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에이리언 (Alien, 1979)'의 프리퀄로 먼저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인 기대의 포인트도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프리퀄 이란 형태는 기존 작품들의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해 최대한 신작이 갖는 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점도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도 성립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이것은 부수적인 기능의 수행일 뿐, 독립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1979년 작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프로메테우스'의 파편과도 같은 작품으로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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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인트로. 태초의 지구로 예상되는 무인지경의 자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는 어떤 액체를 마시고는 분열되어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분열된 이 자의 DNA는 물 속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결합되어 간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이 글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어떤 설이 정설인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는 듯 하다. 만약 이 인트로가 100% 영화를 규정 짓는 장면이라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만 이 인트로의 중요성은 영화를 곱씹어보면 볼 수록 느끼게 된다), 100%는 아님을 바로 이어지는 데이빗 (마이클 패스밴더)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에 홀로 깨어 농구도 하고 다른 사람의 꿈(과거)도 훔쳐보고 영화도 보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가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데이빗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를 보고 극 중 로렌스의 대사와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개인적으로도 고전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여러번 보았던 작품인지라 '프로메테우스'에서 인용되는 순간, 데이빗의 존재와 맞물려 바로 영화의 모티브를 연결해 볼 수 있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는 영국인과 아랍인 사이에 모두 속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철저히 홀로 존재했던 외로운 존재였으며, 그렇기에 한 쪽이 아닌 양쪽의 부담을 심리적으로 모두 감당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로렌스는 양쪽을 모두 아우를 만큼의 믿음을 갖고 있었던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로렌스의 중간자적인 캐릭터는 '프로메테우스'에 와서 조물주(엔지니어)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 데이빗으로 투영되었으며, 로렌스가 그러하였듯 데이빗의 시작과 결말도 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데이빗의 이야기로 치환하지 않더라도 '프로메테우스'는 여러가지 가치들의 관계를 통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아, 그리고 인용한 장면이 다름 아닌 '믿음'에 관한 장면이었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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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데이빗이 로렌스를 보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장면은 일회성이 아닐까 했는데, 결국 데이빗은 끝까지 로렌스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다시말해 데이빗은 물론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단단히 결심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터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어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 가졌던 질문이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것이었다면, 엔지니어들 역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점에서 이 방향성 역시 변화를 겪게 된다. 창조주로 생각했었던 엔지니어들이 신과 같은 존재라기 보다는 진보한 또 하나의 존재(유한한)라는 점과 그들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 역시 인간들이 기대한 '무엇'이기 보다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다른 무엇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내놓기 보다는 이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모든 캐릭터와 관계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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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믿음의 메시지를 던졌던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각기 다른 것을 믿었던 이들의 믿음이 생기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 전 각 문명들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를 보고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쇼'와 '찰리' 박사, 그리고 이들이 생명을 주었다면 죽음마저 앗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피터 웨이랜드와 이런 웨이랜드의 생각을 믿지 못하는 비커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만이 갖고 있는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아마 '프로메테우스'가 좀 더 명확한 하나의 답을 주고자 했던 영화였다면 처음 가졌던 믿음을 그대로 끌고 갔거나 아니면 그 믿음이 철저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으로 마무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고 난 다음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는 과정까지 열어두었다. 즉, 이 영화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처럼 하나의 가설을 두고 다양한 논리와 철학으로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만이 답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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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직간접적으로 하나의 정답만이 의미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 혹은 인물들 각각이 선택한 그들 만의 답이 모두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답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쇼나 찰리가 꿈꾸던 창조주의 모습은 아니지만 엔지니어로 불리는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했거나 그렇지 않고 우연에 의해 창조했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인트로 장면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도록 연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후에 알려진 오프닝의 확장된 장면을 포함하더라도 그렇다), 엔지니어들의 우주선에서 발견된 수 많은 괴생물체들의 존재가 가둬두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만약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지구로 귀한하지 않고 그들의 행성으로 답을 얻기 위해 떠나는 쇼의 여정이 더욱 의미있을 것이고, 우연에 의한 창조였다면 이 우연이 가져오게 된 결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따져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가 명확한 '에이리언'의 프리퀄이었다면 에이리언의 탄생과 존재에 대한 더 확실한 모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그 좋은 예)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리퀄 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연에 근거한 탄생론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트로 장면으로 미뤄봤을 때 처음에 이 검은 물체는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함께 산화해 버렸으니까), 쇼의 몸에 잉태되어 진화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엔지니어와 만나게 되었을 땐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잉태와 숙주라는 개념은 '에이리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 이 장면이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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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정리를 해보자면 '프로메테우스'에 존재하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단서들은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 단서가 활용되는 것들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단서를 활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단순히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라 언젠가는 (혹여 이번 영화에서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풀기 위한 복선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프로메테우스'의 수많은 단서들은 반드시 풀기 위함이 아니라 푸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왜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했는가? 데이빗의 정확한 의도는 무엇일까? 엔지니어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일까? 왜 엔지니어는 이 곳에 군사기지 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는 우주선 안에 엄청난 수의 '무언가 (이것이 나중에 모습으로 진화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를 담고 어디로 향하려고 했던 것인가? 등의 질문은 물론, 처음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같은 우주선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는 점으로 미뤄 각 우주선 마다 이 정도의 괴생물체가 존재할 것은 물론 또 다른 엔지니어 생존자가 숙면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도 남겨두었을 정도로, 해결되지 않은 일들과 질문들이 이 영화엔 가득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라고 봤을 때, 위의 늘어놓은 질문들은 어쩌면 여러 번의 기회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었다면 여러 개의 질문과 의문을 던질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이 영화와 같은 경우라면, 더 많은 기회를 통해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핵심인 영화이기 때문에 의문점들, 아니 한 가지로만 해결되지 않는 미완의 것들을 일부러 여럿 남겨둔 셈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이 모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함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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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맥스 3D 감상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3D는 둘째 치더라도 이 영화에 아이맥스라는 포맷은 정말 필수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인트로의 그 광활한 아이슬랜드의 풍광은 아이맥스의 대화면으로 볼 때 그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압도적 위엄이 있어야 이 영화의 초반 분위기가 성립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을 인트로는 말없이 얘기하고 있죠), 아이맥스 3D의 관람을 강추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이 스케일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구요.


2.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해한대로 라면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구요. 이미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던지고자 한 질문에 충실한 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아무리 생각해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인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자 대단한 시도였다고 생각되네요. 그 인용 하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물론이요, 데이빗이라는 캐릭터에게 이전 '에이리언' 시리즈의 비숍에게는 없는 '공감대'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페스벤더의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4. 일단 한 번 쏟아내지 않으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안긴 작품이었습니다. 한 번 쏟아내고나니 그나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지만, 한 번 더 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내고픈 욕구가 발동하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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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2)

가지 않았던 길 앞에 서다



홍상수의 신작 '다른나라에서'를 보았다. 이자벨 위뻬르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다른나라에서'는 전작인'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과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 편으론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나아간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냥 하는 말로 '재미있다'가 아니라 극장을 나오며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아, 정말 영화 재미있게 만들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아기자기함과 그 속에 묘한 감정선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홍상수는 전작들을 통해 같은 인물들을 두고 시공간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거나 (북촌방향), 하나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이야기로 풀어내 모호함 속의 논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옥희의 영화), '다른나라에서'는 모호함은 덜하고 좀 더 명확해졌으며 시공간은 같지만 같거나 다른 인물들의 또 다른 이야기 (가지 않은 길)를 통해 홍상수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오는 재미를 한가득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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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엄마와 함께 빚에 쫓겨 모항에 내려온 딸 (정유미)이 심심해서 써 본 세 편의 작은 이야기(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안느 (이자벨 위뻬르)에 관한 이야기다. 모항이라는 동일한 공간, 여름이라는 같은 시간대 그리고 그 시공간에 존재하는 같은 사람들. 하지만 세 명의 다른 안느가 만나는 이 시공간과 사람들은 조금씩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낸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는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물론 이자벨 위뻬르가 모항을 배경으로 유준상, 정유미 등 우리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신선함과 매력을 준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으로 묶여 있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 개인적으로 '다른나라에서'는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의 어느 한 접점이라고 생각되는데, 좀 더 명확해진 '옥희의 영화'이자 대놓고 챕터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정유미가 시나리오를 쓰는 장면을 매번 삽입하면서 챕터화를 한 '북촌방향' 말이다. 이렇게 관계나 구성에서 좀 더 명확해지면서 영화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편안한 작품이 되었고, 그의 다른 여름 영화들처럼 (해변의 여인, 하하하) 좀 더 유쾌함과 살랑거림을 담은 가능성의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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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과의 접점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나라에서'의 가장 큰 매력은 세 명의 안느의 이야기가 모두 밀접한 점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블록버스터 영화였거나 반전을 핵심으로 내세운 영화였다면 영화 속 다양한 복선과 연결고리들을 굉장한 무기로 활용했겠지만, 홍상수는 마치 이 모든 것들이 또 다른 우연의 가능성인냥, 그냥 자연스레 흘러버린 물줄기인냥 손 가는대로 그려냈다. 세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으로 묶여 있을 때의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그들은 모르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또 다른 모습 (그들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일 텐데, 아마도 블록버스터 영화였다면 시간 여행을 통해 그 인물의 과거나 미래의 모습을 만나보게 될 때와 유사한 흥미로움과 영화 속 인물들은 처음 겪는, 처음 하는 일이지만 이를 본 관객들 입장에서는 반복을 보게 되는 것에서 오는 다른 재미와 다른 포인트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물론 홍상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배열해 놓고 관객에게 반복과 가능성의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안느에게도 일부 관객과 같은 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즉, 정말 각기 다른 이야기 속 다른 안느라면 (이럴 경우 같은 안느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지만)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주었는데, 이 장치를 묘사하는 방식이 관객으로 하여금 '엇, 이상한데?'라고 단순히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애잔함을 남기고 있어 특히 더 인상적이었다. 바로 안느의 뒷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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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에서'가 인상적이었던 건 단순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가능성을 마치 인생극장처럼 펼쳐놓은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 앞에 선 안느의 모습 때문이었다. 한 쪽으로 가면 안전요원을 만나게 되고 다른 한 쪽으로 가면 등대로 가는 길인데, 안전요원과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등대에 가게 되면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어서의 중요함 보다는, 이 길 앞에 잠시 멈춰선 안느의 뒷 모습이 무언가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안느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진 짧고 응축된 대화들을 통해 단순히 프랑스 여인 안느 만이 '다른나라에서'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다른나라'를 경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세트 하나 없이 실존 하는 장소들만 가지고 촬영한 이 영화가 마치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모항'이라는 가공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모항의 자연적 아름다움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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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작들의 비하자면 정서적인 메시지는 좀 덜하고 유쾌한 편안함이 더 가미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몇몇 장면들은 정말 홍상수 영화의 다른 명장면들이 그러하듯이,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 눈물겹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예고편에서도 등장했던 유준상이 연기한 안전요원이 텐트 안에서 안느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그 장면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런 맥락이 없는 장면이라고 해도 무방한 순간이었는데, 그 장면이 주는 임팩트가 어떠하였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유준상이 너무 아름답게 노래해서도 아니고, 곡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만도 아닌데 그 장면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ANNE, THIS IS A SONG FOR YOU.
ANNE, YOU HAVE A BEAUTIFUL NAME.
IT'S RAINING. BUT IT'S RAINING.
ANNE WANT TO GO TO… GO TO LIGHTHOUSE.
BUT IT'S RAINING, ANNE IS COLD.
DO YOU WANT TO GO LIGHTHOUSE?
BUT, WE DON'T KNOW. WE DON'T KNOW.
ANNE, ANNE, ANNE.





1. 전 개인적으로 안전요원의 텐트 안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은 것이 가장 훌륭한 선택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하긴 홍상수 영화에서 텐트 안을 잡아냈다면 그것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네요 ㅎ


2. '하하하'를 보고 가장 크게 발견한 건 역시 유준상이었는데, '다른나라에서' 드디어 터져나왔어요! 주옥 같은 영어 명대사를 여럿 만드셨습니다 ㅋ


3. 홍상수 투어의 장소가 또 추가되었군요. 이제는 모항도 가봐야할 곳!


4. 이 작품에서 새롭게 발견한 이자벨 위뻬르의 모습이라면 '귀여움' 이었어요. 빨간 원피스를 차려입고 나선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더군요.


5. 도올 선생님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서 이미 첫 등장의 뒷모습부터 웃음이...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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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봉인 (The Seventh Seal, 1957)

여정의 끝이 아닌 과정을 담은 영화



그 동안 제목만 무수히 들어왔던 영화.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그 영화를 수식하는 말은 많이 들어왔던 영화.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 (The Seventh Seal, 1957)'은 내게 그런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본다하더라도 극장에서 보게 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었는데, 백두대간이 마련한 좋은 기회를 통해 2012년 개봉하게 되어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에 애정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고전이라 불리우는 예전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역시 걸작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구나'라며 감탄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기 보다는 당시에만 머물러 있는 영화도 있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접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제7의 봉인'을 보기 전에는 신과 죽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라는 예상 탓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시종일관 유머가 사라지지 않는 작품이었으며 20세기 최고의 씨네아스트 답게 시대를 뛰어넘는 영화적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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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침묵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질문이 담긴 '제7의 봉인'은 그 주제 만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심오함의 무게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잉마르 베리만은 이 성찰의 여정을 오묘하게 그려냈다. 굳이 신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더라도 감독의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의 경우, 그 무게를 영화가 감당하는 방법에 있어 힘겨움을 반드시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영화의 능력 부족이라기 보다는 힘겨움으로서 표현해야할 주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7의 봉인' 역시 그러한 방식이 아닐까 섣불리 예상했었지만 잉마르 베리만의 방식이 오묘하다는 것은 유머러스함과 아이러니를 전면에 배치하다시피 하면서도 이 여정 속에 주제가 갖는 무게를 관객이 고스란히 받아들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극 중 등장하는 광대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에 아주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광대의 이야기를 들어내고 죽음과 체스를 두는 기사 '블로크 (막스 폰 시도우)'와 그의 종자 '옌스 (군나르 뵈른스트란드)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와 신의 침묵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블로크의 여정은 그 나름대로의 구성을, 광대와 그 가족의 이야기는 또 나름대로의 플롯을 가지고 성립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동시에 두 이야기가 하나로 만났을 때 만들어내는 메시지는 다르지 않음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 접점을 만들어낸 방식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고 느슨한 듯 하지만 처음 부터 끝까지, 다르면서 같고 같지만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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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죽음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사신과 두는 체스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잉마르 베리만이 체스라는 소재를 이 관계 속에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한 것은, 자신의 오랜 성찰의 결과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 성찰 과정 자체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차피 과정 보다는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체스 역시 결과로 말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잉마르 베리만은 어쩌면 정해져 있는 두 가지 결과의 대화를 통해 그 과정에 담긴 수많은 질문과 성찰을 담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제7의 봉인'의 결과는 그 과정 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블로크는 단순히 자신의 죽음을 미루고자 꼼수를 부려 사신과 체스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며, 애초부터 결과(죽음)를 바꿔보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 처럼 보인다. 답을 말하지 않는 영화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는데, '제7의 봉인'은 그 답이 무엇이었던 간에 그 답보다 의미있는 과정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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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신과 바닷가에서 처음 체스를 두는 그 유명한 오프닝 장면은 정말 인상 깊더군요. 그 설정이 주는 인상과 흑백의 명암이 주는 아름다움이 모두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2. 막스 폰 시도우의 젊은 모습은 아무래도 적응이 안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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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여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출시되기 힘든 작품들을 우수한 퀄리티로 블루레이를 내고 있는, DVDprime (이하 DP)의 DP시리즈 6,7호인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커피북 한정판이 어제 출시되었습니다. 저도 오랜 DP의 회원이자 DP를 통해 블루레이/DVD를 소개하는 공식 리뷰어로서 당연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지요. 지금까지의 DP시리즈 가운데 개인적으로 '우앗!! 이 작품이 국내에, 그것도 DP시리즈로 출시되다니!!'라고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였는데요 (그 때 감독님을 직접 뵙고 감동의 눙물을 흘렸던 기억이 ㅠㅠ),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나온다고 했을 때의 충격은 이 보다 더한 것이었습니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이후로 '하하하'를 거치면서 저는 어느새 이른바 '홍상수빠'가 될 정도로 흠뻑 빠지게 되었는데, 그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인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을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다니, 이 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없었더랬죠.





그렇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타이틀을 프리오더한지 어느덧 시간을 훌쩍 흘러, 드디어 어제 이 두 타이틀을 제 손에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커피북 한정판으로 나온 타이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패키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타이틀이었습니다.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 대해 이해가 없으신 분들께서는 이 정도(?) 패키지의 퀄리티에 대해 감흥이 없으실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국내 블루레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이런 패키지는 제작사 입장에서 완전히 사치이며 욕심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블루레이 시장 자체를 생각하는 애정없이 오로지 비지니스 적인 측면만 따져보았을 때는 굳이 할 필요없는 방식이죠. 물론 여기에 비지니스 적인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봉사'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분명 앞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동반된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더 보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튼, 이러저러한 사연과 스토리가 담긴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블루레이를 받아보았습니다. 정말로 국내 패키지를 이렇게 오랜 시간 살펴볼 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경우가 언제였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양과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커피북이라는 패키지의 특수성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의 풍성함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커피북에 담긴 콘텐츠 들이 개봉당시 보도자료에 근거한 자료들이기는 하나 블루레이를 위해 통일된 디자인으로 재구성하여 일관성이 돋보였고, 영화 속 인상적이었던 스틸컷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볼거리도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블루레이가 제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에 수록된 제 글 - '모호함으로 완성되는 논리')



커피북 콘텐츠에 영화에 대한 글로는 유일하게 제 글이 수록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원고를 전달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실제 타이틀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조마조마한 느낌이 솔직히 없지 않았었는데, 타이틀이 도착하자마자 뜯어보고는 떡하니 실린 제 글을 보니 정말 살짝 울컥하면서 소름이 돋더군요 ㅠ 기존에도 여러 잡지에 1년 넘게 기고한 적도 있었고, DP에서도 공식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스케일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ㅠ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예전부터 꿈꿔오던 것이라 더욱 그러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고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감독과 작품의 블루레이나 DVD 타이틀에 마치 음반 해설 속지처럼 영화에 대한 내 글을 부족하나마 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 부터 해오고 있던터라, 이번 타이틀에 실린 제 글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더 황당할 정도로 감동적인 건 이런 첫 작품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거죠 ㅠ (감독님 보고 계시죠 ㅠㅠ) 어제 하루 종일 이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서 얼마나 안달났었는지 몰라요 ㅋ 정말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제게는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어서요 ㅠ






이번 타이틀 역시 기존 DP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타이틀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미리 프리오더 해준 분들의 이름(혹은 닉네임)이 기재되었습니다. 커피북으로 보니 더 좋네요~ 제 닉네임도 보이구요 ^^









제 글 외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소비자가 직접 만든 타이틀 답게 사전에 공모했던 커버 이미지들도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며, 작품과 관련있는 멋진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겔러리도 수록되었습니다 (90년생김정훈 님의 사진 멋지네요!)





('북촌방향' 블루레이에 수록된 제 글 -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일단 홍상수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번 블루레이는 저에게 너무 영광스러운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었죠 ^^;


(사건 1. 뭐라고? 홍상수 감독 작품이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된다고?

 사건 2. 뭐라고?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이 나오는데, DP컬렉션으로 나온다고??

 사건 3. 뭐라고? (리얼리?) 이 한정판 타이틀에 내 글이 실렸다고???)


그리고 부족하지만 오랜 시간 나만의 글을 열심히 써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게 된 의미있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함을 매일 느끼고 있기에 더 갈길이 멀어 오히려 '희망적'이기도 하구요 ^^


너무 혼자 여러번 자주 감격하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ㅎㅎ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국내 블루레이 출시를 위해 힘써주신 제작사 디에스 미디어와 저의 오랜 홈그라운드 DP! 그리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매번 올리는 영화 글을 정성껏 읽어주신 수많은 DP회원 여러분들께 무엇보다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킹메이커 (The Ides of March, 2011)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인가?



조지 클루니가 출연에 연출까지 맡고, 라이언 고슬링, 폴 지아마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마리사 토메이, 에반 레이첼 우드 등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 영화 '킹메이커 (The Ides of March, 2011)'를 뒤늦게 보았다. 평소 정치에 관심은 물론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기도 하는 조지 클루니의 작품이라 정치적인 소재를 다뤄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영화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펼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소재로 활용하는 영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치에 관심도 생각도 많은 조지 클루니이기에 가능한 여유가 아닐까도 싶은데, 조지 클루니는 민주당내 선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주인공 스티븐 (라이언 고슬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면서 여러번 맞닥들이게 되는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또 한 번 던지고 있다.



ⓒ Cross Creek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티븐은 민주당내 차기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나 다름 없는 선거에서 모리스 (조지 클루니)를 당선시키기 위해 일하는 선거 캠프의 팀장이다. 젊은 나이에 뛰어난 재능으로 정치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스티븐은, 선거 운동 중 상대 후보 캠프의 모략에 걸려들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믿고 지지하던 모리스의 치명적인 스캔들을 알게 되고 만다.


사실 조지 클루니의 그간 정치적 활동이라던가 '킹메이커'라는 국내 개봉 제목으로 미뤄봤을 때, 예전 비슷한 영화들처럼 선거 캠프의 인물들을 통해 선거와 그 뒷 이야기 그리고 미국내 여러가지 정치적 이야기들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했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킹메이커'의 포커스는 분명 그 곳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현실적 소재들이 모두 등장하고 실제 사례 (클린턴의 스캔들)들을 인용한 부분들도 등장할 만큼 실제 정치판의 뒷이야기가 살아 있지만, 이것들을 통해 미국내 정치판을 비판하거나 다큐멘터리처럼 재조명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이 사건에 놓인 주인공 스티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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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스티븐의 선택이 그러한 점을 더 돋보이게 하는데, 스티븐은 말그대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정의의 편에 서기 보다는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티븐이 자신이 믿고 따르던 모리스의 스캔들을 알게 된 후 벌이는 갈등과 그로 인한 몇 번의 선택들을 통해 영화는 끊임없이 '최선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킹메이커'의 이러한 질문은 개인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주 깊게 다가왔는데,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과정의 정의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정의 정의가 없는 최고의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지를 또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실제로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최고의 결과를 위해 과정의 정의는 무시해도 된다가 아니라, 부득이한 경우 결과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며, 과정의 정의 없는 최고의 결과는 무조건 잘못 되었다 가 아니라, 과정의 정의를 위해 최고의 결과를 포기하여 결국 상대의 승리 혹은 최악의 결과를 낳도록 하는 것을 잘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에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는 삶의 여러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인데, 그것이 신념과 맞물렸을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또 한 번 깊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아, 이 영화에서 역시 답은 없다. 이 문제에 공통된 답이란 것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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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영화가 바로 '킹메이커'이다. 최근 보았던 '디센던트'를 통해 더더욱 사랑하게 된 조지 클루니의 경우 정말 못하는게 무엇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으며, 등장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폴 지아마티의 캐스팅은 양 캠프의 무게감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큰 역할이 아닌 듯 하지만 마리사 토메이가 연기한 타임지 기자 역할도 가볍지 않았고, 에반 레이첼 우드 역시 자신의 순수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소비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주인공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의 경우, '드라이브' 이후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남자 배우답게 연기와 이미지가 완전히 결합된 또 한 번의 결과물을 보여주었으며, 점점 동년배의 헐리웃 다른 남자 배우들과는 차별되는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 했다. 이런 이유로 곧 개봉예정인 '블루 발렌타인'이 기대되는 바이다 (미셸 윌리엄스까지 출연하니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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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극장 상영버전이 화면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보고 패스했다가 이번에 IPTV로 보았는데, 대충 비교해보니 이 버전은 잘린 것 같지는 않더군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2. 저는 라이언 고슬링과 동갑입니다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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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에 과연 정식 개봉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던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를 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니 제목을 보지 않아도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이라는 것 만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멜랑콜리아'는 우울함과 불안함에 관한 그의 또 다른 이야기다. 라스 폰 트리에는 이번에도 챕터 형식을 빌어 '저스틴' (키어스틴 던스트)과 '클레어' (샬롯 갱스부르)로 나누어 우울함이라는 것과 이를 받아들이는 각자의 방식 그리고 이를 둘러싼 불안함에 대해 들려준다. 아무도 이 영화를 SF재앙 영화로 기대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에 따른 실망도 없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행성으로 인한 재앙의 불안함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사용한 것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것이 그 동안 내가 알던 라스 폰 트리에의 방식과는 조금 빗겨나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여기에는 최근작 '안티 크라이스트'를 아직 보지 못한 것이 매우 크다), 우울증이라는 주제의 시각화에 있어서 매우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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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저스틴'에서는 대저택에서의 성대한 결혼식을 맞이한 신부 저스틴의 우울한 심리를 주목한다. 사실 저스틴의 심리 상태가 모든 관객에게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정상적인 맥락으로 보자면 오히려 이렇게 여러 사람이 동원되어 준비한 결혼식날 아무 이유없이 계속 망쳐버리는 신부 때문에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그녀의 언니 클레어나 클레어의 남편 존 (키퍼 서덜랜드) 그리고 인생에 가장 중요한 날을 망쳐버린 신랑 마이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입장이 오히려 더 와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스 폰 트리에는 철저히 저스틴 개인이 처한 우울함에 집중한다. 이 결혼식 자체를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처럼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는 저스틴의 심리를 너무나 거창한 식순의 결혼식과 교차하여 더 극대화 시킨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쉽게 공감을 받기 어려운 저스틴의 심리를 좀 더 관객에게 표현하고자 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결혼 예식 속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와 홀로 남았을 때의 저스틴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 내부의 우울함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우울함이라는 존재가 어느 순간부터 서로 간의 관계 속 작용이 통하지 않는 순간까지 치닫는 과정을 저스틴의 하룻밤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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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는 1부의 저스틴을 그리면서 모두 정상적인 사람들 가운데 홀로 문제를 겪고 있는 한 사람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즉, 반드시 주인공 주변의 이상한 상황이 주인공을 조여들고 있다고 하지 않고서도, 주인공이 처한 심정을 - 혼자만 느낄 수도 있는 -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한 발 양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저스틴의 시각에 근거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저스틴과 주변 인물들 간의 관계는 이제 문제가 터져나오는 시점이 아니라, 이미 서로 포기한 단계에 있다. 즉, 그것이 우울함에 빠져버린 저스틴의 개인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는 몰라도, 이미 개선의 여지보다는 무기력해 놓아버리기 만을 서로 바라고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영화는 바로 이렇게 매말라버린, 더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고 그냥 서로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 싶은 (하지만 포기를 권할 의지조차 증발해버린) 무기력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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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클레어'에서는 더 무력해져 버린 저스틴을 감싸 안은 언니 클레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부가 저스틴의 우울함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부는 클레어의 불안함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행성 '우울함 (Melancholia)'을 두고 서서히 커져가는 불안함이 결국 우울함(저스틴)에게 마저 잠식당하게 되는 과정을, 아주 조용히 하지만 극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평소 자주하는 이야기이지만, '불안함'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는 행성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아무것도 자신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이들의 매우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재앙영화를 통해 주인공들이 직접 지구의 위기를 해결한다거나 극적으로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 내 모두 목숨을 구하는 경우에 익숙해져 있지만, 현실은 아마도 이 영화와 거의 같을 것이다. 2부 '클레어'의 이야기는 1부 '저스틴'과는 달리 스스로 무기력함에 빠져버린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자신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버린 인물을 통해,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우울함과 불안함에 대해 들려준다. 그래서 2부에 등장하는 저스틴이 마지막 '멜랑콜리아'를 대면하며 클레어을 감싸는 장면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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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면에도 우울함이라는 것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멜랑콜리아'가 전개될 수록 재앙이 다가오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여러가지 방법과 메시지로 깊은 인상들을 주는데 지난해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 이 같이 압도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멜랑콜리아'는 라스 폰 트리에의 다른 작품들처럼 다시 보기는 힘겨운 작품이지만, 그래도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가장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극장을 나오면서 바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가 생길 줄은 몰랐다) 작품이기도 했다. 아...



1.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안티 크라이스트'를 볼 용기가 생겼어요.

2. 본래 '저스틴' 역할에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캐스팅 되었었더군요. 그런데 '캐리비안...' 때문에 하차했다고. 그래서 인지 엔딩 크래딧 스페셜 땡스란에 그녀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저스틴을 연기했다면 커스틴 던스트의 버전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멜랑콜리아'가 되었겠네요.

3. 극중 클레어의 저택으로 등장하는 곳의 경우, 핀처 판 '밀레니엄'의 삭제 장면에 등장한 그 곳과 동일한 곳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4. 전 사실 오페라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영화와 연결되었을 때 깊은 인상을 받게 되면 언젠가는 제대로 섭렵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영화 사운드트랙에 쓰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처럼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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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블루레이로서 완성되는 작품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한 데이빗 핀처의 '용문신을 한 소녀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동시에,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 감독의 2009년 작 '용문신을 한 소녀'와 비교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읽지 않았고 핀처의 작품을 먼저 보고 나중에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각각 표현하고자 했던 성격이 조금 달랐던 터라,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글에서는 데이빗 핀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 감독의 스웨덴 버전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도 조금씩 덧붙여볼 생각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제작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가장 반가웠던 점은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이후 겨우 1년 만에 다시 핀처의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그 놀라운 완성도에 감탄하며 다시 한번 '핀처님'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 그리움의 기간이 무척 짧아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과연 데이빗 핀처를 바로 작품 활동으로 이끌게 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핀처는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소설에서 그리고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의 영화에서 본인이 가장 관심 있고 잘 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대한 가능성과 아쉬움을 각각 발견했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이러한 점은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고 나면 좀 더 핀처의 작품이 지향한 바가 무엇인지 명확해 지기도 한다.






데이빗 핀처는 이 작품 속에서 자신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던 인간의 변태적인 면과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확장시켜 나갔다. 그의 전작 '조디악 (Zodiac, 2007)'에 비하면 그 농도가 덜 깊기는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영화는 부패한 재벌을 폭로하는 기사를 쓰고 대형 소송에 휘말린 기자 '미카엘 (다니엘 크레이그)'과 정부의 보호감찰을 받는 아웃사이더 정보원 '리스베트 (루니 마라)'의 이야기로 각각 시작된다. 두 사람의 연결 고리는 영화 초반 공개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데이빗 핀처는 스웨덴 버전의 작품에 비해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비중을 거의 50:50에 가깝게 설정하였는데, 이는 앞서 이야기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40년 전 사라진 방예르 가의 소녀 '하리에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이야기에 중심에 놓이기 때문에, 여기에 처음부터 개입한 미카엘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더 부각될 수 밖에는 없었다 (다니엘 크레이그 라는 배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하리에트와 관련된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스베트 라는 이 작품이 만들어 낸 최고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버전에 비해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하리에트의 사건 자체에 얽매여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독립적이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며 미카엘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자신을 표현해 가는 그녀의 매력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는 루니 마라 라는 배우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스웨덴 버전의 경우도 리스베트 역할을 맡은 누미 라파스의 연기가 압도적이긴 했지만, 루니 마라는 누미 파라스와는 또 다른 자신 만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루니 마라는 누미 파라스의 연기를 보고 난 뒤였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는 데에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루니 마라가 '소셜 네트워크'의 첫 장면에서 주커버그의 여자친구 역할로 등장했던 배우 임을 생각한다면, 이번 캐릭터가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얘기로는 자신은 리스베트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데이빗 핀처의 다른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듯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역시 상당히 세련된 영상과 색감 그리고 음악을 담아내고 있다. 핀처는 리스베트 라는 캐릭터, 미카엘과 리스베트 간의 건조한 관계 그리고 몇몇 장소가 만들어 내는 차가운 금속 느낌들을 통해 미스터리를 더욱 배가 시키는 영화 전체의 온도를 만들어 냈다. 실제로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다리 넘어 섬의 풍광은 스웨덴의 작품보다도 훨씬 더 깊은 추위를 담아내고 있으며 고립된 느낌마저 주고 있어, 이 사건을 파헤쳐 가는 미카엘 캐릭터를 좀 더 불안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트렌트 레즈너가 맡은 음악은 전작 '소셜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의 불안함을 심는 동시에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불어넣고 있다.




Blu-ray : Menu





Blu-ray : Picture Quality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항상 극장을 나오게 되면 바로 DVD나 Blu-ray 감상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만들어 낸 감각적인 영상들을 좀 더 디테일 하게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조디악' 이후부터는 그 영상미뿐만 아니라 단순한 화질 측면에서도 더 기대를 하게 되어 블루레이로 감상하기를 더더욱 고대하게 되었는데, '밀레니엄' 블루레이는 이 같은 높은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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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Epic 카메라와 Red One MX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매우 디테일 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밤 장면에서 조명을 활용한 인물 표현 시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몇몇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다니엘 크레이그에 거친 수염 질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며 루니 마라의 그 창백한 얼굴과 염색한 눈썹의 컬러도 분명히 구분되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차가운 색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어 영화 감상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낸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최신작 블루레이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그 특유의 '지글거리듯' 깔리는 사운드의 질감이 살아있으며, 클럽 장면에서는 확실한 사운드의 임팩트를 느낄 수 있다.






극중 리스베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배기 음을 우퍼의 활용을 통해 체감할 수 있으며, 후반 부에 등장하는 추격 씬이나 그 이전 마르틴의 집에서 펼쳐지는 장면에서도 음장감을 보다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앞서 화질과 사운드를 설명하면서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블루레이가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사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부가영상에 있다. 이미 데이빗 핀처의 작품들을 블루레이로 감상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들의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마치 그의 작품 속 디테일과도 같은 열정과 디테일이 담긴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극장 개봉만큼이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밀레니엄' 블루레이 역시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핀처의 음성해설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정말 음성해설에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었다면 10점 만점 짜리 Special Features 였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디테일하면 누구 못지 않은 핀처의 음성해설을 본편과 동일한 158분 동안 즐길 수 있었다면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되었을 텐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밀레니엄' 블루레이 타이틀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몇 가지 소소한 부가영상 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부가영상인 'Men Who Hate Women'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원작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본연의 메시지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데이빗 핀처는 이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연출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고,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배우들은 자신들이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각본을 쓴 스티브 자일리안 같은 경우는 자신이 각색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 6분 30초여의 짧은 분량이지만 다들 너무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에 응하는 자세 덕분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밀레니엄' 블루레이의 부가영상 속 인터뷰 영상들은 모두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어 집중력 있게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다.






'Charaters' 에서는 영화 속 주요 캐릭터 3인인 리스베트와 미카엘 그리고 마르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각각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캐스팅과 의상 컨셉 등은 물론 각 캐릭터마다 특화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매우 유익했다. 첫 번째 리스베트에 대한 내용에서는 이를 연기한 루니 마라가 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노력한 상세한 과정들부터 리스베트를 연기하기 위해 변신을 하게 된 과정과 이후 이리나로 변신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을 보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완성된 대사들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감독과 각본가, 배우가 대사 하나하나를 골똘히 연구해 가며 완전히 캐릭터에 몰두하는 과정을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작품들의 촬영 현장 모습과는 달리 본편과 촬영 현장 장면이 크게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작품과 캐릭터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부가영상을 보니 리스베트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에는 배우와 감독 못지 않게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트리쉬 썸머빌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의상에 대한 부가영상에서만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밀레니엄'의 경우는 거의 모든 부가영상에서 트리쉬 썸머빌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그녀는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단순히 의상과 헤어 스타일을 결정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각 캐릭터의 성격과 영화 전반의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리스베트의 다양한 부가영상 가운데는 실제로 루니 마라가 촬영과 상관없이 의상이나 헤어가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가 등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지하철 등을 타고 카메라 테스트를 해본 테스트 영상도 만나볼 수 있었다. 






'미카엘'에 관한 캐릭터 부가영상에서는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만나볼 수 있으며, 의상 컨셉이나 촬영장에서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수록되었다. '마르틴' 역시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과 영화 후반 마르틴의 집에서 벌어지는 장면의 구성과 내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감독과 스텝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 실제로는 어떤 아이디어와 촬영 기법 등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마르틴의 장면을 중심으로 수록되었다.






그 다음 수록된 부가영상은 로케이션 촬영지에 관한 내용인데, 스웨덴과 헐리우드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버전 임에도 인물들이나 배경이 그대로 스웨덴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데이빗 핀처가 얘기한 것처럼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바로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방예르 가문의 사건과 관련된 배경에도 스웨덴의 역사가 묻어나 있고, 이후 벌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장소가 갖는 특성들이 이야기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주요 촬영지인 스톡홀롬을 중심으로 지하철 역 촬영 장면들과 영화 본편에는 각본이 수정되어 실리지 않았던 장면의 촬영 장면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장면의 촬영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헐리웃'에서는 드라간 아르만스키 역할 캐스팅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는데, 이를 연기한 고란 비스닉의 캐스팅 비화와 그의 오디션 장면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리스베트가 자신을 폭행한 남성에게 더 악날한 방식으로 되돌려 주는 그 장면의 촬영 과정이 담겨있다. 이 보기에도 괴로웠던 장면이 실제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17분에 가까운 짧지 않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카엘과 리스베트, 마르틴 각각의 집에 대한 설정과 디자인에 대한 짧은 영상들도 수록되었다.






'Post Production'에서는 편집과 후시 녹음(ADR), 특수효과 등의 후반 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가영상들이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실제로 편집자와 데이빗 핀처가 함께 편집실에 모여 가편집 본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었는데,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과 편집자가 얼마나 깨알 같은 디테일을 잡아내고 걷어내고 난 결과물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촬영한 필름의 양(스케일)이 많아서 편집 과정에서 자유롭게 화면을 자르고, 원하는 각도로 보정하는 것 등이 가능해져 보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에 말에 따르면 이 정도로 완벽한(편집 과정에서 일정한 기준으로 완벽하게 통일된) 작품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추가로 배우들이 후시 녹음을 하는 장면들과 카일 쿠퍼가 연출했던 '세븐'의 그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획을 그었던 핀처 답게, 이번에는 팀 밀러라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탄생한 환상적인 오프닝 타이틀의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 사용된 다양한 CG활용 등도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배경을 더 그럴 듯 하게 묘사하는 데에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Promotion'에서는 영화의 홍보와 관련된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기본적인 예고편들은 물론이고,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일종의 페이크 다큐프로그램이 수록되어 눈길을 끈다. 'Hard Copy'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극중 등장하는 하리에트의 실종 or 사망 사건을 다룬 그 당시의 뉴스/고발 프로그램 형태로 제작된 영상으로서, 당시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좋지 않은 비디오의 화질로 제작되었다.




[총평]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사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극장에서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정도의 만족도를 얻었던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루레이를 주저 없이 구매한 것은 핀처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도 블루레이가 더 많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특히 그 깨알 같은 부가영상들이 있어 영화를 보며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들까지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만약 '밀레니엄'을 인상 깊게 보았거나 데이빗 핀처의 팬이라면 이 블루레이는 반드시 소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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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 블루레이 리뷰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를 만나다



알렉산더 페인의 2004년 작 '사이드웨이'는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맛이 깊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을 근래 새삼 느끼고 있다. '사이드웨이'를 처음 보았을 때는 평소 심심한 영화를 누구보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다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이 작품의 진가는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해갈 때 마다 또 달라지는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뛰어난 조지 클루니와 함께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과는 '사이드웨이' 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영화였다.






맷 킹 (조지 클루니)은 하와이에 사는 변호사이자 이 지역에 오랜 유지 가문의 상속자로서 두 딸과 아내를 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가문의 상속자로서는 오랜 세월 신탁해온 토지를 신탁 기간이 끝나기 전에 판매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을 앞두고 있고, 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간호해야 하는 동시에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두 딸을 보살피는 일도 하게 된다.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


개인적으로 '디센던트'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바로 정말 하기 힘든 말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은 이의 모습이었다. 극 중 맷 킹은 한 두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자신이 이 무거운 짐을 지어야만 할 상황에 놓여있다. 이건 피할 수도 없고, 남들이 도와주기도 힘든 일들이다. 사안들이 무겁지 않으면 '나도 좀 쉴래' '이건 그냥 니가 처리해'라고 하고 싶지만 하나 하나가 그럴 수가 없는 일들 뿐이다. 즉, 자신도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 벼랑 끝에서 있는 여러 사람들을 구해야만 하는 힘든 상황이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 놓인 맷 킹의 일상에 조용히 집중한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그릴 때 힘든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에게 포커스가 있었다면, '디센던트'는 이런 상황의 중첩을 통해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을 조용히 따라간다. 적극적으로 맷 킹의 입장에서 힘든 상황을 변호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맷 킹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갈등 표현에 있어서도 자극적인 것 보다는 유한 방법으로 그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이 복합적인 비극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바로 이 자연스러운 시선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기 힘든 말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조지 클루니에게서 전작 '인 디 에어'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디센던트'는 하와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아주 영리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하와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동반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려는 듯 영화 초반 맷 킹의 내레이션으로도 나오는 것처럼 외부인들은 그저 행복한 곳으로만 알고 있는 휴양지인 '하와이'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유머와 리듬을 섞어가며 맷 킹과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다. 하와이라는 배경, 시종일관 흐르는 따듯한 하와이안 뮤직 그리고 적절히 등장하는 유머 코드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반대의 경우를 떠올려보자면, 만약 이 영화가 처한 상황을 비극적인 것에 더 집중하여 극적으로 몰아갔다면 그 슬픔은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슬픔보다 더 큰 개념인 '가족(더 나아가 뿌리)'과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내버려 두듯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 한 장면에 영화 속 맷 킹의 모든 고뇌와 갈등 그리고 인생이 다 담겨있다)


'디센던트'는 앞서 언급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맷 킹을 바라보는 동시에 '가족'이라는 관계와 울타리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가족'이라는 것이 아니면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페인에게서 관록이 느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디센던트'가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이유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그냥 턱하니 던져 놓고선 '가족이면 다된다'라고 무책임하게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가?'를 이야기와 순간의 연출로서 100%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떤 지점에서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어 들 때, 뻔하다고 느끼거나 갑작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번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페인은 이 지점을 보통의 액션 영화마냥 클라이맥스에 한 방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요소요소에 순간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배치를 해두었다. 참으로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뭐랄까, '디센던트'는 글로 풀어내면 낼 수록 의미가 덜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즉 그냥 '받아들이면'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중에는 알려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마치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볼 때는 빌리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입장이 더 와닿는 것처럼, 이 작품도 언제가 나도 아버지가 되고 난 뒤에 다시 보게 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Blu-ray : Quality


사실 '디센던트'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 가능하면 블루레이로 꼭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로 하기는 했었지만, 그것이 BD만의 화질/음질 때문은 아니었었다. 작품의 특성상 이러한 스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화질/음질 측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는 최신작 다운 스펙으로 출시되었다.








영상은 노이즈가 전혀 없는 칼 같은 화질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질감 측면에서는 작품과 이 편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하와이의 살랑살랑한 바람까지 담아낸 영상이 너무 칼 같은 화질로 구현되었다면 그것도 부조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여기서 칼 같지 못하다는 것은 최상급 선예도 등 화질과의 비교이니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풍광을 넓게 그리고 따듯하게 잡아내는 앵글이 많은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를 왜곡없이 전달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에서도 조지 클루니의 주름과 수염 자국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배경이 하와이인지라 등장인물들의 피부를 좀 더 주목해서 보게 되는데, 모피어스의 그것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볕에 조금씩 그을린 얼굴과 피부 등을 블루레이로서 좀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편안한 하와이안 뮤직의 따스함을 부담스럽지 않게 들려준다. 영화 자체가 사운드적인 쾌감을 즐기기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하와이안송에 몸을 맡기면 아마도 절로 피로가 녹아들지 않을까 싶다. 대사 전달에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등도 기억에 남는 사운드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디센던트'와 같은 드라마 장르 타이틀의 경우 해외에서도 그렇고 특히 국내에 출시시 부가영상 부분이 매우 부족하게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디센던트'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이것저것 다양한 각도의 영상들이 담겨 있어서 만족스럽다. 첫 번째는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의 해설과 함께하는 삭제 장면이 2장면 수록되었는데, 역시나 감독 입장에서 너무 삽입하고 싶은 장면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편집해야만 했던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었다. 극중 부녀 사이로 등장하는 맷 킹과 알렉산드라의 관계를 좀 더 설명해주는 좋은 장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부가영상으로나마 만나볼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 (Everybody Loves George)'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부가영상은 왜 조지 클루니라는 헐리웃 톱 배우가 관객은 재쳐두고라도 동료들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는 없는 배우이자 사람인지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했던 시절에 조지 클루니를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줄은 예상 못했었는데, 그가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그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의 하나 같은 칭찬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단순히 작품을 잘 선택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 좋았던 작품에서 모두 다 큰 역할을 했었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다. 이 부가영상에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를 말로 칭송하기 보다는, 왜 그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사람인지를 그냥 보여준다. 시종일관 장난치고,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편하게 해주고 벽을 허물게 만드는 그의 면모는 처음 헐리웃 대스타라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이들 마저 진한 동료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열심히 포스터 브룩스를 흉내내는 조지 클루니)



(절대 악의적인 짤방 캡쳐가 아닙니다. 그냥 조지 클루니가 지은 표정이에요. 그는 이런 사람.)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의 작업 (Working with Alexander)'에서는 앞선 조지 클루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알렉산더 페인과의 작업이 동료들에게 갖는 의미랄까. 그의 됨됨이와 그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굉장히 디테일한 디렉션을 하면서도 배우들에게 분명한 공간과 편안함을 함께 주는 알렉산더 페인만의 장점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마치 국내 '만추'의 김태용 감독의 경우처럼 첫 작업을 알렉산더 페인과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너무 편한 촬영 현장이라) 가족같다기 보다는 모두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끼리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온 것 만 같은 분위기였다. 뭐랄까. 이 촬영 현장 자체가 또 하나의 '디센던트'랄까.






'하와이의 후예들 (The Real Descendants)'과 '하와이 스타일 (Hawaiian Style)' 등의 부가영상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의 역사적인 이야기(뿌리)들과 하와이 스타일을 영화에 완전히 녹여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얼마나 하와이라는 소재를 100% 활용하고, 아니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휴양지로서의 상징적인 하와이의 모습을 활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부가영상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로 미뤄봐서는 '디센던트'는 하와이라는 곳을 조금 전 얘기했던 것처럼 단순히 휴양지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본질을 이해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하와이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캡쳐는 그냥 귀여워서 한 장)



(절대 악의적인 캡쳐나 작의적인 장면이 아닙니다. 조지, 그는 원래 그런 사람. 이렇듯 진지한 사람)


그 밖에 '출연진'에서는 이 작품에 캐스팅 된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맷 킹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는 제외하더라도 다른 배우들은 일반인들 부터 유명배우까지 가리기 않고 고려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딸 스코티 역할을 연기한 아마라 밀러의 캐스팅 과정은 그냥 감독이 알고 있던 친구 부부의 소개를 건너 건너 받아서 연기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하나 있다더라 로 이어진 경우이기도 했다. 그 외에 어린이 영화 '스쿠비 두'로 더 유명한 매튜 릴라드의 경우 이런 이미지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캐스팅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고 하는데,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브라이언 스피어라는 캐릭터는 전혀 어색함이 없는 옷이었다.





그 밖에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뮤직비디오로 생각했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살랑살랑한 하와이안 송들을 배경으로 하와이의 자연과 도심 등 휴양지다운 풍광들이 펼쳐진다. (좋은 의미의) 하와이 홍보 영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는 내내 하와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편안한 영상이 수록되었다.





'월드 퍼레이드 - 하와이 (무성 영화) (The World Parade - Hawaii (Silent Film))'도 부가영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것 만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하와이라는 곳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와이의 역사에 대해 무성영화라는 또 다른 포맷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음.





'조지 클루니와 알렉산더 페인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eorge Clooney and Alexander Payne)'에서는 둘이 등장해 편안하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영화가 이어준 둘 사이의 편안한 관계를 엿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알렉산더 페인의 '디센던트'는 정말 삶의 위로가 피로할 때 몹시 '땡기는' 영화다. 영화는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있지만 그 뒤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정서와 분위기가 주는 평온함과 지혜의 영향력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가끔씩 삶이 지칠 때 마다 생각날 것 만 같은 (이미 생각났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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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을 통해 다시 보게 되는 우주 그리고 지구


1990년 4월, 인류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 (Hubble)'은 우주로 떠났다. 이후 우리는 허블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더욱 실감나는 놀라운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해 5월 국내에서도 아이맥스 3D로 개봉했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허블 3D'는 바로 이 허블 망원경의 수리를 위해 우주로 떠난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허블'이라는 제목만 듣고서는 우주의 신비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이 아닐까 짐작하기 쉬운데, 이 작품의 포커스는 분명 이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와 허블 망원경으로 인해 볼 수 있게 된 우주와 지구의 모습들에 대해 들려준다.






허블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나 이들이 우주로 나가 실제로 허블을 수리하는 과정 자체가 새롭다거나 긴장감을 주는 편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수리'라고 표현한 과정이 결코 쉽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가 그 어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정보 성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울 뿐). 그렇다면 약 44분의 러닝 타임으로 그리 길지 않은 이 다큐멘터리 작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역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모습과 허블 망원경의 웅장한 자태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맥스 촬영을 위해 370킬로그램이나 되는 무게의 아이맥스 3D 카메라를 약 8분 분량의 아이맥스 필름과 함께 우주선에 실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분량이 짧고 대부분이 지구를 뒤로 하고 허블을 수리하는 과정의 영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스케일이 주는 웅장함은 대단하다. 그리고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허블 망원경 보다 도 그 뒤에 펼쳐진 지구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허블이 찍은 우주의 이미지들을 3D로 재구성한 영상들이다. 부가영상을 통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지만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우주의 경이로운 모습을 관객들이 실제 우주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3D 영상과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단순히 허블이 찍은 이미지를 입체감만 주어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논리들을 꼼꼼히 분석하여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 과학적으로도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3D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은하계를 스치듯 지나치는 장면들이나 화면 가득 쏟아질 듯이 펼쳐지는 우주의 별들은 입체감을 느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소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SF영화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화려한 영상은 아니지만, 실제 우주가 주는 경이로움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이 다큐를 보기 전에는 당연히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전달하려는 것이 최우선인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은 허블 망원경의 놀라운 성능이라던가), 영화를 다 보고나니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우주 가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아니었나 싶다. 허블 망원경이 있어서 가능했던 우주의 모습들도 물론 경이롭지만, 역설적으로 수리를 위해 떠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의미를 발견했다고 할까. '허블'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감독이 말하고자 했고 보여주고 싶었던 건 결국 지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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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우주로 떠나기 전 우주 비행사들이 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 등 지구에서 이뤄진 장면들의 화질도 훌륭하고, 우주로 나가 아이맥스로 촬영한 허블의 수리 장면이야 말할 것도 없다. 빛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허블 망원경의 외부 재질은 블루레이의 화질을 통해 훨씬 더 선명하게 지구의 모습을 반사시키며, 깊은 블랙으로 인해 우주의 어둠은 더 깊게 지구의 푸른 색은 더 선명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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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의 사운드 역시 부족함이 없다. 아틀란티스 호가 발사할 때는 정말로 볼륨에 따라 방안이 그 특유의 끓어오르는 사운드로 인해 진동할 정도로 실감나는 발사 당시의 사운드를 전달한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사운드적인 체감을 할 만한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내레이션의 사운드와 극중 인물들의 대사를 각각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마도 내레이션과 구분을 하기 위함 인 듯 한데, 극 중 인물들이 모습이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삽입되었을 때는 음성이 센터가 아닌 서라운드 채널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 독특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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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으로는 'Inside IMAX Hubble 3D'를 먼저 만나볼 수 있는데,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아이맥스 3D로 구현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과정들과 관객들이 실제 우주를 보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우주의 영상을 구현하는 과정 등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데, 짧기는 하지만 디카프리오의 녹음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국내 개봉 시에는 안철수 교수의 내레이션 버전이 수록되었었는데 블루레이에서도 이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구수한 안철수 교수의 버전보다는 디카프리오의 설득력 있는 버전을 더 추천하고 싶다.






또 다른 부가영상으로는 'Webisodes' 라는 제목의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영화 속 임무를 수행했던 우주 비행사 마이클 매시미노의 안내를 통해 우주 비행사의 하는 일과 각종 기기들과 장비들의 사용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허블 3D'를 한 마디로 평하자면 44분이라는 러닝 타임 탓에 극장용 보다는 오히려 블루레이로서 더 큰 장점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특히 교육적인 내용과 우주의 신비로움 그리고 그 우주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들은 길지 않은 러닝 타임과 맞물려(개봉 당시와 마찬가지로 BD도 가격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른바 '접대용' 타이틀로서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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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2012)

전형적이어도 괜찮아



'코리아'는 1991년 제 41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최초로 단일 팀으로 출전해 최강의 상대였던 중국 팀을 꺾고 기적 같은 금메달을 거두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1991년 이면 겨우 초등학생 일 때였음에도 이 날의 기억은 제법 생생했다. 태극기나 인공기가 아닌 한반도 기를 들고 우리의 소원을 부르던 그 때의 기억은 어린 나이 임에도 무언가 찡한 것이 있었나 보다. 여튼 그 날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생각보다 큰 기대는 갖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남북이라는 관계와 단일팀이라는 특수상황 그리고 세계선수권 대회 등의 재료로 미뤄보아 너무나 방향이 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화의 감동이 워낙에 대단했기 때문에 아무리 극적 장치를 추가해 영화화를 한들 실화의 감동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예상은 대부분 들어 맞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통일 이라는 테마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살아가는 21세기 대한민국 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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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쉬운 점들 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영화가 흔히 범하는 실수인 완급조절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감정은 강요하고 (은은함과 우러나옴의 미덕이 아쉬운 부분이다) 극의 전개를 돕기보다는 집중력을 흐리는 조연과 부가 에피소드 들의 비중이 크고, 너무 극적 요소를 과장되게 표현한 점이 그것이다. 실제로 '코리아'는 앞서 이야기했던 재료들을 모두 비슷한 비중으로 담아내려 한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 아니었나 싶다. 남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차이에서 오는 긴장감을 배제할 수는 없었겠지만 역시나 이를 다루는 방식이 91년 당시의 것 같았고, 스포츠 영화로서 탁구 경기와 그 주변을 묘사하는 것 역시 어정쩡한 느낌이었다 (그 예로 마지막 시합의 경우 그 장면이 마지막 금메달을 결정하는 포인트 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던 것 처럼 - 다시 듀스가 되는 포인트인 줄로만 알았음). 특히 하지원을 비롯한 배우들이 촬영 후 인터뷰 등을 통해 역대 가장 힘든 촬영이었다고 얘기했던 것에 비하면 그 훈련의 효과가 스크린에서 100% 발휘될 만한 장면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스포츠 영화로서의 매력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놓쳐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하지원과 배두나를 비롯한 배우들이 실제 선수들처럼 훈련한 덕에, 실제 현정화 선수와 거의 일치하는 폼도 나왔고, 금메달을 따로 나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연기가 아닌 것만 같은 얼굴 표정이 나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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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전형적이고 완급조절에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코리아'가 괜찮게 느껴졌던 것은 원칙적인 방향성과 이 영화가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영향 때문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랬던 것처럼 '코리아'는 남북, 북남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딱딱한 이데올로기로 그리기 보다는, 마치 현정화와 리분희의 로맨스 영화 같은 방식으로 그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 남북이라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냥 서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두 주인공이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으로서 묘사한 것이, 배두나와 하지원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로 잘 표현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건이나 커다란 테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직접적으로 파고 드는 방식보다는 관객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은히 배치하고 나중에 극장을 나오면서야 '아, 이 영화가 사실 그것에 관한 영화였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5.18 광주를 다룬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임창정 주연의 '스카우트'인 것 처럼), '코리아'에도 역시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여기에 100% 집중하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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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리아'는 '1991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 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지난 기적같은 일을 통해 2012년의 한반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정화와 리분희의 관계를 마치 로맨스 영화인 것처럼 묘사한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극장 내 분위기를 보니 어린 나이의 관객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관객들도 1991년의 이 경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위기였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관객들이 배두나와 배우들이 연기한 북한 사람들을 북한 사람들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이전에 그냥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성격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고 본다.


'북한선수'가 아니라 리분희, 유순복 으로 느껴지도록 했기에 영화가 이데올로기에 관련한 텍스트를 들고 나왔을 때야 비로소 관객들은 '아, 그랬지' 하며 이 안타까운 상황을 좀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배우가 이데올로기에 대해 대화하는 그 장면은 직접적이어도 좋았다. 그리고 맨 마지막 둘이 헤어질 때 나눈 안타까운 인사말에서도 어쩔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뻔히 알고 뻔히 예상된 순간이었고 울겠지 라는 예상 역시도 했던 장면이었지만, 울어버린 것이 나쁘지 않았다. '코리아'가 2012년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통일과는 멀어져 버린 세대들에게 단순히 분단의 현실을 잠시나마 환기시켜주는 기능은 해주지 않았나 싶다.



1. 실제와 영화 속 줄거리와는 다른 부분이 많더군요. 혹시나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기억이 대부분 맞더라구요.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부분을 가공하였는데, 워낙에 실제가 드라마틱한 이야기라 그대로 갔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2. 배두나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원래도 팬이었지만 (참고로 제가 이 영화를 보기로 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그녀!) 더 반했어요!!!




3. 북한팀 감독으로 나오신 김응수 씨는 이 작품에서는 전혀 웃긴 인물이 아니었는데, 최근 본 '라디오스타'에서의 진진바리 춤 때문에 몰입이 잘 안되긔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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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 (The Grey, 2012)

생존을 고민하는 드라마



'A-특공대'에 이어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고 조 카나한이 연출을 맡은 영화 '더 그레이 (The Grey, 2012)'를 뒤늦게 보았다. 포스터나 국내 홍보 당시 풍기는 뉘앙스만 보면 마치 리암 니슨 형님이 '테이큰'에서 처럼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늑대들을 맨손으로 때려잡으실 것만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액션에 집중된 영화라기 보다는 외롭고 공포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에 관한 영화였다. 사고로 인해 불시착한 비행기, 인적이라곤 없고 구조대도 올리 없는 오지에 가까운 환경 그리고 생존자들 간의 갈등과 지독한 환경 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까지. '더 그레이'는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재난 영화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거기에 조금 다른 점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늑대로 인한 추가적인 공포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안에 담고 있는 진정성으로 인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으며, '생존'이라는 테마를 오락적으로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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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다른 생존을 다른 영화들과 조금 빗겨나 있어 좋았던 지점은, 어쩔 수 없이 닥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 만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생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닥친 상황은 분명 그냥 살아남기에도 벅찬 상황이 분명한데, 영화는 단순히 상황 상황을 챕터 별로 이겨내 결국 생존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 아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묻는다. 삶의 무게에 자살을 시도했던 주인공 '오트웨이 (리암 니슨)'이나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만이 남는 이와 반대로 어린 딸과 가족 등이 기다리는 돌아갈 곳이 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고립된 상황에 놓인 인간들과 이를 공격하는 늑대들과의 결투(?)를 다룬 일종의 괴수물이 아닐까 했는데, 전혀 다른 전개에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적절히 조절하는 조 카나한의 연출이 나쁘지 않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둘 모두 끝까지 달려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 버전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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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는 아버지 그리고 남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더 그레이'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를 '남자'의 것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그리워 하는 대상으로 여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를 부여하지 않고 그리움을 겪는 대상으로서의 남성에 오히려 더욱 집중하고 있다. 아내를 그리워하고, 어린 딸을 그리워하는 가정적인 남편, 아버지로서의 남자는 물론, 겉으론 터프해 보이려 하지만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면 외로움 밖에 남지 않은 존재로서의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영화는 늑대들을 멋지게 해치우거나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결과로서가 아니라 그 과정 속의 작은 이야기와 감정들을 통해 남성성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보니 곧 누가 한 명 더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서로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웃는 장면에서도 그럴싸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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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더 그레이'는 '테이큰' 같은 리암 니슨의 원맨 액션 쇼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극한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이 생존하고, 또 생존을 고민하는 과정의 깊이를 발견한다면 '테이큰' 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확실히 이 영화의 8할은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가 가진 포스에 있어요. 다른 배우에게 그냥 쓰는 수식어와는 달리, 리암 니슨에게는 진짜 포스가 있죠 ㅎㅎ


2. 미드 '퍼시픽'에 나왔던 제임스 뱃지 데일은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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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마블의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는 여러가지 의미로 꿈의 영화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정말 '살아있는'것만 같은 현실감으로 구현한 작품인 동시에, 그 영웅들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 등장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를 다른 어떤 마블의 작품들보다 기다렸고 기대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라면 바로 이 '여럿'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한 두 명의 주인공이 아닌 주조연급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영화들은 제법 있어왔지만, '어벤져스'가 그들과도 다른 지점에 놓이는 이유는 '여럿'에 포함된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캐릭터이자 작품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어벤져스'를 꿈의 영화로 칭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봤던 기대들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처럼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가 하나의 영화에서 한 팀이 되어 싸운다면 어떨까?'하는, 실현될 것 같지 않았던 기대를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과연 이 프로젝트가 끝내 완성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을 정도로) 결국 이뤄낸 작품이기에 영화적 완성도는 일단 재쳐두더라도 몹시 흥분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의 예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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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는 일종의 올스타전 이벤트와 같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은 정규시즌의 그것과는 다르다. 올스타전이란 말그대로 각 팀의 에이스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하나의 팀으로 뭉쳐 활약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조합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준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노이어가 찬 공을 메시가 받아서 드리블 하다가 호나우도에게 패스해, 힐 킥으로 호나우도가 반 페르시에게 넘겨주면 골로 연결시키는 장면. 농구를 예로 들자면 크리스 폴에게 볼을 넘겨 받은 케빈 듀란트가 수비수를 몰아놓고 돌파해 무인지경으로 있는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연결해 덩크로 마무리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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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벤져스'는 이렇게 축구나 농구를 예로 들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오히려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그 자체가 바로 최고의 올스타전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지상의 적들은 캡틴 아메리카와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가 맡고, 거대한 몸집의 적은 토르와 아이언 맨이 공동으로 대응하며, 헐크가 여기저기 출몰하여 적을 박살내 버리는 이 시퀀스는, 정말 '어벤져스'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서 말을 섞는 것도 두근대는데, 함께 공동작전을 펼치다니 이거야 말로 아드레날린을 들끓게 하는 설정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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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스타전이어서 감안해야 할 점도 있다. 스포츠의 경우가 그렇듯이 올스타전이란 확실히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규경기와는 차이가 있는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볼거리나 대표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승패가 달린 정규 시즌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긴박함은 후순위로 중요도가 구분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올스타전을 보러 온 관객들은 잔뜩 볼거리를 기대하고 왔는데, 마치 정규 시즌 경기와 같은 정색한(?) 경기를 보여주면 그것도 문제라는 얘기인데, '어벤져스'는 과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었을까가 사실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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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가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올스타전으로서 보여주어야 했던 볼거리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고, 전반적인 스토리 측면에서도 살짝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엄청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단 보여주기 측면에서는 조금은 덜 본격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키가 끌고 온 대규모의 군대도 솔직히 대규모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조금은 물량 측면에서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았고, 그 스케일 측면에서도 무지막지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즉, 어벤져스 정도가 모였으면 이들이 모여도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적을 기대했다는 얘기). 보여주기를 제외한 이야기 측면에서도 각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거의 없다시피 최소화 한 것은 좋았으나 (그렇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은 조금 답답했을지도), 짧은 시간 내에 어벤져스 간의 갈등과 쉴드를 중심으로 한 어벤져스 프로젝트, 그리고 지구를 공격하려는 로키의 이야기를 모두 진정성있게 담아내기에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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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조금의 아쉬움은 속편이 있다고 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즉, '어벤져스 2'가 나온다면 이 같은 평가는 충분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스포츠로 예를 들자면, 올스타전 전반전만 보고 올스타전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프타임에는 덩크 컨테스트도 있을 것이고, 후반 말미에 가서는 마치 정규 시즌 경기처럼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짜릿함도 전해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덜 본격적인 볼거리는 속편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즉, '어벤져스'에서는 이 히어로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만으로도 사실 90% 이상의 쾌감을 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처럼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나 갈등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더라도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마련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자면 '어벤져스'는 이미 '아이언맨 1,2'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소개했던 캐릭터들을 하나의 스크린으로 불러 모으는 것에 첫 번째 목적이 있으며, 이들이 진정한 '어벤져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 두 번째 목적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 무지막지한 적과 싸우는 본격적인 모습은 '어벤져스 2'를 위해 남겨두어야 했을 것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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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를 이루는 각 캐릭터들의 독립 작품은 각기 다른 감독처럼 그 분위기도 조금 다 달랐었는데, '어벤져스'는 평균적으로 상당히 유머러스해졌으며 무거움 보다는 간결함 쪽을 선택했다. 실제로 다양한 유머들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토니 스타크의 언변은 더 화려해졌으며 캡틴과 토르 역시 각자의 특성(구세대와 외계인)을 그대로 유머에 녹여내고 있고, 헐크 역시 이안의 '헐크'와는 물론 '인크레더블 헐크'보다도 훨씬 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었으나 본격적으로는 '어벤져스'에 와서야 모습을 드러 낸 블랙 위도우와 호크 아이의 경우 다른 캐릭터에 비해 조금은 부가설명 분량이 추가되기는 했으나 과한 정도는 아니라서 빠른 전개에 불편함이 없었으며, 워낙에 매력적인 두 배우 제레미 레너와 스칼렛 요한슨으로 인해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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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기다렸고, 앞으로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또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의 규모인 '어벤져스'는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을 한껏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주는 장점들을 모두 끌어 모아 하나로 액기스만 뽑아내는 동시에,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몇 년간 한 작품이 끝날 때 마다 엔딩 크래딧 이후 등장하는 짧은 쿠키 영상을 통해 맛만 보여준 쫄깃함을 또 겪을 생각을 하니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행복한(?) 두려움에 심장이 떨려온다.


1. 왕십리 IMAX 3D로 봤는데 확실히 사운드에 조금 답답함이 있었어요. 저 말고도 여러 분들이 느낀 걸로 봐서는 문제가 있긴 한듯.

2. 당연히(?) 쿠키 장면이 이번에도 있는데, 제가 기대했던 무지막지한 적에 대한 떡밥이 나옵니다.

3. 드디어 헐크의 비밀을 알려주더군요;; 전 그 대사가 왜 이렇게 심각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네요. 이 대사만 가지고도 글을 하나 쓸 수 있을듯;;;

4. 전 참고로 이들 히어로들 가운데 '토르'를 가장 좋아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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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고든 레빗의 50/50 DVD를 응원합니다


조셉 고든 레빗, 세스 로건 주연의 영화 '50/50'은 자칫 신파로만 흐를 수 있었던 시한부 주인공의 드라마를 덤덤하면서도 본질을 제대로 전달한 인상 깊은 영화였다. 



인상 깊게 본 작품들은 대부분 DVD나 블루레이를 구입하는 편인데, 확실히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부터는 한 단계 이전의 포맷인 DVD를 구입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든 것이 사실이다. 뭐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LP와 CD의 관계와는 달리 DVD와 Blu-ray 간에는 DVD로 볼 때의 특별한 애틋함이나 장점이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VHS에 대한 애틋함이라면 몰라도) 굳이 더 좋지 않은 화질과 사운드의 DVD를 구매하게 되는 일도 (동일한 작품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는 전제하에) DVD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일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에 시야에 들어 온, 정확히 얘기하자면 시야에 들어온 건 오래 됬는데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고 계속 아른거리는 DVD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50/50' 였다.




사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50/50의 국내 DVD 출시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달려들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블루레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내에 블루레이가 정식 출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DVD를 구매할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시에만 이벤트를 진행하던 대부분의 영화들과는 달리 DVD 발매와 관련 상품들 (팔찌, 컵, 포스터, 피규어 등)의 판매 및 홍보가 DVD출시 시점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일단 관심을 끌게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뭐, 팩샷이 깔끔하네~'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이후 공개된 DVD 패키지의 모습을 보니 과연 이 타이틀이 현재 국내 DVD시장에 적합한가 하는 좋은 의미의 부담스러움과 걱정마저 들며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단 현재 어려운 국내 DVD시장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50/50'같이 대중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작품이 아닌 영화에 DVD발매를 결정하는 것 자체도 결코 쉽지 않은데, 발매 여부를 뛰어 넘어서 이처럼 패키지에 많은 공을 들여 출시하는 것이나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라보레이션처럼 관련 상품을 만드는 데에 많은 아이디어와 리소스를 투자한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또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거나 DVD의 프리오더를 진행하는 것이 전문샾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사이트를 오픈하여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실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http://50-50shop.co.kr)


대한민국에서 DVD나 블루레이를 즐기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에 협소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논문을 써야할 정도;;) 이런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DVD 패키지를 보면 반가움과 동시에 사용자로서 걱정도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진다. '저렇게해도 DVD는 정말 적은 량이 팔릴 텐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말이다. 이런 걱정을 소비자가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어쨋든 이럴 수 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DVD에까지 꼼꼼한 신경을 쓰고 있는 수입사 프레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에잇, 50/50 DVD를 살 마음까지는 없었는데 사야겠다!!



1. 여담이지만 앞으로 프레인이(다른 분야에서) 잘 되서 DVD나 블루레이 쪽에서 이 정도의 풍족한 취미 생활을 계속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50/50 DVD 및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은 여기 http://50-50shop.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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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혁명 (辛亥革命 1911, 2011)

성룡의 100번째 영화



성룡 형님의 100번째 영화 '신해혁명'을 보았다. 일단 이 작품은 포스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개봉을 계속 기다려왔었는데 적어도 나는 극장에서 볼 수 없었다. 3월 15일 개봉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영화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배급사에서도 시사회도 못하고 개봉도 소규모로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봤는데, 결국 개봉을 하긴 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어쨋든 극장에서 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IPTV로 보게 된 '신해혁명'은 확실히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인 듯 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전반적인 내용도 그러하고 이 영화를 내놓은 중국의 현재 입장도 생각해봐야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해혁명'을 이야기할 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다시 말하면 제대로 역사와 배경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에서는 단순히 성룡의 100번째 영화라는 점에만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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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100번째 영화라는 문구로 '신해혁명'의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성룡 형님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도 두근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웃지 않고 삶의 고통과 번뇌가 담긴 어두운 표정이 담긴 포스터 역시 새로운 기대를 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그의 100번째 영화라는 타이틀만 보고 감상하기에는 많은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도 성룡이 연기한 '황싱' 보다는 조문선이 연기한 '쑨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캐릭터 중심이라기 보다는 신해혁명이라는 사건의 비중이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전개되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했던 성룡의 매력을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웃지 않는 성룡 영화에 대해서 다른 팬들보다는 관대(?)한 편인데, '신해혁명'은 웃지 않는 성룡 영화에 관대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지만 성룡의 드라마는 확실히 제한적이며, 그 제한적 상황에서의 성룡은 부족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냥 아래의 스틸컷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지만, '황싱' 역할을 유덕화가 맡았더라면 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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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신해혁명'은 정치적인 성향과 논란 여부를 제외하더라도 성룡의 100번째 영화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팬으로서 기대했던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 '쾌찬차' '용형호제' '폴리스스토리'같은 작품으로 100번째 작품을 멋지게 장식하는 것이었을 텐데, 처음 '신해혁명'의 포스터와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 '그래, 100번째 작품으로 이런 의미있는 작품도 나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성룡 형님의 다음 작품이자 '용형호제'의 속편 격으로 알려진 '십이생초 (十二生肖 CZ12, 2012)'의 개봉이 더욱 더 기다려진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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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고 설레었던 포스터가 바로 이 포스터. 보는 순간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글에 조차 이 포스터를 메인으로 쓰기는 어려웠을 정도로, 성룡 형님에게 포커스가 완전히 맞춰진 작품은 아니었네요 ㅠ


2. 정말로 영화에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으며, 성룡 형님의 액션 시퀀스는 보너스 수준으로 딱 한 장면 나옵니다.


3. 아, 그리고 물론 크래딧에 NG 장면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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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에드가 (J.Edgar, 2011)
역사를 관통한 한 남자의 소박한 이야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제이 에드가 (J. Edgar, 2011)'는 미국 FBI를 창설한 인물로 알려진 실존인물 J. 에드가 후버(John Edgar Hoover)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장이 연출하고 디카프리오와 나오미 왓츠, '소셜 네트워크'에서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아미 해머 등이 출연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극장 개봉조차 못하고 바로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불운을 겪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블루레이로 보게 된 'J.에드가'는 제이 에드가라는 실존 인물과 그가 관통하고 있던 미국 정치의 역사를 그리지만, 영화가 역사적으로 제이 에드가를 평가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평가의 기회를 돌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얼핏 관객에게 평가의 기회를 돌렸다는 얘기는 일반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이 작품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좀 더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인데, 보수 성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시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제이 에드가를 묘사하게 된 경우였기 때문이다. 사실 보는 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어떤 식으로 제이 에드가를 묘사하는지에 대해 촉각이 곤두설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는 관객에게 그 평가를 돌린 것처럼 제이 에드가를 어느 한 쪽에서 편향되어 묘사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중립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즉, 지금의 CSI로 흔히 불리우는 과학수사를 최초로 도입한 인물로서 그의 공적을 묘사하기는 하지만, 이 기술적인 사실을 단순히 공로로만 그리기 보다는 수 많은 시민들을 모두 데이터화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위험이나 공포에 대한 뉘앙스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담아내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제이 에드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역사가들 조차 그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할 정도로 홀로 권력과 정보를 쥐고 있었던 그를,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고 자신의 진심을 꺼내는 데에 서투르며 어머니의 품 속에서만 평온을 얻던 아주 여린 한 남자로 묘사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권력을 쥐고 행했던 일들에 대한 이유로서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좀 더 극적으로 묘사하려 했었다면 겉으로는 칼 같고 냉철한 FBI국장으로서의 면모 뒤에는 너무도 여린 한 남자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을 테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런 극적인 방식보다는 거의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미묘한 정도를 택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감정 표현에 더욱 집중하는 듯 하다.






이제 더 이상 디카프리오에게 연기 잘한다는 얘기는 무의미 하지만, 노년의 모습까지 연기하는 레오를 보니 다시 한 번 잭 니콜슨이 연상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을 연기할 때도 기본적으로 살을 찌우고, 기존에 보여주었던 스마트한 캐릭터들과는 완전한 차별을 두는 것은 물론, 노년의 에드가를 연기할 때는 완전한 노역 분장과 불룩 나온 배가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아미 해머가 연기를 잘 하기는 했지만 노역을 연기할 때는 분장과 배우 사이에 조금의 이질감이 느껴졌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디카프리오의 노역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에 미친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했던 '에비에이터 (The Aviator, 2004)'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재판 장면과 청문회 장면이 겹쳐지기도 하고), 분명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좋았다. 여러 거장들과 함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의 모습에, 그 다음, 또 다음 작품을 계속 기대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디카프리오는 올해 바즈 루어만과 재회한 '위대한 개츠비'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 '장고 언체인디드 (Django Unchained, 2012)'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타란티노와 디카프리오라니! 벌써 부터 기대된다!)


Blu-ray : Menu






Blu-ray : Quality


'제이 에드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고 있는 촬영 감독 톰 스턴과 미술감독 제임스 J. 무라카미의 합작품인데,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이스트우드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색감과 톤을 영상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에 채도는 떨어져 있으며 장면 자체도 어두운 장면들이 많아 화려하거나 칼 같은 화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화질을 보여준다. 물론 시종일관 일정하게 다운된 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들도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 작품들에서 보여준 영상이 명암을 깊게 가져가지만 암부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화질 측면에서 체감하기에는 심심한 영상일 수 있겠다.







사운드 역시 소소한 액션 장면들이 아주 잠깐 등장할 때는 나도 모르게 리모컨으로 손이 가 볼륨을 줄이게 될 정도로 임팩트가 있지만, 조용한 드라마의 특성상 블루레이 타이틀 만의 사운드를 쉽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화질이 그렇듯이 사운드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평가는 상대적인 체감에 대한 부분인데, 개별 퀄리티만 놓고 따져본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은 영화 음악은 물론 대사와 기타 사운드 전달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아미 해머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이 에드가' 블루레이 타이틀의 아쉬운 점은 너무 단촐한 부가영상이다. 'J. EDGAR:THE MOST POWERFUL MAN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약 18분 분량의 다큐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북미버전도 마찬가지다),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 이야기할 거리가 무궁무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더 많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터라 단촐한 부가영상의 구성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부가영상은 실존 인물인 제이 에드가 후퍼를 둘러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베일에 둘러 쌓여 있던 (지금도;) 인물이었기에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 보다는 추측이나 주변의 내용들을 정리해 주는 성격을 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촬영장의 뒷 이야기들도 이 못지 않게 궁금했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만나볼 수 없음이 두 사람 모두의 열혈 팬으로서 아쉬운 점이었다.





[총평]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합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이 에드가'는 그 기대치에 비하면 어쩌면 임팩트가 부족한 작품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에는 개봉조차 하지 못한 탓도 크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충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비에이터'에 이어 실존 인물의 (사실상) 원톱 영화를 다시 한 번 짊어지게 된 디카프리오의 성장한 모습과 최근 들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만큼이나 극장을 나와 문득 문득 곱씹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볼 수 있는 그리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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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보고서 (Doomsday Book, 2001)

대한민국 사회 풍자 3부작



김지운 감독과 임필성 감독이 함께 옴니버스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영화 팬으로서 당연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제목 역시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로봇이 등장하는 포스터와 더불어 이 두 감독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이나 기대도 되었다. 개인적으로 제목과 포스터 등에서 미뤄 짐작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인류멸망'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맞게 굉장히 어두운 스릴러나 드라마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머의 비중이 상당히 큰 풍자 성격이 짙은 작품이었다. 특히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천상의 피조물'을 제외한 임필성 감독의 나머지 두 편 '멋진 신세계'와 '해피 버스데이'는 풍자 성격이 아주 강한 작품이라 조금 의외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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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는 제목에서 부터 이미 풍자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는데, 좀비물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강도 높은 풍자와 조롱을, 공포 섞인 분위기로 그리고 있다. '멋진 신세계'는 개인적으로 풍자와 공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택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게임 '데드 라이징'처럼 좀 더 좀비물의 특성을 극대화했다면 오히려 좀 더 효과적인 풍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머의 강도나 풍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이 조금 직접적이다보니 오히려, 이 풍자물과 좀비물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아 보였다. 사실 메시지로만 보자면 세 개의 작품 가운데 가장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실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전개라), 그 섬뜩함을 좀비물이라는 영화적 특성과 더불어 더 가혹하게 그렸다면 (유머를 조금 덜하고), 영화를 보는 이들이 '그래, 우리도 저 좀비들과 다를게 뭔가' 하는 섬뜩한 풍자와 공포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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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은 로봇의 자각이라는 SF의 흔한 설정을 좀 더 구체화하고 확대하여, 로봇이 '열반(Nirvana)'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미래 사회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이런 소재는 이미 여러번 있어 왔기 때문에 신선함을 갖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짧은 러닝 타임 동안 비교적 효과적으로 그 분위기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된다. 김지운 감독의 작품답게 메탈릭한 로봇의 디자인과 나무로 이뤄진 절 내의 디자인이 절묘한 미장센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미래 사회를 표현한 심플한 디자인들도 과하지 않아 효과적이었다. 사실 '천상의 피조물'의 이야기는 장편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단편으로 만든 것이 장편에서 범할 수 있는 위험들을 잘 빗겨간 선택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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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작품인 '해피 버스데이'는 상당히 모험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인류멸망보고서'가 전체적으로 조금 모호해 진데에는 '해피 버스데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노골적인 풍자와 과감한 메시지 전달 방법은 조금 당황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볼 수록 참 과감했다는 생각이 남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이야기가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여러번 생각해보았었는데, 그 아이디어를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영화화로 옮긴 감독의 과감한 모험은 대단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여기에도 풍자를 생각한 나머지, 좀 과하다 싶게 적용된 웃음 코드와 포인트가 전반적으로 애매해지는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즉,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들 처럼 대놓고 낄낄 거리며 웃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디스트릭트 9'처럼 실감나지도 않는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정말 다시 생각해도 과감한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과감하다는 것은 유치한 것을 거대하게 포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굉장히 노골적인 풍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인데, 이 메시지를 더 많은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좀 더 웃음의 강도를 조절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 아무래도 제작비 문제로 처음 기획했던 대로 완성되지 못한 것이 더 완벽한 구조를 갖추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네요.


2. 임필성 감독의 신작을 어서 극장에서 보고 싶습니다!


3. 봉준호 감독이 감독 출신으로서는 까메오 연기에 수준이 매번 가장 높은 것 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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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쉽 (Battleship, 2012)

존 카터 해군에 가다



(위의 글 제목은 어린 시절 보았던 '어니스트' 시리즈에서 영향 받았음을 알립니다) 피터 버그 감독의 신작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볼까말까 늦게까지 고민이 되었던 영화였다. '배틀쉽' 같은 영화를 보러 가는 심정은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데, 무언가 극장을 나오며 깊은 여운이나 메시지를 안고 나오기 보다는, 그저 러닝 타임동안 다른 생각 안하고 영화 속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른바 킬링타임 영화에 대한 기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이런 킬링타임 영화로서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줄지가 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킬링타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 '배틀쉽' 역시 이 조건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괜찮았다'라는 표현보다 '나쁘지 않았다'가 어울리겠다). 그리고 최근 본 영화 '존 카터'의 주인공을 맡았던 테일러 키취의 출연으로 인해, 쌩뚱 맞게도 '존 카터'와 연결지어 가볍게 생각해보게도 되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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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쨋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미해군은 멋진 작전을 펼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위치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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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는데, 존경과 감동이 생기기 보다는 너무 폼잡고 요소요소에 서계신 모습들 때문에 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배틀쉽'을 보러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뭔지 모를 외계인과 그들의 무기에 엄청난 스케일과 화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저 해안에 착륙해서 물 위를 통통 튀어 이동하며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는데, 그 미사일도 너무 인간의 것 같았고 화력도 외계인의 것 치고는 그다지 놀랄 것이 없는 수준이라, 바로 이 부분을 (무지막지 하다 싶을 화력과 스케일을) 기대하고 보았던 입장에서는 심심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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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새로울 것이 없고 기대했던 부분도 좀 심심하던 차에, 주인공을 맡은 테일러 키취가 전작인 '존 카터'와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한 틀에 박힌 캐릭터를 보여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존 카터'의 연장선으로 느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린 시절 시리즈로 나오던 '어니스트' 시리즈처럼, 전작이 '존 카터 화성에 가다' 였다면 이번에는 '존 카터 해군에 가다' 정도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테일러 키취의 차기작까지 이 시리즈의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재미는 있겠지만, 테일러 키취에게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닐 듯 하다.



1.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쿠키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요.

2. 보통 같으면 미셸 로드리게즈가 연기했을 캐릭터를 리한나가 연기했더군요. 리한나는 더 많은 매력이 있는 인물인데(물론 배우로서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매력을 선보일 시간이 전혀 없더군요.

3. 리암 니슨 나온다고 해서 기대하신 분들 계시면 큰일 납니다. 제 글에도 그의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거의....

4. 아사노 타다노부는 드라마 연기에 더 깊은 인상을 주던 배우였는데 헐리웃에 가서는 주로 액션에만 출연하는군요. 아시아 배우의 한계인가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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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Titanic, IMAX 3D, 2012)

3D로 다시 본 타이타닉 그리고 1998년의 추억



최근 아이맥스 3D로 재개봉한 제임스 카메론의 대표작 '타이타닉 (Titanic, 2012)'를 보았다. 최근 본 영화 '건축학개론'도 그랬지만 이 영화 '타이타닉'은 나로 하여금 90년대를 다시금 추억하게 만들었는데, 한 편으론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났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은 사실 지금처럼 영화를 열심히 보지는 않던 어린 시절에 본 영화라 복잡한 의미나 생각보다는, 훨씬 간결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었는데 3D나 아이맥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추억 속의 대작을 극장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타이타닉'은 이미 DVD를 통해 여러 차례 보았을 정도로 익숙한 영화였으나, 또 다시 빠져들도록 만드는 매력을 여전히 갖고 있는 작품이었으며, 10년이 넘는 세월이 만들어낸 또 다른 감정과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는 두근대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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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봐도, 탄성이 마음 속으로가 아니라 입밖으로 터져나올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디카프리오의 저 미모!!)


이번에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대화면으로 다시 보며 새삼 느낀 바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이고 위대한 부분은 타이타닉 호의 엄청난 스케일이나 재난을 현실적으로 그린 부분이 아니라, 주인공 '잭 도슨'이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사랑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잭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잭이 로즈를 구해준 댓가로 부자들이 참석하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고 시계 아래 계단에서 로즈를 기다리던 그 때. 계단 위 로즈를 발견하고 지긋이 위로 로즈를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마스크는 모든 관객을 로즈와 같은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즉, 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극중 '잭'에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허름한 주인공이 그럴싸한 옷으로 치장하고 나타나는 수 많은 장면들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는 '타이타닉'의 이 장면을 가장 최고로 꼽고 싶다. 그리고 이번 재관람에서도 역시 (뻔히 다 알면서!!) 바로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또 한 번 탄성을 내뱉을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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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998년 개봉 당시 극장 내에서는 디카프리오가 처음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 여기저기서 '우아~'하는 소리가 객석에서 터져나왔으며, 위에서 언급한 바로 저 장면에서 역시 정말 날개를 단 디카프리오를 보고는 '멋있다~' '하트 뿅뿅'의 탄성들이 터져나왔다. 물론 이 장면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는 했지만, 바로 이 순간 관객들은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잭'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되어 이후 잭이 겪게 되는 러브 스토리와 대재난의 과정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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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이리와서 3D 체험 한 번 해볼래요?)


3D 아이맥스로 본 소감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3D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들에 비해서 입체 효과가 두드러지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으나 억지스러운 효과 (일부러 입체 효과를 내려고 굳이 만들어낸 장면들 같은)는 찾아볼 수 없었다. 3D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나 화끈한 입체효과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으로는 1997년 작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수준의 적절한 효과였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타이타닉'의 가장 대표 명장면 중 하나인 두 주인공의 '두 팔벌려 타이타닉 자세(?)' 장면인데, 이 장면을 3D로 보고 있노라니 제임스 카메론이 이 장면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3D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 다름이 아니라 잭은 로즈에게 눈을 감으라고 하고는 로즈를 위에 올라가도록 하고는 눈 앞에 펼쳐진 대양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체험을 시켜주는데, 이것이 바로 3D입체 체험이 아니었나 싶다 ㅋ (로즈도 '날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체험 소감을 밝히지 않았는가!). 워낙에 이런 기술 쪽에 관심이 많은 제임스 카메론이다보니 이렇게까지 연결지어 생각되는게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3D도 좋지만 아이맥스라는 포맷이 '타이타닉'을 즐기는데에 좀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워낙에 스케일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인지 아이맥스라는 포맷을 만나니 확실히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여러 번이나 보았던 장면임에도 '와~'하는 탄성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이맥스라는 대화면의 영향이 컸다.




(1998년 당시 서울극장에서 본 '타이타닉' 영화 입장권. 잘 보관한 탓에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타이타닉'을 처음 극장에서 본 건 1998년이었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 여름 방학 기간 중이 아니었나 싶은데,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종로의 서울 극장에 가서 긴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지금처럼 멀티 플렉스도 없고(혹은 많지 않고) 영화를 보려면 거의 무조건 종로(서울극장, 스카라, 대한극장, 피카디리)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개봉관 하면 제일 먼저 서울극장을 떠올리곤 했던 때라 '타이타닉' 역시 이 곳에서 보게 되었다. 얼핏 기억으로는 당시 '타이타닉'부터 극장 요금 상승을 적응하는가 마는가를 가지고 애국심까지 들먹일 정도의 티켓 가격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어쨋든 그 만큼 화제작이었고, 음...화제작이었다.


당시 반 친구들과 '타이타닉'을 보고 나와서 한 참 동안이나 여운에 빠져 살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은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세뇌되다시피 했었으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인상은 남자인 나로서도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남겼으니 여자 아이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말 다했다. 당시에는 워낙에 레오의 팬덤이 대단했고 아이돌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무거운 케이트 윈슬렛 때문에 우리 오빠가 그리 되었다 ㅠ'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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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다시 보게 되는 영화는 아예 다른 포인트로 감상을 하게 되거나, 놓쳤던 장면들을 새롭게 만나는 재미가 주를 이루게 되는데, '타이타닉'의 경우 10년 넘는 세월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 중간에 DVD로 본 걸 감안하면 5년 정도?)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처음 보는 것과 동일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다 아는 내용은 물론 장면 하나하나도 다 기억할 만큼 익숙한 작품임에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푹 빠져서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이야 말로 '타이타닉'이라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아... 오늘은 하루 종일 타이타닉 OST를 들으며 대양의 심장이 어디쯤 있을까 모험을 계획해 봐야겠다.



1. 예전 극장 자막까지는 기억이 100% 안나지만, DVD로 봤을 때의 자막과는 아이맥스 번역이 조금 달라졌더군요. 침몰 직전까지 연주하던 악사들의 마지막 대사는 '오늘 밤 자네들과 연주하게 되어 영광이었네'라는 번역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늘 밤 자네들과의 연주 즐거웠네'로 번역되었고, 마지막 빌 팩스톤의 대사에서도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잊었다'라는 식의 대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었는데, 이번 아이맥스에서는 없더군요. 몇 군데 비슷한 사례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2. 예전엔 몰랐었는데 극중 로즈를 수발들던 여 하인이 나중에 침몰 될 때 추락해 죽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3. 회사에 아직 '타이타닉'을 제대로 안 본 분이 있더군요!! 어찌나 부럽던지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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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켓을 조금 더 소중하게! CGV 포토티켓


예전에 '티켓 모으는 자들의 비애'라는 글까지 썼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영화 티켓은 물론이고 공연, 스포츠 경기, 여행 티켓 들까지 가능한한 안놓치고 소중히 간직하려는 성향의 남자다 (여기서 왜 남자가?? ㅋ). 왜 모으고, 왜 소중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자주 얘기했던 것 같으니 오늘은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최근 이런 나에게 발견된 한 가지 아이템(혹은 시스템)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CGV에서 새롭게 선보인 포토티켓 이라는 시스템인데,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 꾸민 별도의 이미지 티켓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사실 예전에도 CGV에는 비슷한 서비스를 잠시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이를 반기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애를 썼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서비스가 종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운영에 관한 이야기는 글의 말미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일단 이 포토티켓 서비스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포토티켓 발권이 가능한 무인발권기에서 미리 만든 포토티켓을 선택하면 발권이 가능하다. 참고로 1장 이상을 예매했을 경우 각각 다른 이미지로 꾸미는 것도 가능. 위 사진 속 '휴고'처럼 2장을 각각 다르게 꾸미는 것이 가능)


CGV 홈페이지에서 직접 포토티켓을 꾸미는 장면은 미처 캡쳐를 하지 못했는데, 인터넷으로 예매를 한 뒤 예매내역에서 정보를 확인해보면 '포토티켓 꾸미기'라는 메뉴를 확인할 수 있고 여기를 클릭하면 포토티켓을 꾸밀 수 있는 일종의 편집기 창이 떠서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티켓을 꾸밀 수 있다. 사실 편집기에 다양한 기능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심플하게 영화 관련 포스터나 스틸컷들을 불러와서 크기나 위치 조정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서 여러 기능들을 다 활용해보지는 못했다. 어쨋든 그렇게 CGV 홈페이지의 예매내역 확인을 통해 포토티켓을 꾸미고 저장하고 나서, 영화관을 찾아 무인발권기를 통해 (포토티켓 발권을 지원하는 기계여야만 한다) 포토티켓 발권을 선택하여 발권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발권한 첫 번째 포토티켓은 '휴고 (3D)'. 처음 테스트 겸으로 해본 것이라 이미지 사이즈 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인지 출력되어 나온 티켓의 화질이 많이 떨어졌다. 실제로 포토티켓 발권 서비스 자체의 화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최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고화질의 사진으로 꾸미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티켓에는 기본적으로 티켓에 표기되어야 하는 영화 제목, 좌석 등의 내용과 함께 포토티켓에 대한 간단한 소개 문구 그리고 우측 하단에 바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그렇게 1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좀 더 고화질 이미지로 꾸며본 두 번째 포토티켓은 '타이탄의 분노 (아이맥스 3D)'. 글에 첨부한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지만 확실히 작은 사이즈와 화질의 사진을 선택했던 '휴고'의 경우보다는 좀 더 만족스러운 화질로 출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CGV 포토티켓 서비스는 4월 5일까지만 이벤트 기간으로 무료로 제공하며 그 이후부터는 유료로 전환될 예정인데, 유료 전환과는 상관없이, 일단 이번에는 조금 이 서비스가 오래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전 포토티켓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는 기본 티켓으로도 어느 정도 티켓이 지녀야할 기본적 욕구는 충족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프리미엄 서비스였지만, 이미 대부분의 영화 티켓이 영수증으로 변해버린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나처럼 영화 티켓을 모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장 가능한 티켓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영수증 말고는 포토티켓이 거의 유일하다 싶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극장 운영의 어려움과 수익성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티켓의 경우 거의 90% 이상의 관객들이 티켓에 별다른 애착을 갖고 있지 않아 영수증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별난 소수를 위해 (수익성이 없는) 서비스를 일부러 운영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바램으로 남는 것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천 원 정도 더 내는 것이라면 영수증 보다는 포토티켓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으니, 이렇게 프리미엄 서비스라도 제발 오랫동안 지속해 주기를 바래본다.


1. 사실 요 근래 바쁜 것도 있고 영수증으로 전락한 CGV 영화 티켓과 그저 광고메시지를 담아내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롯데시네마 티켓 등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상상마당이나 메가박스는 그래도 아직 만족하는 편이에요) 티켓 수집에 대한 열의가 많이 식었었는데, 포토티켓으로 다시 불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타이탄의 분노 (Wrath of the Titans, 2012)
그리고 신들의 허약



루이스 리터리어가 연출한 1편 '타이탄 (Clash of the Titans, 2010)'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커다란 기대보다는 오락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동안 실컷 즐길 수 있는 것에만 기대치를 두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었다. 이런 동일한 기대치를 가지고 속편인 '타이탄의 분노'를 보게 되었는데 (요새는 정말 예매할 때 손이 떨리는 가격의 아이맥스 3D로!)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높지 않은 기대치 덕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자면 아쉬운 점이 막 터져나오는 그런 영화였다. 이런 영화를 곱씹어 보려는 시도 자체가 좀 불필요에 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그냥 즐기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이다 보니), 이 시리즈는 팬들의 호기심과 기대를 자극하는 워낙에 좋은 이야기의 소스를 갖고 있기에, 불필요함을 알면서도 문득문득 불끈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점들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1편보다도 이야기의 전개가 더 가볍게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각 인물들의 동기 부여 측면에 있어서 '왜?'라는 부분이 많이 생략되어 있으며, 액션의 측면에 있어서도 구성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특히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크로노스 와의 전투 장면은 영화 내내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 허무하게 느껴질 수준이었는데, 그 스케일을 보여준 것은 좋았으나 딱 '보여준' 것 뿐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들의 활용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편에 비해서는 오히려 캐릭터의 숫자가 줄었다고 할 수 있음에도 역시나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너무 가볍게 처리된 부분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래도 그 캐릭터들 가운데는 리암 니슨이나 랄프 파인즈 같은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타이탄의 분노'의 액션은 굉장히 핸드헬드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3D 아이맥스라는 체험 조건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과한 감이 있는 활용이었다. 현실감을 주려고 사용했을 텐데 현실감보다는 전개를 따라가기 불편할 정도의 과한 흔들림(의미없는 흔들림)이라 오히려 액션 시퀀스를 즐기는데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극장에서 100분간 즐기기에는 크게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다만 신들의 조금만 더 강하고 위엄있게 그려졌더라면 하는 개인적 아쉬움은 남았다. 누가봐도 이 영화의 부제가 '타이탄 : 신들의 허약'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1.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의 관계 설정은 영 아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그 장면은 완전한 미스. 뭐 이름대로(안드로메다) 전개된 것인지도 모르죠 ㅋ

2. 차라리 1편의 퀘스트 형식 전개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2편은 동기부여 측면이 너무 간과되다보니 전체적으로 힘을 잃을 수 밖에는 없었죠;

3.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아이맥스로 본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어벤져스'의 예고편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예고편을 볼 때 그 두근거리던 심장이란 ㅠㅠ 예고편이 끝나는데 정말 온몸에 소름이 ㅠ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극장에서 그것도 아이맥스로 보는 경험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ㅠ '어벤져스' 예고편 역시 새롭게 느껴질 정도!!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편의 예고편을 아이맥스로 (어벤져스는 아이맥스 3D) 본 것 만으로도 본전 생각을 안하게 되는 '타이탄의 분노' 관람이었습니다 ㅎ

4. 극장에서 보고나서는 '나름 재밌었다!' 였는데 아무래도 글로 쓰는 작업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보니 아쉬운 얘기가 많아졌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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