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의 공식 블로그에 블로거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남들보다 먼저 영화도 시사회에서 볼 수 있었고, 주연 배우인 임원희 씨와의 인터뷰
시간도 갖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임원희 씨와의 인터뷰 보기), 가장 좋았던 건 류승완 감독님을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었고, 그의 작품들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짝패>에 이르기까지 전부 재미있게 즐긴터라, 이번 신작의 개봉과 더불어
감독님과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관람 뒤로 미뤄왔던 인터뷰 약속이
어제 19일로 드디어 잡혔고, 본래 3명의 블로거 가운데 저를 포함 한 분더 참석하시기로 했던 인터뷰는,
그 분의 급작스런 사정으로 인해 무려 저 혼자 단독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려 2시간에 걸친 길지만 짧은 시간동안 감독님의 사무실에서 1:1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를
마음껏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시 : 2008.08.19 오후 2시 ~ 4시
장소 : 삼성동 외유내강 사무실
인터뷰어 & 동영상 촬영 : 아쉬타카
장소 : 삼성동 외유내강 사무실
인터뷰어 & 동영상 촬영 : 아쉬타카
(인터뷰 내용 가운데 영화의 내용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영화는 스포일러와는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기자 시사회에서 한 번 보고, 개봉 뒤에 유료로 일반 관객들과 2번을 더 관람하였다.
기자 시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이 영화가 오마주와 인용이 많은 영화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많이들 호응을 했다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대중적인 웃음 코드에 더욱 반응했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는 대중들에게도 웃음을 전달하는 면에서는 성공한 듯도 한데.
== 어디 극장에서 보았는가?
- 문래 CGV에서 보았다.
== 지역마다 반응이 참 다른거 같더라. 신총, 홍대, 코엑스 같은 곳과 외곽지역,
그리고 지방에 따라 반응도 틀리고, 또 시간대에 따라도 조금씩 틀린것 같더라 (웃음)
- 이 영화의 호불호는 일단 유치해서 재밌다와 유치해서 별로다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성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중요 지점은 아무래도 중간에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잃으면서
시작되는 외팔이 시퀀스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외팔이 시퀀스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과장된
문어체 대사를 제외한다면 전혀 코믹함이 없는 설정이라 할 수 있는데,
== 정색을 하지않나
- 정색을 하고서는 완전히 진지한 모드로 돌입하는데, 이전까지 단편 <다찌마와 Lee>에 가까운
설정과 웃음코드에 박장대소했던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주춤하는 한편, 반대로 칸 영화제용
포스터에서 풍기는 스타일리쉬한 무협 액션이나, 류승완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바가
있었던 팬들에게는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톤이 완전히 바뀌는
부분은 처음부터 기획되었던 것 같은데.
== 그렇다. 이 영화는 음식으로 따지자면 매우 자극적인 양념으로 이루어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말투를 즐기려다가 말뜻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관객들이 중반이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 어떤짓을 한다고 해도 그 강도가
40분 이상을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눈물, 콧물 다 쏟은 다음에야
사실상 게임 끝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애초부터 생각했던 것이, 이번 장편버전에서는
다른 방식의 구조 몇 가지가 들어가서 다른 체험을 하게 해야된다는 계산을 했다.
말투를 쫓으려다가 말뜻을 놓치면 않된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도 그런 것인데,
사람들이 말하길 초반에는 이런 엉터리 외국어 설정들이 신선했는데 나중에는 지치더라 하는
얘기를 하는데, 근데 이 영화에서 이런 말투는 일종의 이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사투리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예를 들어 충청도나 강원도 사투리가 초반에는
신선하고 재미있겠지만, 후반부에는 이런 신선함과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고 해서,
사투리를 쓰던 인물이 후반부에는 표준어를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워낙에 사람들이
이런 엉터리 외국어를 재미있게 느끼다보니 뭐 더 재미있는게 없나 하고 기대하게 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기본 바탕을 깔아놓은 것 일뿐, 이것 때문에 중반부터 진행되는 이야기의
동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손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간장게장 집에 가서 간장에다 밥맛 비벼먹고 오게 되는 것이랄까.
이렇게만 먹어도 맛은 있지만, 이렇게 되면 게 맛은 못보는거지.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정신을 바짝차리고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오며 승리의 깃발을 흔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중반부에 독비도 시퀀스 같은 경우 완전히 다른 체험을 하길 바랬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되찾고 유럽으로 떠난 뒤의 모습 또한 기억을
잃기 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독립적인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야만이
이 영화가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약속을 받아들이고 쭉 따라가는 사람들은 끝까지 가는 것이지만,
이건 또 뭐지? 하게 되면 이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는거라고 볼 수 있겠다.
<다찌마와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인터렉티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응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일 수록 덜 즐기게되고, 능동적으로 들어갈 수록 많은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 그렇다고해도 후반부에 엉터리 외국어의 질적인 퀄리티가 전반부에 비해서는 많이 약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전반부에는 듣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던 다양한 어휘들이 계속 튀어나왔다면, 후반부에는
우리가 이미 흔히 알고 있는 엉터리 외국어들, 즉 일본어의 경우 '~~하무니다' 같은 것을 넘어서는
대사들이 거의 없어서 너무 전반부에 몰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말투 이상의 요소를 넣게 되면 오히려
추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관점의 차이겠지만 후반부에는 황금불상을 두고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던 것이고, 대화는 대화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으려고
했다. 정신을 바짝차리고 봐야한다는 것은 이런 이유인데, 말투에 집중하다보면 그 인물이 하는
말의 의도나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임무나 역할을 모르고 그냥 스윽 지나가기 쉽다.
사실상 후반부에 등장하는 엉터리 외국어를 하는 이 인물들은 악당이고, 결과적으로 속이려고 했던
이들이 속고 마는 공식적인 통쾌함으로 가려고 했던 것인데, 말투에만 집중하게 되면 이런
본래의 이야기에 집중력을 해칠 듯 했고, 감독으로서도 이 외국어 부분에 그다지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 앞서와 같은 맥락으로 공효진씨의 더빙 톤의 경우,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톤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공효진씨의 톤을 의도한대로, '아, 외화더빙 톤으로 가는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큰 이질감이 없겠지만, 반대로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상당히 튀고, 오버스럽다라고 여기게 되는
반응도 상당히 있는 것 같다.
==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세 여자 배우에 관한 반응이 관객마다 너무 다른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 어떤 관객은 마리가 좋았다, 누구는 금연자가 좋았다, 또 누구는 소녀가 좋았다 식으로
반응이 각기 다른 점이 감독으로서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영화들도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다 같은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프린트를 볼 뿐이지.
이 영화의 경우 특히 그런 것 같다. 사실상 극장 밖을 나설때는 각기 다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오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하신것처럼 유치해서 재밌다와 유치해서 재미없다로
갈리는 것처럼, 그렇다면 어떤 것이 유치하고 어떤 것이 유치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만주 액션이나 스키장 액션 같은 경우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뭐 왜 이렇게 기냐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좋아한다는 분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좋아하는 지점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 감독으로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닌가 싶다.
- 이 영화만의 재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대사 못지 않게 뒤에서 치는 듯이 작게 들리는
일종의 부대사를 들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짜부러들다니' 뭐 이런거. 그 유명한 '잘 생겼다'도
이런식의 부대사였고. 개인적으로는 주대사보다도 이런 부대사의 재미가 더욱 쏠쏠했는데,
많은 관객들이 이에 앞선 재미에 웃다가 웃음 소리나 다른 주변 환경들에 묻혀 이런 부대사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마저 들더라.
이런 부대사의 경우 배우들의 애드립의 비중이 상당히 컸을 것 같은데.
== 그렇다. 배우들의 애드립이 컸던 부분이고 시나리오 상에서부터 계획된 것도 있었다.
이 부대사라는 것이 따져보자면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볼 땐 한국 액션영화에만 있던 전통같은데, 7,80년대 이대근씨가 나오던 액션 영화들을 보면
이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는것 같다. 영상을 보면 입은 안움직이고 있는데 배 같은데를 맞으면,
'어허, 이 놈이 복장을 지르네' 뭐 이런 것이 끊임 없이 나온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런 것들은 당시 영화 환경에 산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국영화의
녹음 방식은 릴 단위로 한 번에 20분 분량을 단번에 녹음하게 되는, 마치 일본영화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처럼 배우들이 부스 안에 쭉 늘어서서 대사를 치고 빠지는 이런
분위기였고, 19분 57초에 누가 실수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녹음해야되는거였기 때문에,
뭔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실수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성우들이 즉흥연기로 채워넣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장면을 보면 분명히 어떤 미세한 폴리 사운드나 이펙트 사운드가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 환경상
대충 급하게 하다보니까 화면에선 무언가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소리들은 안채워져 있으니까,
뭔가를 채워넣어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성우들이 그 공간을 채우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진지한 영화들에선 좀 덜하지만, 이를테면 박노식씨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서민적
액션영웅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었건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외국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오히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배우들도 후시녹음
자체보다는 이런 방식의 더빙에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게 반응했었고.
사실 지난 단편에서도 이런 방식은 사용했었지만, 이번 장편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마치 추임새를 넣듯이 활용하게 되었다.
- 이런 부대사 중 하나이기도 한데,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되찾고 나서 국경살쾡이 일당이 다시
돌아왔을때, 왕서방 역할의 김병옥 씨가 다찌마와리를 보면서 '독비도!'하고 외친다.
자막에서는 '외팔이 검객'이라고만 표현되었지만, 이 영화가 오마주를 바치고 있는 장철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한 '독비도'를 아는 이들에게는 디테일한 재미를 주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이런 부분은 애드립이기 보다는 의도된 대사 같은데.
== 물론 그런 부분은 직접 디렉팅한 경우라 할 수 있다.
- 이런 부대사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에 하나는, 후반부에 다마네기가 운전하는 장면에서 길을 막은
양때들에 짜증을 내며 '디스 램' '오 마이 갓'하며 영어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저의 '오 마이 갓'대사 실연에 감독님이 제법 크게 웃기도 하였음 --v), 기자간담회에서
다마네기 역할을 맡은 김수현씨가 리딩 때부터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하고 와서 놀랐다는 얘기를
하신적도 있고, 이 영화에서 김수현 씨의 연기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
== 오, 정말 훌륭한 질문이다. 김수현에 연기에 대해선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틀어서 진정한 승리자는 김수현이라고 생각한다. 안길강 씨와 함께 내가 만든
모든 극장용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 축구로 따지자면 되게 믿음직한 미드필더랄까.
어떤 상황에서 기용해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치고 빠져주는 그런 느낌.
본 리딩 때 김수현씨의 연기에 모든 배우들이 다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준비해온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에 수록된 것보다 훨씬 더 한국말처럼 들리는 대사였는데,
김수현의 말에 맞춰서 대본을 다 바꿨을 정도다.
뭐 연기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배우다.
- 개인적으로도 그런 점이 아쉽더라. 배우로서의 역량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더라.
== 김수현의 최대 약점이 영업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비지니스가 진짜 약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나랑도 많이 친할 것 같지만 현장에서나 보는 거지, 다른 때는 연락도 잘 안한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자기가 뭔가 나서서 하고 이런걸 잘 못한다. 나는 동남아 숀 펜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 <다찌마와리>는 영화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초반 대사관 장면이나, 내부의 배신자가 있다는 설정, 껌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오페라 극장앞에서 전구를 깨 바닥에 뿌리는 설정 등 큰 틀에서 봤을 땐
<미션 임파서블>이 바탕에 깔린 것 같다.
이미 많이 이야기했던 서극의 <도>를 비롯해,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인용도 보이고.
후반부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이는 액션 장면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4>에 초반 설원
액션 장면이 떠오르는데(여기서 '아~~~맞어 맞어'하며 감탄사를 내뱉으심), 이런 인용 장면들
가운데 감독이 애초부터 이 영화를 생각하고 인용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지금 알게 된
<폴리스 스토리 4>의 경우처럼 촬영당시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인터뷰나 리뷰 등을 읽다가
이런 장면이 이런 영화에 등장했었구나 하고 알게 된 영화들도 있는것 같다.
== <폴리스 스토리 4>도 지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경우고, 사실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경우도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된 경우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장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희극지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정무문' 장면이라 이건
쇼트들도 다 기억이 나는데, 콧물 장면 같은 경우는 얼핏 그런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확히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그런게 제법 많은 것 같다.
누군가 말을 해줘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 속에 있던 것들이 의도되지 않게 표출된 것
같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얘기를 하셨는데, 구조적인 면에서 더 큰 틀로 얘기하자면 아무래도
007 시리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행동들 같은 경우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
스타일의 행동을 한달까? 근데 다찌마와리와 이단 헌트는 백만광년쯤 떨어진것 같은데? ㅎㅎ
이를 테면 <독비도>같은 장면은 대놓고 말을 하니 두말할 필요없을테고, 액션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서극의 <도>에서 가져왔고, 오페라 극장의 세트 디자인 같은 경우는 미술팀과 세트팀에게
<도쿄 방랑자>를 보여주면서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을 요구했었고, 뒤에 큰 시계같은 경우는
<유로파>같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스크린 프로세스 방식의 과장된 것들을 인용하기도 했고.
뭐 대사들은 예전 한국영화들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온통 인용으로 점철된
인덱스 영화 쯤 되겠다.
- 개인적으로는 황보라씨 캐릭터를 더빙한 케로로 성우분의 목소리 연기도 좋지만,
임원희씨가 인터뷰 중에 이야기하셨던 것도 있고, 또 <보노보노> 톤을 원해서 그런 식으로
황보라씨에게 대사를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보노보노>의 왕 팬으로서
(여기서 감독님이 직접 보노보노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시기도 '포로리야~')
이런 황보라씨의 더빙을 DVD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는데,
혹시 계획이 있는지?
== 그럴 생각이긴 하다. 그런데 우울한 현실을 말씀드리자면, 가면 갈수록 DVD를 만들 때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DVD 시장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차피 다 돈이라 감독이 원하는 만큼 DVD가 나와주기에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DVD를 기획하면서 가장 크게 하고 싶었던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음성 트랙을
배우들이 더빙한 ADR트랙만 살리고, 그러니까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ADR 트랙만 독립적으로
담긴 채널을 만들고 싶고, 두 번째 시각적으로는 메뉴 선택에 따라 레터 박스를 치우고 다른
버전을 담는 것이다. 그 다른 버전이란, 예전 리 반 클리프가 나오는 서부영화들을 TV에서 보면,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억지로 자르다보니 자르고나서도 남은 부분이 있어 압축을 시켜서 방영을
하곤 했는데, 어린 시절엔 이렇게 인물들이 길쭉하게 외곡되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더욱
영화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도니 브레스코>DVD 같은 경우도 약간 늘려서 그런 식으로
출시가 되었던 것 같은데, 선택에 따라 이렇게 옛날 영화 TV방영분 처럼 볼 수 있는 버전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한국영화 감독들은 사실 각종 메이킹 영상이나 소스등을
넣고 싶어하지만, 어차피 그게 다 돈이고, 그냥 오소링이나 잘되서 화질이나 사운드나 잘 나와주면
감지덕지다 하는 생각들이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블루레이 같은 경우는 정말 소수의
선택받은 영화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생각되고. 이렇게 우울한 현실이다.
- 블루레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혹시 블루레이 유저이신지?
== 아, 아직이다. DVD플레이어도 망가져서 컴퓨터로 보고 있다
(여기서 컴퓨터란 물론 DVD-ROM입니다;;)
- 지금 말씀하신 분위기로 미뤄보자면 <다찌마와리> 블루레이 출시는 사실상 거의 희박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죠'하시며 감독님의 허탈한 큰 웃음 작렬),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경우처럼 해외에서 먼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는데, <다찌마와리>의 경우 해외판권을 이미 칸에서 계약을 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해외에서라도 <다찌마와리> 블루레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
== 잘 모르겠지만, 구체적인건 판권을 구입한 그 쪽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보면 되겠다.
배급 판권과 2차 영상물 판권을 별도로 판매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시장성 판단에 따라
해외에서 출시 여부가 판가름 날 것 같다.
- 이번 영화의 경우 성룡 영화처럼 엔딩 크래딧에 NG장면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재미지만, 요즘 같아선 영화가 끝날려고 폼만 잡아도 벌써부터 짐을 싸기
시작하는 관객들을 엔딩 크래딧이 오롯이 끝날 때까지 좌석에 붙들어 놓은 효과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불러 일으킨 측면이 있는것 같다.
== 이번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황당했던 일이, 무대 인사 왔다고 영화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화를
끊어버리기도 하고, 사실 이 영화의 마지막엔 호방한 분위기로 '잘 생겼다'하는 마지막 자막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참 당혹스럽더라. 해외 영화제를 다녀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나기전에 극장에서 불을 다 키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도 빚쟁이 한테 쫓기는 나가는 분위기도 없는 것 같고. 물론 영화가 정말 자기 취향이
아니었던 경우에 나가는 것이야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크래딧이 2,30분씩 걸리는 것도
아니고 평균 3~4분에 길어야 10분이 안되는 시간인데, 내가 충분히 즐긴 영화라면 마지막에
타이틀 음악을 한번 주욱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한번 정리해보고 나가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
방식인데 이를 다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더 맘에 안드는 건 차라리 빨리 나가면
그건 그나마 괜찮은데,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건 정말 못 참겠더라.
- 영화의 러닝 타임을 보면 분명히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영화로 인정하고
있는데, 빨리 나가려고만 하는 관객들도 그렇지만, 끝나자마자 불을 다 켜버리고, 청소 아줌마들을
동원해 관객들을 극장에서 내쫓으려고 하는 극장 측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엔딩 크래딧은 엄연히 영화에 포함된 부분이고, 크래딧에
어떤 음악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도 다 디렉팅 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찌마와리>같은 경우도
NG장면들을 보다보면 정신없이 보다가 놓친 장면들을 다시 되새겨 보게 되는 기능도
크래딧에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예전 단관 극장 같은 경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빽빽하게 배치된 상영프로 탓에 빨리빨리 진행해야 되었던 부분도 있고, 프린트를 다시 감아 돌려야
되는 시간적 요인도 있었고. 하지만 요즘같은 멀티 플렉스의 경우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이런 점은 극장에서 이런 환경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 맞다. 불을 켜는 자체가 일종의 '나가라'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고, 만약 크래딧에 불만 켜지
않아도 바로 나갈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자리를 지키게 될 것으로 본다.
== 이건 일종의 직업윤리의 문제라 생각한다. 극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외교관이라고 나와가지고는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갔는데 문서 해석도 제대로 못하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초반 오프닝 타이틀을 보면 007 스타일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총기의 이미지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나 브라스가 첨가된 배경음악도 그렇고,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카우보이 비밥>에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외국의 경우 <세븐>같은 영화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타이틀 시퀀스를 독립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찌마와리>의 경우도
다른 곳에 의뢰를 한 것인가?
== CG를 맞은 EON 팀에서 작업을 했다. 내 영화 가운데 타이틀 시퀀스를 독립적으로 제작한 영화가
두 편인데, 이번 <다찌마와리>와 <아라한>이 그런 경우였다. <아라한>의 경우 콘티 회의때부터
내가 아주 밀접하게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세밀한 동선까지도 요구를 했던 편이고,
이번 같은 경우는 말씀하신 <카우보이 비밥>이나 <007>시리즈, 그리고 70년대 이소룡 주연의
영화들 <맹룡과강>이나 <사망유희>같은 영화들의 오프닝 컨셉 분위기를, 즉 범죄영화 분위기도
나면서 스파이 활극 분위기도 동시에 전하는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럽게 작업이 된 것 같다.
- 타이틀에 사용된 음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이 너무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매우 효과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인 테마음악은 마치 '수사반장'의 메인테마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도 나는것 같다.
== <샤프트>같죠. 그런 분위기를 원해서 음악 감독에게 그런 쪽으로 의뢰를 했었다.
음악이 작업할 때 참 힘든 것 같다. 영상 같은 경우야 보면서 어느 정도 느낌을 알 수 있지만,
음악 같은 경우는 내가 특별히 무슨 악상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촬영당시에는 정확한 느낌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바로 '그때 그사람' 이 삽입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부치와 선댄스가 은행을 터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보여주지 않고, 이 은행, 저 은행으로 빠르게 전개하며 흥겨운 음악과 더불어 진행되는 시퀀스가
있는데, 약간 엇박인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 '그때 그사람'이 처음에는 어색한 듯 하지만, 끝으로 갈 수록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그때 그사람'이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현장 편집기사의
컴퓨터에 '그때 그사람' 대학가요제 버전 음악이 들어있어 그냥 한 번 깔아봤는데 이게 잘
붙더라. 이런 것도 있고 또 뭐랄까 키스에 실패한 남자의 외로움도 느껴지고 ㅎㅎ
개인적으로 딱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는 음악들보다도, 약간 엇갈리게 사용되는 음악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 드러난 장면 같다.
이런 경우 보여지는 화면과 음악의 분위기가 틀려 조화가 깨짐으로서, 오히려 양쪽을 각각 더
집중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 다찌마와리가 상하이에 도착하자 마자 액션이 펼쳐지는 곳의 배경을 보면, 뒤에 위치한 건물
간판에 'BADA STORY'라며 카지노 간판이 있는걸 볼 수 있는데,
== 그건 우리 미술팀의 아이디어 였다. 나는 사실 너무 대놓고 하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그랬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것 까지 다 보는 사람들 참 신기하다고도 생각한다 ㅎ
- 아주 지겨운 질문인듯 하지만, 아직도 언론 등에서 류승완 감독을 표현할 때는
'한국의 타란티노다'라는 수식어가 지배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평가에 대해 이제는
질렸을 법한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런점은 타란티노와 같다 혹은 이런 점은 다르다 하는 것이
있다면.
==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제는 정말 지겹다. 뭐 이를테면 흘러간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장르영화나
마이너 적인 취향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직접 타란티노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타란티노가
나랑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괜찮지만 타란티노가 이런 수식어를 좋아할지
모르겠다 ㅎ 확실한 건 내가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긴 한다. 그건 사실이다.
- 아무래도 류승완 감독의 팬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건, 차기작인 <야차>의 진행정도 인 것 같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나?
== 사실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은 전혀 아무것도 없다. 다음 달 말이 되어봐야 어느 정도 결론이 날듯
싶긴 한데, 한국에서 시대극을 찍는 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인것 같다. 그렇다고 대충 판자로된
세트에서 찍고 싶진 않고. 뭐 그렇다 ;;
- 지난 인터뷰를 보니 영웅본색을 시사회에서 보고 와서 요즘 관객들의 분위기에
당황한 글을 본적이 있다고 한 말을 보았는데, 그게 아마 내가 쓴 글인것 같다.
(확인해보니 제가 dp에 남겼던 글을 보셨더군요 ㅠㅠ)
이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비디오로만 접하고 극장에서는 보질
못했기 때문에 극장 상영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예전에 극장에서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극중에서 소마가 테입을 훔쳐 주차장으로 왔을 때, 적룡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날 때
(여기서 감독님의 감탄사 '캬~~~~~')극장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 나도 드디어 이런 분위기를 극장에서 느껴볼 수 있겠구나 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코믹영화로 박장대소 하며 보는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아...그 정도였나...음....너무 심각한데.. 아, 쌍코피에서 웃었나? 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나로서도 충격이다.
영화가 점점 정보화가 되는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이 사라진지도
오래인 듯 하고. 예전에는 영화를 본다고 하면 어떤 신비함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영화 한 편을 보기 전에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접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신비함도 완전히 없어진 듯 하고. 미디어의 환경이 완전히 변해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만든 회사 입장에서도 이 속도전에 밀려버리면 영화가 완전히 묻혀버리기
때문에 독약인줄 알면서도 계속 마시게 되는 것 같다. 관객들의 경우도 미지의 영화를 보러
온다기 보다는 그저 영화를 '확인'하는 정도가 되버린 듯 하다. 더 문제가 심각한건
영화 개봉전에 수많은 정보들이 난립하게 되면서 그 정보들을 취합한 것 만으로 본인이 영화 한편을
본 것으로 까지 판단하고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다. 좀 더 나아간 사람들은 다운로드를 받고.
내가 다운로드족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들이 다운받은 영화를 제대로나 보느냐
하는 문제이다. 조금 재미없으면 다음 장면으로 바로 넘겨서 보고, 밥먹으면서 보고, 인터넷 하면서
보고, 이러면서 영화를 봤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짜증나는 일이다.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을 들자면,
우리가 화집을 통해 본 그림을 그 그림을 봤다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 그림을 아는 것이지.
공연하고는 또 다른 것이 실제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긴장이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도 않지 않은가.
DVD의 경우는 분명 틀리다. DVD의 경우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의 최종 버전으로
염두해 두는 것이지만, 그 어느 감독이 자신이 영화가 컴퓨터를 통해 보여지길 기대하겠는가.
- 앞서 얘기한 극장의 운영 매너랄까? 그런 것도 그렇고 2차 시장의 붕괴나 영화를 접하게 되는
문화의 변화 등 참 영화만드는 입장에서는 암울한 시대인것 같다.
== 요즘은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진 것 같다.
극장 밖을 나올 때 분위기를 보면, 영화에 대해 재밌었어, 어땠어 등등 짧게 이야기 나누다가
바로 전화를 하기 일쑤다. 영화를 보느라 못받았던 전화들을 하면서 2시간 가까이 본 영화에 대한
느낌은 다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참 이렇게 만들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최근 올라오는 영화에 대한 감상기들도 어떤 자신만의 개인적인 느낌과 연관지어 자신의 영화로
소화하는 감상기들은 많이 줄고, 그저 정보를 전달 받거나 취합한 느낌의 감상기가 부쩍 늘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투덜거릴 수만도 없고.
- 되게 웃긴건 그렇게 투덜거리면 또 투덜거린다고 뭐라고 하지 않나. 영화를 제 돈 주고 감상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거야 상관없겠지만, 다운받아 대충 돌려본 사람들이 꼭 영화가
재미없느니, 니들이 제대로 만들면 내가 봐주마 이런 식으로 말하는 현실이 참 우습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영화를 보러' 온것이 아니라 '극장에 온'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 그렇다. 맞다. 너무 영화가 점점 정보가 우선 되는 것 같다. 영화와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감상기가 그리운데 요즘에는 그런 감상기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DVD프라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그런 감성들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지역이어서 그런 것 같다.
- 지난 6월 DP인들이 모여있는 청계 광장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안다.
당시 <다찌마와리>후반 작업도 있고, 공인으로서 조금 부담스러운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 물론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이런 것이 공인으로서 이런 것 보다는
오히려 나는 그저 현장의 분위기와 앞뒤 전후 상황을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는 정도로 나갔던
것이었는데, 마치 내가 대단한 무언가를 갖고 나선것 같은 분위기로 비칠까봐, 실제로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분들보기 민망해서 부담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쇠고기 문제만이었다면 아마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군화발로 밟히는 여학생이 동영상을 보고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두홍 무술감독도 그 동영상을 보고는 확 '빡'이 돌아서 실제로 액션스쿨
연기자들 동원해서 스크럼 짜는 것 까지 다 계획했었다. 내가 먼저 나가서 분위기를 일단 보고
온다고해서 말렸던 것이고.
그 이후 6.10일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청을 찾기도 했었고. 개인적으로 나는 정치적으로
편협한 노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했따.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면 안되는 것 등 이런 것은 상식의 문제가 아닌가.
- 오늘 새벽까지 진행된 인터뷰로 많이 피곤한 가운데서도 긴 시간 열정적으로 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 내가 더 고맙다. 앞으로 블로그에서 만나자 ㅎ
DP의 회원으로서 인터뷰한 것은 아니었지만, 감독님께서도 DP눈팅 회원이라고도 하셨고,
인터뷰 가운데 많이 거론된 것도 있고해서, 특별히 DP회원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한 말씀 부탁드렸습니다~
에필로그...
일단 이 날은 여러가지 면에서 제가 감격할 수 밖에는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일단 DP얘기가 나왔을 때 감독님이 제 닉네임을 여쭈어보셨는데, 제가 '스코필드요...'하고 부끄럽게
얘기했더니, '아, 스코필드 님!'하며 대답하시길래, '엇, 정말 아세요?' 그랬더니 '네, 글 자주 읽은 기억이나요'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ㅜㅜ
하지만 이것은 감격의 시작일 뿐.
제가 마지막에 '제 블로그에도 한 번 들러주세요' 했더니, '그러면 주소좀 쳐주세요' 해서 제가 감독님
컴퓨터에서 직접 도메인을 입력해서 제 블로그가 짠 하고 나오는 순간, '아~~ 여기~' '며칠 전에도 왔었는데'
하시면서 '여기 즐겨찾기도 되어 있어요'하시더라구요 ㅠㅠ
그런데 그때 못하셨는지, 즐겨찾기 목록에는 빠져있어서 이번에 다시 즐겨찾기 등록 해드리고 왔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이 제 블로그와 제 글을 읽으셨었다니 감동의 물결이 흑...ㅠㅠ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이동진 기자님과 무려 5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사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한 류승완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짧지 않은 2시간 내내 저의 부족한 질문들에 정성껏 응해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실 인터뷰 내용에 정리하지 않은 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나,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는 이야기'들이라 (이 이야기들만 30분 넘게 나누기도 했죠) 이건 제 기억속에만 담아두렵니다.
정말 편안한 분위기 가운데 마치 오래전 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무엇보다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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