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35년 미래의 인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99%가 멸망하고 소수의 생존자들은 지상에서의 생활을 포기한 채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게 된다.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제임스 콜(James Cole: 브루스 윌리스 분)은 자원 임무를 띠고 지상으로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자와 여러 동물들이 배회하는 것을 보며 '12 몽키즈'란 단체의 마크를 보게 된다. 탐사업무를 끝내고 돌아온 제임스에게 일련의 과학자들은 그에게 인류의 지상회복을 도와준다면 완전 사면을 해주겠다고 제의한다. 결국 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1996년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어떤 착오로 인해 1990년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경찰을 부상을 입히는 등 말썽을 피워 정신 병원에 수감된다. 그는 곧 인류가 바이러스에 의해 멸망할 것이라고 설득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담당의사인 캐서린 레일리(Dr. Kathryn Railly: 매들린 스토우 분) 박사는 그를 치료하면서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제임스와 같은 병동에 수감되어 있는 제프리 고인즈(Jeffrey Goines: 브래드 피트 분)라는 사람은 부친이 대단히 유명한 바이러스 연구학자로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큰 소리 친다.



TV를 통해 인간들의 폭력을 본 제임스는 혼잣말로 인류가 멸망을 자초한 것이라고 말하자 제프리는 그에 동조하며 인류는 바이러스 같은 것으로 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임스는 제프리의 도움으로 탈주하지만 다시 붙잡혀 감옥에 수감 도중 미래로 돌아간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자료를 통해 제프리가 12 몽키즈라는 단체의 주요 인물임을 알아내어 제임스는 다시 1996년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실수로 1910년대의 프랑스 전쟁터로 떨어져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의 순간 그는 다시 1996년으로 보내지고 6년 만에 레일리 박사를 만나게 된다. 제임스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던 그녀에게 1914년 전쟁터에서 자신이 위기에 순간에 찍혔던 사진으로 진실에 대한 확신을 주지만 레일리 박사의 납치 사건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제임스가 미래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제프리 일당이 한 일은 동물원에 갇혀있던 동물들을 풀어놓는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진짜 범인은 제임스가 어려서부터 꿈에서 보아왔던 제프리 부친의 조수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공항을 탈출하려던 그를 막으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 브래드 피트, 매들린 스트로우, 모두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된다. 그간 [다이하드]시리즈의 존 맥클래인 형사로 더 잘 알려졌던 브루스 윌리스는, 이 영화에서는 복잡한 심리 묘사와 상극의 표정연기로서 한 단계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하지만 감독인 테리 길리엄은 다이하드에서의 브루스를 보고 자신의 영화의 주인공으로 어울리겠다고 여기고 캐스팅 했다고 한다). 특히 6년 만에 다시 돌아와 레일리 박사의 차를 납치하였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즐거워하던 그 표정이란, 브루스 윌리스 영화사상 최고의 표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스트 모히칸]에 출연했던 매들린 스트로우도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과거에서 제임스를 믿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비극적인 운명에 함께 하게 되는 역할을 맡았다. [12 몽키즈]에서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일단 튄다. 그는 미치광이 정신병자이자 혁명가이기 까지 한 제프리 고인즈 역할을 맡았는데, 이전까지 폼나고 뻔지르르한 역할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멍청한 표정과 심하게 집중하는 손짓, 몸짓의 연기는 그해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하였다. 브래드 피트는 제프리 고인즈 역할을 위해 실제로 정신병원에서 몇 주 간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대한 생각할 거리를 한 번 더 던져놓고 있다. ‘What a Wonderful World’가 슬프게 들리지 않을 때야말로, 우린 정말 잘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관점은 대부분의 이런 종류의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다른 SF 장르의 영화에서는 대부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미래에서 그 일이 일어나기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커다란 재앙을 직접 차단하여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일단 [12 몽키즈]에서는 주인공을 과거로 보내기는 하지만, 그는 자료 수집이 주 목적이고, 바이러스를 퍼트린 당사자를 찾아내어 과거를 사는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단서를 재공하려는 것이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나왔던 비극적인 공항에서의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비극적으로 그려지면서, 결코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빗대어 얘기하고 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과거를 변화시키면 미래에 사진이 변하는 등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영화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첫 장면에 배치하고, 과거와 미래의 시간관념 속에 영화의 마지막 그대로 펼쳐짐을 보여줌으로써, 어쩌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었다는 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알리고 시작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죽어가는 제임스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어린 소년은, 어린 제임스 자신이었으며, 그는 결국에 미래에 가서는 다시 과거로 돌아와 또 그러한 결과를 맺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저 매일 마시고 공유하고 있는 공기. 오염된 미래에서 온 제임스에게는 맑은 공기만큼 기쁘고 즐거운 일은 없었으리라. 또한 라디오를 신기해하며 흐르는 음악에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감상에 졌던 제임스. 제임스를 이해하려고 했던 레일리 박사조차도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흐르는 음악은 영화의 주제와 생각과도 깊게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12 몽키즈]의 엔딩 음악도 그러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엔딩에 배치하면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하며 감사의 마음을 되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극 중의 ’12 몽키즈‘란 비밀 조직은 바이러스를 퍼트린 이들이 아니었으며, 그저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실험에 항거하는 단체였음을 보여주면서, 역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한 번 더 던져놓고 있다. ‘What a Wonderful World’가 슬프게 들리지 않을 때야말로, 우린 정말 잘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3.05.09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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