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DVD로 보면서, '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면 진짜 멋있겠다'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기회가 생겼네요. 몇달 전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데이비드 린 회고전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몹시 흥분스러웠는데,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번 상영회에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물론, <닥터 지바고> <콰이강의 다리> <밀회> <올리버 트위스트> 등 총 13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상영시간이 시간인지라 평일 저녁에는 거의 잡혀있지 않고 주말에 한 번씩은 다 잡혀있는데, 이 주말 기회를 놓치지 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두근거리네요.



데이비드 린 회고전 스케쥴 링크
http://www.cinematheque.seoul.kr/rgboard/addon.php?file=programdb.php&md=read&no=320








노잉 (Knowing, 2009)
현실적인 재앙과 전개, 그리고 결말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노잉>은 사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라기 보다는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의 영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다크 시티>와 <아이, 로봇> 등을 연출하며 SF영화에 있어 자신 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새로운 재앙영화라는 사실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고, 덧붙이자면 로즈 번의 출연사실도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했다. <노잉>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묵시록적인 내용과 종교적, 역사적 사건들을 적절히 도입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재앙을 만들어냈을 뿐 <노잉>만의 새로운 메시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도 쏟아지는 악평 속에 보게 된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었던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 전개와 긴장감의 관리였으며, 영화 속 재앙에 무뎌진 관객들에게 좀 더 실감나는 재앙의 공포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혀를 찼던 그 엔딩에도 관대한 편이고.



기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1959년. 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이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한 소녀만이 무슨 영문인지 의미 불명의 숫자들을 빼곡히 적어 내린다. 50년 뒤인 2009년.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슬러(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들 케일럽(챈들러 캔터베리)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50주년 개교 행사에 참석한 아들은 과거 타임캡슐이 담긴 메시지 중 하나를 받아오는데, 그게 소녀가 휘갈겨쓴 바로 그 편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코슬러는 괴이한 숫자들의 조합에서 9·11의 날짜 및 사망자 수와 일치되는 숫자를 발견한다.

간단한 시놉만 봐도 이 영화의 대략적 흐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암호화된 숫자들을 통해 미래의 대형 사고들을 예언할 수 있었던 한 소녀의 낙서를 발견하게 된 주인공이 결국 이 것이 앞으로 닥쳐올 인류의 대재앙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겪게 되는 해프닝을 그려나간다.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주인공인 존 (니콜라스 케이지)이 등장했을 때 가장 우려스러웠던 것은 그의 직업이 다름 아닌 MIT의 천체물리학 교수라는 점이었는데, 대부분의 이런 종류의 재앙영화들은 어느 정도 정부와 연관이 있거나 연이 있거나 하는 주인공이 결국은 재앙을 미리 감지하고 정부 모 기관에 호출이 되어 머리를 싸메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정도가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노잉>의 전개는 이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맨 처름 재앙을 암시한 숫자임을 알게 된 것이 9.11에 관한 것이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결국 대재앙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최악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간적인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은 영화 속 재앙의 묘사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공포스럽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영화 속의 재앙에서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미적인 아름다움이나 흥미로움에 더욱 환호하게 되었는데, <노잉>은 재앙이라는 것의 본질에 가까운 실제의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여객기가 주인공의 눈 앞에서 추락하는 장면은 마치 실제로 내 눈 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났다. 물론 CG의 우수성도 칭찬해야겠지만 이건 CG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음악과 연출에 더 공이있다 하겠다. 이 여객기가 추락하는 장면에서는 그 어떤 영화적 흥미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감과 그 속에 놓여진 주인공에 심정에 좀 더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뒤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사운드의 임팩트가 엄청나다. 지금까지 <투모로우>나 <딥임팩트>의 장면들이 좀 더 영화적이었다면 <노잉>의 사고 장면들은 훨씬 현실적이고 실감이 난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다. 이는 지하철 사고 장면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에 줄지어 있는 인파들을 탈선한 전동차가 들이받는 장면은 12세 관람가에서는 살짝 위험할 정도로 강한 표현들로 채워져있다. 이 사고 시퀀스가 끝나고 나면 객석에서는 한동안 말을 잊게 될 정도로 먹먹함이 찾아온다. '와~진짜같다'해서 감탄하기 보다는 '와, 진짜 무섭다'해서 말이 안나온달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M.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이 떠올랐다(아마 많은 관객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도 비슷한 운명같다). <해프닝>이 그러했듯이 <노잉> 역시 미스테리에만 그치지 않고 상당히 공포영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한동안 재앙을 다룬 영화들은 미스테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과정에 집중하거나, 재앙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휴머니즘에 더 집중하곤 했는데, 이 영화는 재앙이 가져오는 공포스러움과 전개과정의 긴장감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노잉>의 영화음악은 마르코 벨트라미가 맡고 있는데, <디 아이>, <오멘 2006>, <스크림>등 공포영화의 영화음악들을 만들어왔던 그는 이 영화에서 장면의 효과를 더욱 배가 시키는 영화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가끔은 음악이 너무 과하다고 느껴지기 까지 할 정도였는데 (특히 볼륨측면에서도), 잘 생각해보면 이는 알렉스 프로야스가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해프닝>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의 영화음악이 사용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해프닝>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음악도 스탠리 큐브릭이나 알프레드 히치콕의 공포영화들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고전적이라는 것은 음악 자체가 고전 적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용되는 성격면에서 그렇다는 점이 더 크겠다. 극의 분위기를 공포스러움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음악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클래식 곡들이 사용된 점도 그러하다. 베토벤 7번 교향곡이 사용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정확하진 않지만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의 도입부분도 나왔던 것 같은데, 후반부가 조금 틀렸던 걸로 봐서 다른 곡일 수도 있겠다).




이 영화가 가장 많이 질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결말 때문일 듯 한데, 물론 <노잉>의 결말은 초중반이면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것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결말에 목숨거는 것보다는 전개 과정의 긴장감에 촛점을 맞춘 이 영화의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너무 영화의 메시지나 재미를 결말의 한방으로 만끽하려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결말에 선택에 따라 과정의 재미마저 다 날려버리게 되는 경우가 <노잉>의 경우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울 것 없었던 결말 부분도 나쁘지 않았으며, 영화의 메시지는 이 재앙을 겪게 되는 과정과 마지막 존의 선택에서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왠지 알렉스 프로야스 다운 결말이기도 했고. 결말을 보고나서 '이게 뭐야'하는 분들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와 이럴수가'는 못되었더라도 '그래, 그래'하며 수긍할 수는 있었던 결말이었다(이것도 무한 동심에서 우러난 관대함일까;;;)




1. 로즈 번의 딸과 아역 역할로 나온 아역배우가 정말로 로즈 번과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2.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긴장감있고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3. 50년전 루신다가 학교에서 실종되었을 때 왜 밤중에 학교에 불을 켜지 않고 수색을 했던걸까요. 불켜고 찾으면 덜 무서웠을텐데 역시 영화적 재미를 위해 ^^;

4. 본문에 여러번 썼다시피 새로울 것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소스들이 사용되고 있죠. 노아의 방주 개념의 종교적 소스들도 있고 묵시록 적인 소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소스들. 다양하게 가져온 것만 봐도 이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5. 극중에서 '메신저'로 등장한 이들의 모습도 그렇고, 감독의 전작 <다크 시티>가 연상되더군요.

6. 씨네21 김도훈씨의 리뷰에 보면 '- 속는 셈치고 온몸을 던져볼 만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노잉> -'이란 소제목을 볼 수있는데, 여기에 많이 공감이 되는군요. 너무 안 속으려고 애쓰다보니 영화적 재미를 놓치게되는 부분도 분명 있는것 같아요.

7. 상영전 예고편으로 <박쥐>와 <스타트랙 : 더 비기닝>을 보았는데, 멋지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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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박쥐>나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대놓고 기대작이라면,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은근한 기대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은근한 기대작이었으면 하는데, 도대체가 저 출연진과 포스터는 은근함으로 머물지 못하게 하는군요. 오늘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그 은근함이 폭주를 하려고 합니다.

2009년 홍상수 감독작품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하정우,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문창길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하정우, 정유미야 그렇다쳐도, 과연 공형진씨나 유준상씨가 홍상수 감독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되는군요.





파란 수영장을 배경으로 담담한 나레이션이 펼쳐지는 저 광경이란(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까지).
수영장과 분위기 때문인지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스위밍 풀>이 연상되기도 하는군요. 빨간 글씨도 인상적이구요.

여튼 기대됩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2009)
혐오스런 강혜정의 일생


일단 강혜정의 한 때 팬이었던 나로서도 (과거형이 쓰였던 이유는 후반부에 다시 얘기하자), 이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큰 관심이 없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이들의 평은 '올해의 발견' 혹은 '예상과는 달랐던 독특한 영화' 라는 등 나 역시 예상했던 반응들은 아니었다. 이런 비슷한 의외의 반응들은 지난해 말, 다른 한국영화 한 편을 통해서 똑같이 발생했던 일이었는데 그 영화는 다름아닌 <과속 스캔들>이었다. 일단 <과속 스캔들>이 그 본질을 가늠하기 어려운 제목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했던 경우라면,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제목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과속 스캔들>과 비슷하지만 이 보다 더 나은 제목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한 제목으로서 <과속 스캔들>과는 일단 평가를 달리해야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개인적으로는 <과속 스캔들>보다 <우리 집에 왜 왔니>가 훨씬 더 좋았으며,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했던 강혜정이 돌아왔다는 점에서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는 초반 줄거리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놓고는, 조금 지나서 주요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나서는 극중 대사를 통해 '미저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대충의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제목처럼 왜 이집에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수강(강혜정)은 병희(박희순)의 집에 어느날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병희를 묶고는 감금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저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길래 '아, 이 영화 미저리를 베이스로 하되 무언가 코믹하고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영화는 아닐까?'했었지만, 베이스로 한 영화는 따로 있었다. 아마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본 이들이라면 모두 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츠코..>를 절로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각본을 쓴 김지혜씨나 연출한 황수아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물어보고 싶은데, 만약 이 이야기가 <마츠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쓰여진 시나리오와 영상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믿기 어려울 것 같다. 그냥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의상부터 설정, 대사들까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 몹시도 흥미로웠다(앞서 이야기해두지만 흔히 생각하는 '표절'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았다. 단지 많은 인용이 있었다는 느낌이었고, 감독이나 각본을 쓴 이가 <마츠코...>를 보고는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에서 기초한 영화는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일단 비슷한 설정들을 보자면 가장 먼저 영화의 화자가 제 3자인 병희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고 수강 스스로의 시점에서(내레이션) 진행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숙자 차림을 한 수강의 코디(?)는 딱 봐도 후기 마츠코의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하며, 왕따로 오해로 각각 일생을 험하게 살았다는 점도 유사하다. 특히 그 중에서 서울로 올라온 수강이 돈을 벌기 위해 사창가를 비롯해 각종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장면을 빠른 편집으로 처리한 것은, 마츠코에서도 음악과 함께 만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영상 측면에서도 굉장히 감성적이고 색감이 진한 장면들을 여럿 보여주었는데, 물론 색감부분에서는 <마츠코..>의 경우가 훨씬 강렬하긴 했지만 분위기에서는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츠코에게는 음악이 있었다는 점과 <우리 집에 왜 왔니>에는 납치 시퀀스가 가미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대사 측면에서 무려 '다녀왔습니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는 일본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주 중요한 대사로서(일본 영화나 애니를 자주 본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 '다녀왔습니다 (다다이마, ただいま)'라는 의미는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는 실로 강력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영화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대사인데 이 영화에서는 분명 일본영화에서의 그것과 똑같은 기능으로 의미심장하게 사용되고 있다(마츠코에서 역시 이 대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정말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떠올릴 수 밖에는 없는 영화였는데, 이것이 불쾌하게 느껴질지 아니면 똑같이 흥미롭게 느껴질지는 개인의 취향차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표절적인 측면보다는 또 한번 감성의 유니크한 면을 간지럼피는(내 스타일) 영화를 만난 듯해 반가웠고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수강이 미끄러지듯 욕조 안으로 빠져드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감독도 이 장면을 보고 나서는 너무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욕조의 구조를 너무도 잘 이용한 베스트 장면 중 한 장면이듯)

평범하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인 수강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영화의 깊이가 조금 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병희의 이야기를 중반부에 배치해 두었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병희의 이야기를 수강의 이야기가 병희의 이야기와 점점 겹쳐질 때쯤 들려주게 되면서, 관객들은 점점 두 캐릭터에게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내를 잃은 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항상 뉴스에서나 나오는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일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과(무장 탈영병과 후반부에 추가로 등장하는 아내와 탈영병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막을 수 있었다는 트라우마를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또 한 번의 '남의 이야기'에 좀 더 공감할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 부에(수강이 죽고 나서) '그랬었었구나'하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전형적인 전개방법으로서 그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말미에 가서야 비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밀려오는 감동을 느끼게 되는 부분인데, 역시나 캐릭터나 이야기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보니 뻔하지 않고 감성적인 영상들과 감각들로 잘 표현해 내고 있는 듯 하다. 수강의 마지막 날을 상상하는 방식도, 병희가 편지를 뒤늦게 보고 이를 찾아가 상상하는 장면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우리 집에 왜 왔니'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는 부분은 살짝 낯뜨겁기도 했지만, 결국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영화 초반 자신의 집에 난데없이 들어온 수강에게 병희는 계속 물어본다. '왜'하고. 나중에 수강은 앞으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는 병희에게 역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둘은 서로에 트라우마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둘은 쉽게 이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지만(아니 하려하지 않지만), 결국 수강도 남은 병희도 이 물음에 답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사실은 '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것. '왜'라는 것은 스스로가 만든 일종의 장벽이며 무언가에서 보호받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장치라는 것을. 결국 굉장히 특별한 삶을, 사건을 겪게 되는 두 주인공이지만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서로에게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역시 강혜정!)

영화가 후반부로 후반부로 갈 수록 머릿 속에 드는 한가지 생각이있었다. '아, 내가 좋아했던 그 강혜정이 돌아왔구나', '<나비>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을 통해 한 때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였던 그녀가 다시 돌아왔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어리석게도 그녀의 영화나 활동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연기 자체가 아니라 바로 얼굴의 변화 때문이었는데, 이것은 실망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비롯된 것이긴 했었다.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는 유난히 강혜정의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 좋아했던 그 소녀의 표정을 다시금 읽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게는 '돌아온' 강혜정을 알리는 완벽한 영화이며, 다시금 강혜정을 배우로서 좋아하게 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참고로 남들은 다 은실이 좋아할 때 나는 은실이의 못된 언니로 나오는 강혜정을 더 좋아했으며, 팬까페라는 것까지 가입해본 거의 유일한 여배우였다).

박희순은 <세븐 데이즈>이후 주목을 받으며 여러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처음 만나는 터였다. 정재영과 겹치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무언가 현실적이고 삶에 관한 공감을 일으키는데에는 탁월한 연기를 펼치는 것 같다. 그리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배우의 조합은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뭐 뻔한 얘기지만 다른 배우가 했을 경우가 상상히 안갈 정도로.

<우리 집에 왜 왔니>는 분명 <과속스캔들>과는 다르게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거나 하긴 어려울 것 같다(이것은 악담이 아니다). 대중적 코드보다는 감성적인 코드가 영화를 둘러싸고 있으며, 영화적인 측면에서도 영상과 음악 측면에서 상당히 장르영화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올해의 발견이었다. 영화는 어차피 취향차. 이 영화는 확실히 내 취향이다.


1. 오프닝의 흐르는 음악을 딱 듣는 순간 정재형이 떠올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재형이 영화음악을 맡고 있더군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곡은 정재형 곡에 엄정화와 루시드폴이 노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 까메오 출연도 말그대로 갑작스러운 터라 재밌더군요. 분량도 적절하고. 조은지씨는 조금 놀랬음 ㅎ

3. 승리 얘기가 전혀 없는데, 일단 승리가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라기 보다는 비중 자체가 아역 배우에게 오히려 더 쏠려있기 때문에, 배우 이승현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불어 얘기하자면 제작에 YG엔터테인먼트가 참여했더군요.

4. '혐오스런 수강의 일생'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5. (주)어거스트의 창립작품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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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프리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글을 쓰기 위해 개봉작을 찾아보던 저는 대력 패닉에 빠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최근 개봉작들 가운데는 한 주에 한 작품 정도만 끌리는 영화가 있을 뿐, 아카데미 시즌이 끝난 이후로는 이렇다할 기대작들이 없어 심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한가롭기도 했었는데, 이번 주는 왜 이렇게 갑자기 관심작들이 몰린 거랍니까 ㅠㅠ
이 정도라면 오랜만에 하루에 두 편씩 보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고, 평일 저녁에도 열심히 극장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Vicky Cristina Barcelona, 2008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감독 : 우디 알렌
주연 :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패트리시아 클락슨, 레베카 홀
각본 : 우디 알렌
편집 : 알리사 렙셀터
촬영 : 자비에 아귀레사로브
장르 : 드라마, 로맨스
정보 : 미국, 스페인 / 96분 / 15세 관람가

일반적으로는 한국개봉 제목을 먼저 쓰고 원제를 쓰는데, 이번 만큼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군요. 아니 도대체 저 해괴망측한 제목은 뭐랍니까. 혹시 '아내의 유혹'의 흥행열풍에 기대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비키 바르셀로나' 혹은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개봉할 줄 알았던 우디 알렌의 신작은 저런 제목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알렌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자리잡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은 물론, 페넬로페 크루즈와 지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비키 바르셀로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디 알렌만의 코미디와 감각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연기에 물 오른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할듯~.





똥파리 (Breathless, 2008)
감독 : 양익준
주연 : 양익준, 김꽃비, 이환
각본 : 양익준
편집 : 양익준, 이연정
음악 : 투명물고기
장르 : 드라마
정보 : 한국 / 130분 / 18세 관람가

<똥파리>라는 영화에 주목하게 된 것은 역시나 그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입에 담기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그런 제목을 들고 나온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보았더니, 독립영화였고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수상을 하면서 화제를 모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제법 알려지게 된 영화이죠. 이미 시사회를 통해 본 지인분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 영화 역시 제목답게 굉장히 '쎈'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냥 쎈 영화가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쎈 영화라는;;; 이런 에너지를 끝까지 이어가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쎈 영화에 큰 부담감이 없는 저로서는 두손들어 기대되는 영화군요. 포스터나 문구들만 봐서는 마치 초기의 김기덕 영화 분위기가 날듯도 해요.






노잉 (Knowing, 2009)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로즈 번, 라라 로빈슨, 챈들러 캔터버리
각본 : 라인 더글라스 피어슨, 스틸즈 화이트
편집 : 리차드 리어로이드
촬영 : 시몬 더건
장르 : SF, 액션, 미스테리, 스릴러
정보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21분 / 12세 관람가

케서방의 주연작으로 더욱 유명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노잉>도 이번 주에 개봉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나 <광란의 사랑> 등의 영화 이후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를 여럿 보았지만 크게 인상을 받았던 작품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보다는 연출을 맡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때문에 더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크 시티>와 <아이, 로봇>을 연출했던 프로야스가 다시 한번 들려주는 SF 미스테리라서 기대가 되네요. 이미 보신 분들의 평을 살짝 들어보니 개인취향에 따라 괜찮다와 허무하다 정도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대중들이 허무하다고 한 작품들을 거의 다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다시 한번 기대가!!






13구역 : 얼티메이텀
(Banlieue 13 - Ultimatum, 2009)
감독 : 파트릭 알렉산드렝
주연 : 시릴 라파엘리, 데이비드 벨, 에로디 영
각본 : 뤽 베송
제작 : 뤽 베송
장르 : 액션
정보 : 프랑스 / 100분 / 15세 관람가

예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시원하게 달려만 주시는 <13구역>이라는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영화의 일종의 속편겪인 <13구역 : 얼티메이텀>이라는 영화가 눈길을 끄는군요. 이런 영화를 기대하거나 볼 때는 잡념이 없어져서 좋더군요. 그저 시원하게 영화 속 몸의 미학과 움직임을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CG로 도배된 액션들을 보다가 이렇게 몸으로 하는 생짜 액션을 보게 되면 무언가 '정화'되는 느낌마저 드는것 같구요. 여튼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아무생각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일듯 합니다.









엽문 (葉問: The Legend Of Ip Man, 2009)
감독 : 엽위신
주연 : 견자단, 임달화, 웅대림,
음악 : 카와이 켄지
편집 : 장가휘
촬영 : 가성패
장르 : 액션, 드라마
정보 : 홍콩 / 106분 / 12세 관람가

무협영화 팬들 사이에선 최고로 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배우가 한 명있는데 바로 견자단이 그 주인공입니다. 견자단은 성룡이나 이연걸 등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지고 어필하지 못했었는데, 가끔 '실력'을 논하는 글들에서는 반드시 거론되곤 하는 고수 중의 고수라 할 수 있죠. 엽위신 감독의 최신작으로서 견자단 외에 임달화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서 견자단에게도 언제 한번 좋은 시나리오와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물론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엽문>은 포스터나 분위기만 봐서는 이연걸 주연의 <무인 곽원갑>을 떠올리게 하는데,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Son Of Rambow, 2007)
감독 : 가스 제닝스
주연 : 빌 밀너, 윌 폴터, 쥴 시트너
각본 : 가스 제닝스
음악 : 조비 탈봇
촬영 : 제스 홀
장르 : 드라마, 가족
정보 : 프랑스, 영국, 독일 / 95분 / 12세 관람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을 관심리스트에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누가 뭐래도 감독인 가스 제닝스 때문이겠지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연출했던 가스 제닝스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갖게 했는데, 비디오 키드였던 그 자신의 자전적인 얘기를 담은 영화라니 더더욱 관심이 가는 작품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영어 원제는 'Son of Rambow', 즉 '람보의 아들'인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영화 속 꼬마 주인공이 영화 <람보>를 보고는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듯 합니다. 가스 제닝스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유쾌한 가족영화가 그리웠는데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더블 스파이 (Duplicity, 2009)
감독 : 토니 길로이
주연 : 클라이브 오웬, 줄리아 로버츠, 톰 윌킨슨, 폴 지아마티
각본 : 토니 길로이
편집 : 토니 길로이
음악 : 제임스 뉴튼 하워드
촬영 : 로버트 엘스윗
장르 : 범죄/스릴러, 로맨스
정보 : 미국 / 125분 / 12세 관람가

<마이클 클레이튼>을 연출하고 본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던 토니 길로이 감독의 신작 <더블 스파이>도 개봉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얼핏 포스터만 보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감독도 감독이거니와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는 물론, 톰 윌킨슨과 폴 지아마티까지 출연하는 출연진에 혹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일단 시놉시스를 보니 이야기 자체의 신선함을 별로 일듯 하네요. 또 요원들이 펼치는 서로 속이고 훔치는 이야기 같은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요원들 이야기를 쓰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토니 길로이라면 어떻게 요리했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브 오웬을 좋아하기도하구요 ㅎ






이렇게 하고도 정리 못한 영화가 남았습니다 ㅠㅠ 정리하려고 포스터 이미지까지 찾았다가 못한 여명, 장쯔이 주연의 <매란방>도 있고, 틸다 스윈튼이 출연하는 <줄리아>라는 작품도 있으며 <제독의 연인>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번 주는 정말 열심히, 아주 열심히 영화 감상에 매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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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8)
홀로코스트 이후 남겨진 현실에 관한 시선



케이트 윈슬렛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화제를 모았던 <더 리더>는,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와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케이트 윈슬렛(아직도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이라고 소개한다면 그건 정말 실례다)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빌리 엘리어트>는 가끔씩 꺼내보면서 재미와 감동에 울컥거릴 정도로 개인적으로 손꼽는 영화이기 때문에 감독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배우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케이트 윈슬렛 역시 확실한 관람의 이유였다. 더불어 이미 두 작품을 모두 본 이들이 평가처럼, 과연 케이트 윈슬렛이 아카데미를 <더 리더>로 받는 것이 더 적절한가 아니면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수상하는 것이 더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간단하게 결론만 얘기하자면 나 역시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수상하는 것이 더 괜찮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후부터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더 리더>는 알려졌다시피 소설을 원작으로한 홀로코스트에 관한 또 다른 영화이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는 여러 편이 있어왔고 인상적인 작품들도 많았었지만 스티븐 달드리의 <더 리더>는 기존 작품들과는 살짝 방향을 달리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아니 방법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영화의 초 중반까지는 전혀 홀로코스트에 관한 분위기는 풍기지 않고 소년과 여인의 사랑과 관계에만 집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나를 만나게된 마이클은 또래의 소년들이 그러하듯 여인의 성적 매력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한나는 이런 마이클을 리드하며 점점 더 깊은 관계를 갖게 된다. 마이클은 한나와 가까워질 수록 또래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이는 넓게 보자면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의아했던 점은 이 '한나 (케이트 윈슬렛)'라는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될 여지가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성숙한 여인에게 성적으로 호기심을 갖게 되는 마이클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마이클을 아무런 이유없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나의 모습은 그녀의 직업, 배경등에 대해 정확히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보는 내내 의문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마이클과 한나의 단순 로맨스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이 갑작스럽고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한나의 행동들은, 후반부 그녀가 사건에 휘말리고 이에 따른 행동들의 원인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사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얼핏 든 생각은 이 영화가 굉장히 조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잘 알다시피 이 영화에서 나치가 저지른 대학살의 주동자로 묘사되는 한나의 행동들은 '무지'한 것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이클이 주마등처럼 기억을 되돌려 생각해보니 한나는 문맹이었으며, 그래서 자신에게 성관계보다도 책을 읽어주기를 더욱 권했으며, 식당에서도 메뉴를 고르지 못했으며 등등 '그랬었었구나' 는 식으로 (약간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단 이는 굉장히 위험한 묘사라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지를 더욱 드러내기 위해 죄를 숨기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 직분에 충실했다고 당당히 얘기하는 한나의 모습을 '문맹'이어서, 즉 '순수하게 몰라서' 그랬다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와 관련한 어느 글에서 본 표현을 빌리자면 전후 이렇다할 사과나 처리가 없었던 일본에 비해 굉장히 혹독한 전후처리과정을 겪고 있는 독일의 현실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이는 굉장히 위험한 전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비슷한 경우로서 굉장히 위험한 결말을 맺고 있는 영화가 이안의 <색, 계>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친일파에게도 고뇌가 있었네, 그 속에도 사랑이 있었네, 나치들은 정말 몰라서 유태인을 학살했네 라고 그들 스스로 마무리 짓는 경우는, 피해자가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면 모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측면에서, <색, 계>야 말로 진정 이안의 잘못된 방향이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더 리더>는 이와는 달랐으며, 이를 단순 미화하려하거나 고발하려고만 하지 않고, 처한 현실을 좀 더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일단 이 영화에 또 다른 주인공인 마이클의 이야기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말 없이 떠난 한나와의 기억을 갖은채 어른이 된 마이클은 법대에서 수업차 보게된 재판을 통해 다시금 한나를 먼 발치에서나마 만나게 된다. 그녀가 나치당원으로서 포로수용소 참사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먼저 충격을 받게 되지만, 재판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마이클은 자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이 재판의 판결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고민하게 된다. 


사실 처음 두 남녀의 나이차를 이렇게 떨어트려 놓은 이유가 단순히 소년과 여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인줄 알았었는데, 결국 <더 리더>의 이 설정은 전쟁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1세대(한나)와 전후세대인 2세대(마이클), 그리고 더 나아가 3세대(마이클의 딸)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로서, 결국 이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겠다. 마이클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세대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자신이 사랑했던 한나에게 더욱 동정이 가지만, 그녀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는 머리로서 알고 있기 때문에 결정적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 한쪽으로 시원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면 적어도 한나가 혼자서 이 일을 주도했다는 다른 여성당원들의 입맞추기를 밝혀내고 가중처벌은 면하게 될지는 몰라도, 그 행동 자체의 문제는 희석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끝내 이 이야기를 재판장에서 하지 못했고, 한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마이클은 자신이 증언을 하지 못한 죄책감에 한나에게 일일이 책을 읽어서 녹음한 테입을 감옥으로 보내주게 된다. 한나는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마이클임을 알게 되었고, 점점 책을 읽고 글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까지 갖게 되어 나중에는 마이클에게 원하는 책을 글로 요청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한다. 마이클의 이 같은 행동은 한나를 진심으로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그럴 수 없었던 자신의 죄의식을 씻기 위한 반성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후 2세대로서 홀로코스트와 한나를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해야만 했던 자신의 행동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한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못한 죄의식은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마이클의 갈등과 나중의 행동들의 묘사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다른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한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바람에 사회의 지탄은 받지만 둘은 행복했다 라는 식이 되었겠지만(이렇게 되면 진정으로 위험할 수 있다), <더 리더>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전후 2세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쉽게 말해 나치가 저지른 일로 누가 독일인을 모욕하면 자신은 상관없는 일이라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1세대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잔혹한 일이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질타에도 강하게 변론하지는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영화 속 마이클은 가장 안쓰럽게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죄의식 때문에 한나에게 책을 녹음해주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었으며, 한나를 직접적으로 맞닥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그녀의 상황 탓에 가석방 이후의 생활을 알아봐주어야만 했고, 한나가 남긴 시간들 때문에 부인과도 좋은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고, 한나가 죽은 이후에도 아마 이 짐을 평생 가지고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보면 영화가 영리하게 이를 옹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이건 개인 시각차에 따라 결국 큰 범위에서는 영리하게 미화하거나 옹호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옹호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그럴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조명하는데에 그쳤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다시 한나의 얘기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한나는 문맹이었고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정말로 몰랐기 때문에 재판장에서도 사람들이 경악할 정도로 또렷하게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자신이 문맹이라는 점이 수치스러워서, 그 수치스러움을 견딜 바에야 그냥 죄를 뒤집어 쓰는 것을 택했고, 이는 그 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징역을 사는 중에도 한나는 이 같은 사실을 거의 알지 못했었는데, 가석방이 결정되고 마이클을 만나게 된 자리에서 그녀는 마이클에게 '그 동안 감옥에서 배운것이 있을 줄 알았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것은 마이클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나가 정말 그것을 알기를 원했다기보다는 그래야만이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정당성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때까지도 정말 몰랐던 한나는 마이클의 이 한마디를 듣고나서야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감옥에서 글을 배우고 문명에서 벗어난 것처럼,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무지함도 깨우치게 된 것이다.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심으로' 알게 된 한나는 가석방이 되는 날 감옥에서 스스로 목을 매게 된다. 만약 영화의 서사가 여기서 끝이 났더라면 앞서 누누히 언급했던 것처럼 더 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작품이 되었을 듯 하다. 한나라는 캐릭터는 어차피 나치와 이에 가담한 독일을 대변할 수 밖에는 없는데, 그저 몰라서 그랬던 것이고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분명 위험요소가 많은 전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발을 더 나아간다. 혹자들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마더(레나 올린)와 마이클이 만나는 장면이 불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은 꼭 필요한 장면이었고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도 생각된다. 한나는 죽으면서 자신의 전재산을 피해자의 딸에게 기부하기로 하고 마이클은 이를 전하기 위해 마더와 만남을 갖게 되는데, 여기서 레나 올린이 연기한 '마더'라는 캐릭터의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이클은 약간은 인정에 호소하며 기부금을 받아달라고 이야기하지만 마더는 주저하지 않고 이를 거절한다. 마이클은 이를 진심으로 수긍하고 유태인 문맹퇴치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마더는 그러라고 하면서 그 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리고는 마이클이 떠나간 뒤 예전 가족사진을 보는 마더의 모습을 카메라는 비춘다. 이는 어쩌면 동정표를 더해 미화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고는 결국 이는 절대 미화될 수 없음을, 아무리해도 수긍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야겠다. 지금까지 영화속에서 풀어낸 서사들만 보자면(영화속에는 아우슈비츠 장면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한나에게 더 동정할 수 밖에는 없다)이쯤에서 용서해주고 화해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 피해자인 마더의 확고한 자세와 이에 한마디도 못하고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마이클의 대화 장면을 보자면, 이는 절대 다른 이유들로 용서할 수는 없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가족 사진을 바라보는 마더의 시선을 통해 결국 어떤 사과나 보상으로도 죽은 사람은 되돌아 올 수 없음을, 즉 독일이라는 나라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자신의 딸에게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천천히 들려주는 마이클의 모습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혀 상관없다고 볼 수도 있는 제3세대에게 앞선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짊어져야 할 현실과 앞선 세대로서 이런 유산을 물려주어야만 하는 미안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더 리더>에서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도 물론 좋았으나, 상을 받아야 했다면 <레볼루셔너리 로드>쪽이 더 어울렸다고 생각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로서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작품임에 반해 <더 리더>는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에 기대어 발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물론 이 영화에서 케이트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말도 많은 노출장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었다. 특히 마이클과 놀러가서 수영하는 장면에서의 뜬금없는 노출은 없어도 될 설정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한나라는 캐릭터가 나체의 뒷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불필요한 부분도 어느 정도는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된다.

레이프 파인즈의 경우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제목에 걸맞게 멋진 목소리도 만나볼 수 있었고, 역시 그 다운 가볍지 않은 분위기도 충분히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이클을 연기한 데이빗 크로스는 보는 내내 히스 레저 + 발 킬머를 닮은 얼굴이라 자꾸 겹쳐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를 볼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타국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진정한 전범처리는 해보지도 못한 우리의 현실이 어쩔 수 없이 겹쳐진다.


1. 독일어와 영어가 혼제되는 탓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하더군요. 독일어로 써있고 영어로 읽는다던가, 독일사람들이 전부 영어를 쓴다든가 하는.

2. 제작자인 안소니 밍겔라와 시드니 폴락 모두 세상을 떠났는데, 그들을 기억하는 문구를 엔딩 크레딧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네요.

3. 역시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에서 인용된 책들의 목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많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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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
감독 : 황수아
주연 : 강혜정, 박희순, 승리
각본 :
음악 :
촬영 :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로맨스
정보 : 한국 / 107분 / 15세 관람가

배우 강혜정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과속 스캔들>이 그랬던 것처럼 애초부터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신뢰를 하는 일부 지인이나 미리 보신 분들의 평가가 제법 좋은 영화라 <과속 스캔들>의 경우처럼 급 관심을 다시 갖게 된 영화가 바로 이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포스터나 기본 시놉을 보니 강혜정이 연기하는 '수강'이라는 캐릭터가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같은데, 특이한 여성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미쓰 홍당무>와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한국영화 올해의 발견이 될 수 있을지....보긴 봐야겠습니다.






안나와 알렉스 (The Uninvited, 2009)
감독 : 찰스 가드, 토마스 가드
주연 : 에밀리 브라우닝, 아리엘 케벨, 데이빗 스트래던
각본 : 김지운 원작, 카로 버나드, 더그 미로
음악 : 크리스토퍼 영
촬영 : 댄 랜딘
장르 : 공포, 스릴러
정보 : 미국 / 87분 / 15세 관람가

<안나와 알렉스>는 김지운 감독의 우리영화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쨋든 한국관객으로서 이 영화가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임수정과 문근영 그리고 염정아를 통해 공포와 스릴러를 잘 버무려냈던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헐리웃으로 건너가서 어떤 이야기와 볼거리를 들려줄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일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영국출신의 형제감독 찰스 가드와 토마스 가드가 연출을 맡고 있는데,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최우수단편상 수상 경력이 일단 눈에 띄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장화, 홍련>이 상당히 한국적인 정서가 서려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되기에, 이를 가져간 <안나와 알렉스>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영어제목은 마치 <렛 미 인>스럽군요.



용의자 X의 헌신 (容疑者Xの獻身, 2008)
감독 : 니시타니 히로시
주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츠츠미 신이치, 시바사키 코우
각본 : 후쿠다 야스시, 히가시노 케이고 원작
음악 : 후쿠야마 마사하루
촬영 : 야마모토 히데오
장르 : 미스테리, 스릴러
정보 : 일본 / 128분 / 12세 관람가

저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때 홍보 덜 된 한국영화 아니면 그저그런 일본 영화일거라고 선입견을 가졌더랬습니다. (아직 보질 않았으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냥 이렇게 생각될 영화는 아닌것 같더군요. 감독인 니시타니 히로시는 <도쿄 타워>와 <링 - 최종회> <링 - 라센>을 연출했던 감독이고, 포스터에는 없지만 시바사키 코우도 등장하고 있구요.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시사회를 통해 보신 분들의 평을 빌리자면 원작 소설을 보셨던 분들도 만족하고 큰 기대없이 보셨던 분들도 대부분 만족하는 괜찮은 영화인듯 합니다. 소설 원작 외에도 '갈릴레오'라는 드라마도 방영이 되어 일본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니 <춤추는 대수사선>의 경우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사실 지난 주 개봉작들 가운데서 아직 <더 리더>(곧 리뷰를 올릴 예정입니다)만 소화한 지라 이번 주 목요일 전에 얼른 다른 영화들도 감상을 해야 적어도 이 중 한편은 감상할 수가 있을 것 같네요. 일단 <우리 집에 왜 왔니>는 큰 부담없이 한번 봐야할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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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2008)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번 애프터 리딩>은 어지간한 영화 팬이라면 도저히 관심이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라인업으로 먼저 눈길을 끄는 영화이다.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호흡을 맞추었고 아카데미까지 수상했었던 틸다 스윈튼과 조지 클루니가 다시 한번 함께 출연하고 있고,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존 말코비치, 그리고 미드 <식스 핏 언더>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리차드 젠킨스, 여기에 아마도 '오션스..'시리즈를 통한 조지 클루니와의 커넥션으로 함께 한 듯 싶은 브래드 피트까지. 그야말로 오랜만에 보는 초호화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연출을 맡은 코엔 형제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무시무시한 자신들의 연출력을 새삼스레 만인하게 공표했던 그들이 이런 호화 캐스팅을 데리고 코믹 스릴러 물을 촬영했다는 소식에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어쩌다보니 마치 만우절 낚시글 마냥 부제목을 지어버린 꼴이 되버렸지만, 사실 저 만한 부제목도 없을 듯 하다.

'아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이후부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살짝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선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아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는 영화의 맨 마지막 대사이기도 한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코엔 형제는 이 대사 한마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는 영화를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맨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시원하게 넣기 위해서 10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알차게 만들 수 있을까 하며 머리를 맞대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사실 맨 첫 시퀀스부터 속으로 웃음을 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예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정통 스릴러라기 보다는 '코믹'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는데, 위성에서 잡은 듯한 시점에서 CIA본부 건물로 시선이 잠입하여 복도를 걷는 발 밑 시점으로 옮겨가는 카메라 워킹은, 이런 '요원'이 등장하는 전형적 스릴러 물에 대한 조롱과 더불어 풍자가 담긴 오프닝 시퀀스로서, 이 영화가 기존 것들에 대한 풍자의 메시지를 들려줄 것이라는 것을 바로 짐작할 수 있는 재기넘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코미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요소는 다름 아닌 영화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번 애프터 리딩>의 영화음악은 굉장히 장황하고 장르적이다. 장르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스릴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 그러니까 서스펜스를 고조시키기 위해 삽입된 음악들 - 코드의 음악들을 이 영화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 관객이 이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굉장히 장황하고 오버스럽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가 '코믹'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긴 했지만, 만약 몰랐다 하더라도 영화 음악을 통해 눈치챌 수 있었을 듯 싶다. 그래서 음악을 맡은 카터 버웰의 전작들은 어떤 것이 있었나 살펴보았더니, 이분 완전히 코엔 형제와 콤비가 아닌가. 가장 최근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물론이고, <레이디 킬러>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파고> <밀러스 크로싱> 등 까지 거의 모든 작품의 영화음악을 도맡았던 음악감독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 외에도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칼리포니아>를 비롯해 <컨스피러시>, 무려 <벨벳 골드마인>,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그리고 최근작 <킬러들의 도시>까지. 왜 그 동안 카터 버웰이라는 이름을 몰랐었는지가 의아해질 정도의 필모그래피였다. 앞으로는 스탭롤을 볼 때 카터 버웰 이라는 이름을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다(늦었지만 ^^;).




'거대한 농담'이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단순히 '농담'을 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농담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해야겠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매우 다양한 캐릭터들을 배치시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떤 연관성과 우연성으로 얽히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다 같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가를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코엔 형제만의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씁쓸함이 묻어나는 풍자의 메시지도 얻을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풍자는 바로 CIA나 FBI 같은 거대 첩보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닌, 매우 사소하고 사적인 일들을 항상 확대 해석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확대조치하는 그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결말에 가서 이를 그냥 제거하고 입을 막는 것으로 너무 쉽게 마무리하려는 그들의 행동들을 보면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라는 대사는 그 대사를 읊은 인물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들리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영화 속에 살아있는 캐릭터들이다. 이 캐릭터들은 어찌보면 굉장히 과장되고 별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 뿐이다. 부인 몰래 외도를 하고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나서는 반드시 조깅을 해야만 하는 집착을 보이는 해리 파러(조지 클루니)는 이야기 할 때 약간의 버릇이 있고 까탈스러운 면도 보이지만 수많은 인간 군상중의 하나일 뿐이고, CIA분석가로 일하다가 좌천되고 나서 사표를 내고 부인에게까지 이혼당할 위기에 처한 오스본 콕스 역시 또 다른 군상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센터 직원으로 더 나은 몸을 만들기 위해 전신 성형을 지상과제로 삼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남성들과의 만남을 갖는 린다 리츠키 (프랜시스 맥도먼드), 이혼 전에 꼼꼼히 남편의 제정상태 등을 살펴보며 치밀하게 준비하는 까칠한 성격의 케이티 콕스 (틸다 스윈튼), 약간 모자란듯 하지만 순수하고 자신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채드 (브래드 피트), 마지막으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린다를 멀리서만 짝사랑하는 매니저 테드(리차드 젠킨스)까지.

이들 개인의 캐릭터는 사실 우리가 영화에서 만나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자면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들이 처한 상황들도 크게 이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작은 사건들이 하나하나 결합되게 되면서 별 것 아니었던 혹은 없었을 수도 있던 일은 커지게 되고, 의도하지 않았던 죽음과 사건이 발생되게 된다. 이 같이 작은 인과관계들이 맞물려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이 영화가 말하려는 또 다른 풍자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뭐 아무리 풍자와 메시지를 떠들어도 결국 이 영화는 코엔 형제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영화 내내 키득키득하며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영화였다. 일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후 정반대로 작정하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코믹함을 보여주는 방식도 어찌나 코엔형제 스럽던지 보는 내내 그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영화였다. 영화 자체가 굉장히 힘을 빼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으면서도 가볍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커다란 에피소드 하나를 쏙 빼내어 감상한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항상 진지한 연기들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의 또 다른 진지한 연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여기나온 배우들이 대부분 자신의 이미지를 뒤 엎는 캐릭터들을 한 두 번씩은 이미 선보였었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기까지 했던 이유는 물론 코엔 형제가 만든 캐릭터와 이를 숨쉬게 한 배우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가장 충격적인 캐릭터를 고르라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채드'를 꼽을 수 있을텐데, <벤자민 버튼....>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캐릭터를 최근 연기한 브래드 피트의 이 영화 속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튀는' 캐릭터였다. 그 싸보이는 헤어 스타일부터 시작해 그 저렴한 춤사위며 몸동작들은 역시 브래드 피트는 배우야 라고 새삼 느끼게 할 만큼 코믹했다. 일부 여성 관객들은 '나의 브래드는 저렇지 않아' 하며 충격의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존 말코비치는 이전 영화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들을 연기한 경험이 있어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노련함을 엿볼 수는 있었다. 역시 코믹함과 진지함을 두루 갖추고 있는 조지 클루니의 연기는 박찬욱 감독의 최근 송강호를 평한 표현을 빌리자면 '영리하다 못해 영악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고, 조엘 코엔의 아내이기도 한 프랜시스 맥도먼드 역시 그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이상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리차드 젠킨스와 틸다 스윈튼의 경우 튄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결국 역시 코엔 형제답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재치 넘치는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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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 (Lolita, 1997)

지난 주말 어김없이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팻걸>이나 <돌이킬 수 없는>등 다른 후보작들은 이미 극장이나 DVD를 통해 보았었기 때문에, 말로만 들어왔던 <로리타>에 소중한 한표를 던졌었는데, 치열한 순위 다툼 끝에 결국 <로리타>가 최종 상영작으로 결정되어 애드리안 라인의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로리타' 혹은 '로리타 컴플렉스' 등 말만 많이 들었지, 정작 그 말이 유래된 작품인 영화는 보질 못했었기 때문에 이번 감상은 더욱 기대가 되었던 기회였다.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는 우리가 흔히 모르고 상상하는 그 '로리타'와는 사뭇 다른 진지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였으며, 야하기만 하고 성적인 측면에만 포커스를 맞춘 작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신선했고,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스탠리 큐브릭도 영화화 했었던 이 작품은 애드리안 라인 연출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 이 버전이 가장 널리 알려졌고, 인상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막연히 '로리타'라고 하면 그 언어가 갖게한 일종의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그저 '성적인' 이미지 만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 속에도 분명 그런 시선도 담겨있긴 하지만, 거의 이것은 소스 정도로 사용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로리타'보다는 남자 주인공인 '험버트(제레미 아이언스)'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험버트라는 남자의 심리상태를 드라마로 풀어낸 수작이랄까. 왜 험버트가 로리타라는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내(어쩌면 만들어낸 것에 가깝다고 해도 맞겠다), 그 운명과 시간들에 힘들어하고 고뇌하고 결국 파멸로 향해가는 이 이야기를 애드리안 라인 감독은 알기 쉽고 편안한 방식으로(하지만 실험적인 장치들도 곁들여서) 풀어내고 있다. 사실 어쩌면 중년의 지성으로 대표되는 한 남성이 소녀에게 빠지게 되어 일어나게 되는 줄거리는 굉장히 전형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단순히 성적인 코드만을 다루는 것으로, 탐욕하고 해소하고 파멸하고 만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는 이 감정선을 유치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으며, 영상미학의 측면에서도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단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험버트라는 캐릭터가 어쩌면 '로리타'보다도 더욱 돋보이는 영화였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돌출형 소녀 캐릭터가 '로'라면 '험버트'는 왜 그가 어린 소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후반부 까지 그의 심리상태에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영 일반적인 선입관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될 뻔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었던 관람이었다. 물론 일부 장면이 삭제된 버전이라 야한 장면이 삭제된 점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국내에 개봉한 이 버전이라면 사실 15세도 가능할 정도다), 이 삭제된 장면이 대부분이 단순히 노출 문제 뿐만 아니라 길어서 자른 부분도 있다는 점에서, 그 장면들이 전부 포함된다고 해도 이 같은 선입견을 깨어버린 경험이 변하게 될 것 같진 않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다가 정말 속으로 '와!'하고 외쳤던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험버트가 '퀼티'를 죽이려고 방문한 시퀀스였다. 총을 쏘며 달려드는 험버트와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던 퀼티(프랭크 란젤라)는 갑자기 나이트 가운을 연주자처럼 휙 하니 재치더니 피아노에 앉아 갑자기 연주를 시작한다. 이 장면의 포스도 엄청났는데, 그 이후에 퀼티가 떠난 다음에도 피아노가 혼자 연주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이건 마치 린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ㄷㄷㄷ ). 퀼티가 죽음을 맞게 되는 장면의 묘사도 정말 인상적이었고(총맞고 죽어가는 사람이 굳이 이불을 덮으려고 애쓰는 장면;;;). 이 장면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위의 장면도 그렇지만 <로리타>에는 예상을 깨는 기이한 설정의 장면들이 제법 등장하고 있는데, 벌레 잡는 전기불을 클로즈업하며 갑작스레 영화를 공포분위기로 몰고가는 시퀀스도 그렇고, 욕실에 들어갔던 험버트가 1초만에 옷을 갈아입고 나온것으로 편집한 장면도 그렇고, 발의 위치에서 핸드 헬드 기법을 사용해 촬영한 장면들도 그렇고. 이런 드라마 장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기법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기도 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는데, 험버트가 자동차를 좌우로 운전해가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흐르던 테마 음악은 마치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누들스(로버트 드니로)의 테마와 음율이 비슷해 자꾸 연상되기도 했다(나중에 애드리안 라인은 음악을 따라가 마치 레오네가 누들스를 비추듯, 험버트를 카메라로 비추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되었던 씨네토크는 평소보다는 조금 적은 분들이 자리에 남아 계셨지만, 언제나 처럼 흥미로운 시간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 영화에 오랜 팬이신 관객 분이 남아계셔서 원작과 큐브릭 버전의 <로리타> 등 다양한 기본 지식들을 공유해 주셔서 더욱 도움이 많이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벌써부터 제7회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가 기다려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
(Fast & Furious, 2009)
감독 : 저스틴 린
주연 : 빈 디젤, 폴 워커, 미셸 로드리게즈, 조나다 브류스터
각본 : 게리 스콧 톰슨
음악 : 브라이언 타일러
촬영 : 아미어 M.모크리
장르 : 액션
정보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분노의 질주>라는 제목도 유명하지만 영어제목 'Fast & Furious'로도 유명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네 번째 격의 작품이 개봉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들 가운데 제이슨 스테덤 주연의 <트랜스포터>시리즈나 빈 디젤과 폴 워커가 함께 했던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은 부담없이 즐기기에 제법 괜찮았던 영화로 기억되네요. 특히 폴 워커는 좀 더 좋은 영화에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배우라 그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구요. 영화도 영화지만, 빈 디젤, 폴 워커 그리고 미셸 로드리게즈까지..이름만 봐도 영화가 어떤 박력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되는군요. 디지털로도 상영이 될 예정입니다.



그림자 살인 (Private Eye, 2009)
감독 : 박대민
주연 : 황정민, 류덕환, 엄지원, 오달수
각본 : 박대민, 이영종, 윤선희
음악 : 황상준
미술 : 조화성
장르 : 스릴러
정보 : 한국 / 111분 / 15세 관람가

<공중 곡예사>로 알려졌었던 황정민, 류덕환, 엄지원 주연의 스릴러 영화 <그림자 살인>도 이번 주에 개봉합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소수의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추리나 살인극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담아내는데에 있어 그리 만족스런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는데, 여기에 조선시대라는 시대극의 요소까지 첨가시킨 것이 어떤 결과를 낼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되네요. 주연을 맡은 세 명의 배우들은 모두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라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는데, 쉽지 않은 소재인 '탐정 추리극'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표현해냈을지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로는 아예 18세 관람가로 가서 좀 더 스릴러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섣부른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결과물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부들의 전쟁 (Bride Wars, 2009)
감독 : 개리 위닉
주연 : 앤 해서웨이, 케이트 허드슨
각본 : 준 다이앤 라파엘
촬영 : 프레드릭 엘머스
편집 : 수잔 리튼버그
장르 : 로맨스 / 코미디
정보 : 미국 / 88분 / 12세 관람가

앤 해서웨이와 케이트 허드슨, 이 두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신부들의 전쟁>이 오늘 소개할 마지막 영화입니다. 88분이라는 러닝타임도 그렇고 포스터나 시놉시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봐도 그렇고, 큰 부담없이 즐기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감독이 개리 위닉은 예전에 다코타 패닝 주연의 <샬롯의 거미줄>을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한데, 전작들의 러닝타임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80분에서 90분대 작품들이 많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레이첼, 결혼하다>를 통해 연기에 물이오른 앤 해서웨이와 아직까지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을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케이트 허드슨에게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주는 위의 소개한 세 작품 외에는 이렇다할 개봉작들이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지난 주까지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아직 미처 소화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번 한 주는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을 수 있겠네요. 아직 못본 <더 리더>와 <레이첼, 결혼하다> 그리고 <번 애프터 리딩>등을 먼저 챙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주의 개봉영화 프리뷰'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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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인생사 대본대로 퀴즈쇼?

이미 엄청난 광고와 뉴스들을 통해 확인했다시피, 데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 8관왕을 비롯한 각종 영화제를 휩쓸다시피한 화제작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수상을 응원만 하지 결과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긴 한데,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경우 이 영화와 경쟁했던 영화들이 다 쟁쟁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과연, 이 영화들을 다 물리치고 거의 이변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압도한 영화는 어떨까?'하는 생각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을 주는 사람들의 취향과 내 취향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이 '수상'의 의미를 남들보다는 크게 두진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점은 흔히 '발리우드' 영화로 불리우는, 전세계에서 헐리웃 영화가 자국영화에 밀려 성공하지 못하는 드문 케이스의 나라인 인도 영화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점과(사실 이견에서는 아예 본격적으로 '발리우드'영화의 헐리웃 진출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는 아니었던것 같다) <트레인스포팅> <비치> <선샤인>등을 연출했던 데니 보일 감독의 영화라는 점이었다. <트레인스포팅>이후 한동안 인상적인 작품을 내지 못했던 데니 보일의 신작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일단 간단하게 결론부터 내자면, 그 많은 영화 시상식들을 90% 이상 독식할만큼 위대한 작품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며, 개인적으로는 그 메시지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던 영화였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비카스 스와루프의 장편소설 Q&A를 각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현실과 역사를 배경에 깔아두고, 퀴즈쇼라는 흥미로운 형식을 통해 액자구조로서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퀴즈쇼에서 척척 정답을 맞추며 화제가 된 소년 '자말'을 주인공으로, 빈민가의 차심부름꾼 소년이 어떻게 그 어려운 문제들을 모두 맞출 수 있었는지를 하나씩 풀어놓는데, 각 문제마다 그 정답을 맞출 수 밖에는 없었던 자말의 불우한 과거들을 끄집어내 조금씩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중간중간 기억을 불러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연속성 보다는 사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 사건들을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클라이막스의 감정을 불러내려고 하고 있다.

일단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건 굉장한 '화면발'이었다. <트레인스포팅>에서 음악과 더불어 영상에 뛰어난 리듬감을 보여주었던 데니 보일 감독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좀 더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편집을 통해 인도의 비참한 현실을 뮤직비디오처럼 그려내는 동시에, 사건들의 임팩트를 더 강조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영화는 대사의 많은 부분이 - 특히 초반 - 영어가 아닌 인도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데니 보일 감독은 영어 자막을 일반 자막처럼 사용하지 않고 아예 영상에 이미지로 삽입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마치 한 장면 한 장면이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이미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편집도 굉장히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는데, 빠르게 컷 전환을 하면서 극의 리듬감을 지속적으로 불어넣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A.R.라만의 음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이야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결국은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과 별다를 것 없이 느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주인공이 무던히 노력하여 백만장자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별로 이런 꿈은 없고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사랑만 있었던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퀴즈쇼에 나가게 되고 여기서 백만장자가 되어 사랑마저 이루게 된다는 영화의 이야기다. 이건 어찌보면 마치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과 흡사한 구조라고도 볼 수 있겠다. 백만장자가 되어 사랑까지 이루게 되는 주인공 자말에 정반대에 있는 인물은 그의 형인 '살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살림은 스스로 이 지긋지긋한 빈민촌을 벗어나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고자 좋지 않은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등 - 방법은 잘못되었을지언정 - 자말 못지 않은 풍파를 겪게 되는데, 어찌보면 착한 자말은 라티카와 함께 하고 싶다는 희망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그저 현실에만 휘둘렸던 소년이었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을 이루고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마치 '그럼 해피엔딩이 잘못된 것이냐?'하고 오인할 수 있겠는데, 마냥 행복한 이야기가 절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의 예를 들었으니 여기에도 대입해보자면 마냥 행복하고 꿈만 같은 얘기중 하나였던 <마법에 걸린 사랑>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마냥 행복한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메시지가 다 잘 맞아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결론은 전개했던 이야기를 비춰보자면 별로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영화가 아쉬웠던 것 같다. 영화는 초반에 주인공 자말이 어떻게 퀴즈쇼에서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를 내어놓고 보기를 제시하는데, 이 정답은 영화에 마지막 공개가 된다. 공개된 정답은 자말이 '천재'여서도 아니었고, '속임수'를 써서도 아니었으며, '운이 좋아서'도 아니었다. 결국 정답은 '운명;이었다는 것인데, 운명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영화가 내내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운명론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분명 메시지 부분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정도로 결론의 메시지와 전개의 이야기가 잘 연결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허무맹랑하다고 느끼기도 했던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싸인>같은 경우도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던 입장에서도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결말은 허탈하게만 느껴졌다. 허무맹랑쪽 보다는 허탈 쪽이 더 맞다 싶은데, 그렇게 어렵게 끌어온 이야기의 결말 치고는 너무 허탈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혹시 지옥같은 인도의 현실을 보여주고나서 결말에 꿈 같은 발리우드식 춤과 노래로 끝나는 것이 결국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반어법이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는데, 반어법으로 느껴지기에는 역시 전개 과정의 이야기들과 결말의 연관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암울한 현실 속에서 허황된 꿈을 꾸다가 결국 스스로 포기하면서 사라져간 형 '살림'의 이야기를 더욱 주목하거나 여기에 더 메시지를 부여했다면 훨씬 좋은 - 씁쓸하지만 좋은 -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운명론은 얼핏보면 굉장히 로맨틱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굉장히 일방적이고 경직된 이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론 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때는 그 과정에 신경써서 결말을 조심스레 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방식은 이런 메시지 측면에서는 로맨틱한 전자보다는 경직된 후자가 아니었나 싶다.




1. 아역과 소년, 청년을 연기한 각각의 배우들을 한 화면에 설명하는 엔딩 크레딧은 인상적이더군요.

2. 하지만 각 수상내역을 굳이 보여주는 인트로의 영상은 '도대체 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습니다.

3. 영화 속 아역을 맡은 실제 주인공들이 갑자기 불어난 관심과 성공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워낭소리>의 경우도 그랬고 실제 주인공들의 삶은 너무 신경쓰지 않고 소비하고 마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드네요.

4. 분명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영화지만,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별로였으며, 그런 많은 상을 다 휩쓸만한 영화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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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제 6회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가
3월 28일(토) 저녁 7시 30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됩니다.


로리타 (Lolita, 1997)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원작, 애드리안 라인 감독
스테판 스치프 각본, 하워드 애서튼 촬영,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제레미 아이언스, 도미니크 스웨인, 멜라니 그리피스, 프랭크 랑겔라 주연


슬 픈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47세의 불문학자 험버트(제레미 아이언스)는 강의차 미국 뉴잉글랜드에 들른다. 샤롯트(멜라니 그리피스)라는 미모의 미망인의 집에 거처를 마련한 그는 그녀의 딸 로리타(도미니크 스웨인)를 본 순간 아찔한 사랑에 빠진다. 결국 험버트는 로리타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샬롯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고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던 어느날, 로리타에 대한 마음을 기록한 그의 일기장을 샬롯이 발견하고, 그 충격에 거리로 뛰쳐나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로리타는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험버트에게 매달리는데...


제 6회 상영회 후보작들과 투표 결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는
관객들이 영화를 직접 고르고,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새로운 컨셉의 상영회입니다.

또한 유명인사나 평론가 없이, 블로거들과 관객들이 동등한 시각에서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교류할 수 있는
색다른 씨네토크도 함께 진행됩니다.

상영회 일시: 3월 28일 토요일 저녁 7시 30분
상영회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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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도 어김없이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금기와 욕망'을 주제로 4작품이 후보작이었는데, 애드리안 레인의 <로리타>가 상영작으로
결정이 되었네요. 이번 상영회에도 제 블로그를 통해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의 신청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토요일 저녁 상영회에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비밀 댓글로

닉네임 :
핸드폰 뒷번호 네자리 :
인원수 (최대 2장) :

를 남겨주시면, 제가 답글로 초대여부를 확인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초대인원이 마감되면 댓글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번 제6회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에도 블로거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2008)
감독 : 조단 코엔, 에단 코엔
주연 : 조지 클루니, 프란시스 맥도먼드, 존 말코비치, 틸다 스윈튼,브래드 피트, 리차드 젠킨스
각본 : 조단 코엔, 에단 코엔
편집 : 조단 코엔, 에단 코엔
촬영 : 엠마누엘 루베즈키
장르 : 코미디 / 범죄
정보 : 미국, 영국, 프랑스 / 95분 / 18세 관람가

코엔 형제만의 재기발랄함을 엿볼 수 있을 듯한 <번 애프터 리딩>이 이번 주 개봉합니다. 국내 개봉이 조금 늦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국내에서 예술영화 감독으로 분류되어 많은 상영관을 부여받지 못했던 코엔 형제의 이번 작품에는 그의 오랜친구들은 물론 그 친구들의 친구들도 함께 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출연진 만으로도 이 작품은 기대되고도 남을 정도에요. 코엔 형제 영화에는 제 1순위로 고려될 수 밖에 없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이미 호흡을 맞춰보았던 조지 클루니 그리고 브래드 피트와 존 말코비치, 틸다 스윈튼, 리처드 젠킨스까지. 아마도 대중적이기 보단 범상치 않은 특유의 코미디가 될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8)
감독 : 스티븐 달드리
주연 :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제넷 하인
각본 : 베른하르트 슐링크, 데이비드 헤어
음악 : 니코 모리
촬영 : 로저 디킨스
장르 : 드라마
정보 : 미국, 독일 / 123분 / 18세 관람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더 리더>도 이번 주에 정식 개봉을 합니다. 이미 여러 시사회와 영화제를 통해 많이 공개된 편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이 많은 기회들을 통해 접하질 못했더터라 매우 기대가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배우로서 현재 절정에 다다른 케이트 윈슬렛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랄프 파인즈와 더불어 어떤 연기를 펼치지, 무엇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가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를 통해 이미 그의 재능을 확실히 펼쳐보인 적이 있는데, <더 리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두근두근 합니다. 그녀의 팬으로서 케이트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요.







여름의 조각들
(Summer Hours, L'Heure D'ete, 2008)
감독 : 올리비에 아사야스
주연 : 줄리엣 비노쉬, 제레미 레니에, 샤를스 베르링
각본 : 올리비에 아사
촬영 : 에릭 고띠에
장르 : 드라마
정보 : 프랑스 / 100분 / 12세 관람가

며칠 전 무용공연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줄리엣 비노쉬 덕에 좀 더 관심을 끌게 되었던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 <여름의 조각들>. 그의 장편들 가운데 제대로 본 영화는 장만옥 주연의 <클린>밖에는 없는데, <클린>은 한 때 부부사이였던 이 둘이 이혼 후 작업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던 영화였던걸로 기억되네요. <여름의 조각들>은 포스터에서 왠지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했던 <철목련>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금발의 줄리엣 비노쉬가 살짝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쇼퍼홀릭
(Confessions Of A Shopaholic, 2009)
감독 : P.J.호건
주연 : 아일라 피셔, 조앤 쿠삭,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존 굿맨
각본 : 소피 킨셀라, 케일라 엘버트
음악 : 제임스 뉴튼 하워드
장르 : 코미디, 로맨스
정보 : 미국 / 104분 / 12세 관람가

P.J.호건이라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서 찾아보았더니 <피터팬>을 연출했던 감독이었네요. <뮤리엘의 웨딩>도 그의 작품이었구요. 사실 이 영화는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분위기로 크게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위의 작품들을 연출했던 P.J.호건의 영화라니 갑자기 조금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큰 부담없이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구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존 굿맨, 존 리스고 등 중견 배우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구요.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음악을 맡고 있는 것도 상당히 이채롭네요. 주인공인 아일라 피셔가 단독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늦은 나이에 메인으로 나선 그녀에게 일단 응원을 보냅니다(1976년 생으로, 이색적인 점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라는 점이네요;;). 현재 극장가에는 비슷한 장르 영화가 없음으로 의외의 관객몰이를 하게될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주는 개인적으로 <그랜 토리노>를 한 번 더 보려고 하구요, <더 리더>와 <번 애프터 리딩>도 꼭 볼 예정입니다.
이로서 3월 넷째주 '이 주의 개봉영화 프리뷰'는 마치고, 얼른 배너 하나 제작해서 좀 더 그럴듯하게 포스팅하도록 하죠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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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토리노 (Gran Torino, 2008)


아무말도 못하겠네요.
제 영화 리뷰글을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횡설수설을 섞어가며 비교적 길게 생각을 늘어놓는 편인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네요.
무슨 말을 한다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그냥 그럴 수가 없네요.

영화 외적인 이야기만 덧붙이자면,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랜 토리노>를 만들기위해 그 오랜세월 영화에 출연해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더 눈물나고 인상적이었던 엔딩이었구요.

영화가 끝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구요.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란 배우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영화는 온전히 이스트우드 그 자체에요. 그래서 정말 감동적이구요.

그냥 영화를 떠올리는거 자체로도 감상에 젖어들게 되는거 같네요.




1. 나중에 블루레이나 DVD가 출시되었을 때라면 또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말하는 것의 무의미함을, 영화를 리뷰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직접 만드는 일은 물론, 극장에서 보는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느낄 수 있었어요.

2. 엔딩에 흐르는 곡을 다시 듣는데, 아...이 노래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 견디기 힘들 정도에요. 내가 이렇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 안에 숨겨진 존경심을 들켜버린 것 같아요.




3. 제 메신저 대화명은 지금 이래요. '2009년 최고의 영화 '그랜토리노''

4. 주중에 다시 봐야겠어요. 견딜 수 있다면요.

5. 한 명의 영화배우가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와 영화들을 한편으로 정리하면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니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해내었네요.

6.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팬이라면 무조건 보세요. 무조건. 반드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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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크린트 이스트우드, 크리스토퍼 칼리, 비 방
음악 : 카일 이스트우드
촬영 : 톰 스턴
장르 : 범죄 / 드라마
정보 : 미국 / 116분 / 12세 관람가

이미 너무 많은 시사회를 통해 공개가 되어 호평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동림선생의 <그랜 토리노>가 드디어 정식개봉을 합니다. 사실 이미 쏟아진 지인과 블로거들의 호평들 가운데는, 평소에 극호평을 잘 안하던 분들의 극호평도 있고, 아예 코멘트를 못할 정도의 호평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다크 나이트>급의 기대를 갖게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랜 토리노>를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와 감독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기사들이 나오게 된 것은 단순히 이야기거리를 만들려는 측면이라기보단, 이 작품이 어느 정도 그럴 만한 시점에 놓인 작품이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한 때 이스트우드의 작품들에 흠뻑 빠져서 그의 초기작들을 다시 찾아보았던 저로서는 이번 <그랜 토리노>에 대한 기대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2008)
감독 : 대니 보일
주연 : 데브 파텔, 프리다 핀토, 파나이 크헤다
각본 : 사이몬 뷰포이, 비카스 스와럽
촬영 : 안소니 도드 맨틀
음악 : A.R 라만
장르 : 범죄 / 드라마 / 로맨스
정보 : 미국, 영국 / 120분 / 15세 관람가

작품상, 감독상 등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매력적이긴 한 것 같아요. <워낭소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뉴스와 매체를 통해 홍보가 되면 극장을 잘 가지 않는 관객들 조차 한번 거사를 치르도록 하게끔 만들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대니 보일은 <트레인스포팅>이후로 여러 작품을 봐왔지만 오래 남을 만한 임팩트를 준 영화는 별로 없었는데, 일단 그의 새로운 영화가 기대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네요. 호평들 가운데서 몇몇은 쉽게 말해 '좋은 영화는 맞지만 그 정도로 엄청난 영화는 아니다'라는 평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아직 감상전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아카데미가 절대 기준도 아닐 뿐더러 기존 아카데미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가 어떨 것이라는 대략의 감을 잡을 수 있어, 엄청난 기대까지는 하지 않고 부담없이 즐겨볼 예정입니다.




엘레지 (Elegy, 2008)
감독 : 이자벨 코이셋
주연 : 벤 킹슬리, 페넬로페 크루즈, 데니스 호퍼
각본 : 니콜라스 메이어, 필립 로스
촬영 : 진-클로드 래리우
장르 : 로맨스 / 드라마
정보 : 미국 / 112분 / 18세 관람가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물론 벤 킹슬리와 페넬로페 크루즈, 두 배우 때문입니다. 두 배우 모두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특히 페넬로페!) 이 조합이 어떤 결과물을 내어놓을지도 궁금하구요. 벤 킹슬리의 로맨스 연기도 기대가 되며, 얼핏봐선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배우의 커플 연기도 궁금해지네요. 감독인 이자벨 코이셋은 2003년작 <나 없는 내 인생>을 연출했던 감독이고, '파리'를 배경으로 전개되었던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에도 참여했던 감독이네요. '가장 감동적이고 파워풀한 로맨스!'를 비롯해 카피 문구들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리고 다른 문구들이 왠지 스포일러일 것 같지만, 그래도 배우들에 이끌려 보고 싶은 영화네요.







도쿄 소나타 (Tokyo Sonata, 2008)
감독 : 구로사와 기요시
주연 : 카가와 테루유키, 코이즈미 쿄코, 코야나기 유
각본 : 구로사와 기요시, 맥스 매닉스
촬영 : 아시자와 아키코
장르 : 드라마
정보 : 일본, 네덜란드 / 119분 / 12세 관람가

<도플갱어>와 <밝은 미래>를 연출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입니다. 피아노와 소년, 그리고 소나타 등 포스터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몇몇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뻔한 얘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줄지, 아니면 예상과는 다른 새로운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됩니다. 최근 봉준호 감독과 <흔들리는 도쿄>를 함께 했던 카가와 테루유키가 출연하고 있고, <구구는 고양이다>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던 코이즈미 쿄코 역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저 따듯하게만 그려지는 가족 영화라기 보다는 가족의 본질과 실체를 파고드는 영화인듯도 한데, 뭐 직접 보고 확인하는 수 밖에요 ^^;







굿바이 (おくりびと: Departures, 2008)
감독 : 타키타 요지로
주연 :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야마자키 츠토무
각본 : 코야마 쿤도
촬영 : 하마다 다케시
장르 : 드라마
정보 : 일본 / 130분 / 12세 관람가

일본영화 <굿바이>는 이미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영화였는데,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으로 다시 재개봉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사실 이전 개봉시에도 그리 많은 개봉관에서 상영했던 것은 아니라서 이번이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도 아직 관람 못한터라 더 그런 것 같네요 ^^; 사실 <굿바이>를 처음 접했을 땐 단순한 신파극일 줄로만 미뤄 짐작했었는데, 보신 분들의 평을 보면 '신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극중 인물에 동화되는 것으로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저로서는 또 눈물을 훔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히로스에 료코의 최근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관람 이유가 될지 모르겠네요.







숏버스 (Shortbus, 2006)
감독 : 존 카메론 미첼
주연 : 숙인 리, 폴 도슨, 린지 비미시, 요론다 로스
각본 : 존 카메론 미첼
음악 : Yo La Tengo
장르 : 드라마
정보 : 미국 / 101분 / 18세 관람가

<숏버스>는 사실 지난 주에 정식 개봉한 영화인데, 개봉영화안내 포스팅이 오늘이 시작이라 지난 주 영화가운데 한 작품만 추가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영화제를 통해 이미 충격적 영상을 관람했었는데, 아쉬운건 이 영화가 너무 보여지는 논란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이번 버전은 삭제는 되지 않았지만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다고 하는데, 분명 이 영화는 장면의 수위에 있어서 지금까지 그 어느 영화보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주제가 되는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동성애와 이를 넘어서는 성적인 코드들에 부정적이거나 민감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들께서는 확실히 관람을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면의 메시지를 듣기 전에 보여지는 것에 부담이 되어 포기하실 수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론 전작들에 연장선에서 존 카메론 미첼의 목소리를 전해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숏버스 - 위로의 커뮤니케이션 (http://www.realfolkblues.co.kr/636)




예전 부터 (직접적으로는 이웃 블로거였던 배트맨님이 개인적인 사유로 블로깅을 못하실 것 같다고 하신 뒤부터) 이런 포맷의 포스팅을 작성하려고 기획했었는데, 기획했던 것에 비해서는 갑작스레 올리게 되었네요 ^^;

오늘은 개봉일인 목요일에 포스팅을 올리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매주 월요일에 그 주 개봉작을 정리해서 포스팅할 계획입니다.
부족하지만 상단에 '아쉬타카의 이 주의 관심개봉영화 소식' 뭐 이런 식으로 배너도 하나 작업해 봐야겠네요 ;;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이 영화를 선택하실 때 깨알같이 미약한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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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 Road, 2008)


1. 원래 리뷰를 반 이상 굉장히 많이 써놓았었는데, 도저히 정리가 안되더군요. 가끔 그럴 때가 있는데 이번 경우는
<바벨>의 경우처럼 영화에 완전히 압도당해 쓸 엄두를 못 내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좀 처럼 정리가 되지 않더라구요;;

2. 사실 반 이상 써놓았던 리뷰만 봐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할 얘기가 많은 영화였어요.
그냥 <타이타닉>의 두 주인공이 나온다길래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주저없이 선택한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할 얘기거리도 많았고,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좀 처럼 하나의 '글'로서 마무리 짓지를 못하겠더군요;

3.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 편하지 만은 않더라구요. 이 영화는 굉장히 내면을 건드리는 영화인데, 상당히 냉소적이고 현실적인데다가 비관적인 논조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괴롭더군요. 꼭 내 얘기가 아니더라도 주인공에게 쉽게 동화되는 저로서는 역시나 괴롭더라구요 ^^;

4. 영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속 케이트 윈슬렛이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감독인 샘 멘더스가 감독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남편으로서는 상당히 독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무리 영화라지만 저 같으면 자신의 아내에게 이런 캐릭터를 연기시키지는 못할 것 같아요;;

5. 마이클 샤논이 연기한 '존'이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영화 속에서 보면 존이 휠러 부부에게 따지듯이 얘기하는 장면이 나와요. 근데 이 장면은 존이 휠러 부부의 내면의 욕망과 허영과 모든 것을 겉으로 끄집어 내어 까발리는 굉장히 괴로운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관객들이 이 장면에서 웃더라구요. 도대체 뭐가 우스웠던 겁니까.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라 우스웠던 것인지 묻고 싶어지더라구요.

6. 안좋았던 기억에 대해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영화를 본 아트하우스 모모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불이 켜지지 않는데(이게 맞죠), 뒤에 앉으신 여자 분 두 분이 계속 작지 않은 소리로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여기 왜 불 안켜줘' '뭐야 이거 다 봐야 되는거야?' '뭐야 우리 무슨 극장에 갇힌거야?'
저 정말 거의 처음으로 극장에서 큰 소리로 누구에게 따질뻔했어요. 엔딩 크래딧을 저처럼 모든 관객들이 보길 원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보고 싶어도 시간 때문에 일찍 나가야할 수도 있을거고. 하지만 보고 싶지 않으면서 보고 싶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짜증이 나더군요.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이것들 때문에 영화평을 정리 못한 것은 아니에요 ^^;)

7.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영화의 초반에 부부관계인 두 주인공이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왠지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죽지 않고 계속 부부관계를 유지했다면, 아마도 이런 권태기를 한번쯤은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왠지 잭과 로즈의 연장선으로 느껴져서 재미있기도 했죠.

8. 결국 영화는 현실과 이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데, 제 생각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이상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즉 이상으로 여겼던 것들이 어쩌면 또 다른 현실일 수도 있고, 현실로만 생각해왔던 것이 어쩌면 이상과 별 차이가 없는 것 일 수도 있다는 거죠.

9. 가장 좋아하는 남녀 두 배우들 하나인 레오와 케이트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더라구요. 멋지게 배우로 성장한 둘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이기도 했고, 그냥 둘이 좋아서이기도 했구요.

10. 음악도 참 좋았습니다. 스코어 앨범이 나온다면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요.

11. 그냥 두 배우가 나오는 로맨스 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으시면 될 것 같아요. 인간관계과 현실과 이상, 그리고 결혼에 관한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요.

12. 마지막 극중 케시 베이츠의 남편의 행동이 이 영화에 심정을 말해주는 것 같아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드림웍스 픽쳐스에 있습니다.







아래는 반도 못 쓴 리뷰인데, 혹시나 나중에라도 이어쓰거나 수정할 일이 생길지 몰라 남겨두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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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 Road, 2008)
무엇이 현실이고 이상인가.

리처드 예이츠(Richard Yates)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샘 멘더스와 <타이타닉>의 커플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만으로도 일단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잘 알다시피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이 부부관계인 것 또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었으며, <타이타닉>의 커플이 11년 만에 다시 커플로 스크린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화팬들에게는 분명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재미있는건 이들 외에 역시 <타이타닉>에 함께 출연했었던 케시 베이츠 역시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비중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원작이 된 예이츠의 소설도 읽어보질 못했고,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감독과 배우들 뿐이었기에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관람하게 되었는데, 영화는 생각보다 상당히 냉소적인 동시에 괴롭기까지한 영화였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는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심하게 다투는 휠러 부부의 언쟁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일단 이 첫 장면부터 한 번에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의 화면비였다. 드라마 장르치고는 드물게 2.35:1의 와이드 비율로 영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은 영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2.35:1의 화면비를, 드라마가 주가 되는 이 영화에서 사용한 이유는 바로 인물들간의 거리를 더 표면적으로 느끼게 해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들이 한 공간안에 있어도 그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 생각하도록 만들게 된다. 초반 좁은 자동차 앞 좌석에 앉아 두 주인공이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차안 옆 좌석에 앉아있음에도 이 사이에 얼마나 큰 거리가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된다. 사실 더 인상적인건 극중에서 두 인물이 표면적으로는 다투고 있지 않을 때라고 할 수 있을텐데,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있을 때도 그렇고 우리가 현실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인물들 간의 거리를 눈에 확 띄도록 설정함으로서 이 영화에서 말하려고 하는 현실과 이상간의 간극, 인물들 간의 갈등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극중 휠러 부부가 사는 거리의 이름이다. 잘사는 중산층을 대변하는 일종의 상징으로서 인식할 수 있을텐데, 이 거리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전형적인 보기 좋은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휠러 부부는 이 가운데서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선망에 대상이며, 그들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보여지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뻔한 세일즈 일을 해오고 있는 프랭크(디카프리오)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가사를 꾸려가고 있는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우연한 기회에 파리로의 여행이 아닌 이민을 계획하게 된다. 현재의 삶에 무력함과 공허함을 느끼던 에이프릴은 예전 사진을 정리하다가 파리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던 프랭크의 말을 떠올려 급작스레 이를 계획하게 된다. 프랭크도 처음에는 이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터라 이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는 계획에 함께 하게 된다.

이 계획이 있기 전 프랭크가 기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장면은 그의 삶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출근 시간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양복과 모자, 무엇보다 표정으로 무의미하게 회사 건물로 들어서는 프랭크의 모습은, 프랑스 이민을 결정하고 나서 180도 달라진다. 분명 똑같은 옷과 시간이지만 현실에서의 탈출구를 계획하고 있는 프랭크에게는 유난히 빛이 나게 마련이다. 휠러 부부는 친한 부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데, 이 부부는 이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가고나자 말도 안되게 유치한 계획이라며 서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들 부부의 행동과 설정은 휠러 부부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 앞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말하고 싶은건 이상이고, 그럼에도 말못하고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실이다. 이 친구 부부의 남편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멀찌감치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오래전부터 에이프릴에게 연정을 품었지만 이를 고백하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조차 믿어주지 못하는 거품으로 덮힌 관계 속에 영화는 현실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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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이라 할 수 있는 '존'과 연관 지은 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리뷰를 접게 되었네요;;;





2009년 3월 제 6회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가
3월 28일(토요일) 저녁,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씨네아트 블로거 상영회는 "금기와 욕망"을 주제로 하는
4편의 영화를 상영작 후보로 골라봤습니다. 후보작들 가운데
씨네아트 블로그 방문자 여러분들의 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작을
제 6회 블로거 상영회에서 상영하게 됩니다.

투표 기간 : 3월 9일 ~ 3월 18일
Affiliate Program poll generator


[ 상영 후보작에 대한 기본 정보와 소개의 글 ]
팻 걸
감독 카트린느 브레야 (2001 / 프랑스, 이탈리아)
출연 아나이스 르부, 록산느 메스키다, 리베로 드 리엔조, 아시니 칸지얀
상세보기
권태
감독 세드릭 칸 (1998 / 프랑스, 포르투갈)
출연 샤를르 베를링, 소피 길멩, 아리엘 동발, 로버트 크레이머
상세보기
로리타
감독 애드리안 라인 (1997 / 프랑스, 미국)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도미니크 스웨인, 멜라니 그리피스, 프랭크 란젤라
상세보기
돌이킬 수 없는
감독 가스파 노에 (2002 / 프랑스)
출연 모니카 벨루치, 뱅상 카셀, 알베르 뒤퐁텔, 죠 프레스티아
상세보기

<팻 걸>은 프랑스 여류 작가이며 영화 감독이기도 한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2001년작으로 여름 휴가에서 첫 경험을 하게 되는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성에 관한 빛나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원제가 À Ma Soeur!(For My Sister!)으로 여성의 시점이 강조되고 있는 <팻 걸>과 달리 세드릭 칸 감독의 1998년작 <권태>는 철저하게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따라가게 되는 작품이죠. 40대의 철학 교수가 17살짜리 누드 모델과의 만남을 통해 무너져가는 모습이 일견 코믹하기도 하고 서슬퍼보이기도 합니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80 ~ 90년대를 풍미했던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1997년작 <로리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62년작에 비해 좀 더 풍부한 내러티브와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드라마의 완결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원작에 대해서도 좀 더 친절한 접근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마지막 후보작인 <돌이킬 수 없는>은 가스파 노에 감독의 반사회적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영화 속 금기와 그 한계에 대해 거칠게 도전했던 2002년 최대의 문제작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는
관객들이 영화를 직접 고르고,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새로운 컨셉의 상영회입니다.

또한 유명인사나 평론가 없이, 블로거들과 관객들이 동등한 시각에서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교류할 수 있는
색다른 씨네토크도 함께 진행됩니다.

상영회 일시: 3월 28일 토요일 저녁
상영회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 상영 후에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씨네토크 시간이 이어집니다.
* 본 상영회는 유료 상영입니다.(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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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월의 컨셉은 매우 화끈하고 자극적이로군요!
상영회에서 만나보고 싶은 작품에 투표해주세요~

나중에 상영작이 결정되게 되면 상영회에 초대하는 글을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거가 직접 상영작을 결정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는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 상영회에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왓치맨 (Watchmen, 2009) (IMAX DMR 2D)
히어로에 빗댄 정치와 권력에 대한 담론



<300>을 연출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은 일찌감치 부터 올해 가장 큰 기대작 중 하나였고,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는 드물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이미 영화 감상 전에 읽게 되었던 흔치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영화 감상 전에 원작이 된 텍스트를 먼저 접한다는 것은 일종의 선택일 것이다. 원작을 미리 본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되겠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또한 원작이 존재할 경우, 원작을 미리 인지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 있는 것도 물론일 것이다(물론 지론은 영화는 원작이 있을 경우라 하더라도 영화만을 통해 100%를 보여주어야 하지 원작을 읽어야만 100%가 완성되는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원작을 읽었을 경우 100%가 120% 200%되는 것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왓치맨>은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조금은 일부러 원작을 찾아 읽게 된 경우였다. 물론 <씬시티>때 반짝했다가 <다크 나이트>이후 본격적으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그래픽 노블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간 그래픽 노블이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경우, 영화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은 그 세계관과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많아 왠지 영화만으로는 100%를 얻지 못하는 것 같은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왓치맨>의 경우는 미리 그래픽 노블로 출판된 2권의 책을 미리 개봉전에 읽어보게 되었고, 더더욱 영화를 기대하게 되었었다.

개인적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화는 원작과 비교하여 만족스러웠으며, 원작을 미리 읽었던 것은 약이 된 경우였다 하겠다.


(이후 부터는 영화와 그래픽 노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앨런 무어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 '왓치맨'은 현실과 픽션이 적절히 섞인 이른바 '팩션(Faction)'이었다. 베트남전과 닉슨 대통령, 케네디 암살, 소련과의 냉전 등 실제 미국 역사의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 마치 진짜처럼 가상의 캐릭터들을 끼워넣는 스타일이었다. 이 같은 방법은 <스파이더 맨>처럼 누구나 우연한 기회에 히어로가 될 수 있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라 할 수 있겠는데, 실제 역사속에 히어로를 삽입함으로서 허무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좀 더 공감대를 불어넣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원초적으로는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혹은 '그런 일이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왓치맨'은 만약 미국이 배트남 전에서 패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적 사건들에 알게 모르게 히어로들이 개입되어 있었다고 가정한 상태로 진행이 된다. 이 국가적 사건들에 가상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심은 것은 제법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특히 영화의 인트로 시퀀스는 인물들의 대략적 역사와 더불어 시대적 상황을 간략하지만 임팩트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실제 미국의 역사를 알고 있으면 있을 수록 흥미로운 인트로가 아닐 수 없다(더군다나 여기는 상당히 많은 패러디나 인용들이 담겨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 유명한 종전 사진을 레즈비언의 키스로 묘사하는 센스라던가, 히어로의 은퇴장면을 예수의 최후의 만찬으로 표현한 장면 등만해도 그렇다).

사실 원작 코믹스는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나 역사에 대해 상당히 불친절한 경우였는데, 영화는 이 부분을 비교적 잘 압축하여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미닛맨 (Minutemen)'으로 활동했던 1기 히어로들이 어떻게 활약했고 사회에서는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어떻게 사라져갔는지와 케네디 암살이나 인류의 달 착륙 같은 국가적 사건에 어떻게 개입이 되어있는지, 기본적으로는 어떤 정치,사회적 배경이 있었는지, 그리고 각 캐릭터들의 어린 시절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보여주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인 '왓치맨'이 구성되는 시기까지 이를 함축적으로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근래에 본 오프닝 시퀀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은 확실히 고심하고 노력한 기색이 역력히 보이는 작품이다. 아마 본인도 꼭 왓치맨은 아니었더라도 어느 코믹스나 그래픽 노블의 팬보이였을 잭 스나이더는, 원작의 수 많은 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이런 의식은 전체적으로 큰 각색보다는 원작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오는데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을 읽은 입장에서 봤을 때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다시 한번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정도로, 몇몇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들과 결말 부분만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신문 가판대 소년이 전하는 화물선 이야기가 대표적으로 빠진 경우이며, 결말 부분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이 된 경우라 하겠다). 예전 <씬시티>영화를 보고 나서 뒤늦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보고는 영화 속 장면이 얼마나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옮겨오려 노력한 것인가를 확인하고는 놀란적이 있었는데, <왓치맨>의 경우는 원작을 먼저 읽은 경우라 영화를 보는 중에 너무도 똑같은 장면 구성에 놀라게 되는 장면이 몇몇 있기도 했다.

원작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면, 워낙에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깊이가 깊고 이야기가 다중적이기 때문에 단 한편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영화에서(그것이 2시간 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다 소화하고 설명하고 풀어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잭 스나이더는 몇몇 장면을 영화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함축적 장면들로 표현하고 몇몇 시퀀스들은 과감히 제외하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화를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 정도의 영화화라면 다른 어떤 감독이 만들어도 쉽게 구현해내기는 어려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잭 스나이더가 좀 더 스타일리쉬한 부분에 치우쳐서 메시지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더욱 치중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그는 자신만의 장기는 살리되 메시지에 흠이 가는 부분은 최소화 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몇몇 액션 장면에서는 <300>을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베리 슬로우 모션 액션을 엿볼 수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과하지는 않았으며(그래서 300 같은 액션영화를 떠올리며 극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허탈해하며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액션보다는 원작의 그 질감과 느낌을 스크린으로 옮겨오는데에 더 공을 쏟은 것이 만족스러웠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 원작을 읽은 이들 가운데서도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 대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에 서고 싶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굉장히 정치적일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철학적일 수 밖에 없는 텍스트이다. 실제 미국의 정치적 배경을 영화의 주된 배경과 소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물들은 어찌보며 이 배경 속에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존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이 어떻게 사회의 폭동과 범죄를 야기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 스스로 일어난 자경단과 같은 히어로들을 또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영화는 시종일관 보여준다.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코스츔을 입은 히어로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기에 이르고, 스스로 환멸과 후회, 덧없음을 느끼고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반 사회적으로 그려지지만 어찌보면 본래 마스크를 쓰고 히어로가 되기로 했던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신념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로어셰크 뿐이며, 나머지 히어로들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 은퇴했다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스스로의 절망 때문이라 해야겠다. 각 히어로들에게는 자신 만의 고통과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생각해볼만한 캐릭터는 역시 닥터 맨하튼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고로 마치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존은 철저히 국가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이용되고 사용되어 진다.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전쟁을 미국의 승리로 이끌게 되고 소련과의 냉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신이 존재하고, 그는 미국인이다'라는 말처럼 대외선전용으로도 사용되게 된다.




영화 속 닥터 맨하튼이 겪는 고뇌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고민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고 볼 수 있겠다. '신'으로 묘사된 것처럼 절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닥터 맨하튼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결국 영화과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권력'에 대한 것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왓치맨>은 굉장히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묻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절대적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지만 닥터 맨하튼이 결코 절대선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는 극중 코미디언의 말처럼 막을 수도 있던 재앙들을 결국은 막지 '않'은 경우도 많았으며, 인간들에 대한 환멸로 치부하기는 했지만 그조차 인간적인 면에 휩쓸려 어느 한 편을 들고 편협함을 은연 중에 갖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절대자라기 보다는 '미군'에 가까운 행동을 벌여왔던 지난 날들에 뒤늦게 덧없을 느끼고 지구를 떠나지만, 화성에서 그가 갖게 되는 고민들 역시 이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있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이 엔딩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 이 모든 음모가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 된 로어 셰크와 댄(나이트 아울 II)은 오지맨디아스를 찾아가보지만 이미 이들이 막기에는 늦어버린 때였다. 나중에 자신이 이용당한 것을 알게 된 닥터 맨하튼 역시 오지맨디아스를 막기 위해 나타나지만 결국 막지 못한다. 아니 막지 못했다기보다는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에 결국 수긍하게 되어버린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평화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식의 논리. 엄청난 큰 재앙이 닥치게 되자 오랫동안 핵전쟁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던 미국과 소련은 더 큰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연합하게 되고, 이른바 '평화'를 이루게 된다. 오지맨디아스의 논리는 이런 것이다. 결국 다수가 행복한 평화만 이루면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 그런데 나댄과 닥터 맨하튼은 이 같은 오지맨디아스의 논리에 반박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계획 시전이 아니라 이미 시행된 이후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핵전쟁 바로 직전까지 갔던 세계의 정세를 평화의 무드로 만든 것이 거대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만들어진 평화'를 굳이 깨는 방식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거대한 재앙 앞에 다툼과 혼란이 하나로 융합되고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실제 역사 속에서도 여럿 있어왔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9.11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음모설 따위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여러가지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시 정부에게 단 한 방에 국민의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9.11 참사였으며, 결국 기름전쟁이었던 빈 라덴 잡기 전쟁의 명분을 준 것도 9.11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같이 큰 재앙이 닥치면 미국의 침공이 부당하고 믿고 있던 사람들의 신념마저 약해져서 '그래,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이젠 충분한 명분이 있잖아?'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왓치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 잘못된 것은 댄도 닥터 맨하튼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일이 벌어진 바에야 이를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평화지만, 이 거짓을 알게 된다면 겪게 될 혼란과 핵전쟁 위기를 굳이 초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래 이미 일은 벌어졌잖아, 이 평화를 잘 지켜내기만 하면 돼'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여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본래 신념대로 가겠다던 로어 셰크를 닥터 맨하튼이 손수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며, 댄 역시 좀 더 강하게 로어 셰크를 설득하거나 맨하튼을 막아볼 수도 있었지만(물리적으로는 못하겠지만), 그러지 않고 로어 셰크가 죽은 다음에야 '안돼~!'하며 역시 자기 합리화를 하고야 만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곧이 곧대로 융통성 마저 없어보였던 로어 셰크의 길이 옳은 것인지(죽음을 뻔히 알고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은 것), 아니면 이미 일이 벌어진 뒤라면 그리고 진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더 큰 재앙을 겪을 수도 있다면 이 평화를 지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대답이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솔직히 대답은 로어 셰크를 응원하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과연 로어 셰크처럼 할 수 있겠는가를 묻는 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것이다.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쓸쓸한 것은 비단 어두운 스타일과 고어한 장면들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관객에게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와 현실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노출시켜 자기 합리화와 신념 가운데서 고민하도록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 인상적인 건 오지맨디아스가 정말 '평화'만을 위해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보기엔 후에 상황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폐허를 제건하는 회사는 다름아닌 '바이트'사이고 하늘에도 '바이트'사의 비행선이 떠있고, 결국 이 재건될 세계에서 주도권과 권력을 쥐게 될 것은 오지맨디아스의 '바이트'사가 될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결국 평화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주인 노릇을 하려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일 것이며, 더나아가 이를 자기합리화하며 신경쓰지 않으려 하거나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비판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 <왓치맨>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준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영화 속에 삽입된 곡들은 <포레스트 검프>처럼 당시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어서, 마치 실존했던 비화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살짝 들게도 했다. 오프닝에 사용된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비롯해,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제니스 조플린의 'Me And Bobby McGee' 등은 당시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곡들이었다. 아, 그리고 코미디언이 살해를 당하는 장면에 사용된 냇 킹 콜의 'Unforgettable'도 기가 막힌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의 'All Along The Watchtower'도 인상적이었는데, 밥 딜런의 곡이나 지미 헨드릭스의 곡 등 당시 히피정신으로 자유와 반전을 부르짖었던 정서를 담고 있는 곡들이 사용된 것도 단순히 시대적 상황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 다 인상적이고 적제적소에 음악들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나 단 하나 댄과 로리의 베드씬에서 흘러나오던(그것도 크게!) 'Hallelujah'는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레너드 코헨 버전이라 조금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제프 버클리나 루퍼스 웨인와잇이 부른 버전이었다면 좀 더 쓸쓸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으나, 레너드 코헨의 버전은 '할렐루야'라는 가사와 맞물려 자칫 웃음이 지어지는 시츄에이션을 자아내기도 했다;; (잭 스나이더가 의도한 것이 어쩌면 이것일지도 ㅎ).




일단 잭 스나이더의 영화답게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이라던가 그 스타일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로어 셰크였다. 계속 변형하는 가면의 표현도 인상적이었고 그 거친 나레이션과 건조함은 엄청난 포스를 뿜어냈다. 특히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잭키 얼 헤일리는 원작이 로어 셰크와 거의 흡사한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잭키 얼 헤일리는 어디서 본듯 했으나 잘 기억이 나질 않았었는데, 찾아보니 바로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했던 <리틀 칠드런>에서 주변에서 소외받고 의심받는 인물을 연기했던 그 였다. 재미있는건 이 <리틀 칠드런>에 등장했던 또 한 명의 배우가 <왓치맨>에 출연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는 다름 아닌 나이트 아울 II 역할을 맡은 패트릭 윌슨이다. 원작과의 조금 차이점이라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원작에서 댄은 좀 더 나이가 많은 인물로(그래서 로리와 나이차이가 좀 있는) 생각되었는데, 극 중에서는 조금 젊은 듯했다. 그래서 로리와도 약간 안어울린다기 보다는 남녀관계로서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큰 뿔테 안경을 고쳐쓰는 모습이 마치 <슈퍼맨>에서 클락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여러 배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역시 인상적인 다른 배우를 꼽으라면 빌리 크루덥이었다. 사실 단 번에 얼굴을 알아본 배우는 그 뿐이었다(생긴건 제일 외곡되었는데도 말이다 ㅎ). <미션 임파서블 3>와 <빅 피쉬>를 통해 눈에 익었던 그는 <왓치맨>에서 닥터 맨하튼 역을 맡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빨리 DVD나 블루레이가 출시되어 그의 출연분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왓치맨>은 분명 원작 코믹스와 더불어 그리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더군다나 만약 이 영화를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 블록버스터로 인식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상당히 매니아적인 요소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며, 우울하고 씁쓸한 사회의 뒷맛 역시 숨기지 않고 내놓고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주말 시간을 즐기기 위한 영화로는 절대 비추이며 (그래서 오히려 긴 러닝타임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여유가 된다면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먼저 읽는 편이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원작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원작을 읽었을 때 100%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아마도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또 한 번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나는 좋아! 왓치맨!


1. 왕십리 CGV에서 아이맥스 DMR 2D로 감상하였는데, 일산 아이맥스를 안본 입장에서는 엄청난 스크린 크기에 일단 압도. 많은 분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리가 조금 과하게 큰 듯한 느낌도 분명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 상영전 작게 뿌려지던 일반 광고와 예고편들 ;;

2. 마지막 시퀀스에서 오지맨디아스가 보는 많은 영상들 가운데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람보 2>와 <매드맥스>를 들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나름 이유를 가지고 삽입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연관성을 따져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되겠다.

3. 나이트 아울 II과 로리가 아키를 타고 불난 건물의 사람들을 구출하는 시퀀스에서 커피를 나눠 마시는 장면이 추가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 장면은 원작을 읽을 때 왠지 인상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영화에서는 종이 커피잔을 정리하는 것 정도로만 묘사되었다.

4. 원작을 보면 극중 인물들이 보는 신문들이나 길가에 현수막 혹은 TV속 내용들에 대해 자막이 지원되었는데, 영화 속에서는 여기까지는 지원이 되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 물론이것이 조금은 과한 요구일 수도 있겠지만 원작을 읽은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것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이 지원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5. 사실 영화가 영화인지라 하고 싶은 말들이 더 많았는데 한번에 정리하기는 좀 어려웠던 것 같다. 추가로 생각이 떠오르거나 한번 더 보게 된다면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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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The International, 2009)
괜찮은 다 아는 이야기


이 영화 <인터내셔널>은 역시 두 배우, 클라이브 오웬과 나오미 왓츠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다. 감독 이름은 미리 확인하지도
못할 정도로 별 다른 정보 없이 보게 되었는데, 감독은 다름아닌 <롤라 런>과 <향수>를 연출했던 톰 튀크베어 였다.
사실 감독이 누구인지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된 드문 경우이긴 했으나 중간에 '혹시'하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도 있었다
(이 부분은 맨 마지막에 얘기하도록 하죠).
사실 애초부터 그리 큰 기대를 했던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던 것 같다.
정부와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연루된 음모를 파해치는 주인공, 그 와중에 중간중간 밝혀지는 작은 반전들, 그리고 가미된 액션들.
2시간을 즐기기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이미 비슷한 영화들을 통해 너무 많이 보았던 이야기들을 모은 것 이상의 감흥은 없었으며,
결국 소스를 빌려온 영화들 이상은 보여주지 못했던 평범한 영화이기도 했다.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주인공 루이 셀린저는 인터폴 소속의 형사로 은행과 연관된 대규머 범죄조직의 음모를 파해치고 있으나,
워낙에 연관된 정부와 기업들이 많아 내부적으로도 협력이 부족한 상태다. 이런 셀린저를 돕는 인물이 바로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뉴욕의 보조검사 휘트먼이다.

영화의 대략적 줄거리라인은 이미 범죄 스릴러 혹은 액션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영화들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마치 또 하나의 다른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러가지 영화의 잔상들이 엿보이는데, 옥상을 넘나들며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본 얼티메이텀>으로 대표되는 '본 시리즈'가 연상되고, 거대 범죄조직을 상대로 제목처럼 '국제적인' 로케이션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첩보 장면들은 007 시리즈를 비롯한 이른바 '요원'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요소들이었으며, 이 영화가 후반부에 깊게 다루고 있는 메시지 측면은 <다크 나이트>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 같이 여러 영화들의 요소들이 비쳐지기는 하지만, 톰 튀크베어 감독은 비교적 이를 잘 버무린 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말해 앞서 언급한 이런 영화들을 감상하지 않은 관객들이라면 (그런 관객들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미 본 이들이라도 그리 지루하지 않게 러닝타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조직을 상대하는 '요원'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들과의 유별난 차이점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후반부에 삽입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의 메시지는 이미 <다크 나이트>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이 영화에서는 분명 이것이 핵심은 아니었다고 생각되기에, 여기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통해 인물들의 동기나 연관관계를 좀 더 심도있게 풀어내지 못한 것도 조금 아쉬운 점일 수 있겠다(역시 본 처럼 3부작으로 가야만 완벽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첫 번째 장면은 박물관에서 벌어지는 총격 씬을 들 수 있겠는데, 독특한 원형 구조로 되어 있는 장소의 장점을 100% 활용한 멋진 구성이었다. 뭐랄까 클라이브 오웬이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서면서 한 번 주위를 쓰윽 둘러보는 장면서 부터, 왠지 이 장소가 완전히 망가지겠구나 했는데, 역시 장소를 완전히 초토화 시키는 액션 장면이 벌어지게 된다. 톰 튀크베어 감독은 이 원형구조를 액션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아주 잘 활용하고는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임팩트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확실히 총격 액션 장면에서는 마이클 만이 항상 떠오를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극중 클라이브 오웬과 아민-뮬러 스탈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치 <다크 나이트>를 연상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시퀀스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둘의 대화 장면도 장면이었지만 이를 작은 틈 사이로 나오미 왓츠가 바라보는 시점이 인상적이었는데, 극 중에서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셀린저와 현실적인 면을 인정해야 한다는 아민-뮬러 스탈이 연기한 웩슬러를 번갈아 보는 시선 연출은, 어쩌면 꼭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범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과 법으로는 다스릴 수 없기 때문에 범죄에 한해서는 법을 초월해야만 제거할 수 있다는 현실의 가운데서 과연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를 고민케 하는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출이었다고 생각된다. 영화는 결국 엔딩 장면에서도 이런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어떤 것이 결국 옳았는지 보다 과연 멈출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담고 있기도 하다.




너무 익숙한 주제들을 다룬터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흥미롭지 못했지만, 그래도 감독의 매끄러운 연출과 뉴욕, 프랑스, 터키의 이스탄불, 베를린 등등 다양한 로케이션 장소, 특히 인상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영화였다.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는 그리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바바리를 걸치고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칠드런 오브 맨>의 이미지가
너무도 겹쳐보였으며, 나오미 왓츠의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좀 심심한 캐릭터였던 것 같다(누군가의 파트너가 아니라 그녀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어서 다시 보고 싶다!). 아민-뮬러 스탈의 경우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또 한 번 기대했으나 캐릭터 자체가 보스 역할이 아니라서 였는지, 이에는 못미치는 살짝 아쉬운 연기였다.


두 배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패스하기엔 아쉬움이 남는 영화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과감히 패스해도
될 듯 하다.


1. 인터폴 본부가 나오는 장면에서 잠시 남자 배우 한명이 대사 한마디와 함께 스쳐 지나가는데, 분명 벤 위쇼였다! 그래서 '엇! 벤 위쇼가 이 영화에 나온단 말이야?'하고 놀랐다가 단 몇 초 이후엔 등장하지 않길래 혹시나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했었는데, 엔딩 크래딧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벤 위쇼가 맞았다. 나중에 이 영화가 <향수>를 연출한 톰 튀크베어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야 벤 위쇼가 까메오 출연한 것에 '이유'를 수긍할 수 있었다(혼자 알아보고 혼자 좋아했다는 ㅎ)

2. 한 때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되었던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네요 ㅎ

3. 감독인 톰 튀크베어는 음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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