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비트에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잠수함 영화! 여럿 잠수함 영화 가운데 단연 최고의 영화! 더 이상 형용할 필요가 없다.


독일군의 패전기미가 보이던 1941년. 잠수함에 승선한 젊은 독일군들은 먹고 마시며 하루 하루를 보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수함이라는 공간에 답답함을 느끼고 전쟁의 비정함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그들에게 위험한 명령이 떨어진다. 영국군의 본거지인 지브롤터해협을 통과하라는, 마치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명령이다. 드디어 적지를 향하던 U-보트는 폭탄에 맞아 바다 속 깊은 곳에 처박히고, 군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 놓이게 된다.



감독인 볼트강 페터슨은 [사선에서] [퍼펙트 스톰] [네버엔딩 스토리]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진 감독이다. 또한 그의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펙터클하고 스케일이 큰 영상을 잘 만들어내는 이 분야의 대가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작품이 바로 [특전 유보트]인데, 이 영화는 영상에 표현에 있어서 극과 극을 달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1981년에 제작된 영화인지라 지금의 컴퓨터 그래픽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어설픈 효과와 영상의 삽입이 쉽게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 당시로서 그 정도 영상의 잠수함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감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영상 표현에 있어 극과 극을 달린다는 말은 잠수함 영화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대양을 가르며 적 잠수함과 전투를 벌이고, 어뢰와 폭발이 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큰 스케일의 스펙터클한 영상 표현이 필요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할애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같이 한정된 공간에서의 영상 표현이, 이것저것 활용 요소가 많은 다른 공간에서의 표현보다는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줄 수 있고, 흥미를 잃게 하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이 영화 [특전유보트]는 무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 같은 지루함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지루함은 감독에 의해 의도된 것으로,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실제 병사들이 겪는 지루한 감정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그러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후반부에 극적인 요소들이 더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장면 장면의 카메라 앵글이라던가 잠수함 영화 특유의 영상미는 이후 만들어진 대부분의 잠수함 영화들의 초석이 될 만큼 완벽하고 절대적인 스타일을 제공한다.
영화가 개봉한지 20년이 지난 오래된 영화인만큼, 아무리 슈퍼비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할지라도 최근 영화들과 화질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현상은 TV로 시청할 때는 크게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지만, DVD-ROM 환경에서 플레이 할 시에는 콘트라스트 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번 얘기하지만, 충분히 감안할 만한 정도이다. 시종일관 어두운 조명 속에서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소지하는 영화의 특성상 화질의 극대화를 노릴 만한 영상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역시도 충분히 봐줄만한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특전 유보트]가 슈퍼비트로 출시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사운드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잠수함 영화의 생명은 바로 사운드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해에 잠수함 내에서 적을 감지하고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바로 소리이기 때문이다. [U-571]의 경우 어뢰를 사용한 전투 장면이 부각되어 사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특전 유보트]에서는 잠수함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계 수심을 넘어 잠수할 때,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사운드 이다. 미세하지만 압력을 받는 잠수함의 소리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며, 또한 압력을 견디다 못해 하나 둘씩 터져 나오는 볼트의 굉음도 실감나게 전달된다.

아무런 사건이 없을 때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운드만이 간혹 들리지만, 공격을 당했을 시에는 물이 강하게 새들어오는 소리, 화제로 불꽃이 이는 소리, 분주하게 함 내를 오가는 병사들의 발소리, 또한 고래고래 질러대는 외치는 소리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이 같은 장면에서 채널의 분리도가 극대화 되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로 잠수함 내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는 충분한 현실적인, 정신없이 긴장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더빙 언어 선택에 있어 영어가 아니라 원어인 독일어에 DTS트랙을 사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아니메는 일본어 특유의 어감으로 감상해야 그 참 맛을 느낄 수 있듯이, 독일어 특유의 강세를 느낄 수 있는 더빙은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3.07.30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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