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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The Truth Beneath, 2015)

암묵적 은폐 되었던 진실들을 꺼내다


'미쓰 홍당무 (2008)'를 연출했던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손꼽힐 만한 성격(그렇다, 성격이다)과 스타일의 작품이다. 거두절미 하고, '비밀은 없다'가 색다른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가 잘 다루지 않았던, 발견하지 않았던, 혹은 발견했으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손예진과 김주혁이 전면에 나선 포스터, 그리고 아이의 실종과 대선 15일전.. 등의 문구를 내세운 포스터를 보았을 땐 이 영화의 내면을 미처 예상하기 어려웠었다. 바로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로 인한 선입견이라면 선입견 때문이었는데, 역시 '미쓰 홍당무'를 연출했던 이경미 감독은 뻔한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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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는 관객들이 쉽게 흥미를 가질 만한 전제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선거를 보름 앞 둔 후보자 부부와 경쟁 후보와의 묘한 관계는 그 이상의 음모나 모략이 있을 것만 같아 기대를 모으고, 여기에 아이의 실종이라는 사건의 발생은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미스테리를 전개해 나갈지 역시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단, 조금 다른 점이라면 '비밀은 없다'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것과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미리 (잘못)짐작한 이야기로 보자면 이 영화는 남편의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아내의 이야기와 딸의 실종 이야기가 연관되어 전개될 것으로 보기 쉽지만, 이 영화는 손예진이 연기한 '연홍'을 통해 잘 드러나듯이 그런 상황 속에서도 홀로 꿋꿋이 딸의 실종과 관련된 사건 만을 파고 들고자 한다. 아마도 주객이 바뀐 다른 영화였다면 딸 아이의 실종으로 인해 반쯤 미쳐버린 엄마 정도로 묘사되었을지 모르지만, '비밀은 없다'는 그 반쯤 미쳐버릴 수 밖에는 없는 엄마의 심정에 주목한다. 하지만 영화는 연홍을 그저 폭주하는 인물로 바라보는 시선들을 담아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날 뛰는 세상과 인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홍은 딸의 실종 사건의 본질에 홀로 더 깊이, 깊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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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밀은 없다'에는 한 편에서 괴이하다고 까지 표현되는 여중생 소녀들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소녀들의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지, 아니 몰이해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사회가 만들어낸 일종의 이상향으로 인한 최면의 결과에 가깝다. 남성 중심의 사회, 권력자 중심의 사회에서는 그 반대 편 (약자의 편)의 이야기에 대해 권력층 본인은 물론 전체적인 사회의 분위기 조차 상대적 약자 층의 이야기에는 큰 관심이 없거나 큰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다시 말해 무시를 한다기 보다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냥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존재했으면 하고 바란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선 후보자의 아내와 중학생 딸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선거를 앞 둔 종찬(김주혁)의 입장에서는 아내나 딸이나 별 문제 없이 남아 있기를, 최소한 중요한 선거가 끝날 때 까지만이라도 자신의 일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것인데, 이 영화는 보란 듯이 사건을 터뜨리고 모두를 역으로 무시한 채 오직 딸을 되찾는 것에만 집중하는 연홍의 이야기를 영화의 한 가운데로 끌고왔다는 점에서부터, 같은 배경의 다른 이야기가 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관객들은 민진이와 미옥이의 이야기 비중이 커지고 깊이를 더해가면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게 되지만, 사실 이 이질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몰이해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는 점이다. 특히 중학생이 아닌 관객들. 더 나아가 중학생 소녀를 자녀나 형제 등으로 함께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저 공부 열심히 하고 별 탈 없이 졸업하고, 고등학교 가고 또 대학가기 만을 바라고 그것이 너무나 일반적이고 자연스럽다고만 여기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민진이와 미옥이가 영화 속에서 겪는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 몰입을 해치는 요소가 되어 영화 전체가 혼란스러워 지는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경미 감독은 그저 왕따 라는 것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이 시기의 혼란과 더 나아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내 가족과 주변 사람의 이야기만 아니면 상관 없다고 여기는 왕따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며, 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오히려 이 이야기를 민진이와 미옥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로 접하는 것보다는, 본인도 역시 잘 몰랐던 어른인 연홍이 사건을 통해 알게 되는 방식을 취한 것이 더 좋았다. 어쩌면 이 과정은 연홍이 민진의 실종과 이와 연결된 다른 사건들을 풀어가는 전개보다도 더 의미 있고 본질적인 미스테리의 해결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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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암묵적으로 은폐되다시피 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된 연홍이 굉장히 빠른 시점에서 또 빠른 속도로 각성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연홍은 자신의 출신에 대한 루머 등으로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데, 아이를 잃고 그것에만 집중하게 된 연홍이 거친 사투리로 남편을 몰아 붙이는 장면은 더 이상 이 시점에서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누군가를 위해서 보여주기 식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장면이라 그 이후 이어진 뺨을 되갚아 주는 장면과 더불어, 아주 원초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심지어 쾌감까지 느껴지는)인물의 묘사였다. 다시 말해 왜 쾌감이 느껴졌나 생각해보니, 따지고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인물의 행동인데 그간의 한국 영화에서는 좀 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의 행동과 성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연홍의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대부분의 쾌감과 공감대는 대부분 너무 당연하지만 우습게도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가 그간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서 오는 상대적인 감흥이었다는 점은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씁쓸한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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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는 단순히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를 위한 제목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한 편으론 암묵적 침묵 속에 벌어지는 잘못과 범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의 비밀은 '없다'로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론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각하기 위해 역시 암묵적으로 비밀로서 규정한 것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꺼내 놓으며 비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역시 경고의 메시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비밀은 없다'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이 영화가 어떻게 읽히고 느껴지는 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몹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1. 글 중에는 따로 언급을 못했지만 이 영화는 미술과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 영화라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극장에서 빠르게 내려간 것도 너무 아쉽지만, 나중에 블루레이라도 온전히 출시되어 그 질감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손예진의 캐스팅은 여러 모로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언급 했던 것처럼, 무지와 몰이해에서 빠르게 각성하고 변해 가는 인물을 표현하기에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와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 사이의 거리는, 더 큰 몰입도를 주기에 완벽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은.


3. 영화를 보면서 민진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지 싶었는데, 오디션 프로에 나왔었던 신지훈 양이더군요. 기존에 노래하는 모습만 봐서 매치가 바로 안된 듯.


4. 아마도 이 영화는 이번에 많은 관객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쳐버린 경우가 많을 텐데, 나중에 더 많이 찾아보게 되는 영화가 반드시 될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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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 (The Visit, 2015)

샤말란의 완벽한 코믹호러스릴러



M.나이트 샤말란이 돌아왔다. 다들 샤말란을 이야기 할 때 '식스센스'를 가장 많이 언급하기는 하지만, 내가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언브레이커블'이나 '싸인' 쪽에 가깝다. 많이들 샤말란의 이후 작품들에 대해 대부분 아쉬워 하는 것이 중론인데, 특히 호불호가 갈렸던 (그렇다기 보다 대부분 별로라고 했던) '해프닝'은 인상 깊게 본 편이지만, 나 역시도 '라스트 에어벤더'나 '애프터 어스'는 큰 실망을 했던 작품이었다. 이 두 작품에서 실망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샤말란과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다. 샤말란은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을 배경으로 미묘한 심리와 그 안에서 서서히 조여드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다루는 감독인데,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좀 과한 배경과 스케일이었다. 그럼에도 샤말란을 (아직까지) 지지하는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여전히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조금 먼저 선보인 '더 비지트 (The Visit)'를 놓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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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명확한 컨셉 영화이지 장르영화다. 샤말란은 마치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의 타이틀서부터 이 영화가 명확한 장르영화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전형적인 룰 안에서 충실히 룰을 따르며 자신의 장기를 펼쳐낸다. 이런 장르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더 비지트'는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깝다. 한정 된 (혹은 고립된) 공간, 한정 된 인물, 정해진 시간,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 (그로 인한 핸드 헬드 촬영방식까지), 고전 공포영화에 딱 어울리는 영화 음악까지. 공포 스릴러 영화의 고전적인 방식으로 샤말란은 오히려 이 전형적 요소들을 더 고전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깔끔하고 무엇보다 몹시 재미있다. '더 비지트'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땐 두 가지의 다른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아역 배우들이 실제로 재미있는 장면과 대사들을 연출하는 것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쾌감의 재미다. 전자의 경우 남동생으로 나온 아역 배우는 자칭 랩 뮤지션을 꿈꾸고 있는데, 이 캐릭터가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안에서 펼치는 랩 뮤지션으로서의 자세가 촌스럽지 않고 제법 수준있는 재미를 준다. 확실히 대중적인 측면에 있어서 이 캐릭터의 성격이 없었다면 '더 비지트'는 더 심심하거나 조금 더 평범한 공포 스릴러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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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재미 포인트는 조금 성격이 다른데, 공포의 요소가 커가면 커질 수록 웃음이 동반된 재미가 더해지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B급 정서랄까. 로드리게즈의 영화처럼 의도 된 잔인함 혹은 촌스러움을 볼 때 처럼, 혹은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이 준 재미처럼 공포가 가중 될 수록 그 의도 된 장면이 끝나고 난 뒤에 땀이 한 번 스윽 지나가면서 시원한 쾌감이 느껴지는 특유의 재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비지트'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한 거의 모든 무서운 설정과 행동, 장면들은 거의 모두 다 이런 성격의 재미를 담고 있어서 하나 같이 눈을 질끈 감는 동시에 웃음이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 이건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마 이런 류의 공포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무슨 경험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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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이 장르 영화 속에 가족 드라마까지 삽입하였는데, 나는 오히려 조금의 감동 포인트도 없이 완전한 컨셉 장르 영화로 남는 편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가족 드라마의 테마 역시 전체적인 장르 영화의 완성도를 해칠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고, 한 편으론 이 테마가 매우 중요한 테마로 낮은 곳에 깔려 있기 때문에 영화 속 내러티브가 가능해진 측면이 있어 오히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더 풍성해지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영화의 호불호나 샤말란 감독에 대한 선호도를 떠나, 단순히 러닝 타임에 가장 충실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현재 고르라면 주저 없이 '더 비지트'를 추천하고 싶다. 아,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재밌다는 표현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많이 무서운 영화이기도 하다. 깜짝 놀래키고, 가슴 떨리고, 반전도 있고. 단지 그것들이 장르라는 놀이터 안에서 충실히 활용되고 있다 뿐이지, 무섭다. 깔끔하게 한 번 또 보고 싶다.



1.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방영했던 코미디 프로인 임하룡, 이홍렬씨가 연기한 '귀곡산장'이 떠올랐어요. 왠지 그런 컨셉으로 보면 더 재밌는 영화 ㅋㅋㅋ '망태망태망망태 망구망구망망구 ㅋ'


2. 어디 이래서 자식 있는 분들 명절 때나 방학 때 시골 부모님 집에 애들 보낼 수가 있을지 ㅋ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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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결국은 시선에 관한 영화



데이빗 핀처의 신작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를 보았다. 핀처의 작품이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의 최근 작이었던 '소셜 네트워크'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워낙 좋았고 완성도가 높았었기 때문에 이 작품 '나를 찾아줘 (원제를 따르자면 '사라진 소녀'가 적당하겠다)' 역시 아무런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개봉 전 어디에선가 핀처의 최고 작품 중 하나인 '조디악 (Zodiac, 2007)'과 비교하는 평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큰 기대를 앉고 극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를 찾아줘'는 '조디악'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으며, 스릴러 이기는 하지만 스릴러 본연의 재미와 요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이야기와 시선에 더 관심이 많은, 조금은 다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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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고 보는 편이 최적의 관람 방법입니다)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대략 이러하다. 어느 날 닉은 잠시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은 사고가 난 것처럼 어질러져 있고 아내 에이미는 사라져 버렸다. 아내 에이미를 찾기 위한 노력은 언론 등에 노출되며 더 큰 사건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는 플래시백을 통해 관객에게 조금씩 이 둘의 결혼 생활에 이미 균열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핀처의 전작인 '조디악'과 스타일이 유사한, 그러니까 실종된 아내를 찾기 위한 아주 치밀하고 긴장간 넘치는 추리극 일 줄로만 알았다. 에이미가 처음 실종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싶었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단서를 던지고 이른바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실종 사건을 두고 주인공 닉 던 (벤 애플렉)을 바라보는 언론과 주변의 시선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영화는 어느 순간 부터 이 영화의 또 다른 부제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맞아 떨어지는 놀라운 에이미 던 (어메이징 에이미)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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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는 노골적으로 실종 사건을 두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마녀사냥에 빠져드는 언론과 움직이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조금 연출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언급했다시피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한 편으론 정말로 사라진 소녀를 찾아가는 과정의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야'라는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형식적으로 표현되는 주변과 언론의 반응들은 그야말로 어메이징 한 에이미라는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단편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물론 아주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을 통해 더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이도록 의도했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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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에이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벤 애플렉이 연기한 닉 던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겠다. 극 중 닉 던이라는 캐릭터는 참 묘한 느낌을 주는데, 치밀한 에이미와 같은 레벨로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불쌍하다'라는 생각에 공감대 혹은 동정심이라도 얻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멋대로 인 부분이 있어서 100% 부합하지는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극 중 많은 장면에서 닉 던이라는 캐릭터와 벤 애플렉이라는 배우가 겹쳐지면서 의도치 않았던 (그 중 반은 의도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의도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영화 전체가 이 사건을 약간의 조롱기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심각한 사건 속에서도 당사자들은 황당할 정도로 허술하고 초라한 행동을 하게 되는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아마 영화가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극 중 대중들처럼 오해했을 관객들에게 '자, 현실은 이럴 때도 있어. 쉽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선 안되'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튼 농반진반 이지만 이 작품은 벤 애플렉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연기력이 최고조로 발휘 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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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애플렉 이야길 하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나를 찾아줘'는 에이미 역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의 영화다. 이 영화는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로, 초반에는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은 물론 마치 중간계의 갈라드리엘을 연상시키는 신비스러운 보이스의 내레이션으로 묘한 매력을 선보이는 한 편, 후반부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의 모습은 극장 내 관객들이 모두 무서워서 치를 떨 정도로 소름 돋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나 역시도 올해를 통 틀어 무서워서(이것도 공포긴 공포다) 소름 돋기는 거의 처음이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전국민이 알고 있는 캐릭터와 평생을 비교 당해야 했을 에이미의 스트레스와 (아마도)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내적으로는 망가지고 폭력적이고 정신이상의 행동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최적화 된 행동을 하게 되는 캐릭터를 '왜 저래?'보다는 '무섭다'가 먼저 느껴지도록 이끌어 냈다. 아마도 많은 영화 팬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무서우리 만큼 소름 돋았다.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는 핀처의 또 다른 재주를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에게는 극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워낙 강해 그 이면의 디테일이 다 전달되지 않는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하긴 그게 너무 강하긴 했다.



1. 정말로 '사랑과 전쟁' 극장판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2. 핀처는 최근 작품들에서 영화 음악을 특히 더 매력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어요. 영화 음악에 의도가 많이 담겨있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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