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Avatar, IMAX DMR 3D, 2009)
제임스 카메론의 기술론과 모노노케 히메


제임스 카메론의 무려 12년만의 신작 <아바타>는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기록을 세웠던 <타이타닉>이후 너무 오랜 만에 발표한 카메론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으며, '차원이 다르다' '신세계를 선사한다' 등 홍보 측면에서도 비교를 불허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영화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을 다른 감독들에 비해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장인의 반열에 든 감독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장인의 반열에 들게 된 주된 능력이라면 역시 바탕에는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2>는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어비스 (The Abyss),1989>를 통해 당대의 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며, 아니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영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했다. 이번 <아바타>역시 포커스는 바로 이 기술력에 있었다는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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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기술력은 얼핏 봐도 그 체감도가 상당한 수준이다(물론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당 수의 관객이 <아바타>를 통해 IMAX 3D는 물론, 3D입체 영화의 첫 경험을 치뤘다는 점과 홍보 측면에서 강력하게 어필한 '신세계'라는 단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일 것이다). 제목 처럼 영화는 인간이 '아바타'라는, 자신의 몸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존재를 통해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역시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SF영화에서 자주 반복되었던 '나를 대신하는 다른 존재'라는 설정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영화에서 구현해 내었는가 하는 기술 측면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아바타>는 역시 최고 수준의 모션 캡쳐 기술을 선보인다.

사실 <아바타> 같은 영화는 기술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 수록 감탄하게 될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아주 일반적인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온몸에 센서를 달고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는 '모션 캡쳐'라는 기술은
이미 여러 판타지 영화에서 실제 배우를 대신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던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아바타>가 이들 보다 앞서는 점이라면 기존 작품들이 모션 캡쳐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 간의 자연스런 조화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작품은 모션 캡쳐 캐릭터들만으로도 이야기의 감동과 공감대, 현실감을 100%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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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바타>역시 완벽하게 실제 배우들이 대체 가능한 세계라고 보긴 어렵지만(왜냐하면 '나비(Na’vi)’족이라는 인간이 아닌 특수한 종족으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바타>는 분명 이제 곧 머지 않아 완전히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스크린에 본인의 실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고 부자연스럽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막연한 미래가 아닌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자막처럼)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해 갖게 하는 첫 번째 작품이었다.

어쩌면 제임스 카메론은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아바타'라는 설정을 채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의 유명한 모션 캡쳐 캐릭터인 '골룸'이나, 몸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정의 <써로게이트>같은 영화와는 다르게, <아바타>는 극중 주인공의 얼굴을 그대로 닮은 '나비'족 아바타가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아, 저런식으로 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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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제임스 카메론 답게 이런 기술력을 그냥 테크닉 측면에서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혹은 대중적) 코드에 맞게 잘 버무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나중에 내용 측면을 이야기할 때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굳이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들먹이지 않아도 될만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전작들의 향수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이클 베이처럼 직접적인 하나의 카메라 워킹을 인장처럼 삽입하지는 않았지만, 제이크 설리가 처음 이크란을 타고 나는 장면의 화면 구성과 음악은, 제임스 카메론을 '세상의 왕(King)'으로 만든 그 유명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키며,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탈 것(?)은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탔던 파워로더의 업그레이드 형(물론 파워로더와는 달리 아바타의 그것은 본래부터 공격형이니 정확히 업그레이드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쯤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새 옷을 갈아입은 동의반복의 화법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제임스 카메론 본인이 액션 시퀀스나 특정 시퀀스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자신있는 구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야기의 새로움 보다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볼거리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동의반복이라는 혹은 오마주, 더 나아가 이야기의 부실 소리가 나올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상이 이야기의 평범함을 압도할 것이라 믿었던 것, 아니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확실히 <아바타>가 선사하는 놀라운 영상은 이야기의 부족함을 커버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아바타>의 표면적 줄거리와 구성은 일반 액션 영화들, <모노노케 히메>를 비롯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들(라퓨타가 연상되는 설정도 등장), 그 외에 여러 작품들에게서 영향을 받거나 이미 풀어낸 적이 있던 익숙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눈여겨 볼 것은 이 평범한 줄거리에 비해 '판도라 행성'과
'나비(Na’vi)’족을 비롯한 그 광대한 세계관은 참으로 매니아들을 자극할 만한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아바타의 세계관은 슬쩍 들춰봐도 여러 가지 궁금한 이야기들이 많다. 나비 족에 대한 근원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들 내의 후계자 구도 속 갈등과 다툼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에게도 전설로 내려오는 토르크 막토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아바타'라는 기술과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 나비 족에게까지 파괴의 손을 뻗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이야기 등 이것저것 상상해볼 수 있는 외전 격의 이야기들이 상당한 편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영화로도 다시 소개가 되고 구현이 되겠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시금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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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아바타>가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은 분명 '기술력'과 '압도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평범함은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이라면 그래도 좀
'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동의반복 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세계관과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오길 기대했던 카메론의 신작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연상되었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인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였다. <아바타>에서는 여러 작품의 흔적이 발견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에 <모노노케 히메>를 좋아하는 탓인지, 많은 부분이 겹쳐졌다.

역할을 대비시켜보자면 제이크 설리는 '아시타카'가 되겠고, 네이티리는 '산', 나비 족은 '모로'일족을 비롯한 숲의 신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 대령은 '에보시'쯤 되겠고, 나비 족이 신성시하는 나무는 '시시가미'로 비교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은 정확한 대비였다면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바타>는 비슷은 하지만 내용과 메시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바타>의 세계관, 특히 나비 족의 세계관은 확실히 서양의 것은 아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모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은 분명 동양의 것에 훨씬 가깝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동물의 개념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동물이라고 여기는 맷돼지, 고릴라, 들개 등은 모두 어느 숲의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나비 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네이티리는 제이크를 공격하는 사나운 무리를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하지만, 이것은 필요에 의한 해침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과정과 영혼으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크란 역시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교감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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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민감한 분들을 위해~)

그런데 <모노노케 히메>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아시타카와 제이크 설리의 차이점, 그리고 에보시와 쿼리치 대령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차이점에 있다. 아시타카는 인간이면서(숲의 신에게 저주를 받았으면서도)도 숲의 신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중간자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에보시로 대변되는 인간문명세계와 산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신의 세계 중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두 세계의 조화를 이뤄내려고하는 분명한 중간자이자 커뮤니케이터였다. 제이크 설리도 인간이면서 아바타를 통해 나비 족이기도 한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제이크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비 족에게 가혹하기만한 인간들을 완전한 적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나비 족이 되어 인간과 적으로서 대항하게 된다.


쿼리치 대령과 에보시는 사실 큰 성격만 같을 뿐이지 겹쳐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로 작품에서 묘사하는 방식이 틀린 편인데, 에보시는 숲의 신을 죽이고 개발에 앞장서는 파괴자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생존의 테마가 깔린 이해 될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은 그저 '악'일 뿐이다. 그는 흔히 이런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별 이유없이 나쁜 놈이며, 전쟁 광에 가깝게 그려진다. 오히려 에보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대변하는 것은 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파커를 비롯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와는 달리 파커는 무참히 나비 족의 성역이 쓰러져 나갈 때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표정 속에는 분명 '우리가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건가?'하는 의문과 자책이 묻어 있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들은 결국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다시 죽어가는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아바타>의 인간들 역시 <모노노케 히메>의 에보시와 사람들처럼 생존의 테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점은 거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가 인간과 나비 족을 화합으로 이끄는(어느 한편을 분명한 적으로 삼지 않는) 중간자적인 존재로 그려졌더라면, 그리고 자본주의와 폭력성으로 뭉친 인간들을 묘사함에 있어 생존의 테마와 자신들의 폭력성을 뒤늦게라도 뉘우치는 이해의 메시지가 있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 쓰고나니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는데, 영화 속 인간들의 폭력성에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만들어주자 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 가능한 범위의 폭력성과 성격으로 그려내었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점이었다(쿼리치 대령과 같은 캐릭터라면, 사실 아무런 이해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 완전 개발회사=쿼리티 였다면 차라리 아쉬움이 없었을텐데, 파커의 후회스런 표정과 마지막 내레이션 때문에 여지가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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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복귀작 (하긴 은퇴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 복귀작 보다는 오랜 준비작이 맞겠다) <아바타>는 이야기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아쉬움을 소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과 스펙터클로 가득찬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아바타>는 분명 21세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1. 전 네이티리의 얼굴을 보면서 왜 그렇게 한예슬 씨가 연상되던지...
2. 시고니 위버는 나비 족이 되도 너무 얼굴이 알아보기 쉬워서 조금 민망스럽기도 ㅎ
3. 많은 분들이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에 열광하셨지만, 전 그래도 미셸 로드리게즈가 더! ^^
4. 3D IMAX로 감상하였는데 3D의 효과가 오히려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냥 2D 디지털 관람이 개인에 따라 더 나을 수도 있겠구요.
5. 2시간 42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는 건 분명 재미있었다는 증거겠죠.
6. 제 별점 기준으로 보았을 때, 4개에 가까운 4개 반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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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IMAX DMR 3D, 2009)
마지막 '준비'에 충실한 작품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좋아하는 순서를 꼽으라면 정확히 시리즈의 역순이 될 것 같다. 사실 1,2편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극장에서 물론 다 꼭꼭 챙겨보기는 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경쟁을 했었던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영향력을 제외하더라도, '아이들'에 촛점이 맞춰진 이 시리즈에 별로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리와 아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나이보다도 더 무서운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었고, 한 편에선 '과연 이 아이들이 완벽한 어른이 되기전에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새로운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두워졌고,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소년, 소녀의 성장이야기로 변해갔으며, 그런 점들은 더더욱 이 시리즈를 마음에 드는 시리즈로 탈바꿈 시키게 되었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
Deathly Hallows)>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데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파트 1,2로 나뉘어 개봉할 예정이며 각각 2010, 2011년 개봉될 예정이다). 그 말은 고로, 만약 이러한 '준비'의 성격을 어느 정도 미리 알고 있거나 혹은 받아들이게 된다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조금 당황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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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을 전혀 읽지 않은, 흔치 않은 순수(?)한 영화 관객으로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로서도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모하는 시리즈라고 생각된다(아, 아까 시리즈의 선호도를 얘기하면서 정확히 역순이라고 했었는데,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했던 <아즈카반의 죄수>도 성장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시리즈로서 썩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가 갈수록 매력적인 이유는 해리가 구사할 줄 아는 마법이 늘었기 때문이라던가, 헤르미온느의 외모가 점점 훈훈하게 성장해 간다던가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물론 훈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 아이들이 점점 소년, 소녀로 성장해가고 시리즈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이야기는 점점 어두워지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판타지를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갈 수록 해리의 얼굴에서 귀여움 보다는 그늘이 발견되는 이야기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다른 한 편으론 아이였던 해리가 소년이 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였던 관객들이 함께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성장영화 측면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유머러스한 면이 부각되었고 현실적인 사춘기의 감정을 잘 담아낸 동시에, 볼드모트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음에도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했다. 일단 유머러스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춘기를 넘어서서 거의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설정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살짝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이외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둡기 때문에 론을 중심으로한 사춘기를 그린 이야기는 좀 더 밝게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로맨스의 핵심이 론이기 때문인지 론의 비중이 그 어느 시리즈보다 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그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해리보다 더 훈남이 되고 있는 사실도 작용된 것이 아닐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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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의 개그와 활약을 즐기는 것은 이번 작품에 또 다른 재미!)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이들 삼총사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바로 말포이였다(기존에는 거의 '말포이'라고 90%이상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유난히 그의 성이 아닌 이름 '드레이코'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그냥 얄미운 넘 정도로 묘사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쩌면 해리보다도 더 고뇌하고 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시종일관 우울하고 고통받는 표정을 연기했다. 이런 말포이의 모습과 학생시절 볼드모트의 모습을 한 작품에 등장시키면서 볼드모트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우회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말포이 역시 동등한 비중으로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영화를 통해 미뤄 짐작했던 말포이의 모습과는 달리 볼드모트의 선택에 마냥 기뻐하지 않고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은 오히려 불쌍해보이기 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이라면 울듯 말듯 고통받는 말포이의 표정이랄까.

이렇게 얘기가 흘러가고 보니, 이렇다면 볼드모트를 그리는 방식이 마치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같은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물론 원작을 다 읽은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이미 훤히 알고 있겠지만(제발 스포만은 말아주세요 ㅠㅠ),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를 통해 드러난 볼드모트와 말포이의 묘사는 분명 지금까지 이들을 그려왔던 것과는 다르게 본래 악한 존재가 아니라 해리처럼 선택받은 자였지만 너무 뛰어난 재능 탓에 악에 유혹에 빠지고만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기대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해보자면 자신이 혼혈왕자임을 밝힌 스네이프 역시 막판에 가서는 다시 한번 해리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보게 되었다. 마치 <제다이의 귀환>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보통 같으면 이 같은 예상들이 하나에 재미있는 '설'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해리포터의 경우는 이미 소설이 완결된 터라 다 아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도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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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코 말포이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그의 눈빛에선 슬픔마저 느껴진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지만 아마도 더 어두워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비중은 둔 듯한 사춘기 로맨스의 분량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굉장히 현실적인 사춘기의 감정들에 대한 묘사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차라리 이쪽 비중을 조금 더 줄이고 말포이나 불사조 기사단의 비중을 높였다면 더 '내 취향'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아마도 더 어두울 마지막 2편의 작품에 대한 부담도 높아질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이번 작품에 흥행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부제목에 남긴 것처럼 상당히 '준비'에 철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클라이맥스나 임팩트가 부족한 편인 것도 사실이다. 해리와 덤블도어가 호크룩스를 가져오는 장면이 뒷부분에 포인트라면 포인트일텐데 그 분량이나 임팩트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덤블도어의 모습은 너무도 간달프 스러웠다 ㅎ). 3D 아이맥스로 펼쳐지는 첫 액션 시퀀스가 오히려 임팩트 면에서는 더 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 두 시퀀스보다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바로 위즐리의 집이 공격 당하는 장면이었다. 갈대 숲을 배경으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감을 주는 이 장면만 놓고 보자면 호러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을 연출로 이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갈대 숲을 누비다가 해리와 기사단이 가운데 모이게 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의 조명과 카메라 워킹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의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주저없이 꼽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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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간달프)

적당한 시간대가 일산 CGV 밖에는 없어서 일부러 찾아가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3D를 지원하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 <슈퍼맨 리턴즈>도 비슷한 방식이었는데,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중간 중간 3D 장면을 지원했던 <슈퍼맨 리턴즈>와는 달리 이 작품은 초반 20여분 정도에 3D 장면이 모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극장에 온 많은 관객들은 아마도 조금은 당황했을 싶다(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3D상영작과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티켓 가격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 3D 시퀀스는 입체감을 더 만끽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로 채워져있었는데, 거리를 빠르게 누비는 연출은 마치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실감이 났다. 개인적으로 초반 20분에만 3D 시퀀스가 몰려 있는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퀴디치 장면 같은 것도 3D로 즐길 수 있었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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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턴가 해리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론 위즐리 역할의 루퍼트 그린트는 본격 로맨틱 코미디 물의 주인공이나 아니면 아예 '히어로즈' 같은 SF미드물에 출연해도 어울릴 듯한 모습으로 자라 준 듯 하다. 반대로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그럭저럭 평균적인 연기를 보여주다가 '행운 충만한' 그 장면에서는 오랜만에 객석을 빵터트릴 정도의 재미있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왠지 다니엘에게는 멋있는 모습보다 이런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엠마 왓슨은 전작들 보다는 아주 살짝 비중이 줄긴 했지만(그 비중은 고스란히 론에게;) 깜짝 드레스 장면으로 2시간 반의 대장정에 졸음으로 대처했던 많은 남성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론이 뭐가 좋다고'하는 원성을 듣기도 했다 ^^;

헬레나 본햄 카터는 참~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걸 짧은 분량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고, 슬러그 혼 역할의 짐 브로드벤트는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루나 러브굿 역할의 이반나 린치는 그 사자탈 쓰고 나온 장면 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 수행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1. 안봐도 시리즈의 마지막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2>는 가장 좋아하게될 시리즈의 작품이 될 것이 거의 확정적이네요.

2.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인데 '혼혈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합니다.

3. 아마도 이 작품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공개되고 나면 좀 더 가치가 높아질 작품이 아닐까도 생각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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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렀던 폴라 익스프레스 아이맥스 DMR 3D를 지난 주말 드디어 감상했다.
폴라익스프레스는 이미 개봉한지 한참이 된 작품이었으나 난 다행(?)히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3D 아이맥스로 재개봉한다고 하니 뭐 이것저것 따져볼
필요도 없는 선택이었다.
 
아이맥스 포맥의 해리포터와 불의 잔도 보았고, 3D 아이맥스 나스카 레이싱도 보았으나
DMR을 3D IMAX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기대가 되었다.
3D 자막 구현 문제로 인해(나스카 3D는 다 좋았으나 자막의 위치 등 문제로 인해 상당히 눈이 피로했었다), 더빙으로 상영된다는것만이 조금의 걱정거리라면 걱정거리.
 
난 본래 일반 극장 포맷에서의 영화와 영어 더빙 버전을 보지 못해 두 버전을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우려했던 더빙 문제는 그럭저럭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정도였다.
특히 아이들 캐릭터의 더빙은 가끔 참혹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폴라익스프레스 역시 처음에는 조금 이질감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무리없는 완성도를
들려주었다.
이미 영화를 보았던 많은 사람들이 가장 우려했던 점은 극중 나오는 노래 부분의
더빙 문제였는데, 우리말로 불려지는 삽입곡은 역시 우려했던 것에는 못미치는 양호한
정도였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때 본래 영어로 부르는 삽입곡이 흐를 때 확인할 수 있었지만,
물론 원어로 부른 버전이 훨씬 좋긴 했다).
 
난 일반 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 3D를 보고난 뒤인 지금, 일반 버전을 보게 된다면
굉장히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기차위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추격전과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한 영상을
입체감없는 밋밋한 화면으로 본 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는 이 차세대 포맷인 IMAX DMR 3D로 모든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을까 하는
장미빛 상상도 해보았다. 그만큼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또 다른 세상이었다.
 
 
 
글 / ashitaka

p.s / 1. 내심 영화 중간 중간 등장했던 기차위에 그 이름 모를, 커피를 적잖이도 권하던
           그 아저씨(?)가 산타이길 바랬는데, 결국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산타가 산타라 조금
           아쉬웠다. 하긴 만약 그가 정말 산타였다면 많은 어린이들 역시 적잖이 실망했을듯 ㅋ
 
        2. 그 안경쓴 잘난척 하던 어린이...
           영어 더빙도 한번 듣고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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