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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

페이즈 3의 본격적인 시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의 세 번째 페이즈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 영화와 새로운 확장 세계관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가 본격적인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역할을 싱크로율이 상당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언가 MCU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도 연기파 배우들이 많지만, 대표작 '셜록'을 비롯해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합류는 기존의 성격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이들 이야기했던 것처럼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치 '아이언맨' 1편과 유사한 느낌이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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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와 구성은 몹시 전형적이다. 안하무인으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실력파 의사인 스트레인지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해 두 손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찾아간 네팔의 어떤 곳에서 에이션트 원이라는 존재를 만나 새로운 세계의 능력을 배워, 거대한 음모와 맞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신체의 장애 (혹은 상실)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를 떠올리고, 사건을 계기로 숨겨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은 '배트맨 비긴즈'를 비롯한 많은 히어로물을 연상케 한다. 


또한 이들이 펼치는 마법 가운데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순간은 마치 '인셉션'의 유명한 꿈속 설계 장면의 총정리 버전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후 벌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에 관한 설정 등도 아주 익숙한 전개를 따른다. 솔직히 액션 장면들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인셉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영상이 볼거리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것 만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조금 부족할 듯하다. 결국 이 전형적인 새로운 영웅의 탄생 담에 키 포인트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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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약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이유들처럼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줄거리와 구성이기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것들로 둘러 쌓여 있음에도 이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하나하나를 새삼스레 공감하며 즐길 수 있게 된다.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와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만남이 기존 MCU에는 없었던 매력과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다른 히어로들과의 능력치 밸런스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마법을 선보이는 능력과 의사라는 본래 직업에서 오는 특별한 성격 그리고 능력을 얻게 된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이전의 상처 (손의 문제)에 관한 메시지 그리고 멋진 수염과 기럭지 그리고 망토에서 오는 중후함과 아우라는, 몇몇 등장 씬에서 아이언맨 버금가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같은 이유로 이전에는 MCU의 캐릭터 가운데 토르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앞으로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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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캐릭터의 매력 만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다. 전형적인 히어로물 1편의 성격을 가진 영화라 다소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을 캐릭터와 배우를 믿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영화라 하겠다. 아, 물론 이런 자신감은 이미 세계관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것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1편을 만들 때부터 사실상 속편 이후를 계획할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도 이러한 자신감의 이유일 것이다.


어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이언맨, 토르, 캡틴 등의 히어로들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고 싶다. 그가 MCU의 다른 캐릭터들과 어떠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가가 페이즈 3의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캐릭터는 확실히 배우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좀 허술하게 묘사된 부분이 많았죠.

2. 그 밖에도 개연성 측면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점들이 종종 있어요. 

3. 이 영화를 현실 세계 중심으로 보자면 (극 중) 레이첼 맥아담스의 이상한 하루 정도로 부를 수 있겠네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크게 놀라지 않고 빠르게 적응하는 그녀ㅋ

4.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토르와 스트레인지 모두 빨간 망토(?)를 ㅎㅎ 

5. 총 2가지 쿠키 영상이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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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시저! (Hail, Caesar!, 2016)

영화를 만드는 일에 대한 믿음



올해 최고 대작 ‘헤일, 시저!’ 촬영 도중 무비 스타 ‘베어드 휘트록’이 납치되고 정체불명의 ‘미래’로부터 협박 메시지가 도착한다. ‘헤일, 시저!’의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비.상.상.황! 영화사 캐피틀 픽쳐스의 대표이자 어떤 사건사고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해결사 ‘에디 매닉스’는 할리우드 베테랑들과 함께 일촉즉발 스캔들을 해결할 개봉사수작전을 계획하는데... (출처 : 다음영화)


모든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 만드는 일에 대한)영화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코엔 형제의 신작 '헤일, 시저! (Hail, Caesar!, 2016)'는 1950년대 헐리우드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영화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가끔 당시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들의 뒷 이야기들을 전해 듣게 되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그야말로 대단한 에피소드들이어서 제작과정 그 자체로 전설이라 부를 만한 작품들을 여럿 만나게 되는데, '헤일, 시저!'는 그런 헐리우드 비즈니스의 복잡하고 거대한 뒷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배경으로 아주 본질적인 영화 제작이라는 일.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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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납치 되고, 새롭게 선택한 다른 작품의 남자 배우는 드라마 연기가 처음이라 연기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며,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신작 영화에 주연 배우 (납치된 그 배우)에 대한 스캔들을 기사화 하겠다는 기자들을 상대해야 하며, 그 와중에 잘 나가는 방위 산업체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까지 받게 되는 이는, 이 영화사의 대표인 에디 매닉스 (조쉬 브롤린)다. 그는 해결사라는 별명 답게 이 동시다발적으로 사건들이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빠르게 일을 처리해 나가려고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번에 벌어진 사건들을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그를 흔들리게 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이직의 유혹이다. 영화 속 상황으로 미뤄보자면 당장에라도 이 현장을 떠나 더 좋은 조건. 야근도 없고 돈도 더 많이 버는 방위 산업체로 이직하는 편을 관객으로서 응원하고 싶을 정도다. 코엔 형제는 매닉스가 겪게 되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지만 사실 정색하고 다시 보자면 이 상황은,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고픈 위급 상황이다. 


그런데 코엔 형제는 매닉스가 처한 상황, 그러니까 영화가 제작되는 스튜디오와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가운데, 그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 제작 과정의 매력을 슬쩍 담아 낸다. 매닉스가 이런 저런 다른 이유로 영화 세트장을 찾을 때 단순히 세트장으로서 현장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참이나 그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가, 순간 그 영화 속 영화의 관객이 되도록 한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영화 만드는 일 (이를 테면 편집과정)을 묘사할 때 그냥 웃고 넘길 만한 에피소드처럼 스윽 지나가지만, 은연 중에 영화 만드는 일의 놀라움과 대단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은 결국 매닉스의 마지막 선택으로 확고한 종지부를 찍는다. 코엔 형제는 아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왜 영화 만드는 일이 의미 있는가'를 말하는 것 대신, 어쩌면 무조건 적이고 신앙에 가까운 믿음으로 그 정당성을 말하고자 한다. 코엔 형제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헤일, 시저!'의 순수한 믿음은 지금의 영화 산업과 영화라는 존재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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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라는 예술 혹은 산업을 더 좋아하도록 만든 그 자체의 영화였다. 귀엽고 유쾌한 가운데.


1. 여러 화려한 출연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호비 도일 역할을 맡은 엘든 이렌리치 였어요 ㅎㅎ

2. 나중에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영화 속 영화들이 조금씩이라도 수록되면 정말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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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낭만적인 스토리텔링



웨스 앤더슨의 작품은 모두 다 좋아하지만 (특히 최근작들) 글로 쓰려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역시 마찬가지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은 이유는, 생각하고 토론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가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가는, 즐기는 형태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세계관 만큼이나 확고하고 뚜렷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데, 그의 인물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옷을 입고 있는 모습만 봐도 웨스 앤더슨 세상 속 인물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고, 말을 해도 물론 마찬가지다. 이번 신작 역시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를 살짝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무엇보다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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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어떤 이야기인가가 중요하기 보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한 작품이다.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이야기는 간혹 역사의 어두운 면을 다루기도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은 일에도 한참을 할애하기도 하는데, 무엇이 더 중요하다거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애정을 담아 보내는 한 편의 그림 엽서처럼 느껴진다 (그림 엽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ㅎ). 그렇기 때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 같이 괴팍하거나 이상한 것처럼 겉으론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보일 뿐이지 모두들 본인들에게 충실하고 맡은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은 각각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얼마나 아름다울 정도로 귀여운지를 자신 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통해 최대한 펼쳐놓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다양한 색감은 물론,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 변하는 화면비를 통해 각각 이야기마다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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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덜한 편이었는데 (그 좋아하는 '문라이즈 킹덤'도 의외로 자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덜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런 면에서 여운과 낭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마치 채플린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극 중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구스타브 라는 캐릭터는 묘하게 애잔함과 낭만, 애틋함 마저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이 전체적인 이야기가 그렇게 느껴진 것도 이야기의 주인공인 구스타브 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라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부분인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구스타브의 그 모습과 미소가 계속 잔상이 남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이 영화를 기억하고 아마도 추억하게 될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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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타셈 싱의 '더 폴 (The Fall, 2006)'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과장되고 특별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한 듯 했지만, 왠일인지 영화를 다 보고나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낭만적인 영화. 웨스 앤더슨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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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 2013)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헌사



짐 자무쉬의 신작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그의 이전 작품들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그보다는 좀 더 영상미와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뱀파이어라는 영화의 소재 역시 그 아름다움과 영속성을 다루기 위해 선택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며, 두 주인공 아담과 이브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톤의 캐스팅 역시 아름다움 측면에서 완벽한 앙상블이었다. 황량한 디트로이트와 이국적인 모로코의 밤 풍경, 그리고 음악과 문학 예술의 역사들은 곧 아름다움의 표현과 헌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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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뱀파이어를 다루는 방식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고, 유머에 더 가까웠다. 즉, 영원한 삶을 저주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거의 없고, 정반대로 현대 사회 속에서 뱀파이어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생각보다는 진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가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는 건, 수 백년을 살아온 존재로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예술, 문화, 과학 등의 인물들에 대한 '포레스트 검프' 식의 유머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과거의 것들에 대한 찬사 정도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짐 자무쉬는 최근의 문화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동일한 선상에서 언급을 한다. 비교적 그 가운데 오래된 이들이라면 모타운 레코드에 대한 것일테고, 가장 최근이라면 잭 화이트에 대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잭 화이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라며 디트로이트의 어느 집을 소개할 땐, 짐 자무쉬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입장을 들려주고자 하는 지를 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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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확실히 이미지로 각인되는 영화다.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어떤 메시지나 여운은 부족하지만, 어느 한 장면, 어떤 순간은 영화 보다 더 깊게 각인된다. 짐 자무쉬가 보여주고자 하는 아름다움은 영화 내내 충분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움 이상을 갖고 있는 두 배우와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점으로 보았을 땐, 좀 더 끝까지 가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 작품이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제목처럼 '살아남는다'는 것과 '사랑'의 연관 성을 좀 더 파고 들거나, 반대로 아름다움의 영속성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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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사운드트랙을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해외에서도 OST자체가 발매되지 않은 것 같군요.


2. 수록곡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이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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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봉준호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설국열차 (Snowpiercer)'의 새로운 캐릭터별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캐릭터 스틸은 예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았던 여권에 포함된 컷들인데, 이렇게 웹상으로도 함께 공개가 되었네요.


저도 신청했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중 ㅠㅠ

저도 얼른 여권이랑 티켓 수령하고 공식카페에도 가입하고 싶어요!

주변을 확인해본 결과 받으신 분들과 못 받으신 분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걸 보니, 양이 많아 순차적으로 발송이되고  있는 듯 합니다.


아... 스틸컷 들을 보니 영화가 어떨지 더욱 더 기대되네요!












이런 캐스팅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더 나아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려운 일인 것 같 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실감할 수 있을 듯.



얼른 도착해라! 설국열차 탑승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2008)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번 애프터 리딩>은 어지간한 영화 팬이라면 도저히 관심이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라인업으로 먼저 눈길을 끄는 영화이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호흡을 맞추었고 아카데미까지 수상했었던 틸다 스윈튼과 조지 클루니가 다시 한번 함께 출연하고 있고,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존 말코비치, 그리고 미드 <식스 핏 언더>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리차드 젠킨스, 여기에 아마도 '오션스..'시리즈를 통한 조지 클루니와의 커넥션으로 함께 한 듯 싶은 브래드 피트까지. 그야말로 오랜만에 보는 초호화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연출을 맡은 코엔 형제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무시무시한 자신들의 연출력을 새삼스레 만인하게 공표했던 그들이 이런 호화 캐스팅을 데리고 코믹 스릴러 물을 촬영했다는 소식에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어쩌다보니 마치 만우절 낚시글 마냥 부제목을 지어버린 꼴이 되버렸지만, 사실 저 만한 부제목도 없을 듯 하다.

'아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이후부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살짝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선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아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는 영화의 맨 마지막 대사이기도 한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코엔 형제는 이 대사 한마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는 영화를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맨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시원하게 넣기 위해서 10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알차게 만들 수 있을까 하며 머리를 맞대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사실 맨 첫 시퀀스부터 속으로 웃음을 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예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정통 스릴러라기 보다는 '코믹'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는데, 위성에서 잡은 듯한 시점에서 CIA본부 건물로 시선이 잠입하여 복도를 걷는 발 밑 시점으로 옮겨가는 카메라 워킹은, 이런 '요원'이 등장하는 전형적 스릴러 물에 대한 조롱과 더불어 풍자가 담긴 오프닝 시퀀스로서, 이 영화가 기존 것들에 대한 풍자의 메시지를 들려줄 것이라는 것을 바로 짐작할 수 있는 재기넘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코미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요소는 다름 아닌 영화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번 애프터 리딩>의 영화음악은 굉장히 장황하고 장르적이다. 장르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스릴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 그러니까 서스펜스를 고조시키기 위해 삽입된 음악들 - 코드의 음악들을 이 영화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 관객이 이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굉장히 장황하고 오버스럽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가 '코믹'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긴 했지만, 만약 몰랐다 하더라도 영화 음악을 통해 눈치챌 수 있었을 듯 싶다. 그래서 음악을 맡은 카터 버웰의 전작들은 어떤 것이 있었나 살펴보았더니, 이분 완전히 코엔 형제와 콤비가 아닌가. 가장 최근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물론이고, <레이디 킬러>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파고> <밀러스 크로싱> 등 까지 거의 모든 작품의 영화음악을 도맡았던 음악감독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 외에도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칼리포니아>를 비롯해 <컨스피러시>, 무려 <벨벳 골드마인>,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그리고 최근작 <킬러들의 도시>까지. 왜 그 동안 카터 버웰이라는 이름을 몰랐었는지가 의아해질 정도의 필모그래피였다. 앞으로는 스탭롤을 볼 때 카터 버웰 이라는 이름을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다(늦었지만 ^^;).




'거대한 농담'이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단순히 '농담'을 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농담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해야겠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매우 다양한 캐릭터들을 배치시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떤 연관성과 우연성으로 얽히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다 같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가를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코엔 형제만의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씁쓸함이 묻어나는 풍자의 메시지도 얻을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풍자는 바로 CIA나 FBI 같은 거대 첩보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닌, 매우 사소하고 사적인 일들을 항상 확대 해석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확대조치하는 그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결말에 가서 이를 그냥 제거하고 입을 막는 것으로 너무 쉽게 마무리하려는 그들의 행동들을 보면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라는 대사는 그 대사를 읊은 인물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들리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영화 속에 살아있는 캐릭터들이다. 이 캐릭터들은 어찌보면 굉장히 과장되고 별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 뿐이다. 부인 몰래 외도를 하고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나서는 반드시 조깅을 해야만 하는 집착을 보이는 해리 파러(조지 클루니)는 이야기 할 때 약간의 버릇이 있고 까탈스러운 면도 보이지만 수많은 인간 군상중의 하나일 뿐이고, CIA분석가로 일하다가 좌천되고 나서 사표를 내고 부인에게까지 이혼당할 위기에 처한 오스본 콕스 역시 또 다른 군상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센터 직원으로 더 나은 몸을 만들기 위해 전신 성형을 지상과제로 삼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남성들과의 만남을 갖는 린다 리츠키 (프랜시스 맥도먼드), 이혼 전에 꼼꼼히 남편의 제정상태 등을 살펴보며 치밀하게 준비하는 까칠한 성격의 케이티 콕스 (틸다 스윈튼), 약간 모자란듯 하지만 순수하고 자신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채드 (브래드 피트), 마지막으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린다를 멀리서만 짝사랑하는 매니저 테드(리차드 젠킨스)까지.

이들 개인의 캐릭터는 사실 우리가 영화에서 만나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자면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들이 처한 상황들도 크게 이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작은 사건들이 하나하나 결합되게 되면서 별 것 아니었던 혹은 없었을 수도 있던 일은 커지게 되고, 의도하지 않았던 죽음과 사건이 발생되게 된다. 이 같이 작은 인과관계들이 맞물려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이 영화가 말하려는 또 다른 풍자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뭐 아무리 풍자와 메시지를 떠들어도 결국 이 영화는 코엔 형제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영화 내내 키득키득하며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영화였다. 일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후 정반대로 작정하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코믹함을 보여주는 방식도 어찌나 코엔형제 스럽던지 보는 내내 그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영화였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힘을 빼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으면서도 가볍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커다란 에피소드 하나를 쏙 빼내어 감상한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항상 진지한 연기들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의 또 다른 진지한 연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여기나온 배우들이 대부분 자신의 이미지를 뒤 엎는 캐릭터들을 한 두 번씩은 이미 선보였었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기까지 했던 이유는 물론 코엔 형제가 만든 캐릭터와 이를 숨쉬게 한 배우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가장 충격적인 캐릭터를 고르라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채드'를 꼽을 수 있을텐데, <벤자민 버튼....>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캐릭터를 최근 연기한 브래드 피트의 이 영화 속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튀는' 캐릭터였다. 그 싸보이는 헤어 스타일부터 시작해 그 저렴한 춤사위며 몸동작들은 역시 브래드 피트는 배우야 라고 새삼 느끼게 할 만큼 코믹했다. 일부 여성 관객들은 '나의 브래드는 저렇지 않아' 하며 충격의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존 말코비치는 이전 영화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들을 연기한 경험이 있어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노련함을 엿볼 수는 있었다. 역시 코믹함과 진지함을 두루 갖추고 있는 조지 클루니의 연기는 박찬욱 감독의 최근 송강호를 평한 표현을 빌리자면 '영리하다 못해 영악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고, 조엘 코엔의 아내이기도 한 프랜시스 맥도먼드 역시 그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이상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리차드 젠킨스와 틸다 스윈튼의 경우 튄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결국 역시 코엔 형제답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재치 넘치는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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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순간의 성장영화

F.스콧 피츠제랄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데이빗 핀처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우리말 제목에
괸해서는 조금 직접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원제 그대로 '흥미로운 사건' 혹은 '기이한 사건' 이라던가
아니면 그냥 '포레스트 검프'처럼 '벤자민 버튼'이라고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던터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었으나, 우리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것 정도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수집하지 않은채 관람하였는데(아! 2시간 40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에 대해서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핀처의 스타일이나 성향 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영화도 어느 정도 이런
성향에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이 영화의 주된 흐름은 로맨스에 있었다. 원작을 이미 읽어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원작과는 사뭇 다른 각색으로 실망도 했다고 하는데, 원작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데이비드 핀처만의
스타일리쉬하고 독특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 동시에 <조디악>이후 확실히 <조디악> 이전 작품들과는 구별되는
연출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이미 스포아닌 기본 줄거리로서 알려진 바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태어날 때 노인의 몸(정확히 말해서는
몸상태라 해야 맞겠다)으로 태어나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몸이 젊어지는 독특한 인생을 타고난 캐릭터이다. 태어나자 마자
노인과 같은 주름진 얼굴과 피부를 하고 나온 아이를 아버지인 토마스 버튼은 어느 한 집에 버리게 되는데, 이 집은 일종의
양로원 같은 공간으로 노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다(원작에서 벤자민의 부모는 벤자민을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은 일반
평범한 가정이 아니라 조금은 특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이 장소 설정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만드는 듯 하다.
이 곳을 관리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게 된 벤자민은 어렸을 때 부터 노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지내게 된다. 거꾸로 시간이
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기 어렵고 그들의 죽음을 계속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역시 의미하는데,
바로 이 점에서 노인들이 주로 살아가는 이 공간은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이 되고 있다. 자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던 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세상을 보여주었던 이,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다
겪어야만 하는 캐릭터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메시지들을 은연 중에 전달하고 있다.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었으나 이 공간과 벤자민의 나레이션들을 통해 이 '인생'에 관한 깊은 메시지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이야기 하고 있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바로 소외된 자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선입견이
없이 수용하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판타지스러운 것은 단순히 시간을 거꾸로 적용받는 주인공 때문 만은 아닐 것
이다. 앞서 언급한 이 공간, 이 공간은 어찌보면 매우 판타지스러운 공간이 아닐 수 없겠다. 일단 이 시기라면 완벽하게
인종차별이 없었던 시기라고 할 수 없을텐데(하긴 오바마 정부인 최근조차 완벽하게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사실상
흑인들이 운영하는 이 공간에 굉장히 격식이 차려진 삶을 살아온 듯한 백인 노인들이 이 공간에 아무런 불평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노인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장신구들로 미뤄보아 다들 여유로운 마지막을 준비하려 이곳을 선택한
이들임을 알 수 있는데, 이들에게서는 전혀 인종차별의 낌새조차 발견할 수 없다.

인종차별에 관한 건 굳이 발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다른 시선은 바로 선입견 없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바라보는 인물들에 모습에 있다. 벤자민의 아버지는 벤자민이 태어나자 마자 '괴물'같이 흉측한 모습이라며 아이를
버렸지만, 이를 발견한 '퀴니'는 거의 단 한번도 주저함 없이 벤자민을 겉모습이 아닌 '아이' 그 자체로만 받아들인다.
이 공간 속에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보통 같으면 퀴니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벤자민을 공개했을 때 기겁들을 했겠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들은 '내 죽은 남편과 비슷하게 생겼다'며 농담까지 할 정도로 퀴니가 그랬던 것처럼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벤자민을 처음 친구로 받아주었던 피그미족 남자도 그랬고, 키작고 노인으로만 보였던 벤자민을
자신의 선원으로 받아준 선장 마이크 역시 그러했고, 벤자민의 연인이었던 데이지 역시 그러했던 것처럼, 이들 모두는
우리가 쉽게 보는 벤자민의 기이한 겉모습에 전혀 편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있다. 현실은 이렇지 않기에
이런 구성이 판타지로 느껴지는 것이 씁쓸하기까지 한데, 이를 반영하는 캐릭터들을 노인이나, 흑인, 선원들로 묘사한 것은,
그 반대에 서있다 할 수 있는 이른바 '지식층'들에 대한 조롱의 시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괴물 같다며 벤자민을 버렸다가
나중에 점점 젊어지고 번듯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전재산을 물려주며 가업을 잇게 하기 위해 아버지임을 밝히게 되는
토마스 버튼이 기업가(사업가)라는 점도 앞선 것들과 연관지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케이트 블란쳇 만큼이나 좋아하는 줄리아 오몬드도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영화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데이지와 그녀의 딸 캐롤라인이 예전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중간중간 계속 나레이션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더더욱 마치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죽을 때가 되어서야 좀 더 진실한 대화를 나누게 되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비춰
봤을 때도 그렇고, 부모가 (직간접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판타지스럽다는 측면에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가
연상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기이하게 태어난 벤자민 버튼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을 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
이다. 노인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벤자민은 노인들과의 생활을 통해 여러가지를 배우고, 우연히 함께하게 된 인양선 항해를
통해 마치 사춘기 소년이 그러하듯 성에 대한 첫경험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갖게 되었으며, 데이지를 통해 이성에 대한
감정과 이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하나씩 배워나가게 된다. 시작은 남들과 정반대에서 시작했지만 시작점이 달랐을 뿐
같은 길을 반대방향에서 걸어간다고 보면 될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이 기이한 설정만 제외하면 완벽하게 성장영화와
맞아 떨어진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데이빗 핀처라는 점이었는데, 이 기이한 설정을
컨트롤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그의 역량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바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로맨스와
드라마에 가까운 이 영화를, 스릴러와 강한 스타일이 장기인 핀처가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데이빗 핀처는 <조디악>이후 이렇게 느긋하게 극을 이끌어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스릴러 적인 긴장감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조디악>은 물론 범죄 스릴러 라는 장르 안에 있었지만 이전 그의
작품들처럼, 장르적인 특성과 분위기에만 기대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런 장점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다시금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특히 순간순간 장면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것을 보니 '과연 이 장면들이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가 잠시 헛나갔는데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이 영화가 인생이라는 것을 그리는데 있어서 얼마나 순간과 지금에
중요성을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점은 데이지가 사고를 당하게 되는 시퀀스를 통해 아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데이지가 차에 치이게 되는 과정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면서, 이렇듯 여러가지가 제대로 정상적
으로 작용하지 못했음에도 즉 단 한가지라도 어긋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찰나의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을 매우 직접적으로
묘사하면서,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과 시간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벤자민과 데이지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벤자민의 특별한 상황 때문에 일종의 '접점'을 기다려왔다고 할 수 있는데,
서로 반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한 둘의 나이가 서로 어느 정도 비슷한 시기에 도달했을 때, 이들은 그야말로 서로를 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이 순간에 집중한다. 얼핏보면 이 시기가 곧 '청춘'이 인생의 클라이맥스이자 만개했다
지는 꽃처럼, '한 때'를 찬양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았을 때 '찬양'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영화에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실 조금 의외다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일단 벤자민의 어린 시절(?)의 묘사를 위해 엄청난 CG가 사용되고 있다. 이부분은 모션캡쳐를 통해
브레드 피트의 얼굴 부분을 그래픽으로 완성하고, 얼굴 외 부분은 대역 연기자가 연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진짜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을 촬영했던 방식으로 촬영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키도 작고 노인의 몸을 갖고 있는
브레드 피트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재미있는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등장한 순서대로 배우들의
이름이 나열되는데,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브레드 피트는 세 페이지가 지난 다음에야(틸다 스윈튼이 등장할 때) 등장하는
것으로 나온다).

캐릭터 묘사에 사용된 CG와 이에 따른 비용도 많았겠지만, 이 밖에도 배경 묘사나 로케이션을 대체하기 위해 엄청난 CG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극 중 벤자민 버튼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데 물론 실제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된 분량도
조금 있는 듯 하지만 대부분은 완벽한 CG로 채워졌으며(예전 파리 시내를 아우르는 장면은 CG이지만 상당한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브래드 피트가 인양선을 타고 간 곳 거리의 디테일도 로케이션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묘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이 두 배우의 모습 묘사에도 많은 CG가 사용되었는데, 특히 브래드 피트의
경우 할아버지 분장부터 <델마와 루이스>시절 혹은 더 이전을 연상케 하는 '미소년'의 모습까지 연기하고 있어,
이른바 '뽀샵'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극중 데이지가 발레를 하는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장면을 보면서 데이빗 핀처도 이런 감수성이 있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고)

극중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브레드 피트는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벤자민 버튼'이라는 이 캐릭터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젊어진 다는 설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그의 외모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겠는데,
점점 젊어질 때마다 더더욱 빛을 발하는 그의 외모는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절로 불러일으켰다. 사실 의외로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자체로 표현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극중 틸다 스윈튼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가 연기한
것이 아니라 모션 픽쳐를 사용한 대역 연기자가 벤자민을 연기하였고, 이후 에도 외모 적인 변화 만큼 인상적인 연기는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물론 그의 외모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긴 했다;;).

그에 반해 데이지 역할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훨씬 깊은 편이다. 대부분 CG에 큰 도움을 받았던 벤자민 버튼 역할과는
달리, 죽음을 앞둔 노인 역할부터 20대의 풋풋한 발레리나 까지, 또 한번 그녀의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워낙에 빛을 발하는 브래드 피트 때문에 조금 가려져 있긴 하지만, 20대의 데이지를 연기한 케이트의 놀라운 외모는
(물론 CG의 도움이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다시 한번 여신의 포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제목이 '벤자민 버튼의 ....'라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경향이 있지만 연기면에서는 그녀의 연기가 훨씬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데이지의 딸로 등장하는 줄리아 오몬드의 경우 브래드 피트와 <가을의 전설>에서 연인으로 출연했던 터라 이 같은 관계설정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어찌보면 큰 기대에 비해 표면적으로 별로 들려주는 얘기는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젊어진다는 설정을 좀 더 다양하게 이용하지 못한 듯한 느낌도 살짝 들지만, 개인적으론 이 설정에
국한되지 않고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단지 설정만 빌려와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2시간 40분이라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단지 두 배우의 외모적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1. <콘스탄틴>등에서 잘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워너브라더스의 로고가 멋지게 변형되어 등장한다.
이 로고를 통해 벤자민 '버튼'이라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 살짝 예상해볼 수 있었다.

2. 초반에 허리케인이 온다며 잠시 간호도우미가 자리를 뜨는데, 이 도우미의 이름이 도로시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참고로 영화 마지막 장면의 날짜는 뉴올리언즈가 카트리나에 피해를 받게 되었던 그 날이라고 한다.

3. 본문에도 썼지만 영화의 초중반 등장하는 벤자민 버튼은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모션 캡쳐하여 대역 연기자가 연기한 것이기
때문에, 등장순서대로 나오는 엔딩 크래딧에 브래드 피트는 세 페이지가 지난 뒤에야 이름을 올리고 있다.

4.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은 알렌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바벨>에서 부부로 등장했던 적이 있다.

5. 의외로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은데(비슷한 시기에 마녀 혹은 여왕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듯 하다), 이 두 배우가 한 영화에 등장한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워너브라더스에 있습니다.







80th Academy Awards

이번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골든 글로브나, 미감독조합 시상식의 결과 등을 통해
미리 쉽게 점쳐볼 수 있었던 시상식이었다. 일어날 수 있는 이변들도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시상식이었으나, 그래도 이변은 있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각각 여러부분을 나누어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남우주연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주요부분을 수상하지 못하였다.

일단 이변의 첫 번째 조짐을 보여준 것은 예상 외의 복병 <본 얼티메이텀>이었다.



물론 기술상이고 음악편집상이나 음향효과상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던 바였지만,
이 두 가지 부분을 모두 수상할지는 몰랐었고, 더군다나 더더욱 예상하지 않았던 편집상까지
가져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번 시상식의 숨겨진 승자라고나 할까



작품상과 감독상에서는 사실상 이변은 없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경쟁작이었던 <데어 윌 비 블러드>와
이변이 일어난다면 가장 유력했을 <주노>를 재치고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코엔 형제 역시 드디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감독인데, 코엔 형제를 만난 것이 불운이었던 듯 싶다.






뭐 누구도 다른 수상자를 염두하지 않았던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
그 역시도 워낙에 압도적인 지지여서 그런지, 첫 번째 아카데미 수상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담담한 모습이었다. 사실 압도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의 수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하비에르 바르뎀의 경우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변.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전문가들과 매체들이 예상했던
<어웨이 프롬 허>의 줄리 크리스티를 재치고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여우주연상 역시 이변이 일어난다면 <주노>의 엘렌 페이지에게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프랑스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외국 배우에게 아카데미가 주연상을 안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어웨이 프롬 허>는 못보고, <라비 앙 로즈>는 보았지만,
<라비 앙 로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그녀의 여우주연상 수상에 반대하지는 못하리라.



또 하나의 이변이라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튼.
우리나라 관객들이 흔히들 케이트 블란쳇(블랑쉐)과 많이들 해깔려 하는 틸다 스윈튼은, 흥미롭게도
그녀와 함께 후보로 올라 수상을 하였다. 이 역시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으로 분한 케이트 블란쳇의
수상이 점쳐졌던 부분이었는데(더군다나 여우주연상에도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었었기 때문에),
그녀의 수상은 하나의 작은 이변이었다. 그 동안 참 여러 영화에서 다양하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온 틸다 스윈튼이었기에, 개인적으론 케이트 블란쳇의 팬이지만, 그녀의 수상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뽑은 오늘 아케데미의 승리자! 원스의 그와 그녀!
사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다 이글로바가 주제가상 후보로서 'Falling Slowly'를 공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마치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그들의 공연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질 줄이라고는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공연 만으로도 흥분된 상태였는데, 주제가상 마저 수상을
하다니!! <마법에 걸린 사랑>이 3개나 후보에 올리기도 했지만, 미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디즈니식 곡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마법에 걸린 사랑>이 수상하지 않을까 했지만, 원스가 수상자로 불려지고
눈물을 글썽이는 글렌 한사드를 보니까 나도 절로 눈물이 글썽거렸다.
예전 할리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스필버그가 드디어 감독상을 받았을 때, 포레스트 휘태커가
수상했을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원스>가 수상했을 때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인냥 이 편에서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르케타가 미처 수상소감을 다 하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었는데, 나중에 다시 그녀를 불러
소감을 말하게 하는 장면은, 아카데미를 여러번 보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 만큼 아카데미와 미국영화계가 이 작은 영화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탄 것도 좋았고, 나의 <원스>가 주제가 상을 받은 것이
무엇보다 기뻤으며, <주노>가 이변을 못 일으킨 것이 조금 아쉬웠던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p.s - OCN은 81회 부터는 진행자를 바꿔야 할듯.
        이무영씨는 너무 자주 틀려서 더 말할 것도 없고, 정지영씨 역시 논란을 잠재우며 컴백하기엔
        실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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