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_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뮤지컬 특유의 리듬이 살아있는 앨범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영화 <나인>은 영화를 보는 순간 사운드트랙의 구매를 떠올렸던 작품이었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지난 번에 리뷰를 통해 밝혔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본 매우 극소수 중의 한 명이다;;;) 무대 뮤지컬의 호흡과 더불어 정상급 배우들의 연기만큼 만족스런 노래를 만나볼 수 있는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단일 앨범으로도 제법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사운드트랙 가운데는 작품과 연관시키지 않으면 별로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앨범이 있는 한편, 앨범 자체로도 독자적인 성격을 내는 앨범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선호!),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뮤지컬 영화임에도 후자의 성격이 좀 더 강한 편이라고 하겠다.




<나인>은 오프닝부터 임팩트 있는 선율을 들려준다. 'Overture Delle Donne'는 오프닝 치고는 상당히 극적인 편인데, 특히 여성 합창단이 부르는 코러스 라인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코러스 라인에 매혹되어 이 앨범을 구매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이탈리아라는 나라 특유의 분위기와 더불어 극의 초반 설정을 무리없이 전하는 곡으로, 영상 없이 듣기에도 괜찮은 곡으로서 후반부의 케이트 허드슨의 곡과 함께 가장 많이 듣는 트랙이라 하겠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부르는 'Guido’s Song' 은 그 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곡이다. 그리고 상당히 장난스런 곡이기도 하다. 평소 영화 속 그를 떠올린다면 목에 핏대 세우며 힘주어 열창 할 것 같지만, 이 곡은 상당히 장난스럽고 편하게 부른 편에 속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던 페넬로페 크루즈의 'A Call From The Vatican'은 그녀의 귀여운 영어 발음과 더불어 섹시함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트랙이다. 물론 곡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이곡의 매력을 100% 느끼려면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해야 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듯.




블랙 아이드 피스의 퍼기가 부른 'Be Italian'은 가장 뮤지컬스러운 시퀀스이자 곡이다. 영화 리뷰를 하면서 퍼기에게 무리하게 연기를 강요하지 않고, 뮤지컬의 영역에서만 활약하도록 둔 것이 참 잘한 결정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뭐 가수답게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파워풀한 보이스를 들려준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My Husband Makes Movies'는 잔잔하면서도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대중적인 곡인데, 마리온 꼬띨라르의 가창력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차우진씨는 음반 속지를 통해, '<라비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게...가창력을 선보인다'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쓰셨는데, 잘 아시다시피 <라비앙 로즈>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직접 노래하지 않고 '립싱크'로만 연기를 했었다. 워낙에 리얼한 연기라 많은 이들이 속아넘어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쨋든 그녀의 노래 실력을 <라비앙 로즈>와 연결 시킨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듯;; (참고로 립싱크 연기를 했음에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더욱 이색적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런 트랙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오프닝 곡과 함께 케이트 허드슨이 부른 바로 이 곡 'Cinama Italiano'를 들 수 있겠다. 이 곡은 상당히 흥겨운 리듬 속에서도 이탈리아어 특유의 억양을 잘 살린 가사와 운율이 돋보이는 곡인데, 케이트 허드슨의 노래 실력도 인상적이다. 특히 '귀도, 귀도귀도'하는 후렴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니콜 키드먼의 'Unusual Way'는 차분한 곡임에도 오히려 너무 뮤지컬스러운 곡이라 할 수 있는데, 키드먼의 무게 있는 나즈막한 보이스가 인상적이다. 'Take It All'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앞선 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는데, 브라스 파트의 반주가 '끈적함(?!)'을 더한다. 어느 곡이 안그렇겠지만서도 이 곡은 꼭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곡이었다.




참고로 'Guarda la Luna', 'Cinema Italiaon' , 'Take It All' 이 3곡은 영화만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곡으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과 곡이었다(하지만 그 반대로 오리지널에는 있었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빠지게 된 곡도 있다).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인상깊게 본 이들이라면 추후 발매될 DVD/BD와 함께 필 구매 타이틀임은 물론, 평소 뮤지컬 사운드트랙에 관심이 많은 음악팬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음반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나인 (Nine, 2009)
뮤지컬은 결국 판타지와 챕터의 예술


<시카고>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하고,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벅찬 캐스팅으로 더더욱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영화 <나인 (Nine)>은, 앞선 이유만으로도 뮤지컬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 팬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불호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혹평을 등에 업고 관람을 하게 된 <나인>은 그래서인지, 아니면 뮤지컬 세계에 유난히도 동화가 잘 되는 개인적 특성 때문인지 크게 아쉬울 것 없는 멋진 뮤지컬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와 롭 마샬 감독(혹은 롭 마샬의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과 나의 시선은)은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긴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큰 인기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시카고 (Chicago, 2002)>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나인>의 리뷰를 쓰기 전에는 적잖은 고민도 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 영화가 좋았다는 평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최근 본 <파르나서스....>의 경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인상 깊게 보았다는 글을 쓰기가 잠시나마 머뭇거려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뭐 어차피 개인적인 차이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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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합성논란까지 있었을 정도로 말이 안되는 이 화려한 캐스팅을 보라!)

<나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에 영감을 받아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8과 1/2>의 리메이크라기 보단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천재 영화 감독이자 카사노바인 '귀도(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새로운 작품(이탈리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보여지는 것에서만 벗어나 솔직히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뇌를 고백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 과정 속에 그의 인생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는 여러 여성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으로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어떤 특별한 감동이 요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영화의 주된 요소 중 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라고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분명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공감대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귀도가 영화 감독으로서 창조의 고통을 겪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그의 여성편력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는 편이라 귀도의 고뇌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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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들이 내러티브나 공감대(특히 공감대)면에 있어서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경우일 때 더 자주 나타나는데,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타 장르의 영화들보다 챕터의 성격이 짙으며, 그 챕터들이 노래라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캐릭터나 에피소드에 관한 설명을 대사나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 대신 노래를 통한 시퀀스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화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한 곡은 정확히 챕터와 성격을 같이 하기 때문에, 노래가 끝난 다음에는 비교적 다음 에피소드로 빨리 이야기가 전환되곤 한다. 쉽게 얘기해서 노래가 삽입된 장면에서 인물들의 가사가 관객에게 좀 더 공감대를 얻어야만 챕터 방식이라도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텐데, 대부분이 이 장면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에 몰입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 뮤지컬을 제외하고 최근 그나마 좋은 반응을 끌었던 뮤지컬 영화들을 떠올려보자면, 뮤지컬은 뮤지컬이되 주인공이 가수이거나 쇼비지니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경우가 많다. 이런 종류의 뮤지컬은 음악영화와 뮤지컬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작품들인데 (가까운 예로는 <드림걸즈>를 들 수 있겠다), 이런 작품들은 일반적인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전통적인 구성도 있으면서 또한 가수로서 노래하는 구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적은 부담감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게되곤 한다. <나인>의 경우는 또 조금 다른 경운데, 그래도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는 상당수가 그렇지만 '노래하는 것 = 판타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공식에 가까운 작품이다. 애초부터 귀도가 상상하는 영화의 장면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나인> 속 노래하는 장면들은 귀도의 판타지이자 뮤지컬의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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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리도 화려한 여배우들이 캐스팅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판타지적인 특성과 강조된 챕터 형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작품은 확실히 무대 뮤지컬의 성격을 깊게 띄고 있는데, 사실 그러기엔 좀 캐릭터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캐릭터가 많은 탓에 거의 소개와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곡에서 모두 소화해야 했던 탓에, 이야기보다는 '소개'의 인상을 더 깊게 남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저 '니콜 키드먼 나왔다!', '아니, 소피아 로렌이잖아!', '퍼기는 역시 가수출신이라 무대가 강렬한데', '페넬로페 크루즈는 늙지도 안나봐' 등 배우마다 간단한 소감을 풀어내기가 일쑤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무대화되고 영화화 되면서 영화라는 것과 감독, 그리고 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사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 <나인>은 펠리니의 작품보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로 인한 혹평들은 어쩌면 예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나인>이 좋았던 것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스러운 분명한 챕터별 구성과 환상적인 노래와 춤 때문이었다(확실히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챕터를 감싸는 기본 이야기의 전개가 아쉬웠던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은 각자의 챕터에서 짧지만 강렬한 등퇴장을 보여주고 있는데, 니콜 키드먼 같은 경우는 확실히 그 금발과 아름다움 외에는 이렇다할 분량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내가 감독이라도 누가봐도 범접하기 어려운 여배우다운 한차원 높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배우 캐릭터에는 주저없이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했을 듯 하다(그녀 외엔 케이트 블란쳇을 떠올릴 수 있겠다).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의 퍼기의 경우는 사실 드라마타이즈의 연기는 하나도 없이 노래와 춤에만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오히려 더욱 그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사실 이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어설프게 연기하느니 안하는게 나을듯 하다). 많은 이들이 페넬로페의 시퀀스와 더불어 최고의 장면으로 그녀의 시퀀스를 꼽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무대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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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여배우와 챕터는 바로 케이트 허드슨의 시퀀스였다. 'Cinema Italiano'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했는데, 무리 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디 덴치의 캐릭터는 조금 어정쩡한 감이 없지 않았고, 소피아 로렌 역시 좀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출연 소식 만큼의 인상은 주지 못한 듯 하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경우 드라마 타이즈에 있어서는 페넬로페와 함께 가장 분량이 많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카데미 수상자 답게 화려함이 없는 가운데서도 빛이 나고 있다(이 영화에선 숨막힐듯한 그녀의 클로즈업이 나온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처럼 보라색으로 표현하면 좋을 매력을 선사하는데, 확실히 그녀의 출연분이 다른 챕터에 비해 튀는 편이긴 하다. 오히려 주연을 맡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경우 그의 출연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편한 연기를 펼친 것이 아닌가 싶다. 항상 관객을 옴싹달싹 못할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가 어느 정도 힘을 빼고 펼치는 이번 연기도 색다르게 볼 만하다(첨에 그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또 하이라이트에서 목에 핏줄 세우며 열창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이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뮤지컬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황홀함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었던 영화로서, <나인>은 뮤지컬 영화팬인 내게 가슴 뛰는 영화였다.


1. 음악이 오히려 고전적이라 참 좋더군요. 사운드트랙은 이미 질러져있다.
2. 배우들의 연습장면이 짧게 나오는 엔딩 크래딧도 좋았어요.
3. 이 작품의 각본은 안소니 밍겔라가 마이클 톨킨과 함께 작업했었는데, 아시다시피 2008년 세상을 떠났죠. 영화는 그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4. <시카고>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카고>를 재미있게 본 관객을 홍보타켓으로 삼는 것은 역시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5. 어쩌다보니 최근 본 두 작품(파르나서스...)이 전부 저만 좋아하는(혹은 응원하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he Weinstein Company. 씨너지에 있습니다.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Inglourious Basterds, 2009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다이앤 크루거, 틸 슈바이거, 다니엘 브륄

타란티노가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국내 개봉제목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가 10월 29일 개봉될 예정입니다. 타란티노가 2차 세계대전 영화를 만든 다는 소식,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기대를 가졌던 영화였는데, 미국 개봉당시 평론가들의 평들을 살펴보니 이거 호평도 이런 호평들이 없군요! '<펄프 픽션>이후 타란티노 최고의 작품'이라던가 '2009년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까지 호평들 뿐이군요. 굳이 하나 호평아닌 것을 골라본 것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지만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거부하기 힘들 것'일 정도네요. 생각보다 폭력적이고 거친 영화일 듯도 싶은데 그것보다는 2차 세계대전과 타란티노의 접점이 더욱 기대됩니다. 약 한 달 정도 꼬박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겠네요.





나인
Nine, 2009

감독 : 롭 마샬
출연 : 다니엘 데이-루이스, 마리온 꼬띨라르, 페넬로페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디 덴치, 케이트 허드슨, 소피아 로렌, 스테이시 퍼거슨(퍼기)

저 출연진을 보고도 이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 영화팬이 있을까요? 전 아마 저 중에 아무나 둘 만 나와도 기대했을 듯 합니다(퍼기는 아직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우선 반가운 점은 이 영화가 바로 뮤지컬 영화라는 점이죠! <시카고>를 연출했던 롭 마샬 감독이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꺼내놓은 뮤지컬 카드인데, <시카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여성들이 위주가 되는 드라마인것 같습니다. 배우진은 화려하지만 저 중에서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인 스테이시 퍼거슨을 제외하면 노래 실력이 검증된 배우는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영화를 기대 혹은 걱정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참고로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와 <귀향>의 페넬로페 크루즈 모두 립싱크였죠. 이 정도 립싱크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노래도 무섭도록 잘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무섭도록요 ㅎ). 여튼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도 흥분되는 영화 <나인>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상영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네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출연 : 맥스 레커즈,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포레스트 휘태커, 제임스 겐돌피니

개봉 전부터 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귀엽고 신비스런 포스터와 스틸컷들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스파이크 존즈는 예전부터 bjork, R.E.M등의 뮤직비디오로 인기를 끌었으며,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등 인상적인 영화들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 역시 얼핏봐도 범상치 않은 작품인듯 합니다. 이 작품은 모리스 샌닥이 1963년에 출간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역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반적인 동화에 비해서)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네요. 전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상상력'하나 만큼은 기발한 작가인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을 맡았음으로, 동화 속 이미지가 어떻게 스크린에 투영될지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북미에서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을 하였는데,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개봉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 로드
The Road, 2009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원작이 된 퓰리처상 수상한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는 워낙에 유명해서 사실 책이 한 참 인기를 끌 때 쯤 볼까 말까를 엄청나게 고민했었는데, 이 영화 때문에 끝까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특히나 인기소설인 경우) 영화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만족보다는 아쉬운 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화로 먼저 비교대상없이 접하고 싶어서 이날까지 기다렸던 작품입니다. 언제부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믿음을 주기 시작한 비고 모텐슨(<히달고>는 좀 그랬지만요;; 크로넨버그와 함께한 두 작품은 정말 최고였죠!)도 기대되지만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가이 피어스의 모습과 연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감독인 존 힐코트는 2005년 가이 피어스와 <프로퍼지션>이라는 영화를 함께 했었는데 하나 뿐인 연출작인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 딱 하나의 걱정거리일 것 같네요.





휴먼 팩터
Invictus (The Human Factor, 2009)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동림 선생님의 신작입니다! 무엇을 더 형용하겠느냐만은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1994년 남아공에서 있었던 럭비 월드컵 개최를 배경으로 인종갈등을 해결하려는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얼핏 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는 너무도 진부한 소재들로 이루어져있는 듯도 합니다. 인종갈등과 스포츠 영화. 권투 선수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아무도 스포츠 영화로 기억하지 않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럭비월드컵 경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마 이 영화도 스포츠 영화는 아닐 듯 싶습니다. 샛 노란 머리의 맷 데이먼이 살짝 어색하기도 한데 이스트우드의 연출 속에 또 한번 멋진 연기를 펼치리라 의심치 않으며, 왠지 넬슨 만델라 역할을 언젠가 했던 것으로 착각마저 드는(했었나요?) 모건 프리먼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북미 기준으로 12월 11일 개봉예정이며 국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네요.





살인자들의 섬
Shutter Island, 2009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막스 본 시도우, 미쉘 윌리엄스, 잭키 얼 헤일리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기대작입니다(하반기 인줄 알고 넣었는데, 북미개봉 예정일도 내년 2월이네요 -_-;;).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디파티드>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빼면 약 3~4년만에 만나는 스콜세지의 신작입니다. 전기영화나 리메이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오랜만에 미스테리 스릴러와 드라마로 선보이는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되며, 이제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이 거추장스럽기까지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물론 기대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쉘 윌리엄스의 출연이 몹시도 반갑고, 마크 러팔로도 좋아하는 배우라 기대가 되네요. 국내에도 내년 초에나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니 조금 편하게 기다려도 될 것 같네요.





공기인형
空気人形, 200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배두나, 오다기리 죠

최근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공기인형>도 올 하반기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번 부산영화제제서 상영될 예정이기도 한데, 아직 정식개봉일은 잡혀있지 않지만 올해 한에 개봉될 수 있기를 일단 기원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도 동림 선생님의 작품처럼 약간 무조건 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멜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자칫하면 상당히 유치하게 흐를 수 있는 위험(?)한 장르인데, 이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어떻게 이뤄지질지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네요. 거기에다가 배두나와 오다기리 죠가 함께 연기한다고 하니 이 역시도 기대되구요. 배두나의 경우 이미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를 통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독특한 소재의 이번 영화에서도 동년배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배두나 만의 독특함이 잘 살아날지 기대해 봅니다.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09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샬롯 갱스부르, 윌렘 데포

올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 역시, '어쨋든' 기대작입니다. 칸 영화제를 통한 반응은 혹평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라스 폰 트리에야 어차피 극과 극을 오가는 감독이니 호평이든 혹평이든 큰 상관은 없을 듯 하네요. 공개된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아도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한' 영화일지 조금이나마 예상이 되는데, 알려진바로는 국내 수입사인 마스엔터테인먼트에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으로 수입을 했다고 하네요. 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겠죠. 그런데 이 수입한 버전 역시 오리지널이 아니라 강도가 낮은 클린 버전이라고 합니다. 사실 불편한 영화들도 꾹 참고 잘 보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 라스 폰 트리에는 또 어떤 이야기와 영상을 가지고 나왔을지 참 기대가 됩니다. 샬롯 갱스부르는 배우로서는 물론 뮤지션으로서도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래서 더 보기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클린 버전이라도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더스
Brothers, 2009

감독 : 짐 쉐리단
출연 :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홀, 나탈리 포트만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연출했던 짐 쉐리단 감독의 신작 <브라더스>도 북미 기준 12월 4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출연진을 알기 전에 일단 포스터를 보고 끌렸는데, 세 명의 주인공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네요. 작품은 2005년 선댄스 관객상을 수상했던 수잔 비에르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짐 쉐리단도 쉐리단이지만 각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었던 젊은 세 배우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더욱 기대됩니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듯 한데, 먹먹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


1. 1부는 급하게 하느라 메인 이미지를 너무 발로 만들어서 이번에는 '두 발'로 만들었습니다!
2. 사실 대충 정리해보았는데 아마 이 영화들 외에도 아직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기대작들이 더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더 기대되구요! (그 사이 벌써 우에노 주리의 신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 한국영화는 아예 언급하지도 못했는데(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을 일단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 까지 감안한다면 남은 3달도 무척이나 바쁜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2009년 하반기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 (상) (http://www.realfolkblues.co.kr/1098)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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