이를 맹목적으로 기다리는 철수나, 그런 철수에게 '보고 싶었어'보다는 '미안해'가 앞서는 순이의 마음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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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 있어서 순이 역의 박보영과 철수 역의 송중기라는 캐스팅은 정말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꼭 맞는 맞춤옷이었다. 두 배우의 꽃 미모는 영화가 말로 하지 않는 부분을 표현해주는 최적의 도구였으며,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품고 있는 아름다운 노스텔지어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그림이기도 했다. 사실 '늑대소년'의 몇 몇 장면들은 과도한 판타지적 조명이나 이미지 등으로 인해 극의 분위기를 쉽게 말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으로 전락시켜버릴 수 있는 요소가 없지 않았으나, 그런 장면들 마저도 손발이 멀쩡하도록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얼굴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박보영의 연기를 다시보는 계기도 되었다. 사실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는 박보영이었는데, 후반부 클래이맥스에서 박보영의 오열에 함께 눈물 흘리게 된 것은 그녀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연기력 때문이었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속으로 '연기 잘한다'라는 말이 터져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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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늑대소년'은 올해의 발견까지는 아니었으나 박보영, 송중기라는 두 배우가 가진 기존 이미지를 거부감 없이 가장 영리하게 영화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말에 속아 안보았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1. 영화 초반의 설정과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목도 비슷한 '늑대아이'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가족이 시골로 이사간 것도 그렇고, 장영남씨가 연기한 순이 엄마의 이미지도 그렇구요. 무언가 여기서 혼자 또 울컥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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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우즈 제로 _ 블루레이 리뷰

외로운 까마귀들의 노래



불량학생들이 총집합한 스즈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를 재패하려는 남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타카하시 히로시의 만화 '크로우즈'는 국내에도 소개되어 적지 않은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바로 이 만화를 원작으로 2007년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 작품이 바로 '크로우즈 제로'이다. 수없이 영화화 제의를 받았지만 번번히 거절해왔던 타카하시 히로시는 끊임 없이 강자에게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영화화를 허락하게 되었는데, 결국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대중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참고로 1편의 성공은 후속편 제작으로 이어졌으며, 감독과 배우들이 그대로 참여한 가운데 속편 '크로우즈 제로 2'가 2009년 개봉하기도 했다).






미이케 다카시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크로우즈'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만 조금 낮추면 제법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의 기본이 되는 줄거리와 배경 자체가 결국 스즈란이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쉽게 얘기해서 누가 '짱'이 되는 가를 다투는 과정이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보다는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그 표현 방법 역시 만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심플하고 볼거리 위주로 담겨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 답게 좀 더 폭력을 생각할 거리로 연결하거나 혹은 반대로 오락적으로만 심플하게 정리 했으면 좀 더 영화가 명확했을 텐데, 중간 중간 애매한 장면들이나 설정들이 포함되어 있어 파괴력이 조금 약해진 점을 들 수 있겠다.






결국 '크로우즈' 같은 작품을 영화화 했을 때 기대하는 것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캐릭터가 갖는 매력, 즉 매력적인 배우들의 캐스팅과 그들이 만화 속 캐릭터 못지 않게 폼나게 구현해낸 캐릭터와 연기일 텐데, 그런 측면에서 '크로우즈'는 이질감 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이다. 오구리 슌을 비롯해 야마다 타카유키, 야베 코스케, 타카오카 소스케, 키리타니 켄타, 후카미 모토키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거나 영화 속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매우 높은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어 그들을 하나하나 보는 것 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적지 않는 편이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크로우즈' 극 중 인물들은 현실감 보다는 만화적인 느낌이 더 강한 캐릭터들이라 어정쩡하게 표현하면 유치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 쉬운데, 젊은 배우들이 뿜는 매력 탓에 이 유치하다면 유치한 극에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타키야 겐지 역의 오구리 슌도 물론 좋았지만, 세리자와 타마오 역의 야마다 타카유키의 그 여유로움이 더 인상적이었다.






'크로우즈 제로'를 이 영화의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가 얘기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자신 보다 더 강한 강자들에게 도전해 가는 이야기'로 더 몰입하여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 작품은 좀 더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으로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교내에 기존 강자가 있고 새로 전학 온 신흥 강자와의 대결 구도 가운데 각각의 세력이 존재하고 그 세력을 이루고 있는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머릿 속으로 그려보게 되며, 그 가운데 이 대립 구도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미지의 또 다른 조직과 캐릭터 또한 신경쓰는 동시에, 두 세력과 주인공 캐릭터들이 결국 1:1로 붙었을 때를 기대하며 두근거리게 되는 그 분위기 자체를 말이다. 바로 그 두근거림과 분위기를 시종일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크로우즈'는,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비슷한 류의 만화들처럼 그 다음이, 속편이 기대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Quality


'크로우즈' 블루레이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이 작품이 2007년 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일본 영화는 화질 측면에 있어서 아쉬운 경우가 (DVD나 BD의 기술적 퀄리티가 아니라 작품 자체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많았었는데, '크로우즈 제로'는 오히려 영상미에 더 특별한 신경을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것이 더 최적화 된 감상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선이 굵은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선명한 화질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색감 역시 장면에 따라 전체적으로 의도된 경우라 분위기와 장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색 온도 역시 블루레이로서 더 잘 드러난다. 후반 부 대규모 액션 씬에서는 비가 억수로 퍼붓는 와중에 날이 저물어 어두운 배경에서 결투가 계속되는데, 의도된 조명이 더 해진 이 장면은 아마도 DVD나 필름 상영으로 본 다면 그 디테일이 잘 살아나지 않았을 시퀀스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블루레이 화질의 덕을 톡톡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트루HD 5.1채널의 사운드는 시종일관 박력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액션 시퀀스가 텀을 오래 두지 않고 이어지는 탓에 비교적 활발한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 만큼 사운드 디자인 측면에서도 과한 측면이 많아 우퍼 스피커를 통한 묵직한 울림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록 밴드의 공연 장면에서도 시원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무엇보다 치고 받는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루는 만큼 만화 같은 타격 감에 의한 임팩트 있는 사운드가 수록되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DS미디어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된 '크로우즈 제로' 블루레이는 커피북 형태로 양장 표지에 27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패키지 내에 수록되었는데, 영화 개봉 전 제공되는 보도자료 형태의 자료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줄거리 및 주요 캐릭터와 배우, 스텝들의 소개가 담겨 있으며, 영화 속 이미지들도 일부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으로는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의 인터뷰 영상과 공개기념특방, 특보 01/02 등이 수록되었는데, 감독이나 원작자의 인터뷰가 아닌 프로듀서의 인터뷰만 담긴 점이 이채롭다. 야마모토 마타이치로의 인터뷰를 통해 만화 원작인 이 작품을 어떻게 영화화하게 되었는지를 비롯해 영화 전반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보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는 일반적인 형태의 영상물로서 영화 줄거리 전반에 대한 소개와 각 캐릭터 소개 그리고 각 배우들과 감독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전형적인 포맷이라 아주 새로운 볼거리는 없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본 이라면 한 번쯤 복습하듯 감상하면 좋을 듯 하다.

총평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크로우즈 제로'는 단순하지만, 알면서도 보게 되는 원초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7년 작이라 뒤늦게 블루레이가 출시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된 바에 국내 개봉조차 하지 못한 속편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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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



뒤늦게 고백하자면 이 영화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은 처음 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영화는 아니었다. 회사에서 이 영화 시사회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였음에도 크게 관심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음악이나 뮤지션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주인공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였기에, 처음 보는 로드리게즈라는 뮤지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 이후 이 작품을 본 이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놀라운'것이었는데, 그냥 '재밌다' '재미없다'의 반응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흥미를 갖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 반응을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음악 다큐 영화를 선택할 때 그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를 보고 선택한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라면 아마도 이 영화를 선택할 사람들은 남아공 사람들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홍보 문구처럼 대중들은 물론 '그 자신도 몰랐던 기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서칭 포 슈가맨'에 대해 글로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글의 부제목을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라고 지은 것은 그냥 허세나 있어보이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상에는 내가 이렇게 보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풀어놓고 싶은 영화와, 그보다는 누군가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는 영화가 있는데, '서칭 포 슈가맨'은 후자 가운데서도 아주 그 성격이 강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절대 이 영화와 관련된 정보 페이지나 포스터/스틸컷 등도 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 '서칭 포 슈가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최대한 로드리게즈에 대해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서칭 포 슈가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 두 장의 앨범 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미스테리의 가수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가운데서 로드리게즈 그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마치 스릴러 장르를 보듯 베일 속에 완전히 가려진 로드리게즈 라는 가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영화적으로도 짜임새가 좋은 편이라 로드리게즈를 찾아가는 과정에 리듬이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더 나아가 관심도 없었던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갖을 만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는 한 편, 관심을 얻고 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관객과 쥐었다 폈다하며 로드리게즈의 비밀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두 번째 흥미로운 지점은 스포일러가 있다.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은 힙겹게 알게 된 로드리게즈의 이야기가, 아니 그의 삶이 너무나도 깊은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보았던 마틴 스콜세지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지 해리슨'도 그러했듯이,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로드리게즈라는 한 인간의 삶이 주는 감동은 나로하여금 절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감동을 선사하였다.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에 현실에 허덕이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그의 삶은, 힘든 시절을 그의 노래로 버텨온 남아공 사람들의 에너지와 더불어 이 영화를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 이상의 것으로 빚어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로드리게즈를 실제로 만나게 된 남아공 사람들의 '진실된' 환희와 자신도 모르는 세월 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남아공 사람들을 만나게 된 로드리게즈의 감격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을 주었다. 만약 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려준다면 단 번에 믿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이런 일들을 다 겪고도 아직도 디트로이트의 그 오랜 집에서 수십년간 해오던 힘들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는 로드리게즈의 삶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바로 로드리게즈의 삶 그 자체다.



(스포일러 끝)




ⓒ  Red Box Films. All rights reserved


(영화 팬 이전에 음반 애호가로서 로드리게즈의 'Cold Fact' 앨범은 정말 갖고 싶네요)



'서칭 포 슈가맨'은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내가 올해 알게 된 누군가의 삶 중에서 가장 감사하게 여기게 된 누군가의 삶을 담은 감동적인 영화였다.

이런 삶이 있다니. 기적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1. 음악이 정말 좋습니다. 이미 'Sugar Man'이 나오는 첫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죽이는데!'라는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당연히 사운드 트랙은 이미 질러져 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Red Box Films 에 있습니다.


 





[블루레이] 멋진 하루
완벽하게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의 2008년 작 '멋진 하루'는 그간 보았던 여느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큼 멋지고 완벽한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일 것이다.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끝나게 되면, 누구라도 말로 다 하기 힘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멋진 하루'라는 제목에 대해 감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이 영화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희수 (전도연)와 병운 (하정우)이 만드는 미완성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희수가 돈을 받기 위해 병운의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일종의 로드 무비이기도 하다. 이후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멋진 하루'라는 표현으로 완벽하게 정리된다.






아마도 아직까지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전도연과 하정우가 연기하는, 1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인들의 로맨스 영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미 비슷한 구성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다른 영화들을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멋진 하루'는 특별한 로맨스 영화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흔히들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난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릴 때 예상되는 줄거리가 있는데, '멋진 하루'는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은 물론 그 와중에 문득 남녀 간의 미세한 감정선을 건드려 로맨스 영화로서도 흥미로운 순간들을 여럿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들이라면 100% 공감할 만한 장면들을 배치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특히 이 영화에서는 화자에 가까운 인물인 희수의 감정)의 겉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내면의 심리를 역시 과장하지 않고 은연 중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적이고 은근한 감정들을 역시 은근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보통 비슷한 설정의 로맨스 영화들이 이를 과장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연출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멋진 하루'가 특별한 영화로 기억될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혹은 주인공으로 한) 로드 무비라는 점이다. 보통 로드 무비라고 했을 때 그 '길을 떠남'에 있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그 장소의 선정에 있어 특별함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길을 떠남'의 이유에 있어서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고, 더더군다나 그 장소에 있어서는 일부러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곳들만 선택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일반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보편적과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과 진리를 이끌어 낸 것이 이 영화의, 영화 속 하루라는 시간이 갖는 '멋'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종일관 영화에 흐르는 재즈 풍의 음악 때문이었는지도, 아니 그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릴 정도로 영화 속 서울의 평범한 풍경들은 마치 우리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운치였다. 보통 이런 느낌을 한국 영화에서 받게 될 때는 '저런 장소를 어떻게 찾아냈지?' '한국에도 저런 곳이 있었나?'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멋진 하루'는 이것과는 정반대로 '아니, 저 곳은 나도 너무 잘 아는 곳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던가?'하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보편적이지만 아름다운 서울을 그려낸 가장 큰 공은 '빛'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윤기 감독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하루'라는 시간을 그리면서 그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즉, 빛의 활용과 묘사에 있어서 최대한 자연광을 살리거나 자연광의 느낌을 주는 방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은 물론 그 시간이 빚어내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라는 공간을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와 함께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빛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감을 갖게 되는 도시의 이곳 저곳을 만나는 것은 '멋진 하루'의 또 다른 매력이다.






도시를 조명함과 동시에 영화는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드리운다. 얼핏 보면 이 여정 가운데 만나는 이들이 단지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를 위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들 역시 이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이야기와 공간으로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체 350만원이라는 비용을 여러 인물들이 나누어 부담하게 된다는 구조는 이야기의 완성도는 물론 의미 측면에 있어서도 몹시 흥미로운 형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윤기 감독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 희수가 등장하기 전 카메라의 이동을 보면 몇몇 인물들을 카메라가 옮겨 다니다가 결국 희수를 따라가게 되는 구도를 보여주는데, 이처럼 영화는 이후 희수와 병운을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을 묘사할 때 영화적으로 마치 이들이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스쳐 지나가는 이들 모두에게도 희수와 같은 멋진 하루가 있을 수도 있다는, 아니 희수의 멋진 하루가 수 많은 하루 중 하나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가 끝날 때 모두가 '멋진 하루'라는 제목에 감탄할 수 밖에는 없을 거라고 했는데, 영화 속 하루가 다 저물어 갈 때 쯤 처음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존재였던 병운이, 가면 갈 수록 정이 드는 정도를 넘어서서 그와의 이별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까지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구성으로 한정적인 미션이나 약속을 이행하는 영화의 경우 말미에 가면 영화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이전에 이들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것에 더 아쉬울 때가 있는데, '멋진 하루' 속 하정우가 연기한 병운이라는 캐릭터가 놀랍게도 바로 그 경우였다.


놀랍다는 이유는 보통 이런 경우 그 한정적 미션이나 약속이 거대하기 마련인데 (반지원정대 같은) 이 작품 속 미션은 초라할 정도로 소소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영화가 중반까지 이어질 때까지도 병운에게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과연 병운이라는 캐릭터가 실제 존재하는 캐릭터였을까? 하는, 마치 희수의 '멋진 하루'에서만 존재했던 다른 세계의 인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결국 영화 '멋진 하루'는 이 하루라는 시간이 다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무언가 치유 받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멋진 하루였어'라고 스스로 되뇌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마지막 희수의 작은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 말이다.


Menu Design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처 : 76페이지 컬렉터스 가이드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블루레이 패키지에 이 정도로 만족감을 얻었던 것은 실로 오랜만 인 것 같고, 국내 타이틀만을 대상으로 하자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른바 '패키지' 혹은 CE, SE, DE 등으로 분류되어 출시되었던 예전 DVD 시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으니, 그 타이틀이 바로 '멋진 하루' 블루레이다.





무슨 과찬을 이리도 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런 '오해'가 무색할 만큼, 국내 출시되는 다른 타이틀과의 상대적인 평가에서는 물론이요 절대적인 평가에서도 충분히 이런 칭찬을 받을 만한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역시 대단한 호평을 얻었던 '무협'(DP시리즈 008호로 추진)에 이어 LIFE LABS MEDIA에서 제작한 두 번째 타이틀인 '멋진 하루' 블루레이는 타이틀의 AV적인 퀄리티 이전에, 이 영화의 팬들은 물론이고 블루레이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욕까지도 몹시 자극하는 Collector's Guide Book을 수록하였다.





콜렉터스 가이드 북과 비슷한 이름의 소책자가 포함된 타이틀은 DVD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종종 있어왔는데, '멋진 하루'의 콜렉터스 가이드 북은 소책자라고 부르기에 과할 정도로 콘텐츠 면에서 충실하고 볼거리 측면에서도 다양한 영화 관련 자료들을 무려 76페이지에 걸쳐 수록하고 있다.






이 콜렉터스 가이드 북에 수록된 내용들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이윤기 감독과 주연을 맡은 전도연, 하정우의 싸인과 함께 감독의 간단한 인사말과 각 캐릭터와 배우들의 대한 코멘트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의 영화에 대한 글 '마음을 건드리는 작은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동진 씨의 글과 비교되게 본인 (아쉬타카)의 글 '완벽하게 멋진 하루'도 영광스럽게 한 켠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블루레이 출시 시점에 맞춰 진행된 이윤기 감독과의 인터뷰 글도 수록되었는데, 영화 자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듣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라는 점과 많지는 않지만 블루레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들도 수록되었다는 점이 더 돋보였다.


그리고 대부분 스텝들의 인터뷰를 다룰 때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만 담기는 것과는 달리 김정범 음악감독, 최상호 촬영감독, 김경선 조명감독의 인터뷰 글도 싸인과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도 이번 블루레이의 소장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라 하겠다.





그리고 무려 40 페이지에 달하는 영화의 스틸컷도 만나볼 수 있는데 당시를 추억하는 이윤기 감독의 짧은 코멘트들이 더해져 단순한 스틸 컷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눈으로 읽는 감독 음성해설이랄까? 스틸 컷 들만 수록되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텐데, 더 많은 것을 (가치를) 담아내려 한 제작사의 노력이 그대로 엿보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물론 이 블루레이를 만든 이들의 이름까지 수록되었는데, 다시 한 번 제작사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당히 이름을 걸고 만든 작품이라니, 멋지다!


화질 : '빛의 질감'까지 표현하는 세심한 영상


처음에는 굳이 화질이 좋지 않아도, 그러니까 화질이 그렇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고 나니 ‘멋진 하루’가 되기 위해서는 화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멋진 하루’에서는 빛의 활용이 작품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이 빛의 질감이 블루레이의 풀HD화질로서 만족스럽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도연의 클로즈업 된 얼굴의 디테일에서도 만족스런 화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오전 일찍 경마장 실내에 드리우는 햇살과 그림자의 표현, 잠수교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비치는 햇살, 블라인드를 통해 실내로 비춰오는 빛의 표현 등은 DVD 화질에서는 결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화질이다.






그리고 해가 지고 밤이 되면서 도시를 밝히는 조명 들과 불빛, 그리고 비 온 뒤 아스팔트로 비춰지는 음영들은 왜 ‘멋진 하루’를 블루레이로 볼 때 더 매력적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블루레이의 화질은 영화 속 빛과 장면을 좀 더 모아주고(응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질 : 담백하지만 디테일한 소리를 들려주는 DTS-HD 사운드


DTS-HD MA 5.1의 블루레이 사운드는 전도연의 날카로운 음성과 하정우의 많은 대사들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특별히 멀티 채널의 활용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귀를 기울이면 작은 생활 소음들도 비교적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인 영화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음성해설, 메이킹, 인터뷰 등 비교적 충실한 부가영상 수록


부가영상으로는 이윤기 감독과 전도연, 하정우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데, 주로 촬영 당시의 후일담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서울 이곳 저곳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라 그 장소마다 그 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대한 추억들을 들을 수 있으며, 당시를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하정우의 기억력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노트’에서는 이윤기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함께 촬영장에서의 소소한 제작과정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SD화질로 수록되었으며 감독 입장에서 시나리오 전개에 맞춰 중요한 지점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좀 더 디테일한 연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포스터 촬영현장’에서는 공식 포스터에 사용된 이미지 외에 포스터로 사용되지 않은 B컷들에 대한 촬영 장면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시사회 현장’에서는 지금은 없어진 명동의 중앙극장에서 있었던 시사회 당시의 스케치 영상이 수록되었다. 시사회 장면에서는 원작자인 타이라 아즈코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총평] 2차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타이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는 그 제목 만큼이나 멋진 작품이라 가까운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픈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멋진 하루’ 블루레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완벽하게 담아내고 더 나아가 소장 가치, 즉 2차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장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할 정도의 아주 만족스러운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틀과 컬렉터스 가이드북에 담겨 있는 세심함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Collector’s Edition 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될 정도로, ‘멋진 하루’라는 영화에 대한 제작사의 넘치는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바램이 있다면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한편으론 과한 퀄리티와 패키지라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번 LIFE LABS MEDIA에서 제작한 ‘멋진 하루 CE’의 완성도로 인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계기로, ‘잘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 라는 좀 더 강한 확신이 시장에 뿌리내렸으면 한다. 또한 반대로 잘 만든 타이틀은 구매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의 구매의식도, 좀 더 마니아 뿐만 아니라 대중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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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블루레이에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먼저 이윤기 감독,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한국영화 '멋진 하루'가 블루레이로 국내 출시되었습니다. 영화도 너무 멋진 영화지만 블루레이 패키지 자체가 워낙에 멋지게 나온 터라 소장 가치를 한 껏 업그레이드 시켜주더군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제작사 LIFE LABS MEDIA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멋진 하루' 블루레이에 대한 본격적인 리뷰는 아래 DP에 올린 리뷰를 확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리뷰는 추후 제 블로그에도 다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BD 리뷰] 제대로 멋진 블루레이 '멋진 하루'

http://dvdprime.donga.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2009&master_id=0






블루레이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리뷰를 통해 이미 다 풀기도 했고,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멋진 패키지에 제 글이 수록되었기 때문입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국내에 출시된 블루레이 제품에 제 글이 수록된 것이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에 이어 세 번째 인데, 이번에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일 뿐입니다.



홍상수의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http://realfolkblues.co.kr/1647







이렇게 알차고 멋진 Collector's Book 의 내용 가운데는 감독님의 인터뷰와 스틸컷, 스텝들의 인터뷰 등이 빼곡하게 담겨 있고,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의 멋진 글 '마음을 건드리는 작은 이야기'도 수록이 되어 있는데, 몹시도 비교되게 바로 그 다음에 제 글이 아래와 같이...





두둥. 무려 4page에 걸쳐서 제 글 '완벽하게 멋진하루'가 실렸는데, 이동진씨의 글과 함께 실리게 되어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영광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





그리고 무엇보다 제 소개에 있어서 '영화애호가'라고 쓴 점이 생각하면 할 수록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저야 뭐 평론을 쓰지도 않고 직업적으로 하고 있지도 않으니 평론가라고는 절대 부를 수 없고, 그렇다고 기자도 아닌데 리뷰어라는 말로는 좀 애매해서 어떤 이름이 좋을 까 생각하다가 '애호가'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영화 글 쓰기에 있어서 좋아하는 감정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제 글의 포인트라고 봤을 때, 이 '애호가'라는 호칭은 제법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도 또 기회가 있다면 계속 '영화애호가'라고 불리고 싶네요.






요새 일은 너무 정신 없이 바쁘고 삶은 지치고 고닮픔의 연속이었는데, 이 '멋진 하루' 블루레이가 저에게도 또 다른 멋진 하루를 선사해주네요 ^^


평소 부족한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정독해주신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과 DP에서 제 글을 응원해주시는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새 시대를 맞는 007의 강렬한 대답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이전의 본드들 보다 더 좋아하는 이로서 그의 세 번째 007 영화 '스카이폴 (Skyfall, 2012)'은 단연 기대작이었다. 거기다가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본드 역할로 거론되기도 했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 벤 위쇼와 랄프 파인즈, 알버트 피니까지 출연하는 출연진 역시 한층 기대를 더하게 했다. 이처럼 내가 '스카이폴'을 대하는 방식은 50주년을 맞는 007 시리즈의 팬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감독과 배우들로 인해 거는 기대가 큰 작품, 더 나아가자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로서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며 처음 든 생각은 제작진이 이토록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007시리즈 브랜드의 매력에 완전히 설득 당했다는 것이었다. 예전 007 영화들을 거의 다 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애착을 갖고 찾아보는 시리즈는 아니었는데, '스카이폴'에 가득 담긴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이 관심이 비교적 덜했던 전작들마저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아..시리즈의 5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서 '스카이폴'은 정말 완벽에 가깝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많은 007 시리즈의 골수 팬들이 마치 제이슨 본처럼 변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에 적잖이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같은 액션 스타일의 변화는 스토리의 맥락 상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오히려 더 장점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을 연기한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는 처음으로 살인면허를 받고 007요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유롭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본드와는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어울리는 바였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미지인 여성 편력 혹은 카사노바 같은 이미지 역시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의 본드는 베스퍼 린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와의 이별로 인해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작품에서 본드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이후 제임스 본드가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왜 한 번도 깊은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는 지가 설명된다는 얘기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007시리즈는 단순히 유행하는 본 스타일의 액션이 가미된 본드라던가, 이미 익숙한 본드와는 전혀 다른 투박하기만한 모습이 아니라, 둘 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변화 혹은 캐릭터였기에, 오히려 그렇다면 진정한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007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세 번째 작품 '스카이폴'에서는 이제는 준비를 마친 제임스 본드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여기서 잊고 있었던 점이라면 바로 이 작품이 007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었다는 점이었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앞선 두 작품과는 다르게 '스카이폴'은 이미 노쇠하여 퇴물 취급을 받은 007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이나 다름 없는 이를 등장시킨다. 즉, '스카이폴'의 갈등 구조는 세계를 위협하는 범죄 조직이나 악당이 아니라 좁게는 제임스 본드와 M으로 대변되는 MI-6의 위기, 넓게는 바로 스파이 장르로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 자체에 대한 위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폴'의 또 다른 테마는 부활 (Resurrection)이다. 이 부활이라는 테마는 꽤 직접적으로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는데, 결국 부활은 하되 어떤 모습과 메세지를 갖고 부활하는가가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부활을 설파하는 과정에는 앞서 이야기한 위기, 새로운 시대를 맞은 21세기 007 시리즈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영화의 의지가 아주 강하게 담겨 있다.


그 부활의 테마 중 첫 번째로 주목해 볼 것은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다.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란 곧 미완성 혹은 결핍의 해소, 완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유명한 '건 베럴' 장면이 아직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아직 미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폴'은 그런 본드의 결핍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시 되는 요소는 역시 가족이라는 테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거의 언급된 기억조차 없는, 본드가 고아라는 사실을 '스카이폴'은 여러 번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으며,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을 Mother로 부르는 것 역시 유난히 두드러진다. 그리고 본드의 과거가 남아있는 곳에서 만난 킨케이드 (알버트 피니)는 마치 그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본드가 부모의 무덤과 과거가 남아있는 이 저택을 마지막 장소 삼아 실바와 대결을 펼치고 그 장소를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리는 것 역시, 과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진정한 부활로 거듭난다는 맥락에서 의미 깊은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007 시리즈의 오랜 조력자인 Q의 새로운 합류와 머니페니의 등장은, 비로소 모든 것을 극복해 낸 제임스 본드에게 주어진 완벽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이렇게 본드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 동안 미완성의 불안함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본드의 완벽한 부활로 마무리 된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캐릭터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그 보다 '스카이폴'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직접적이고 또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자부심과 부활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앞서 이 영화가 대면하게 된 위기에는 이른바 한물 간 시리즈, 시대에 뒤쳐진 냉전의 그림자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스파이물로서의 007 영화에 대한 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샘 멘데스를 대표로 한 '스카이폴'의 제작진은 시리즈의 5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이 점에 대해 강력하게 말하고자 하는 듯 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중심이 되던 007 시리즈는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존의 이유 역시 위협받게 되었다. 이후 북한이라는 새로운 주적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위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이 007이라는 시리즈가 정확히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의지를 이토록 강하게 표명한 적은 적어도 없었다.


하지만 '스카이폴'은 바로 새 시대를 맞는 007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007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그 어떤 코멘트보다도 강렬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글로벌한 볼거리를 자랑하던 시리즈는, 영화의 주요 배경을 영국 런던, 더 나아가 MI-6의 본부로까지 가져왔다. 이는 곧 문제의 해결 방법을 외부에서 찾거나 외부의 공격, 영향으로 인한 방어기재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로 인한 위기, 혹은 스스로가 해결 방법을 찾는 것만이 진정한 위기 해결 방법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MI-6의 심장부를 공격 당하고 그 수장인 M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강건하고 뚜렷해 진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M의 입을 통해 그리고 본드의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Q는 이야기한다. 예전 같은 신무기는 없다고. 뭐 볼펜 폭탄이라도 줄 줄 알았냐고. 그리고는 본드를 인식하는 권총 한 자루와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송신기 하나를 전달한다. 이후 실바 일당과 마지막 일전을 치룰 때도 마찬가지다. 본드가 실바를 유인하게 위해 선택한 자동차는 다름 아닌 애스턴 마틴 DB5이며, 저택을 기점으로 일전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신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아날로그하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전략들(전구 플러그에 못들을 장착해 전원 스위치를 켜면 사방으로 못들이 스파크와 함께 튕겨 나가는 트랩처럼)로 이뤄져있으며, 무장 헬기와 맞서는 본드의 무기 역시 오래된 사냥용 장총이다. 이는 단순히 이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라 '스카이폴'이 영화 내내 담고 있는 강력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실바라는 캐릭터도 다른 악역들과는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역할이었다. 실바는 본드를 잡아온 자신의 거처에서 본드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우간다 선거를 조작하는 것, 또 어떤 무엇을 공격하는 것 등등 여기서 클릭 한 번이면 모두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고자 하면 모든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는 실바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M이다. 이는 007 시리즈에 대한 위기와 극복에 대한 질문이자 답으로 볼 수 있는데, 007 영화가 새 시대에 맞게 본 스타일의 액션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스타일리쉬한 트랜드에도 맞춰갈 수 있고 앞서갈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길은 007 영화가 가야할 길은 아니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자답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새 시대를 맞는 007의 대답은 결국 새 시대에도 007 영화는 가장 007다움을 오히려 더 강조하고 고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얼핏 오만이나 자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혹은 실제로 자만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들의 자신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니 영화의 자부심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실제로 제이슨 본 스타일의 트랜디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스카이폴'의 고전적인 방식과 느린 호흡, 드라마 중심의 전개에 많은 실망을 하기도 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새 시대의 관객들과는 소통하지 못하는 시리즈가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의 방식을 무조건 지지하는 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쉬지 않고 관객에게 말하는 듯 했다. 우리는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인데,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을 멀리서 찾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찾았다고. 아니 그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 시리즈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 자부심으로 007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거라고. 말이다.


영화가 말하고자는 주장이 너무 직접적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좀 더 은근한 방법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자부심 넘치는 방식은 '스카이폴'은 물론 007 시리즈 전체에 대한 매력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편으론 도도해 보일 정도로 자부심 넘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는 엔딩 크래딧의 문구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그 어떤 시리즈도 갖지 못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답이었다는 것을.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1.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007 시리즈의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냥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더 좋았을 뿐인데 '스카이폴'이 저를 완전히 007 시리즈의 팬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그 동안 흘려 보았던 예전 007 영화들을 너무 다시 보고 싶게끔 말이에요.


2. 아델의 주제곡이 흐르는 오프닝은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 코넬의 곡과 함께한 '카지노 로얄' 오프닝 보다도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오프닝 만으로도 울컥하는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었어요. 아델은 마치 007 테마곡을 부르기 위해 태어난 가수인 것만 같더군요. 이미 곡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환상적인 오프닝이 더해지니 이건 뭐 말로 다 감동을 표현할 길이 없더군요.


3. 샘 멘데스의 기용은 정말 완벽한 선택이었네요. 언젠간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을 연출할 날이 올 것 같지만, 그래도 샘 멘스의 '스카이폴'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Metro-Goldwyn-Mayer (MGM) 에 있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 : 연대기 (Joseph Gordon-Levitt : Chronicle)


여기 한 남자 배우가 있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화제작 '인셉션'을 통해 '500일의 썸머'에 이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된 그는 바로 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Levitt)이다. 조셉 고든 레빗의 필모그래피가 흥미롭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헐리웃의 대표 배우로 성장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는 마이너한 감성과 분위기를 갖고 있는 배우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명 헐리웃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라는 점에서 더 늦기 전의 그의 짧지 않은 연대기를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흥미로운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었지만, 예상보다 더 흥미롭고 결코 짧지 않은 커리어는 알면 알 수록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에게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그렇다. 조셉 고든 레빗은 바로 외계인 가족이었던 것이다)

 
처음 성인이 된 조셉 고든 레빗을 본 사람들은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3rd Rock from the Sun)'에 나왔던 그 아이구나!'라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그렇다, 조셉 고든 레빗은 아역 연기자 출신으로 우리가 흔히 알만한 작품에도 여럿 출연했었다. 앞서 언급한 TV시리즈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을 비롯하여 1994년 작으로 우리에게는 대니 글로버 주연의 야구영화로 기억되는 '외야의 천사들 (Angels in the Outfield, 1994)'에도 출연하였으며, 브래드 피드 주연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에서는 주인공 노먼이 아역으로 출연하였으며, 데미 무어와 알렉 볼드윈이 주연한 1996년작 '주어러 (The Juror, 1996)'에서는 데미 무어의 아들로 출연하기도 했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TV시리즈와 작은 영화들에서 아역 연기자로 크고 작은 역할들을 연기했었는데, 의외로 배우들이 좋은 작품들이 제법 있었다는 점이 조금은 놀랄 만한 점이었다.



(이 작품에는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 외에 어린 데이빗 크럼홀츠도 출연했었다. 데이빗 크럼홀츠는 미드 '넘버스'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데, 이런 풋풋한 모습을 보니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꼭 챙겨봐야할 또 한 가지 이유가 생긴 기분이다. 더 재밌는건 '넘버스'의 에피소드에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한 적도 있다는 사실!)

그러다가 아역의 티를 살짝 벗은 19살의 조셉 고든 레빗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헐리웃 청춘 영화의 산실로 불리는 (점점 불려지는)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이었다. 이 작품은 초기 소수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가 히스 레저가 주목을 끌었을 때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었는데, 사실 이 작품을 조셉 고든 레빗 때문에 다시 꺼내들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작품을 통해 주목 받은 것은 물론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즈 였겠지만, 여기엔 분명히 조셉 고든 레빗도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점점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적어도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의 팬들 사이에서는) 그 중요도가 커져가는 이 작품이 국내에서는 DVD로도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미에서는 블루레이로까지 발매가 되었었는데 어쨋든 이 작품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브릭' 이전에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비중있는 출연이라면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보물성 (Treasure Planet, 2002)'에서 주인공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브릭'은 성인 배우로서 조셉 고든 레빗을 다시 재조명해준 작품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를 이름과 함께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2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브릭 (Brick, 2005)' 이었다. 고등학생과 교내를 배경으로 누아르 장르를 써내려간 이 기발한 작품은 한 편으론 참 유치하고 단순해 보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느와르와 장르 영화의 특성을 전혀 다른 배경에 완전히 대입시킨 작품으로서 평단에 큰 주목을 받았었다. '브릭'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그 였다. '브릭'에서 처음 조셉 고든 레빗을 보았을 때는 사실 히스 레저를 보는 줄 알았었다. 아직까지도 그를 떠올리면 '아, 첨에 히스 레저 닮은 배우로 생각했던' 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을 정도로, '브릭'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마치 좀 더 골격이 작고 여린 히스 레저 같아 보였었다.



(적어도 나에겐 히스 레저를 연상시키는 배우로 출발했던 조셉 고든 레빗에게, 이제 더이상 히스 레저의 그림자는 없다)

그런데 구글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저렇게 둘이 붙여 놓고 보면 꼭 닮았다고만은 할 수 없을텐데, '브릭'을 보고 들었던 인상은 분명 '히스 레저'였다. 이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통해 함께 연기했었고, 만약 히스 레저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어떤 작품에서든 다시금 만날 수도 있었을 이 두 배우가 또 한번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팬으로서 역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톰과 썸머는 이미 2001년 '매닉 (Manic)'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었다)

 
 
'브릭'의 성공 이후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밟겠구나 싶었었으나 의외로 그의 모습을 한 동안 (적어도 국내 극장가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브릭' 이후 2005년부터 2008년 까지 제법 많은 영화에 주연, 조연을 맡았었지만 이렇다할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더 구체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금새 수면 위로 떠오를 줄 알았던 그를 기다리기가 점점 지루해질 때 쯤, 조셉 고든 레빗은 전혀 의외의 영화와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왔는데 바로 이병헌이 출연해 더 큰 관심을 끌었던 헐리웃 블럭버스터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가 그것이었다 (실제 북미 개봉 시점을 보면 '(500)일의 썸머'가 같은 해 다른 달로 조금 더 개봉이 빠르지만, 국내 개봉 시점으로 보면 '지.아이.조'가 앞서 있었다). 당시 썼던 '지.아이.조' 리뷰에 조셉 관련 부분을 끄집어 내보자면,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 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 평가는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과연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는 아직까지 좀 의문인데....음....의문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는, 젊었을 때의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아마도 수십년 뒤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그런 클래식함이 더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드디어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드디어'라는 수식어를 최근 개봉한 '인셉션' 대신 '(500)일의 썸머'에서 사용한 이유는, 이 작품에서 이미 그의 연기가 많이 자리를 잡고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이 데샤넬이 영화 속 '썸머' 그 자체였듯이, 조셉 고든 레빗 역시 '톰' 그 자체였다. 이 영화 속 '톰 핸슨'이라는 캐릭터는 비슷한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도 괜찮은 작품이 되었겠지만, 다른 여배우가 맡았더라면 조이 데샤넬 특유의 뉘앙스는 살릴 수 없었을 것처럼, 톰 역시 조셉 고든 레빗 만의 사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지금의 '톰 핸슨'을 만들어 냈다. 두 배우 모두 연기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평소의 모습이 은연 중에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했는데, 확실히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조셉 고든 레빗을 '그냥'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 '매우' 좋아하는 배우로 꼽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SNL이 맞다)

 
'(500)일의 썸머'이후 조이 데샤넬의 팬을 자처하게 되면서 그녀의 관련 소식을 찾다가 자연스레 조셉 고든 레빗에 관한 소식들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 알면 알 수록 마음에 든달까. 그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무비 스타 혹은 셀러브리티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커리어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깊게 받을 수 있었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 담긴 사진들을 보아도 모두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있었으며,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들이 더욱 그를 특별하고 개성있는 배우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끔은 이런 느낌도??)

그의 다양한 활동들 가운데는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있고 단편을 연출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아우를 만한 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라면 'hitRECord'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의 트위터를 알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고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여러가지 결과물들을 보고나서야, 그의 아티스트적인 역량과 자부심 혹은 욕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조셉 고든 레빗을 남들과는 다른 배우로 만들어 주는 (연기 외에) 핵심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hitRECord.org'를 방문해보라!





(그리고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 '인셉션' 속 '아서'로 분한 그)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Inception, 2010)'에서 아서 역할로 분한 그의 모습은 기존 과는 또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코스츔을 입은 듯 곱게 빗어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과 좁은 어깨를 그대로 드러낸 타이트한 양복 차림의 그는, 고풍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는 아서와 맞아 떨어지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였다. 특히 시크한 듯 찡그리는 그 표정이나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귀여움마저 드는 표정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서 하차하기로 한다는 소식 이후,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이 새롭게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새로운 피터 파커로 조셉 고든 레빗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는데, 처음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으나 '인셉션'에 등장하는 무중력 액션 시퀀스를 보니 새로운 스파이더 맨으로서 (역시 아직까지는 어색함이 더 크지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 역할은 다른 배우로 내정이 된 상태).

어쨋든 '인셉션'은 '(500)일의 썸머'와 맞물려 서로 다른 매력의 조셉 고든 레빗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인셉션'을 보는 내내 '아서'로서가 아니라 썸머에게 휘둘리던 불쌍한 '톰'으로 느껴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혹시 자네, 아직도 썸머를 그리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인셉션' 후 조셉 고든 레빗은 또 다른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우리 곁을 찾아올 예정이다. 북미 기준으로 2011년 1월 공개를 목표로 작업중인 'Hesher'라는 작품인데, 위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또 다른 조셉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에는 그 외에 나탈리 포트만과 레인 윌슨 등이 출연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개봉할 수 있을런지는 확실히 미지수다. 

참고로 조셉 고든 레빗은 현재 'Live with It'이라는 조나단 레바인 감독의 작품에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안나 캔드릭, 세스 로건 등과 함께 캐스팅 된 상태이며,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 맨' '우주전쟁'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비드 콥 (David Koepp)이 연출을 맡은 'Premium Rush'라는 작품에도 캐스팅이 된 상태다. 




(훗, 내 커리어는 이제 시작일 뿐. '인셉션'은 거들 뿐)


조셉 고든 레빗의 커리어를 살펴보니 결코 짧지만은 않은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커리어와 필모그래피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좀 좋은데' 에서 시작된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확실히 '야, 이거 잘못하면 또 하나의 팬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는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떠오르는 배우로서 굳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배우로서 작품 활동 외에 아티스트로서 자신 만의 퍼포먼스 영역을 넓혀가는 점이나, 이 청년이 갖고 있는 자세나 가치관에 동요되었다고나 할까. 알면 알 수록 더 끌리는 배우가 바로 조셉 고든 레빗이 아닐까 싶다. 이제 그는 내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 중 하나다.


2011.12.15 추가 업데이트

지난 번 조셉 고든 레빗의 연대기 마지막에 출연 예정작이라고 거론 했었던 작품 가운데는
'Live with It'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50/50'이었다.


세스 로건, 안나 캔드릭 등과 함께 출연한 이 작품에서 JGL은 암환자인 '아담' 역할을 맡고 있는데, 기존에 그가 갖고 있는 평범한 듯한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역시 그 안에서 자신 만의 색깔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라 캐릭터와 상당한 싱크로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특히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삶과 죽음을 극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그저 일상의 한 조각으로 거리를 두고 그리려고 한 점이라는 걸 봤을 때,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의 건조한 듯 하고 평범한 듯 하지만 진실이 담긴 눈망울은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일상과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를 보다보니, 저절로 썸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러한 경향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다음 출연 예정작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다. 존 블레이크 역할로 출연할 예정인 JGL의 모습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과연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마무리하는 이 작품에서, 또 어떤 연기와 캐릭터를 만들어낼까!



2012.10.26 추가 업데이트

업데이트를 깜빡하고 놓쳤는데 2012년 그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빼먹을 뻔했다.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 영화는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블레이크'를 중심으로 보자면 '블레이크 라이즈'라고 해도 좋을 만큼 블레이크의 비중이 의미상으로 중요한 작품이었다.



'인셉션'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다시 한 번 등장한 JGL은, 영화 개봉 전 모든 이가 '로빈'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찰 '블레이크' 역할을 맡았는데,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만큼은 아니지만 대단원을 마무리 하는 이 작품에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다시 한 번 애정을 갖게 되는 캐릭터인 동시에 거울로 삼게 되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기존 그가 연기한 작품들을 보면 그 특유의 좁은 어깨 때문인지 조금은 연약한 이미지가 없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블레이크는 정의라는 것을 대변해 줄 곧은 인물로서 결코 연약하지 않은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로빈'이라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한 껏 안고 시작한 캐릭터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블레이크'로서도 충분히 독립 가능한 연기를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012년 10월에 국내에서 만나보게 된 '루퍼 (Looper, 2012)'. 영화와 별개로 조토끼의 팬으로서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작품 내내 살짝 못 알아볼 정도의 분장을 한 채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인데, 영화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러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다시 제 얼굴을 찾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긴가민가한 얼굴로 연기를 펼친 작품이었다. 그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미래에서 온 자신을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분장이 아니더라도 그 자연스러움을 살릴 수 있었을 정도로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그의 노력이 엿보였던 작품이었다. 얼굴이 아주 다른게 아니라 미묘하게 (긴가민가 수준) 다른 경우라 어떤 면에서는 익숙한 그가 보였다가도, 다른 장면에서는 낯선 그를 보게 되기도 했는데, 조셉 고든 레빗의 팬이라면 영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다른 얼굴로 연기하는 JGL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하다.


현재 조셉 고든 레빗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 (Lincoln, 2012)'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연기를 마쳤으며,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다빈치 코드'의 후속작 '천사와 악마'를 연출했던 데이빗 코엡 감독의 신작 '프리미엄 러쉬 (Premium Rush, 2012)'에도 출연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감독, 주연, 각본까지 맡은 영화 '돈 존스 어딕션 (Don Jon's Addiction, 2013)'까지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그 외에도 줄리안 무어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있어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를 넘어서서 이제는 감독과 각본에 까지 영역을 넓힌 JGL의 활약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본다!


'연대기' 시리즈는 주인공의 작품이나 앨범이 추가될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조셉 고든 레빗 출연작 리뷰

* 브릭 (Brick, 2005) _ 누아르 장르의 진화 (http://www.realfolkblues.co.kr/449)
*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_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http://www.realfolkblues.co.kr/1054)
*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 2009) _ 내게도 썸머가 있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189)
* 인셉션 (Inception, 2010) _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스스로 발전하는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330)
* 인셉션 _ 블루레이 리뷰 (http://www.realfolkblues.co.kr/1419)
* 50/50 (,2012) _ 보이지 않던 반대편의 50%에 대해 (http://www.realfolkblues.co.kr/1571)
*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_ 놀란의 배트맨, 이렇게 마무리되다
(http://realfolkblues.co.kr/1669)
* 루퍼 (Looper, 2012) _ 흥미로운 장르영화 그리고 설마의 가능성 (http://realfolkblues.co.kr/1702)




자료참고 / imdb.com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와 원저작자에 있습니다.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2011)

물질 세상 속 영적인 존재가 되다



비틀즈의 멤버이자 기타리스트로서, 솔로 뮤지션이자 에릭 크랩튼과의 유명한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비 샹카의 영향으로 인도 음악과 시타르 연주자로서. 이 정도가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조지 해리슨의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항상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욕구가 존재했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비틀즈 보다는 존 레논을 좋아하는 편인데, 조지 해리슨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 수록 마치 비틀즈 - 존 레논이 그러했던 것처럼 더 큰 궁금증과 더 큰 만족을 얻게 되던 차에 바로 이 영화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을 만나게 되었다. 거기다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사람이 다름 아닌 마틴 스콜세지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스콜세지라면 누군가를 담아내는 표현에 있어서 객관적이면서도 일반적으로는 놓치기 쉽지만 그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반드시 이야기해야할 '정수'를포착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믿음은 이번에도 옳았다.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08분이라는 러닝 타임 답게 이 작품은 조지 해리슨이라는 인물을 시작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까지 차근차근 담아낸다. 비틀즈 결성 전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와 밴드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비틀즈라는 전설적인 밴드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이후 비틀즈 활동 시절의 몇몇 일화들과 이후 그들의 관계가 소원해 지고 해체에 이르는 과정 역시 기존에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좀 더 조지 해리슨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비틀즈 활동 이후 솔로 뮤지션이자 영적인 존재가 되고자 했던 조지 해리슨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비 샹카를 알게 된 이후 그에게 깊은 영감을 받은 조지 해리슨은 직접 시타르 연주를 사사 받은 것은 물론, 그의 음악을 더 큰 세계 음악 시장에 알리는 데에 적극적이었고 또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자선 콘서트였던 '더 콘서트 포 방글라데시 (1971년 8월 1일)'를 개최하며 단순한 뮤지션이 아닌 더 가치 있는 일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작품에 담긴 그의 삶을 다시 한 번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영화 속에 담긴 그의 삶을 보고 느낀 바가 더 중요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마치 이태석 신부님의 다큐 '울지마 톤즈'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마음의 울림을 얻게 되었다. 아마도 마틴 스콜세지가 반해 그의 삶을 더 많은 이들에게 영화로 소개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것 역시 같은 울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조지 해리슨의 삶 그러니까 그가 살면서 마음 먹었었고 행동으로 그리고 끝까지 삶 자체로 증명한 것들, 그리고 그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만 보자면, 아니 더 자세한 설명으로 들어도 '영적인 존재'라는 것은 직관적이라기 보다는 모호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놀랍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리고 본질적으로 조지 해리슨은 자신의 삶을 통해 '영적인 존재', '영적인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지언정 적어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만들었다가 아니다).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보통 영화의 리뷰 글을 쓸 때는 내가 느낀 바에 대해서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작품의 경우는 글로 표현할 길 없는 내 감상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보았으면 하는 소개와 바램의 글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혹시 '조지 해리슨' 이라는 비틀즈 멤버로서의 인물과 208분이라는 쉽게 다가서기 힘든 시간 때문에 이 작품을 멀리한 이들이 있다면, 결코 이런 이유 때문에 놓쳐버릴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다. 이 작품은 비틀즈 멤버로서의 조지 해리슨도 물론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조지 해리슨의 삶에 대해 깊게 조명하고 있으며, 208분이라는 러닝 타임 역시 부담으로 느껴지기 보다 그의 삶을 담아내기에는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다.


다시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까지는 비틀즈 보다 존 레논을 좋아했었는데 앞으로는 조지 해리슨을 더 동경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도 삶도.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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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_ 블루레이 리뷰 (Prometheus _ Blu-ray Review)

프로메테우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해 가장 출시를 기다렸던 블루레이 타이틀인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가 기대되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질과 사운드 등 AV측면 외에 본편으로는 미처 다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타이틀들이 보여준 완성도가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영화를 보는 재미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블루레이는 역시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은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블루레이 자체, 더 나아가 부가영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영화에 대한 글은 기존 개봉 당시 작성했던 글로 간단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http://www.realfolkblues.co.kr/1652



 

Blu-ray : Video Quality


이번 글은 포인트가 부가영상에 있으므로 화질 평가 역시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원본 크기의 스크린 샷들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





 

Blu-ray : Special Features


1번째 디스크에는 감독 겸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 트랙과 각본가 존 스파이츠,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가 참여한 또 하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봉 당시에도 많은 팬들이 빨리 DVD/BD 가 출시되어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가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음성해설 두 트랙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어 이 수많은 뒷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장인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팬은 물론 '프로메테우스'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음성해설은 물론 두 각본가가 참여한 음성해설도 반드시 즐겨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살펴볼 부가영상은 '삭제 & 또 다른 장면'인데 블루레이 출시전 부터 관심을 모았던 삭제/확장 장면인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첫 장면, 엔지니어가 도착하는 장면인데 본편에는 혼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삭제 장면에서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에게 의식을 위해 그 물건(?)을 전달해 주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만,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고 한다. 




(본래 엔지니어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다음은 추후 깨어난 엔지니어가 웨이랜드와 데이빗 일행을 만나는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과 고대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엔지니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결국 인간과 동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엔지니어의 말을 줄이는 것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좀 더 신(God)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엔지니어의 대화 장면을 대부분 삭제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버전이 더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면이기에, 이렇게 삭제장면으로라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웨이랜드의 어리석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쇼와 데이빗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목이 될 뻔 했던 '천국 (Paradis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고 제외됨에 따라 얼마나 의미 상에 차이가 있는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피터 웨이랜드 파일'에서는 영화 개봉 전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던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고요한 눈 - 엘리자베스 쇼'에서는 쇼 박사가 웨이랜드에게 보낸 셀프 카메라 형식의 메시지 영상으로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 쇼의 욕구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웨이랜드의 욕구가 서로의 필요로 인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쇼가 어떻게 웨이랜드의 이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스랄까.





'생일 축하해 데이빗'은 미리 프로모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이후 TED 영상과 마찬가지로), 로봇인 데이빗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라 하겠다. 쉽게 얘기하면 데이빗 모델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하겠는데, 감정까지 갖춘 모델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웨이랜드가 자신의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는 영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TED 강연 형태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현실성도 갖춘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웨이랜드의 욕망의 근원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지, 그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노한 신들 : 프로메테우스 제작과정 (The Furious Gods: Making Prometheu)'에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일단 실로 오랜만에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부가영상 수록이라는 점에서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정도. 실제로 보통 같으면 모든 부가영상을 다 보고 하나씩 모두 소개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모두 소개하는 것 자체가 좀 벅찰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며, 일일이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보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면 더 좋을 부분들이 많아서 절반 정도만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들은 디스크 메뉴의 '웨이랜드 기업 특별 자료실'을 통해 별도로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을 준다.





첫 번째  '낙원 정복 : 스토리 창조'에서는 에이리언 프리퀄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어떻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초반 스토리 구상 과정을 소개한다. 에이리언 프리퀄로 시작되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4부작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이 직접 하지 않은 이야기들 - 작품들 - 을 포함하여)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태초의 이야기로 풀어가보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고, 단순하게는 에이리언은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누가 만들었고 그렇다면 그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또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에이리언 프리퀄'로 명명 되었던 영화의 제목은 '에이리언 엔지니어', '파라다이스' 등을 거쳐 결국 '프로메테우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신화의 내용과 조물주를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피라미드 아래 : LV-223'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디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LV-223에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의 경우 이미 무섭고 특이한 이미지의 괴물들은 거의 다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러니까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려고 특별히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힘을 주게 된 흥미로운 부분은 H.R.기거에 대한 기거레스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R.기거가 창조한 특유의 컨셉 아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제작하면서 H.R.기거에게도 역시 도움을 청했는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거 풍을 배제하려고 컨셉을 잡았으나 조금씩 기거 풍을 도입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컨셉을 기거 풍으로 가기로 결정, 이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에 기거 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 쪽의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H.R.기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이걸 단순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거 풍의 디자인인 것 같지만, 이에 앞서 엄청난 아이디어와 양의 결과물들이 있었던 탓에, '프로메테우스'와도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바로 그 유명한, 컨셉 아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배로 불리우는 스페이스 자키와 그 조종석에 대한 이야기와 세트 디자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약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아이템(피규어나 스테츄 등)을 단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바로 H.R.기거가 만든 이 스페이스 자키의 조종석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팬들에게 역시 이 디자인과 구조물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농담삼아 (진담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내가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말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마당 안 잔디밭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저 뒤에 저건 촬영 끝나면 내가 가져갈 꺼에요 ㅎㅎ')


참고로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특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컨셉 아트들에 대한 내용을 갤러리 형식으로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컨셉 아트 작업물들을 만들었던 영화답게 이 작업물들을 최대한 부가영상에 녹여 공유하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엔지니어'의 경우,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상 중심에 엔지니어가 있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답게 그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같은 고대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신비로움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자연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에 모두들 반대했으나 리들리 스콧은 끝까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신은 자신의 모습을 닮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영화의 핵심이 바로 조물주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의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리들리 스콧이 끝까지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명단 : 캐스팅과 의상'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를 만나볼 수 있다. 누미 라파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스웨덴 원작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인데, '밀레니엄' 1편에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리들리 스콧은 육체적 연기와 감정적인 연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엘리자베스 쇼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점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미는 스타급의 여배우를 원했던 스튜디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배우였고, 그녀의 캐스팅에 제작사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거의 영화 속 장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카메라 테스트 들을 통해 누미 라파스는 스스로를 입증해 결국 엘리자베스 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 부가영상에는 누미 라파스가 받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가영상에 수록된 카메라 테스트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하였으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표현한 공간 활용 덕에, 일반적인 테스트 영상의 퀄리티는 가볍게 상회한다.





할러웨이 역 캐스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뉴욕 출신 배우 로건 마샬-그린을 최종 캐스팅하였고, 결과적으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건 시나리오의 비중 탓일듯) 큰 무리 없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역할의 마이클 패스빈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리들리 스콧이 그에게 준 디렉션이라고는 '당신은 근본적으로 하인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졌음에도 하인 노릇을 한다는 모순을 연기해라'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리들리 스콧은 패스빈더에게 '천재 아니야?'라고 까지).





그리고 제법 많은 수의 관객들이 '도대체 어디에 출연한거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웨이랜드 역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노역인 웨이랜드의 캐스팅을 더 나이 많은 노역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웨이랜드라는 캐릭터가 노인이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젋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 피어스 : 저도 출연했다고요 ㅎㅎ)


주요 캐릭터들의 헤어와 의상 테스트 장면의 경우 각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헤어와 의상이 캐릭터 설정과 구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텝들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자신이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에 각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해주다보니 더 설득력이 있는 인터뷰였다. 데이빗의 경우 젊은 시절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극중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피터 오툴을 롤모델로 삼는 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헤어와 의상 테스트 영상이 흥미로운 도 다른 이유는 누미 라파스나 샤를리스 테론, 마이클 패스빈더 등 배우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단순한 테스트로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캐릭터에 동화된 것처럼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 테스트 장면들이 테스트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대단한 집중력과 몰입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녹색이 없는 세상: 파인우드 스튜디오, 2011년'인데 이 CG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것만 같은 이 SF영화가 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 없이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SF영화들은 그린 스크린을 통한 C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보통 같으면 CG로 처리했을 배경이나 공간을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하여 촬영되었다 (미니어처도 아니고!). 이 엄청난 세트는 007세트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및 촬영이 되었는데, 리들리 스콧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것은 1985년 작 '리젠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세트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스페이스 자키와 조종석이 있는 공간 (저거노트)이었는데, 무려 74일에 걸쳐 이 세트를 만드는 과정을 저속촬영 시퀀스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대형 세트 제작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에서 촬영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 대고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를 실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와 스텝들은 촬영장에만 오면 실제 LV-223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으로 연결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더 나아가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마저 CG가 아닌 실제 조작이 가능한 모형으로 만들어 배우들과 리얼 타임으로 함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배우들은 눈 앞에 어떤 것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리언'을 촬영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몇 장면은 더 실감나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배우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놀라게 하는 방식까지 보여주기도.




 

마지막으로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는 DVD 시절부터 레퍼런스 부가영상을 만들어 왔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Charles de Lauzirika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많은 DVD/BD 타이틀들을 수준급의 부가영상을 통해 레퍼런스로 탄생시켜 왔는데, 지금까지도 레퍼런스 DVD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DVD의 부가영상도 그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솜씨며 '에일리언 Quadrilogy' 등도 그의 손 끝에서 완벽해진 타이틀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외에도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의 부가영상을 감독하기도 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대할 때면 자연스럽게 Lauzirika의 메이킹 다큐를 기대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또 다른 브랜드로 신뢰를 얻은지 오래다.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역시 한 번에 모두 소개하기 벅차고, 한 편으로 다 소개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감을 훨씬 상회하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도 살 만 하다. 이런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아~ 행복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2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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