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Crash, 2004)
 
물론 이 영화가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아카데미 작품상 때문이었을터.
과연 브로크벡 마운틴을 제치고 아카데미를 수상한 작품이 무엇이었을까
쬐금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에다 산드라 블럭, 돈 치들, 맷 딜런, 텐디 뉴튼, 브렌든 프레이져,
루다 크리스,  테렌스 하워드, 라이언 필립 등 여려명이 캐스팅만으로도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 되었기 때문.
 
영화를 본 총평을 이야기하자면, 분명 괜찮은 영화이긴하나,
약간은 아카데미를 계획적으로 노린 작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내에서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이며,
가장 미국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아카데미로서는 군침을 흘릴만한
소재일 수 밖에 없는것도 당연지사.
 
여튼,
 
미국내에서 사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에 이야기들을
거미줄처럼 교차시키며 결국엔 모두가 모두에게 상호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라도 인종차별은 말아야겠다는게 영화의 주된 요지인듯.
이렇듯 각자 소외되고 사연이 있는 10명 안팍의 캐릭터들이 동등한 비중을 두고
서로 얽혀있는 구조는 이미 폴 토마스 앤더슨의 전작 '매그놀리아'에서 가장
멋지게 그려졌다고 생각되는데, 특히 영화의 말미 부분 배경음악이 흐르며
각 인물들을 차례차례 훑어가는 장면은 인물들이 노래만 안했을 뿐이지,
흡사 '매그놀리아'의 'wise up'시퀀스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각 사연이 있어서 나쁜 짓을 해도
결코 극단적으로 미워할수 많은 없는 캐릭터들이며,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이 생각했을 때 위험하다고 느끼는 흑인이나 스페니쉬, 멕시칸 사람들은
그런 편견을 갖고 미국내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백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사회는 (산드라 블럭이 아파서 친구를 찾을때
결국 곁에는 타인종인 그의 가정부 밖에는 곁에 없었다는 예를 통해)
그 동안의 자신들의 편견에 대한 성찰에 뜻을 비치고 있다.
 
돈 치들은 이제 점점 덴젤 워싱턴을 넘어 현존하는 가장 연기력있고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으며, 맷 딜런은 가장 이중적인 캐릭터를 관객들이
양면적 성격에 대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브랜든 프레이져는 오랜만에 코믹이미지가 없는 멀쩡한 연기를 펼쳤고,
노나 게이는 뭔가 터트릴듯 터트리지 않는 냉정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모스뎁 이후(그는 이제 영화배우!ㅋ) 흑인 래퍼 출신 배우로서는 가장 자연스런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되는 루다 크리스와 표정만으로도 무언가 진지해지는 테렌스 하워드,
그리고 한동안 부인인 리즈 위더스푼에 비해 활약이 뜸했던 라이언 필립도
'사랑 보다 아름다운 유혹'에 애띤 티는 모두 벗어버린 모습이였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울한 미국내에 인종문제를 파해치기 보다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소신을 피력한듯 하다.
그렇기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스테레오 포닉스의 곡 'Maybe Tomorrow'는
의미심장하다.

 
글 / ashitaka


Walk the Line
 
'Ray'가 그랬고 'Doors'가 그랬던 것 처럼,
뮤지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는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이있다.
'Walk the Line'도 분명 이런 일정한 패턴속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듯.
 
알다시피 이 영화는 Johnny Cash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마약으로 인한 피폐함과 극도의 성공과 최악의 현실을 모두 맛본 뮤지션 중
한 명인 자니 캐쉬는 와킨 피닉스가 연기하였다.
 
와킨 피닉스는 무언가 신비한 매력이 있는데, 이 같은 신비한 눈동자와 마스크는
<싸인>이나 <빌리지>같은 샤말란의 작품에서 빛을 발하였다.
 
두 작품으로 인해 비슷한 이미지가 적어도 나에게는 굳어갈려고 할 때쯤
내놓은 이 작품은, 그 동안 맡았던 캐릭터들에게서는 옅볼 수 없었던
자신감있는 면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자니 캐쉬에 대해
앞에 언급되었던 레이 찰스나 짐 모리슨 만큼 잘 알지 못했던 터라,
자니 캐쉬와 와킨 피닉스와의 싱크로율이 얼마만큼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자니 캐쉬의 전기 영화로서가 아니라
그냥 드라마로 보게 된 것 같다.
 
아카데미를 거머쥔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는, 빠진 볼 살 만큼이나
군더더기 없고 자연스런 정도였다. 예전에 라이언 필립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만 해도 라이언 필립이 아깝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최근 라이언 필립도 크래쉬에서 출연하는등 틴에이지의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거듭나려는 중이긴 하지만,
이젠 누구나가 라이언 필립이 참 결혼 잘 했다고 생각하게 될듯.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모두 영화 속 노래를 직접 소화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자니 캐쉬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는 터라 판단할 순 없지만,
자니 캐쉬의 주변 인물조차 놀랐을 만큼 흡사한 노래를 선보였다고 하니...
이후 알게된 자니 캐쉬의 모습이나 몇몇 곡들로 보아 와킨 피닉스가 상당한
노력을 했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의 형 리버 피닉스와 더불어 이 형제들은
어느 정도 음악적 재능이 타고 난듯 하다)
 
결과적으로 자니 캐쉬에 대해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더욱 재미있고
장면장면에서 얻는 재미가 많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 ashitaka

p.s 1. 엑스파일에서 도겟 역활 이후 자주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로버트 패트릭은 이제 노역 연기로 접어든건가 해서 아쉬웠다.
 
2. 자니 캐쉬는 잘 몰라도 살짝살짝 등장한 유명한 뮤지션들의 면면도
색다른 재미. 엘비스, 로이 오빈슨, 제리 리 루이스 등등.


Good Night, And Good Luck

 

사실 조지 크루니는 이전에도 몇 편 감독을 맡아 제법 성공을 거두긴 했었지만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영화 내가 '굿 나잇, 앤 굿 럭'은 조지 클루니를 감독으로서 보게 된

최초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CBS의 뉴스맨인 실존 인물 에드워드 R.머로와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

그리고 그들이 진행했던 프로그램 'See it Now'를 배경으로

1950년대 미국내에서 벌어졌던 매카시 의원과 뉴스팀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시나리오와 연출력, 연기력이 빚어낸 완벽한 영화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다른 영화적 요소는 배재하겠다는 듯 흑백으로만 펼쳐지는 영상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급스럽고 영화스럽게 그려내고 있으며,

조지 클루니의 연출력은 마치 선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랬던 것 처럼,

더이상 배우출신 감독이라는 한계를 완전히 초월한 테크닉을 선보인다.


시나리오도 함께 집필한 조지 클루니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화적 재미를 한가득 안겨준다. 더더군다나 이 작품은 흑백 영상, 큰 굴곡없는

스토리 전개(다른 영화와 비교했을때..)등 지루하고 밋밋하게 느껴지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과물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노련함에서 묻어나는

진지함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는 분위기를 시종일관 연출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거의 처음 알게된 데이빗 스트래던은,

'머로=스트래던'으로 생각될 만큼 극 내내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직접 출연하기도 한 조지 클루니와 제프 다니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파트리샤 클락슨 등

배우들의 연기는 깨끗한 흑백영상처럼 흠잡을데 하나 없는 멋진 연기였다.


최근 본 영화 중 '브에 포 벤데타'에 이어 또 하나의 진실과 자유를 논하는 영화.



글 / ashitaka

 

매트릭스의 제작자 조엘 실버와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매트릭스 시리즈 조감독 출신의 제임스 맥테이그와
스미스 요원 휴고 위빙,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영화.
 
사실 국내에서는 매트릭스의 이름값에 어떻게든 묻혀서
흥행을 해보려 홍보전략을 짠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홍보전략은 역시나 그렇듯이 관객 속이기에 가깝다.
 
영화에 대해 잘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트릭스 류의 SF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듯 했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관객들도 영화가 끝난뒤 매우 실망한 기색이었다 --;)
 
 여튼 그런 기대없이 정상적인 기대만을 가지고 보게 된 나에겐
기대만큼의 감흥을 얻은 작품이었다.
 
SF라고는 하지만, SF라기보다는 정치와 사상에 관련된 스릴러이며
이념과 권력에 관한 다른 방식의 고발 영화이기도 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 주도의 3차 대전이 벌어진다는 설정이나
영화의 마지막 영국의 의사당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등은 9/11이후
테러, 특히 건물폭발에 대해 민감한 헐리웃에서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고 용감하기까지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엄청난 음모가 결국은 정부 주도의 사악한 만행이었으며,
도청이나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진실을 외곡시키는 사회의 모습은 흡사  5.18 광주 혹은
아일랜드의 블러디 선데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헐리웃 영화가 정부와 테러 간의 구도에서
무차별적 테러에 대항하는 정부에 편에서 이야기를 풀어갔었다면
이 영화, V for Vendetta는 국민에게 진실을 감추고 통제하려드는
정부에게 진실을 알리려드는 테러에 편에 서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일듯.
 
정부 관료들이 밀실에 모여 거대한 스크린의 의장을 필두로 회의를 갖는 장면은
흡사 에반게리온을 떠올리게 했다.
 
이미 에이전트 스미스와 엘론드 역할을 통해
멋진 보이스를 선사했던 휴고 위빙은, 이 영화에서 V 역할을 맡아 본격적으로
멋진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탈리 포트먼은 그저 삭발을 했다는 사실만이 화제가
되었던 것이 아쉬울 만큼 스타워즈 에피소드 3에서와는 또 다른 인물을 자연스레 소화한다.
 
V for Vendetta는 내 생각엔 매트릭스의 후광을 받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영화로 처음부터 각광을 받았을 영화라고 생각된다.
괜히 매트릭스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바람에 (물론 감독과 제작자, 배우까지 연관되어 있으니
어느 정도 거론은 어쩔 수 없다곤해도), 기대완 달라 실망하거나
화려한 SF액션물로 오해되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매우 정치적이며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한 노골적인 독설이 담긴 영화로
또 다른 버전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고까지 하면 무리일까 ㅋ

 
글 / ashitaka


p.s 1. 확실히 IMAX의 위용은 일반 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케일과 화질, 음질을 선사했다.

         시야 가득 남는 부분없이 꽉차는 화질과 높은 암부 표현력은 역시 IMAX가 최고.


     2. 영화속 혁명의 날인 11월 5일은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개봉일이기도 하다니 ㅋ

 

Brokeback Mountain, 2005
 
이안 감독의 최신작이며, 이미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여러 단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라 잔뜩 기대했던 영화.
 
9시반이 넘은 시각, 그리 많지 않은 관객만이 함께한 채 관람했던 영화.
 
뭐, 처음에 알려진대로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를 소제로 한 영화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성애'는 그저 '소제'일 뿐이지
결코 '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를 다룬 것이라 처음 접할때 다른 작품보다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말 그대로 소제였을뿐,
남자와 여자와의 사랑이야기가, 남자와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로
그려졌을 뿐, 어차피 똑같은 러브 스토리이다.
 
Brokeback Mountain에서 두 주인공은
대자연 속에서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영혼의 안식을 마음껏 누리지만,
산을 내려온 뒤의 삶은 에니스와 잭 모두에게
그저 잔혹한 현실일 뿐이었다.
 
잭은 세상에 틀을 깨고 이상향으로 나아가려는 용기를 냈지만,
결국 에니스는 현실에 붙들려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잭이 떠난뒤 그의 흔적들을 찾아낸 에니스가
슬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잭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지 못했던 후회가 컸기 때문이었을터.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잭의 시골집 방에서 피묻은 셔츠가 고이 간직된 것을 보았을때
어쩔 수 없이 슬퍼질 수 밖에 없었다.
 
이안 감독의 능력은 사실 <와호장룡>때 보다 이 영화에서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와호장룡>은 중국인으로서 자문화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자신있게 풀어감으로서 플러스 요인이 있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6,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완전 미국식 배경과 가치관등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안이 감독인 줄 몰랐던 관객들이라면
동양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이안 감독은 이미 <센스 앤 센스빌리티>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무마해버린지 오래이긴 하다.
<기사 윌리엄>을 볼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 남자가 이런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잘하면 이런 류에 비슷한 틴에이지 팝콘영화를 몇 편 더
찍을 지도 모르겠구나...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림 형제>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을 보고는 조금씩 견해를 달리하게 되었으나 이번 작품을 통해
확고하게 이 남자, 히스 레저가 분명 배우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내가 제대로 본 영화라고는 <투모로우>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기대가 되는 배우중에 한명이었다.
역시나 그 기대는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히 입증되었으며,
히스 레저와 함께 단숨에 배우로 인정받게 되었다.
(역시 배우는 작품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또 하나의 손꼽히는 러브 스토리이자
현실과 이상향 속에서 갈등하고 결국 그 속에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던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안타까운 두 남자의 이야기는 엔딩 크래딧을 다보고
극장에 불이 켜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글 / ashitaka

p.s/1. 의도는 아니었으나 <메종 드 히미코>이후에 바로 또 이 영화를 보게 되어
누군가에게 내 성향이 의심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윽...--;
 
2. 엔딩 크래딧에 윌리 넬슨의 곡 뒤에 흐르던 곡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Rufus Wainwright의 곡이었다. 동성애를 소제로 한 영화에 그가 곡 작업을
했다는 사실도 재미있는 일인듯;
 
3. 로린 역의 앤 헤서웨이의 연기도 헤어스타일과 더불어
꽤 멋졌다 ㅋ,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알마 역할을 맡은 미쉘 윌리엄스라는
배우가 더욱 마음에 든다...(근데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나와 동갑..윽...)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알게 되었고 보게 된 영화.
 
다 보고 난뒤, 그 동안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되지 않았던
오다기리 죠를 확인한 영화.
 
게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줄은 전혀 모르고 보았지만
그것이 감상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는 않았다.
<조제..>때와 마찬가지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일 뿐이며
게이라는 소재는 그야말로 '소재'일 뿐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연출력은 독특한 소재를 자신이 말하려는 이야기에
말그대로 소재 뿐으로 녹아내는데에 있다.
영화 초반부에 여장을 한 노인들에 모습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지만, 영화가 계속될 수록 그들의 모습 자체에
웃음짓는 사람은 없었으며, 게이를 게이로 보지않고
그저 인물로만 보게 만드는 그 연출력말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과 각본을 쓴 와타나베 아야의
공동작업은 이번 작품에서도 도 한번 빛난다.
 
 
여운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이미지를 남기는 감독의 능력도
<조제...>에 이어서 여전하다.
 
'메종 드 히미코'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랑에 관한 담론.
 
여운을 글로 정리하기는 역시 어렵다...
 
 
글 / ashitaka


뮌헨 올림픽의 비극적인 테러를 소재로 그려낸 드라마 뮌헨.
많은 사람들이 에릭 바나 주연의 첩보 스릴러로(한명 한명씩 처리해 나가는 과정이 액션과 더불어
멋지게 그려지는..)기대하고 있던 영화.
 
물론 명단의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과정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룬다는 점
등은 첩보 스릴러의 묘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뮌헨은 정치적인 내용과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한 드라마이다.
 
2시간 4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이렇다할 굴곡 심한 클라이막스가 없었음에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를 상징하는 의상들도 돋보였으며 도대체 끝날줄 모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전의
관한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양쪽중 어느 한쪽을 악당으로 몰지는 않았다지만, 정작 본인들 양쪽에게는
그리 좋은 반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스필버그 답지 않은 결말처리는 나중에 생각할 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에릭 바나와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롯한 팀에 연기도 좋았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넣지 않았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감성적으로는 더 끌리는 계기가
분명 되었지만, 이것보단 정치적인 색을 더 진하게 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글 / ashitaka


대 중국의 여배우가 하찮은(?) 일본 게이샤 역할을 어찌 맡을 수 있냐며 화형시키겠다는
협박아닌 협박까지 받았다던 장쯔이의 문제의 영화.
역시 이같은 이유로 인해 중국내에서는 상영이 금지된 영화.
스필버그가 본래 감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작만 맡고 시카고의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이번 일요일 메가박스 1관의 그 넓디 넓은 스크린으로 관람했다.
 
바로 20분전에 2시간 45분에 달하는 뮌헨을 관람한뒤 릴레이 관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는 생각보다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이 주제를 미국인들이
굳이 만들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이 만든 일본어 더빙의 영화였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모든 배경과 인물이 일본인임에도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부적절한 설정은
자막 보기를 무엇보다도 귀찮아하는 미국관객에게는 자연스러웠을지 몰라도
영어더빙, 일본어 더빙, 중국어 더빙 등 모든 원어 더빙이 익숙한 우리에게는
굉장한 이질감과 코믹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그러한 부자연스러움을 가장 맛깔스럽게
구현한 대사는 아마도 'Thank you, 오네짱'이 아닐까 싶다 --;)
 
미국인들은 일본의 신비한 문화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감흥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이렇다할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다.
 
어린 장쯔이로 나오는 아역배우의 귀여움이 전반부를 장악하였다면,
후반부부터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멋있어지는 양자경의 모습을 보며 달랬다.
 
장쯔이, 양자경, 공리, 와타나베 켄, 야쿠쇼 쇼지 등 화려한 동양배우들이 출연한 것은
좋았다만, 감독마저 동양인이었으면 좋았을것을 하는 생각이 또 든다 --;
 
이런 나름 화려한 캐스팅 속에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키메이커 랜달 덕 김의 출연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 더욱 재미있었다 ;;
 
 
글 / ashitaka


벼르고 별렀던 폴라 익스프레스 아이맥스 DMR 3D를 지난 주말 드디어 감상했다.
폴라익스프레스는 이미 개봉한지 한참이 된 작품이었으나 난 다행(?)히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3D 아이맥스로 재개봉한다고 하니 뭐 이것저것 따져볼
필요도 없는 선택이었다.
 
아이맥스 포맥의 해리포터와 불의 잔도 보았고, 3D 아이맥스 나스카 레이싱도 보았으나
DMR을 3D IMAX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기대가 되었다.
3D 자막 구현 문제로 인해(나스카 3D는 다 좋았으나 자막의 위치 등 문제로 인해 상당히 눈이 피로했었다), 더빙으로 상영된다는것만이 조금의 걱정거리라면 걱정거리.
 
난 본래 일반 극장 포맷에서의 영화와 영어 더빙 버전을 보지 못해 두 버전을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우려했던 더빙 문제는 그럭저럭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정도였다.
특히 아이들 캐릭터의 더빙은 가끔 참혹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폴라익스프레스 역시 처음에는 조금 이질감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무리없는 완성도를
들려주었다.
이미 영화를 보았던 많은 사람들이 가장 우려했던 점은 극중 나오는 노래 부분의
더빙 문제였는데, 우리말로 불려지는 삽입곡은 역시 우려했던 것에는 못미치는 양호한
정도였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때 본래 영어로 부르는 삽입곡이 흐를 때 확인할 수 있었지만,
물론 원어로 부른 버전이 훨씬 좋긴 했다).
 
난 일반 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 3D를 보고난 뒤인 지금, 일반 버전을 보게 된다면
굉장히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기차위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추격전과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한 영상을
입체감없는 밋밋한 화면으로 본 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는 이 차세대 포맷인 IMAX DMR 3D로 모든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을까 하는
장미빛 상상도 해보았다. 그만큼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또 다른 세상이었다.
 
 
 
글 / ashitaka

p.s / 1. 내심 영화 중간 중간 등장했던 기차위에 그 이름 모를, 커피를 적잖이도 권하던
           그 아저씨(?)가 산타이길 바랬는데, 결국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산타가 산타라 조금
           아쉬웠다. 하긴 만약 그가 정말 산타였다면 많은 어린이들 역시 적잖이 실망했을듯 ㅋ
 
        2. 그 안경쓴 잘난척 하던 어린이...
           영어 더빙도 한번 듣고 싶다 ㅋ

 

왕의 남자


왕의 남자를 알게 된 처음에는 예고편과 스틸컷만 보고서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뭐 그저 그런 영화가 틈 사이에 나와서 태풍에 밀려 망하겠구나 생각했었다.


이후 개봉 직전후로 해서는 태풍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준기라는 검색어 1위의 배우 덕에 엄청난 국민적인기를 끌고 있는 거품이 많이

가미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극장을 나설때의 기분은 사뭇 달랐다.

이준기가 맡은 역할인 '공길'역할은 물론 내용상으로 매우 중요했지만,

밖으로 새어나온 거품처럼 단순히 이준기의 예쁘장한 미모만이 볼거리가 되는 영화는 아니었으며

감우성과 정진영 등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탁월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이준기의 발성이 조금 배우답지 못한것이 걸렸을뿐...(공길 캐릭터에 특성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다만...)


일단 영화는 큰 틀에서 보았을때 연산군 시절에 내용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큰 사건은 그저 배경일 뿐,

이 속에서 연산군과 장생, 공길의 삼각관계를 비중있게 다룬 영화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영화내내 연산군이 공길에 대한 감정은 분명히 느낄 수 있으나

장생이 공길에 대한 감정은 연민인지 사랑인지 확실히 구분하긴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모호함으로 놔두었던 것이 더 괜찮았던 것 같다.


왕의 남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극이면서도 텍스트는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점인데,

아주 현대적이여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사용하여 현실적인 감을

한층 실어주는 장치가 된 것 같다.


이병우 맡은 영화음악은 매우 높은 싱크로율로서 영화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알맞은 조화였던것 같다.

이병우 맡은 영화음악은 매우 높은 싱크로율로서 영화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알맞은 조화였던것 같다.


감우성의 연기는 초반에는 '뭐뭐 하는구나~' '뭐뭐 말이냐..'하는 식에 말투가

약간 어색하기는 하였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올때에는 나도 모르게

'예끼 이놈아'가 입에 붙었을 정도로 찰지게 소화해 내고 있다.

또한 간큰 가족에서 배운 줄타기 실력을 이번엔 제대로 뽐내고 있기도 하다 ㅋ


장진영에 변태 연산군 연기도 매우 훌륭했으며(내 뒷자석에 앉은 사람은 연산군이 변태짓을

할때마다, ..'또 저러네' '쯧쯧쯧' 등 짜증섞인 감정을 내뱉곤했다), 광대 3총사들의

연기는 극에 재미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반해 강성연에 연기는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긴 했지만, 너무 언급이 없다는데에 본인에게는 조금 아쉽게

느껴질 듯 하다.


웰메이드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왕의 남자는 틀림없는 웰메이드 영화이며,

내가 극장에서본 사극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듯 하다.

특히 마지막 장생이 줄 타는 시퀀스는 여운이 남는다..


글 / ashitaka

 

정말 오랜만에 갔던 시사회

(예전엔 정말 미친듯이 각종 시사회는 다 응모해놓고 당첨도 여럿 되어서

스케쥴이 안맞아 여럿 못가는 상황도 종종 있었다..)

또 정말 오랜만에 봤던 중국영화.

마지막으로 정말 오랜만에 본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


난 뮤지컬영화에 왕 팬이지만, 퍼햅스 러브는 그닥 기대하진 않았다.

<첨밀밀> <디 아이>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연출력은 좋았지만

그가 뮤지컬 영화에 재능이 있을지는 의문이였으며,

또 하나 무서운 선입관인, 비영어권 뮤지컬에 대해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졌었던

이전에 기억때문이었던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를 덜해서인지는 몰라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먼저 배우들의 연기를 살펴보자면...

퍼햅스 러브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은 금성무, 주신, 장학우, 지진희를 들 수 있겠는데,

주연이라 할수있는 금성무와 주신의 연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정도였던것 같다.

금성무는 장학우와 비교했을때(물론 동년배는 아니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꽃미남 마스크를 여전히 뽐냈으며, 이번에 처음 알게된 주신은 조미와 그 누군가를

합성해 놓은 듯한 마스크로 신선함이 있었다.


그리고 장학우.

홍콩에서는 국내에서와는 달리 배우보다 가수로서 더욱 인정받는 그 답게

(그는 홍콩에선 '노래의 신'으로 불리울 정도다), 매우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다.

극 중에서 금성무와 주신이 부르는 곡들은 굴곡이 많지 않은 발라드 스타일의

곡들이지만, 장학우가 부르는 곡들은 오페라에 가까운 곡들로 고음 처리가 많고

열창을 요하는 곡들인데, 장학우는 그야말로 '노래의 신'답게 멋지게 소화한다.

장학우의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는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손꼽힐만한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배우 지진희.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지진희가 외국 배우이거나, 내가 한국사람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좀 더 집중력을 갖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좀 덜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지진희만 나오면

별다르게 웃기지 않은 장면임에도 웃기 십상이었고(아마도 지진희가 중국말을 하기

때문일터), 그가 펼치는 '연기'보다는 '지진희' 자체를 보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뮤지컬 영화의 특성 때문임도 또 하나의 이유인것 같다.

(뮤지컬 영화에 익숙치 않은 감독이나 연출자가 쉽게 범하게 되는 오류는 내용이 흐르다가

쌩뚱맞게 노래를 시작한다는 점인데, 퍼햅스 러브에서는 자연스럽게 극과 노래가 이어져

이러한 이질감은 덜했다).


뮤지컬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음악인데,

사실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음악이었다.

하지만 가사만 중국어일 뿐이지 완벽하게 극에 밀착된 곡들로 이질감이 없었으며

보컬 곡들외에 스코어로 깔린 곡들도 매우 좋았다. 주요 곡들은 서양에서보다는

동양정서에 어울릴만한 선율들이 많아서 더욱 좋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두 주인공이 옛날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흐르던 곡들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흐르던 옛 팝송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속에 뮤지컬 영화가 있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영화인지

혼돈스러운 분위기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또한 중간중간 '이젠 홍콩영화를 누가보냐'라던지 하는 대사 속에서

중국, 홍콩내에 영화계의 자성에 분위기와 현실 등을 엿볼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괜찮은 선택!



글 / ashitaka



나니아 연대기 _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판타지 소설 계의 마스터피스 중의 하나로 불리우는 나니아 연대기.

사실 원작 소설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보았는데,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원작을 읽었던 사람들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나 영화화 과정에서 많은 생략이 있었고,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각각 있었던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감흥을 충분히 전해주었다.

주연 캐릭터 중 가장 어린 '루시' 역할의 아역 배우는 다코타 패닝 이후 잠시 시들해졌던

귀여운 캐릭터의 선두주자로 앞서나가기에 충분한 연기를 펼쳤으며,

반지의 제왕과 킹콩 등으로 인해 높아질대로 높아진 눈 높이을 감안한다면

만족할만한 컴퓨터 그래픽도 선보였다.


영화의 라스트씬에 해당하는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는,

그 구성원들의 특이함 때문인지 다른 영화에서는 접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었으며, 가장 멋진 캐릭터인 '아슬란'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리암 니슨의 포스는 스타워즈 때보다도 더 강하게 뿜어져나왔다.


물론 어린이층을 대상으로 한 월트디즈니의 영화 답게, 논리적인 고민할 필요없이

너무도 이야기가 술술 잘 풀려나가는 듯한 전개를 펼치긴 했다(이 부분은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생략된 부분이 많아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부분도 작용한듯).

또한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산타가 무기상으로 그려진 부분도 많은 논란거리가 될듯

(틀에 박힌 유니폼의 산타의 이미지와는 달리 정말 그럴법한 이미지는 괜찮았다).


판타지 영화의 팬으로서 이 정도면 나무랄데 없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또한 다시 한번 디지털 상영의 장점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7권의 내용을 하나로 묶은 양장본이 새로 출시되었던데 심하게 고민이 된다.


하지만 읽을 책들이 밀려있음으로 일단 pass.



글 / ashitaka

 

Clean


단지 장만옥이라는 이유로 보게되었던 영화.

그 이상을 남게 했던 영화.


그녀의 전 남편이기도한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의 프랑스 독립영화 작품.

칸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장만옥은 확실히 진화하고 있다.

예전 폴리스 스토리에서 그저 성룡에 철없고 어여쁜 여자친구로 등장했을 때부터

완령옥이나 화양연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 영화 클린에 이르기까지...

특히 클린에서는 확실히 연륜과 나이가 느껴지는 깊은 연기가 느껴졌다.

기존에 주로 남녀간에 사랑을 중점적으로 그렸던 캐릭터와는 달리, 마약과 록큰롤, 아들에 대한

사랑 등 좀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어 더욱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감독과 배우 모두가 이야기 하듯이 이 영화는 알려진것 처럼 절대 마약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감독에 말에 따르면 넓은 의미에서 록큰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듯.

그저 록큰롤과 마약, 가족이라는 소스를 에밀리라는 한 여성의 여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독립영화, 유럽영화들의 특징과 같이 헐리웃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클라이막스는 없다.

적어도 그런 영화들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은 없다.


러닝타임내내 일정함을 유지하지만, 마지막 에밀리가 노래하는 장면에서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뭔가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표면적으로 봤을때 장만옥으로 시작해서 장만옥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 중간에는 영화에 진한 향기와 닉 놀테 등 배우들의 연기, 음악 등이 뭍어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p.s 에밀리라는 캐릭터에겐 거의 미소를 지을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 터라 장만옥의

     모스트 뷰티풀한 미소를 볼 기회가 거의 없는데, 샌프란시스코를 갔다가 런던으로 돌아와

     아들을 만나도 좋다는 닉 놀테의 말에 환하게 웃던 그녀의 단 한번에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JAY-Z _ Fade to Black


난 힙합을 처음 알게 된 당시에도 Jay-z란 이름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왠지모르게 손이 가질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Nas를 먼저 좋아하게된 이유도

조금은 있겠지만, 제이지는 왠지 그냥 팝일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제이지는 명실상부한 힙합계의 슈퍼스타다. 난 슈퍼스타는 일단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제이지의 경우도 그런 맥락이었던것 같다.

사실 최근 제이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칸예 웨스트와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부터였다. 그리고 나서도 음반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있었던터에

U2의 'Rattle and Hum'이나 Metallica의 'Some Kind of Monster'와 같이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도

수작으로 인정받는 'Fade to Black'을 접하게 되었다.


영화는 Jay-z의 은퇴(Jay-z라는 이름으로서의 은퇴..)를 기념으로 열렸던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콘서트를 중심으로 그의 이야기를 자서전적으로

나레이션과 함께 풀어간다.

공연에는 제이지 만큼이나 힙합계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퓨처링으로, 또는 인터뷰로 모습을

나타내는데, 그의 여자친구이자 최고의 팝스타인 비욘세를 비롯(비욘세와는 연인사이만에

무언가 닭살스럽거나 특별히 챙겨주는 모습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아티스트들과

동등하게 대하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메리 제이 블라이드, 칸예 웨스트, 팀버랜드,

알 켈리, 폭시 브라운, 커먼 등 힙합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에 뮤지션들이 등장한다.

공연 영상외에는 이번 마지막 앨범인 'Black Album'을 작업하면서의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 부분이 중요하다.

제이지가 어떻게 힙합뮤지션들에게는 한번도 허락하지 않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

서게 되었는지, 브룩클린 출신의 꼬마가 어떻게 뉴욕에 거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대강에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에미넴의 '8mile'역시 그러하였지만, 슈퍼스타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은

분명 그들을 그전보다 달라보이게 하는게 사실이다.

이번 'Fade to Black' 역시 그러하며, 특히 나처럼 제이지를 선입관만으로 멀리했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처방전이 된 듯 하다.


사실 힙합 뮤지션들은 하고 다니는 모양새로 인해, 하고있는 음악마저 쉽고 가벼운 것으로

취급되기도 하나, 이 다큐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던것은

거저 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에 비트를 만들기위해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는 그들의 자세와, 카라얀이 베토벤을 어떡해 재해석할 것인지 연구하는 것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Jay-z는 서두에 언급했던것처럼 분명 엄청난 슈퍼스타이지만,

아직도 제일 밑바닥에서 비트를 연구하는 뮤지션들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자신의 음악에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야말로, 음반판매량이나 C.E.O로서의 면모가 아닌

진정한 슈퍼스타의 면모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Black Album'은 정말 예술이다.

Jay-z를 다시 보게 한 고마운 다큐멘터리.



글 / ashitaka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이 특이하면서도 몹시도 궁금함과 흥미로움을 붇돋는 제목만으로도 확 보고 싶었던 영화.

미국내에서는 제법 흥행도 하였고, 원작 소설은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는 살짝 접했었는데

국내에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 예술극장이라 불리우는 필름 포럼에서만 단관개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가문의 위기 같은 작품을 수백만이 관람하는 국내 코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아웃사이더스런 작품임엔 분명하지만, 단관 개봉이라는 말도 안되는,

거기에다가 마치 예술영화인양 필름포럼에서 개봉한 것은 참으로 퐝당한 시츄에이션.


여튼 감상전부터 이미 '이 영화는 내 스탈일거야'라는 암시 속에 보게 된 작품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범우주적인 사고로 이야기하는 주조와 고전 뮤지컬 스타일로 시작하는 인상적인 오프닝,

SF와 코미디, 철학을 아우르는, 첫 문장에서 말했듯이 범우주적인 사고방식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단순한 느낌이라면, 이 상상할 수도 없는 우주라는 공간 속에 미미한 지구별에 살고 있다는

사실과, 아름다운 지구별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역시나 누구에 의해 모든 것이

조종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음모론 등 --;


샘 록웰의 제대로 망가지는 연기와, A.키스의 뮤비이후에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친

모스 뎁의 연기. 작품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우울하고 나태하며, 나른한 마빈의 목소리를 맡은

앨런 릭만까지.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소설도 국내에 출시가 되었는데, 사조영웅전을 끝마치는대로 바로 접수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영화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궁금함고 흥미로움이 더더욱 흥미진진하게 그려질테니 말이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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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2005)


올 가을, 범람하는 멜로 영화들 가운데 무엇을 볼까 고민하던중

여러가지로 감안해보되 가장 제대로 된 신파를 보여준다는 '너는 내 운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제는 어느 덧 당당히 주인공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명실공히 주연 연기를 펼친,

내가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 DJ와 이름이 같은 황정민과

본인의 목소리보다 조정린의 성대모사로 국민들에게 더 잘알려져 있는 전도연 주연의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는, 역시나 제대로 된 신파였다.

신파의 본질은 유치함과 정석일터. 이 영화에서는 최근 국내영화에서는 몹시도 찾아보기

어렵고, 개그 프로나 시트콤 등에서만 간간히 등장했던 '나 잡아 봐라' 시츄에이션이

버젓이 등장하는 등 유치한 장면들과 단순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래도 이것저것 시도하려다 망한 국내 미스테리 스릴러 물 보다도 훨 나은

느낌을 준것에는, 배우들의 열연이나 역시나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요 등도 있겠지만

제대로,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것에 있는거 같다.


거기에 조금만 어설퍼도 완죤 유치뽕으로 흐르기 쉬운 신파멜로 장르에서 이 정도 퀄리티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하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더 큰 감동과 눈물을 기대했었다.

황정민의 완죤 시골 총각의 연기와 외출에 이어 다시금 감초 역할로 출연한 류승수의 연기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내가 기대한 것은 완죤 '엉엉'우는 분위기였는데,

거기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황정민이 바닷가에서 '은하야~'하고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르게,

역시 바닷가에서 구슬프게 흐느끼던 파이란에 강재가 살짝 떠오르기도했다.


여튼 올 가을 멜로 영화 한편은 제대로 본 것 같다.

이제 멜로는 그만...나는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습득하러 가야겠다~

ㅋㅋㅋ



글 / ashitaka

 

In Good Company _ 리얼리티에서 오는 감동


사실 이 포스터가 아닌 스칼렛 요한슨과 남자 주인공이 클로즈업된 포스터만 보았을때

영화를 보기전 예상은,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인줄로만 알았다.


더 나아가 두 남녀가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를 이어가려는데, 여자주인공의 아버지가

남자친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여, 그 사이에서 오는 약간의 갈등을 코미디로 그려낸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다가 마지막에는 이러저러해서 아버지의 축복아래 결혼식 장면에

'자, 치즈~'하는 사진촬영 장면으로 막을 내리는 그저 그런 영화인줄로만 알았다.


결론은 전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영화 홍보팀에서는 도대체 영화를 보기나 했는지 모를

카피들을 쏟아냈다.

'내 남친의 정체, 아빠에겐 비밀이예요~!!'

'이 남자 연애하고 싶다. 아빠만 아니라면..;


이런 카피들만 봐서는 도대체가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올 수 없다.

난 다행히도 이런 거짓 찌라시의 풍파속에서도 좋은 영화를 놓치지 않게 된 경우라 할수 있을듯--;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듯 하나, 이 영화 '인 굿 컴퍼니'에서는

그녀는 분명 주인공이 아니다. 저 포스터가 말하듯 진정한 영화의 주인공은

두 남자 주인공인 데니스 퀘이드와 토퍼 그레이스 이다.


데니스 퀘이드가 분한 역할은 아버지로서 무엇보다도 귀한 딸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딸이 커버린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감정, 오랜 세월 일해온 직장에서

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과 동료 직원들간의 관계, 더나아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갖는 책임감 등 너무나 현실적이면서도 복잡한 갈등 구조를 그려낸다.


신인인 토퍼 그레이스가 맡은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매우 어린나이에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겉으로는 큰 성공과 남부러울것이 없는 젊은이로

보이지만, 사실은 가정과 부모님에 대한 결핍으로 인한 그리움과 외로움,

퇴근하고 나면, 자고 나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공허함에 속으로만 몸서리치는 그런 인물이다.


극중 스칼렛 요한슨과의 짧은 만남과 이별은,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보았던 로맨스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많은 청춘남녀들이 이 영화에서처럼 만남과

이별을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또한 주목해야할 점은 평범해보이는 사실적 로맨스를 값싸보이지 않게 연기한

두 젊은 배우의 연기력를 들 수 있겠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슬프고 살짝 무섭기까지 했던 클로저와는 또 다른 느낌.

특히 영화 초반에는 방안에서 대형 화면을 배경으로 러닝 머신을 하며 전화통화를 하던

'듀리아'가 바닷가를 '실제'로 조깅하는 엔딩 장면은 근간 보았던 엔딩 장면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 1. 사운드 트랙도 마음에 든다. 요소요소 영화를 더 영화적으로 만들면서도

    현실적인 내용에 직접타를 가하지는 않았던 선곡 센스.

    2. 데니스 퀘이드는 절대 나에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배우다. 

       그에 관한 자세한 잡설은 조만간 다쉬.



Iron & Wine _ Naked As We Came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오를 때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짓게 되는 영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새 부턴가 이런 우울한 스타일의 영화들을 찾고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표현이 썩 어울리지는 않지만, 최근 이러한 욕구를 시원하게 해갈해줄 만한 작품을 하나 접하게 되었다.

 쥬드 로,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클로저(Closer)'가 바로 그것이다. ‘클로저’는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것과 같이 관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기 보다는 씁쓸함과 불편함을 전달하는 영화다. 차마 보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도의 심리 게임으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스릴러도 아니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극장을 나오면서 결코 즐거운 기분으로 나서기는 힘든 영화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너무나도 사실적인 사랑에 대한 묘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네 남녀의 사랑은 마치 누구나 맘속으로는 다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고려해 차마 말 못하는 공공연한 비밀들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또한 누구도 선뜻 말하기 꺼려하는 소유와 이기적인 얼굴을 한 현실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에 끝에 돌아오는 비참하고도 참담한 현실 또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어쩌면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결코 우아하고 아름답게만 포장할 수 없는 사랑에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거꾸로 가장 아름다운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 했는지도 모르겠다.


'클로저'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씁쓸한 분위기로 이끄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사실 영화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던 노래의 첫 소절을 듣고 ‘아, 이 노래는 내가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 하는 확신이 들 정도로, '클로저'는 시작부터 음악에 압도당한 채로 감상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였다. 영화의 첫 부분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 가운데 쥬드 로와 나탈리 포트만이 슬로우 비디오로 서로를 마주보며 지나치게 되는 장면에서 흐르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대부분의 사랑받는 O.S.T가 그러하듯 이 영화만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듣는 이에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 곡이다.


데미안 라이스는 개인적으로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사실 'The Blower's Daughter'가 수록된 데뷔 앨범 'O'는 이미 2003년에 발매되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 송 라이터인 데미안 라이스는 데뷔 앨범으로 영국과 미국의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포크 록이라는 장르의 특성처럼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무엇을 강요하고 요구하기 보다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림이 느껴지게 만드는 곡들이 담겨있다. 조용한 서두에 반해 폭발하는 감정으로 마무리한 'Delicate'를 시작으로, 여성 보컬이 매력적인 미디움 템포 곡 'Volcano', '클로저'에 수록되어 강한 인상을 주었던 'The Blower's Daughter', 현(絃)이 돋보이는 'Amie' 등 거르고 버릴 곡 하나 없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 하겠다.


'클로저'는 수 백 만 명이 볼만큼 친절하고 유쾌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리 없이 잊혀져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또 하나 74세의 노장 감독이 연출한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욱 믿어야 할지 모르는 연출력과 젊은 감각도 놀랍다.
뭣 하러 돈 내고 씁쓸하고 우울해 지는 영화를 보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클로저' 정도면 데미안 레이스의 곡과 함께 한 없이 우울해져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에비에이터’의 하워드 휴즈처럼 노랫말을 자꾸 되 네 인다. 'Can't take my eye's off you..Can't take my eye's off you...'.

2005.03.03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박수칠 때 떠나라

일단 이 영화를 보게 끔 한건

장진 이라는 이름과 미스테리라는 장르, 그리고 최근 들어 본인에게 급격하게 신뢰받기 시작한

차승원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일단 나는 괜찮았다.

장진의 팬들의 의견은 장진의 유머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미스테리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잡다하게 들어놓았다 등을 들어 별로 라고 평하고들 있지만,

뭐 이정도면 괜찮다.


일단 장진 특유의 유머가 살아나는 장면은 분명히 있다. 흔히들 말하는 '대사발'은 정말

국내 작가 중에 돋보이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잡다하게 늘어놓는 것은 장진의 특기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식스센스 이후 사람들은 모든 미스테리 영화를 식스센스와 비교해서

생각하고 기대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감상에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사실 미스테리 영화이긴 하지만, 정통이라고 보긴 어렵다.

장진이 미스테리를 만들면 요렇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듯.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각각에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편하게 생각한다면 나름 괜찮을듯.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 것인데,

경찰서 내에 색감과 분위기, 주인공과 주변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너무나도 '춤추는 대수사선'을 닮아있다. 특히 여자 검사 역할을 맡은 배우는 대수사선에

여배우와 얼굴도 매우 흡사할 정도 --;; 나이든 형사역으로 신구가 출연하는 구성까지도..

차이점을 말하자면 극중에서 오다 유지보다 차승원이 훨씬 덜 장난 '꾸러기'라는 점. ㅋ

포스터에서 보면 차승원, 신하균의 대립구도로 진행되는 영화 같지만,

서두에는 분명 그렇게 시작하지만, 사실 차승원 원톱으로 진행되는 영화이며,

신하균은 여러 인물 중에 한 명으로 배칠될 뿐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단점으로

꼽았던 것이 뚜렷한 대립구조가 없이 방황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설정은 이런 설정대로 매력이 있는데, 무언가 자신들이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듯 싶다 ;


이 영화는 마지막의 반전을 얘기해버리면 재미가 반감 이상 초반감하는 영화임으로

스포일러는 극도로 자제하였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고,

일본인 부부의 엘리베이터 에피소드를 과감히 재치고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는

단연 '꾸러기들' 에피소드다 ㅋㅋㅋ

'꾸러기'라는 단어는 장진이 아니면 생각해내지 못할 기막힌 선택이었다 ㅋㅋ


다시 한번 불러본다.

'꾸러가~'

'꾸러기들아~'


--;;



웰컴 투 동막골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정보들을 나열해보면..

1. 히사이시 조의 음악 때문에 너무 미야자키 작품 스럽다
2. 강혜정이 간만에 쎄지 않은 약한 역할을 맡았다
3. 역시 간만에 보는 착한 영화다

등등

일단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던 영화다.
원작을 쓴 장진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웰컴 투 동막골은 장진이 영화화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신인 박광현 감독은 전혀 신인답지 않은 터치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저 포스터만 보면 강혜정 주연에 정재영과 신하균이 삼각관계로 등장하는 마냥 서있지만,
사실 강혜정은 조연이요, 정재영과 신하균 투 톱이 이끄는 영화였다. (물론 본인의 말만따라
신인상을 노린다는 임하룡의 비중도 무시못할 듯 ㅋ)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본 사람들에게 접해듣기로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좋긴 하나
너무 미야자키와의 조합에 익숙해져 있는터라, 영화를 보는 내내 미야자키 애니메이션 같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내 느낌은 조금 달랐다.

물론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지브리의 영상을 떠올리게 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보다도 영화의 장면장면 하나하나가 지브리의 그것을 더욱 닮아있었다.

후반부를 제외하면 자연속에 숨어있는 동막골의 설정이나 마을 사람들의 모습 또한
매우 닮아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동막골의 처음 소개하는 카메라 워크에서
나타난 모습은, 정말로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극의 중간에 맷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봤던 장면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시퀀스였다 ㅋㅋ 특히 이건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도 없던 거라 더욱 재미있었다
극의 중간에 맷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봤던 장면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시퀀스였다 ㅋㅋ 특히 이건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서도 없던 거라 더욱 재미있었다

사실 박광현 감독이 미야자키 열혈 팬이라는 사실을 미루어봤을때, 첫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작품이 나온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작품이 더욱 기대되기도하다.
사실 이 동막골은 여러가지로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장진이라는 원작자가 있었고,
히사이시 조라는 음악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에는 조금
부족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사투리가 등장하는 한국영화는 매우 많은데,
사투리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도 저속하지 않게 그려내는건 그리 쉬운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막골은 강원도 사투리라는 특수한 소재를 튀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진짜 말그대로 폭력과 잔인함, 미스테리가 난무하는 한국영화계에서
간만에 숨 돌릴만한 착한 영화가 될 것 같다.

//// 극장에 보니 예전 JSA나 친구를 보러 갔을 때와 비슷하게 중장년 층의 관람객 수가
       제법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친구나 실미도 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영화지만,
       비슷한 흥행을 거둘지는 미지수..아니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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