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올해의 마지막 기대작이었던 '아메리칸 갱스터'.
이미 리들리 스캇 영화에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다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쭈욱 이 영화를 기대해 왔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1970년대 뉴욕의 실존 인물인 마약조직의 보스 프랭크 루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바탕이 전부가 아니라 감독의 말에 의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첫 느낌은, 상당히 무거우면서 굉장히 영화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뭐라 쉽게 감상기를 쓸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지만 너무 훌륭한 연출력으로 무려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영화에 미치도록 집중하여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나는 <대부>나 <좋은 친구들> 혹은 <스카페이스>나 <프렌치 커넥션>등의
영화들은,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모두 비디오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영화들이었다.
즉 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에, 그 시대에,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즐길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고 나오면서 또 하나 든 생각은, 이런 영화를 동시대에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지금보다도 몇십년이 지난 나중에 더 영광이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이 영화를 보며 감동했던 것은(내용적으로가 아니라 영화적으로),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이었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래야하는것처럼 엄청난 수의 갱들이 등장하지도 않고,
갱들간의 엄청난 총격전이 있지도 않고, 엄청난 로케이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장면 장면에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한 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지 연출력만으로도 이렇게 장면 장면을 압도하도록 만드는 기술은 그야말로
리들리 스콧 쯤 되는 거장 감독이라야만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싶다.
영화사에 남는 영화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그 시대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 역시 당시 6,70년대의 미국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프랭크 루카스의 일들을 직접적으로 그리면서 그 속에서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하던
프렌치 커넥션 이후부터의 마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마피아와 갱들간의 치열한 세력다툼,
그리고 흑인과 백인간의 인종차별, 그리고 마약 만큼이나 만연했던 부패 경찰의 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섞어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의 미국 사회가 처했던 문제들에 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시키고 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우스웠던 건, 리들리 스캇 본인은 현재 미국인들에게 경각심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인 나로서 보는 관점 역시
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당시 미국사회가 처했던 상황과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이 묘하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교차편집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극중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분명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이긴 하지만, 그가 연기해서 인지,
아니면 아직 실존인물이 살아있어서인지, 이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은 분명 관객으로 하여금,
아주 나쁜 놈으로 인식되도록 그리지는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분명 불법마약거래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만약 마약대신 다른 것을 팔았다면, 그 만한 CEO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론 살인자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빈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매주 일요일에는 꼭 교회에 들르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너무나도 가족적인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며
또한 너무나도 신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양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뭐랄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소박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이런 좋으면이 있으면 다 괜찮다라는 분위기가 묘하게 지금 우리의 현실의
상황과 겹쳤다는 이야기.
앞서 언급했듯 실존 인물이 생존해있기 때문에 이를 묘사하는데 있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여튼 그가 갱스터에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이렇게만 얘기하니 마치 영화에서 그를 그리는데 있어 착한면의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르나, 두 번 생각도 않고 머리에 총알을 밖아 넣는 냉혈한 모습이나, 따뜻해 보이다가도
일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리는 모습도 분명 보여주고 있다).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에 한 번 감탄했다면,
두 주연배우인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를 보면서 또 한 번 감탄하고야 말았다.
뭐랄까 '역시!'하는 탄성을 절로 내뱉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으며,
확실히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올랐다는 느낌이었다.
러셀 크로우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러셀 크로우가 맡은 리치 로버츠(이분 역시 실존 인물)는 부폐 경찰이 당연시 되던 당시에
너무나도 옳아버려서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 캐릭터인데, 러셀 크로우가 그 동안 했던 강력한 역할들에
비춰봤을 때 조금은 근질 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표로 나오는 것은 아님-_-;). 특히나 뉴욕 특수 마약 수사관들에게
비굴하게 부탁할 때는 '형님, 그러지 말고 성질대로 해주세요'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불쌍하기까지 했다 ^^;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이미 말했듯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갱들의 사회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놀라운 성공을 이뤄낸 인물로서, 영화 속에서는 양면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원칙적으로 이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보았을 때 덴젤 워싱턴을
캐스팅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가 너무 연기를 잘 한 이유도 있는 탓에 보는 이가
너무도 프랭크 루카스를 이해하게 되어, 영화가 자칫 너무 위험한 메시지로 흘러갈 뻔한 위험요소를
함께 앉고 있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뭐 악역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 <트레이닝 데이>가 나쁜 경찰 역이어었다면, 이번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좀 착한 갱스터로
분하여, 이전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포스야 말로, 마스터 제다이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으로
두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가치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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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부터 오스카 얘기가 나오고 있을만큼 훌륭한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었으며
다시 말하지만 동시대에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시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분명히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임을 알고 봤음에도, 잠깐잠깐 마이클 만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 출연했었던 존 호키스가 등장하자, '맞아' 역시 마이클 만 영화라
또 출연했구나 하며 뿌듯해 하기도 -_-;;
2. RZA는 그렇다쳐도, Common은 왠지 얼굴 볼때부터 조금 쑥쓰러웠는데 ㅋ
제법 배우스럽게 잘 해내더군 ^^;
3. 확실히 이런 영환, 주연 배우 외에 조연들이 잘 해줘야 한다!
쿠바 쿠딩 주니어를 비롯해, 조쉬 브롤린, 아만드 아상테, 존 호키스 등 다들 너무 멋졌음
4. 이런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역시나 당시의 음악들이 많이 등장해
듣는 귀를 즐겁게 한다. 사운트 트랙 역시 구입해야 할듯
5. 러셀 크로우 형아도 애용하는 펜탁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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