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 (Looper, 2012)

흥미로운 장르 영화 그리고 설마의 가능성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루퍼 (Looper, 20120)'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에 팬이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된 영화였는데, 만약 감독이 라이언 존슨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브릭 (Brick, 2005)'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더 기대를 했을 것이다. 루퍼는 예고편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공존하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시간 여행'에 포인트가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소재로 장르 영화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이 '브릭'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아~'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브릭'이야말로 장르 영화를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매력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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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루퍼'를 SF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SF액션은 더더욱).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같이 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재구성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와도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즉, 몇몇 장면은 시간 여행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의 관계 활용 같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내지만, 논리적으로 파고들자면 이 영화의 시간 여행은 어렵지 않게 모순이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쨋든 깨알 같이 분석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소재를 던져준 것이 실수였다면 실수겠지만, '루퍼'에서 시간 여행은 극 중 젊은 '조' 조셉 고든 레빗이 나이가 들어 늙은 '조' 브루스 윌리스로 변한다는 설정을 반박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영화 속 시간 여행은 그저 소재와 배경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감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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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를 보면서 든 생각은, 감독인 라이언 존슨은 시간 여행이 가미된 서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주인공 조가 미래에서 온 타켓을 제거하는 곳인 캔사스 농지의 풍경도 그렇고, 다른 루퍼들의 총기도 마찬가지지만 조가 사용하는 장총도 서부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추격하는 시퀀스는 물론 후반부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갈대밭 속 집 한 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자의 분위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모자'에 대한 내용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그런데 '루퍼'가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클래식한 장르적 특성을 머금은 동시에 후반부에 가면 전혀 다른 류의 장르를 껴안음과 동시에 감성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사실 후반부의 급격한 전개는 한 편으론 컬트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이질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이 두 가지의 장르가 크게 어긋나지 않게 결합된 것은 영화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감성적인 면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의 조와 미래의 조가 모두 감성적인 측면에서 영화 속 사건을 접근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관객이 어렵지 않게 장르 영화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였다고 생각되는데, 반대로 이렇게 감성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였다면 좀 더 두 주인공 (본래는 하나인)의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면,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조'의 입장에 서야 할지, 아니면 둘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마지막 결정에 대해 더 깊게 궁금증을 갖고 빠져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아래 단락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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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맨 앞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면에 대해서 일일이 따지고 들 필요는 없지만, 극장을 나오며 '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아직 아무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미래에서 온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죽이려고 할 때, 젊은 조는 잠시 멈춰 생각한 뒤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겨 미래의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 이후 쓰러진 현재의 조를 어루만지는 여자(레인메이커의 엄마)의 손길에서, 그리고 그 손길을 몹시 비중있게 담고 있는 연출에서 '설마?'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현재의 조가 미래에서 온 조에게 어린 레인메이커의 엄마가 살해되고 이 상처와 분노를 갖고 크게 되는 아이가 결국 분노를 가득 담은 레인메이커가 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겼다고 보는게 맞을 텐데, 1차적으로 이 연상 (혹은 회상) 장면의 디테일에서 의문을 갖게 되었고, 2차적으로는 바로 그 문제의 손길 때문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예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마가 총을 맞은 뒤 분노한 채로 도망치는 레인메이커의 이미지가 기차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처럼 매우 상세했기 때문에 설마 이것이 '그럴 것이다' 라는 예상이 아니라 '그랬었지'하는 기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 초반 현재의 조는 어릴 때 엄마가 머리를 이렇게 만져주곤 했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죽은 조를 어루만지는 레인메이커의 엄마의 손길이 바로 이것과 같았고 그 다음 장면에 바로 레인메이커의 옆 머리 부분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가 더 있고 영화가 끝났다면 모를 텐데 바로 이 장면에서 영화가 그냥 아무런 소리 없이 정적으로 마무리 되어 버린 것이 더더욱 '어? 설마?'하는 기대와 의문을 갖게 했다. 즉, 조가 레인메이커라는 (이상한) 소린데, 물론 이렇게 되려면 몇 가지 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발생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이 부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구조이기에 '그렇다면?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예 논리적으로 완벽한 빈틈 없는 영화였다면 바로 답이 나왔을 텐데, 영화 자체가 느슨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보니 이런 생각도 (그 손길은 도대체 마지막에 왜 넣은 것이야 ㅠ)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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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존슨의 '루퍼'는 결과적으로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논리가 무너져도 매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 작품이랄까.



1.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의 분장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는 쪽이에요. 미래의 조인 브루스 윌리스를 염두에 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이런 분장 없이도 유대감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조토끼의 연기력을 믿으니까요.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런 측면에서 분장이 별로 도움이 안되었다는 얘기도...


2. 폴 다노는 또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군요. '리틀 미스 선샤인'에 이어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나올 땐 더 많은 영화에 주연급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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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앞으로 남은 기대작들은?



2011년 좋았던 영화를 꼽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고, 상반기 베스트 영화라며 몇 편을 꼽았던 것도 정말 별로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0월하고도 10일. 이제 2012년도 3달 정도 밖에는 남질 않았군요. 그러다보니 그렇다면 과연 올해 남은 개봉예정작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나마 현재 개봉이 확정된 영화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작품들을 꼽아보았습니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작품들이 개봉할 예정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 터라 더 많은 영화들이 추가되겠지만, 일단 아래 일곱 작품들은 극장에서 꼭 볼 작정입니다.


순서는 개봉역순이며 중간에 개인 성향에 따라 혐짤도 포함되었으니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해주세요.

(참고로 이 것 때문에 일부러 이 작품만 순서를 바꿨습니다 --;;)

(아, 그리고 이 글은 기존 영화 글과는 달리 100% 소개 형식의 글이라 평소와 다르게 경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1.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10월 26일 개봉예정

감독 - 샘 맨데스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랄프 파인즈, 주디 덴치, 알버트 피니, 벤 위쇼 등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 번째 007영화 '스카이폴' 입니다. 기존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리뷰하면서도 했던 얘기지만 저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기존 본드들 보다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그가 만드는 007 영화에는 편차는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웠으며, 이번 작품 역시 큰 고민없이 아이맥스로 감상할 예정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말고도 기대하게 하는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고 있네요.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차세대 제임스 본드의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하비에르 바르뎀과 '볼드모트' 랄프 파인즈, 알버트 피니와 벤 위쇼까지. 벤 위쇼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스크린에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스카이폴'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선보일지 기대가 되네요.






MB의 추억 (Remembrance of MB, 2012)

10월 18일 개봉예정

감독 - 김재환


두 번째 작품은 앞서 소개한 '스카이폴' 보다도 한 주 먼저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MB의 추억' 입니다. '트루맛쇼'를 통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던 김재환 감독의 작품으로서, 이명박 정권 말기에 그의 재임기간을 되짚어보며 정산하는 코미디 물이라고 하네요.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그냥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을 정산한 것 뿐인데 장르가 코미디가 되었다는 것 정도? 요근래는 TV에서도 얼굴 보기가 힘든 대통령인데, 이렇게나마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그와 함께한 5년 간을 추억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좋은 추억은 아니겠죠.






몬스터 호텔 (Hotel Transylvania, 2012)

11월 22일 개봉예정

감독 - 겐디 타르타코브스키

주연 - (목소리 연기) 아담 샌들러, 셀레나 고메즈, 앤디 샘버그, 스티브 부세미 등


음, 일단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 입장에서 기대작에 꼽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좀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작품일 것 같습니다. 국내 개봉 제목을 보면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상시키니는 하지만, 픽사와는 전혀 무관한 소니픽쳐스의 작품이며 작화나 분위기로 봐서는 오히려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에 더 가까운 작품일지도 모르겠네요. 기대반 우려반의 작품이랄까요?






남영동 1985 (National Security, 2012)

11월 개봉예정

감독 - 정지영

주연 - 박원상, 이경영, 명계남, 김의성 외


다음 기대작은 '부러진 화살'을 연출했던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 1985'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군부독재 시절 남영동 치안본부를 배경으로한 어두운 과거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 얼마 전 세상을 떠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김근태 님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이네요. 혹자들은 이 영화를 내용만 가지고 단순히 선거철에 맞춘 기획 영화라고도 폄하하는데, 영화에 완성도야 보고 나서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에 근거한 이런 영화에 영향을 받는 후보라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부러진 화살'보다 10배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11월 개봉예정

감독 - 이안

주연 -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아딜 후세인 외


다음 기대작은 이안 감독의 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 입니다. 이 작품은 얀 마텔의 유명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 기획 초기부터 많은 기대를 갖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원작 소설(파이 이야기)을 읽었던 터라 (다 읽지는 못했다는 것이 함정;;) 소설 속에서 상상으로만 그렸던 세계를 이안 감독이 어떻게 영상화 했을지 궁금증이 앞서더군요.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Rurouni Kenshin, 2012)

11월 개봉예정

감독 - 오오토모 케이시

주연 - 사토 타케루, 아오이 유우, 타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외


다음 작품은 개봉 안할까봐 겸사겸사 일본에 한 번 가볼까? 까지 생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기대하고 있는 문제작(!) '바람의 검심' 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바람의 검심'의 왕팬으로서 사실 영화화는 극구 말리고 싶었고, 관련 소식을 전할 때 마다 '제발 그만해!' '하지마!'를 외쳤던 작품인데, 어쨋든 나와버렸으니 두 눈으로 확인하긴 해야할 것 같아서요. 무슨 짓을 해도 원작의 켄신 근처까지 가기도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시??'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묘한 작품이랄까요. 어쨋든 개봉 한다니 천만 다행입니다. 실망을 하더라도 직접 보고 해야죠.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12월 개봉예정

감독 - 피터 잭슨

주연 -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외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는 누가 뭐래도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될 예정입니다. '반지의 제왕'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그러니까 프로도 배긴스의 삼촌이었던 빌보 배긴스가 주인공인 이야기로, 빌보가 절대 반지를 얻게 되는 과정 그러니까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에게 들려줬던 그 무용담을 담은 이야기로 보면 되겠네요. '반지의 제왕'을 보고나서 원작 소설을 완독하고는 자연스럽게 '호빗'도 소설로 먼저 읽어보았었는데, '반지의 제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덜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중간계를 스크린에서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벅찬 작품이네요. '반지의 제왕'의 여러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일텐데, 그 가운데서도 역시 '골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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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순전히 미셸 윌리엄스의 팬이라서 관심이 갔던 영화. 알고 보니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를 연출했던 사라 폴리의 작품이었다. 최근 본 작품 가운데 역시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했었던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과 연관지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는데, '우리도 사랑일까'는 좀 더 여성의 심리에 서서 '사랑'이라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가지 감정을 섬세한 손길로 다루고 있다.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한 영화를 다 보고 난 소감은 뭐라 정리되지 않는 답답함과 미묘함이었는데, 그 가운데 저 제목과도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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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는 여주인공 마고 (미셸 윌리엄스)가 결혼한 상대인 루 (세스 로건)와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인 대니얼 (루크 커비)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 폴리는 이 현재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을 묘사하면서 다른 영화들에서 흔히 보여주는 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현재의 남편인 루와의 관계는 권태가 살짝 느껴지기는 하지만 둘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더 나아가 루는 결코 나쁜 남자라 보기 어렵다. 새롭게 다가온 대니얼과의 관계 역시 첫 눈에 반하는 사랑과도 같은 연결 고리로 시작되지만, 번쩍 하고 불타오르기 보다는 다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걸 더 비중있게 묘사한다. 앞서 이 영화가 마고를 중심으로 그녀의 감정에 충실한 영화라고 했던 것처럼, 마고의 갈등은 남편인 루가 나쁜 사람이라 떠나고 싶어서도 아니고, 대니얼이 단순히 더 끌리기 때문도 아니다. 마고는 루냐 대니얼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더 깊은 지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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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을 묘사함에 있어서 결코 밝은 면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라 폴리는 확실히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름다운 지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어웨이 프롬 허'도 결국은 사랑 그 이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두 노년의 부부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마고가 루와 그리고 대니얼과 만들어내는 사랑의 감정과 순간들은, 그 어느 불타 오르는 사랑 영화보다도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이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이 결국 알고 보면 사랑을 모두 떠나보낸 순간이었음을 모두 가능하도록 만든 연출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셸 윌리엄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미셸 윌리엄스는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갈수록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서는 사랑스러움을 한껏 표현하다가도 또 그 묘한 표정으로 초월한 듯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쉽게 말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만 놓고 보자면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보다 이 작품의 연기가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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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해야할지 그 반대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판단이 각자 다르 듯,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믿음도 결국 사랑을 하고 있는 그 본인 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판단을 하든지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그대로 일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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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너무 좋았어요. 아마도 토론토 어딘가 인 것 같은데 혹시라도 그 곳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올해의 명장면 후보.


2. 대니얼 역할을 맡은 루크 커비는 Dashboard Confessional의 Chris Carrabba를 너무 닮아서 (스타일도 비슷하고), 보는 내내 크리스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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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Woody Allen, a Documentary, 2012)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우디 앨런



예전에는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좋아진 감독들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감독이라면 국내에는 홍상수 감독이요, 국외에서는 우디 앨런 감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디 앨런의 예전 영화들은 몇몇 보아왔지만 사실 그의 많은 작품 수에 비하면 극히 적은 작품만을 보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우디 앨런 영화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낀 것은 어쩌면 2005년 작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부터 인 것 같다 (덜 우디 앨런스러운 영화부터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함정). 여튼 그 전까지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의 영화들은,  그 이후 '스쿠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환상의 그대'를 지나 '미드나잇 파리'에 이르면서,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시기적인 타이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거의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이미 팬이 되어버린 경우라, 그의 전작들과 그의 과거에 대해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작품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만나면서 좀 더 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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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우디 앨런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정말로 다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의 경우 어느 한 시기나 사건에 고정되거나, 혹은 시작은 모두 다루지만 현재까지는 다루지 않고 있어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로 현재 시점, 그러니까 '미드나잇 파리'를 마치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투 롬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더 느껴졌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이 현실감 혹은 동시간대를 느낄 수 있도록 늦지 않게 국내 개봉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 몰랐던 그의 초창기 활동들 즉, 영화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스탠딩 코미디언과 코미디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비교적 자세히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본명인 앨런 스튜어트 코닉스버그 대신 어떻게 '우디 앨런'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알고 보면 별 것 없지만;), 작은 지역 신문에 코미디를 기고하던 이가 어떻게 더 큰 무대로 나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당시의 우디 앨런을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당시의 귀한 자료들을 보니 지금은 세월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미국인들만 웃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인지 분간은 안되어 덜 웃긴 개그들도 있었지만, 지금봐도 우스운 장면들이 많았을 정도로 영화 감독이 아닌 코미디언으로서의 우디 앨런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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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가 왜 영화 판에 뛰어들었고 더 나아가 왜 영화 감독이 되려 했는지부터, 그렇게 시작한 영화 감독으로서의 활동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심층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우디 앨런이 쿨한 사람이어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 그런가 그의 대한 이야기들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들로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런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지나치는 것들이 그 인물에 대한 단점이나 약점 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디 앨런에게 커리어의 끝을 예상했을 정도의 스캔들이었던 양녀 '순이'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측면보다 사실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다른 이유는, 제 3자들로 인해 소개되는 우디 앨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소개하는 자신의 다큐멘터리라는 점이다. 우디 앨런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과거들, 그리고 자신을 다큐멘터리로 소개함에 있어서 코멘트가 필요한 적제적소에 등장해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이렇듯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개봉 제목처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려주는 동시에 제법 '잘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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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고나면 누구나 그의 전작들이 너무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극장을 나와 집으로 오자마자 집에 DVD랙을 뒤져서 그의 전작들의 소장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미처 소장하지 못한 작품들의 DVD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쇼핑몰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1935년 생으로 올해 80이 다되어가는 이 감독은, 노장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아직도 정력적으로 작품들을 매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작품들은 심지어 더 좋아지고 더 젊음과 노련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의 팬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디 앨런은 과거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신작 '투 롬 위드 러브'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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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의 전작 가운데서 현재 가장 보고 싶은건 '애니홀'과 '젤리그', '슬리퍼' 그리고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에요. 그 가운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일 것 같네요 ㅎㅎ


2. '미드나잇 파리'도 꼭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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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2 (Taken 2, 2012)

아빠와 운전면허 만점과외하기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이후 이 스타일의 액션을 가장 대중적으로 잘 활용한 영화였던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의 속편을 보았다. 전편도 그랬지만 속편 역시 특별한 기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리암 니슨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악당들을 처리하는 것에서 쾌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뿐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속편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본래 '테이큰' 같은 영화에 복잡한 이야기가 있을리 없고 단순하면 할 수록 깔끔하게 떨어지는 영화라고 봤을 때, 바로 이 점을 그대로 반복해야 하나 아니면 그 장점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나 하는 딜레마에 스스로 빠져버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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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테이큰 2'는 새로운 것과 잘하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영화였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아빠'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 보다 아빠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터) 또 한 번 가족을 납치 당하는 위기에 놓여 전직 요원답게 훌훌 정리해버리는 것은 맞지만,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져 복수라는 것에 대상이 되었다는 점과 그 스스로도 납치를 당한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 조금은 새롭게 시도한 점이라고 해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테이큰'이 보여준 영화의 구조 자체가 단순히 배경과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반복 가능한 (반복한다고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뿐더러, 새롭게 시도해보려 한 것들의 완성도가 워낙에 떨어지다보니 (그런데 우스운건 이 새로운 이야기가 완성도와 복잡함을 갖을 수록 영화는 이 영화는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는 영화라는 점이다), 결국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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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글의 제목으로 쓴 것처럼 '아빠와 함께하는 운전면허 만점과외하기' 혹은 '아빠와 함께하는 실전도로연수!'가 오히려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확실히 감독은 이 점을 염두해둔 듯 하다. 운전면허라는 거대한 삶의 시험을 배경에 깔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과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납치극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 (반정도만 농담이다).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 운전면허 시험 연습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했던 영화는, 이후 이스탄불의 극한 상황에 부녀를 몰아놓고 그야말로 돈주고도 하기 힘든 극한의 도로주행연수를 겪게 한다. 악당들을 피해 이스탄불의 좁은 골목을 차로 도망칠 때도 아빠는 딸에게 운전연습을 정확히 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여기서 좌회선!' '더 밟아!' '직진해!' 등 그 어떤 어조보다도 강한 어조로 도로연수를 진행한다. 이 에피소드(?)가 다 끝나고 나서 영화는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홀연히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돌아와 만점짜리 운전실력을 갖게 된 딸의 모습을 비춘다. 예전 키에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을 보고나서 우스게 소리로 '이건 금연홍보영화야' 했던 것처럼, '테이큰 2' 역시 운전면허 시험에 대한 거대한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콘스탄틴'의 경우는 우스게 소리였고, '테이큰 2'는 그것 만은 아닌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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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이 험난한 납치극을 빙자한 도로연수 과정 속에서 철저히 소외 당하는 엄마 캐릭터가 안쓰럽게까지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녀가 누구던가. '엑스맨'의 진 그레이, 팜케 얀센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철저히 버려지는 (진짜 버려짐) 모습이었는데, 후반부에 리암 니슨이 또 다시 '여기 잠깐만 있어, 곧 다시 올게'라고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오기까지 했다. 아... 그녀는 무슨 죄인가 (더군다나 현재 남편도 아니고 이혼한 상태의 남편인데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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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아니 그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흐르던 주제곡 '어머니의 노래 (

おかあさんの唄)'의 테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던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hmv를 뒤졌고 결국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 앨범과 Ann Sally가 부른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환율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도 않은 채 빛의 속도로 이뤄진 구매였으며, 배송 역시 EMS를 타고 빛의 속도로 도착. 도착하자마자 아이튠즈에 저장하고 들어보기 시작하는데....아....... 또 눈물이 ㅠㅠ







정말 장면 하나 하나가 감동이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스틸 컷들이 아주 소박하게 담겨있다. 영화의 소박함이 잘 묻어난 엹은 베이지색 속지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디스크 프린티은 테이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극중 하나가 어린 유키와 아메에게 들려주고자 직접 녹음한 것 혹은 어린 유키와 아메의 육성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사실 사운드트랙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미 '늑대아이'에 푹빠져 사리 판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나는,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까지 함께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과 동일한 컨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싱글 앨범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가 직접 작사한 '어머니의 노래' 가사는 마치 하나가 유키와 아메에게 직접 쓴 편지와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운드트랙도, 앨범 디자인도 이리 따듯하다니.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우린 어떤 왕을 뽑아야할까



'마파도 (2005)'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를 연출했던 추창민 감독의 신작,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익숙한 '왕자와 거지'의 설정을 조선의 15대왕 '광해'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병헌의 심각하고도 멋진 이미지와 포스터에, 광해를 둘러싼 음모와 미스테리가 담긴 작품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심각함 보다는 웃음이 시종일관 함께하는 오락영화였다.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왕'이라는 설정의 만남은 사뭇 기대되는 조합이었는데, 그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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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있던 광해군 8년, 안전을 위해 자신과 꼭 닮은 이를 찾아 가끔씩 대역을 세우던 광해는, 어느날 반대파의 음모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이에 허균은 가끔 왕의 대역을 하던 '하선'을 왕의 대역으로 세우게 된다. 하선은 처음에는 그저 왕이라는 자리에 신기해하기도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주변 상황(조선이 처한 상황까지)을 알게 되면서 점차 그저 대역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영화의 그 다음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한 대역이었던 하선을 통해 진정한 왕과 정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하는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시기적절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가볍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본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심각함 보다는 시종일관 유머가 섞여 있는 무겁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 유머가 겉돌지는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한국영화에서는 극과 너무 무관한, 누가 봐도 저 캐릭터는 웃길려고 나왔구나 하는 캐릭터가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서 극에 녹아들지 못한 채 혼자 개그를 해서 관객을 민망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적어도 '광해'의 유머는 극의 분위기와는 잘 녹아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기에 그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균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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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유가 앞서 얘기한 '시기' 때문인 듯 한데, 평소 같으면 너무 진부한 하선의 정의로운 울부짖음에 '그래,  말을 다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겠지만, 대한민국의 중요한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는 이 순진무구라고 해도 좋을 누구나 다 아는 정의의 메시지가 그냥 들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느 누가 정의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은 그른 것이 옳은 것으로 둔갑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당당하게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또 용인되는 (혹은 설득되는) 세상이다보니, 보통 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아주 기본적인 정의 구현이 울컥할 정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왕이 되고자 한 하선의 사자후는 결국 '백성을 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하겠는데, 그것이 왕과 정치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워낙 백성을 위해주는 왕과 정치를 최근 접하지 못하다보니, 이 뻔하디 뻔한 진리가 감동적일 만큼 팍팍 뇌리에 꽂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이지만, 이런 시대를 잘 겨냥한 영화의 촉이라면 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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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는 12월 어떤 왕을 뽑아야 할까? 아니 과연 누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자일까.



1. 여기서 '왕 = 대통령'은 당연히 비유입니다. 대통령이 무슨 왕 같은 자리냐고 하시면 얘기가 산으로 가요. 그런데 더 씁쓸한 건 영화 속 광해는 왕이면서도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던 것에 비해, 우리가 겪었던 대통령은 영화 속 광해를 넘어서는 권력을 휘둘렀죠. 참.


2. 이 영화의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이병헌이라는 배우입니다. '왜 그랬어요?'라는 대사들을 땐 소름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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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보았다. '시달소'와 '썸머워즈' 모두를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처음 포스터가 공개되고 예고편을 보게 되면서 그 기다림을 더 깊어지게 되었다. 제목과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늑대인간과 인간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즉, 판타지에 더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그냥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진심으로 크게 당했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는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어머니의 노래'를 바탕으로 이 세상 어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함을 '늑대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빌려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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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작품은 '늑대아이'가 되었다.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몰입도가 대단했는데, 왜인지는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초반 전개서부터 계속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머니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면 주인공 '하나 (花)'가 어머니가 되기 전 장면에서부터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이미 올라와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픽사의 '업 (Up)'이 초반부에서 이미 관객을 펑펑 울렸던 것에 비할 정도였는데, 이 감정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가 후반부에 가서 다시 끓어오른 것이 아니라, 이 때부터 끝날 때까지 러닝 타임 내내 감정선이 유지되어 글썽였다는 것이 '업'과는 다른 점이었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하나가 어머니의 삶을 살게 되는 시작 시점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일련의 순간들을 그려내는데, 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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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와 아메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그 근원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보편적인 이야기다. 보편적이지만 위대한 이야기. 정말 천방지축으로 말썽을 부리는 유키의 어린 모습, 숫기가 없어서 본인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메의 모습, 늑대인간인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을 피해 인적드문 시골에서 어렵지만 작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모습, 이후 유키와 아메가 각각 겪게 되는 다른 이야기는 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과 잘 맞닿아 있지만 늑대인간 이야기를 빼더라도 성립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든 어머니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만의 길을 택하게 되는 유키와 아메의 모습은 모든 아이들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마음, 더 중요한 어머니의 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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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유키가 아팠을 때 소아과를 가야할지 가축병원에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에서 전혀 코믹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병원 사이에 놓인 늑대인간으로서의 유키가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두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늑대와 인간 사이를 마음껏 오가는 어린 유키를 학교에 보내는 하나의 마음 역시, 처음 내 품에서 처음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메가 강물에 휩쓸려 죽을 뻔 했을 때 하나가 느낀 심정 역시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말로는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하는 건 체감하기 어려운데, '늑대아이'는 처음부터 워낙 깊게 빠져있어서인지 이런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들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내내 울면서 보다시피 한 것은 역시 태풍이 몰아치던 날의 장면이었다. 하나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과정을 겪게 되는데 바로 아메에 관한 것이다. 이미 인간보다는 늑대의 세계에 더 빠져있던 아메는 태풍이 몰아친 그 날 말없이 숲 속으로 향하는데 이런 아메를 찾기 위해 하나는 정말로 큰 역경을 겪는다. 보통 같으면 왜 기다리는 유키를 데리러 가지 않고 아메를 (끝까지) 찾기 위해 죽음에 문턱까지 겪으면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런 하나를 아메가 집으로 데리고 온 뒤의 장면에서 조금이나마 하나의 마음을, 호소다 마모루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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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엄마가 되면서부터 계속 어떻하면 이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어떻하면 늑대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난감해 했었는데, 하나는 아메가 바로 그 어른이, 자신의 품을 떠나서도 홀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아메를 끝까지 찾아 헤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가족을 떠나 산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를 닮아있는 아메를 산으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정말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떤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키워낸 아메인지를 알기에, 그런 아메를 떠나보내기엔 아직 하나에겐 너무 이르다는 것도 잘 알기에 이렇게 '건강하라'며 떠나보내는 하나의 외침은 정말로 감정이 터져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모든 어머니들은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해서....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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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에 더 기반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랬었기에 이 본편적 진리의 이야기에 더 무방비 상태로 눈물을 빼았겨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근본에는 그 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어머니의 삶에 대해 비로소 '아!'하며 '아...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ㅠㅠ'하고 깨달을 수 있었기에 뭉클했었지만,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나가 어머니가 되기 전 일상을 담은 장면에서부터 무언가 감정이 일어났던 것처럼, 영화 내내 호소다 마모루의 마법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에 눈물이 섞여 나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런 어머니의 삶에 대해 와닿는 부분이 적은 상황이었음에도, 작은 일상에서부터 이 정도로 감정이입과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아직도 머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이입을 잘하고 감정적으로 쉽게 빠져드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나임을 감안하더라도 '늑대아이'가 주는 감동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알게 될까? 내가 지금 느낀 이 감동이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혹은 나중에 나도 유키와 아메 같은 내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알게 될까? 이유도 잘 모른채 내게는 너무도 큰 슬픔과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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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 근래 이 정도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극장을 나올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감정선이 유지되고 있고, 유키와 아메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하나가 그려진 포스터만 봐도 울컥할 정도네요 ㅠㅠ


2. 다른 분들에게는 아마도 아닐 듯 한데, 저에게는 '시달소'나 '썸머워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물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무슨 영화가 더 나오더라도,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매그놀리아'보다 더한 감동을 전해주거나, 피터 잭슨이 빌보 이야기로 포로도 얘기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줄지라도, 제게 있어 올해의 영화는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가 될 것 같네요 (에바가 나온다면?)


3. 집에 오자 마자 이 주제곡만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ㅠㅠ 바로 HMV에 사운드트랙 주문까지 ㅠㅠ





4.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이 영화가 또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하나가 시골에서 살게 되는 것 때문이었어요. 귀농 아니면 귀촌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시골에서 다시 시작하다시피 하는 하나 가족의 일상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5. 빨리 블루레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아니, 그 전에 극장에서 더 봐야겠어요.


6. '하나' 목소리는 미야자키 아오이가 연기했는데, 제가 미야자키 아오이에 대한 언급을 한 줄도 안했을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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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AV 리시버 RX-V673 #3

Sound Check



어쩌다보니 리뷰가 본 기능이 아닌 부가기능들을 더 먼저 소개하게 되었는데, 그 만큼 부가기능들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리시버 본연의 기능인 사운드 구현 측면에서도 RX-V673은 만족스러운 퀄리티와 가성비를 들려준다. 기존에 사용하던 모델들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사용했었지만 역시나 사람의 귀가 무서운 것이, 더 나은 모델의 사운드에 바로 적응해 이전 사운드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번 RX-V673의 사운드 체크는 야마하로부터 함께 제공받은 dts 블루레이 샘플러를 통해 테스트해 보았다.





이번 dts 샘플러에는 사운드적 쾌감을 최적으로 느낄 수 있는 타이틀들의 장면들을 각 성격에 맞게 골라 수록하고 있는데, 혹시나 이런 샘플러를 통해 테스트 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수록된 타이틀들을 모두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각각이 사운드적 특성에 따라 수록되었기 때문에, 하나는 채널분리도를, 하나는 우퍼의 울림을, 하나는 공간감 등을 각각 느낄 수 있다.





처음 살펴볼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주인공들이 탄 제트기가 화면을 선회하는 장면이 담겨있는데, 제트기가 화면 바로 앞을 지나갈 때 엔진의 굉음부터 멀어지며 선회할 때 멀티 채널의 분리도를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쥬라기 공원'은 사운드 체크시 자주 등장하는 타이틀 중 하나인데, 그 중 대표적인 장면인 티-렉스의 등장 장면이 수록되었다. 여기서 확인해 볼 수 있는 건 물론 티-렉스가 울부짖거나 움직일 때의 사운드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예전 작품임에도 선명한 대사 전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심장이 쪼여올 듯한 임팩트의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RX-V673은 DP리뷰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파워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없지 않는 모델이다. 개인적으로는 파워 부분도 이 정도 가격대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영화 타이틀 보다도 더 큰 사운드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음악 타이틀이었는데, 이번 샘플러에 포함된 이 영상을 선택하는 순간 정말로 귀가 쫑긋해졌다. 베이스와 드럼, 건반이 하나씩 등장하며 섞여 가는 과정 속에서 각각의 사운드가 어떻게 선명하게 분리되는지, 이 소리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합쳐졌을 때에도 각자의 소리를 잊지 않고 분별해 들을 수 있는 구성으로 RX-V673의 사운드를 아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스펙터클한 영화 타이틀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도 물론 좋지만, '아, 역시 사운드 측면에서 더 귀를 즐겁게 하는 건 음악 타이틀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오히려 샘플러라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집에 있는 다른 음악타이틀들을 다시 하나씩 꺼내 RX-V673을 통해 감상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라푼젤'에서는 사운드의 원근감을 좀 더 실감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첫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대사를 나눌 때와 추가 등장인물들이 멀리 동굴에서 부터 뛰어나오며 들리는 사운드의 확실한 거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커 펀치'에서는 액션이 시작되는 장면부터 정신없이 사운드가 몰아치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사운드적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굉장히 다양한 소리들, 총기의 발사음, 그 총알을 맞고 부서지는 파열음, 여기저기 날아가 떨어지는 잡음과 기타 다양한 잡음 들이 세밀하게 나뉘어 표현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그 가운데 공간감과 밸런스가 매우 만족스러워서 그냥 칼 같은 분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실감'나는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영화/음악 타이틀이 사운드 체크에 최적화된 영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마치 dts나 돌비에서 만든 사운드 체크 영상을 보듯 소리 하나하나에 절로 주목하게 되는 영상으로 RX-V673의 성능을 확인해보기에 딱 좋은 영상이었다.



[총평] 처음 RX-V673으로 재생한 타이틀이 '배틀쉽' 블루레이였는데 아직 많은 타이틀을 재생해보기 전이라 이것이 '배틀쉽' 타이틀만의 우수한 사운드 퀄리티인지, 어디까지가 RX-V673의 성능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후 리뷰를 위해 몇몇 타이틀을 재생해보고 dts 샘플러를 재생해보면서 확실한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RX-V673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공간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파워 레벨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균형잡인 공간감은 정말로 목 뒤, 등 뒤의 감각을 쫑긋하게 할 정도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었다. 실제로 예전에는 멀티 채널을 통해 채널 분리도가 느껴지는 경우는 많았지만, 그 멀티 채널에서 나오는 소리들로 인해 공간감 (일종의 진공상태와도 같은 공간을 사운드로 구축하는)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많지 않은 경험이기는 했지만 RX-V673의 사운드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이러한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파워 레벨보다도 이러한 공간감을 사운드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으로 느끼는 터라, RX-V673의 탁월한 공간감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로 무장한 배틀쉽 BD

우리에게는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하스브로 (Hasbro)'사의 동명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피터 버그의 영화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올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AV적 만족도를 충족시켜주는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나 만족도와는 별개로 블루레이의 감상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 레퍼런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렬한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난 4월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는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의 전작인 '존 카터'를 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적으로는 크게 다른 매력이 없는 작품을 연달아 보다 보니, 그저 '존 카터 해군에 가다'로 받아들여졌었는데,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블루레이로 다시 본 '배틀쉽'은 만족스러운 AV퀄리티 덕인지 오락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배틀쉽'을 보면서 그 안에 어떤 메시지나 생각할 거리를 담았는지를 골똘히 생각하고자 기대했던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즉,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많은 설정들을 논리적이거나 디테일 측면에서 따져보면 허무할 정도로 가볍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많지만, 어차피 '배틀쉽' 같은 영화에는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얘기다 (이것은 일부 장르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각 장르나 작품의 성격이 '다른'데서 오는 이유다).





'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 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찌되었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갈등을 겪던 일본군 장교는 함께 힘을 합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큰 역할을 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원작 보드게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기도 했고).





다시 말하지만 만약 미 해군 (혹은 연합군)과 막강한 외계인들이 벌이는 화끈한 대결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조금 심심할 수 있겠다. 물론 구성은 이와 정확히 동일하지만, 외계인은 그 스케일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활약상은 조금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포인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제목인 '배틀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원작 보드게임을 가져왔고 그 설정도 영화 후반 부 아주 흥미로운 시퀀스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배틀쉽'이라는 제목에서는 해군과 전투함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고, 실제 영화 역시 그러했다. 이 설정은 관객에 따라 가장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는 장면인 동시에 반대로 가장 흥분할 수 있는 지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전함이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이 본다면 '그래, 저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은 하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편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오락영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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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쉽 블루레이의 화질은 곧 소개할 사운드와 함께 레퍼런스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이렇게 화질이 좋은 영화였나?'라는 생각을 못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화질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였으며, 어두운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암부의 표현력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파란 하늘보다도 더 푸른 바다의 넘실거림이 질감으로 느껴질 정도의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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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군함들이 바닷물을 가를 때 일어나는 파도의 표현도 좋지만 무엇보다 화질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외계의 전함이 물 속에서 부양할 때이다. 천천히 솟아오른 메탈 질감의 기체 위로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물줄기는,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수증기의 미세한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치 분무기를 뿌렸을 때처럼) 우수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된 장면들은 블루레이로 보게 되면 오히려 더 극명한 표현에 역효과를 내는 경우들이 많은데, 배틀쉽은 외계 전함이 실사와 맞닿는 장면 표현에서도 자연스러움은 물론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화질을 담고 있다.






외계 군함 (비행선?)의 디테일은 물론 실사와 세트, 그래픽이 혼용된 대형 군함의 등장 장면의 경우, 멀리서도 갑판 위의 작은 인물이나 구조물들이 뭉개지지 않고 표현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디테일은 물론, 인물의 클로즈업에서도 발군의 디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배틀쉽은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병사의 얼굴을 아주 타이트하게 클로즈업 한 장면들을 인상 깊게 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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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이 물론 레퍼런스 급의 만족스러운 수준이긴 했지만 배틀쉽 블루레이에 호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 째도, 둘 째도 사운드 퀄리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던 영화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줄 정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정말 화끈하고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리모컨을 손에 쥐고 옆 집 걱정에 볼륨을 줄였을 정도로… 






블루레이 사운드에 대해 리뷰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체감'에 관한 것인데, 사실상 사용자가 사운드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는 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 그런 측면에서 배틀쉽 블루레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극장에서 볼 때 조차 사운드적 쾌감에 이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았었는데, 작은 방안에서 체감하는 화끈한 블루레이 사운드는 정말 말로 이루다 표현 못할 정도. 외계 전함에서 공격을 해올 때의 휘몰아치는 사운드에는 임팩트는 물론 자잘한 파편 같은 작은 소리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귀를 자세히 귀울여 보면 이 작은 소리들까지 충실히 전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폭발 장면에서는 단순히 우퍼 스피커 만으로 울림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공간감으로 주는 효과가 동반되어 더욱 체감하는 효과가 컸으며, 사운드 디자인도 세심한 편이라서 그냥 뭉개져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깊이가 있는 임팩트를 전달하고 있다. 정말 옆 집에서 뛰쳐나올 걱정만 없는 집이라면 더 여유 있는 볼륨으로 극장 못지 않은 (체감도 측면에서는 더 나은) 사운드를 즐겨보시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하지만 옆 집의 이슈가 없어도 절로 볼륨을 움찔하여 줄이게 되는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으니 이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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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중에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또 다른 엔딩 장면은 'Alternate Ending Previsualization'인데, 배우들이 연기한 버전이 아닌 프리비주얼 버전이지만 그 분량이 짧지 않아 오히려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들이 연기하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그 촬영 직전의 버전에 가까운 프리비주얼 영상이라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 감독인 피터 버그의 짧은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USS MISSOURI VIP TOUR'에서는 하와이 오아후 섬 진주만에 정착한 미주리 호를 배경으로, 영화의 중요한 배경 (혹은 주인공)이자 미군의 역사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미주리 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미주리 호 내부 소개는 물론이고 오래된 자료들을 통해 미주리 호가 겪어온 역사 속 시간들을 소개한다. 영화 속 군함의 활약상에 만족했던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부가영상이다.






'Preparing for Battle'에서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준비 과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보드게임의 자세한 소개와 영화와의 연관성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이후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와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와 미주리 호의 촬영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주리 호의 모습이 그래픽이 아니며, 더 놀랍게도 실제로 미주리 호를 바다로 끌고 나가 촬영을 했다는 점이다. 영화 촬영에 있어서 미 해군의 협조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단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ll Hands on Deck: The Cast'에서는 영화의 출연한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와 모델 출신으로서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브룩클린 데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스타 리한나까지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리한나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셸 로드리게즈가 자주 맡았던 성향의 여군 역할을 맡았는데, 팝 스타로서 보여주었던 리한나의 모습을 엿보기에는 부족했지만, 중성적이면서도 귀여운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Engage in Battle'에서는 감독 스스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결코 쉽지 않았던 바다 위의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던 '죠스'를 보면서도 실제 바다 위 촬영에 대한 어려움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바다 위 촬영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바다 위 촬영과 더불어 모션 캡쳐와 그린 스크린을 이용한 촬영과 실제 미주리 호의 촬영에 대한 뒷얘기도 수록되었다.





'Commander Pete'에서는 이 작품의 감독이자 제작까지 겸하고 있는 피터 버그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우리에게는 감독은 물론 배우로서도 익숙한 그가, 마치 군대를 통솔하는 것과 같은 리더쉽으로 촬영장을 이끄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몸 관리는 물론 스텝과 배우들의 체력 관리까지 신경 쓰는 트레이너로서의 색다른 피터 버그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The Visual Effects of Battleship'에서는 배틀쉽에 사용된 다양한 비주얼 효과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영화를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 '배틀쉽'의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피터 버그의 '배틀쉽' 블루레이는 오랜만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AV퀄리티를 수록한 타이틀이었다. 특히 임팩트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사운드는 옆 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정도로 강렬하니 감상 시 꼭 리모컨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두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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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Pieta, 2012)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를 보았다. 평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그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에 있어서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영화는 항상 '날 것'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그 날 것을 요리하는 방식의 정도에 따라 그의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달랐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피에타'는 개인적으로 그동안 보아온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여전히 그의 방식은 날 것에 가깝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요리의 방식과 메시지를 비교적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잔인한 방법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을 찾아가 보험금을 뜯어내는 강도 (이정진)에게, 어느 날 자신이 엄마라고 말하는 여자 (조민수)가 나타난다. 처음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믿지 못하던 강도는 끈질기게 자신의 곁을 지키는 여자를 점점 엄마로 인정하며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김기덕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렇듯 불편한 진실을 영화화 하는 것에 대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감독들이 이미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른 감독들이 잘 다루지 않는 어두운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겠다는 생각에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고 했는데, '피에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앞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되었다는 소감처럼, '피에타'가 담고 있는 삶 혹은 대한민국에서의 삶의 이면이 전작들에 비해 가장 쓰라리게 느껴졌다. '피에타'의 메시지는 상당히 직접적이다. 종교적인 구원의 색채를 담고는 있지만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도시와 이야기는 에둘러 은유하려고 들지 않는다. 


청계천에 위치한 작은 공업 상가들을 배경으로 그들이 직면한 현실의 삶의 문제, 이자가 원금의 10배 넘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생활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빚을 질 수 밖에는 없는 현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사지로 몰아넣은 자본주의와 대한민국의 현실은, 얼핏보기에 마치 우리 삶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인냥 진행되지만 바로 서울하고도 청계천, 즉 현실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청계천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건물의 높은 곳에 올라 평생을 해온 삶의 터전이 곧 사라질 것을 비관하는 장면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기 보다는 그냥 '현실'이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피에타'라는 제목과 조민수와 이정진이 함께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모습을 한 포스터를 보았을 때 눈치챌 수 있었듯,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구원에 관한 영화였다. 그런데 이런 구도로 가던 영화는 작은 반전을 내어 놓는다. 바로 조민수가 연기한 여자가 강도의 엄마가 아니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간 이의 어머니였다는 것. 영화 내내 강도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이 악마의 자식'이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바로 이 악마의 자식을 잔인한 방식으로 처단하는 또 다른 잔인한 복수를 여자는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피에타'는 이것이 반전으로 읽히지 않는다. 즉, 여자가 강도에게 잔인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여자가 속이려고 했던 강도의 어머니로서의 이야기로도 읽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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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자는 마지막에가서 자신의 아들에게 '강도도 너무 불쌍해'하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영화 속 사실만을 근거로 하자면 이 연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신의 아들을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복수로 더 잔인한 방식을 택했을 만큼 독한 마음을 먹었던 여자가, 그 복수의 상대에게 '너무 불쌍해'라며 연민을 갖는 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피에타'는 강도와 여자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간청한다. 강도를 묘사함에 있어서 동정심을 유발시킬 만한 장면과 설정들을 담기는 했지만, 그것이 강도를 단순히 사회가 만든 악마로서만 봐달라는 방식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여자가 강도를 아들로 대하며 겪는 이야기들은 이 영화에 작은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설령 복수를 위한 거짓된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처음부터 연민 같은 건 없었고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그 복수의 날이 강도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 이들에게 (여자 스스로를 포함하여)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간곡한 바램의 틈을 작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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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가 종교적인 구원의 메시지로 느껴진 것은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때문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빚을 질 수 밖에는 없는 서민들의 삶. 내 아이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두 손을 내어놓은 삶. 악마같은 잔인한 방법으로 다른 삶을 죽음으로 내몰지만 그 자신도 구원받지는 못하는 삶. 복수로 자신과 아들의 삶을 구원하고자 하지만 결국 더 큰 슬픔만을 간직하게 된 삶.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느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유난히도 아픈 것은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를 결국 누구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본인이 선택한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 더 큰 아픔의 눈물을 흘리기는 했찌만 본래 계획했던 그대로 스스로 몸을 던졌고, 강도 역시 자신의 악마와도 같은 행동으로 더 힘든 삶에 놓인 이들을 빌려 스스로 잔인한 죽음의 길을 택했다. 이것은 순교는 절대 아닐 뿐더러 구원에 이른 죽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마도 이 영화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허한 유일한 자비라면 마지막 여자를 뒤에서 밀어 버리려고 했던 할머니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여자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잃은 복수를 행하려던, 이 굴레에서 더 헤어나올 수 없게 될 수 있었던 할머니에게는 여자와 같은 지옥같은 삶을 주지 않은 것이 이 영화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자비가 아니었나 싶다.


다시 문장의 처음으로 돌아가, 이 영화에서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느끼게 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러한 아픔과 죽음이 일어나지만 그 깊이는 보려하지 않는 고층 빌딩 숲과도 같은 사회에 대한 환멸이 결국 종교적인 구원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빚어지지 않았을까.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 끝)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새삼스럽지만 아니 혹은 잘 몰랐거나 알고자 하지 않았던 현실의 아픔을 보게 해 준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집으로 오는 내내 '아프다'라는 말만 되뇌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아픔이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1.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지만 여자와 강도가 처음만나 엄마임을 확인하려는 그 장면에서 출산의 고통, 순간이 느껴졌어요. 양면성이 담긴 이 장면 참 인상적이었어요.


2. 오랜만에 만나는 아주 강렬한, 아픈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3. 글 초반에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 작품 가운데는 가장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김기덕필름 에 있습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

부치지 못한 편지



'인랑 (人狼, 1999)'을 연출했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을 뒤늦게 보았다 (원제를 해석하자면 '모모의 편지' 정도).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운게 예전에 다른 애니메이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를 개봉 당시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우습게도 요괴가 정이 안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 참 말도 안되는 이유인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요괴들은 일본 토속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리 와닿지 않는 터라 볼까 말까 하던 중 결국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나중이 된 지금에야 보게 된 작품은, 역시나 요괴들의 비주얼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찡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아왔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즉, 영화가 시작하고 아버지의 부제로 엄마와도 갈등을 겪는 어린 소녀가 외딴 곳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 가운데, 요괴들을 만나게 되어 벌이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대로 전개된 작품이었다. 캐릭터들 역시 새롭다기보단 이런 이야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정형화 되어 있었고, 이야기 전개 과정 중 색다른 볼거리나 이슈도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예상되었던 그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건 눈물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신파에 가까운 전형적인 줄거리임에도 그 과정 속에서 관객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을 텐데, 마지막에는 심지어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흘러갔음에도 눈물과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선택한 딸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관계에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가 떠올랐다. '콘택트'는 여러모로 내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펜사콜라'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펜사콜라 장면에서 있어서 '콘택트'라는 영화가 위대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그 편지 장면은 그 정도로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 내내 소중히 다뤄온 딸과 아버지의 감정을 아주 담백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줄거리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고 주려는 감동의 포인트도 예상되었던 터라 글로써 풀어내기엔 그리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모의 이야기 자체의 힘은 결코 작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글의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처음에는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의 문제였던 요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살짝 그리워졌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대신할 수 있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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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

흥미로운 소재, 그 이상은 역부족




팀 버튼이 제작하고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연출한 '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를 보았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첫 째도 소재요, 둘 째도 소재였다. 즉, 미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아브라함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이야기 자체, 그 자체가 솔깃하게 한 것이다. 링컨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도끼를 들고 선 모습이 '호오~ 이거 재미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는데, 역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딱 거기까지,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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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도자로서의 링컨 (역사에 근거한 부분)과 이 영화가 만들어 낸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링컨을 잘 버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링컨 뱀파이어 헌터'라는 제목처럼 이 두 가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만 이 작품은 비로소 흥미로워 질 수 있겠지만,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다보니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한 것 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즉, 역사 속 링컨의 모습은 지운 채 그가 그 이면에서 펼쳤던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활약상과 이야기에 주목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는 얘기다. 영화는 심하게 얘기하면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전히 동떨어진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까지 보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전환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전에) 전환되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렇다보니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을 이끄는 링컨에게도, 어머니를 잃고 뱀파이어에게 복수하려는 링컨에게도 매력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가 더 완성도가 있었더라면 링컨이 다시 도끼를 꺼내들 때 심장이 두근 거릴 정도의 떨림과 기대감이 들어야 하는데, 미세한 떨림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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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역시 기존 뱀파이어 영화에서 그 동안 보여주었던 것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 몇몇 회심의 액션 시퀀스가 있기는 했지만 '아, 여기가 회심의 액션 시퀀스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영화가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을 기회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매력에도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다. 주연을 맡은 벤자민 워커의 경우 외모에서는 어린 리암 니슨이 느껴졌는데, 확실히 후반부 수염 덥수룩한 링컨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에는 성공했으나 스틸컷으로 본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도미닉 쿠퍼 역시,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그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너무 평범한 캐릭터였다. 여주인공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역시 그 초롱초롱한 눈빛말고는 기억나는게 없을 정도로, 극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노역을 연기한 것은 마이너스로 느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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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하다보니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도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참 흥미로운 소재로 구미를 당기게 한 작품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이상의 것은 없었던 아쉬운 영화였다. 차라리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가 아니라 뱀파이어였다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했을지도.



1.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더군요. 나중에 크래딧 보고 알았네요.

2. 팀 버튼이 연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명성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th Century Fox 에 있습니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 가다

맛있는 건 거들 뿐



요근래 제대로 된 여행을 못 간지가 오래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의 초기작을 상영하는 기획전을 연다고 했을 때 보통 같으면 부산이니까 아예 갈 생각을 덜했을 텐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는 힘이 절로 솟아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화 예매에 숙소, 차편까지 예매를 마무리! 어쩌면 별다른 준비 없이 부산에 가게 되었다.


(참고로 이 포스팅에 사용된 90%의 사진은 아이폰으로 촬영된 사진. DSLR을 무겁게 들고 간 걸 또 한 번 후회했던 여행)





갈때는 고속버스를 타고. 갈 때 올 때 모두 KTX를 타고도 싶었지만 워낙에 비싼 티켓 탓에 아직 에너지 충만한 가는 길에는 버스를 타고 올 때만 KTX를 타기로. 오전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역시나 버스타고 가는 길은 오래 걸리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탄 고속버스에 여행 분위기가 물씬~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휴게소의 터줏대감 호두과자와 별미 어묵 핫바를 먹었는데, 뜨거운 호두과자를 한 번에 콱 하고 씹었다가 안에서 뜨거운 팥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입천정이 벗겨지는 사태가. 참고로 심심해서 호두과자 재료들의 원산지 표기를 보았는데 참으로 글로벌한 호두과자더라 (하지만 구입은 선산에서 -_-;)





그렇게 도착한 부산. 몇 년만에 방문인데 익숙함과 새로움이 엇갈리는. 위의 사진은 5번 출구를 찾다가 잠깐 당황했던 순간인데, 어디로 가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해리포터를 봤던게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저 가운데로 과감히 돌진. 훗. 서울 사람은 못 찾는 비밀 통로인 것 같은데, 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규;;






원래 어딜 가도 줄서서 먹거나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 여행은 어찌된 일인지 마치 맛집 블로거라도된냥 미리 검색해서 알아봐둔 부산의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수고를;;; 부산가면 꼭 먹어야지 했던 음식 가운데 첫 번째는 역시 돼지국밥이었는데, 서면역 롯대백화점 뒤 돼지국밥 골목 가운데 송정 3대를 선택. 뭐, 아침 먹은지 오래된 점과 길을 살짝 헤멘 뒤의 식사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지만, 서울 (홍대)에서 먹던 돼지국밥 보다는 훨씬 고기가 많았고 (홍대 돼지국밥집은 거의 부속이 많았던 것에 반해 여긴 거의 살코기),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더 마음에 들었다. 





돼지국밥이 맛있는 이유 중에는 국과 국밥을 마는 전문 기술에도 있다는 점~





부산에 내려가기 전까지 서울의 날씨는 몹시 좋지 않았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부산의 날씨는 좋아도 너~무 좋았다. 어찌나 하늘이 파랗고 구름도 하얗던지.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는 그런 하늘이었다. 잠시 부산하늘 사진들 감상.










그렇게 파란 하늘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저녁 영화를 보러 센텀시티 쪽 영화의 전당으로 이동. 참고로 센텀시티는 예전 부산에 왔을 때 벡스코 센텀시티호텔에서 지냈기에 더 익숙한 곳이었는데, 당시는 정말 휑~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제법 (그래도 아직 휑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도시의 그림을 갖춘 모습이었다. 극장 근처의 맛집을 찾다가 들어간 '가야밀면'






냉면과 국수의 중간정도랄까. 냉면보다는 더 쫄깃함이 있고 담백함이 느껴지는 맛이었음. 엄청난 맛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으나 무언가 색다른 냉면 정도를 기대한다면 담백한 맛이 나쁘지 않을 듯.







밀면만 가지고는 부족해! 맛있는 만두도 추가~







그렇게 근처에서 맛있는 밀면으로 저녁을 먹고 찾아간 부산 영화의 전당. 영화의 전당 생기고는 처음 가보는 터라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역시나 웅장한 건축물이 압도하는!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구석구석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워낙에 커다란 규모여서 무언가 다양한 공간 등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전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야외 대형 스크린이었는데, 아쉽게도 상영일정과는 맞지 않아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한 여름 밤 시원한 바람 맞으며 (날파리들은 좀 많았지만 -_-;) 특히 비오는 날 야외에서 영화 한 편 보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치 축구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좌석이었는데, 만약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유유히 산책 나와 저 뒤 편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책을 한 권 읽던, 노트북 짓을 하던 하면 좋을 것만 같았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든 생각이었는데,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상암 한국영상자료원의 시설이 이 정도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지금도 좋지만).






마치 '배틀스타 갈락티카'를 연상시키는 곡선과 금속 느낌의 구조물들. 일단 그 규모에 한 번쯤 고개를 들어 쳐다보게 되더라.






자, 이제 이번 여행의 본 게임인 영화 감상의 시간. 첫 날 본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초기작 '아이거 빙벽'이었다. '아이거 빙벽' 영화 후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리뷰로 대신.


아이거 빙벽 _ 이스트우드의 산악 첩보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681








극장 시설은 겉에서 본 규모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다. 일단 이런 시네마테크의 영화를 이 정도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고, 좌석도 대형 멀티플렉스 못지 않은 안락함을 제공하고 있었다. 워낙에 이런 영화관에서는 음료 조차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기대도 안했는데 콜라에 팝콘까지 멀티플렉스와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팝콘을 사먹었는데 달콤한 맛과 고소한 맛 중에 고르라고 해서 의외로 고민하다가 고소한 맛 선택;) 이걸 꼭 장점이라고만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나쁘지는 않았음.





둘 째날 아침에는 스필버그의 '슈가랜드 특급'을 보았다. 이것 역시 자세한 리뷰는 아래 링크로. 참고로 첫 째날 '아이거 빙벽' 상영시에는 70년대 당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즐겼을 법한 어른 분들이 극장을 주로 채웠는데 (물론 관객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더 분위기는 좋았다.



슈가랜드 특급 _ 감독으로서의 야심이 느껴지는 스필버그의 데뷔작

http://www.realfolkblues.co.kr/1682






첫 날 '아이거 빙벽'을 보고 나오며 찍은 영화의 전당의 밤 풍경. 오색 조명이 촌스럽기 보다는 오로라 같은 느낌을 줘서 또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딱 10시까지 였는지 10시 정각이 되자 조명도 끝나더라 ㅎ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은 (겨우 1박 2일에 무슨 마지막 밤 --;) 광안리 밤바다에서.






이건 그냥 둘 째날 점심으로 먹은 한우불고기 + 냉면 런치 세트인데, 가격도 이 정도 상차림이면 저렴하고 (1인분에 7~8천원) 맛도 좋아서 이미 돼지국밥과 밀면으로 이룰 것을 다 이룬 우리에게 적절한 점심이었음.


짧은 1박 2일의 여행이었지만 좋아하는 감독들의 초기작들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부산의 파란 하늘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감독으로서의 야심이 느껴지는 스필버그의 데뷔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그의 초기작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이번에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초기작들과 함께 상영하는 기획적이 있어서 이 작품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상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골디 혼의 정말 풋풋한 모습과 더불어, 이제 막 헐리웃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신인 감독 스필버그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가볍지 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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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랜드 특급'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인, 작고 소소한 일이 어떠한 큰 사건으로 의도치 않게 확대되고 전개되는지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역시나 그렇기 때문에 그 전개과정에 있어 하나하나 논리적인 설명을 하기 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발생시키는 재미나 볼거리,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화니까 뭐'하고 넘어가자는 얘기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내용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아이를 보건국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남편을 탈옥시키고 경찰을 납치하여 아이가 있는 슈가랜드로 떠나는 루 진 (골디 혼)의 이야기를 통해, 결론적으로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 가에 대한 점을 납치된 경찰이 변해가는 모습, 그리고 이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고뇌에 빗대어 쓸쓸한 사회 풍자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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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적인 측면보다 '슈가랜드 특급'에서 더 흥미로웠던 점은 당시 신인 감독이었던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야심이었다. '듀얼 (Duel,1971)'이 TV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봤을 때 실질적인 장편 영화 데뷔작은 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스필버그는 신인 답지 않은 물량과 연출력을 통해 자신을 헐리웃 스튜디오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그의 대표작 '죠스 (Jaws,1975)'를 다시 보면서 당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신인 감독에게 이러한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 모험에 가까웠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는데, '슈가랜드 특급'을 보니 아주 맨땅에 헤딩하는 정도의 모험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도 물론 신경쓰고 있지만 그 못지 않게, 대형 스튜디오의 작품을 연출할 만한 능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어필하는 듯 했다. 특히, 수십대의 경찰차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씬은 물론 이 자동차들이 충돌하고 섞이는 액션 장면까지 연출하며 마치 '나 이런 정도의 물량은 거뜬히 소화하는 감독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즉, 길게 줄을 늘어선 경찰차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뇌리에는 물론, 헐리웃 스튜디오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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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랜드 특급' 역시 거의 데뷔작이라 해도 좋을 작품이기에 스필버그의 이후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 점은 '죠스'와 비교해도 그러하다). 하지만 당시 7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자동차 액션들과 정말로 풋풋하다 못해 짜증날 정도로 백치미를 선보이는 골디 혼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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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

이스트우드의 산악 첩보 영화



현존하는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에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최고이며, 그냥 감독으로만 보아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특별전을 (거기다가 스필버그와의 조인트 기획전이라니!)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갖는 다길래, 별로 주저하지 않고 부산행을 택했다. 이번 특별전은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의 초기작 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이스트우드의 작품 가운데는 이 작품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을 보게 되었다. 예전 DVD로 얼핏 본 것 말고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기회를 얻은 것 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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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 존 포드의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곳. 역시 서부 영화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트우드는 이 곳을 굉장히 비중있게 담아낸다)



'아이거 빙벽',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이거 제재'라고 번역해야 할 텐데,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현재는 교수로 지내고 있는 전직 요원 조나단 햄록 (클린트 이스트우드)이 마지막 임무 (임무가 바로 아이거에서 상대를 제재 = 암살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냉전 시대의 첩보물을 기본으로 산악 액션 영화가 가미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이스트우드 작품의 완성도에는 많이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은 엿볼 수 있었다. 일단 오프닝 시퀀스는 지금봐도 멋스럽고 두근거릴 정도로 참 매력적이었다. 최근 본 영화 가운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오프닝이었는데, 그 음악과 더불어 (이 영화도 그렇고 당시의 영화들은 참 영화 음악이 좋다) 별다른 설명이나 부가적인 장치 없이도 영화의 분위기를 절제하며 표현해내는 머진 오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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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데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극중 햄록이 요원으로 복귀하기 위해 다시 '수련'을 하는 시퀀스였다. 요새 요원 영화들 보면, 전직 요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단숨에 전성기 때로 복귀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걸 많이 봐서 인지, 이런 제법 오랜 분량을 투자하는 준비의 시간이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정말로 그냥 준비를 좀 해야겠어, 정도가 아니라 제법 오랜 러닝타임을 할애하여 이 준비와 수련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에는 냉전과 첩보가 깔려 있지만 (극중 햄록은 여러차례 친구냐 적이냐 를 구분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따지고보면 중반부를 넘기까지는 이 수련의 과정 속에 소소한 작은 실마리들이 진행되고 후반부에는 아이거 빙벽을 등반하며 산악 액션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이게 된다. 지금이야 '클리프 행어'나 '얼라이브' '버티칼 리미트' 등 눈 내리는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악 액션 영화들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바로 이런 영화들에서 보여준 장면이나 설정 등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영화 '아이거 빙벽'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왜 있지 않나, 산악 액션 영화에서 꼭 나오는 장면들. 뻔히 알면서도 놀라게 되는 아찔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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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이거 빙벽'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바로 보네타 맥기 (Vonetta McGee) 였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엇, 저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배우가 당시에 있었다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묘한 매력을 (그 미소를) 갖고 있는 배우로 한 눈에 들어왔다. 태라지 P.헨슨 (Taraji P. Henson)을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이목구비와 미소는 그녀의 다른 영화들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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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턴트 장면들을 대역없이 소화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카메라 앵글이 자주 등장합니다. 즉, 이게 배우가 직접 연기한 것이라는 걸 관객에게 어필하는 카메라 워크 말이죠.


2. 확실히 예전 작품이라 이스트우드의 편협된 가치관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시각)이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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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콜 (Total Recall, 2012)

미래로 간 조폭 마누라



정확히 이야기하지만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 (Total Recall, 2012)'을 볼 때 폴 버호벤의 원작에 대한 비교는 아예 하지 않으려고 작정을 했었다. 즉, 기대하는 바 자체가 전혀 달랐다. 필립 K.딕이 만들어 낸 미래 사회와 조작된 기억 등을 토대로한 철학적인 메시지들과 세계관을 렌 와이즈먼의 작품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봉 전 기대평을 썼을 때도, 폴 버호벤의 원작을 따라가거나 이를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려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액션과 볼거리에 치우친 작품으로서 집중한다면 원작과는 아예 다른 의미의 볼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결과적으로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은 이런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거기에 그냥 가족으로서의 깜짝 출연 정도로만 (잘못) 알고 있었던 케이트 베킨세일이, 거의 주인공에 가까운 역할로 등장하여 펼친 그 무서운(?) 활약에 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쓰려 다시 생각해봐도 기억에 남는 건, 케이트 베킨세일 뿐이다! 오죽하면 글의 제목을 '미래로 간 조폭 마누라'라고 썼을까.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보기 전 부터 폴 버호벤의 원작을 잊어야지 했었지만 사실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는데, 거의 생각할 필요 없이 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전반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차별화된 스토리 전개가 큰 몫을 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한 '로리' 캐릭터, 즉 주인공 더글라스 퀘이드 (콜린 파렐)의 가짜 부인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활용이었다. 전작에서는 샤론 스톤이 연기했던 이 캐릭터를 렌 와이즈먼의 작품에서는 그의 와이프이기도 한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이 역할의 비중이 거의 콜린 파렐에 맘먹을 정도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오락영화로서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이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 영화' 토탈리콜'의 액션 시퀀스는 어디선가 다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시키는 자기부상 자동차 액션 시퀀스도 그렇고 전반적인 콜로니의 미장센은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키며, 그 외의 액션 시퀀스들도 참신하다기 보다는 이미 검증 받은 익숙한 구성들을 불러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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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인데,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케이트 베킨세일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로리' 캐릭터를 원작처럼 두지 않고 전면적으로 내세워 거의 더글라스 (콜린 파렐) vs 로리 (케이트 베킨세일)의 구도로 진행한 것이 훨씬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에게 바랬던 점들 중에는 '리콜'이라는 설정 자체의 진위여부나 그가 퀘이드 인지 아니면 하우저인지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을 통한 세계관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공포 영화에 가깝게 죽지도 않고 끝까지 주인공을 쫓는 베킨세일의 모습과 설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언더월드' 시리즈의 베킨세일 보다도 이 영화 속 베킨세일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포 영화 속 죽지도 않고 끝까지 따라붙는 괴물에 가까운 그녀의 강력함과 더불어, 중간 중간 움찔하게 만드는 뱀파이어 당시 습성들은 (잠깐씩 베킨세일이 마치 언더월드인냥 포즈와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다. 표정은 사실 이 영화 속에서도 거의 시종일관 뱀파이어스럽다;;;), 영화 속 추격전을 더 찰지게 했다. 진짜 조폭 마누라를 TV 방영시 얼핏 본 것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기억을 잃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고통보다도 '와, 저런 마누라가 있다면 정말 무섭겠다 (그게 베킨세일 같은 외모일지라도!)'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통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인공을 죽이는 것에 실패하고 저 멀리서 우뚝 서서 노려보는 장면이나, 정말로 죽었지 싶었는데 다시 나타나 (여기선 정말 에일리언도 생각나고!) 한 번 더 주인공을 해하려드는 모습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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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은 딱 기대했던 정도를 충족시켜준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폴 버호벤의 원작과는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아예 관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인지 오랜만에 원작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1. 극중 등장하는 드로이드의 모양새를 보니 절로 '매스이펙트'가 떠오르더군요.

2. 한글로 선명한 '리콜'. 이거말고도 다른 한글들이 더 나와요. 이십구 였나 ㅎㅎ



3. 원작에 대한 오마주는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역시 검색대 통과 장면이었어요. 원작과 같이 얼굴이 열릴 듯한 아줌마를 앞세웠으나 그 아줌마는 훼이크고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olumbia Pictures 에 있습니다.


 







올해는 여름 휴가 다운 휴가도 못다녀왔고, 몸은 몸대로 지치던 찰나에 부산에 있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 걸작선을 상영하는 기획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보통 같으면 그냥 '부산 분들은 좋겠다~'하고 말았을 텐데,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무리를 해서라도 가야겠다는 작전이 발동! 순식간에 부산 가는 차 편 예약과 동시에 영화까지 예매를 하게 되었다.


기획전은 내일인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올 수 밖에는 없었는데, 이번 주말 시간표 가운데서 내가 선택한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5년 작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과 스필버그의 초기작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선택하였다. 사실 처음 스필버그의 초기작을 상영한다고 했을 때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듀얼 (Duel, 1971)'이었는데 이번 주에는 상영이 없는 점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


시니컬한 매력의 미술사 교수 햄록의 취미는 고미술품 수집. 그런데 교수 월급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 고상한 취미 때문에 그는 첩보기관의 암살전문요원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한편, 이제 햄록은 손을 씻으려 하지만, 조직은 그를 쉽게 놔주지 않고, 마지막 임무로 아이거 빙벽 등반대에서 스파이를 찾아 제거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트레바니안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웅장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산악영화에다 첩보 액션 스릴러를 결합시킨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연까지 맡은 이스트우드는 대역을 쓰지 않고 거의 직접 액션연기를 했다고 한다.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클로비스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어느 날, 아내 루가 면회를 오는데, 그녀는 두 사람의 아들이 강제 입양될 처지에 놓였다며 흥분한다. 이대로 아들을 빼앗길 수 없는 루는 클로비스에게 탈옥하여 자신과 함께 아들을 납치하러 가자고 설득한다. 1969년 텍사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 코믹 요소와 넘치는 긴박감이 잘 어우러진 연출로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스필버그가 만든 최초의 극장용 영화이며,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드물게 사회 비판 의식이 깔려있는 작품이다.





'듀얼'을 못보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골디 혼의 풋풋한 모습도 기대되고, '아이거 빙벽'은 예전에 DVD로만 봤던 작품이라 스크린을 통한 첫경험이 무척이나 설렌다. 'E.T'와 '미지와의 조우'도 시간이 맞아서 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예전에 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 터라 이번에는 아쉽지만 패스하기로;;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 기획전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부산 방문한 김에 영화의 전당도 여유있게 둘러보고, 오랜 만에 바다 구경도 할 예정~



* 부산 영화의 전당 - 이스트우드 & 스필버그 초기 걸작선 자세히 보기

http://www.dureraum.org/bcc/mcontents/progView.do?rbsIdx=35&progCode=20120813001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대학살의 신 (Carnage, 2011)

깨알같이 찌질한 작은 우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대학살의 신 (Carnage, 2011)'이라니, 일단 제목은 그럴싸 했다. 폴란스키라는 이름과 대학살이라는 단어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느껴지는 조합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C.라일리라는 출연진은, 어지간해서는 실망하기 어렵겠다는 안전성마저 느끼게 해주었기에 주저없이 극장을 찾게 되었다. 사실 전혀 영화에 대한 내용을 모르고 보자는 주의라 이번에도 감독과 배우 말고는 아는 바가 없었기에 코미디라는 점도,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몰랐는데, 역시나 몰랐던 것이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연극을 보았거나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알았겠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로서는 이 네 명의 주인공이 처음 현관까지 나갔다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아, 이 영화 이 공간 안에서 끝을 보겠구나!'하며 더 흥미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SB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랄 것도 없고 줄거리랄 것도 없는 것이 이건 캐릭터 자체가 이야기이자 스포일러인 영화다. 각자의 직업으로 대변되는 점을 좀 더 부각하여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 그냥, 배울 만큼 배운 어른들 네 명의 아웅다웅 정도로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 하겠다. 그런데 그 '아웅다웅'이 어찌나 현실적이고 날카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한지! '대학살의 신'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그럴싸하게 느껴질 정도의 티격태격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아주 심플한 인트로로 시작된다.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배경으로 작은 다툼이 일어나는데, 이 배경으로 스쳐지나쳐도 좋을 일이 얼마나 큰 (하지만 쓸데없는) 어른들의 일을 야기시키는지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면 역시나 '문명의 대학살'까지 운운한 어른들의 싸움과는 달리 아이들의 싸움은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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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위의 포스터 이미지와 같이 방안에 각각 위치한 네 명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장면이었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와 심리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동작과 표정을 취하고 있는 네 명의 캐릭터의 변화를 보는 것이야 말로,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자신 스스로도 느낄 정도로 '아, 이건 아닌데'하는 지점에 빠져버릴 때가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본인 스스로를 완벽히 컨트롤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일 수록 이런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도 될텐데, '대학살의 신'은 바로 그 점, 사회적으로 성숙한 계급 아닌 계급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아주 작은 아이들의 일로 모이게 해 놓고, 정말 유치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과정을 숨김없이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더 재미있는 이유는 그냥 멀쩡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유치한 말과 행동들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 우스워서가 아니라, 그 가운데 나도 종종 살면서 범하는 실수들이 담겨 있어서 순간순간 섬짓 했기 때문이었다. 이 네 명의 대화 가운데는 짧지만 우리가 쉽게 범하곤 하는 삶의 작은 실수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뭐랄까, '내가 저런 실수를 했을 때 저렇게 하찮게 보였겠구나'라며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이랄까. 정말 우스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진짜 나도 별일 아닌 거 가지고 저렇게 유치하게 덤빈 적도 있었는데...'하며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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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벽한 유치함을 완성하는 데에는 역시 네 명의 배우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정말 캐스팅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인데, 헐리웃에서도 지적인 이미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디 포스터가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지지 않으려고 정말 목에 핏대를 세우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주장을 펼칠 때에는 코미디 이상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여기에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력도 물론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의 이미지 자체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배우들의 경우도 이에 못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면 역시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캐릭터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조디 포스터 못지 않은 반전 연기는 물론 무엇보다 그 '몸연기'! 선반에 기대거나 벽에 기댄 모습, 그리고 방바닥에 정말 초라하게 웅크리고 앉은 그 몸연기는 올해의 연기 후보에 올려도 좋을 정도로 참~ 볼품 없었다 (과찬임 ㅋ). 존 C.라일리 역시 나머지 세 명과는 조금 다르게 능청을 부리며 이 셋을 비꼬는 듯 하면서도 본인 스스로도 극도로 유치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했으며, 케이트 윈슬렛은 의도치 않은 한 방(영화를 보신 분들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그 것!)과 더불어 세련됨과 정제됨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 지를 정말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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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이 네 명의 배우가 유치찬란한 연기를 멋지게 연기했는지, 이제는 스틸컷 속 이들의 얼굴만 보아도 절로 '큭큭'하며 웃음이 날 정도다. 영화의 러닝타임과 영화 속 리얼타임이 동일하고 등장하는 인물이라고는 네 명의 '어른'들 밖에는 없지만, 무언가 (깨알같이 찌질한) 작은 우주를 만난 듯한 그런 영화였다.



1. 처음 원작에 대해서 몰랐을 때에는 폴란스키가 홍상수 영화를 찍었구나 싶었어요 ㅋ

2. 아, 홍상수 영화와의 차이점이라면 배우의 수는 비슷하지만 스텝의 수는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점

3. '다즐링'은 최소한 저에게는 유행되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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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인 더 우즈 (The Cabin in the Woods, 2012)

뒤집고 쏟아내는 공포의 축제



개봉 당시에도 보고 싶었으나 극장 상영시 필름에 (정확히 말하자면 화면 밝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나중을 기약하고 관람을 못했었는데, 역시나 빠르게 IP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캐빈 인 더 우즈'를 다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다름 아닌 '드래그 미 투 헬 (Dreg Me To Hell, 2009)'이었는데, 왜인고 하니 '드래그 미 투 헬' 이후로 마음에 드는 공포 영화를 만나보지 못했던 것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 사이에 무언가 맘에 드는 공포 영화가 있었는지는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겠지만, 어쨋든 순간의 기억으로는 바로 이 영화가 떠올랐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감이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제목이나 홍보 타이틀에서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캐빈 인 더 우즈'는 대놓고 공포 영화의 법칙을 모두 뒤집겠다고 공포하고 나선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공포 영화의 법칙을 빗겨가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또 다른 반전의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법칙을 모두 빗겨간다는 얘기를 반대로 하면 정반대로 생각하면 다시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캐빈 인 더 우즈'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은 힘이 있었다. 즉, 뒤집기를 그냥 겉핥기 식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이해한 시나리오였다는 얘기다. 그냥 뒤집는 것으로 끝났다면 말그대로 뒤집기라는 점을 아는 순간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을 텐데, '캐빈 인 더 우즈'는 다행히 거기에 머무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뒤집기가 없었어도 나름 흥미로운 공포영화라고 했을 만큼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는 얘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 뒤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이런 류 (무언가 거대한 악이 도사리고 있는)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별로 구체적이지도 않고 한편으론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배경에 깔린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본격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이 실체를 알아내면서 부터였다. 보통 같으면 주인공과 공포(악마나 괴물 등)의 대결 구도로 당연히 주인공의 편에서서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 중간에 이를 조정하는 조직이 있다보니 어쩌면 더 큰 악을 위해 중간에서 소비되다시피 이용 당하는 각종 크리쳐와 좀비 등등 (이 영화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더 정확히 하려면 '등'을 한 50번은 써야할 것이다)의 애환마저 느껴져 좀 다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들은 대사 하나 없지만 그 잠깐의 눈빛들 만으로도 무언가 슬픔이 느껴졌는데, 인간에게 이용 당하는 상황과 맞물려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닌 좀 더 인상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막판에 수많은 크리쳐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는 단순히 장르 영화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더불어 이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겹쳐져 더 시원하고 신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뭐랄까, 이 쏟아지던 장면은 보통 같으면 주인공과 같은 심정으로 절망적인 절정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장면이었겠지만, '캐빈 인 더 우즈'에서는 마치 '축제'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이 한 장면 만으로도 '캐빈 인 더 우즈'는 또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1. IPTV로 보면서는 그렇게 어둡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극장에서는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블루레이로 국내 출시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어요.


2. 마지막 장면에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여배우가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3. 오래만에 정말 신나는 공포영화였어요. 전 무서우면서도 신나는 공포영화가 좋더라구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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