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타카
2007. 11. 13. 17:48
2007. 11. 13. 17:48
린다 린다 린다 (リンダリンダリンダ: Linda Linda Linda, 2005)
배두나의 출연으로 먼저 관심이 갔던 작품.
선입견으로는 배두나가 일본 가서 그저 그런 시시한 작품을 찍고 왔을거라
생각했지만, <스윙 걸스>이후 비슷한 류에 영화에 목말라 있을 때쯤,
보게 된 <린다 린다 린다>는 <스윙 걸스>에는 없는 정서가 담긴 작품이었다.
<린다 린다 린다>는 특별한 클라이막스가 없다.
축제 무대에서의 공연이 이들에겐 최종 목표도 아니고,
무대위에서의 성공이 곧 영화의 목적도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상들과 교환학생인 '송'이 밴드에
완전히 하나가 되기 까지의 과정.
써놓고 보기 정확히 이런 내용도 아니다.
'린다 린다 린다'라는 제목은 밴드 블루하트의 곡명이며,
영화 속 밴드 '파란마음'이 공연하는 곡들 중 하나인데,
어쩌면 이 곡의 가사가 이 영화를 담백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첨에는 시궁창 쥐라는 설정이 왠지 우습게 느껴졌지만,
곡을 들으면 들을 수록, 가사를 보면 볼 수록,
저 가사가 와닿았다.
'린다 린다 린다'에서 배두나는 일본 여고생으로 출현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 유학생 '송'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내내 그가 한국 유학생이라는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 서로 다른 언어가 마음을 더욱 쉽게 전달하는데(일방적이긴 하지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송이 케이에게 한국말로 밴드에 껴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케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이미 이들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 나아가 한/일 이라는 국가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마워, 동지'라는 말은 단지 한국어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진정한 '동지'임과 유대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중,고등학교때 여럿이 어울려 음악활동을 했던 나로서는,
<스윙 걸스>도 그랬고 특히 <린다 린다 린다>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세심한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 선정할때 스쳐갔던 시이나 링고나 주리 앤 마리 등을 알아차렸던 것 처럼
블루하트에 대해서도 이전에 조금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끝나지 않은 노래를 부르자, 똥 같은 세계를 위해… 쓰레기 같은 놈들을 위해'
새삼 또 느끼지만,
펑크의 가사들은 정말 아름답다.
글 / ashit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