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

뭘 해도 되는 장기근속 시리즈의 위엄


새삼 놀랍다. 자동차 액션을 중심으로 한, 어쩌면 이색 혹은 콘셉트 액션 영화라 할 수 있는 영화가 단순한 시리즈를 넘어 무려 8편의 속편을 이어오게 되다니 말이다. 이미 5편 정도를 넘어섰을 때 느끼기 시작했던 점이기도 하지만,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가 이렇게 롱런할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일들과 평가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살아남았고 8번째 신작을 맞았다. 8번째 '분노의 질주'에 (참고로 '더 익스트림'이란 부제는 본래는 없다)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 번 꺼낸 이유는, 오랜 기간을 버텨 온 시리즈 만의 여유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 이번 신작이기 때문이다. 



 유니버설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초반 도미닉 토레토 (빈 디젤)의 능력과 성격을 재차 한 번 소개하는 짧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이걸 보며 살짝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이 인트로에 가까운 에피소드는 마치 시즌제 시트콤의 한 회차에서, 그것도 초반에 등장할 법한 아주 단순하고 또 너무 노골적이라 살짝 어설프기까지 한 에피소드였기 때문인데, 그래도 별로 실망스럽지 않았던 건 바로 시즌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구성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제 거대한 시즌제 드라마처럼 한 편 한 편을 완전히 에피소드의 형태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가능해진 이 시리즈만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미 캐릭터 소개와 세계관 소개 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물론 그 캐릭터 들에 대한 애정까지 얻게 된 드라마의 경우 각각의 에피소드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중간 이상의 흥미와 공감대를 얻게 되는 것처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한 편 한 편을 마치 드라마의 에피소드인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그간 에피소드처럼 등장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은 전부 아주 새롭고 신선한 독립적인 것들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전형적이고 또 클리셰로 물든 아주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 텐데, 오랜 시간을 지속해 온 시즌제 드라마 들이 그런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이미 획득한 캐릭터와 세계관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그 어떤 에피소드들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딱 잘라 말해 어느 시점을 지나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뭘 해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는 시리즈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유니버설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분노의 질주 8'은 자신 만이 가질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의 장르 영화들이 보여준 익숙한 구조 위에 펼쳐 놓는다. 주인공이 가장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거나, 예전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중요한 복선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팀을 이루는 여러 캐릭터 가운데 잠시 이별을 예고하거나 반대로 적에서 동료로 합류하는 등,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전개이지만 오랜 시리즈여서 뻔하지 않게, 아니 뻔해도 괜찮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사실 이번 작품은 어떤 면에서 너무 뻔하고 익숙한 전개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한 번쯤은 이 시리즈에서 만났으면 했던 설정이라 오히려 재미있었달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무런 새로운 요소 없이 그동안 익숙하고 검증받은 클리셰 들을 골라 앞으로의 시리즈 스토리 라인에 하나씩 적용한다고 해도 충분히 앞으로도 생존 가능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미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라 있는 상태다. 


한 편으론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맞이 해야 할 이 시리즈와의 이별이 벌써부터 걱정되기도 한다. 후반부에 들 수록 더 강하고 견고해진 가족이라는 테마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한 명 한 명 캐릭터들은 이미 앞선 시리즈에서 영화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이별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앞으로의 이별 과정이 예상되기도 하는데, 그 시점들을 언제로 선택할지 또 어떻게 그려낼지가 앞으로 이 시리즈의 남은 과제가 될 듯하다. 



 유니버설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웨인 존슨이 합류하면서부터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그의 합류는 정말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이디어가 기반이 되는 자동차 액션 만으로 버거워질 때쯤 근래에는 보기 드물게 몸으로 하는 육중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합류는, 이 영화의 완전히 다른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이번 작품 역시 제이슨 스테덤과 더불어 (참고로 이 시리즈에선 스테덤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날렵하고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무게감 넘치는 격투 액션 장면을 연출해 내는데, 이 액션의 쾌감이 한 편으론 자동차 액션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리고 더 락 시절을 기억하는 그의 팬들이라면 마치 링 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의 현란한 마이크웍을 연상시키는 대사나 은연중에 등장하는 레슬링 기술 (락 바텀 같은)들이 반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로 10편 쯤에서는 토레토가 우주에서 싸우는 모습 (아, 그건 리딕인가? ㅎ)을 보는 건 아닐지 기대(?)도 해본다.



 유니버설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유니버설픽쳐스 에 있습니다.




2015년에 다시 등장한 매드 맥스, 

여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솔직히 내게 있어 '매드 맥스 (Mad Max, 1979)'는 이미지로만 각인 된 영화였다. 분명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긴 했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허름한 가죽 옷과 바이크를 탄 멜 깁슨의 꼬질꼬질한 모습과 사막 아닌 모래 가득의 더럽고 (먼지 때문에) 갑갑한 이미지만이 깊게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땐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이유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였는데, 누가 연출을 맡았나 확인해 보니 그 옛날 원작을 연출했던 조지 밀러가 다시 연출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보니 조지 밀러가 약 35년 만에 다시 '매드 맥스'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지 밀러가 2015년에 다시 꺼내든 '매드 맥스'는 놀랍게도 30년 전의 오리지널리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재에 이질감 없이 녹아 들기에 충분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매드 맥스'는 비슷한 세계관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자원 (여기선 물)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 층과 이로 인해 피지배 층이 되어 버린 부류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권력을 추종하는 부류 (여기선 워보이)가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2015년판 '매드 맥스'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단순히 비주얼 혹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배경에 깔린 세계관과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액션과 스펙터클에 근원이 되는 포인트로 '매드 맥스'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여성 영화, 여성 중심의 영화 라는 표현을 할 때 오히려 평등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같은 구성으로 남성이 주인공이라 하여 남성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다음에야..) 여성이라는 존재를 주제나 제목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인데, 남성 영화를 남성 영화라 부르지 않는 현실을 균형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여성 이라는 존재를 겉으로 드러내도 무방할 것이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는 요 몇 년간 본 영화 가운데 여성의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동시에, 진정한 성 평등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즉, 여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여성을 중심에 두는 구성과 비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을 중심에 두고, 반대로 남성 역시 일반 영화의 여성처럼 남성 주인공의 보조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독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정말 멋진 (멋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이다. 

 

더 깊게 보자면 그냥 주인인척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뼈 속까지 독립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동 하나 대사 하나만 봐도 이 여성들이 그 간의 억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독립심이 아닌, 태생적으로 평등한 세계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본인이 결정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 터이나 특히 영화 속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매드 맥스'의 여성 들은 완벽하게 본인들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 나아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흔들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것은 물론 선택의 영역이겠으나 많은 '남성'영화들이 이 모성애를 여성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의 묘사는 신선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스플렌디드가 쫓아오는 임모탄을 상대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드러내며 방패이자 무기로 삼는 장면은,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여성들이 이상향으로 꿈꿨던 녹색 땅의 현실과 그 다음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녹색 땅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매드 맥스'는 여성 중심의 또 다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녹색 땅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시타델의 고통에서 벗어난, 일종의 도피처 격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녹색 땅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이고, 새로운 또 다른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시타델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영화의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바로 맥스 (톰 하디)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녹색 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가 또 다른 녹색 땅을 찾아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맥스는 다시 돌아와 퓨리오사에게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깨달음을 얻은 퓨리오사는 맥스와 함께,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와 함께 시타델로 향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매드 맥스'인데 사실상 주인공은 퓨리오사가 아니냐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물론 퓨리오사에게 비중이 더 있는 것은 맞지만 맥스의 역할, 특히 그가 일반 영화들의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맥스 역할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후반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시퀀스에서의 액션 구성이었다. 아무리 여성이 중심이 된 텍스트라고 해도 액션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성인 (그것도 톰 하디라면 더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서 액션 영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 역시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클라이맥스에서도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퓨리오사가 쥐고 있으며, 맥스는 자신이 남성으로서 더 적합한 액션을 행할 뿐이다. 비슷한 예로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 외에 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퓨리오사와 맥스, 그리고 다른 여성 캐릭터들과 워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역할을 보면, 누군가가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주도권을 갖고 명령하는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업화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발 밖에 없는 실탄 중 두 발을 날려버린 맥스가 마지막 한 발을 주저 없이 퓨리오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저 그가 쿨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퓨리오사가 더 높기 때문이고, 운전과 수리를 나누는 방식도 무언가가 더 쉽거나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역할에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의 끝판왕은 시타델을 차지하게 된 마지막, 유유히 떠나는 맥스의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맥스는 새로운 시타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본인은 거기에 맞지 않는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남성이 지휘하고 주도하고 차지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다른 점이다. 반대의 경우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성이 더 능력이 있는 경우인 것이다.






결국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글의 서두에는 '여성은' 이라고 썼지만 더 나아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체가 여성일 때 얼마나 더 큰 영화적 힘과 담론이 형성 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다. 

 

안 볼 이유가 전혀 없다.



Blu-ray : Video Quality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화질은 레퍼런스라고 부르기에 주저 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고, 아직 2015년이 몇 달 더 남기는 했지만 (아마도) 올해의 블루레이의 후보로 손꼽힐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이 작품의 영상 퀄리티가 남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촬영 방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아마 저 자동차 액션 장면들에 많은 CG가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실제 촬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나은 화질을 일단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이 지저분하고 먼지 가득한 세계와 계속 달리기만 하는 자동차 액션 영화는 레퍼런스급 화질을 통해 더 질감 넘치고 온도마저 느껴지는 체험이 가능해 졌다.

 

▼ Click To Enlarge








평소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질감에 대해 자주 논하는 편인데 바로 그 질감에 있어서 '매드 맥스'는 최고 수준으로 차려진 밥상이라 할 수 있겠다. 모래와 먼지, 그을음 등이 피부와 옷가지에 그대로 묻어난 인물들의 외형과 연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갖가지 상처와 녹이 쓴 외형의 자동차에서 바로 그 흔적들이 눈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 하게 묘사된다. 색감의 경우 이질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고 있는데, 쨍 한 대낮에 흐릿한 사막을 배경으로 주로 장면들이 진행되지만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화질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어두운 밤 장면의 경우 영화는 의도적으로 푸른 색감과 여기에 인위적 빛이 더해졌을 때 노랗고 붉은 색의 대비를 보여주는데, 이런 장면에서의 화질 수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Blu-ray : Audio Quality

 

돌비 TrueHD 7.1 채널 사운드를 수록하고 돌비 애트모스 포맷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올해의 블루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사운드 퀄리티를 이야기할 때 자주하는 얘기지만 보는 이가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다른 타이틀의 사운드를 압도한다. 일단 자동차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라는 점 만으로도 기대하게 되는 사운드들이 있는데, '매드 맥스'는 여기에 그 자동차 들이 특별히 전투를 위해 개조된 (그것도 다 다른 형태로) 차량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선사한다.






시타델에서 펼쳐지는 초반 시퀀스의 경우, 금속성의 날카로운 사운드와 동시에 군중들의 복잡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퍼가 과할 수 있는 임모탄이 군중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설교를 하는 장면에서도 저음부가 과하지 않고 적당히 공간감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사운드 적으로 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빨간 옷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서서 영화 음악과 하나가 되어 전개되는 기타 맨의 등장 장면들은, 이른바 치고 빠지는 일렉 기타의 사운드와 카메라가 기타 맨을 훑고 지나갈 때의 속도감이 일품이다. 후반부 기타 맨과의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이 같은 사운드적 장점은 다양한 사운드가 휘몰아 치는 가운데서도 특별히 돋보인다. 정말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단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아래 집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뿐 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로 살펴 볼 부가영상인 'Filming Fury Road'는 약 30분 분량의 제작 다큐로 전반적인 촬영 뒷얘기가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많은 대사의 영화보다 서사가 분명하고 전개가 설득력 있는 작품인데, 스토리보드를 기획하던 처음 시점부터 대사 위주가 아니라 액션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 만큼 디테일 한 스토리보드 작업이 선행되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CG는 스턴트 케이블을 지우고 배경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실제 하는 로케이션의 매력과 스턴트가 주가 된 촬영 속에 정말 많은 테스트와 고생을 반복한 스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사촬영의 95%는 움직이면서 촬영했다는 인터뷰처럼 조지 밀러는 아날로그 촬영방식, 더 나아가 아날로그 영화제작 방식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퀄리티를 끌어내고자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얼마나 로케이션 장소와 그 곳의 컨디션이 중요했고, 후반 작업을 염두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현장에서 최종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장면을 구현하고자 한 방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를 부가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Fury on Four Wheels'는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으로 ‘매드 맥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라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특이한 디자인의 자동차는 한 번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차들의 디자인은 인상적이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역시 영화의 제작 철학에 맞게 모두 실제 운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진짜 자동차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부가 영상은 마치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더 벙커’의 매드 맥스 버전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대단한' 개조의 수준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얘기할 필욘 없을 듯 하다.






'Max and Furiosa'에서는 조지 밀러가 탄생시킨 맥스와 퓨리오사의 캐릭터 이미지와 이를 표현한 톰 하디와 샤를리즈 테론의 인터뷰를 통해 두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멜 깁슨이 아니면 맥스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채 시작한 톰 하디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 만의 캐릭터를 담고 있는 맥스를 만들어 냈다. 사실상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의 캐릭터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 별개로 이 영상에서 가장 놀라운 건 퓨리오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이 멀쩡하게 차려 입고 나와 금발을 자랑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시 한 번 퓨리오사로 분한 그녀의 모습과 연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The Tools of the Wasteland'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소품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조지 밀러의 연출 방향성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인데,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멋진 걸 만들어 낸다는 그의 방향성은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사소한 소품들에까지 눈 여겨 봐야 할 이유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만큼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는 운전대를 들 수 있겠는데, 그저 독특하게 다양하게만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기능적으로 가능한 것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운전대 외에 의상 및 다른 소품들도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되고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he Five Wives : So Shiny, So Chrome'에서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터뷰와 이들 다섯 캐릭터가 의미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Crash & Smash'에서는 사전 제작 테스트 영상과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촬영 분의 원본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어떠한 CG도 가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가 어느 수준까지 실제 하는 촬영으로 이뤄졌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이라 하겠다. 보면 알겠지만 CG가 가미되지 않아 완성도 측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질 뿐이지 내용상으로는 영화 속 내용과 동일한 액션과 장면이 담겨 있어, 다시 한 번 영화의 제작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Deleted Scenes'에는 총 3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자신의 아이를 워보이로 바치려다 안되자 자신이 직접 젖을 생산하는 것으로라도 지원하겠다는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과 워보이들 앞에서 임모탄이 퓨리오사를 추격하고자 다시 한 번 명령하는 장면, 그리고 시타델을 되찾으려는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는 장면이 짧게 수록되었다.





총 평

 

조지 밀러가 다시 만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대사가 아닌 액션으로 서사를 만들어 낸 놀라운 액션 영화이자,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은 물론 세련되게 진일보한 또 다른 의미의 '멋진' 영화이기도 했다. 작품성 적인 측면과 오락 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올해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널리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이 작품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것을 넘어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또 한 번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빨간 내복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만 즐겨도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이 드는 타이틀일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Mad Max : Fury Road, 2015)

여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솔직히 내게 있어 '매드 맥스 (Mad Max, 1979)'는 이미지로만 각인 된 영화였다. 분명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긴 했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허름한 가죽 옷과 바이크를 탄 멜 깁슨의 꼬질꼬질한 모습과 사막 아닌 모래 가득의 더럽고 (먼지 때문에) 갑갑한 이미지만이 깊게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땐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이유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였는데, 누가 연출을 맡았나 확인해 보니 그 옛날 원작을 연출했던 조지 밀러가 다시 연출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보니 조지 밀러가 약 35년 만에 다시 '매드 맥스'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을 떠나, 조지 밀러가 2015년에 다시 꺼내든 '매드 맥스'는 현재에도 이질감 없이 녹아들기에 충분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매드 맥스'는 비슷한 세계관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자원 (여기선 물)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 층과 이로 인해 피지배 층이 되어 버린 부류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권력을 추종하는 부류 (여기선 워보이)가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2015년판 '매드 맥스'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단순히 비주얼 혹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배경에 깔린 세계관과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액션과 스펙터클에 근원이 되는 포인트로 '매드 맥스'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영화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여성 영화, 여성 중심의 영화 라는 표현을 할 때 오히려 평등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같은 구성으로 남성이 주인공이라하여 남성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다음에야..) 여성이라는 존재를 주제나 제목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인데, 남성 영화를 남성 영화라 부르지 않는 현실을 균형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여성 이라는 존재를 드러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는 요 몇 년간 본 영화 가운데 여성의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동시에, 진정한 성평등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즉, 여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여성을 중심에 두는 구성과 비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을 중심에 두고, 반대로 남성 역시 일반 영화의 여성처럼 남성 주인공의 보조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독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이 정말 멋진 (멋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이다. 더 깊게 보자면 그냥 주인인척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뼈속까지 독립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동 하나 대사 하나만 봐도 이 여성들이 그 간의 억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독립심이 아닌, 태생적으로 평등한 세계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본인이 결정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 터이나 특히 영화 속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매드 맥스'의 여성 들은 완벽하게 본인들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 나아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흔들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것은 물론 선택의 영역이겠으나 많은 '남성'영화들이 이 모성애를 여성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의 묘사는 신선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스플렌디드가 쫓아오는 임모탄을 상대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드러내며 방패이자 무기로 삼는 장면은,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여성들이 이상향으로 꿈꿨던 녹색땅의 현실과 그 다음 결정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녹색땅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매드 맥스'는 여성 중심의 또 다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녹색땅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시타델의 고통에서 벗어난, 일종의 도피처 격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녹색땅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이고, 새로운 또 다른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시타델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영화의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바로 맥스 (톰 하디)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녹색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가 또 다른 녹색땅을 찾아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맥스는 다시 돌아와 퓨리오사에게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깨달음을 얻은 퓨리오사는 맥스와 함께,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와 함께 시타델로 향하게 된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제목은 '매드 맥스'인데 사실상 주인공은 퓨리오사 아니야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물론 퓨리오사에게 비중이 가 있는 것은 맞지만 맥스의 역할, 특히 그가 일반 영화들의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맥스 역할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후반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시퀀스에서의 액션 구성이었다. 아무리 여성이 중심이 된 텍스트라고 해도 액션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성인 (그것도 톰 하디라면 더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서 액션 영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 역시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클라이맥스에서도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퓨리오사가 쥐고 있으며, 맥스는 자신이 남성으로서 더 적합한 액션을 행할 뿐이다. 비슷한 예로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 외에 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퓨리오사와 맥스, 그리고 다른 여성 캐릭터들과 워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역할을 보면, 누군가가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주도권을 갖고 명령하는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업화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발 밖에 없는 실탄을 날려버린 맥스가 마지막 한 발을 주저 없이 퓨리오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저 그가 쿨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퓨리오사가 더 높기 때문이고, 운전과 수리를 나누는 방식도 무언가가 더 쉽거나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역할에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의 끝판왕은 시타델을 차지하게 된 마지막, 유유히 떠나는 맥스의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맥스는 새로운 시타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본인은 거기에 맞지 않는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남성이 지휘하고 주도하고 차지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다른 점이다. 반대의 경우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성이 더 능력이 있는 경우인 것이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국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글 제목에는 '여성은' 이라고 썼지만 더 나아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체가 여성일 때 얼마나 더 큰 영화적 힘과 담론이 형성 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다. 안 볼 이유가 없다.


1. 구차하게 일일히 설명하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보통 영화 같았으면 퓨리오사가 왜 한 팔을 잃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회상 형식으로라도 꼭 이야기했을텐데 여긴 그런게 없어요. 유추할 수 있을 뿐더러, 그 자체는 이 현실 속에서 크게 중요한 점이 아니거든요.


2. 시작부터 끝까지 길 위에서 차를 타고 달리기만 하는데,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재주.


3.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괜찮았습니다.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이번엔 돌비애트모스로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Village Roadshow Pictures 에 있습니다.






이온 플럭스 (Aeon Flux, 2005)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온 플럭스는 피터 정의 원작의 신선한 충격의 부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의 실패 요인의 답습, 남는 것은 쫄쫄이 의상밖에는 없는,
여러가지로 부족했던 영화이다.
 
말했던 것처럼 피터 정의 원작은 스타일의 강함 때문인 것도 있지만,
여러가지로 신선한 충격을 전했었는데, 영화로는 전혀 이 같은 신선함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게임이나 만화 원작의 영화들인 경우,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큰 성공작이 없는데, <이온 플럭스>역시 이런 장르의 실패 요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온 플럭스라는 캐릭터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영화의 개연성은
턱없이 부족하고 인물들간의 갈등도 이해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비주얼로 압도하거나 액션씬 등의 화려함으로
이 같은 부족한점을 압도해야 하는데, 비주얼은 몇년 전에 보았던 비슷한 류의 영화들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고, 액션씬 역시 너무 과장되어
헛웃음이 절로 나올만큼(굿 차일드를 제거하기 위해 진입할 당시 시산드라와
총 몇회전인지 모를 공중회전을 할때 이미 이 영화의 분위기를 알아봤다 --;)
 
비주얼이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의상, 내용 등 대부분의 요소가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이퀼리브리엄>을 그대로 닮아있다. <이퀼리브리엄>의
여자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러가지 요소가 닮았으나, 이퀼리브리엄의 화려한 총결투씬
같은 클라이막스 부분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샤를리스 테론이 이온 플럭스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때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였고, 의상을 입은 모습이 공개되었을때에도 대부분 괜찮은 반응들이었지만,
영화는 그게 다였다. 주인공 이온 플럭스는 위급한 상황에도 샤를리스 테론의 몸매가
강조되는 포즈를 잡기에 바빳고, 그녀의 장점도 <몬스터>이후 되돌린 몸매외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중요한 3명의 캐릭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실패요인이자
배우들에게도 오점으로 남을 부분으로 생각된다.
 
1. 트레버 굿차일드 역의 마튼 초가스는 결과적으로는 착한 캐릭터라는 얘긴데,
딱 봐도 악역 얼굴이다(보는 내내 미션 임파서블 2의 악당 캐릭터 배우가 떠올랐다).
전혀 착한 사람이라는 의도가 각인되지 않고 언젠가 배신할거라는 생각이 드는 인상이었다.

2. 그동안 조연으로 좋은 연기를 펼쳤던 피트 포스틀스웨이드는, 이 영화에서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미래 복장을 하고 나와선 이상한 대사들만 내뱉는등 완전히
캐릭터 선택을 잘못한 느낌이었다. 제5원소 필이 아주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배우에게 큰 마이너스가 될 캐릭터였던 것 같다.
 
3. 포스틀스웨이드가 무색해질 만큼 더한 미스 캐스팅으로 본인의 꾸준했던
커리어에 오점으로 남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프란시스 맥도먼드이다.
파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녀는, 명배우들이 그러하듯
오프닝 크래딧에 'and'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런 'and'가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 안어울리는, 안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시종일관 이상한 복장과 분장, 발성으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
너무 눈에 선했다. 본인이 왜 하기로 했는지가 더욱 궁금해지는 상황.
<리딕>에서의 주디 덴치보다도 10배는 어색했던 그녀와 그녀의 캐릭터였다.
 
 

 
글 / ashitaka

+ Recent posts