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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새로운 희망은 어떻게 탄생했나


J.J. 에이브람스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이후 새롭게 선보인 스타워즈의 새 영화는 다름 아닌 에피소드 3의 프리퀄 격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피소드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로그원'이라는 별도의 제목을 갖은 이 영화는 기존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들과 유사하면서도 차별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차별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는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 여부를 두고 혹여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바꿔 말해보자면, 제다이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따져보자면 오리지널 3부작 이야기에 중심이 되는 배경인 데스스타가 다시 한번 중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가장 큰 흥미이자 중심이기도 한 제다이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로그원'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스포일러라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 단점은 영화의 마지막, 아주 잠깐의 순간을 통해 해소돼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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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홍보할 때 '기존 스타워즈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최초의 스타워즈'라는 식의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스타워즈의 팬 입장이 아니라면 쉽게 즐기기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서, 만약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단점으로 고스란히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반 이전까지 '로그원'의 전개는 맥락만 아주 간단하게 소개하는 식이고 캐릭터 역시 등장 이상의 공감 포인트를 전달하는 것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특유의 화면 전환 방식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각각의 이야기는 이 세계관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눈요기가 끝나면 다른 눈요기가 등장하는 것 이상의 흥미는 아마도 주지 못할 듯싶다. 중반부를 넘어서면 스타워즈 시리즈 가운데도 역대급의 우주전과 지상전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지만, 중반 이전까지는 확실히 팬의 입장에서 보아도 단조롭고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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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오랜 팬으로서 '로그원'이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은 단순히 팬이라 대부분의 단점을 이해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로서 은연중에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재미와 감동들이 이 영화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오프닝 타이틀과 음악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이질감으로 다가왔지만 (아마도 에피소드 시리즈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강조하기 위함인 듯), 에피소드 3과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익숙한 반란군과 제국군의 전함들과 전투기들, 그리고 익숙한 스톰 트루퍼들의 모습과 스치듯이 묘사되는 낯익은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아마 이 영화 스스로도 이 장면이 이 정도의 감동과 슬픔을 주게 될 줄은 몰랐을 맨 마지막 장면과 그 이전 다스베이더가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스베이더의 그 짧은 장면은, 과장을 더해서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를 충분히 볼 만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포스와 감동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캐릭터가 갖는 힘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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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장점 가운데 '로그원'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프리퀄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즉,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이 영화를,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에피소드 4를 다시 보고 싶어 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무심히 보고 지나쳤던 에피소드 4의 첫 시퀀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연결 고리였다고 생각된다. 프리퀄 성격을 갖는 작품들의 경우 간혹 과하게 연결 고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후편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설명하려 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보다는 '로그원'처럼 아주 최소한의 연결 고리만을 자연스럽게 완성해 내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보면서 어쩌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 그 새로운 희망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탄생했는가에 대한 점을 비로소 떠올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과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캐리 피셔 (레아)의 죽음으로 인해 바로 이 지점, '로그원'과 '새로운 희망'의 연결 지점이 더 큰 감동과 의미를 갖게 된 것도 이 영화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 점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여성상을 보여주었던 레아 그리고 캐리 피셔의 명복을 빌며.


May the 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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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리 피셔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그날 늦은 밤 보게 된 '로그원'은 정말 의미가 남다르더군요. 마지막 장면 ㅠㅠ

2. 매즈 미켈슨이라는 배우를 좀 더 활용했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건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한 캐릭터. 이 캐릭터는 막말로 등장 안 했어도 전혀 상관없는 정도로 활용되는 것에 그치는데... 참 아쉽;;

3. 견자단이 연기한 치루트 캐릭터는 호불호가 좀 강하게 나뉠 것 같아요. 특히 팬들 사이에서. 음... 전 좀 아쉽.

4. 진 역할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의 얼굴에서 여러 번 루크 (마크 헤밀)의 얼굴이 겹쳐지더군요. 그 표정 있어요 ㅎㅎ

5.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보았는데 화려한 우주전에서 확실히 애트모스 사운드의 활용도를 최적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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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3 : 최후의 대결 (葉問3, Ip Man 3, 2015)

패배를 인정하는 자들의 아름다움


홍콩에 정착하게 된 영춘권 최고수 ‘엽문’, 뛰어난 무예와 올곧은 성품으로 무술인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존경 받는 지도자이다. 마을에 들어 닥친 외세의 부정부패 속에 학교부지를 뺏으려는 암흑조직이 어린 학생들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고 암흑가의 보스를 찾아가 일대일 결전을 벌인다. 밤낮 없는 싸움이 계속 되는 상황, 스스로를 영춘권 정통 계승자라 칭하며 일대종사의 자리를 넘보는 ‘장천지’ 까지 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데… (출처 : 다음영화)


실존 인물인 영춘권의 계승자 엽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엽문'이 벌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견자단이라는 현재 중화권 최고의 무술 액션 배우를 통해 빚어낸 엽문의 이야기는 1차적으로 쿵푸 액션이 주는 볼거리를 전하는 동시에 무협, 즉 정신적인 측면의 뿌리를 강조함으로서 스스로 깊이와 정통성을 말하고자 한 시리즈였다. 세 번째 작품인 '엽문 3'의 구도는 마치 오래 전 이연결이 연기했던 '황비홍'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견자단이 연기한 엽문은 보여주기 식의 액션이 아닌 정반대로 보여주기를 최소화 한 액션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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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1,2편에 이어 3편까지 감독을 맡은 엽위신의 이번 '엽문'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액션 만큼이나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그 약점은 도드라지는데,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아쉽고 드라마와 전체적인 내러티브의 연결도 자연스럽지 못한 편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그럭저럭이지만 별개로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을 보며 받은 깊은 인상이 있었다. 중화권 영화 특히 무협 영화에서 등장하는 강호라는 개념, 그리고 그 강호 속에 등장하는 고수들의 면면을 보자면 쉽게 말해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호의 의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는. 그러니까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의 우정이나 의리 뿐만 아니라 목숨을 두고 겨루는 상대와도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술적인 실력 만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고수가 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존경과 서로 지켜야 할 선을 지킴으로서 오는 공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엽문 3'에서도 그러한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타이슨이 연기한 캐릭터나 장진이 연기한 캐릭터 모두 엽문과 대결을 하게 되는데, 서로 협의한 방식에 대해 정당하게 겨루고 그 결과에 대해 단 한 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결이 끝난 후에 안심하고 돌아서는 주인공을 뒤에서 비겁하게 공격하거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막판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당 들의 모습, 혹은 현실에서 만나는 구질구질한 인간 군상의 모습에 비춰 봤을 때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서 판타지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부정을 저질렀거나 옳지 않은 방법으로 부나 권력을 얻게 되었더라도 그 과정이 밝혀지거나 어떤 합의 한 룰에 의해 패배했을 때 '아, 끝났구나'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근래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끝까지 거짓말을 하거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결과를 뒤집거나 흐리기 위해 더더 인간성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들을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패배 후 단 한 마디 없이 깨끗하게 인정하는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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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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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가 결합된 정통 무협 영화 <무협 武俠>(2011)


'첨밀밀' 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과 함께한 2007년 작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는 물론이요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진가신 감독은 '무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 정통 무협 영화의 구조와 설정들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동시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가미된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수사관인 '바이쥬 (금성무)'를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중화권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의 장점과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 중반까지 영화는 바이쥬를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물의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 (견자단)'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진시가 본격적으로 중심에 서게 되는 이야기는 정통적인 무협 영화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데, 요 몇 년간 중화권 무협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무협 영화의 틀 안에'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적 의미의 한계로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협 영화가 지녀야 할 정통적인 가치관들을 훼손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가신의 '무협'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과학수사라는 최신의 트랜드(영상미를 최대한 활용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무협 영화가 가져야 할 정통성은 고수하려는 노력이 엿보인 작품이다. 진시가 중심이 된 시퀀스야 말할 것도 없지만, 바이쥬가 중심이 된 시퀀스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협'과 '의' 같은 정통적 가치관들 때문에 고뇌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후반 부 정통적인 방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지루하기 보다는 전개와 결말에 있어 좀 더 힘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협'이 무엇보다, 특히 무협 영화 팬들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전설의 스타, '외팔이 (독비도)' 시리즈의 주인공 '왕우'가 출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오랜 세월 영화계를 떠났던 그이기도 한데, 자신이 예전 출연했던 영화의 깊은 오마주를 담고 있기도 한 이 작품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서는, 감독이 진가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쇼브라더스 영화 속 그 날카롭고 생기 넘치는 왕우는 없지만, 많지 않은 장면의 출연 임에도 그야말로 화면에서조차 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현재의 왕우를 확인할 수 있다. 왕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경우, 정말 그가 아니면 누가 과연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역시 명불허전. 강호의 고수가 돌아온 셈이다.


Menu Design




제작사의 마니아적 마인드가 돋보이는 DP컬렉션에 특화된 기획력


DP시리즈 008번으로 선보이는 진가신 감독의 ‘무협’ 블루레이는 KD미디어, 블루키노, 컨텐츠게이트 등 국내 주요 출시사의 블루레이 제작을 담당해왔던 오소링 전문업체 LIFE LABS MEDIA의 자체 레이블 출시 001호 타이틀이기도 한데, 기존 출시되었던 7편의 DP컬렉션 타이틀 가운데 퀄리티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오탈자 등 인쇄 오류 같은 실수가 전혀 없었던 보기 드문(?) DP컬렉션이었던 002호 이창동 감독의 ‘시’ 블루레이 오소링을 맡았던 제작사이기도 하다.




이번 ‘무협’ 블루레이의 전체 제작과정을 지인을 통해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최초 기획부터 티저와 예고편의 활용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마케팅, W님과의 콜라보레이션 기획, 진가신 감독의 친필 메시지, 디스크 디자인, 블루레이 메뉴 구성, 이스터 에그 등 여러 측면에서 DP컬렉션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마니아적인 마인드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고 집요할 정도의 사전 기획과 노력이 더해진 과정이었다. 특히 상업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티저에서 예고편, 발표 등으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정보 공개 방식을 취한 일련의 마케팅 과정은 그 세련됨과 효과 면에서 디피 컬렉션은 물론이고 기존 블루레이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싶다.



특히 기존 DP시리즈에도 프리오더에 참여한 DP회원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크레딧은 제공이 되었었지만, 이번 DP008 ‘무협’ 블루레이에는 유명한 일렉트로닉 밴드 W&Whale의 멤버이자 DP회원이기도 한 한재원 님 (DP닉네임 W님)의 참여로 특별하고 소장가치 높은 디자인의 DP독점 아웃케이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메이킹 크레딧 수록은 물론이고 여기에 W님이 백그라운드 뮤직을 직접 작곡하여 수록함으로써, 정말로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이자 DP컬렉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서비스는 물론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블루레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동안 DP컬렉션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제작사의 역할이란 것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면, 이번에 LIFE LABS MEDIA가 보여준 -심지어는 디피 구성원이 실제 제작진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일련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은 '디피人들의 축제'와도 같은 DP컬렉션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한층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향후 디피 컬렉션에 참여하는 업체들로 하여금 두고두고 참고할만한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는 LIFE LABS MEDIA가 제작사이면서 출시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라, 앞선 다른 DP컬렉션 참여 회사들과는 경우가 좀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해둔다.


찾아라, 이스터 에그!


본편 퀄리티를 살펴보기 이전에 본 타이틀을 보는 재미를 높여주는 두 개의 이스터 에그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자막 설정 메뉴의 한국어 자막이 선택된 상태에서 특정 리모컨 방향키를 누르게 되면 DP008이라는 아이콘과 함께 숨겨져 있는 히든 메뉴가 나타나는데, 이 것의 정체는 본편의 한글자막을 보편적인 굴림체가 아닌 영화의 고전적 컨셉과 잘 어울리는 추가 제공 한글 폰트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다.




하나는 마치 극장에서 필름으로 상영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필기체의 자막이고, 다른 하나는 무협 영화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폰트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극장에서의 필름 상영에는 필기체 스타일의 한글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과거 무협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본 사람이라면 보너스 폰트 중 필기체를 선택하고 감상하는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제작사인 LIFE LABS MEDIA에 따르면, 새로운 폰트를 수록하기 위해 별도의 폰트 사용 라이센스도 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했다고 한다. 사실 폰트의 경우 타이틀의 소장 가치나 본편 감상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기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렇듯 꼼꼼하게 작품에 어울리는 폰트를 두 개씩이나 추가로 수록했다는 점과 분명 칭찬하고 넘어갈 만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이스터 에그는 DP컬렉션 타이틀에서 익숙한 것으로 프리오더 참여자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수록한 'BD 메이킹 크레딧'이다. 역시 DP008이라는 아이콘을 찾으면 볼 수 있는데, '부가영상' 메뉴의 '예고편' 항목이 선택된 상태에서 한 번의 리모컨 조작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리뷰용 QC 디스크를 받은 시점에서 W님이 백그라운드 뮤직을 작업하고 계셨기 때문에 메이킹 크레딧 영상에는 '무협'의 오리지널 테마가 BGM으로 입혀져 있었지만, 출시 후에 타이틀을 받아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새로 입혀져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기존 메이킹 크레딧 영상이 왼쪽의 영화 화면을 스틸로 처리한 것과 달리, 이번 '무협'의 경우 동영상으로 삽입하여 보는 재미를 높였다. (위 스크린샷의 닉네임 리스트는 아직 '무협' 프리오더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임시로 DP002 '시' 당시의 프리오더 리스트를 사용했음을 알려둔다.)


Video


DP008 ‘무협’이 기존 DP시리즈에 비해 갖는 차이점이라면, 기존 타이틀들이 비교적 작품성 위주의 선정이라 AV적으로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협’ 블루레이는 좀 더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질의 경우 촬영 분의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블루레이만의 날카로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장면 장면의 날씨와 톤에 따라 최적의 결과를 구현해 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진가신 감독이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팬텀 카메라로(1초에 50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촬영한 장면들은 블루레이의 화질로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무협’은 전반적으로 브라운 계열의 톤을 갖고 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브라운 특유의 따듯함은 물론, 그 가운데서도 명암의 표현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견자단의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그의 변발이 자라면서 솜털처럼 조금씩 올라온 머리 결(?)도 확인할 수 있다.




Audio


화질도 만족스러운 편이었지만 그보다 만족스러운 건 DTS-HD MA 7.1채널의 사운드였는데, 일부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들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장면이나 자연의 미세한 소리들이 세심하게 믹싱된 장면 역시 전반적으로 우수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운드 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장면에서도 ‘엇, 무협 사운드가 이 정도로 좋았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후반부 왕우가 등장하여 호통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사자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비좁은 가옥에서의 공간, 그리고 장대비와 번개가 내리치는 실내외를 오가는 왕우와의 마지막 결투 장면은 DTS-HD MA 7.1채널이라는 사운드 포맷의 온갖 화려한 서라운드 효과를 종합적으로 만끽할 수 있는 챕터다.



그 외에도 다이내믹한 대전 액션에서 검과 주먹의 궤적음과 주변의 사물들이 부서지는 등 세밀한 이펙트를 표현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금성무의 내레이션을 표현하는 공간감도 이질적이기 보다는 효과적이었다.


Special Features


최신작인만큼 홍콩 영화로는 드물게 모든 부가영상이 HD 영상으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메이킹 영상의 촬영 퀄리티나 편집 효과 등도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물론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제작영상’은 각 배우의 이름 별로 나뉘어서 수록되었는데, ‘견자단’에서는 배우로서는 물론 무술 감독으로서의 견자단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스턴트 장면들에 대한 위험성과 더불어 아찔했던 사고 에피소드와 팬텀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을 위해 더 세심하게 신경 써서 촬영해야 했던 액션 장면들의 연출에 대한 진가신 감독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금성무’에서는 진가신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금성무라는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하는 금성무로 인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사투리 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금성무의 소탈한 촬영장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탕웨이’에서는 두 아이의 부모를 연기하게 된 탕웨이의 소감과 이 작품에서 자신이 연기한 ‘아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해주고 있는데, 인터뷰 내내 귀여운 웃는 얼굴로 임하는 그녀의 모습 탓에, 짧은 부가영상임에도 그녀의 묘한 매력에 또 한 번 흠뻑 빠지게 된다. (아래 영상은 제작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맛뵈기로 올라왔던 '탕웨이' 스페셜 메이킹 영상)


마지막으로 ‘왕우’와 ‘혜영홍’에서는 ‘무협’을 통해 근 10년 만에 영화 계에 복귀한 전설의 배우 왕우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워낙 극중 맡은 배역의 인상이 강했던 터인지, 인터뷰도 왕우가 아니라 72파의 두목으로서 임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도 매일 1시간 넘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왕우 형님, 아니 선생님의 인터뷰를 들으니 ‘무협’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또 만나볼 수 있기를 더 간절히 기대해 본다.



'혜영홍' 편에서는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 번의 견자단과의 액션 장면에서만으로 대단한 존재감과 내공의 고난도 무술 연기를 보여준 배우 혜영홍의 촬영 장면과 인터뷰를 볼 수 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이 촬영한 액션 장면 중 '무협'의 액션이 최고였음을 스스로 뿌듯해하며 이에 도움을 준 무술감독 견자단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총평] 작품, AV퀄리티, DP컬렉션으로서의 가치 모두 뛰어난 타이틀


견자단과 금성무 그리고 탕웨이가 호흡을 맞춘 진가신의 ‘무협’은 CSI식 과학수사를 감각적으로 가미하고 있으면서도, 정통 무협 영화로서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은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여기에 쇼브라더스 시대를 이끌었던 왕우의 출연은 그 것만으로도 팬들을 끌어 당기는 엄청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DP008 타이틀로 출시되게 된 블루레이는, 국내의 열악한 BD시장 속에서도 DP컬렉션라는 브랜드의 수준을 만들어가기 위한 제작사 LIFE LABS MEDIA의 많은 노력과 마니아적인 감각이 더해져, 화질, 사운드와 패키지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타이틀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간의 DP컬렉션이 아무래도 대중성보다는 작은 영화로서의 희소적 가치와 작품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선뜻 선택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는 대중성과 타이틀의 완성도를 함께 수록한 ‘무협’ 블루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작품에 한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역대 DP컬렉션 중 가장 'DP컬렉션'다운 타이틀임이 틀림없기에 계속 기존의 컬렉션을 유지해왔다면 이번 DP008의 소장가치는 두번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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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武俠 Swordsmen, 2011)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 든 진가신의 모험



'첨밀밀'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라는 배우들의 면면도 한층 기대를 돋구게 했으며,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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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은 정통 무협 영화를 그리는 대신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곁들인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형사로 나오는 금성무의 주도하에 이런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홍콩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 2010'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 측면에 이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중반까지 영화는 이런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정통적인 무협물이라는 얘기를 반대로 하자면, 매우 익숙한 패턴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흐름에 있어서 초반 부의 과학수사 장르가 신선한 장점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큰 매력보다는 흐름에 집중할 수 없는 곁가지가 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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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영화도 이 자체를 크게 중요한 반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영화 제목이 '무협'이고 견자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맡은 역할이 정말로 아무런 힘도 무공도 없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진시'가 실제 고수인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는데, 반대로 고수가 아닌 평범한 '진시'의 삶을 묘사하는 데에도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으며, 나중에 커밍아웃 하는 장면에서도 카타르시스보다는 밋밋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좀 더 '진시'의 입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갈등과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숨기지 않고) 좀 더 풍부한 텍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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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협'에는 전설의 스타 '왕우'가 출연하고 있는데, 일단 왕우와 견자단의 결투 시퀀스라니 이것만으로도 무협 팬들에게는 기대하기 충분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사실 이것도 왕우가 주연한 쇼브라더스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 장면과 설정이 있어서 좀 더 이 영화가 왕우 팬들에게는 인상적인 영화가 될 듯 하다.



1. 아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확실히 예전의 그 눈매와 얼굴이 남아있더군요. 전설의 스타로서 앞으로도 계속 작품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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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와는 별개로 '류씨'들이 사는 이 마을의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특히 마을 사람들이 주로 노래로 감정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풍습(방법?)은 영화의 색다른 리듬을 주더군요.

3. 탕웨이는 아름다운데 생각보다는 비중이 많지 않더군요.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좀 한정된 캐릭터였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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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葉問, 2009)
견자단이라면 신파여도 괜찮아


견자단은 무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적어도 국외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경우라 개인적으로 매번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견자단을 이야기하자면 이연걸 얘기가 어느새 부터 자연적으로 등장하는 식이 되어버렸는데, 이연걸을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측면에서 견자단을 그 보다 더 응원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견자단의 영화를 (단독 주연한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는 경우는 드물었었는데 최근 개봉한 엽위신 감독의 <엽문>은 그런 의미에서 꼭 봐야만 했던 영화 중 한편이었다. 참고로 실존 인물이기도 한 엽문과 영춘권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는 dp의 은경사랑장고님의 글인 ' <엽문>의 사부는 누구일까? <찬선생과 조전화>' 를 참고하면 되겠다.




영춘권, 영춘권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했더니 이소룡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는(아니 엔딩 크래딧을 보니 자국에서도 이런 측면이 있다하겠다) 견자단 만으로는 홍보효과가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소룡을 전면에 내세우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소룡이 존경한 단 한 사람' 같은 문구), 알려진 것처럼 엽문의 제자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이소룡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엽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의 주연을 견자단이 맡았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점이다. 견자단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가 이소룡이라는 점, 또한 이런 점을 반영하듯 <정무문>에서 '진진' 역할을 맡기도 했었다는 것을 떠올려 볼 때 일단 견자단이 엽문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어느 때는 안그랬겠느냐만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견자단은 오랜 시간 동안 영춘권을 더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특별한 수련과정을 가졌었고, 이런 수련은 영화 속 장면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굳게 다문 입과 움켜진 주먹처럼, <엽문>은 단순하고 거칠지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사실 본래 역사를 잘 몰랐던 나로서는 '엽문'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는 점을 알고 난 뒤, 그리고 이를 확증시켜주는 영화의 마지막 문구들을 접했을 때, '그렇다면 이 영화 속 이야기도 실제 그대로 역사인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와 영화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고, 영화의 주된 정서 중 하나인 항일 움직임은 그야말로 '영화적' 장치로서 도입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항일에 관한 이야기가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물론 황비홍과 곽원갑에 이은 무인에 관한 이야기로서도 매우 좋았지만, 신파성이 강한 일본과의 대결구도와 이로 인해 감동을 주는 부분도 뻔하지만 유치하거나 가볍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여기에는 물론 견자단이 연기한 '엽문'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진정이 엿보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원칙적으로는 그 정서에 동의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엽문>과 가장 비슷한 영화를 꼽자면 이연걸이 주연한 <무인 곽원갑>을 떠올릴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임달화가 연기한 '주청천'과 비슷한 캐릭터가 곽원갑에도 나온다는 점도 유사하다). 연출이나 다른 영화적 요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견자단의 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용호문>과 <도화선>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의 조합은 점점 빛을 발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여기에 한 명 더 빼놓지 말아야 할 인물이 있으니 바로 무술감독을 맡은 홍금보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속 영춘권의 묘사도 그렇고 영화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실제 무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근본에 충실한 <엽문>의 무술연출은 엽위신-홍금보-견자단, 이 세사람이 함께 만든 멋진 조화물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동작이 매우 화려하거나 볼거리 위주가 아님에도 긴장감을 한시도 늦출 수 없었던 액션장면 연출은 우리가 이런 영화를 평할 때 흔히쓰는 '권격(擊)'영화로서도 만족스러웠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최근 무술영화들은 이런 권격에 기초한 영화들보다는 와이어 액션에 몸을 맡긴 영화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올드 팬들에게는 향수와 아련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얘기지만 이 영화를 완전히 스토리적인 측면으로만 본다면 항일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가장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는 대중영화로서 이 영화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좋은 요소이기도 하겠다). 무술의 고수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한 인물이 개인으로서는 막을 수 없는 국가적 재앙과 사회적 문제로 인해 한 가장의 아버지로서 '생활'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단 한번도 주저함이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진정한 무도인의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신파(新派)에는 너무 뻔하디 뻔해서 결국 지루함을 견디기 힘든 경우가 있는 한편, 같은 이야기라도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엽문>은 그 후자에 가깝다. <엽문>은 견자단과 엽위신, 홍금보, 이 세사람의 진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파여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니 <엽문>은 3부작으로 계획된 영화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영화 말미에 굳이 이소룡의 얘기를 삽입한 것이 마냥 홍보나 이야기 자체를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만으로 볼 수는 없겠다(그런데 이 말미의 문구로 인해 리얼리티 측면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아마도 다음 작품 혹은 그 다음 작품에서는 이소룡과의 에피소드가 펼쳐질 듯 한데, 이것만으로도 팬들을 기대하게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겠다. 얼핏 듣기로 엽문과 이소룡 사이에 에피소드들 역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듯 한데, 이는 영화화 되지 않는다 해도 따로 정보수집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1. 견자단도 어느 덧 몸만이 아닌 얼굴로 이야기하는 배우가 되었군요.

2.

'무치림'역할을 맡은 석행우는 실제로도 무술의 고수로 알고 있는데, <쿵푸허슬>에 이어 다시 한번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반갑더군요. 그는 예전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무술을 배워보는 코너에 직접 출연해 소림무술에 대해 시연한 적도 있었어요.

3. 일본 장군 '미우라'역할을 맡은 이케유치 히로유키는 시원하게 깍아내린 헤어스타일이나 얼굴 생김새가 자꾸 '석호필'로 더 유명한 앤트워스 밀러를 연상시키게 하더군요. 그래서 몰입이 잘 안되기도 ㅎ

4. 같은 이유로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웅대림'은 자꾸 주얼리 출신의 '이지현'씨가 생각나 몰입이 안되기도 -_-;;

5. 3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꼭 끝까지 시리즈가 완성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6. 영화보고 집에 오는 동안 얼마나 팔동작을 현란하게 하며 집에 왔는지 모르겠네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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