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
눈뜬 자들의 삶은 과연 행복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개봉 전, 아니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부터 많은 영화팬들과 원작 소설 팬들이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 소설은 베스트셀로로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고, 영화화에 참여하게 된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라인업이었기에
영화 팬들은 기대를, 소설을 읽었던 팬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했었더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가운데 소설을 먼저 읽었던 경우가 극히 드문
케이스였는데, 이번 <눈먼 자들의 도시>의 경우는 바로 그 '드문'케이스 중 하나였습니다.
우연히 오랜만에 심도이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점에 들러 눈에 띄는 책을
고르게 되었고, 그 책이 바로 하얀 표지의 '눈먼 자들의 도시'였죠
(참고로 역시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뜬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는 '눈먼 자들의 도시' 이야기에서 시간 상 4년이 흐른 뒤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얘기라고 합니다. 서점에 갔었을 때 두 권을 다 사려다가, 일단 먼저 나온
'눈먼 자들의 도시'부터 사게 되었죠).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참 영화화 할 만한 소지가 다분한 작품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는데, 동시에 영화화 하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주제 사라마구는 그래서 쉽게 소설의
영화화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소설 -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화가 결정되고 나서 감독과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콘스탄트 가드너> <시티 오브 갓>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은 물론, 무거운 이야기를 진중하게 이끌어
가는 재능을 가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 만으로도 일단 원작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영화는
나오지 않겠구나 하는 믿음을 갖을 수 있었죠.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은 무엇보다 이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재미있는건 누가 캐스팅 되었는지 모른 상태에서 소설을
읽으면서 여자 주인공인 의사 부인 역할로 줄리안 무어가 제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었다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그녀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뭇 놀라기도 했었죠 ;;).

줄리안 무어 외에 캐스팅된 배우들 중에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출연이 가장 반가웠고,
<이터널 선샤인>과 <조디악>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특히 조디악!) 마크 러팔로도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라 그랬었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허니와 클로버>에서 만났었던 이세야 유스케의 출연도 반가웠습니다.
물론 대니 글로버의 든든한 출연과 최근 윌 스미스와 함께 출연했던 <나는 전설이다>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앨리스 브라가의 모습도 반가웠구요.

이런 기대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99%는 원작 소설보다 덜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는
통계적 우려를 적잖이 물리치고(원작을 먼저 읽은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저 나머지 1%에 속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반지의 제왕' 정도만을 꼽을 수 있겠네요;),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개봉일에 감상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는 99% 법칙이 그대로 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소설을 이미 읽어버린 나머지 영화를 원작과 비교하면서
볼 수 밖에는 없었는데, 소설과 비교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였습니다.




(이후부터는 영화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과감히 이동해 주세요)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점은, '만약 내가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봤더라면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하는
궁금함이었습니다. 소설을 이미 봐버린지라 비교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소설과 비교해 너무도 빠른 전개는 아쉬움을 넘어서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하더군요. 특히 초반 주요인물들이 눈이 멀고 수용시설에 모이게 되는 부분도 너무 빨리 전개가
되었고, 수용소 안에서 대표나 배식을 타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받게는
없더군요. 물론 그렇다고해서 단순히 시간을 늘려서 배분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것 보다는, 핵심만 짚 되 소설 속에서
잘 표현되었던 바로 그 공간의 지옥같은 느낌, 이 느낌이 제대로 우려나기도 전에 정리해 버렸다는 기분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주인공들이 처하게 된 상황이 단지 눈이 멀어서 라기 보다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수용시설 안의 지옥 같은 환경 때문인데, 이 환경적인 요소를 오히려 더 영화적으로 오버해서 표현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건조하고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더군요. 핵심적인 사건들은 영화에서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앞 뒤의 분위기를 한 두 장면 만으로 스치듯 표현하다보니 극적인 상황을 그릴 때 조차 그 몰입감이
조금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배식을 타기 위해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바치게 되는
그 장면의 지옥 같음은 눈을 찌푸리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불편하게 표현되었지만, 반대로 3병동의 남자들이
그런 권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 조금은 어이없게 그려진 것도 같고 아쉬움이 남더군요.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조금은 단편적으로 그려진 것 같습니다(뭐 이 모든것이 축약할 수 밖에 없는 영화화의
숙제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요). 소설 속에서는 수용시설 안에서 의사와 의사의 아내,
그리고 썬글라스를 낀 여자와 애꾸눈의 흑인노인과의 관계(이 부분에 대한 묘사는 사실상 마지막에 단 한 번 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영화만 보면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진터라), 그리고 아이가 썬글라스를 낀 여자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에
대한 묘사도 조금 아쉬웠구요(뭐 관계를 새로 설정했다고 말하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영화를 보면 새로 설정까지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원작자인 주제 사라마구는 영화화에 부탁하기를 '눈물 핥아주는 개'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구체적 주문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눈물 핥아주는 개'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도 상당히 의외의 반응을 불러오는
결과를 만들더군요. 소설을 읽으면서는 이 개를 단 한 번도 공포의 존재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사람의 시체를 먹는 개들의 무리가 등장한 뒤 바로 이어서 이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 줄리안 무어의 뺨 쪽으로 이 개가
얼굴을 들이밀 때 '줄리안 무어를 깨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들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공포의 탄성을 내뱉게
되었거든요. 소설을 읽으면서는 생각해볼 수 없었던 구성과 반응이라 한 편으론 재밌기도 했습니다.




주제 사라마구가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은 물론 '눈이 멀게 되면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우린 지금 제대로 눈을 뜨고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것에 가깝겠지요.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간중간 의사 아내의 독백들이 등장합니다. 혼자만 볼 수 있는 존재인 의사 아내는 눈먼 자들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행동들을 모두 눈으로 목격하고 스스로도 처음에는 자신 만이 볼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이들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만류와 전개되는 상황들 속에 결국 그녀도 자신 만의 볼 수 있는 특권을 자신의 남편, 그리고 몇몇 동료들
즉 어떤 집단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 이상으로는 발전시키지 않는, 안주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그녀는 한 편으로는 배식을 위해 여성들이 나서야 할 때 제일 먼저 나서기도 하고, 남편의 만류에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바쁘게 노력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다른 이들이 하나씩 시력을 회복하게 될 때 그녀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이제 해방이다' '다들 돌아와서 다행이다'라는 것 보다는, '홀로 눈뜬 자였던 내가 과연 역할을 다 했는가' 또는
'나는 눈뜬 자로서 과연 눈먼 자들에 비해 행복했는가'를 자문했을 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눈먼 자들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반대로 눈뜬 자들은 과연 행복한가 라는 것을 묻는 것이 주제 사라마구가
던진 화두이자, 이 답변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의사의 아내 역할을 맡은 줄리언 무어의 연기는 역시 흠잡을데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계속 이끌어
가는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그녀의 지친 얼굴과 힘겨운 걸음걸음 이니까요. 그녀는 참 여배우로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을(뭐 쉽게 얘기하면 이뻐보이는 요소랄까요) 연기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포기해버리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영화였는데, 거의 화장기 없이 그녀의 주근깨 가득한 피부가 심할 정도로 묘사되고 있는 것도 그렇고,
피폐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배우가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과감하고
높은 수준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썬글라스 쓴 여자나 일본 여자배우만 봐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나,
줄리안 무어처럼 이른바 '망가지지'는 않죠).

극중 줄리안 무어의 남편인 의사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마크 러팔로는 흠잡을 데는 없으나, 그렇다고 열연이라고 까지
얘기하기엔 부족한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연기에 수준 논하는 것이 우습기는 하나, 딱 어울리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마크 러팔로도 그렇고 대니 글로버도 그렇고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 캐릭터들이라
크게 튀지도 않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은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건 가엘 베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 캐릭터였는데, 소설 속에서 표현되었던 캐릭터와는 달리
이렇다할 포스가 느껴지지 않고 공포스러움도 덜한 '약한' 캐릭터였던 것 같습니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키가 작은 것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조금은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캐릭터와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 음악에 대한 점을 빼놓은 거 같아 마지막으로 언급하자면, 후반 부의 음악은 그나마 조금 괜찮았으나,
초반 인물들이 눈이 멀게 되고, 수용소로 오게 되고, 거기서 일들을 겪게 되는 부분에서 흐르는 음악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우울하고 답답함을 강조한 음악이면 좋을 듯 한데, 조금은 장난스럽고 너무 리듬감을
주고 있는 음악이라 개인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설을 먼저 읽은 입장에서는 좋은 점 보다는 아쉬운 점이 더 많았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였습니다.
서두에도 남겼듯이 과연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1. 산드라오가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등장하더군요. 그녀가 맡은 직책이 직책인지라 좀 더 비중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까메오로 그쳤다는(물론 첨에 나오고, 조금 지나서 다시 나오긴 하지만요).

2. 눈먼 자들이 가득한 도시의 풍경은 CG보다는 실제 거리를 통제하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분위기는 좋았으나
    좀 더 '눈먼 자들'을 거리에 많이 좀비처럼 배치하여서 피폐해진 도시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3. 이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어봐야 겠습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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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를 가르칠 방법을 알고 있다. 삶은 우리를 혼동하게 만들 방법을 알고 있다. 삶은 우리를 바꿔놓을 방법을 알고 있다. 삶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 삶은 우리에게 상처 입힐 방법을 알고 있다. 삶은 우리를 치유할 방법을 알고 있다. 삶은 우리를 고무시킬 방법을 알고 있다."
 
Story...
 
17세의 동갑내기 테녹과 홀리오. 테녹은 멕시코에서 알아주는 갑부집 아들이고, 홀리오는 그저 그런 집안 출신이다. 하지만 그런 건 둘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막 섹스에 눈을 뜬 그들에겐 각자의 여자친구와 그걸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서로 못 만나는 동안 정조(?)를 지키기로 약속했건만 남겨진 테녹과 홀리오, 그 동안을 못 참고 터질 듯한 그것을 발산할 대상을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테녹의 집에서 성대한 결혼 파티가 열리고, 거기서 테녹과 홀리오는 아름다운 연상의 여인 루이자를 만난다. 둘은 그녀의 미모와 분위기에 반해 '천국의 입'이란 해변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알폰소 쿠아론의 재주는 인정해야 할 듯
 
에단 호크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의 감독으로 우리에게 더욱 더 잘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영화 [이투마마]이다. 원제목인 '너의 엄마도(And Your Mother Too)'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성(性)의 관한 이야기를 직설적이고도 대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로드무비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성(性)에 관해 눈을 떠가는 두 십대 소년의 성장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구성원의 조합이 일단 심상치가 않다.



두 십대 소년은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한 것이 그들의 친척의 아내이기도 한 유부녀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위에 이미 언급하였듯이 '너의 엄마도'라는 원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정상적이기보다는 혼음과 동성애 등 비윤리적인 코드들을 등장시키며, 반대로 인간의 윤리의 대한 문제에 대해 깊게 파고들고 있다.



[이투마마]는 일반 대중들보다는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는데, 겉보기엔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드라마적 요소와, 코믹, 에로틱, 도덕적 요소,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관한 추억과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요소까지 모두 한 작품 속에 담아냈다는, 말 그대로 극찬을 쏟아냈다. 이러한 평론가들의 극찬은 그대로 각종 영화제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2001년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과 신인남우상을 수상하였고, 2002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이 그 예이다. 평론가들에게 더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하였지만, 외국어 영화치고는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플 속에 단편 영화 한 작품이 더!
 
타이틀을 플레이어에 실행시키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메인 메뉴 화면이 일단 참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메인 메뉴의 디자인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 영화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돋보이는 타이틀 메뉴라고 생각된다. 화질은 16:9 와이드스크린 화면을 제공하고 있고,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로 전해지는 라틴, 록, 힙합 등 다양한 음악들도 영화를 더욱 더 감각적으로 감싸고 있다. 서플먼트로는 삭제장면을 담은 'Deleted Scenes'과 제작 과정을 감독의 코멘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TV와 극장용 예고편이 각각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카롤로스 쿠아론의 단편 영화 'Me La Debes'도 수록되어 있는데, 보시면 알겠지만 '나한테 빚진 거야'라는 말이 참 인상 깊게 남는 작품으로 쏠쏠한 재미를 준다.




2003.04.12
글 / ashitaka


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2005) 
 
미셸 공드리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온갖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
또한 이 기대와 더불어 과연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의 영화는 어떨까 하는 걱정도
갖게 했던 영화. 수면의 과학.
 
내가 가본 중엔 처음으로 씨네큐브가 매진되어 빈자리가 없었던 가운데
관람했던 수면의 과학.
 
빛과 색의 움직임이 인상적인 인트로 부분부터
공드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건 공드리 영화야 할 만큼
색다르고 기괴한 상상력들이 가득 넘치는 장면들이, 가득한게 아니라 전부다.
이 영화는 오롯이 공드리의 상상력이 100% 발휘된 장면들과
이야기이며, 그간 그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았던 재기 넘치는 영상들을
영화라는 그릇에 담아놓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걱정했던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는, 역시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영화의 홍보 문구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사랑은 왜 꿈처럼 되지 않을까요?' 라는 말처럼
왠지 전작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애절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무척이나 갖게 했지만, <이터널 선샤인>정도의 그것은 없었다.
하지만 <수면의 과학>과 <이터널 선샤인>은 엄연히 다른 영화이고
비슷한 장르도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같은 감동을 원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듯 싶다.
 
잠과 꿈.
현실과 꿈.
공드리의 작품에 항상 베이스로 깔려있던 이 세계관을
작정하고 풀어낸 영상.
 
 

 

 
글 / ashitaka

**** / 1. 실재로 그리 우스운거 같지 않았던 장면에서도,
사실 웃지 말았어야 했던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많이들 웃었다. --;
내 웃음보가 고장난 것일까 --;
 
2. 여주인공인 샬롯 갱스부르는 얼마전 보았던 21그램에서 봤던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 몰입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음반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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