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 2007)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타지 장르는 판타지를 보는 접근방식으로 봐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름대로 신경쓴 장면들도 그저 코웃음 치고 넘길 정도일 것이며,
그 세계와 인물들을 설명하는 구성은 그저 졸음이 올 뿐 일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 <황금나침반>은 기존에 우리가 즐겨왔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더 이런 자세에 입각해서 봐야 즐길 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원작이나 영화 홍보면에서도 앞서 비교했던 두 작품들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는 캐스팅 면에서 반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였기 때문에,
판타지 물의 팬이 아니라면 100% 즐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더군다나 1편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연작 중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빨리 결판나고 극적인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원하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사실.

이런 전례에 비춰본다면 <황금나침반>은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더 적은 관심속에 묻혀갈지도 모르겠다.
일단 니콜 키드만,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등 스타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긴 하였지만,
특히나 국내에서는 흥행파워 면에 있어서는 특 A라고 보기는 어려운 배우들이라 크게 메리트를 주지
못할 듯 하며,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겪인 이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더 나은 평을 듣기도
아마도 힘들듯 하다.

이렇게 아쉬운 이야기를 먼저 쭈욱 늘어놓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괜찮게 감상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미 관람한 이들 가운데 꼭 기회가 있다면 원작을 읽고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 있었는데,
이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판타지 장르 답게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처음 접한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유추하며
스크린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전개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야 한다.
영화에 대해 집중력을 가지고(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본다면 이처럼 숨을 좀 헐떡이더라도
이해하며 영화를 따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게 실증을 내고 지루해 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참고로 내 옆에서 본 사람들은 보는 내내 하품하거나, 실소를 자주 터트리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데몬'에 관한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순 있겠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언제쯤에 이야기인지, 각각의 세계와 각각의 세력(인종?)의 관한 설명이
역시나 시간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였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특히 <반지 원정대>와 너무도 흡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프로도가 처음 등장하는 파란 풀밭 장면은 여자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대로 복습하고 있으며,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어느 세력, 어느 세력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뒤,
약간의 액션을 마지막에 배치하고, 이들이 모여서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말한뒤
끝을 맺게 된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라라 = 프로도, 에스라엘 = 아라곤, 세라피나 = 아르윈,
로저 = 샘, 이오렉 = 간달프(이건 좀 무리가 있을지도 --),, 대충 이런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반지와 닮은 점이 있어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점도
분명 들었다.

1편 성격인 이 영화가 사실상 영화 속의 세계와 인물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라면,
나머지 볼 거리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머 베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마도 가장 기대한 장면이었을 텐데, 종종 뭐 음료회사 광고의
모델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크기와 무게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수준 급의 표현력으로
사실상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머 베어간의 결투 장면을 멋지게 이끌어 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종족들이 모여서 전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어두운 배경속에 치뤄진 것이(전체관람가 인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참고로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 훤한 대낮에 전투를 치르지 않았는가! ㅋ)
그래서 인지 전투 장면에서는 마치 <킹 아더>에서의 전투 느낌이 나기도 하였다.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평을 할 수 없는 건, 그 비중들이 다들 매우 적었기 때문인데,
니콜 키드먼을 제외하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에바 그린은 거의 까메오 수준에 이르는 정도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렇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 분위기만은 2편을 기대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이제는 판타지 전문 배우라 할 수 있을 크리스토퍼 리 옹도 살짝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영화에
목소리로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이었다.
대표적으로 이오렉의 목소리를 맡은 이안 맥켈런을 비롯하여, 케시 베이츠, 그리고 최근 <어거스트 러쉬>로
이름을 더욱 알린 프레디 하이모어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1편은 모르고 봤지만, 2편부터는 이들의 목소리 연기를 주목하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 일듯.

결과적으로 아쉬운점이 많은 작품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속편이 나온 다음에 총체적으로 평가해야만 진정한 평가가 되는
영화가 아닐 듯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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