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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새로운 희망은 어떻게 탄생했나


J.J. 에이브람스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이후 새롭게 선보인 스타워즈의 새 영화는 다름 아닌 에피소드 3의 프리퀄 격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피소드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로그원'이라는 별도의 제목을 갖은 이 영화는 기존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들과 유사하면서도 차별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차별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는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 여부를 두고 혹여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바꿔 말해보자면, 제다이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따져보자면 오리지널 3부작 이야기에 중심이 되는 배경인 데스스타가 다시 한번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가장 큰 흥미이자 중심이기도 한 제다이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로그원'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스포일러라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 단점은 영화의 마지막, 아주 잠깐의 순간을 통해 해소돼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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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홍보할 때 '기존 스타워즈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최초의 스타워즈'라는 식의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스타워즈의 팬 입장이 아니라면 쉽게 즐기기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서, 만약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단점으로 고스란히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반 이전까지 '로그원'의 전개는 맥락만 아주 간단하게 소개하는 식이고 캐릭터 역시 등장 이상의 공감 포인트를 전달하는 것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특유의 화면 전환 방식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각각의 이야기는 이 세계관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눈요기가 끝나면 다른 눈요기가 등장하는 것 이상의 흥미는 아마도 주지 못할 듯싶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스타워즈 시리즈 가운데도 역대급의 우주전과 지상전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지만, 중반 이전까지는 확실히 팬의 입장에서 보아도 단조롭고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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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오랜 팬으로서 '로그원'이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은 단순히 팬이라 대부분의 단점을 이해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로서 은연중에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재미와 감동들이 이 영화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오프닝 타이틀과 음악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이질감으로 다가왔지만 (아마도 에피소드 시리즈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강조하기 위함인 듯), 에피소드 3과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익숙한 반란군과 제국군의 전함들과 전투기들, 그리고 익숙한 스톰 트루퍼들의 모습과 스치듯이 묘사되는 낯익은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아마 이 영화 스스로도 이 장면이 이 정도의 감동과 슬픔을 주게 될 줄은 몰랐을 맨 마지막 장면과 그 이전 다스베이더가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스베이더의 그 짧은 장면은, 과장을 더해서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를 충분히 볼 만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포스와 감동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캐릭터가 갖는 힘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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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장점 가운데 '로그원'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프리퀄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즉,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이 영화를,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에피소드 4를 다시 보고 싶어 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에피소드 4의 첫 시퀀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연결 고리였다고 생각된다. 프리퀄 성격을 갖는 작품들의 경우 간혹 과하게 연결 고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후편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설명하려 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보다는 '로그원'처럼 아주 최소한의 연결 고리만을 자연스럽게 완성해 내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보면서 어쩌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 그 새로운 희망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탄생했는가에 대한 점을 비로소 떠올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과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캐리 피셔 (레아)의 죽음으로 인해 바로 이 지점, '로그원'과 '새로운 희망'의 연결 지점이 더 큰 감동과 의미를 갖게 된 것도 이 영화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 점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여성상을 보여주었던 레아 그리고 캐리 피셔의 명복을 빌며.


May the 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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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리 피셔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그날 늦은 밤 보게 된 '로그원'은 정말 의미가 남다르더군요. 마지막 장면 ㅠㅠ

2. 매즈 미켈슨이라는 배우를 좀 더 활용했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건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한 캐릭터. 이 캐릭터는 막말로 등장 안 했어도 전혀 상관없는 정도로 활용되는 것에 그치는데... 참 아쉽;;

3. 견자단이 연기한 치루트 캐릭터는 호불호가 좀 강하게 나뉠 것 같아요. 특히 팬들 사이에서. 음... 전 좀 아쉽.

4. 진 역할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의 얼굴에서 여러 번 루크 (마크 헤밀)의 얼굴이 겹쳐지더군요. 그 표정 있어요 ㅎㅎ

5.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보았는데 화려한 우주전에서 확실히 애트모스 사운드의 활용도를 최적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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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Godzilla, 2014)

또 다른 히어로 영화의 시작



롤랜드 에머리히의 1998년작 '고질라'는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이었다. 일본 원작 '고질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전해들은 바만 해도 원작과의 먼 거리는 알 수 있었고, 그렇다고 이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이나 재미 측면 역시 특별히 매력적이지는 않은 평작이었다. 특히 이번 가렛 에드워즈의 2014년 '고질라'를 보고 나면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혹은 오판 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일본 원작 고질라의 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랬으리라.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입장에서 2014년 버전 '고질라'에게 바랬던 것은 그다지 없었다. 오로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볼 때와 비슷한 기대 정도랄까. 대화면의 극장용 영화로서 평소에는 체감하기 힘든 스케일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왕십리 아이맥스 3D 포맷을 선택하기도 했고. 결과는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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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작 고질라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번 '고질라'는 신선했다. 일단 처음에 등장한 이름 있는 배우들이 너무 쉽게 사그라드는 것에서 그랬고, 전개 과정도 고질라가 전면에 나오기 전에 무토라는 또 다른 괴수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즉, 일반 관객 입장에서 '고질라'라고 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인들이 어떻게 고질라를 무찌르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영화는 그 손가락을 무토로 돌리고 있었고 고질라의 존재를 애매하게 등장시키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인간들 중심의 드라마는 약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사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드라마는 다른 재난, 괴수 영화에 비해 약한 편인데 그래서 아쉬웠다는 것이 아니라 신선했고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박사나 군인 등 주요 인물들의 드라마를 더 걷어 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그렇다면 흥행은 더 어려웠겠지만) 생각도 했다. 일단 이렇게 조금은 일반 재난 영화들과 다른 구성이 나쁘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이야기의 무게가 가벼웠음에도)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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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마치 재난 영화로서 고질라를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질라가 주연인 히어로 영화로서 성립하는 듯 했다. 보통의 히어로물이 그렇듯 주인공이 자각하고 영웅이 되기 까지 한참이 걸리는 것처럼, '고질라' 역시 고질라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고질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의 행보(?)는 더 히어로스럽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반농담을 섞어서 눈물이 찡할 정도의 감동까지 느끼게 되는데, 정말 완벽한 '다크나이트' 급의 뒷 모습을 고질라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질라와 무토의 대결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고질라가 화염을 쏟아 부을 땐 이 영화를 왜 보게 되었는 지에 대한 확실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흡사 이 영화가 고질라를 다루는 방식은 '킹콩'이 킹콩을 다루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적어도 속편까지는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영웅 고질라가 또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 균형을 가져오게 될지 궁금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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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고질라를 보니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본 일본 원작 팬들은 얼마나 실망스러웠을지 짐작이 뒤늦게 되더군요.

2. 마지막에 TV뉴스를 통해 고질라의 활약이 나오는 장면은 오히려 대놓고 유치해서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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