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All rights reserved



더 킹 (The King, 2016)

거짓된 우상의 가짜 충고에 대해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 (The King, 2016)'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으며 그 가운데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고 또 서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흔히 말하는 상위 1%의 권력. 이미 우리가 다른 여타의 한국 영화들을 통해 봐왔던 검사가 중심에 선 이야기가 '더 킹'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된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의 시놉시스와 예고편을 보았을 땐, 그 어떤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상상을 뛰어넘는 현재의 국정농단 시국 탓에 '대한민국에서 과연 누가 왕이냐?' '왕이 한 번 되어보자!'라는 식의 이 영화가 과연 현실의 판타스틱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의 시국 상황이 '더 킹'이 늘어놓으려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를 너무 시시하게 만들어 버리진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며 한층 성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차분한 자세로 영화 곳곳을 느껴볼 수 있었다. 아마 다른 때 같았으면 '저건 좀 심한데'라던지 '저건 너무 극적이다'라고 했을지도 모를 장면들이 '그럴 수도 있겠네'정도로 받아들여진 건 극적인 재미 요소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일지 모르나,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는 더 깊이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 NEW. All rights reserved



일단 영화 자체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대한민국의 최근 역사를 직접적인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역사의 이면을 진지하게 들춰 내려는 시도보다는, 좀 더 가볍고 친절한 방식을 통해 이야기하듯 소개하고 있다. 조인성이 연기한 박태수라는 캐릭터의 내레이션을 통해 영화는 아주 상세하고 설명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좀 더 대중적인 측면은 있지만 확실히 관객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정작 영화의 마지막은 아주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는 방식인 것에 반해 실제로는 다른 영화들보다도 더 가능성은 덜한, 일방적 서사에 가까운 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15세 관람가'라는 등급에 대해 조금 갸우뚱하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폭력이나 노출 수위를 떠나 영화가 선택한 친절한 소개 방식은 확실히 15세 관람가에 더 적합한 편이긴 하다. 


대한민국 사회를 배경으로 검사와 조폭이 등장하며 개천에 용 나는 서사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이 영화는 모두 갖고 있는데, 만약 이 영화에게 그럼에도 검사와 조폭이 나오는 아주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당연히 실망하겠지만, 이미 그런 기대감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제법 괜찮은 점들이 있었다. 즉, 커다란 줄기의 서사에는 유사한 구성의 영화들과 다를 것이 없지만, 그 전개 과정에 있어서 이 영화가 선택한 유쾌한 요소나 자조적인 풍자는 확실히 대중적인 측면에서 (15세 관람가라는 이유와 더불어) 장점이 될 만한 것으로 느껴졌다. 


앞서 서두에 현재의 국정농단 사태가 오히려 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에 득이 된 점들도 있다고 말했었는데, 이를 테면 박태수나 권력 최상위에 있는 한강식(정우성)으로 대표되는 검사와 권력자들이 유흥을 즐기는 장면들에서의 낯설 정도의 유치함과 가벼움이 그렇다. 보통 같았으면 이러한 유치한 그들의 행동이 영화마저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단점으로 지적되었을 텐데, 최근의 사건을 겪으며 알게 된 실제 권력자들의 민낯과 수준 낮음의 경험이 영화 속 권력자들의 유치함을 '그럴 수도 있겠네'라며 바라보게 만들었달까. 겨우 저런 놈들 한테 지배당하고 있는 현실의 대한 씁쓸한 자조가 드는 장면들이었다.



ⓒ NEW. All rights reserved



내가 이 영화에서 발견한 부분은 오히려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자주 겪게 되는, 그러니까 실제 하는 어떤 문제에 대한 부분이었다. '더 킹'은 주인공 박태수의 삶을 통해 그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기 시작했는지를 아주 직접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해 나가는데, 이는 영화의 말미에 박태수의 삶을 '만약... 그랬다면..'하는 식의 되짚는 방식으로 또 한 번 그가 뒤틀리기 시작한 순간을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은 다소 친절하고 여지가 많지 않은 서사라 아쉬운 점도 있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는 더 선명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메시지 말이다.


사실 직장 생활을 비롯해 사회에 나와 이런저런 인간관계들을 겪고 조직이나 사회 속에서 성장해 나가고 또 성공하려면 반드시 부딪히게 되는 순간들은, 이 영화 속 박태수가 맞닥 들였던 그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검사라는 직업 혹은 위치가 더 표면적인 욕망의 끝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누구나 더 큰 사회에 나와 어떤 지점에 이르게 되면 자신의 소신과 현실이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만나게 되는 존재가 바로 이른바 선배 혹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들은 사회에서 지탄받는 이들도 아니고 더 나아가 영화 속 한강식 같은 이처럼 교활하고 악한 이도 아니다. 오히려 현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 센스 있고 지혜롭고 능력 있는 이들로 평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바로 그 현실과 소신이 맞닥들인 그 순간에 '현실은 달라, 적당히 봐가면서 하는 게 잘하는 거야'라며 충고를 건넨다. 그리고 그 충고는 실제로 현실에서 제법 도움이 되는 충고가 되기도 한다.



ⓒ NEW.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된 우상의 가짜 충고에 가깝다. 이미 많은 타협을 통해 스스로가 세뇌되고 무뎌져 버린 이들이 다음 사람에게 전하는 더 빨리 타협하고 순응하는 노하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 영화 속 한강식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박태수에게 전하는 충고가 바로 이것과 같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바를 진짜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을 (어쩌면 유일한 방법)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런 결정과 선택들이 어떤 것들을 포기하고 또 앗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대부분 이러한 얘기들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더 킹'의 박태수는 이러한 거짓 우상의 가짜 충고를 통째로 흡수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지경까지 몰아넣는다. 만약 이 영화가 더 현실적이고 공포스럽고 또는 장르적인 냄새를 풍겼더라면 아마 박태수를 그대로 놔두는 채 영화를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더 큰 메시지로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대중적인 방식을 택한 이 영화는 박태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제공하기로 한다. 그것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사실 이 영화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박태수가 한 번의 기회를 더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아주 직접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반대로 많은 부분에서 판타지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데, 어쩌면 박태수에게 가능했던 그 한 번 더의 기회야 말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영화 속 박태수가 처음 가짜 충고를 듣던 그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1. 류준열의 연기가 인상적인 가운데 김소진 배우가 연기한 안희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사투리를 다른 의도로 활용하지 않고 자연스러움과 아우라를 동시에 보여준 캐릭터. 가장 눈에 띄는 역할과 배우였음.


2. 이 영화가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활용하는 방식도 좋았어요. 캐릭터가 아닌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로 관객을 최대한 현혹시키고 또 반대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게는 한 없이 가벼움을 줘서 그 이중성을 관객들이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방식.


3. 그리고 전반적으로 한 세대 어린 배우들로 세대교체된 듯한 느낌도 좋았어요. 류준열을 비롯해 박정민, 정은채, 고아성까지.


4. 솔직히 약관의 나이로 검사가 되어 권력의 끝까지 승승장구하는 한강식이라는 인물을 보며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현실의 그분도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NEW 에 있습니다.



쌍화점 (2008)
사랑과 질투와 분노의 끝까지 치닫는 치정극

유하 감독의 신작 <쌍화점>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상당히 걱정과 우려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일단 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한
전문가들의 평도 좋지 않았고, 개봉 뒤 만난 일반 관객들의 평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지 않다기 보다는 '최악'이라는
얘기까지 들려올 정도였는데, 원래 이런 타인의 평에 좌지우지 되는 편은 아니지만 어쨋든 본래 보다는 훨씬 낮춰진 기대치를
가지고 극장을 찾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아, 개인적으로도 이런 평들에 앞서 분명 <쌍화점>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는
작품이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인상깊게 보아왔던 이로서 유하 감독의 신작임에도,
이 영화가 사극이라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었다. 단순히 사극을 단 한번도 연출해보지 않은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작가로서 유하 감독의 이야기가 시대극과 어울릴 만한가를 생각해 본다면, 잘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하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장점들은 현대극에서, 현대를 사는 인간들의 군상을 표현해 내는 것에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는데, 고려 시대에 왕과 왕비, 호위무사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라는 점은 고개를 갸우뚱 하기에 충분했다.

결론적으로는 많은 대중들이 실망한 것처럼 아쉬운 부분도 많았으나, 이야기 자체를 놓고 봤을 때 이 치정극을 연출해내는
유하 감독의 재주는 여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보여지는 것 보다 더 큰 외면을 받는 이유는 첫 째, 홍보 측면에서
치정극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서사블록버스터로 포장된 점일 것이며, 두 번째는 <미인도>와 맞물려
'누가 누가 더 야한가'에만 집중된 시선일 것이고, 세 번째는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인 듯 하다.




일단 역사에 조금만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인물이 공민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민왕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동성애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쌍화점>에서는 분명 '공민왕'이 아니라
그냥 '왕'이라고만 칭하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픽션에 범위가 (완전한 픽션에 측면에서 봤을 때)크지 않지만
영화 시작 전에 '이 영화는 실화에 근거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없다면 실제 역사와 비교하여 외곡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거
자체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고려 시대를 분명히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쨋든 픽션이라는 얘기다.
주진모가 연기한 '왕',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켰던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그리고 원나라에서
왕에게 시집온 왕후(송지효), 이렇게 3명의 인물이 벌이는 치정극이 이 영화에 주된 구조라 할 수 있겠다.

치정극이라 불리는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유하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관계의 끝까지 가보자'라는
감독의 의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후반 부에 가면 '이쯤이면 끝나겠지'하는 지점이 적어도 두 번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느낀 이유가 극이 늘어지고 지루해져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이 정도에서 복수던 헤피엔딩이던
마무리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쌍화점>은 끝까지 가보자는 의지가 반영되어서인지 일반적인 지점에서 몇 번이고 더
나아간다. 그야말로 '치정극'인 셈이다. 자고로 치정극이라 하면 사랑으로 인해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을 얼마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텐데, 유하 감독의 <쌍화점>
연출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내면에 감정선은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두 얼굴의 캐릭터들, 속마음을 감춘채 겉으로는 다른 말을 해야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사실 배우들은 말을 할 때보다 말을 하지 않을 때 더더욱 연기를 해야하는 영화라 하겠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감정선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동성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크게 좌지우지 되고 있다. 물론 이에 앞서 어색한 문어체 대사 표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음을 동의한다.
특히나 조인성은 일단 연기 여부를 떠나서 사극에서 통용되는 어투와는 이질감 있는 외모를 갖고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그의 어색한 발음 연기와 더불어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지 못하도록 만든 계기가 된 듯하다. 이런 면에 있어서 이미 <주몽>으로
사극을 경험했던 송지효의 연기는 만족스러웠다 하겠고, 주진모의 경우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영화란 한 번 유치하거나 우습게 느껴지면 다시금 중심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장르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두 현대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한복입고 어색한 문어체 대사를 할 때 '푸훗'하고 웃어버린 관객들은,
이어 벌어지는 동성애 코드가 더해지면서 이 이야기에서 점차 멀어질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관람할 때 관객들이 영화에서 멀어짐을 느꼈던 지점은 여러 번 지적했던 것처럼 조인성과 주진모의
배드씬이 등장했을 때 부터였다. 한 침대에 옷을 벗고 나란히 누워 있는 것 만으로도 관객들이 수근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분명 이들이 연기를 어색하게 해서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물론 이후에 장면들에서 이 둘의 동성애
연기가 어색한 부분은 분명 있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별로 특히 동성애 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왜냐하면 '동성애'자체가 중심이 된 영화들은 동성애자들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현실 과의 힘겨운 싸움이 주가 되기
마련인데, <쌍화점>의 경우는 동성애라서 그렇다기보다는 일반적 삼각관계가 조금 더 확장된 경우라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후 부터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궁 밖에는 나가본 적도 없고 오직 궁 안에서 왕과의 관계만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홍림에게는, 왕 외에 다른 인물과의
사랑이 가능한 세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일단 홍림이 왕과의 관계 외에 새로운 관계에 눈 뜨게 되는
계기가 다른 사람이 아닌 왕을 위해서 혹은 왕이 주선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왕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자 가장
믿을 만한 신하였던 홍림에게, 후사를 위해 왕비와의 잠자리를 명하게 되는데, 이를 문 밖에서 바라보는 왕의 질투가 홍림이
아닌 왕비에게 쏠려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왕이 사랑하는 사람은 홍림이기 때문에 홍림이 왕비와 관계를 갖는 것을
참을 수 없고, 더나아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분노가 이는 것이다. 하지만 왕은 이런 고통을 잘 컨트롤
해낸다. 세 번째인가 관계를 맺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해 이들을 엿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참아낸다.

이걸로 끝났다면 그냥 좀 독특한 취향을 가졌던 왕의 이야기로 끝났을 수도 있지만, 왕이 주선했던 이 관계를 통해 홍림이
새로운 세상에 눈 뜨면서 이야기는 점차 발전한다. 물론 홍림이 눈뜬 것은 동성간의 관계 밖에는 몰랐던 그가 이성과의
관계에 눈 뜬 것이기도 하지만,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왕 밖에는 몰랐던(혹은 모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놓여있던) 그가
왕 외에 다른 인물과의 깊은 관계를 처음 경험하면서 얻게 된 일종의 호기심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처음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왕 외에 다른 인물과(그것이 동성이던 이성이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에 심한 불편을 느끼던 홍림이,
관계를 거듭할 수록 이 새로운 관계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그리는 과정에서, 좀 더 욕정적인 측면에 큰 비중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중에도 이 '욕정'이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하는데, 과연 홍림이 이성과의 욕정에만 사로잡혀
이 같은 치정극에 주인공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유하 감독은 본래 부터 그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잘 표현을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정 위주의 동기만을 너무 강조한 듯 하다. 그런데 본래 치정극이란 욕정이 동기나
소스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를 최종 결정하고 움직이는 주된 요소는 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이를 움직이는 것은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질투와 집착, 애증 등이 주된 요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홍림과 왕비는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마치 둘 모두 욕정에만 잠식당한 듯 마치 자랑하듯 다양한 체위에만 몰두하는 듯 보인다.

이들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이부분이었다. <미인도>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이 영화와
비교되곤 하는 <색, 계>의 경우는 분명 그 중심이 '욕정'에 있었다. '愛'가 아닌 '色'이 제목에 등장했던 것처럼 반역자를
처단하려는 애국심마저 잠식시켜버렸던 '욕정'이 분명하게 중심이 된 영화가 <색, 계>였다면, <쌍화점>은 '욕정'보다는
'애정'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라고 봐야하는데, 이슈에 민감했던 탓인지, 아니면 방향 설정을 잘못한 것인지,
옷을 입고 있을 때 말 없이 표현해 내는 인물 간의 감정들은 참 좋았지만, 옷을 벗고 있을 때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어디선가 <쌍화점>의 리뷰 제목으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주진모(그가 맡은 캐릭터)다' 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어찌보면 세 명의 인물 가운데 가장 애처롭고 불쌍한 이도 왕이며, 굳이 결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과정 속에서 가장 상처 받는 이도 바로 왕이었기 때문이다. 왕비가 아이를 회임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왕비마저
입지가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는 따로 있음에도 왕비에게 중전에 예우를 다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홍림을
던지면서까지 관계를 맺게 하였고, 이후에 홍림과 왕비가 눈이 맞아 자신을 번번히 속이고 관계를 맺어온 것을 눈치 챘음에도
용서하려 했고, 계속 그러 한 뒤에도 목숨만은 살려주는 아량을 배풀었으며, 왕비를 죽였다고 까지 속여 홍림을 궁으로 오게
만듬으로서 홍림과의 오해를 마지막에라도 풀고 싶어했던 그였다. 더군다나 그 와중에 원나라에 속국으로 전락한 나라의
억울함도 보살펴야 함은 동시에 자신을 왕위에서 끌어 내리려는 대신들의 음모에도 맞서 싸워야 했으니 여간 피곤할 일이
많은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그리고 따지고보면 왕은 모든 것을 자신을 희생하면서 배려했음에도 결국 모든 파국을
자신의 몸으로 몸소 흡수해야 했던 안타까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다.




왕의 이런 안쓰러움은 마지막에 가서 더욱 더 골이 깊어진다.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복선들이 있는데 영화 초반 궁녀와 눈이
맞아 도망치던 '건룡위'의 한 인물을 용서해준 일을 두고, 왕은 홍림에게 너도 나와 함께 궁밖으로 도망칠 만한 용기가
있느냐고 묻는다. 이는 후반 부 왕비와 홍림이 궁밖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왕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왕과 홍림의
좋은 한 때에 왕이 그린 그림을 보고 홍림은 '저도 이왕이면 활을 쏘고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결국 마지막에 왕은 이 그림을 홍림이 원하는대로 새로 그렸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중요한 건 홍림은 끝내 알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것이다. 왕과 홍림의 마지막 듀얼 씬 가운데 두 사람의 칼에 의해 이 그림은 반으로 잘려지는데,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확실히 홍림이 그림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완성된 것을 모르고 죽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왕비가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살아있다는 것은 보여주는데, 왕비를 죽였다고 생각하여 왕에 대한 분노가 끝까지
치밀었던 홍림은 왕비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동안 오해했던 것을 뉘우치며(사실 왕비를 죽이지 않았다고 봤을때
홍림이 왕에게 잘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원망하거나 분노할만한 구실은 없었다), 죽기 바로 직전에 마지막 남은 힘을
써서 고개를 왕 쪽으로 애써 돌려놓아 그를 바라보며 목숨을 거두게 된다. 이는 너무 진부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론 관객들을 속이기 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더 나았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동성애라는 표면적 영상에 적응하지 못해 작품에 공감하지 못했던 관객들을 아쉽다고 했던 나로서도,
왕이 직접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극한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초반 왕비가 노래하는 장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기는 했으나 심하지는 않았었는데, 후반 연회 장면에서 왕이 직접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그간 주진모가 보여주었던
대사 톤과는 너무 판이하게 다른 공기의 보컬이 등장해, 립싱크를 넘어서서 기존 분위기와 전혀 섞이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 듯 했다. 더군다나 가사 자체가 '쌍화점에 쌍화사러 갔다가' 뭐 이런식이라 공감하기 쉽지 않은 가사들인데,
분위기마저 이를 돕고 있어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주진모는 역시 말하지 않을 때 감정을 표현하는 면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된다. 조인성과의 배드씬 촬영을
앞두고 한달 만 연기해 달라고 했을 정도로 쉽지 않았던 촬영이었을텐데, 홍림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해내야 하는 왕의 감정선을 비교적 잘 연기한 듯 싶었다. 조인성의 경우 일단 사극의 연기톤과 분위기와는 끝내 완벽히
섞이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다. 그 역시 감정을 억누르는 장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으나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썩 만족스럽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송지효의 경우 자신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도록 연출된 듯 했는데, 대사 전달 측면에서는
세 배우 중 가장 나았다고 생각되며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고 얘기하고도 싶다.

<쌍화점>에는 몇몇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데, 일단 초반 연회에서 자객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액션씬 연출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칼로 베어졌을 때 피가 튀는 것이 너무 인위적으로 표현되었으며, 나중 듀얼 장면에서도 두드러지듯
와이어 사용이 너무 티가 나는 액션이었다. 일부에서는 액션 영화로 알려졌던 만큼(?) 배드씬과 더불어 액션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많았을법 한데,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액션연출이었던 것 같다. 유하 감독은 주먹 싸움 연출에
훨씬 재능이 있다고 봐야겠다.


<쌍화점>은 조인성이라는 스타의 출연과 조인성과 주진모의 파격 동성애 장면, 그리고 송지효라는 여배우의 노출로 화제가
된 작품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보다는 인물들의 내적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려고 애쓴, 고려발 치정극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현대를 배경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유하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인물간의 갈등 구조가 끝까지 가는 치정극의 효과는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나, 사극이라는 불편한 옷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은
느껴졌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오퍼스 픽쳐스에 있습니다.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말죽거리 잔혹사>를 마친 유하 감독은 이 작품이 학교라는 정형화된 틀 안에서 주입식으로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강압적인 폭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군사정권 아래 암울한 시기에 무방비 상태에 청소년들에게 가해진 폭력, 직접적으로 가해진 폭력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된 간접적 폭력 등 인성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에 폭력성을 주입하는 사회와 시스템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한 남자아이가 어떻게 폭력성이 생겨나고 키워가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며 유하 감독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얘기하면서 폭력에 관한 3부작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작품 <비열한 거리>는 바로 그 두 번째 격인 작품이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폭력성에 시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비열한 거리>는 전작에서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폭력성을 키워온 한 고등학생이, 성인이 되어 이 폭력성을 소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배경도 고등학교에서 사회로, 즉 조직폭력배로 스케일이 커졌다. 흔히 말하는 조폭영화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조폭 코미디물과 조폭 영웅물이 있다. 조폭 코미디란 이미 한국 영화계에서 수없이 복제되었기 때문에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 조폭 영웅물이란 쉽게 말해 한 때 전설이었던 주인공이 시간이 흘러 손을 때고 지내려는데, 예전에 원수들이 여자 친구 혹은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다시 폭력을 쓰게 되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장렬히 전사하게 되는,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미화하고 멋지다고 생각되게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열한 거리>는 얼핏 보았을 때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프로듀서가 ‘이 영화를 보고 정말 조폭이 되지 말아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라는 말처럼 이 영화는 절대 조폭을 미화시킨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조인성이 멋있어서 그랬다면 할 말 없겠다만).


 
폭력성과 더불어 유하 감독이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집단성’ 혹은 ‘조폭성’이다. 감독은 왜 폭력성과 집단성이 항상 함께 하는지(조직폭력배 라는 말자체가 집단성과 폭력성에 합성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에 관한 이유를 ‘성공’이라는 보편적인 것에서 찾고 있다. 특히 <비열한 거리>에서는 주인공 병두 외에도 이 같은 사례를 보여주는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폭력을 일삼고 있는 조직폭력배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영화 성공을 위해 친구의 비밀을 영화화하는 감독 민호(남궁민 분)나 역시 자신의 사업을 위해 폭력배들을 이용하는 황 회장(천호진 분)이나,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이 그려지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천태만상들은 여전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그 힘을 갖기 위해 갖은 자는 더 많은 나쁜 일들을 정당화하며, 이 힘의 논리에 피해 받아 죽어간 자들 역시 복수를 하기 위해, 역시 그들과 같은 방법을 쓰게 되며 결국 잘못된 연결고리가 계속되는 쓸쓸한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준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폭력사용이 나쁘다 라는 표면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계속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연결고리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그래도 어느 정도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슬픈’ 영화였다면, <비열한 거리>는 그 희망마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씁쓸’한 영화이다. 'One Summer Night'은 애절했지만, 'Old & Wise'는 씁쓸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비열한 거리>는 폭력이 중심이 된 영화인만큼 액션에도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진흙탕에서 벌어졌던 ‘인천터널’액션 장면은,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힘들었다, 죽을 각오를 하고 찍었다는 말들을 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다(봉고차에서 내리기까지만 3일을 촬영, 총 7일간 이 장면만을 촬영했다고 한다). 스텝들도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액션 씬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일념 하에 좀 더 리얼하고, 차 유리도 효과를 위해 실제 유리를 깨트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완성도 높은 장면을 완성해 냈다. 그리고 스스로 국내최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서점액션’씬 에서도 장소에 특성에 맞는 동선과 액션으로 리얼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실제 오락실을 빌려 촬영했던 ‘오락실 액션’과 봉고차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 등 모든 액션 씬들이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기보다는 더 현실적인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 고심했던 장면들로 결과적으로는 스텝들과 관객들 모두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병두 역할은 본래 조인성 같은 꽃미남 스타일이 아닌 좀 더 거칠고 말 없는 스타일이 될 예정이었으나, 조인성이 맡게 되면서 본래 시나리오와는 조금 다른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진구가 맡은 역할도 본래는 좀 더 익살스러운 캐릭터였으나, 진구가 캐스팅되면서 충복의 이미지로 변화되었고, 남궁민이 맡은 민호 역시 본래 시나리오와는 조금 다르게 변화되었다고 한다(처음에는 병두가 아닌 민호가 주인공이었으나, 영화적으로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이 많아 병두를 주인공으로 수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인성에 연기에 관한 얘기들은 아직도 분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비열한 거리>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액션이면 액션, 감정이면 감정, 모두 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처음 조인성이 조폭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앞서 언급했던 조폭이 미화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이 전에 드라마에서 보았던 귀여운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이 외에 여러 배우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배우들은 윤제문과 천호진인데, 이 두 배우는 이 영화에서 꼭 필요한 무게와 중심을 잡아주는 탄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특히 라스트 씬에서 ‘이야기는 이야기로 끝나야지’하는 천호진의 대사와 곧 이어지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Old & Wise'는 정말 그가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했을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다.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근작답게 우수한 수준이다. CJ에서 출시했던 한국영화 타이틀들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비열한 거리>역시 외곽선이나 명암비가 뚜렷한 선명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액션씬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데, 쇠파이프, 야구 방망이등 수많은 연장(?)들을 사용한 액션 소음들과 사시미 특유의 섬뜩한 소리도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채널 분리도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며, 노래방 씬에서의 공간감도 수준급이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유하 감독과 김선중 PD의 음성해설, 그리고 조인성, 이보영, 진구가 참여한 음성해설 등 총 2가지 트랙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영화와 주제에 관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원한 다면 첫 번째 트랙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장의 에피소드나 장면 당시의 일들을 전해듣고 싶다면 두 번째 트랙을 추천한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메이킹 다큐멘터리 격인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에서는 전체적으로 영화를 기획했던 단계에서부터 촬영장 에피소드 등을 감독과 스텝,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비열한 거리의 군상들’에서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폭력성과 조폭성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가 인터뷰로 수록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비열한 거리>는 상당히 액션 장면에 심혈을 기울인 장면인데, 서플먼트에서 이 노력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다. ‘인천터널 액션’ ‘오락실 액션’ ‘고수부지 액션’등 각각 액션을 파트별로 나누어 촬영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아마도 이 서플을 감상한 뒤 각 액션 장면의 본편을 다시 감상한다면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장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6.11.22
글 / 아시타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