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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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데니스 르헤인의 원작소설을 스콜세지는 깊이 있는 질감과 시각적인 효과,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원작 못지 않은 훌륭한 영화화를 이루었다. '셔터 아일랜드' 개봉 당시 흥미로웠던 점은 이 이야기의 반전을 두고 양측이 제법 대등하게 의견을 겨루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완벽하게 정해지고 짜여진 한 쪽의 이야기, 그러니까 너무 명확한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와 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설을 들어보아도 '제법 이야기가 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당시 영화 평에도 썼듯이, 당시에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극장을 나오며 가장 뜨거웠던 작품 중 하나였으며,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영화를 본 사람에게 자신이 궁금한 점을 묻게 되고, 또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설득하고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인셉션'은 모두가 정답이 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이야기라면, '셔터 아일랜드'는 정답은 분명 한가지이지만 오답 역시 설득력을 갖을 수 있도록 연기와 연출이 섬세하게 다룬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이 작품은 '인셉션'과 여러모로 비교할 만한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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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 개봉 당시 글에서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었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런 점보다는 다시 보면 더욱 분명해지는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극장에서도 두 번을 관람하였었는데, 이런 영화의 특성상 두 번 이상 보게 될 경우,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일 수 밖에는 없으며, 그저 스쳐 지나쳤던 장면들이나 인물들의 행동들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그런 의미에서 '다시 보기'의 방식으로 끄적여 보았다.


(이 글은 스포일러 투성이인 글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께서는 모쪼록 내용이 전부 들어 있는 이 글을 읽지 마시고, 영화를 감사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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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릴러 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두 가지를 특별히 고려하고 있다. 하나는 영화는 알고 있는 진실을 나중에 관객에게 알렸을 때 모든 것이 수긍가도록 그 과정을 세밀하게 설계해야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런 단서를 여기저기 흩어놓으면서도 관객들이 영화의 이야기와는 반대의 길을 가는 주인공의 심정에 완전히 공감하도록 (그래서 심지어는 영화가 나중에 반전을 알려주어도 쉽게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만드는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는 이런 두 가지를 모두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주인공 앤드류, 아니 테디 다니엘스의 환상을 현실이라고 믿고 이에 대한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아예 확실한 결론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너무나 명확히 극중 앤드류 레디스, 그러니까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캐릭터가 테디가 아니라 앤드류이며, 영화의 마지막 닥터 코리가 이야기해준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본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보면 이것저것 고민할 것도 없이 '정신병자를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라는 식으로 확정지어 얘기하고 있으니 사실 여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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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셔터 아일랜드'는 극중 디카프리오가 앤드류 레디스라는 것을 알고 한 번 더 보게 되면 또 다른 흥미로운 작품이 된다. 그리고 앤드류 레디스라고 인정할 때만 더 확연히 보이는 디테일이나 연출, 연기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런 점들, 테디 다니엘스라고 믿었던 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앤드류 레디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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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 셔터 아일랜드에 테디 다니엘스와 그의 동료 척이 (일단 이렇게 지칭해두자) 도착하자 굉장히 삼엄한 경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현재 위험한 환자가 탈출한 상황이고 이 연방요원들이 그냥 탐탁치 않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여겼었지만 사실은 테디가 아니라 앤드류 레디스이기 때문이다. 앤드류는 폭력적인 성향의 환자이고 경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할 만큼 위험한 환자였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병원 밖을 활보하는 이 상황이 경관들로서는 몹시 긴장된 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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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 설치된 전기선을 보고는 '전에도 본 적이 있어'라고 얘기하는데, 이 대사는 나중에 나치의 수용소에 갔었던 기억 (이 기억조차 거짓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에서 그 때봤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았었지만, 사실은 저 말 그대로 바로 그 것을 본 적이 있는 것이다. 그는 앤드류 레디스고, 이곳의 환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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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에서도 이런 이상한 점을(테디의 이야기로 알고 있는 관객들이 이상함을 느끼게 되는)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테디와 척이 애쉬클리프에 입장하기 위해 총기를 반납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총기를 반납하려는데 연방 보안관으로 4년이나 근무했다는 척은 어찌된 일인지 허리춤에 있는 총 조차 제대로 벗어내질 못한다. 이 장면에서는 위 스크린 샷 속 테디의 시선처럼 관객 역시 척 (마크 러팔로)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후에도 척을 의심케 하는 몇가지 연막 작전이 등장하기도 한다. 척을 의심하는 것은 맞지만, 테디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척은 바로 닥터 시한이기 때문에 이런 연방 보안관의 행동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밖에는 없었을 터. 하지만 영화는 아직까지는 좀 더 직접적인 단서는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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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더욱 그렇지만, 척은 유난히 테디에게 '괜찮아요?'라고 걱정스런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이는 물론 그가 척이 아니라 앤드류의 주치의인 닥터 시한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시한은 코리와 더불어 이런 방식의 치료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진보적인 의사이기 때문에 아마도 테디의 파트너인 척 역할을 자청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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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연기에 관심없는 배우들을 시한 박사가 열심히 이끌고 있는 한 연극의 장면과도 같다)

이 병원 내에는 앤드류 레디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두가 동원된 거대한 연극을 하는 것에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긍정적인 이라면 역시 코리와 시한 박사를 들 수 있겠고, 부정적인 이들이라면 막스 본 시도우가 연기한 내링 박사를 비롯해 소장과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코리 박사와 주치의인 시한은 이런 치료방법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지만, 내링 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래봤자 소용없어'라는 식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거추장스러운 연극에 그리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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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면 유난히 앤드류 혼자서 열심히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다)

위와 같은 장면에서는 아예 앤드류가 돌아서자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이 연극 놀음이 그저 재밌기만 한 한 남자 간호사의 웃는 장면마저 확인할 수 있다. 그를 비롯한 이 곳 직원들에게는 자신들이 계속 돌보던 한 환자가 연방 보안관 행세를 하며 자신들을 심문하고, 그의 주치의 역시 보안관 행세를 하는 것이 한편으론 재미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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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이 상황에 비협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대놓고 테디를 우습게 깔보며 대하기까지 한다. 항상 반대로 자신들이 환자에게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그랬던 환자가 보안관이라며 자신들을 심문하는 것 자체가 우습고 불편한 것이다. 위의 두 간호사의 표정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왼편의 간호사는 못마땅의 강도가 더한 경우라 계속해서 테디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것이고, 오른편의 간호사는 그저 이 상황이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그렇게 연기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않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실제 상황이었다면 지금의 간호사들처럼 이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요한 환자가 실종되었고, 연방 보안관이라는 자가 자신들을 심문하는 떨리는 상황이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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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심문하는 곳에 닥터 코리가 자리잡고 이 상황을 주시하는 것을 처음 봤을 땐, 혹시 어떤 직원이 이 사건에 연루되었는지 캐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비협조적인 직원들이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봐 혹은 앤드류가 계속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이 틀어질 경우 그 길을 조정해주기 위한 안내자이자 감시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잘보면 앤드류가 직접 방향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척이나 주변 사람들이 은근 슬쩍 앤드류의 경로를 정해주는 장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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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해서 뭐라도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위의 장면도 이런 비협조적인 이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다. 해안가에 실종사 수색을 하러 나왔는데, 실제로 수색하는 인력들은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그냥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테디는 뭔가 불편함을 느낀다. 이 경관들은 이 모든 것이 그저 연극일 뿐인 것을 알기 때문에, 즉 아무리 찾아봐도 시체나 환자따위 나올리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 연극에 열심히 참여할 동기조차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저렇게 비협조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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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영화가 흥미로워지는 것은 바로 환자들을 테디가 심문하는 장면부터다. 이 심문 장면이 시작하기 전 아까 그 까칠한 반응을 보였던 간호사가 위와 같은 주사를 준비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심문을 받게 되는 환자들이 발작이나 이상 반응을 보일 때를 대비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 장면 역시 다시보게 되면 이 주사가 환자들이 아니라 또 다른 환자, 가장 위험한 환자인 앤드류 레디스를 위해 준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1:1로 다른 환자들과 맞닥들였을 때 이상 행동이나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는 앤드류였기 때문에, 아까 직원들을 심문하던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긴장한 모습으로 환자들과의 심문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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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떡하니 앉아있으니 말하기가 쑥스럽네요;;;")

이 심문 장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시한 박사에 대한 묘사다. 이 장면 전에도 슬쩍 그런 분위기를 보였던 영화는 이 장면에 와서는 아주 직접적으로 척이 닥터 시한임을 연기와 컷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앤드류가 시한에 대해 묻자 여자 환자는 오른편에 앉은 시한을 흘깃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일반인이었다하더라도 바로 앞에 그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인척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정실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 같은 경우는 이런 연기에 아무래도 좀 더 미숙할 수 밖에는 없다. 그래서 잘 생겼다는 얘기를 할 때는 쑥스러움을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기도 하고, 위의 스크린 샷처럼 저렇게 바로 앞에 시한을 쳐다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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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영화는 아주 노골적으로 그 반대편에 앉은 척을 보여준다.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쑥스럽게 할 때 바로 시한의 표정과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영화 속에서 시한의 이름이 언급될 때는 거의 모든 장면이 척에게로 이동한다. 즉 영화는 이때부터 척이 닥터 시한이다 라는 암시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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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에게 휴가를 허락해요? 근데 나는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거임? -_-;;")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재미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 같은 위급 상황에 닥터 시한에게 휴가를 주고 섬을 나가게 했다는 이야기에 바로 본인인 척이 '주치의에게 휴가를 허락해요?'라며 되묻는 장면은, 이 연극의 작은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연극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라 이런 대화들이 오갈 때의 반응을 보면, 조금씩 머뭇거리거나 쑥스러워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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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링 박사의 위와 같은 질문도 이 연극의 측면에서 보면 흥미로운 점이다. '그 바닥 사람들은 술을 즐기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와중에는 약간 비꼬는 투가 섞여있는데, 환자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래, 니가 보스턴에서 온 보안관이라며?'라는 식으로 약간 비꼬면서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이 환자가 자신의 환상에 깊이 빠져있는지 일종의 테스트를 겸하고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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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레이첼'을 앤드류가 만나게 되는 이 장면은 구성자체가 너무 연극스러운 장면이기도 하다. 각 인물들의 배치자체도 마치 무대 연극을 보는 듯한 위치를 보여주고 있고,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조명은 이런 연극같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앤드류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레이첼의 불꽃 연기에 감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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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돌변한 레이첼을 맞닥들이는 앤드류의 표정도 흥미롭다. 이 장면만 본다면 극중 앤드류는 명백한 정신병동의 환자이고 레이첼은 간호사 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저 표정은 갑자기 변한 상대에 대한 놀라움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불안을 겪는 환자로서 공포를 느끼는 표정이라고 해야 맞겠다. 이 장면은 그래서 테디가 이 곳에 와서 이상한 일들을 겪으며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이었다는 점을 그의 반응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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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척이 테디를 눈치보는 장면은, 둘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고 할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앤드류를 철썩 같이 테디로 믿고 있을 때에는 이런 시선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런 종류의 영화의 묘미다. 그리고 다시 보는 '셔터 아일랜드'의 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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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금씩 소스를 제공하던 영화는 조지 노이스 (잭키 얼 헤일리)와의 만남 장면을 통해 매우 노골적으로 영화의 본래 이야기를 드러낸다 (여기서 본래 이야기란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아니라, 사실관계상 본래 이야기를 말한다). 조지 노이스는 앤드류 레디스와 테디 다니엘스를 모두 잘 알고 이해하는 인물로서, 빨리 아내를 잊으라고 진심으로 부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테디를 만난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그를 테디가 아닌 앤드류 레디스로서 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테디 다니엘스라고 믿는 앤드류는 이 이야기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관객은 점점 더 주인공에 대해 의혹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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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짧게 한가지만 언급하자면 세 아이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저 장면은, 이 모든 이야기의 단서이자 시작이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앤드류 레디스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나 우울증을 겪던 아내가 아이들을 모두 익사시킨 이 사건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손으로 이런 아내를 죽인 것에도 충격을 받아 결국, 자신안에 또 다른 자아를 갖게 되는 정신질한마저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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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인 척을 잃고, 동굴에서는 실제 레이첼이라는 여성과의 만남을 갖은 뒤 앤드류는 소장에게 발견되어 차를 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소장은, 코리 박사가 주장하는 이 거대한 연극에 결코 협조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소장은 앤드류에게 매우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건낸다. 앤드류를 완전한 환자 취급하며 그의 폭력성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건 앤드류, 아니 현재는 테디 다니엘스인 디카프리오가 소장의 이런 억압에 전혀 꼼짝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테디는 더 이상 연방보안관이 아니라 이곳의 환자인 앤드류의 모습으로 변모해왔으며, 자신을 완전히 환자 취급하는 소장의 말에도 제대로 한 마디 받아치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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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리 박사에게 모든 사실을 전해 듣고 자신이 테디 다니엘스가 아니라 앤드류 레디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앤드류는 코리 박사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는 바로 과거에도 이렇게 치료됐던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앤드류의 마지막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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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인 소설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 대사는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의미심장한 것이었는데,

'괴물로 평생을 살겠나? 선량한 사람으로 죽겠나?'

바로 이 것이다. 시한 박사를 다시 한번 척으로 부르고 이곳을 탈출해야 겠다고 한 뒤 남긴 말이 바로 위와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고는 제 발로 자신을 수술하려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로 걸어간다. 이것은 분명 테디 다니엘스로서의 선택이 아니라 앤드류 레디스로서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여러번 치료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드류는, 또 한번 환상에 빠지기 전 오롯한 앤드류 인 지금 선택해야 한다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극복하지 못할 트라우마 때문에 계속 정신이상과 현실을 반복하는 괴물로 평생을 살기 보다는, 그냥 앤드류 레디스로서의 죽음을 택한다. 영화는 이렇게 걸어가는 앤드류의 뒷 모습으로 끝나지 않고, 수술이 행해질 등대를 마지막 행선지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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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는 반전을 숨기고 있는 영화로서 이야기의 양면성을 영화화로서 잘 표현해 낸 작품이었다. 영화가 이끄는 대로 테디 다니엘스의 이야기로 보는 것도 물론 흥미롭고, 그 반대로 앤드류 레디스의 이야기로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앤드류 레디스라는 것을 알고 테디 다니엘스를 보는 것도 몹시 흥미로운 감상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aramount Pictures 에 있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09)
시대의 불안과 트라우마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콤비의 신작 <셔터 아일랜드>는, 스콜세지 - 로버트 드니로 이후 최고의 감독과 페르소나 콤비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들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미스틱 리버>, <곤 베이비 곤>의 원작자 데니스 르헤인이 쓴 유명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는데, 원작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스크린으로 먼저 만나게 된 <셔터 아일랜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언급한 것처럼 히치콕식 스릴러 연출과 큐브릭을 연상시키는 미장센으로 담아낸,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수작이었다(개인적으로는 걸작이라 불러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 근래 극장에서 본 작품들 가운데 가장 몰입도 있고, 가장 영화 본연의 미덕에 충실한 작품이었으며, 근래 본 연기 가운데 또 하나의 절정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매우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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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방 보안관인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날 처음 만난 자신의 파트너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셔터 아일랜드에 위치한 '애쉬클리프' 정신병원에 환자 실종사건을 조사하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탈출구라고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것 외에는 없는 이 외딴 섬에서 어떻게 환자가 도망치게 혹은 실종되었는지 의문이 많은 가운데, 테디는 이 정신병원 시설과 관계자들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며, 그 안에 자신의 개인적인 조사 역시 진행하게 된다.

영화의 오프닝의 타이틀 텍스트라던지 애쉬클리프를 조명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라던지, 'The Band'의 기타리스트 출신인 음악감독 로비 로버슨의 음산하고 무거운 음악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50년대 미국의 보스턴 셔터 아일랜드로 이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미장센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셔터 아일랜드>의 의상과 미장센은 너무도 영화적이라 매혹적이다. 당시의 코트와 의상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배우 중 하나인 마크 러팔로의 코스츔은 그 자체로 고증을 넘어선 매혹이 되버리고, 아내가 골라준 촌스러운 넥타이를 코트에 어울리지 않게 매치한 디카프리오의 모습 역시 영화 초반 연대를 알리는 텍스트 없이도 이 작품이 어느 시대를 그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사실 몰입 잘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나는, 코트에 모자를 눌러 쓴 마크 러팔로를 보는 순간 이미 몰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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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과 미장센이 시대의 공기를 담으려고 애썼다면, 시종일관 긴장감을 전하는 스코어는 장르 영화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시대의 불안과 트라우마라는 영화 뒷 편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든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마크 러팔로의 등장만으로 몰입했던 터라 그 이후에도 심하게 몰입해 영화가 반전을 제공했을 때에도, 그 이후를 이야기했을 때에도 모두 다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스코세지가 풀어낸 <셔터 아일랜드>의 구성은 혼란스럽고 불부명한 구조를 보여주는 듯 하다.

관객들은 죽었다던 테디의 아내가 등장할 때 꿈이나 환상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녀가 환상 속에서 보여주는 장면과 대사, 미장센 들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테디가 보는 아내의 환상 들은 마치 최근 보았던
찰리 카우프먼의 <시네도키 뉴욕>을 연상시킬 정도로, 어쩌면 이 작품을 더욱 모호하게(하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던)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영화의 결말로 되돌아 보았을 때 다시 한번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영화적 장치들이었다(재미있는 건 <시네도키 뉴욕>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미셸 윌리엄스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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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아주 깊게 몰입했던 터라 결말에 보여준 반전과 그 이후에 영화가 택한 설정도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반전에만 목숨건 정통 스릴러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혼란스런 설정들도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정통 스릴러의 범주로만 따져보아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캐릭터가 결국 테디 다니엘스 인지 앤드류 레디스 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흥미롭고, 맨 마지막에 선택한 삶(혹은 죽음)이 테디로서의 그것인지 앤드류 로서의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스포일러를 표시한 김에 이 영화의 반전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결국 마지막 등대 위에서 들려주는 박사의 이야기처럼 앤드류는 자신의 아이들을 우울증으로 익사시켜 살해한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과 나치 수용소의 기억 등이 트라우마가 되어 결국, 테디 다니엘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냈고 수술이 아닌 진보적인 치료를 추구하던 코리 박사는 이 거대한 연극을 통해 앤드류를 치료하길 시도했으나, 결국 다시 한번 돌아오는 것에 실패한 앤드류에게 포기하고 외적인 수술을 시도할 수 밖에는 없게 된다.

원작에는 없다는 영화 만의 마지막 대사는 이 영화의 반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단초가 되는데, '괴물로 살아가거나 선량한 사람으로 죽거나'라는 대사 뒤에 스스로 수술을 당하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앤드류(테디)의 모습은, 이런 극복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앤드류(괴물)로서 살아가느니, 가상의 인물인 테디가 되어 모든 것을 잊은 채 사는 것을 (수술)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결국 앤드류의 환상이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를 테디 다니엘스의 이야기로 보아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조목조목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결국 이 모든 것이 음모를 파해치려는 연방 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를 막기 위해 병원가 박사가 몰아간 것이라고 보는 설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그 만큼 스콜세지는 각각의 이야기에 논리가 될 만한 설정들을 영화 중간 중간에 직간접적으로 뿌려 놓았다. 이것들은 <셔터 아일랜드>가 재 관람 할 때마다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테디 다니엘스의 이야기로 믿으며 따라가느냐 아니면 앤드류 레디스의 이야기로 따라가느냐에 따라 영화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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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 진실인가에 대한 논란은 그 자체로 너무도 흥미로운 이야기거리 이긴 하지만, <셔터 아일랜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이 무언인가?'에 대한 것은 아니다. 만약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다면 이 작품은 혼란스럽게 단서를 풀어놓 되 결말이 알려지고 나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했고, 깊이 파고들면 들 수록 더 확고한 영화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 그 자체다. 영화는 반전에 관련된 여러 단초들을 심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시종일관 하고 있다. 테디가 이 일에 자처한 것도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앤드류가 이곳에 있다는 정보 때문이며, 꿈만 꾸면 보이는 환상들(나치 수용소에 쌓여 있는 시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과 자신의 아이들을 빨리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까지) 역시 모두 테디 내면의 트라우마 들이다. 영화는 한 개인이 트라우마로 인해 어떻게 잠식되어 가고 고통을 겪는지의 과정을 스릴러라는 그럴 듯한 장르에 빗대어 들려준다.

이렇게 개인적인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셔터 아일랜드>의 트라우마는 개인적인 것 외에 당시 미국 사회의 레드 컴플렉스와 트라우마를 담고 있다. 극중 테디가 겪었던 나치 수용소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때 뿐이며, 공산주의자를 색출해 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던 당시 미국 사회내의 문제는 영화가 담고 있는 불안으로 바꿔 이야기할 수 있다. 50년대 핵과 냉전 시대의 공포와 의심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대의 트라우마를 개인의 트라우마에 빗대어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극중 조지 노이스(잭키 얼 헤일리)와의 대화 중에 '수소 폭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비유는 사실 매우 직접적인 당시 미국사회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내부에서부터 폭발한다는 수소 폭탄의 비유는, 냉전 시대 소련이나 다른 세계로 부터의 공포보다는 메카시즘으로 대표되는 당시 미국 사회 내의 불안과 공포가 더욱 스스로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렸던 또 다른 영화는 바로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였는데, 이 작품에도 <셔터 아일랜드>와 비슷한 시대 배경과 정신병원(뇌수술)이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실제 이런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 사회를 되돌아 보았을 때, 마치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치'라는 트라우마를 지울 수 없는 것처럼 현재의 미국 사회에서 역시 50년대 메카시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치와 공산주의의 정반대에서서 자유를 부르짖었던 자신들에게 나치와 똑같은 어두운 과거는 분명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였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 영화는 시대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에 빗대어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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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갈수록 매혹적이다. 1950년대에 빠져든 디카프리오는 당시 고전 헐리웃 영화 속 남자 배우들 처럼, 연극적인 연기를 펼친다. 스콜세지와의 호흡은 한계를 모르고 나아가고 있으며, 이젠 더이상 연기력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실례일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크 러팔로 라는 배우는 시대극에서 특히 장점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 자체가 미장센이 되는 연기에 있어서 마크 러팔로는 참으로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 밖에 벤 킹슬리와 막스 본 시도우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함께한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무게는 깊어지며, 미쉘 윌리엄스와 잭키 얼 헤일리(아시다시피 <왓치맨>의 '로어셰크'가 바로 그다), 그리고 에밀리 모티머와 패트리시아 클락슨의 연기도 좋았다. 디카프리오가 월등한 롤을 맡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조연급 연기자들의 연기를 맛보는 것도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다.

여러가지 이유로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는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

1. 벌써부터 얼른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으면 좋겠네요.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영상의 입자 자체가 거친 편이라 칼 같은 선예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어서 블루레이나 DVD가 출시되어 음성해설 트랙이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2. 마크 러팔로의 의상을 보며 자연스럽게 <조디악>을 떠올렸는데, 흥미로운건 <조디악>에서 범인으로 의심되었던 배역을 연기했던 존 캐롤 린치가 이 작품에도 소장(부소장?)으로 등장한다는 점이죠.

3. IMDB의 트라비아를 보니 파라마운트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데이빗 핀처와 브래드 피트, 마크 월버그로 진행하려고 했었다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조디악>스러워졌을지도 모르겠군요 ㅎ

4. 오랜만에 스코어에 감동 받았습니다. 감정적 감동이 아닌 영화적 감동이요. 사운드 트랙도 구매해야 겠네요.

5. 글을 다 쓰고 오랜만에 관련 글들을 읽어보며 정말 희열을 느꼈습니다. 영화의 반전을 가지고 각자의 논리들로 풀어놓은 글들을 보는 재미를 이렇게 느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6. 아, 또 보고 싶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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